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신 타락록

站点:NovelAI.one内容:前8章在线试读ID:0b27a88c更新:2026-07-02 14:10
벽 틈새에서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끊어졌다. 냉월리의 눈동자는 흐릿하게 풀려 있었지만, 그 속에서 유난히 날카로운 반짝임이 스쳤다. 그녀의 체내에서 오래도록 감춰져 있던 별의 힘이 마치 잠에서 깨어난 듯 천겁의 잔향과 함께 불규칙한 파동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 파동은 황금줄과 충돌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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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줄失效, 검신 탈출

벽 틈새에서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끊어졌다. 냉월리의 눈동자는 흐릿하게 풀려 있었지만, 그 속에서 유난히 날카로운 반짝임이 스쳤다. 그녀의 체내에서 오래도록 감춰져 있던 별의 힘이 마치 잠에서 깨어난 듯 천겁의 잔향과 함께 불규칙한 파동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 파동은 황금줄과 충돌하며 전율을 일으켰다. 처음에는 미세했지만 점점 격렬해졌다.

황금줄이 갑자기 조여들었다. 평소처럼 그녀의 경맥과 진기를 빨아들이려 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별의 힘은 차갑고 깊었으며, 천겁의 잔향은 마른 불꽃 같았다. 두 힘이 겹쳐져 황금줄 속을 미친 듯이 휘젓고 다녔다. 황금줄은 불안정하게 떨리더니, 미세한 금이 가는 소리와 함께 ‘탁’ 하고 끊어졌다. 이내 ‘우지직’ 하는 소리가 연달아 났고, 수많은 금빛 조각들이 벽 틈새로 흩어져 떨어져 내렸다.

등사장은 눈앞의 광경에 기겁하여 오줌을 지릴 듯 벌벌 떨었다. 흑전일랑도 얼굴색이 변했지만, 여전히 침착한 척하며 손가락으로 주문을 외웠다. 그러나 그가 던진 모든 술법은 허공에 닿기도 전에 흩어져 사라졌다.

쇠사슬이 땅에 떨어지며 ‘쨍그랑’ 소리를 냈다. 냉월리는 천천히 벽에서 몸을 떼고 맨발로 차가운 돌바닥을 디뎠다. 너덜너덜해진 흰 옷은 마치 수많은 낙인처럼 그녀의 몸을 감쌌다.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눈동자는 조금 충혈되어 있었지만, 오랜만에 보는 맑고 선명한 빛이 반짝였다.

등사장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넘어졌다. "살려줘! 살려줘, 제발!"

냉월리는 그를 바라보았다. 이 비루한 남자, 조상 대대로 내려온 황금줄로 인해 우연히 그녀의 몸을 지배하게 된 자. 그리고 흑전일랑, 자신을 농락하고 속여 이 지경에 이르게 한 늙은 여우. 그녀는 다시 문 밖을 바라보았다. 담 너머에서는 아직도 흥분된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백성들, 자신의 명성을 칭송하던 바로 그 백성들이었다.

그녀의 입가에 슬픔이 스쳤다. 그리곤 아주 낮고 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지쳤다."

그 말과 함께 두 사람은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에 붙잡힌 듯 몸이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 그들은 힘없이 뒷벽으로 튕겨 나갔다가, 마치 솜주머니처럼 바닥에 떨어졌다. 다행히 목숨은 부지했다.

냉월리는 더 이상 그들을 쳐다보지 않았다. 그녀는 몸을 돌려 맨발로 문 밖으로 걸어 나갔다. 흰 옷자락이 바람에 흩날렸고, 그 뒤로는 산산조각난 황금줄의 잔해만이 남아 반짝이고 있었다.

도심 파괴, 자진 타락

밤하늘에 별빛이 드문드문 박혀 있었다. 냉월리는 홀로 뜰 한가운데 서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바람이 그녀의 소매를 스치며 차가운 공기가 살갗에 닿았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스승의 엄숙한 경계가 울려 퍼졌다. "검을 쥐는 자, 천하를 지키라. 백성을 위해 싸우라. 그대의 길은 바로 나의 길이니라." 그 말을 따라 수십 년을 걸어왔다. 왜국의 10만 대군을 세 번의 검으로 물리쳤고, 중생을 지켜냈다. 그 모든 것이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바로 지금, 그 의미가 부서졌다.

백성들의 웃음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그녀가 지키고자 했던 사람들, 그들이 그녀를 비웃었다. 그들은 그녀의 희생을 알지 못했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저 그녀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강하다는 이유만으로 두려워하고 멀리했다. 그들의 웃음은 칼보다 더 날카로워 그녀의 가슴을 찔렀다.

