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미희는 조상의 비밀실에서 깊은 어둠 속에 잠들어 있던 석관을 열었다. 그 순간, 천 년의 세월이 쌓인 먼지가 흩날리며 그녀의 눈앞에 펼쳐졌다. 석관 안에는 한 권의 책이 있었다. 표지는 검푸른 빛을 띠며 '음양역명결'이라는 네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그 글자들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그녀의 손끝에서 은은하게 빛났다.
그녀가 조심스럽게 책을 펼쳤을 때, 금색 빛이 순간적으로 터져 나와 비밀실 전체를 환하게 밝혔다. 그 빛은 따뜻하면서도 강렬했고, 마치 오래된 기억을 깨우는 듯했다. 공력이 몸속에서 격류처럼 흐르기 시작했고, 선천 경지의 장벽이 마치 얼음이 녹듯 부서졌다. 그녀의 손목에 차고 있던 옥팔찌가 딱 소리를 내며 깨졌고, 붉은 반점이 피부 위에 번져나갔다.
석관 옆에는 검이 놓여 있었다. 칼집은 푸른 용이 감싸고 있었고, 칼자루에는 '창공'이라는 두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진미희가 칼을 뽑자 찬란한 칼날이 어둠을 찢었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칼날을 살며시 스치자, 따끔한 통증이 전해졌다. 한 방울의 피가 떨어지며 석관 위에 동그랗게 번졌다.
"마침내, 하늘이 나를 버리지 않았구나."
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무거웠으며, 비밀실 안에서 울려 퍼졌다. 그녀는 음양역명결을 가슴에 품고, 창공검을 허리에 차고 비밀실 밖으로 나왔다.
운예상은 이미 팔대 여원수와 함께 대청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은백색 갑옷을 입고 있었고, 허리에는 긴 검이 차 있었다. 차가운 얼굴에 경외심이 스쳤다.
"폐하께서 무사히 나오셨습니다."
운예상이 한쪽 무릎을 꿇으며 인사하자, 뒤따르는 월영상, 화롱영, 풍청요, 설응미, 유여연, 연릉운, 상영월도 차례로 무릎을 꿇었다. 여덟 명의 자태가 각양각색이었지만, 모두 한결같이 복종하는 표정이었다.
"여러분은 모두 내 곁에서 수년간 충성을 다해 왔다."
진미희의 시선이 그들을 하나하나 스치며 지나갔다.
"오늘, 나는 신공을 얻었다. 먼저 팔대 세력을 정복하고, 먼저 천현 여제에게 도전하리라. 네가 나와 함께 가거라."
그녀가 운예상을 가리켰다. 운예상은 고개를 숙여 명령을 기다렸다.
"신, 명령을 받들겠습니다."
천현여제의 구천현녀궁은 구름 위에 우뚝 서 있었고, 궁문 앞에는 두 마리의 기린 석상이 위엄 있게 서 있었다. 진미희가 문 앞에 도착하자, 금빛 결계가 일렁이며 그녀를 막아섰다.
"여기는 천현여제 성지다. 무례한 자는 즉시 물러가라!"
병사의 경고가 공중에 메아리쳤다.
진미희는 아랑곳하지 않고 손을 들어 검을 움켜쥐었다. 음양이 깃든 검기가 하늘을 찌르며 벽력처럼 결계를 내리쳤다. 금빛 차단막이 갈라져 산산조각이 났다.
대전 안에서 제경안이 분노에 차서 일어났다. 그녀는 칠보류운의 관을 쓰고 구천현녀복을 입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신선 같았다.
"진미희, 너 감히!"
"하늘의 뜻이니, 명 받들라."
진미희는 덤벼들었다.
두 사람은 대전에서 공력을 겨루었다. 제경안의 팔음비파 현이 울리자 음파가 파도를 이루며 진미희에게 덤벼들었다. 진미희는 몸을 돌리며 손바닥을 휘둘러 음양의 기운이 일렁이며 음파 공격을 흩어버렸다. 그녀는 창공검을 휘둘렀고, 검기가 용틀임하며 제경안의 몸을 감쌌다. 제경안이 급히 피했지만, 소매가 잘려 나가며 한 조각 용포가 허공에 흩어졌다.
"항복하라."
진미희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제경안은 이를 악물고 비파를 들어 저항하려 했지만, 진미희가 빠르게 앞으로 나서며 손가락으로 그녀의 겨드랑이를 찔렀다. 제경안의 전신이 마비되어 풀썩 주저앉았다.
