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단이 떠나는 새벽, 나는 디야의 손에 이끌려 노예 줄에 섰다. 가느다란 쇠사슬이 내 목을 감고 있었고, 그 끝은 디야의 작은 손에 단단히 잡혀 있었다. 망토 아래 나는 아무것도 입지 않았다. 피부 위를 스치는 거친 천의 감촉이 낯설고도 선명했다. 목줄의 무게는 끊임없이 내게 상기시켰다—나는 더 이상 주인이 아니라, 주인을 가진 존재라는 사실을.
발바닥이 먼지 쌓인 길에 닿았다. 첫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모래알이 살갗을 스치며 미세한 통증을 전달했다. 맨발로 걷는다는 것의 취약함이 전신의 피부를 비정상적으로 예민하게 만들었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디야의 뒤를 따랐다. 그녀의 작은 그림자가 아침 햇살에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 그 그림자를 밟지 않으려는 듯, 나는 의식적으로 발걸음을 조절했다. 그것은 무의식적인 복종의 몸짓이었다.
잠시 후, 상인단의 호위대가 다가왔다. 그들은 새로 합류한 '화물'을 검사하러 온 것이었다. 나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곧이어 깊은 숨을 내쉬며 몸의 긴장을 풀었다. 디야가 가볍게 내 손을 놓았다. 그 순간, 나는 완전히 고립되었다.
한 남자가 내 앞에 섰다. 그의 손이 망토를 젖히고 내 어깨를 움켜쥐었다. 거친 손바닥이 피부 위를 더듬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내 몸을 살폈다. 손가락이 내 팔을 타고 내려와 손목을 잡고, 다시 올라와 어깨와 목을 스쳤다. 나는 숨을 죽이고 그 모든 것을 받아들였다.
"괜찮군."
그가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의 손이 내 가슴으로 이동했다. 나는 눈을 감았다. 그의 손이 내 유방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엄지손가락이 젖꼭지를 스치자 몸이 저절로 움찔했다. 나는 입술을 깨물며 그 반응을 억눌렀다. 그는 주무르듯 만지며 무게와 탄력을 확인했다. 그 손길은 전문적이었지만, 동시에 무감각했다. 마치 과일의 신선도를 확인하는 상인처럼. 그리고 나는 그가 만지는 대상이었다. 단지 물건이었다.
"돌아봐."
그의 명령이 떨어졌다. 나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가 내 엉덩이를 훑었다. 손바닥이 엉덩이를 감싸 쥐고 주물렀다. 철썩, 손바닥이 부드러운 살을 때리는 소리가 났다. 나는 가볍게 떨었다. 그 타격은 고통보다는 충격이었다. 누군가에게 내 몸이 이렇게 공개적으로 평가받는다는 사실이 나를 더 크게 흔들었다.
"다리를 벌려."
그의 명령이 다시 이어졌다. 나는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그 망설임은 곧 사라졌다. 나는 두 발을 어깨너비로 벌렸다. 그의 손이 내 허벅지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거친 손가락이 내 비밀스러운 부위를 더듬었다. 나는 숨을 멈췄다. 그의 손이 내 성기를 스치자, 비자발적인 전율이 온몸을 휩쓸었다. 그는 분명히 그 반응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아무 말 없이 손을 뺐다.
"건강하고 다산할 만한 암컷이군."
그가 중립적인 어조로 평했다. 마치 가축 시장에서 말하는 것처럼. 그런데 나는 그 말에 어떤 위화감도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나는 이제 그런 존재였으니까.
호위대가 물러갔다. 디야가 다시 내 손을 잡았다. 그녀의 작은 손이 내 손바닥을 스치며 위로를 주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걱정과 안쓰러움이 섞여 있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또 다른 감정이 숨어 있었다. 미묘한 흥분, 아마도 탐구심 같은 것. 나는 그 감정을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가볍게 미소 지었다.
"괜찮아, 디야."
내 목소리는 작았지만 차분했다. 그녀는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앞을 보며 걷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의 뒤를 따랐다. 쇠사슬이 발걸음마다 덜컹거리는 소리를 냈다.