"무엇을 위해 싸웠는가?" 그녀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답은 없었다. 그 공허함이 그녀의 내면을 삼켜버릴 듯이 밀려왔다.

그때, 땅에서 일어난 등사장이 그녀의 모습을 보고 놀라며 말했다. "저, 저런... 도심이 완전히 부서졌구나?"

흑전일랑은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다가왔다. 그의 눈에는 날카로운 빛이 스쳤다. 그는 냉월리의 넋이 나간 듯한 표정을 보며 기회를 포착했다.

"냉월리, 그대는 이제 하늘에 오를 수 없네." 그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다. "도심이 부서졌으니, 더 이상 검신으로서의 길도, 국사로서의 자격도 없어. 그대가 지키려 했던 모든 것이 한순간에 사라졌네."

냉월리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청랭한 눈동자에는 더 이상 살의가 없었다. 대신 세상을 꿰뚫어 본 듯한 피로와 자조가 깃들어 있었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피가 스며드는 것 같은 아픔이 느껴졌지만, 그녀는 웃었다.

"그렇구나. 모두가 그저 헛것이었어."

그녀는 천천히 걸어 흑전일랑 앞에 멈추었다. 그리고 무릎을 꿇었다. 그 자세는 고귀한 검신의 그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내려놓은 자의 모습이었다.

"소첩은 주군을 모시기를 원하오니, 부디 남편이 첩을 받아들이소서."

그녀의 목소리는 평온했다. 마치 오래전부터 정해진 운명을 받아들이는 듯. 그녀는 두 손을 모아 흑전일랑에게 올렸다. 그 손바닥 위에는 자신의 본명 영혼이 빛나고 있었다. 그것은 그녀의 모든 힘과 기억, 존엄을 담은 것이었다.

흑전일랑은 그 모습을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는 손을 내밀어 그 빛을 받아들였다. 영혼 계약이 맺어지는 순간, 냉월리의 몸은 가벼워지는 듯했지만 동시에 무거운 사슬이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더 이상 자신의 주인이 아니었다.

"잘했다, 내 첩실아." 흑전일랑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부터 그대의 몸과 영혼은 모두 나의 것이다."

냉월리는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지만, 그것을 닦지 않았다. 그녀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수치심과 고통 속에서도 마지막 반항심을 간직한 채, 그녀는 자신의 타락을 받아들였다.

바람이 다시 불어와 그녀의 머리칼을 흩뜨렸다. 별빛은 여전히 드문드문 박혀 있었지만, 그녀의 마음속에는 더 이상 빛이 없었다. 오직 어둠만이 깃들었다.

신혼 첫날밤, 존엄의 첫 번째 짓밟힘

퇴수거 안은 붉은 비단과 초롱불로 장식되어 있었다. 누런 등잔불이 어둑한 방 안에 희미하게 비쳤다. 등사장이 직접 술상을 차렸지만 손님이라곤 흑전일랑과 냉월리, 단 셋뿐이었다.

냉월리는 흑전이 건네는 진홍색 기모노를 입고 있었다. 깃은 거의 명치까지 내려와 있었다. 매끈한 쇄골과 넓고 하얀 가슴이 훤히 드러났다. 그녀는 손을 들어 깃을 여미려다 말았다. 어차피 소용없는 짓이었다.

그녀의 표정은 담담했다. 마치 평범한 연회에 참석한 것처럼 고개를 숙여 술잔을 바라보았다.

흑전일랑이 술잔을 들어 올리며 웃었다.

"대하의 검신 국사께서 이제 내 처실이 되셨으니, 어찌 한잔 올리지 않겠소?"

냉월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술잔을 들어 단번에 비웠다. 혀끝에 퍼지는 쓴맛이 그녀의 의식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었다.

연회가 끝나갈 무렵, 흑전일랑이 일어나 냉월리 앞에 섰다. 그의 눈에는 음흉한 빛이 스쳤다.

"자, 이제 신혼 첫날밤의 예를 행해야지. 무릎 꿇어라."

냉월리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 청랭한 눈동자가 흑전을 응시했다. 잠시 망설임이 흘렀다.

그 순간, 영혼 깊은 곳에서 찌르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 계약의 사슬이 그녀의 정신을 할퀴었다. 냉월리는 이를 악물고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차가운 바닥이 무릎을 파고들었다.

흑전일랑이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검신 낭랑께서는 예절을 아는군. 자, 이제 네 손으로 네 뺨을 쳐라. 남편의 명령이다."

냉월리의 눈이 가늘게 떨렸다. 그 고고한 얼굴이 살짝 창백해졌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영혼을 찢는 고통이 엄습했다. 그녀는 떨리는 손을 들어 올렸다.

찰싹.

맑은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하얀 뺨 위로 붉은 손자국이 선명하게 새겨졌다.

