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틈새에서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끊어졌다. 냉월리의 눈동자는 흐릿하게 풀려 있었지만, 그 속에서 유난히 날카로운 반짝임이 스쳤다. 그녀의 체내에서 오래도록 감춰져 있던 별의 힘이 마치 잠에서 깨어난 듯 천겁의 잔향과 함께 불규칙한 파동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 파동은 황금줄과 충돌하며 전율을 일으켰다. 처음에는 미세했지만 점점 격렬해졌다.
황금줄이 갑자기 조여들었다. 평소처럼 그녀의 경맥과 진기를 빨아들이려 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별의 힘은 차갑고 깊었으며, 천겁의 잔향은 마른 불꽃 같았다. 두 힘이 겹쳐져 황금줄 속을 미친 듯이 휘젓고 다녔다. 황금줄은 불안정하게 떨리더니, 미세한 금이 가는 소리와 함께 ‘탁’ 하고 끊어졌다. 이내 ‘우지직’ 하는 소리가 연달아 났고, 수많은 금빛 조각들이 벽 틈새로 흩어져 떨어져 내렸다.
등사장은 눈앞의 광경에 기겁하여 오줌을 지릴 듯 벌벌 떨었다. 흑전일랑도 얼굴색이 변했지만, 여전히 침착한 척하며 손가락으로 주문을 외웠다. 그러나 그가 던진 모든 술법은 허공에 닿기도 전에 흩어져 사라졌다.
쇠사슬이 땅에 떨어지며 ‘쨍그랑’ 소리를 냈다. 냉월리는 천천히 벽에서 몸을 떼고 맨발로 차가운 돌바닥을 디뎠다. 너덜너덜해진 흰 옷은 마치 수많은 낙인처럼 그녀의 몸을 감쌌다.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눈동자는 조금 충혈되어 있었지만, 오랜만에 보는 맑고 선명한 빛이 반짝였다.
등사장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넘어졌다. "살려줘! 살려줘, 제발!"
냉월리는 그를 바라보았다. 이 비루한 남자, 조상 대대로 내려온 황금줄로 인해 우연히 그녀의 몸을 지배하게 된 자. 그리고 흑전일랑, 자신을 농락하고 속여 이 지경에 이르게 한 늙은 여우. 그녀는 다시 문 밖을 바라보았다. 담 너머에서는 아직도 흥분된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백성들, 자신의 명성을 칭송하던 바로 그 백성들이었다.
그녀의 입가에 슬픔이 스쳤다. 그리곤 아주 낮고 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지쳤다."
그 말과 함께 두 사람은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에 붙잡힌 듯 몸이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 그들은 힘없이 뒷벽으로 튕겨 나갔다가, 마치 솜주머니처럼 바닥에 떨어졌다. 다행히 목숨은 부지했다.
냉월리는 더 이상 그들을 쳐다보지 않았다. 그녀는 몸을 돌려 맨발로 문 밖으로 걸어 나갔다. 흰 옷자락이 바람에 흩날렸고, 그 뒤로는 산산조각난 황금줄의 잔해만이 남아 반짝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