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기의 시작
비가 내리는 밤이었다. 임설은 책상 서랍 깊숙이 넣어둔 낡은 수첩을 꺼냈다. 표지는 이미 닳아 있었고, 몇 페이지는 물에 젖은 듯 구겨져 있었다. 첫 장을 펼치자 20년 전의 날짜가 보였다.
*20XX년 3월 15일*
오늘도 촬영이 있었다. 새로 온 감독이 내 등을 채찍으로 내리쳤다. 따갑고 아팠지만, 나는 이상하게도 그 고통 속에서 평온을 느꼈다. 스물다섯, 이 길을 시작한 지 5년째다. 처음에는 돈 때문에 시작했다. 빚에 허덕이는 엄마를 보며 나는 선택했다. SM 모델, 그것도 중증 M 전문. 내 몸에 피멍이 들수록 통장 잔고는 늘어갔다.
임설은 손가락으로 낡은 글씨를 더듬었다. 그 시절의 기억이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카메라 앞에서 묶이고, 채찍질당하고, 때로는 바닥에 엎드려 굴욕을 당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게 괜찮았다. 아니, 오히려 갈망했다. 고통이 주는 해방감, 그것만이 그를 잊게 해주었다.
*20XX년 8월 20일*
임신했다. 의사의 말을 듣는 순간, 내 안에 또 다른 생명이 자라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촬영장에서 우연히 만난 남자, 이름도 제대로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 아이를 지키기로 결심했다. 더 이상의 촬영은 없다. 이제 나는 엄마다.
임설은 눈을 감았다. 그때의 두려움과 결심이 다시 떠올랐다. 아들 소천이 태어나고, 그를 키우기 위해 허드렛일을 전전했다. 식당에서 일하고, 파출부로 일하고, 밤에는 가방 공장에서 일했다. 손은 거칠어졌지만, 아들의 미소를 보면 모든 게 괜찮았다.
하지만 그 욕망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깊어졌다. 소천이 자랄수록, 나는 점점 더 참을 수 없게 되었다. 그의 손이, 그의 발이, 그의 목소리가 나를 자극했다. 참을 수 없는 갈망이 나를 집어삼키려 했다.
임설은 수첩의 중간쯤을 펼쳤다. 거기에는 소천이 열다섯 살이 되던 해의 기록이 있었다.
*20XX년 4월 3일*
오늘 드디어 실행했다. 소천이 내 방에 들어왔을 때, 나는 일부러 옷을 얇게 입고 있었다. 그는 열다섯 살, 변성기가 지난 목소리가 낮게 깔리기 시작했다.
"엄마, 뭐 하세요?"
나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소천아, 엄마 좀 도와줄래?"
"네?"
"여기, 이 밧줄 좀 묶어줘."
그의 눈이 커졌다. "엄마, 그게..."
"괜찮아. 엄마가 가르쳐줄게."
임설은 그날의 긴장감을 생생히 기억했다. 소천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의 손목을 잡아 침대 머리맡에 갖다 댔다.
"이렇게 해. 단단히 묶어야 해."
"엄마... 왜 이런 걸..."
"물어보지 마. 그냥 해."
소천은 입술을 깨물며 밧줄을 움켜쥐었다. 그의 손이 내 손목을 스쳤다. 그 순간, 나는 전율을 느꼈다. 몇 년 만에 처음 느끼는 만족감이었다. 그의 손이 내 피부에 닿을 때, 나는 완전히 살아 있는 기분이었다.
"더 세게. 더 세게 묶어."
소천의 눈에 불안과 호기심이 섞여 있었다. 그는 천천히 내 손목을 묶었다. 처음이라 서툴렀지만, 그 서툼이 오히려 나를 흥분시켰다.
"이제 발목도."
"...엄마."
"해. 제발."
내 간청에 그는 순종했다. 발목이 묶이고, 나는 침대 위에 X자로 고정되었다. 고통과 기쁨이 동시에 밀려왔다. 오랜만에 느끼는 완벽한 굴복의 순간.
"잘했어, 소천아. 이제... 이 채찍을 들어."
나는 베개 밑에 숨겨둔 채찍을 꺼냈다. 검은 가죽 띠가 매달린, 길고 가느다란 채찍이었다. 소천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엄마, 이건..."