찰싹. 찰싹.

한 대, 또 한 대. 냉월리는 눈을 감았다. 눈동자에 맺힌 눈물이 뜨거웠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계속 때렸다. 고운 손이 제 아름다운 얼굴을 때릴 때마다 굴욕이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흑전일랑이 고개를 끄덕이며 지켜보았다. 그의 눈에는 즐거움이 어려 있었다.

"그래, 잘한다. 더 세게."

등사장도 그 광경을 바라보며 킥킥거렸다. 그는 술잔을 들고 관람하듯 앉아 있었다.

찰싹. 찰싹. 찰싹.

냉월리의 뺨이 붉게 부풀어 올랐다. 눈물이 마침내 흘러내렸지만 그녀는 끝까지 소리 내지 않았다.

흑전일랑이 손을 들어 그녀의 턱을 잡고 강제로 얼굴을 들게 했다.

"눈물이 흐르는 모습도 아름답구나. 하지만 오늘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기모노를 벗어라."

냉월리의 몸이 움찔했다. 그녀는 손을 가슴께로 올렸다. 영혼의 고통이 다시 엄습했다. 그녀는 천천히 어깨를 움직여 기모노를 흘러내리게 했다. 붉은 비단이 바닥에 쌓였다.

맨몸이 초롱불 아래 드러났다. 차가운 바람이 살갗을 스쳤다. 냉월리는 무릎 꿇은 자세 그대로, 두 팔을 옆으로 내린 채 떨었다.

흑전일랑이 다가와 그녀 앞에 섰다. 그는 야윈 손을 내밀어 그녀의 가슴 앞에 솟아오른 눈봉우리를 움켜잡았다. 거칠게 주무르는 손길에 냉월리의 숨이 멎었다. 이어 그의 손톱이 젖꼭지를 찔렀다.

냉월리가 입술을 깨물었다.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러나 몸은 익숙한 접촉에 저도 모르게 떨렸다. 굴욕과 분노가 뒤섞인 감정이 가슴 속에서 소용돌이쳤다.

흑전일랑이 귓가에 속삭였다.

"검신 낭랑, 네 몸은 이미 내 것이다. 네 존엄도, 네 자존심도.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냉월리는 고개를 숙였다. 눈물이 바닥에 떨어져 작은 물방울을 만들었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그 청랭한 눈빛 속에 마지막 불꽃이 희미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기억 회귀, 검신 재현

냉월리의 의식은 깊은 어둠 속에서 서서히 떠올랐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감각이 그녀의 전신을 스며들었다. 차갑고 맑은 공기가 폐부를 채우고, 발밑에는 단단한 얼음이 있었다.

그녀는 눈을 떴다. 곤륜산 정상이었다.

만년설이 뒤덮인 산봉우리가 끝없이 펼쳐져 있고, 푸른 하늘엔 먹구름 한 점 없었다. 바람이 불자 눈발이 흩날리며 그녀의 검은 머리카락을 스쳤다. 냉월리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하얗고 가느다란 손가락, 그 안에 쥐어진 청명한 장검이 반짝이고 있었다.

검신이었다.

그녀는 기억했다. 이 순간, 바로 그녀가 가장 영화로웠던 때였다. 삼검으로 왜국 십만 대군을 무찌르고, 천하를 위해 화를 막아낸 그날.

멀리서 함성이 들려왔다. 수많은 적군이 밀려오고, 그들의 갑옷과 무기가 햇빛에 반짝였다. 하지만 냉월리의 눈에는 두려움이 없었다. 그저 연민이 스쳤을 뿐이다.

“중생이여...”

그녀가 검을 휘둘렀다. 한 줄기 푸른 빛이 허공을 가르며, 마치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첫 번째 검이었다. 적진이 무너지고, 수천 명의 병사가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두 번째 검. 바람이 울부짖고, 눈보라가 휘몰아쳤다. 검이 지나간 자리마다 얼음이 얼어붙고, 적들은 꼼짝할 수 없게 되었다.

세 번째 검. 하늘과 땅이 진동했다. 냉월리의 검이 빛을 발하며, 마치 용이 하늘로 오르는 듯한 기세였다. 십만 대군이 모두 쓰러지고, 승리는 그녀의 것이었다.

그녀는 조용히 하늘을 바라보았다. 피 묻은 검을 휘두르며, 검신 낭랑의 위엄을 되찾았다. 이 순간, 그녀는 다시 한 번 중생을 가엾게 여기는 그 옛날의 국사였다.

그러나 갑자기, 모든 것이 흔들렸다.

참을 수 없는 통증이 음부에서 치솟았다. 누군가가 그녀의 음핵을 움켜쥐고, 거칠게 비틀어댔다.

“아!”

