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장: 중생의 각성
통증이 머리 속에서 울려 퍼졌다. 이호천은 눈을 뜨며 숨을 헐떡였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천장이 시야에 들어왔다. 대학 기숙사의 낡은 천장. 형광등이 희미하게 깜빡이고 있었다.
"내가... 살아있다?"
그의 손이 떨리며 침대 시트를 움켜쥐었다. 2024년의 기억이 2014년의 뇌 속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실패한 인생, 무너진 꿈, 그리고 무엇보다... 임미.
임미.
그 이름만으로도 심장이 멎는 듯했다. 전생에서 그는 그녀를 지키지 못했다. 흑인 사기꾼에게 속아 인생이 파괴되는 그녀를, 그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신은 그에게 두 번째 기회를 주었다.
호천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달력이 벽에 걸려 있었다. 2014년 9월 1일. 대학 2학년이 시작되는 날. 모든 것이 시작되기 전이었다.
"좋아."
그는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았다. 스무 살의 건강한 얼굴. 아직 주름 하나 없는 피부. 하지만 눈동자에는 전생의 고통과 지혜가 깃들어 있었다.
"이번 생에서는... 나는 모든 것을 바꾼다."
전화기가 울렸다. 액정에 '김사장'이라는 이름이 떴다. 전생에서 그를 배신했던 투자자였다. 호천은 차갑게 웃으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호천 씨! 내가 제안한 스타트업 투자, 생각해봤어요?"
"김 사장님. 죄송합니다만, 그 제안은 거절하겠습니다."
"뭐? 이 기회를 놓치면..."
"대신 제가 더 좋은 제안을 드리죠. 제가 개발 중인 AI 번역 엔진에 투자하시는 겁니다. 3년 안에 수익률 500%를 보장합니다."
상대방이 숨을 멈추는 소리가 들렸다. 호천은 전생의 기억을 더듬었다. 2014년, AI 번역 시장은 아직 태동기였다. 구글 번역기조차 완벽하지 않던 시절. 그는 전생에서 실패했지만, 그 과정에서 배운 기술과 미래의 트렌드를 모두 알고 있었다.
"무슨 자신감이 그렇게 대단해?"
"전생을 살아봤으니까요."
농담처럼 말했지만, 그의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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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3개월 후, 호천의 스타트업 '천상科技(천상테크)'는 대학가에서 가장 뜨거운 화제가 되었다. 그는 전생의 기억을 총동원해 최첨단 AI 알고리즘을 개발했고, 업계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호천 대표님, 축하드립니다."
대학 경영대 교수가 그에게 악수를 청했다. 호천은 예의 바르게 악수를 받았다. 그의 주위에는 항상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스무 살의 나이에 이미 대기업과 협업을 진행 중인 젊은 기업가. 하지만 그의 마음은 다른 곳에 있었다.
"혹시... 임미 씨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아는 사람 있나요?"
그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전생에서 그는 그녀에게 고백도 하지 못하고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임미가 법학과 2학년이고, 도서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매일 아침 7시에 등교한다는 사실을.
"임미 씨요? 법학과 수석이잖아요. 요즘 모의재판 준비로 바쁘다고 들었어요."
호천의 가슴이 뛰었다. 좋아. 그녀는 여전히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전생처럼 정의로운 법학자가 되기 위해.
그날 오후, 호천은 도서관으로 향했다. 3층 열람실, 그녀가 항상 앉는 자리가 있었다. 창가 쪽 세 번째 자리. 그곳에 그녀가 앉아 있었다.
임미.
그녀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긴 생머리가 어깨를 타고 흘러내렸고, 집중하는 동안 이마에 잔주름이 살짝 잡혔다. 그 모습마저 사랑스러웠다. 호천은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미안한데, 여기 자리 비어 있나요?"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깜짝 놀란 눈. 그 눈동자에 호천이 비쳤다.
"아... 네. 비어 있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맑았다. 호천은 그녀 맞은편에 앉았다. 마주보는 자리였다. 그녀는 다시 책으로 시선을 돌렸지만, 호천은 그녀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무슨 책 보고 있어요?"
"형법 각론이에요. 모의재판 준비 중이라."
"아, 유명한 그 교수님 수업이군요. 변호사 지망생?"
"네... 사실은 국제인권법을 전공하고 싶어요. 나중에라도 하버드 로스쿨에 가고 싶다는 꿈이 있어요."
그녀의 눈이 반짝였다. 그 꿈을 말할 때면 항상 그랬다. 호천은 그 눈빛을 사랑했다. 전생에서도, 지금도.