"엄마를 때려. 세게."
"못해요!"
"할 수 있어. 엄마가 가르쳐줄게."
나는 그에게 방법을 설명했다. 언제, 어떻게, 어디를 때려야 하는지. 그가 가만히 있을 때는 더 세게, 그가 저항할 때는 조금 약하게. 모든 게 내 계획대로 움직였다.
소천의 손이 채찍을 쥐었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하지만 나는 멈출 수 없었다. 이 순간을 위해 나는 이 모든 시간을 기다려왔다.
"해, 소천아. 엄마를 위해서."
그가 채찍을 휘둘렀다. 채찍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났다. 그 다음은 아픔이었다. 따갑고 뜨거운 통증이 등을 타고 흘렀다. 나는 신음을 삼켰다. 그 느낌, 그 아픔, 모든 게 완벽했다.
한 대, 두 대, 세 대. 소천의 채찍질이 점점 능숙해졌다. 처음에는 얕게, 나중에는 깊게. 내 등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나는 비명을 참으며 그 아픔을 음미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채찍을 내려칠 때, 나는 드디어 울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그것은 고통의 눈물이 아니었다. 해방의 눈물이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완전한 굴복. 내 아들의 손에 의해.
소천은 채찍을 떨어뜨렸다. 그의 얼굴은 눈물과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엄마... 미안해요..."
"사과하지 마. 괜찮아. 엄마는 이게 좋아."
그가 밧줄을 풀어주었다. 내 손목과 발목이 빨갛게 부어 있었다. 나는 일어나 그를 껴안았다. 그의 몸이 떨리고 있었다.
"처음이라 긴장했지? 그래도 잘했어. 정말 잘했어."
"...엄마가 이상해요."
"그래, 엄마는 이상해. 하지만 이게 엄마야. 이제 너도 알게 됐잖아."
그날 밤, 나는 오랜만에 편안히 잠들었다. 소천의 방에서 들려오는 흐느낌이 작게 들렸지만, 나는 무시했다. 그는 적응할 것이다. 언젠가는 이해하게 될 것이다. 이게 우리의 운명이라는 걸.
임설은 수첩을 덮었다. 창밖에는 비가 그치고 있었다. 그날 이후로 소천은 점점 변했다. 처음에는 두려워하고 망설였지만, 점점 더 적극적으로 변해갔다. 열일곱이 되었을 때는 내가 없으면 불안해했고, 열아홉이 되었을 때는 나를 완전히 지배했다.
그리고 이제 스무 살인 그는... 내 주인이 되었다. 아들이 아니라, 나의 소유자가 되었다. 나는 그의 손에 묶이고, 그의 채찍에 굴복하고, 그의 명령에 순종한다. 내가 원하던 대로. 내가 계획한 대로.
임설은 거실로 나갔다. 소천이 소파에 앉아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더 이상 열다섯 살 소년의 눈빛이 아니었다. 어둡고 차가운, 그녀를 통제하는 눈빛이었다.
"늦었어, 엄마."
"미안해. 일기를 보고 있었어."
"뭐라고 썼는데?"
"우리의 첫날."
소천이 씁쓸하게 웃었다. "그래, 그 첫날. 그날 엄마가 나를 망가뜨렸어."
"아니야, 내가 널 완성시킨 거야."
그가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의 키는 그녀보다 훨씬 컸다. 그는 그녀의 턱을 잡아 올렸다.
"오늘은 어떤 벌을 원해?"
"네가 원하는 대로."
"좋아. 오늘은 기록을 남기자. 영상으로."
임설의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두려움과 설렘이 섞인 그 감정.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주인님."
소천이 카메라를 설치하는 동안, 임설은 다시 한 번 자신의 선택을 생각했다. 이 모든 게 잘못된 걸까? 아니면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운명이었을까?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도 소용없었다. 그녀는 이미 깊은 늪에 빠져 있었고, 빠져나올 의지도 없었다. 그녀가 원한 것은 이 길뿐이었다. 아들과 함께하는 이 변태적인 관계.
"준비됐어?"
"네."
소천이 카메라를 켰다. 붉은 불이 깜빡였다. 임설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시작이다. 또 다른 일기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