햇빛이 점점 강해지기 시작했다. 아침의 서늘함이 사라지고 따가운 열기가 내리쬐기 시작했다. 나는 망토를 머리까지 뒤집어쓰고 있었지만, 그것은 오히려 더 덥게 만들었다.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 땀방울이 척추를 따라 엉덩이 사이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다른 액체와 섞였다. 내 자신의 분비물이 허벅지 안쪽을 적셨다. 그 끈적하고 축축한 감촉이 걸을 때마다 피부 위를 스쳤다. 그것은 불쾌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몸을 자극했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싶었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줄은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고, 나는 그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발바닥은 이미 상처를 입기 시작했다. 발가락 사이로 모래가 끼었고, 굳은살이 벗겨진 부분이 따가웠다. 나는 그 고통을 의식적으로 느끼기로 했다. 고통은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유일한 현실이었다.
나는 디야의 등 뒤에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작은 어깨가 햇빛에 반짝이고 있었다. 그녀의 발걸음은 가볍고 확신에 차 있었다. 나는 그녀가 이 길을 얼마나 많이 걸어왔을지 생각했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상인단과 함께 여행해왔다. 노예무역을 배우면서 자랐다. 그런 그녀를 내가 가르쳤다. 그리고 이제 그녀는 나를 상인으로서 팔고 있었다.
그 생각은 아이러니했다. 아니, 비극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역설이었다. 나는 그녀를 사랑했다. 그 사랑 때문에 나는 모든 것을 버렸다. 지위, 명예, 자유, 그리고 내 몸까지. 그녀를 위해 나는 모든 것을 내려놓기로 선택했다. 그 선택이 지금 이 순간, 이렇게 현실이 되어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오후가 되자 햇빛은 더욱 뜨거워졌다. 나는 갈증을 느꼈다. 목이 타들어가는 듯했다. 디야가 뒤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내 상태를 알아차린 듯 물병을 건넸다. 나는 손을 내밀어 받았다. 하지만 사슬 때문에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었다. 그녀는 가볍게 웃으며 물병을 내 입에 가져다댔다. 나는 그 물을 마셨다. 시원한 물이 목을 타고 흘러들어갔다. 그것은 생명이었다.
"고마워."
내가 속삭였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나는 그 짧은 순간의 친밀감이 가슴 속에서 따뜻하게 퍼지는 것을 느꼈다.
해가 질 무렵, 상인단은 작은 숲 가장자리에 야영지를 세웠다. 나는 다른 노예들과 함께 가축 우리 같은 울타리 안에 갇혔다. 철제 난간이 차갑게 피부에 닿았다. 나는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무릎에 턱을 괴었다. 다른 노예들은 나를 훔쳐보았다. 그들의 눈에는 호기심과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 그들은 내가 전에 주인이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저 또 하나의 노예가 더해졌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밤이 깊어졌다. 달빛이 희미하게 우리 안을 비추었다. 목줄이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나는 손을 들어 목줄을 만졌다. 금속의 차가운 감촉이 손끝을 스쳤다. 그 감촉은 나에게 과거를 떠올리게 했다. 내가 디야에게 목줄을 채웠던 그 순간들. 그때 나는 웃고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이제 너는 내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 역할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나는 그녀의 것이 되었다. 그 역전이 너무나 선명하게 느껴져서 나는 가슴 한복판이 저려왔다.
나는 눈을 감고 내 과거를 되짚었다. 나는 언제부터 이렇게 타락하기 시작했을까? 아니, 타락이라기보다는 변질이었을까? 나는 어릴 때부터 노예무역을 배웠다. 그것은 우리 가문의 전통이었다. 나는 자랑스러운 상속자였다. 수많은 노예를 사고팔았다. 그들의 고통을 보면서도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않았다. 그저 상품이었다. 나는 그들에게 친절하기도 했고, 때로는 잔인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내가 주인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디야를 만나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그녀는 내가 생각하던 노예의 전형과는 완전히 달랐다. 그녀는 작고 약했지만, 그 눈빛에는 꺼지지 않는 빛이 있었다. 그녀는 순응하지 않았다. 그녀는 저항했다. 그 저항이 나를 매료시켰다. 처음에는 단순한 재미였다. 하지만 곧 그것은 집착으로 변했다. 그리고 집착은 사랑으로.
나는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 사랑이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다. 그런데 그 사랑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 모든 것을 무너뜨리는 힘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복종하고 싶다는 욕망을 느꼈다. 그 욕망이 처음에는 두려웠다. 하지만 점점 더 강해졌다. 결국 나는 스스로 그녀에게 무릎 꿇었다. 그리고 이렇게 노예가 되었다.