"좋은 꿈이네요. 저는 이호천이라고 해요. 컴퓨터공학과에 다니고 있어요."
"아... 그 유명한 이호천 씨! 신문에서 봤어요. AI 스타트업 창업자, 맞죠?"
놀란 그녀의 표정이 너무 귀여웠다. 호천은 가볍게 웃었다.
"네, 맞아요. 그런데 유명하다니요. 저는 그냥 평범한 학생인데."
"평범한 학생이 벌써 직원 50명 있는 회사를 운영하나요?"
그녀의 눈이 초롱초롱 빛났다. 호천은 그 순간, 이번 생에서는 반드시 이 여자를 지키기로 결심했다.
"시간 괜찮으면 커피 한잔 할래요? 회사 일에 대해 조언해 줄 사람이 필요해서요."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그가 원하는 것은 그녀와의 시간이었다.
임미는 망설였다. 하지만 곧 미소를 지었다.
"좋아요. 30분 후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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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관계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가벼운 만남이었다.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하고, 점심을 함께 먹고,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일이 잦아졌다. 호천은 그녀에게 전생에서 배운 지혜를 조금씩 나누어 주었다.
"임미 씨, 네트워킹이 중요해요. 하버드에 가려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해요."
"어떻게 알았어요? 내가 하버드를 꿈꾸는 걸?"
"너는 항상 네 꿈을 말할 때 눈이 빛나. 그걸 못 알아챌 사람이 어디 있겠어?"
임미는 얼굴이 빨개졌다. 그녀는 그의 시선을 피하며 커피잔을 만지작거렸다.
"호천 씨는 정말 특별한 사람이에요. 또래 남자애들하고는 달라요."
"뭐가 다른데?"
"글쎄... 항상 나를 진심으로 대해 주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은 내 꿈을 비현실적이라고 말하지만, 호천 씨는 오히려 응원해 주잖아요."
호천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 부드러운 손길. 전생에서 놓쳤던 그 온기.
"임미야. 나는 항상 네 편이야. 무슨 일이 있어도."
그녀가 그를 바라보았다.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그 순간, 그녀의 마음에도 무언가가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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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 서울은 눈으로 덮여 있었다. 호천은 임미를 남산타워로 데려갔다. 그곳에서 그녀에게 고백하기로 마음먹었다.
"여기 왜 데려왔어?"
그녀는 두꺼운 패딩을 입고, 목도리로 얼굴을 반쯤 가린 채였다. 하지만 그 모습도 너무 아름다웠다.
"좋은 곳이야.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야."
그들은 전망대에 올랐다. 서울의 야경이 펼쳐졌다. 반짝이는 불빛들, 눈이 내리는 풍경. 낭만적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임미야."
"응?"
"나랑 사귈래?"
임미가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이 커졌다가 다시 가늘어졌다.
"호천 씨... 나는..."
"거절하지 마. 난 진심이야."
호천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전생에서도 그녀를 사랑했다. 하지만 고백하지 못했다. 그 결과 그녀는 다른 사람의 품에 안겼고, 결국 파멸했다.
"나는 너를 처음 본 순간부터 사랑했어. 네가 웃을 때, 네가 진지할 때, 네가 꿈을 말할 때. 모든 순간이 내겐 특별해."
"하지만 나는 아직 준비가..."
"기다릴게. 너의 꿈이 이루어질 때까지. 하버드에 가도, 변호사가 되어도. 언제든 네 곁에 있을게."
임미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나도 호천 씨를 좋아해요. 하지만 무서워요. 이렇게 갑자기 좋은 일이 생기면, 언젠가 사라질 것만 같아서."
호천은 그녀를 끌어안았다. 따뜻한 체온이 전해졌다.
"사라지지 않아. 내가 지킬게. 영원히."
그들은 그렇게 입을 맞추었다. 부드러운 키스. 눈발이 그들의 주위를 감쌌다. 그 순간,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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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후. 호천의 회사는 눈에 띄게 성장했다. 전생의 기억을 바탕으로 한 AI 기술은 시장을 선도했다. 그는 대학을 중퇴하고 회사에 전념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임미와의 관계는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깊어졌다.
"호천아, 오늘도 야근이야?"
임미가 그의 사무실에 들어왔다. 저녁 9시. 그녀는 손에 도시락을 들고 있었다.
"미안. 일이 너무 많아서."
"괜찮아. 내가 챙겨 주려고 왔어."
