린웨이는 검은색 포르쉐의 운전석에 앉아 백미러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점검했다. 완벽하게 정리된 단발머리, 깔끔한 흰색 셔츠, 그리고 그 위에 걸친 회색 블레이저. 병원에서도 모두가 인정하는 완벽한 프로페셔널의 이미지였다. 그녀는 손목시계를 슬쩍 확인했다. 저녁 7시 15분. 회사 모임 시간까지는 아직 15분이 남아 있었다.
"웨이, 오늘 좀 긴장돼요?"
조수석에 앉은 장웨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는 평소처럼 무난한 회색 정장을 입고 있었지만, 넥타이가 약간 삐뚤어져 있었다. 린웨이는 그를 보며 살짝 미소 지었다. 자신의 남편은 항상 이렇게 세심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도 그녀가 사랑하는 부분 중 하나였다.
"무슨 말을 해요. 그냥 병원 연례 모임일 뿐이에요."
린웨이는 시동을 걸며 차분하게 대답했다. 그녀는 이미 수많은 공식 석상에 참석해 봤다. 하지만 오늘은 좀 특별했다. 병원장이 직접 주최하는 이번 모임은 올해 처음으로 KTV 클럽에서 열린다고 했다. 평소에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열리던 모임이 왜 갑자기 이런 장소로 바뀌었는지 약간 의아했지만, 상사의 결정이니 따르기로 했다.
포르쉐는 서울 강남의 번화가를 지나 골목 안쪽으로 접어들었다. 예상과 달리 그 KTV 클럽은 외관부터가 사뭇 달랐다. 네온사인은 절제된 은은한 조명으로 바뀌었고, 건물 입구는 검은 대리석으로 마감되어 고급스러움이 물씬 풍겼다. 발렛파킹 직원이 다가와 린웨이의 차량을 인계받았다.
"와, 여기 꽤 고급스럽네요."
장웨이가 감탄하며 말했다. 린웨이도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품격 있는 장소였다. 그녀는 블레이저를 정리하고 하이힐을 신고 차에서 내렸다. 검은색 스타킹이 그녀의 길고 날씬한 다리를 감싸고 있었고, 하이힐의 굽 소리가 대리석 바닥에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웅장한 로비가 펼쳐졌다. 샹들리에가 화려하게 빛나고, 고급 가죽 소파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병원 동료들이 이미 몇 명 도착해 있었다. 린웨이는 그들과 가볍게 인사를 나누며 자리로 안내받았다.
"린웨이 선생님! 오늘 정말 아름다우시네요."
같은 과의 김 간호사가 다가와 말했다. 린웨이는 예의 바르게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요. 오늘 장소가 정말 특별하네요. 병원장님의 안목이 대단하신 것 같아요."
"그러게요. 저도 이런 데 처음 와 봐요. 완전 호화판이에요."
김 간호사는 신나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린웨이는 그녀의 반응에 미소를 지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의 검은 스타킹이 빛을 받아 은은하게 반짝였다. 뒤에 있던 장웨이는 아내의 그런 모습을 보며 가슴이 뿌듯해졌다. 그는 아내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조금 불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불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는 아직 깨닫지 못했다.
VIP실로 연결되는 복도를 걷던 린웨이는 갑자기 누군가의 시선을 느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복도 끝에 서 있는 한 남자를 보았다. 검은색 정장을 입은 중년의 남자였다. 그의 눈빛은 그녀를 꿰뚫어 보는 듯했고, 입가에는 의미심장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린웨이는 살짝 착각을 느꼈지만, 곧 시선을 돌려 걸음을 재촉했다.
그 남자는 바로 자오 사장이었다. 그는 린웨이가 걸어가는 모습을 놓치지 않고 바라보았다. 검은 스타킹에 감싸인 그녀의 다리, 우아하게 흔들리는 엉덩이, 그리고 그 차갑고 고귀한 표정. 완벽했다. 그는 지금까지 수많은 여성들을 세뇌시켜 왔지만, 이렇게 완벽한 피스는 처음이었다.
"어때, 샤오리?"
자오 사장이 뒤에 서 있던 여성에게 물었다. 샤오리는 몸에 문신이 가득한 여자였다. 그녀의 혀에는 피어싱이 박혀 있었고, 배꼽에도 반짝이는 피어싱이 장식되어 있었다. 그녀는 비굴하게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사장님, 정말 완벽한 작품이 되실 것 같습니다. 저보다 더 고귀한 분이시네요."
"그래. 바로 그 점이 흥미로운 거야. 저런 차가운 여자가 얼마나 뜨거운 노예가 될지, 정말 기대되는걸."
자오 사장은 음흉하게 웃으며 린웨이의 뒤를 따라 VIP실로 들어갔다.
VIP실 안은 더욱 호화로웠다. 넓은 공간에는 커다란 스크린과 고급스러운 소파, 그리고 각종 주류가 진열되어 있었다. 병원장과 주요 간부들이 이미 자리 잡고 있었다. 린웨이는 장웨이와 함께 지정된 자리에 앉았다.
"자, 자 모두 편하게 계세요. 오늘은 특별히 제가 좋은 장소를 준비했습니다."
병원장이 유쾌하게 말하며 술잔을 들었다. 모두가 따라 잔을 들었다. 린웨이는 가볍게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프랑스산 고급 와인이었다. 입안에서 부드럽게 퍼지는 맛에 그녀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모임은 점점 활기를 띠었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 춤을 추는 사람, 술을 마시며 떠드는 사람. 린웨이는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원래 이런 술자리를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은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았다. 와인의 알코올이 은은하게 올라와 그녀의 뺨을 붉게 물들였다.
