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로 클라우디우스는 칼데아의 복도를 혼자 걷고 있었다. 발끝마다 메아리치는 발자국 소리가 유난히 텅 빈 회랑을 더욱 쓸쓸하게 만들었다. 한때 로마 원형 극장에서 수만 명의 환호를 받았던 그녀는, 지금 이곳에서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그림자에 불과했다.
관제실 문이 열려 있었다. 그 틈새로 마스터의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아르토리아 님, 그 검술은 정말 대단하시네요. 다음 전투에서도 기대할게요."
네로는 발걸음을 멈췄다. 마스터가 아르토리아의 어깨를 다정하게 토닥이고 있었다. 은발의 기사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그 광경을 보고 있자니 가슴 한복판이 뜨거운 바늘로 찌르는 듯했다.
"잔느 님의 성스러운 빛은 언제나 우리에게 희망을 주고 있어요."
이번에는 잔느였다. 마스터는 그녀의 손을 잡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고 있었다. 성녀는 미소 지으며 마스터의 손을 꼭 쥐었다.
"스카하 님, 이 냉미는 정말 특별하네요. 신비의 힘을 느낄 수 있어요."
네로의 주먹이 저절로 꽉 쥐어졌다. 여성 서번트들은 하나같이 마스터의 관심을 독차지하고 있었다. 황제로서, 예술가로서, 여인으로서—그녀를 무시하는 이 상황이 도저히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날 이후, 네로는 필사적이었다.
더욱 화려한 붉은 예복을 입고 복도를 활보했다. 황금 장식이 빛나는 드레스자락을 휘날리며, 한때 원형 극장을 울렸던 선율로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마스터는 그저 스치듯 고개를 끄덕일 뿐,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심지어 마스터의 방 앞에서 일부러 넘어지기까지 했다. 무릎이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크게 났고, 드레스 자락이 흐트러졌다. 하지만 마스터는 그녀를 지나쳐 걸어가며 중얼거렸다.
"네로 님, 조심하세요."
그게 전부였다. 손을 내밀어 일으켜 세우지도,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지도 않았다. 마치 길가에 핀 잡초를 밟고 지나가듯이.
네로는 방에 틀어박혀 거울을 바라보았다. 거울 속의 붉은 황제는 눈물을 참으며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왜? 왜 나는? 나는 예술가였고, 황제였으며, 만능의 천재였다. 그런데 왜 그들은 나를 보지 않는가?
그 깊은 밤, 네로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불안과 상실감이 그녀를 짓누르고 있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무언가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발걸음이 저절로 마스터의 방으로 향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저 그곳에 가야 한다는 직감만이 그녀를 이끌었다.
복도 끝, 마스터의 방 문이 닫히지 않았다. 얇은 틈새로 희미한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네로는 무의식적으로 발걸음을 멈추고 그 틈새로 시선을 집중했다.
방 안의 광경이 보였다.
카쟈가 마스터의 무릎 위에 앉아 있었다. 은발의 서번트의 배에는 단검이 깊숙이 박혀 있었다. 피가 하얀 드레스를 적시며 천천히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더 끔찍한 것은—내장이 상처를 따라 밀려나와 마스터의 배 위에 흩어져 있었다.
마스터는 그 내장을 응시하고 있었다. 손으로 그 미끈미끈한 덩어리들을 만지작거렸다. 부드럽게, 천천히, 그리고 집요하게. 심지어 손을 상처 속으로 밀어 넣어 더 깊은 내장을 꺼내기까지 했다.
카쟈의 입에서는 끊임없이 신음이 새어 나왔다. 그것은 고통의 비명이 아니었다. 오히려 쾌락에 찬, 성행위 같은 신음이었다. 그녀의 눈에는 황홀감이 어려 있었고, 몸은 마스터의 손길에 떨고 있었다.
네로는 숨을 멈췄다.
마스터의 눈에는 네로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것은 열정이었고, 집착이었으며, 무언가에 사로잡힌 광기였다. 그 시선은 아르토리아나 잔느, 스카하에게 향했던 관심과는 완전히 달랐다.
더 깊었다. 더 본능적이었다. 더 절대적이었다.
네로는 손을 입에 가져갔다. 심장이 거칠게 뛰고 있었다. 두려움이 아니라—흥분이었다.
그 순간, 그녀는 깨달았다.
자신이 찾던 것이 무엇인지. 왜 마스터가 다른 서번트들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지. 그들이 아무리 화려하고 아름다워도, 마스터의 진정한 시선을 사로잡지 못하는 이유.
바로 그것이었다. 죽음의 의식. 고통과 헌신의 절정. 그 무엇도 대신할 수 없는 궁극의 퍼포먼스.
네로는 방으로 돌아왔다. 손가락이 떨렸지만, 그것은 공포 때문이 아니었다. 그녀는 단말기를 켜고 검색창에 글자를 입력했다.
할복(切腹).
화면에 결과가 떠올랐다. 첫 번째 줄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할복, 일본 무사도 문화에서 가장 숭고한 죽음의 의식. 날카로운 칼로 복부를 갈라 영혼의 청정함과 의지의 확고함을 드러내는 것."
네로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눈이 반짝이고 있었다.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드디어 찾았다."
그녀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손끝으로 화면을 더듬으며, 할복의 상세한 방법을 읽어 내려갔다. 복부를 가르는 각도, 칼의 깊이, 올바른 자세—모든 것이 그녀를 사로잡았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예술이었다. 단순한 죽음이 아닌, 의지와 헌신의 극치. 마스터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는 궁극의 헌사.
"보여주겠다. 내가 진정한 예술가임을. 내가 마스터의 시선을 사로잡을 가치가 있음을."
네로는 장미처럼 붉은 입술을 깨물며 웃었다. 그녀의 눈에는 광기가 서려 있었다. 그러나 그 광기는 아름다웠다. 한때 로마를 웃게 했던 황제는, 지금 이 순간 가장 숭고한 죽음을 준비하고 있었다.
마스터를 위해.
자신을 위해.
그리고 그 궁극의 퍼포먼스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