그녀는 책상 위에 도시락을 펼쳤다. 집에서 만든 김밥과 된장국. 호천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고마워. 너는 항상 나를 이렇게 챙겨 주잖아."
"당연하지. 내 남자친구니까."
임미는 그가 먹는 모습을 바라보며 웃었다. 그녀의 눈에는 사랑이 가득했다.
"호천아, 나 하버드 로스쿨 최종 합격했어."
호천의 젓가락이 멈췄다.
"진짜?"
"응. 장학금도 받았어."
그녀의 표정이 환해졌다. 하지만 동시에 불안도 담겨 있었다. 호천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축하해. 정말 자랑스러워."
"하지만... 우리가 멀어지게 될까 봐 걱정이야."
"바보야. 거리는 중요한 게 아니야. 중요한 건 마음이지."
호천은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녀의 몸이 그의 품 안에서 작게 떨렸다.
"나는 항상 네 곁에 있을게. 비행기로 몇 시간 거리라고 해도, 내 마음은 항상 너와 함께야."
임미는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사랑해, 호천아."
"나도 사랑해, 임미야.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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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 전날. 임미는 호천의 아파트에서 밤을 지새웠다. 그들은 서로를 꼭 안은 채 누워 있었다.
"내일이면 떠나네."
"응. 2년이야. 길지 않아."
"하지만 그동안 너무 보고 싶을 거야."
호천은 그녀의 이마에 키스했다.
"매일 통화하고, 영상통화도 할 거야. 그리고 가능하면 자주 만나러 갈게."
"고마워."
임미는 그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그의 심장 소리가 들렸다.
"호천아, 나는... 너와의 미래를 꿈꿔.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함께 늙어 가는 모습을."
"나도 그래."
"그런데 가끔은 무서워. 이렇게 행복하면, 언젠가 대가를 치르게 될 것만 같아."
호천은 그녀의 턱을 살짝 들어 올렸다.
"들어 봐, 임미. 나는 너에게 절대 상처를 주지 않을 거야. 어떤 일이 있어도 너를 지킬 거야. 약속해."
그녀가 미소 지었다. 하지만 그 미소에는 약간의 슬픔이 섞여 있었다.
"알았어. 나도 너를 믿을게."
그들은 입을 맞추었다. 깊고, 뜨거운 키스. 그날 밤, 그들은 서로를 완전히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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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출국장 앞. 임미는 눈물을 닦으며 호천을 바라보았다.
"꼭 올 거지?"
"응. 6개월 후에 꼭 갈게. 그동안 잘 지내."
"호천아... 사랑해."
"나도 사랑해."
그들은 마지막 포옹을 나누었다. 주변 사람들이 그들을 바라봤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가자. 늦겠어."
"응. 연락할게."
임미는 손을 흔들며 게이트로 걸어갔다. 호천은 그녀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았다.
"꼭 지킬게, 임미야. 이번 생에서는 반드시."
그의 눈빛이 단단해졌다. 전생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의가 그의 얼굴에 새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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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보스턴. 하버드 대학 캠퍼스는 가을 단풍으로 물들어 있었다. 임미는 캠퍼스 벤치에 앉아 노트북을 열었다. 영상통화가 연결되었다.
"호천아! 보고 싶었어."
"나도 보고 싶었어, 임미야. 캠퍼스는 어때?"
"너무 아름다워. 공부할 맛이 나."
임미는 카메라를 돌려 주변을 보여 주었다. 붉고 노란 단풍, 고풍스러운 건물들.
"와, 진짜 멋지다. 거기서 공부하는 너도 멋질 거야."
"고마워. 호천아, 너 요즘 어때? 회사는 잘돼 가?"
"응. 드디어 미국 진출 준비 중이야. 다음 달에 보스턴 갈 계획 있어."
"진짜? 정말?"
임미의 목소리가 반가움으로 떨렸다.
"응. 거기서 투자자 미팅도 있고, 너도 만날 겸."
"대박! 나 너무 기쁘다."
그녀는 제자리에서 깡충 뛰었다. 호천은 그 모습을 보며 웃었다.
"임미야, 나는 네가 너무 자랑스러워. 하버드에서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 내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호천아... 나도 그래. 너는 나에게 항상 힘이 돼 줘."
그들의 눈이 마주쳤다. 수천 킬로미터 떨어져 있었지만, 마음은 하나였다.
"임미야, 나는 네가 어떤 위험에 빠져도 구할 거야. 절대 혼자 무너지지 마."