냉월리가 비명을 질렀다. 그녀의 몸이 활처럼 휘어지고, 무릎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다. 검도 손에서 미끄러져 떨어졌다.

눈앞의 풍경이 깨져 흩어졌다. 곤륜산의 눈과 얼음이 사라지고, 대신 어둡고 눅눅한 방이 나타났다. 그녀는 자신이 침대 위에 엎드려 있음을 깨달았다.

“하, 검신 낭랑께서는 아직도 옛날 꿈을 꾸고 계시는가?”

흑전일랑의 냉소적인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흑전이 타락한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그의 손가락은 아직도 그녀의 젖은 음부 속에 박혀 있었다.

냉월리의 눈에 분노가 스쳤다. 그러나 그 감정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대신 익숙한 체념이 밀려왔다. 그녀는 자신이 다시 한 번 그의 손아귀에 놀아나고 있음을 깨달았다.

“네놈...”

냉월리가 말을 꺼내려 했지만, 목소리는 떨렸다. 과거의 영광이 아직도 그녀의 뇌리에 남아 있어, 현실과의 괴리가 너무나 컸다.

흑전이 그녀의 턱을 잡아 올렸다. 그의 눈빛은 교활하고 냉혹했다.

“이게 바로 본군이 보고 싶은 것이다. 검신 낭랑께서 예전에 어땠는지 기억하고, 지금 어떤 꼴인지 바라보게. 네 영혼의 가장 고귀한 부분을 내 손으로 더럽히는 이 쾌감이란...”

그가 손을 놓고, 구석에 놓인 동경을 가리켰다. 냉월리는 자신도 모르게 그곳을 바라보았다.

거울 속에는 완전히 다른 모습의 자신이 있었다.

옷은 흐트러져 있고, 얼굴은 붉게 물들었으며, 입가에는 침이 흐르고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혼탁하고, 그 안에는 쾌락과 수치심이 뒤섞여 있었다. 한때 중생을 구원했던 검신 낭랑이 아니라, 지금은 단지 음란한 장난감이 되어 있었다.

“아... 아니야... 나는...”

냉월리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거울 속의 그녀도 똑같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 모습은 너무나 낯설고, 또 너무나 익숙했다.

흑전이 그녀의 뒤에서 다가와, 귀에 입을 대고 속삭였다.

“보아라. 네 참모습을. 네가 아무리 과거에 집착해도, 지금 너는 내 것이다. 이 몸도, 이 영혼도, 모두 내 것이다.”

그의 손이 다시 그녀의 몸을 더듬었다. 냉월리는 몸을 떨었지만, 더 이상 저항하지 않았다. 익숙한 굴욕이 그녀를 감쌌고, 그 안에서 기이한 쾌락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곤륜산의 눈과 얼음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위로, 거울 속의 자기 모습이 겹쳐졌다.

“네가 원한다면... 이렇게 해도 좋다...”

냉월리가 작게 중얼거렸다. 그 말은 자신을 향한 포기이자, 동시에 마지막 반항이었다.

흑전이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 그 웃음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웠고, 냉월리는 그 속에서 점점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다.

도게자와 머리 조르며 애원

정적 가득한 정원, 가을볕이 뜨겁게 내리쬐는 청석판 위로 냉월리가 무릎을 꿇었다. 그녀의 흰 도포 자락이 돌바닥에 깔렸고, 머리카락은 어지럽게 흩어져 반쯤 가린 얼굴에 드리워져 있었다. 흑전일랑은 정원 한가운데 놓인 태사 의자에 느긋하게 앉아 손가락으로 찻잔 가장자리를 가볍게 두드리며, 낮고 음흉한 목소리를 냈다.

“냉월리, 네가 내 앞에 무릎 꿇은 지도 여러 날이다만, 예의를 아직 배우지 못한 것 같구나. 오늘은 내가 몸소 가르쳐주마. 너의 신분이 무엇인지 또렷이 말하고, 한 마디에 한 번씩 머리를 조아려라.”

그의 목소리는 느릿느릿했지만, 그 속에 담긴 위압감은 마치 가시 돋친 채찍처럼 냉월리의 영혼을 할퀴었다. 냉월리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차가운 얼음 같았지만, 그 깊은 곳에 견디기 힘든 고통이 어렴풋이 스쳤다. 그녀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한참의 침묵이 흐른 뒤, 마침내 냉랭하고 약간 떨리는 목소리가 정원에 울려 퍼졌다.

“소첩은 왜국 흑전일랑의 천첩, 옛 대하 검신 냉월리입니다.”

말이 떨어지자마자 그녀는 이마를 힘껏 청석판에 박았다. 돌과 살이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 이마의 살갗이 찢어지고, 선혈이 주르륵 흘러내려 푸른 돌을 붉게 물들였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다시 외쳤다.

