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중 족쇄
## 제1장: 도주와 오입
연방력 347년, 인구 팽창과 자원 고갈은 사회 구조를 근본부터 뒤흔들었다. 빈민가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연방 정부는 충격적인 법안을 통과시켰다. 일반 시민이 채무를 변제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노예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표면적으로 이 법안은 극빈층에게 생존의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법안이 통과된 지 불과 3년 만에 연방 전역에 걸쳐 거대한 노예 매매 조직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그중에서도 소가와 구가는 가장 거대한 두 조직이었다.
소가의 저택은 수도의 동쪽 언덕에 자리 잡고 있었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3층 건물은 번화가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그 웅장함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저택 내부는 화려하고 정교하게 꾸며져 있었지만, 지하에는 일반인의 눈에 띄지 않는 비밀 공간이 있었다.
소청은 어릴 때부터 이 저택에서 자랐다. 그녀는 소가의 외동딸이었고, 17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미 가문의 비밀을 알고 있었다. 소가가 표면적으로는 자발적으로 몸을 파는 노예들을 귀족 가문에 소개해 주는 합법적인 중개업자였지만, 실제로는 무력 조직을 거느리고 무고한 여성들을 납치해 강제로 노예 계약을 체결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날 저녁은 유난히 어두웠다. 소청은 2층 침실 창가에 서서 정원 너머로 보이는 도시의 불빛을 바라보고 있었다. 갑자기 저택 정문에서 굉음이 울렸다.
“땅!”
폭발음과 함께 저택의 정문이 산산조각이 났다. 소청은 놀라서 창밖을 내다보았다. 수십 명의 무장한 사내들이 저택 안으로 밀려들고 있었다. 그들의 옷깃에는 은색 구름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구가의 표식이었다.
“아가씨! 어서요!”
익숙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돌아보니 백발의 집사 노진이 급한 숨을 몰아쉬며 서 있었다.
“노진 씨, 무슨 일이죠? 왜 구가의 사람들이...”
“말씀은 나중에! 지금 당장 따라오셔야 합니다!”
노진은 소청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그녀는 저항하려 했지만, 노진의 힘은 예상보다 강했다. 두 사람은 복도를 따라 달려 지하실로 향했다.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위층에서는 총성과 비명소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아버님! 어머님은!”
“걱정 마십시오. 이미 대피하셨습니다.”
노진은 거짓말을 했다. 하지만 그때는 소청을 안전하게 대피시키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그들은 지하실 깊숙한 곳에 있는 비밀 통로로 들어갔다. 좁고 어두운 통로는 저택 아래를 가로질러 언덕 뒤편으로 이어져 있었다.
“여기서 나가면 무슨 일이 있어도 뒤를 돌아보지 마십시오.”
노진이 소청의 손에 작은 열쇠를 쥐어 주었다.
“이건 뭐죠?”
“비상시에 사용할 자금이 있는 금고의 열쇠입니다. 그리고 이쪽으로 오십시오.”
노진은 통로 끝에 있는 철문을 열었다. 밖은 저택 뒤편의 숲이었다. 하지만 숲 너머로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바로 앞에는 커다란 화물 트럭 한 대가 서 있었다. 트럭의 짐칸에는 나무 상자들이 가득 실려 있었다.
“저 트럭은?”
“오늘 밤 노예들을 운송할 예정이었던 차량입니다. 다행히 아직 출발하지 않았습니다.”
노진은 소청을 트럭 짐칸으로 밀어 넣었다. 소청은 나무 상자들 사이에 몸을 숨겼다.
“기다리세요! 노진 씨는 안 오시나요?”
“저는 아가씨를 위해 길을 막겠습니다. 잊지 마십시오. 무엇이든 살아남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노진은 철문을 닫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트럭의 엔진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트럭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소청은 상자들 사이에서 몸을 웅크렸다. 그녀의 심장은 마치 터질 듯이 뛰고 있었다.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노진까지. 모두 괜찮을까? 하지만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숨이 막혀왔다.
트럭이 얼마나 달렸을까. 갑자기 차량이 급정거했다. 밖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검문이다! 내려!”
차량 문이 열렸다. 섬광이 짐칸 안을 비췄다. 누군가가 상자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소청은 숨을 죽였다. 하지만 곧 그녀를 발견하고 말았다.
“여기 숨어 있는 놈이 있다!”
강한 손길이 그녀를 끌어냈다. 소청은 저항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녀는 땅에 내동댕이쳐졌다.
“이건 누구지? 주문서에 없는 사람인데?”
한 사내가 손전등으로 그녀의 얼굴을 비추었다. 소청은 눈을 가렸다.
“상관없다. 어차피 귀족님들이 보내 달라 한 물량이니까. 한 명 더 있어도 문제없을 거야.”
다른 사내가 말했다.
“하지만 이 애는 좀 다르게 생겼는데. 옷차림도 그렇고...”
“신경 쓰지 마. 어차피 노예가 될 놈이다. 자, 이제 출발한다.”
소청은 다시 짐칸 안으로 던져졌다. 그리고 무엇인가가 그녀의 코와 입을 막았다. 독한 냄새가 났다. 그녀는 정신을 잃기 직전, 소가의 저택에서 들려오는 폭발음과 비명소를 떠올렸다. 그리고 모든 것이 깜깜해졌다.
눈을 뜨니 천장이 보였다. 회색 철제 천장이었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기계음과 사람의 신음소리뿐이었다. 소청은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온몸이 무거웠다. 그녀는 자신이 누워 있는 곳이 좁은 침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일어났어?”
옆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비슷한 또래의 소녀가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기는... 어디죠?”
“몰라? 여기는 소가의 노예 섬이야. 우리는 모두 맞춤 노예로 팔려 가는 중이야.”
소청의 가슴이 철렁했다. 소가의 노예 섬이라고? 그녀는 자기가 소가의 아가씨라는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 이미 가문의 비밀을 알고 있는 이상, 그녀가 여기서 신분을 밝히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다.
“맞춤 노예라고?”
“응. 부자들이 자기 취향에 맞게 훈련시키려고 주문한 노예들이야. 나는 이미 주인이 정해졌어. 너는 아직 모르는 것 같네.”
소녀는 무심하게 말했다. 소청은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그녀는 도망쳐야 했다. 하지만 어떻게? 이곳은 바다 한가운데 있는 섬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철창문 너머로 푸른 바다가 보였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한 여성이 들어왔다. 그녀는 검은색 교복을 입고 있었고, 얼굴에는 냉혹한 표정이 깃들어 있었다.
“새로 온 놈들이군. 내 이름은 아리. 이곳의 훈육관이다. 앞으로 너희는 내 규칙에 따라 생활하게 될 것이다. 규칙을 어기면 가차 없다. 알겠나?”
아리의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했다. 소청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천천히 이해하기 시작했다. 가문의 아가씨에서 노예로 전락한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반드시 살아남아서 복수할 것이다.
아리가 방을 나가자, 소청은 다시 침상에 누웠다. 그녀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그것은 나약함의 눈물이 아니었다. 분노와 결의의 눈물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이중 정체성을 숨기고,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모든 것을 걸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