"무슨 소리야? 갑자기 왜 그래?"
"그냥... 요즘 가끔 나쁜 꿈을 꿔서. 하지만 괜찮아. 이제는 내가 지킬 테니까."
임미는 의아했지만, 그의 진심이 느껴졌다.
"알았어. 나도 너를 지킬게. 우리 서로 지키면서 살자."
"약속이야."
"약속."
그들은 화면 속에서 손가락을 맞댔다. 그 순간만큼은 영원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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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었다. 임미는 기숙사 방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국제인권법에 관한 논문. 그녀의 꿈은 점점 현실이 되어 가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허전함이 자리 잡고 있었다.
"호천아... 보고 싶다."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그와의 사진을 넘겨 보았다. 함께 먹은 김밥, 남산타워에서의 키스, 공항에서의 이별. 모든 순간이 소중했다.
"임미, 너 아직 안 자?"
룸메이트가 물었다.
"응. 생각 좀 하고 있어."
"네 남자친구 생각하는 거지?"
"맞아."
룸메이트가 웃었다.
"부러워. 너희 정말 사랑하는구나."
"응. 나는 그를 만나서 행운이야."
임미는 창문을 열었다. 보스턴의 밤공기가 들어왔다. 별이 총총한 하늘. 그 아래에서 호천도 자고 있을까.
"곧 만나자, 호천아."
그녀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녀가 알 리 없었다. 그녀의 인생에 곧 거대한 폭풍이 닥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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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보스턴의 한 어두운 클럽. 드렉이라는 흑인 남자가 바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주변을 살폈다. 그의 눈빛에는 위험한 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이번 타겟은... 아시아 여성. 그것도 아름다운 법학생."
그의 입가에 음흉한 미소가 번졌다.
"임미... 그녀는 완벽한 먹잇감이야."
드렉은 핸드폰을 꺼내 임미의 SNS를 검색했다. 그녀의 사진이 화면에 떴다. 순수하고 아름다운 미소.
"곧 네 미소가 사라질 거야. 그리고 너는 나만을 바라보게 될 거야."
그가 잔을 비웠다. 클럽의 음악이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그의 계획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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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는 다음 날 아침, 첫 수업을 위해 캠퍼스를 걸어갔다. 하버드 로스쿨의 웅장한 건물들이 그녀를 감쌌다. 꿈을 이루고 있다는 실감이 났다.
"임미 씨?"
뒤에서 누군가 그녀를 불렀다. 돌아보니, 중년의 교수님이 서 있었다.
"네?"
"저는 국제인권법 담당 교수 존슨입니다. 당신이 한국에서 온 장학생이라고 들었어요."
"네, 맞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교수님."
악수를 나누었다. 존슨 교수는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당신의 에세이를 읽었어요. 약자를 위한 법적 접근에 대한 통찰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하버드에 오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감사합니다, 교수님."
"앞으로 재학생 세미나에 참여해 보지 않겠어요? 거기서 좋은 인맥도 만들 수 있을 거예요."
"그러고 싶습니다."
임미의 가슴이 설렜다. 꿈에 그리던 하버드에서, 그녀의 재능을 인정받고 있었다. 이 순간, 그녀는 모든 것이 잘될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녀가 몰랐던 것은, 그 세미나가 드렉이 운영하는 모임의 일부라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 모임은 겉으로는 학술 모임이었지만, 속으로는 취약한 유학생들을 표적으로 삼는 범죄 조직의 전초 기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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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 임미는 호천과 다시 영상통화를 했다.
"호천아, 오늘 교수님이 세미나에 초대해 주셨어."
"와, 대단하다. 무슨 세미나인데?"
"국제인권법 관련 연구 모임이래. 거기서 좋은 사람들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조심해, 임미야. 낯선 사람들을 만날 때는 항상 경계해야 해."
"무슨 소리야? 교수님이 소개해 주신 거야. 괜찮을 거야."
호천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전생에서 그녀가 어떻게 무너졌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멀리 떨어져 있어 막을 수 없었다.
"임미야, 내가 거기 갈 때까지만 기다려 줄 수 있어? 그 세미나는 나중에 참석해도 되잖아."
"호천아, 너는 왜 이렇게 과민 반응이야? 나는 괜찮아. 나는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야."
임미의 목소리에 약간의 짜증이 섞였다. 호천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미안. 내가 너무 걱정했어. 네가 그렇다면 믿을게. 하지만 항상 조심해야 해. 위험한 상황이 닥치면 바로 연락해."