“소첩은 왜국 흑전일랑의 천첩, 옛 대하 검신 냉월리입니다.”

또 한 번의 둔탁한 충돌. 이마의 상처가 더 깊어졌고, 피가 눈썹을 타고 흘러내려 눈가를 적셨다. 그녀는 속눈썹을 깜빡이며 시야를 맑게 하려 했지만, 눈물과 피가 뒤섞여 앞이 흐릿해졌다.

흑전일랑은 태연하게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의 고통을 즐겼다. 그는 손가락으로 찻잔 가장자리를 가볍게 문지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계속해라. 아흔아홉 번을 채워야 한다.”

냉월리의 손가락이 소매 안에서 덜덜 떨렸다.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다시 고개를 숙여 이맛살을 박았다. 한 번, 두 번, 세 번… 매번 내려칠 때마다 정해진 말을 되뇌이며, 그 목소리는 갈수록 쉬어갔다. 이마의 살갗이 이미 너덜너덜해져 뼈가 드러날 듯했고, 피가 도포 자락을 적셔 흥건히 젖었다. 그녀는 아프다는 말 한 마디 하지 않았지만, 목소리는 갈수록 작아졌다. 마치 짐승의 신음처럼 애처롭고 처참했다.

열네 번째, 열다섯 번째… 갑자기 등 뒤에서 한 줄기 공기가 스치고, 굵은 손가락이 그녀의 머리칼을 움켜쥐며 위로 잡아당겼다. 등사장의 얼굴이 다가왔다. 그의 눈에는 우둔하고 탐욕스러운 빛이 반짝였다.

“주인님, 이 여자가 너무 느립니다. 제가 좀 도와드릴까요?”

흑전일랑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손을 휘저었다.

“됐다, 네 솜씨는 거칠어서 그냥 두거라.”

등사장이 손을 놓자, 비틀거리던 냉월리가 다시 무릎을 꿇었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머리를 계속 조아렸다. 삼십여 번이 넘자, 두개골이 울리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갈라져 거의 들리지 않았고, 마른 숨결만이 간신히 글자를 이루었다.

“소첩은… 왜국 흑전일랑의… 천첩…”

흑전일랑은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그녀 앞으로 걸어갔다. 그는 신발코로 냉월리의 피 묻은 턱을 받쳐 들어 그녀가 얼굴을 들게 했다. 이마의 피가 이미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을 뒤덮었고, 눈물과 뒤섞여 처참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아름다움을 자아냈다. 흑전일랑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직 예순한 번 남았다. 계속해라.”

냉월리는 눈을 감았다. 눈물이 피를 타고 흘러 돌 위에 떨어져 작은 꽃망울을 이루었다.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이번에는 속삭임보다 더 작은 목소리로 냉랭하고 떨리는 독백을 읊조렸다.

“소첩은… 왜국 흑전일랑의 천첩… 옛 대하 검신 냉월리입니다.”

머리가 다시 한 번 무겁게 내리꽂혔다. 더 이상 둔탁한 소리는 나지 않고, 대신 살과 뼈가 섞여 으스러지는 소리만이 정원 구석구석에 메아리쳤다. 흑전일랑은 다시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며 이 모든 것을 무심히 지켜보았다.

검신의 가슴 방울

검신의 가슴 방울

어스름한 달빛이 정원의 돌길 위에 스며들었다. 냉월리는 흑전일랑이 앉아 있는 어좌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여전히 맑고 차가웠지만, 그 속에는 이미 깊은 시름이 어려 있었다. 흑전일랑은 늙은 여우 같은 미소를 지으며 손에 든 정교한 금 방울 한 쌍을 천천히 흔들었다. 방울은 달빛에 반짝이며 가느다란 사슬에 매달려 맑은 소리를 냈다.

"검신 낭랑, 오늘 네게 새 장식을 하나 선사하겠소."

그의 목소리는 낮고 매끄러웠으며, 마치 뱀이 기어가는 듯했다. 냉월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자신의 운명이 더 이상 그녀의 뜻대로 되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흑전일랑은 일어나 그녀 앞에 다가와 손을 내밀어 그녀의 하얀 옷깃을 살며시 열었다. 냉월리의 몸이 살짝 떨렸지만, 저항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굴욕에 익숙해지려 하고 있었다.

사슬이 그녀의 젖가슴을 스치며 차가운 금속이 피부에 닿았다. 흑전일랑은 능숙하게 바늘을 꺼내어 그녀의 젖꼭지를 조심스럽게 꿰뚫었다. 아픔이 번졌지만, 냉월리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검신으로서 그녀는 이미 수많은 고통을 겪어왔다. 그러나 이 고통은 다르다. 그것은 그녀의 존엄을 찢어발기는 듯했다. 사슬이 통과하고, 마지막으로 금 방울이 그녀의 젖꼭지에 매달렸다. 흑전일랑은 두 개의 방울이 대칭으로 흔들리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자, 이제 일어나라."