하지만 지금, 이 어둠 속에서 혼자 생각하면서, 나는 내 마음속에 또 다른 욕망이 숨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완전한 복종에 대한 갈망. 통제권을 내려놓고 다른 사람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싶은 소망. 나는 주인으로서 항상 통제해야 했다. 그것은 지치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 나는 통제받는 쪽이 되었다. 그 사실이 어떤 면에서는 안도감을 주었다.
나는 그 안도감이 부끄러웠다. 나는 노예가 되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그것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내 의지로 선택한 길이니까.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기로 했다.
그때, 디야의 마력 연결이 느껴졌다. 그것은 미약한 떨림처럼 내 가슴 속에서 진동했다. 나는 그 연결을 통해 그녀의 감정을 읽을 수 있었다. 그녀는 걱정하고 있었다. 나를 걱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리움도 있었다. 그녀는 내가 곁에 있음을 느끼고 싶어 했다. 나는 그 감정을 받아들이며 가슴이 따뜻해짐을 느꼈다.
'디야, 나는 여기 있어.'
나는 마음속으로 그녀에게 속삭였다. 그리고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 미소는 가볍고 자연스러웠다. 나는 그녀를 위해 이 모든 것을 견딜 수 있었다. 그녀를 위해 나는 어떤 고통도 감수할 수 있었다. 그것이 사랑이었다.
밤하늘에 별이 반짝이고 있었다. 나는 그 별들을 바라보며 숨을 고르게 쉬었다. 다른 노예들은 잠들어 있었다. 그들의 낮은 숨소리가 내 귀에 들렸다. 나는 그들과 함께 여기 있었다. 나는 더 이상 그들 위에 있지 않았다. 나는 그들 중 하나였다. 그리고 그 사실이 나를 더욱 평온하게 만들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눈을 떴다.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일어나야 했다. 상인단은 항상 새벽에 출발했기 때문이다. 나는 몸을 일으켜 앉았다. 온몸이 뻐근했다. 바닥에 돌부리가 있어서 잠을 설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불평하지 않았다.
디야가 우리 앞에 서 있었다. 그녀는 작은 손으로 열쇠를 들고 있었다. 그녀가 문을 열자 다른 노예들이 먼저 나갔다. 마지막으로 나의 차례가 되었다. 그녀가 내 손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 그 순간, 우리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녀의 눈에는 여전히 걱정이 깃들어 있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자부심도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임무를 잘 수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녀가 자랑스러웠다.
"오늘도 잘 버텨야 해."
그녀가 작게 속삭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는 괜찮아."
그녀가 내 손을 놓았다. 그리고 내 목줄을 잡아당겼다. 사슬이 덜커덩 소리를 내며 팽팽해졌다. 나는 그녀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다시 길 위에 섰다. 햇빛이 우리를 반겼다. 오늘도 긴 여정이 시작될 것이었다. 나는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공기 중에는 먼지와 풀 냄새가 섞여 있었다. 그리고 약간의 땀 냄새도. 그것은 노예의 냄새였다. 이제 나도 그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걷는 동안 나는 계속 생각했다. 이것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었다. 이것은 나의 타락의 여정이었다. 나는 내 자신을 다시 정의하고 있었다. 주인에서 노예로, 통제자에서 복종자로. 그 변환은 하룻밤 사이에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어 왔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그것은 계속되고 있었다.
나는 디야의 등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앞을 보며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었다. 그녀의 작은 그림자가 햇빛에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 나는 그 그림자를 따라 걷고 있었다. 마치 내가 그녀의 그림자라도 된 것처럼. 그리고 생각했다. 나는 그녀의 그림자로 살아도 좋다고. 그녀를 위해 존재하는 것. 그것이 나의 새로운 목적이었다.
그 생각은 이상하게도 나를 안정시켰다. 모든 것이 변했지만, 변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나의 디야에 대한 사랑. 그 사랑이 나를 지탱해주고 있었다. 나는 그 사랑을 붙잡고 앞으로 나아가기로 했다. 어떤 고통이 기다리든, 어떤 굴욕이 닥치든, 나는 이 길을 걸어갈 것이다. 디야를 위해서.
해가 중천에 뜰 무렵, 우리는 잠시 쉬었다. 나는 그늘에 앉아 물을 마셨다. 디야가 내 옆에 앉았다. 그녀는 나에게 건포도를 한 줌 건넸다. 나는 감사히 받아 먹었다. 달콤한 맛이 입 안에 퍼졌다. 나는 그 작은 즐거움에 미소 지었다. 디야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손길이 부드러웠다. 나는 그 손길에 몸을 맡겼다.