그때 갑자기 자오 사장이 VIP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의 등장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병원장이 일어나 그를 반겼다.
"아이고, 자오 사장님! 오셨군요. 여러분, 여기는 이 클럽의 사장님이십니다. 오늘 이렇게 좋은 장소를 제공해 주셨습니다."
자오 사장은 미소를 지으며 모두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의 시선은 순간 린웨이에게 멈췄다가 곧바로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에 린웨이는 또 한 번 그의 날카로운 눈빛을 느꼈다.
"과찬이십니다, 병원장님. 오늘 병원 관계자 여러분을 모시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특히, 유명한 여의사 린웨이 선생님을 이렇게 뵙게 되어 더욱 기쁩니다."
자오 사장이 린웨이를 향해 말했다. 린웨이는 약간 당황했지만, 곧 침착하게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좋은 장소를 제공해 주셔서 저희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별말씀을요. 사실, 제가 한 가지 제안이 있어서 왔습니다. VIP실 중에서도 가장 프리미엄급 룸이 있는데, 거기서 더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해 드리고 싶습니다. 몇 분만 모시고 가려고 하는데, 린웨이 선생님도 함께해 주시겠습니까?"
린웨이는 망설였다. 장웨이가 그녀의 손을 살짝 잡으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병원장이 나서서 말했다.
"린 선생,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자오 사장님은 이 분야에서 꽤 유명하신 분이십니다. 좋은 인맥을 쌓는 기회로 삼으세요."
린웨이는 잠시 생각한 끝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병원에서의 입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장웨이는 불안했지만, 아내의 결정을 따랐다.
자오 사장은 린웨이와 장웨이, 그리고 병원의 주요 간부 두 명을 데리고 VIP실을 나섰다. 그들은 복도를 따라 더 안쪽으로 들어갔다. 점점 조명이 어두워지고, 공기가 달라지는 느낌이었다. 벽에는 음란한 그림들이 걸려 있었고, 은은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여기가 바로 저희의 최고급 VIP실입니다."
자오 사장이 문을 열며 말했다. 방 안은 다른 VIP실과는 확연히 달랐다. 벽은 검은색 벨벳으로 마감되어 있었고, 중앙에는 커다란 원형 침대가 놓여 있었다. 주변에는 여러 가지 도구들과 병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린웨이는 그 광경에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 그녀의 직감이 뭔가 잘못되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어서 들어오세요. 편하게 앉으십시오."
자오 사장이 손짓하며 말했다. 린웨이는 망설였지만, 병원장과 간부들이 먼저 들어가는 것을 보고 따라 들어갔다. 장웨이도 어쩔 수 없이 뒤따랐다.
자리에 앉자, 자오 사장이 직접 술을 따라주기 시작했다. 그는 절묘한 솜씨로 각자의 잔에 술을 따랐다. 린웨이의 잔에는 특히 더 신경 써서 따르는 듯했다.
"린 선생님, 오늘 처음 뵙지만, 당신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병원에서 가장 뛰어난 의사 중 한 분이시죠.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과찬이십니다. 저는 그냥 제 일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린웨이는 겸손하게 대답하며 술잔을 들었다. 자오 사장이 잔을 부딪치자, 모두가 따라 마셨다. 그 순간 린웨이는 술에서 약간의 이질적인 맛을 느꼈다. 평소 마시던 와인과는 다른, 약간 쓴 뒷맛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이 그냥 고급 와인의 특성이라고 생각하고 더 신경 쓰지 않았다.
시간이 조금 흐르자, 린웨이는 갑자기 몸이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가벼운 어지러움만 느꼈지만, 점점 몸이 뜨거워지고 마음이 혼란스러워졌다. 그녀는 와인의 알코올 도수가 높았나 싶었지만, 평소 주량을 고려하면 이상한 일이었다.
"괜찮으십니까, 린 선생님? 얼굴이 좀 붉어지셨는데."
자오 사장이 걱정하는 척 물었다.
"네, 괜찮습니다. 좀... 어지러울 뿐이에요."
린웨이가 힘겹게 대답했다. 그녀의 머리가 점점 무거워졌다. 주변의 모든 것이 흐려지기 시작했고, 사람들의 목소리가 멀게 들렸다. 그녀는 의식을 유지하려고 애썼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아마 술에 취하신 것 같습니다. 쉬실 곳으로 모셔 드리겠습니다."
자오 사장이 일어나 린웨이의 팔을 잡았다. 장웨이가 일어나 막으려 했지만, 갑자기 병원장이 그를 붙잡았다.
"장 선생, 좀 기다리세요. 아내 분은 곧 괜찮아질 겁니다. 자오 사장님이 잘 보살펴 주실 거예요."
장웨이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우물쭈물했다. 그는 아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것 같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동안, 자오 사장은 린웨이를 부축해 방 밖으로 나갔다.
린웨이는 정신이 점점 멀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누군가에게 끌려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은은한 조명 아래, 그녀의 검은 스타킹과 하이힐은 더욱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자오 사장은 그녀의 그런 모습을 음흉하게 바라보며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린 선생님. 당신의 모든 고귀함은 오늘 밤 무너질 것이다."
자오 사장의 속삭임이 린웨이의 귀에 닿았지만, 그녀는 그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의식은 점점 깊은 어둠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그녀의 마지막 의식 속에는 장웨이의 걱정스러운 얼굴과, 자신의 몸에 새겨질 문신의 악몽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알지 못했다. 이 밤이 그녀의 인생을 완전히 뒤바꿀 것이라는 사실을. 고귀한 여의사는 곧 타락의 길로 접어들고, 그 끝에는 음란한 검은 스타킹의 여노예가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