냉월리는 천천히 일어섰다. 방울이 살짝 흔들리며 맑은 소리를 냈다. 그녀는 얇은 흰색 사사로 갈아입었다. 사사는 거의 반투명하여, 그 아래로 금 방울이 어렴풋이 비쳤다. 그녀가 걸을 때마다 방울이 딸랑거리며 그 소리가 적막 속에 울려 퍼졌다.

흑전일랑은 정원의 석등 옆에 앉아 차를 마시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정원을 한 바퀴 돌아라. 네 걸음걸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고 싶구나."

냉월리는 고개를 숙여 명령에 따랐다. 그녀는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뎠다. 젖꼭지에 걸린 방울이 걸을 때마다 그녀의 살을 찌르며 날카로운 고통을 전했다. 그녀는 자세를 꼿꼿이 유지하려 애썼지만, 방울 소리가 끊임없이 그녀의 굴욕을 상기시켰다. 돌길은 길고 차가웠으며, 그녀의 발걸음은 우아했지만, 마음속은 이미 쓰라림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여전히 검신이지만, 지금의 그녀는 주인의 장난감에 불과했다.

정원 한가운데에 있는 연못에 이르렀을 때, 그녀는 자신의 모습이 물에 비친 것을 보았다. 얇은 사사 아래, 방울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했다. 등사장은 정원 구석에 서서 저속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주인님, 검신 낭랑이 참 아름답습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아첨과 탐욕이 섞여 있었다. 흑전일랑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들어 냉월리를 불렀다.

"이리 오너라."

냉월리는 발걸음을 돌려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 흑전일랑은 손을 내밀어 사사 너머로 방울을 살며시 튕겼다. 방울이 요란하게 울리며 그녀의 몸이 그에 따라 떨렸다. 아픔과 수치심이 동시에 밀려왔지만, 그녀는 참아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흑전일랑은 냉소를 지었다.

"검신 낭랑의 가슴 방울 소리, 참 듣기 좋군. 마치 네가 지금 얼마나 아름다운지 말해주는 것 같아."

그의 손가락이 다시 한 번 방울을 튕겼고, 맑은 소리가 정원에 울려 퍼졌다. 냉월리는 눈을 감았다. 그녀는 생각했다. 예전 검신으로서 그녀는 수많은 적을 무찔렀지만, 지금은 이 늙은 여우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아직 완전히 타락하지 않았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아직 조금의 저항이 남아 있었다. 그녀는 반드시 기회를 찾아 이 굴레에서 벗어날 것이다.

"더 걸어라. 방울 소리가 그치지 않게."

흑전일랑의 명령이 다시 떨어졌다. 냉월리는 다시 정원을 걷기 시작했다. 방울 소리가 그녀의 발걸음을 따라 울려 퍼졌고, 그 소리는 그녀의 수치와 고통의 증거였다. 그러나 그녀는 머리를 숙이지 않았다. 그녀는 여전히 검신이다. 비록 지금은 타락했지만, 그녀는 반드시 일어설 것이다.

달빛이 그녀의 얇은 사사 위에 내려앉았고, 방울이 은은하게 빛났다. 그녀의 걸음걸이는 여전히 우아했고, 자태는 여전히 꼿꼿했다. 마치 모든 굴욕이 그녀를 쓰러뜨릴 수 없다는 듯이.

짓밟힌 검신의 얼굴

검신 타락록

제7장 짓밟힌 검신의 얼굴

어둑한 방 안에 기름 램프 불빛이 희미하게 깜박였다. 축축한 흙바닥 위에 냉월리는 나란히 누워 있었다. 그녀의 푸른 소매는 이미 찢겨져 너덜너덜했고, 하얀 팔뚝이 드러나 있었다. 그녀의 긴 머리는 어지럽게 흩어져 검은 윤기를 잃었다.

흑전일랑은 느릿느릿 그녀 곁으로 다가왔다. 그는 허리를 굽혀 냉월리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았다. 그 청랭한 눈빛 속에 담긴 고고함이 그의 마음속 증오를 다시 타오르게 했다.

“아직도 그 오만한 표정이구나.”

그는 중얼거리며 손을 뻗어 나막신의 끈을 풀었다. 나막신 한 짝이 벗겨져 바닥에 떨어지며 둔탁한 소리를 냈다. 이내 다른 한 짝도 벗겨졌다. 맨발이 드러났다. 발바닥에는 굳은 살이 박혀 거칠고 누렇다.

