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이 번쩍 들었다.
서삼석은 벌떡 일어나 앉으며 숨을 헐떡였다. 식은땀이 온몸을 타고 흘러내렸다. 익숙한 천장, 낡은 책상, 창가에 걸린 하늘색 커튼. 모든 것이 낯설면서도 너무나 익숙했다.
"이건... 내 기숙사?"
그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어린, 아직 굳지 않은 손이었다. 거울을 향해 달려가 비친 모습을 확인했다. 열여덟 살의 얼굴. 희미한 여드름 자국,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눈매. 맞다. 이때다. 바로 이 시점이었다.
"환생... 했다."
그의 머릿속이 혼란으로 가득 찼다. 미래의 기억이 파편처럼 흩어져 들어왔다. 실패한 사업, 배신, 외로움. 그리고 여신 공략 시스템을 손에 넣기 전의 나약했던 자신. 모든 게 생생했다.
"곽우호... 입학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그는 달력을 확인했다. 9월 3일. 드디어 과거로 돌아온 것이다. 미래의 모든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결심이 불타올랐다.
그때였다.
띠링.
머릿속에 맑은 알림음이 울렸다. 동시에 눈앞에 반투명한 인터페이스가 펼쳐졌다.
[여신 공략 시스템이 활성화되었습니다.]
"이게... 시스템?"
서삼석은 숨을 죽였다. 시스템 인터페이스는 깔끔하고 직관적이었다. 상단에는 자신의 기본 정보, 하단에는 메뉴가 배열되어 있었다. 그리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중앙에 떠오른 명단이었다.
[공략 가능한 여성 명단]
1. 왕동아 (호감도: 0/100, 잠재력: S)
2. 당아 (호감도: 0/100, 잠재력: A)
3. 소소 (호감도: 0/100, 잠재력: A)
4. 강남남 (호감도: 0/100, 잠재력: B)
서삼석은 명단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각각의 이름 옆에 간략한 프로필과 능력치가 표시되어 있었다. 왕동아의 프로필을 클릭하자 상세 정보가 펼쳐졌다.
[왕동아]
- 학년: 신입생
- 성격: 활발하고 순수함
- 특기: 운동, 사교
- 공략 난이도: 중상
- 잠재력: S - 최고의 여신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농후함
- 추천 전략: 자연스러운 접근, 진실된 관심 표현
"왕동아..."
그녀의 이름을 중얼거리며 서삼석은 미래의 기억을 더듬었다. 기억 속 왕동아는 운동장을 힘차게 달리는 모습, 사람들 사이에서 환하게 웃는 모습,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그를 피하기 시작하던 모습. 그는 그녀를 놓쳤다. 미래에서는.
"이번에는 다를 거야."
그는 단호하게 왕동아를 선택했다. 시스템이 즉시 반응했다.
[목표 설정: 왕동아. 잠재력 S급 여신 공략을 시작합니다.]
화면이 전환되면서 새로운 메뉴가 나타났다. 상점, 스킬, 퀘스트, 인벤토리. 서삼석은 상점을 열어 아이템 목록을 훑었다.
[은폐 오라] - 50 포인트
효과: 사용자의 존재감을 낮춰 목표에게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게 함. 지속시간 30분.
재사용 대기시간: 24시간.
"이거다."
서삼석은 주저 없이 구매 버튼을 눌렀다. 보유 포인트가 100에서 50으로 줄어드는 소리가 났다. 아이템이 인벤토리에 추가되었다.
그는 인벤토리를 열어 은폐 오라를 확인했다. 반짝이는 은색 구슬 형태의 아이템이 눈앞에 떠올랐다. 설명을 다시 읽으며 사용 계획을 세웠다.
"오늘 밤... 곽우호가 기숙사에 도착하는 시간. 그녀도 운동장에 있을 거야."
기억을 되살리자 왕동아의 일과가 떠올랐다. 저녁 7시, 운동장에서 혼자 달리기를 즐겼다. 그 시간이 가장 접근하기 좋은 순간이었다.
서삼석은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 해질녘의 캠퍼스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머지않아 밤이 찾아올 것이고, 그는 준비를 마칠 것이다.
"이 생은... 내가 주인공이다."
그는 조용히 다짐하며 주먹을 쥐었다. 미래의 실패는 과거의 교훈이었다. 이제 그는 시스템이라는 무기를 손에 넣었다. 모든 것을 이겨낼 준비가 되었다.
시계가 6시 30분을 가리켰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서삼석은 은폐 오라를 인벤토리에서 꺼내 손에 쥐었다. 차가운 금속의 촉감이 손바닥에 전해졌다.
"가자."
그는 방을 나섰다.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발소리를 최대한 죽이며 계단을 내려갔다. 1층 로비를 지나쳐 정문으로 향했다. 저녁 바람이 볼을 스쳤다.
운동장은 아직 멀었다. 하지만 그의 걸음은 가볍고 확신에 차 있었다. 시스템 덕분인지, 아니면 환생의 기억 덕분인지 모르지만, 모든 것이 더 선명하게 보였다.
"왕동아, 기다려."
그는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며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곧 첫 번째 시도가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