"너는 정말 달라졌어."
그녀가 말했다. 나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예전의 너는 절대 이런 걸 하지 않았을 거야. 다른 사람에게 무릎 꿇는 걸 절대 용납하지 않았을 거야."
나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는 달라졌어. 하지만 그것은 나쁜 변화는 아니야."
디야가 가만히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이 깊어졌다.
"그럼 무엇이 변하게 한 거야?"
"너야."
내 대답은 간단했다. 그녀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녀의 눈에 감정이 스쳤다. 놀라움, 감사, 그리고 약간의 두려움. 그녀는 아직 내 사랑의 깊이를 완전히 믿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그녀의 손을 잡았다.
"나는 내 의지로 선택한 거야.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어. 나는 너를 사랑해. 그래서 이 모든 것을 견딜 수 있어."
그녀는 내 손을 꼭 쥐었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침묵이 더 많은 말을 전해주었다. 나는 그 침묵을 이해했다.
잠시 후, 우리는 다시 길을 떠났다. 오후의 햇빛은 더욱 뜨거웠다. 나는 땀을 닦으며 걸었다. 몸은 지쳤지만, 마음은 평온했다. 나는 이 여정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긴 여정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 끝에는 디야가 있을 것이다. 그녀를 위해 나는 걸어갈 것이다.
저녁이 되자 상인단은 강가에 야영지를 세웠다. 물소리가 청량하게 들려왔다. 나는 몸을 씻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하지만 노예에게는 그런 권리가 없었다. 나는 다른 노예들과 함께 다시 우리 안에 갇혔다. 하지만 디야가 다가와 내 손을 잡았다.
"나랑 같이 가자."
그녀는 나를 데리고 강가로 갔다. 그녀는 내게서 옷을 벗겼다. 그리고 물속으로 나를 밀어 넣었다. 시원한 물이 내 뜨거운 몸을 감쌌다. 나는 그 물속에 잠겨 몸을 씻었다. 디야는 강가에 앉아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평화로움이 깃들어 있었다. 나는 그녀가 지켜보는 가운데 몸을 씻으며 생각했다. 이것이 우리의 새로운 관계였다. 그녀는 주인이고, 나는 노예였다. 하지만 그 관계 속에도 사랑이 있었다.
나는 물 밖으로 나와 몸을 말렸다. 디야가 내게 옷을 건넸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입지 않았다. 그녀 앞에서 나는 모든 것을 드러내도 괜찮았다. 그녀는 내 주인이고, 내 몸은 그녀의 것이기 때문에. 그녀가 내게 옷을 입히기를 원했지만, 나는 맨몸으로 그녀 앞에 서 있기로 했다. 그것이 나의 복종의 표시였다.
"추울 거야."
그녀가 걱정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나는 네 앞에 서 있고 싶어. 있는 그대로."
그녀는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일어나 내게 다가와 가볍게 포옹했다. 그 포옹은 따뜻했다. 나는 그 포옹 속에서 모든 걱정을 내려놓았다.
그날 밤, 나는 다시 우리 안에 갇혀 있었다. 하지만 디야가 내 곁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내 무릎에 머리를 기대고 잠들었다. 나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녀의 숨소리가 작고 규칙적으로 들렸다. 나는 그 녀의 잠든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 얼굴은 순수하고 평화로웠다. 나는 그녀를 지키기로 다짐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그녀를 지키겠다고.
나는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별들은 쉬지 않고 빛나고 있었다. 그 별들처럼, 나의 사랑도 쉬지 않고 타오르고 있었다. 그 사랑이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나를 인도할 것이다. 나는 그 믿음을 가지고 눈을 감았다. 내일이 오면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두렵지 않았다. 왜냐하면 디야가 내 곁에 있으니까.
잠이 들기 직전, 나는 속으로 작게 중얼거렸다.
"디야, 나는 영원히 너의 것이다."
그 말은 약속이었다. 나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살 것이다. 아니, 그 약속을 지키면서 살 것이다. 그것이 나의 새로운 길이었다. 노예의 길, 타락한 길, 하지만 사랑으로 가득 찬 길.
나는 그 길을 걸어갈 용기가 있었다. 그 용기를 나는 이미 찾았다. 바로 디야의 눈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