흑전일랑은 발을 들어 냉월리의 얼굴 바로 위에 갖다 댔다. 냉월리는 눈을 감았다. 그녀의 속눈썹이 살짝 떨렸다.

“눈을 떠라.”

흑전의 목소리는 낮고 차가웠다.

냉월리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의 호흡도 거의 멈춘 듯 가늘었다.

흑전은 발을 내리찍었다. 굳은 발바닥이 냉월리의 이마를 강하게 눌렀다. 부드러운 살갗이 발바닥 밑에서 짓눌렸다. 그는 발을 굴려 그녀의 코, 볼, 입술까지 천천히 힘을 주어 문질렀다. 냉월리의 얼굴은 거친 발바닥에 오그라들었다. 그녀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지만, 눈가가 붉게 충혈되기 시작했다.

“이게 바로…… 그날의 검신이구나.”

흑전은 발바닥을 그녀의 볼에 대고 좌우로 문질렀다. 피부가 당겨지며 주름이 잡혔다.

“삼검만에 십만 대군을 무찔렀다더니. 국사, 대하의 검신…… 다 그런 자리였어.”

그의 발이 그녀의 턱을 밟았다. 냉월리의 얼굴이 약간 옆으로 돌아갔다. 눈물이 눈가를 타고 흘러 흙바닥에 떨어졌다.

“네가 그날 그 검을 휘둘렀을 때, 내 다리가 잘려 나가는 그 순간, 네 마음이 어땠을까? 아마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겠지. 왜국의 늙은 도사 하나쯤이야.”

흑전의 발이 그녀의 이마 위로 올라갔다. 발가락이 그녀의 눈썹 사이를 더듬었다.

“하지만 결국 내 손에 떨어졌다. 이 발 아래에 네 얼굴이 이렇게……”

그는 발바닥으로 그녀의 얼굴 전체를 덮었다. 코가 눌려 숨 쉬기 어려워졌다. 냉월리의 가슴이 약간 움직였다. 그녀는 여전히 팔을 들어 올리지 않았다. 그저 누운 채로 떨고 있을 뿐이었다.

“젠장할.”

흑전은 발을 떼었다가 다시 세게 내리찍었다. 냉월리의 입술이 찢겨졌다. 붉은 피가 발바닥에 묻었다.

“저항하지 않느냐? 검을 꺼내지 않느냐?”

그는 발을 굴러 그녀의 얼굴 전체를 골고루 문질렀다. 이마에서 턱까지, 볼에서 입술까지, 어떤 부분도 빠짐없이.

“어째서? 왜 이렇게 견디는 거냐? 그날 나에게 검을 겨누었을 때는 그렇게 당당하더니.”

냉월리는 눈을 떴다. 그 눈동자는 여전히 청랭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더 이상 날카로운 빛이 없었다. 그저 텅 빈, 깊은 저수지 같은 침묵만이 가득했다.

흑전은 그 눈빛을 보고 갑자기 실소를 터뜨렸다. 그는 발을 거두고 몸을 돌려 나막신을 집어 신었다.

“좋아, 오늘은 여기까지다.”

그는 방문을 열고 나가려다 말고 잠시 멈추었다.

“등사장아.”

“예?”

어둠 속에서 등사장의 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문간에 서서 방 안을 슬쩍 훔쳐보았다.

“저년을 데리고 가서 씻겨라. 내일 다시 부를 테니.”

“알겠습니다, 스승님.”

등사장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바닥에 누워 있는 냉월리를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흙투성이었고 붉은 자국과 피가 섞여 지저분했다.

“일어나.”

등사장이 발로 그녀의 옆구리를 툭 찼다.

냉월리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두 손은 여전히 묶여 있었지만, 그녀는 고개를 들어 등사장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 담긴 청랭함이 등사장의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했다.

“……빨리 가자.”

등사장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냉월리는 일어서서 방 밖으로 걸어나갔다. 그녀의 뒷모습은 여전히 곧았다. 하지만 그 어깨에는 이미 한 겹의 죽은 듯한 적막이 드리워져 있었다.

검무와 모욕

저녁녘의 정원은 어스름한 안개가 감돌았다. 흑전일랑은 석양 아래에 비스듬히 앉아 느릿느릿 찻잔을 들어올렸다. 등사장은 그의 뒤에 서서 낮은 목소리로 아첨하며 무언가를 속삭였다. 그러자 흑전이 손을 내저으며 냉월리를 불렀다.

“낭랑, 오늘 밤은 달이 좋구나. 나를 위해 검무 한 번 춰 보아라.”