"알았어. 나도 네가 걱정하는 이유를 알아. 하지만 나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해."
그녀의 미소가 화면 속에서 빛났다. 호천은 그 미소를 보며 안심하려고 애썼다.
"사랑해, 임미야."
"나도 사랑해, 호천아. 곧 보자."
통화가 끝났다. 호천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시간이 없어. 최대한 빨리 미국에 가야 해."
그는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미국 출장 일정을 앞당겨 주세요. 다음 주로 가능한가요?"
"네, 대표님. 확인해 보겠습니다."
호천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서울의 밤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그 위로 임미의 얼굴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내가 꼭 지킬게, 임미야. 이번 생에서는 반드시."
그의 결의가 더욱 단단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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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임미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호천의 걱정이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는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고 싶었다.
"나는 약하지 않아. 나는 내 길을 갈 거야."
그녀는 일어나서 노트북을 켰다. 세미나 가입 신청서를 작성하기로 했다. 존슨 교수가 보내준 링크를 클릭했다.
화면에 세미나 소개 페이지가 떴다. '글로벌 인권 연구 포럼'이라는 이름. 멋진 로고와 전문적인 디자인. 참가자 명단에는 유명 교수들과 활동가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와, 이 사람들 모두가 여기에?"
임미의 눈이 반짝였다. 이것이야말로 그녀가 꿈꾸던 네트워크였다. 그녀는 주저하지 않고 가입 신청을 완료했다.
며칠 후, 그녀는 세미나 참석 확인 메일을 받았다. 시간과 장소가 적혀 있었다. 캠퍼스 밖의 한 연구소.
"조금 외진 곳이네... 하지만 교수님이 추천한 곳이니 괜찮겠지."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메일을 닫았다. 그리고 전화를 들었다.
"호천아, 나 세미나 참석했어. 걱정하지 마. 잘 지낼게."
문자를 보내고, 그녀는 잠자리에 들었다. 그녀는 몰랐다. 이 선택이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것이라는 것을.
다음 날, 임미는 연구소로 향했다. 주소를 따라 걸어가자, 낡은 건물이 나타났다. 간판에는 '글로벌 인권 연구소'라고 쓰여 있었다.
"여기 맞나?"
망설이는 사이, 문이 열렸다. 존슨 교수가 나왔다.
"임미 씨! 잘 왔어요. 들어오세요."
존슨 교수의 미소는 따뜻했다. 하지만 그 미소 뒤에 숨겨진 의도를 임미는 알지 못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어두운 복도가 이어졌다. 벽에는 인권 운동 사진들이 걸려 있었다. 임미는 긴장이 풀렸다.
"여기서 어떤 활동을 하나요?"
"우리는 전 세계의 인권 문제를 연구하고, 실제로 개입하는 활동도 해요. 특히 아시아 여성들의 권리 보호에 중점을 두고 있죠."
"저와 제 꿈과 정확히 일치하네요!"
임미의 목소리가 들떴다. 그들은 회의실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이미 여러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다양한 인종, 다양한 연령대. 하지만 모두가 그녀를 반기는 듯 보였다.
"임미 씨, 여기 앉으세요."
임미가 자리에 앉았다. 그 순간, 문이 열리며 한 남자가 들어왔다. 흑인 남자. 키가 크고, 근육질의 체격. 그의 눈빛은 날카로웠다.
"여러분, 이 분이 우리 포럼의 창립자, 드렉 씨입니다."
드렉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의 손이 그녀에게 향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임미 씨. 당신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어요."
악수를 하던 순간, 임미는 약간의 불안을 느꼈다. 하지만 곧 그것을 무시했다.
"저도 만나서 반갑습니다."
드렉의 미소가 그녀를 향했다. 그 미소는 너무나 친절해 보였다. 하지만 그 속에는 무언가 위험한 것이 숨어 있었다.
"이제 시작합시다."
드렉이 회의를 주재했다. 그의 말은 매끄러웠고, 지식은 풍부했다. 임미는 점점 그의 카리스마에 이끌리기 시작했다.
세미나가 끝난 후, 드렉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임미 씨, 오늘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의 의견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감사합니다. 저도 많은 것을 배웠어요."
"다음 주에도 세미나가 있어요. 꼭 오세요. 당신 같은 재능 있는 사람이 필요해요."
드렉의 손이 그녀의 어깨에 살짝 닿았다. 임미는 살짝 몸을 움츠렸지만, 곧 편안해졌다.
"네, 꼭 올게요."
