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밤거리는 형형색색의 네온사인으로 물들어 있었다. 임설은 시부야의 번화가를 천천히 걸으며 도시의 이국적인 분위기를 만끽했다. 그녀는 검은색 원피스에 하이힐을 신고 있었고, 긴 생머리가 바람에 살랑거렸다. 평소 슈퍼히어로로서의 임무에 치여 살던 그녀에게 이번 여행은 잠시나마 일상에서 벗어나 평범한 관광객이 될 수 있는 드문 기회였다.
“역시 도쿄는 대단하군. 한국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어.”
임설은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스마트폰으로 주변 풍경을 사진에 담았다. 그녀는 원더우먼으로서의 정체성에 당당함을 느끼고 있었다. 누군가를 구하고 정의를 실현하는 그녀의 삶은 자부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그날의 운명은 그녀를 예상치 못한 길로 이끌었다. 좁은 골목길로 접어든 임설은 눈에 띄는 간판 하나를 발견했다. ‘족운(足韵)’이라는 한자가 새겨진 가게는 조명이 은은하게 비춰져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발 마사지 전문점? 이런 곳도 있구나.”
임설은 잠시 망설였다. 평소라면 관심조차 가지지 않았을 법한 곳이었지만, 그날따라 발이 조금 피곤했고 호기심이 그녀를 자극했다.
가게 문을 열자 종소리가 청아하게 울렸다. 내부는 은은한 향과 함께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나무로 꾸민 인테리어와 부드러운 조명이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어서 오세요! 손님, 오늘 처음 오셨죠?”
다정한 목소리가 임설을 반겼다. 모습을 드러낸 여성은 단정한 치파오를 입고 있었고, 얼굴에는 부드러운 미소가 번져 있었다. 그녀가 바로 이 가게의 여사장, 가토 케이코였다.
“네, 네. 그냥 지나가다가 구경할 겸 들어왔어요.”
임설이 약간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 그러셨군요. 저희 가게는 발 마사지 전문점인데요. 첫 방문이시라면 특별히 무료 체험 서비스를 제공해 드리고 있어요. 한 번 경험해 보시겠어요?”
가토 케이코의 목소리는 달콤했지만, 그 속에는 확신에 찬 기운이 숨어 있었다. 그녀는 임설의 눈빛을 똑바로 바라보며 기다렸다.
“무료라고요? 하지만 저는...”
“괜찮습니다. 부담 가지지 마세요. 10분이면 충분하니까요. 여행 오셨는데 발이 좀 피곤하시죠? 제가 시원하게 풀어드릴게요.”
가토 케이코는 임설의 망설임을 간파하듯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그녀는 은근한 설득력으로 임설을 사로잡았다.
“음... 그래요. 그럼 10분만 부탁드릴게요.”
임설은 결국 수락하고 말았다. 발이 조금 피곤하기도 했고, 이국에서의 새로운 경험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좋아요. 이쪽으로 오세요.”
가토 케이코가 임설을 안내했다. 방 안에는 편안해 보이는 마사지 의자가 놓여 있었고, 주변에는 조용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신발 벗으시고 편하게 앉으세요.”
임설이 하이힐을 벗자 가토 케이코의 시선이 그녀의 발에 고정되었다. 순간 임설은 왠지 모를 불편함을 느꼈지만, 이미 상황은 진행 중이었다.
“손님, 발이 정말 예쁘시네요. 관리도 잘 하시는 것 같아요.”
가토 케이코는 칭찬을 건네며 부드럽게 임설의 발을 마사지하기 시작했다. 그 손길은 놀라울 정도로 섬세했고,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 임설을 점점 이완시켰다.
“아... 정말 시원하네요.”
임설은 무심코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 순간 가토 케이코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스쳤다.
“그렇죠? 여기서 조금만 힘을 주면... 더 깊은 곳까지 시원해질 거예요.”
가토 케이코의 손가락이 임설의 발바닥을 압박했다. 그 기분 좋은 자극에 임설은 눈을 감고 몸을 의자에 맡겼다. 그녀는 아직 몰랐다. 이 단순해 보이는 마사지가 그녀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시작점이 될 줄은.
방 안에 은은한 향기가 감돌고, 시간이 흐를수록 임설의 몸은 점점 더 깊은 이완 상태로 빠져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