냉월리는 몸을 굳혔다. 그녀는 피할 수 없음을 알았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방으로 들어가 그 너덜너덜한 흰 나사를 꺼내 입었다. 얇고 가벼운 비단이 너덜너덜하게 찢겨져 있고, 구멍마다 그녀의 창백한 살갗이 희미하게 드러났다. 그녀는 맨발로 정원으로 걸어나왔다. 발바닥이 차가운 돌에 닿자, 그녀의 온몸이 가늘게 떨렸다.

흑전은 기쁘게 웃으며 나무 검 하나를 집어 그녀에게 던졌다.

“자, 내가 직접 지은 검보를 한 번 보여다오. 예전 곤륜산에서 그대가 검을 휘두르던 그 자태를 본군이 다시 보고 싶구나.”

냉월리는 나무 검을 받아 쥐었다. 칼자루가 손바닥에 닿는 순간, 그녀의 손끝이 저절로 움직였다. 오랜 세월 몸에 밴 기억이 살아난 것이다. 그녀는 숨을 깊이 들이쉬고, 팔을 들어 검을 휘둘렀다.

처음에는 느리게, 나중에는 점점 빨라졌다. 그녀의 자태는 경홍과도 같아 흰 나사자락이 바람에 휘날렸다. 검초는 날카롭고 맑아 허공을 갈랐다. 한 동작 한 동작이 모두 정교했고, 모든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그 순간 그녀는 마치 옛날의 검신 낭랑으로 돌아간 듯했다. 수만 명의 적을 물리치고, 천지를 호령하던 그 시절로.

석양빛이 그녀의 검 끝에 반사되어 붉은 노을을 스쳤다. 그녀의 눈빛은 점점 맑아지고, 얼굴에는 한 줄기 고고함이 스쳤다. 마치 냉천에서 흘러나오는 샘물처럼.

그러나 그때. 흑전이 문득 손을 들어 올렸다.

“멈춰라.”

냉월리의 손목이 움찔하며, 검초가 중간에서 끊겼다. 그녀는 검을 거둘 수밖에 없었다. 가슴은 아직도 가쁘게 뛰고 있었다.

흑전이 일어나 그녀 앞으로 다가왔다. 그의 눈에는 익숙한 조롱이 깃들어 있었다.

“낭랑, 검을 추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네가 지금 무슨 몸인지 자백하여라.”

냉월리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말없이 섰다.

“듣지 못했느냐?”

흑전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그의 손끝이 공중에서 가볍게 튕기자, 등사장은 곧장 다가와 거칠게 그녀의 머리채를 잡아당겼다.

“제대로 말씀드려라! 주인님께서 분부하셨다!”

냉월리는 아픔에 비명을 참으며, 목소리를 떨었다.

“…나는… 나는 냉월리… 검신 낭랑….”

“무엇?”

“나는… 흑전일랑 님의… 첩실이다….”

“음, 아직도 더 있다.”

“나는… 음탕한 몸이며… 주인을 섬기기 위해… 검을 추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고, 마지막에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흑전은 비로소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되돌아가 앉았다.

“계속 춰라. 아까부터 다시 시작한다.”

냉월리는 입술을 질끈 깨물며 다시 검을 들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검초가 더 이상 유려하지 않았다. 그녀의 손목은 무겁게 굳었고, 발걸음도 자주 엉켰다. 한 동작 한 동작에 떨림이 섞였으며, 검 끝에서 더 이상 맑은 기운이 흐르지 않았다.

그녀는 의식을 잃은 듯이 춤을 추었다. 마음속에서는 언젠가 이 모든 것이 끝나기를 바라며, 하지만 아무도 오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

검무가 끝났다. 냉월리는 마지막 자세를 취하고 나무 검을 땅에 꽂으며 간신히 몸을 지탱했다. 그녀는 무릎을 꿇고 땅에 엎드렸다. 흰 나사자락이 차가운 돌 위에 흩어졌다.

흑전이 천천히 걸어와 그녀 앞에 섰다. 그는 땅에 꽂힌 나무 검을 뽑아 그녀의 턱을 받쳐 올렸다.

“검신 낭랑의 검무가 이제는 본군을 즐겁게 하는 데만 쓰이는구나.”

냉월리는 눈빛을 피했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턱에 닿은 차가운 나무 검의 감촉이 그녀의 온몸을 마비시켰다.

석양은 완전히 저물고, 어둠이 정원을 덮기 시작했다. 흑전은 그녀의 얼굴을 한참 바라보다가 손을 놓고 나무 검을 던져버렸다.

“물러가거라. 내일 다시 오너라.”

냉월리는 일어나려 했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비틀거렸다. 등사장이 그녀의 뒤에서 낄낄거리며 웃었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겨우 일어나 방으로 돌아갔다.

그녀의 등 뒤로, 흑전의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나무 검 하나가 땅에 굴러 떨어지는 둔탁한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