그녀는 연구소를 나섰다. 밖에는 이미 밤이 깔려 있었다. 캠퍼스로 돌아가는 길, 그녀는 드렉에 대해 생각했다.
"참 매력적인 사람이야... 하지만 왠지 불안해."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자신의 불안을 합리화하려고 애썼다.
"그냥 새로운 환경이 낯설어서 그래.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하지만 그녀의 뒤에서는 이미 그림자가 그녀를 쫓고 있었다. 드렉의 부하들이 그녀를 감시하고 있었다.
"이번 타겟은 완벽해."
드렉은 연구소 안에서 그녀의 사진을 바라보며 웃었다.
"곧 너는 내 것이 될 거야. 그리고 너의 남자친구는... 내가 어떻게 너를 파괴하는지 지켜보게 될 거야."
그는 전화를 걸었다.
"준비해. 계획을 실행할 시간이다."
임미는 그날 밤, 호천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받지 않았다. 그녀는 문자를 남겼다.
"오늘 세미나 다녀왔어. 좋은 사람들 만났어. 걱정 마. 사랑해."
그녀는 잠들기 전에 그가 보낸 사진을 보았다. 호천의 미소. 그 미소가 그녀를 안정시켰다.
"곧 만나자, 호천아."
그녀는 눈을 감았다. 하지만 그녀가 꿈꾸는 미래는 곧 산산조각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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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호천은 밤늦게까지 일하고 있었다. 그의 회사는 미국 진출을 준비 중이었다. 투자 유치를 위한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검토하던 중, 핸드폰이 울렸다.
임미의 문자였다.
"오늘 세미나 다녀왔어..."
호천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는 즉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임미의 졸린 목소리가 들렸다.
"임미야, 오늘 세미나 어땠어?"
"좋았어. 정말 유익했어. 걱정하지 마."
"누구를 만났어? 주로 누가 모임을 이끌었어?"
"드렉이라고, 포럼 창립자야. 흑인 남자인데, 정신과 의사 출신이래. 인권 운동에 열정적이야."
호천의 손가락이 떨렸다.
"드렉?"
"응. 왜?"
"임미야, 그만... 그만 다녀. 제발."
"왜? 뭐가 문제야?"
호천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전생의 기억이 떠올랐다. 드렉이라는 이름. 그가 바로 임미를 파멸시킨 장본인이었다.
"내가 설명할게. 하지만 지금은 당장 그만둬. 제발."
"호천아, 나는 네가 왜 이렇게 예민한지 모르겠어. 나는 괜찮아. 오히려 너는 나를 믿지 못하는 거야?"
임미의 목소리에 실망이 섞였다.
"아니야, 그게 아니라..."
"나도 판단할 수 있어. 나는 더 이상 네가 보호해야 할 아이가 아니야. 내 결정을 존중해 줘."
통화가 끊겼다. 호천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머리를 감쌌다.
"젠장..."
그는 즉시 비서에게 전화했다.
"미국 출장을 다음 주로 확정해 주세요. 그리고 보스턴에 있는 사설 탐정을 고용해 주세요. 어떤 사람을 조사할지 알려줄게."
그는 드렉의 사진을 보냈다. 전생에서 그를 본 적은 없지만, 그의 동료들에게서 들은 인상착의를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이미지였다.
이미지가 전송되었다. 호천은 주먹을 꽉 쥐었다.
"임미야, 내가 곧 간다. 기다려."
그의 눈이 위험하게 빛났다. 지난 생에서 그녀를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분노가 그를 감쌌다.
"이번에는 절대 놓치지 않아."
그날 밤, 호천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전생의 기억을 더듬었다. 드렉이 어떤 식으로 임미를 파멸시켰는지. 피부색에 대한 열등감을 역이용한 심리적 조작. 그녀의 약점을 파고든 체계적인 세뇌.
"나는 그를 막을 거야. 어떤 수를 써서라도."
호천은 일어나서 회사 연구실로 향했다. 그는 AI 기술을 이용해 드렉의 과거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전생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그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었다.
"보스턴의 클럽 '블랙 문'. 거기가 그의 아지트야."
호천은 지도 앱을 열어 그 클럽의 위치를 확인했다.
"거기서 그는 취약한 유학생들을 납치해. 그리고 그들을 세뇌시켜."
그의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였다. 그는 회사의 보안팀에게 특수 임무를 부여했다.
"임미를 보호하기 위해, 우리는 전면전을 준비해야 한다."
그는 다시 핸드폰을 들어 임미에게 문자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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