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폐허의 신전 위로 달빛이 마치 피를 흘리는 것처럼 붉게 물들었다.
풍진매관 안에서는 기묘한 냄새가 감돌았다. 온갖 비린내와 향기로운 안개가 뒤섞여 사람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다. 유현은 가장 깊은 전각 안에서, 수많은 미녀들에게 둘러싸여 술잔이 오갔다. 그는 한 손에는 술병을, 다른 한 손에는 여인의 연약한 허리를 감싸 쥐고 있었고, 눈에는 취기가 가득했다.
“주인님, 또 한 잔 하세요~”
아첨하는 목소리가 실크처럼 귀를 간지럽혔다. 유현이 크게 웃으며 여인의 턱을 꼬집었다.
“좋아, 좋아! 오늘 밤, 나는 모두 함께 취하리라!”
그는 손을 휘둘러 은쟁반을 땅에 떨어뜨렸다. 과일과 술이 바닥에 흩어졌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전각 안의 분위기는 더욱 방탕해졌고, 결계는 그의 방탕함에 따라 조금씩 약해졌다. 마치 얇은 종이처럼 바람에 흔들렸다.
진백은 그림자처럼 지붕 위에 숨어 있었다. 그의 눈동자는 마치 수렁처럼 깊고 어두웠으며, 입가에는 희미하고 냉랭한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약하다.”
그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 폐신은 너무 오랫동안 권력에 취해 있었다. 방탕함이 그의 감각을 녹슬게 했고, 결계는 이미 형식에 불과했다.
진백이 가볍게 발을 구르자, 그의 몸이 마치 귀신처럼 허공을 가로질러 전각 지붕 위에 조용히 착지했다. 그의 손가락 사이에 청동 단검이 나타났고, 칼날에는 어둡고 차가운 빛이 스쳤다.
전각 안에서 유현이 또 한 번 크게 웃었다. 그의 웃음소리는 거칠고 귀에 거슬렸다.
“오늘 밤은 달도 밝고 바람도 맑다, 모두 신나게 놀자!”
그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갑자기 목 뒤로 서늘한 바람이 스쳤다.
유현의 동공이 급격히 수축되었다.
돌아서려는 순간, 청동 단검이 이미 그의 뒤통수에 박혀 날카로운 비명조차 내지르지 못하게 했다. 피가 순식간에 터져 융단 위에 검붉고 선명한 꽃송이를 수놓았다.
유현의 눈이 크게 뜨이고, 그의 얼굴에는 믿기지 않는 표정이 어렸다. 그는 입을 벌리려 했지만, 피만이 목을 타고 흘러내릴 뿐이었다.
진백이 냉담하게 단검을 뽑아, 시체가 탁 소리를 내며 바닥에 쓰러졌다. 그의 눈에는 동정이 전혀 없었다.
전각 안의 미녀들은 모두 얼어붙었다. 그들의 얼굴은 공포로 인해 일그러졌고, 비명이 곧 터져 나오려 했다.
“닥쳐.”
진백의 목소리는 마른 냉기처럼 차가웠다. 그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피 묻은 손바닥을 내저었다.
순간,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공기마저 얼어붙었다.
진백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시체 옆에 섰다. 그의 신발 바닥은 따뜻한 피를 밟으며 가볍게 으스러지는 소리를 냈다.
그가 손을 내밀어 공중에서 한 줄기 어둡고 깜깜한 권능을 잡아챘다. 그것은 유현의 신성이었다. 탁하고 더러우며, 온갖 타락한 욕망이 얽혀 있었다.
진백이 손을 비틀자, 마치 찌꺼기를 짜내듯 신성이 산산조각났다.
그리고 그 깊은 곳에는 한 줄기 은은하고 신성한 빛이 숨겨져 있었다.
“찾았다.”
진백의 눈에 희미한 즐거움이 스쳤다. 그의 다섯 손가락이 허공을 움켜쥐자, 한 장의 고대 카드가 조각조각 녹아내리며 그의 손바닥에 모였다.
그것은 절세 매녀 카드 세트였다. 카드 표면에는 다섯 명의 절세 미녀가 생생하게 살아 움직였다. 한 사람은 위엄 있고 화려하며, 한 사람은 맑고 차갑다. 한 사람은 맑고 고상하며, 한 사람은 날카롭고 당당하다. 한 사람은 순수하고 깨끗하다.
그들의 눈동자에는 저마다 신성의 빛이 반짝이고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두려움으로 떨고 있었다.
진백이 손끝으로 카드 표면을 스치자, 다섯 여신의 영혼이 동시에 진동했다.
그들은 느꼈다. 이 새로운 주인이 자신들의 모든 것을 꿰뚫어보았다는 것을.
가장 깊은 비밀, 가장 숨기고 싶은 연약함, 그리고 그 신성 아래 감춰진 욕망과 굴욕까지.
능소화는 카드 속에서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녀는 발톱을 세게 움켜쥐고 이를 악물었다.
“감히...”
그녀의 목소리는 떨렸다. 분노와 두려움이 뒤섞여 있었다.
냉월리는 표정이 차갑게 얼어붙었지만, 손끝은 약간 떨리고 있었다.
소청요는 눈을 살짝 내리깔았고, 긴 속눈썹이 불안정하게 떨렸다.
능창란은 이를 악물고, 눈에는 싸우려는 빛이 스쳤다.
원사는 몸을 웅크리고,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진백이 냉랭하게 웃었다.
“아직도 예전 생각을 하느냐?”
그의 목소리에는 조롱과 위협이 섞여 있었다.
“네 그 신성은, 나에게는 발아래 짓밟힐 가치조차 없다.”
그가 손을 내저었다. 카드 속의 다섯 여신의 영혼이 동시에 찢기는 고통을 느꼈고, 그들의 신성은 마치 쇠사슬에 묶인 듯 꼼짝할 수 없었다.
진백이 카드를 가슴에 품고, 몸을 돌려 걸어갔다. 그의 그림자는 달빛 아래에서 길게 늘어져 마치 연기처럼 일렁였다.
그가 떠날 때, 폐허의 신전에서 갑자기 찬 바람이 불었다. 찬기가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카드 속에서 다섯 여신의 영혼이 동시에 떨었다. 그들은 느꼈다. 무간지옥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새 주인은 신성의 진실을 꿰뚫어보고, 그들의 가장 수치스러운 약점까지 파악했다.
그리고 가차 없이 밟아 버릴 것이다.
진백의 발걸음이 점점 멀어지고, 한 줄기 낮은 웃음소리가 바람에 흩어졌다.
“좋아, 이제 시작이다.”
그의 목소리에는 참을 수 없는 기대감과 만족감이 담겨 있었다.
검은 밤하늘에, 한 줄기 푸른 달빛이 비스듬히 내리쬐며 땅에 한 줄기 은빛을 드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