운예상이 재빨리 다가와 철사로 제경안을 묶었다. 철사가 피부를 파고들었고, 제경안은 경련을 일으켰다. 진미희가 자세히 살펴보니, 철사는 실제로 가느다란 연분홍색 실로 겉보기에는 가볍지만 안에는 공력이 담겨 있어 움직일수록 더욱 조여들었다.
"박선색, 제법 교묘하군."
진미희가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제경안을 데리고 후원으로 갔다. 정원 한가운데에 옥좌가 놓여 있었고, 진미희가 그 위에 앉았다. 제경안은 실에 묶인 채 그 앞에 서 있었다. 진미희가 제경안의 신발을 벗기자, 하얀 옥발이 드러났다. 발가락은 가냘프고, 발등에는 푸른 핏줄이 어렴풋이 보였다.
진미희는 품에서 푸른 옥비녀를 꺼냈다. 비녀 끝이 뾰족하고 차가웠으며, 푸른 빛이 은은하게 흘렀다. 그녀는 비녀 끝으로 제경안의 발바닥을 가볍게 그었다. 제경안이 온몸을 움츠리며 빠져나가려 했지만, 철사가 그녀를 붙잡아 놓았다. 비녀가 스칠 때마다 가는 자국이 남았고, 가려움과 따가움이 밀려왔다.
"어떠냐, 자세히 감상해 봐라."
진미희의 목소리에는 희롱하는 듯한 웃음이 섞여 있었다.
제경안은 입술을 깨물며 침묵을 지켰지만, 얼굴은 이미 여위고 붉게 물들었다.
진미희는 다시 품에서 용연향을 꺼냈다. 은은한 향기가 정원에 퍼지며 달콤하고도 부드러웠다. 그녀가 향을 피워 제경안의 발 아래 두자, 연기가 발바닥에 감겼다. 제경안이 참으려 했지만, 간지러움을 견디지 못하고 발가락이 쪼그라들었다. 진미희는 금실로 짠 양말을 꺼내 제경안의 종아리와 발목을 꼼꼼히 문지르자, 양말끝이 살을 스쳤다. 제경안은 자신도 모르게 가쁜 숨을 내쉬었다.
"폐하, 도움이 필요하십니까?"
운예상이 다가와 절하며 물었다.
"좋다, 그녀의 엉덩이를 가볍게 때려서 조금 예의를 가르쳐라."
진미희가 손을 흔들었다.
운예상은 자단 척자를 꺼냈다. 척자는 가늘고 길며 자색 칠이 발라져 있었고, 광택이 은은했다. 그녀가 제경안의 옷자락을 열고, 척자로 엉덩이를 가볍게 내리쳤다. 제경안이 꽉 쥔 입술 사이로 신음 소리가 새어 나왔다. 운예상이 연달아 몇 차례 더 때리자, 흰 살에 연한 붉은 자국이 하나둘 생겼다. 각 대는 마치 피어난 매화 같았다.
제경안의 눈에는 이미 눈물이 맺혀 있었지만,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진미희가 일어나 그녀 앞으로 다가가며 손을 뻗어 턱을 집어 올렸다.
"이제 핥아라."
그녀가 백옥잔을 건네며, 잔 안에는 맑은 술이 담겨 있었다. 제경안은 몸을 떨었지만, 진미희의 눈빛에 굴복하여 어쩔 수 없이 무릎을 꿇고 핥기 시작했다. 혀끝이 잔 가장자리에 닿자 차가운 촉감과 따뜻한 술이 섞여 혀끝을 스쳤다. 그녀의 눈빛은 점점 흐릿해지고, 분노와 굴욕이 뒤섞여 얼굴에 번져 갔다.
진미희는 만족스러운 듯 술잔을 거두며 돌아서서 장내를 둘러보았다.
"여러분, 오늘 시작에 불과하다. 머지않아 이 천하가 모두 내 손안에 들어올 것이다."
운예상이 땅에 엎드려 절하며 인사하자, 다른 사람들도 따라서 절했다.
"신들이 목숨을 바쳐 따르겠습니다!"
제경안을 옆에 있는 수정 감금실로 데려갔다. 방 안은 찬기가 가득했고, 사방의 벽은 수정으로 되어 있어 밖에서는 안이 훤히 보였다. 진미희가 손을 내저으며, 공력이 쏟아져 들어와 제경안의 수련을 완전히 봉인했다. 제경안이 갑자기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지만, 기력이 쏙 빠지는 것 같았다. 그녀가 수정 벽에 기대어 주저앉으며, 눈에는 분노와 두려움이 뒤섞여 있었다.
"쉬어라. 다음에는 네가 스스로 복종하게 될 것이다."
진미희는 이 말을 남기고 몸을 돌려 걸어 나갔다. 수정문이 천천히 닫히며 천현여제의 비명 소리를 가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