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집무실 창가에 서 있던 조무극은 손에 쥔 초청장을 내려다보았다. 표면은 고급스러운 일본 전통 종이로 마감되어 있었고, 중앙에는 붓으로 정성껏 써 내려간 가나 문자와 한자가 어우러져 있었다. 그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표정을 무표정하게 유지하려 애썼다. 그러나 가슴 한편에서는 알 수 없는 떨림이 스멀스멀 기어올랐다. 일본 외무성 수석 후지와라 치유키가 직접 보낸 이 초청장은 단순한 외교적 예우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건국과 일본 간의 동맹 조약 체결을 위한 첫걸음이었다.
내각 회의장은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장관들은 각자 자리에서 조무극을 바라보며 우려를 표했다.
“주석님, 이 제안은 너무 이릅니다. 일본의 의도를 아직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지난 해의 무역 마찰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동맹 조약은 무리입니다.”
조무극은 그들의 목소리를 듣지만, 마음은 이미 그곳에 없었다. 그는 느릿느릿 고개를 들어 반대 의견을 말하는 장관들을 응시했다. 눈빛은 냉철했으나 그 이면에는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음을 드러냈다.
“국가 이익이다. 나는 직접 가서 판단하겠다.”
그의 말은 짧고 단호했다. 내각은 침묵했다. 반대를 무릅쓴 결정이었지만, 아무도 더 이상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 조무극은 그들의 얼굴에 스치는 당혹감을 즐기는 듯 입가를 살짝 올렸다.
밤이 깊었다. 전용기 안은 어둑하고 고요했다. 조무극은 좌석에 깊이 파묻혀 창밖을 바라보았다. 검은 구름 사이로 가끔 반짝이는 별빛이 스쳤다. 그는 눈을 감았다. 무의식적으로 떠오르는 기억은 어린 시절의 한 장면이었다. 아버지의 서재에서 우연히 본 일본 다도 서적. 거기에 실린 사진 속 여성들은 정갈한 기모노를 입고 엄숙한 표정으로 주전자를 들고 있었다. 그들의 단아함 뒤에 숨겨진 어떤 엄격함, 통제할 수 없는 질서에 대한 동경이 처음 싹텄다.
그 후로도 여러 번, 일본 여성에 대한 집착은 점점 더 깊어졌다. 그들의 잔혹한 매력, 절대적인 복종을 요구하는 듯한 차가운 눈빛. 조무극은 그 이미지들이 자신을 끌어당기는 이유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단지 그 앞에서는 자신의 권력도 무력해지는 느낌이었다. 그것이 두렵기도 했지만, 더 크게 흥분하게 했다.
기내 스튜어디스가 조용히 다가와 음료를 권했다. 그는 손을 저으며 거절하고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일본 땅이 다가오고 있다. 후지와라 치유키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손아귀에 자신의 운명이 어떻게든 얽힐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조무극은 입술을 깨물며 미소를 지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그는 버클을 다시 조여 매고, 심호흡을 했다. 일본 여성들의 강함 앞에서 흔들리는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그는 그것을 숨겨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이번 방문은 그가 오랫동안 꿈꿔왔던 어떤 특별한 경험의 서막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