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 정부가 발표한 새 노예법이 시행된 지 3년째. 거리에는 빚에 쫓기는 사람들이 넘쳐났고, 법은 그들에게 '자발적'인 선택지를 제시했다. 자신의 몸을 팔아 빚을 갚거나, 아니면 연방 교도소에서 썩거나. 시민들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자발적이라니,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을.
소 가문과 구 가문은 이 법의 최대 수혜자였다. 겉으로는 빚에 허덕이는 이들에게 새 삶을 열어준다는 명목 아래, 가난한 여성들을 부자의 첩으로 보내준다는 미명 아래, 두 가문은 연방 내에서 가장 큰 노예 중개 조직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그 이면은 달랐다. 구 가문의 무장 조직이 밤마다 어둠 속을 누비며, 길거리의 여성들을 납치했다. 소 가문은 그들을 받아 법적 서류를 위조해 '자발적 매매'로 꽃미꾸라지처럼 둔갑시켰다.
그날 밤, 소 가문의 저택은 불타고 있었다.
소청은 비밀 통로의 좁은 틈새에 몸을 웅크리고, 입을 막은 채 울음을 삼켰다. 위층에서는 부모님의 비명이 끊겼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구 가문의 복수였다. 얼마 전 아버지가 구 가문의 거래선을 가로챈 일이 화근이었다.
"방 안에 아무도 없다!"
"지하실을 뒤져라! 놓치면 가주에게 죽임을 당한다!"
목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소청은 숨을 죽였다. 그녀의 손가락이 차가운 돌벽을 더듬었다. 기억을 더듬어, 이 통로가 결국 어디로 이어지는지 떠올렸다. 마구간 뒤쪽, 가축을 실어 나르는 트럭이 멈추는 곳이었다.
그녀는 몸을 돌려 좁은 통로를 기어 나갔다. 드레스 자락이 돌에 걸려 찢어졌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마구간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트럭의 적재함 덮개가 열려 있는 것을 보았다. 평소 아버지가 노예들을 수송할 때 사용하는 차량이었다. 그녀는 망설였다. 하지만 뒤에서는 구 가문의 자객들이 저택을 샅샅이 뒤지는 소리가 들렸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소청은 트럭 짐칸으로 뛰어올랐다. 그 순간, 누군가가 뒤에서 그녀의 발목을 잡았다.
"거기 누구냐!"
그녀는 뒤돌아보지 않고, 발을 힘껏 휘저었다. 상대의 손이 풀렸다. 그녀는 깊숙한 곳으로 몸을 웅크렸다. 짐칸 안은 어둡고, 썩은 냄새와 피비린내가 섞여 있었다. 무언가 부드러운 것이 그녀의 발을 스쳤다. 다른 사람들이었다. 아니, 노예들이었다. 움직이지 않고, 숨소리조차 죽인 채였다.
그러자 트럭 문이 닫혔다. 굉음과 함께, 모든 것이 어둠에 잠겼다.
엔진이 울리고, 차체가 흔들렸다. 소청은 몸을 웅크린 채, 아버지의 죽음을 떠올렸다. 어머니의 비명을 떠올렸다. 그녀는 주먹을 꽉 쥐었다. 반드시 살아남아야 했다. 구 가문에 복수하기 위해서라도.
그러나 그녀의 의식은 점점 흐려졌다. 공기 중에 퍼진 마취제 냄새를 그때는 깨닫지 못했다. 트럭의 노예들은 모두 약에 취해 있었고, 그녀도 예외는 아니었다.
눈앞이 캄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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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을 때, 소청은 자신이 철창 안에 누워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변은 습하고, 곰팡이 냄새가 진동했다. 머리는 지끈거렸고, 손목에는 쇠사슬이 채워져 있었다.
"일어났나?"
차갑고 냉철한 목소리가 위에서 들려왔다. 소청이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니, 훈련복을 입은 여자가 서 있었다. 눈빛은 마치 물건을 평가하듯 차가웠다.
"어디... 여기는?"
"노예 훈련소다. 니가 새로 배정된 곳이다."
소청의 심장이 멈추는 듯했다. 그녀는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사슬이 그녀를 붙잡았다.
"잘못됐어요. 나는 소 가문의... 나는 노예가 아니에요!"
"소 가문?"
여자는 비웃음을 흘렸다.
"여기는 그런 소 가문의 훈련소다. 니 몸값은 이미 치러졌다. 주인님께서 대가를 지불하셨다. 이제 니 임무는, 주인님이 원하는 대로 훈련받는 것이다."
소청은 경악했다. 그녀가 아버지의 수송 차량에 숨은 것이 화근이었다. 그녀는 가문의 맞춤 노예로 분류된 것이다. 그녀의 가문이 운영하는 노예 시스템에, 그녀 스스로가 갇힌 것이다.
아무도 그녀의 진짜 신분을 알지 못했다. 집사 진조차, 그녀가 죽은 줄 알 것이다.
"일어나. 첫 훈련이 시작된다."
여자가 쇠사슬을 잡아당겼다. 소청은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그녀의 눈에 불꽃이 스쳤다. 그녀는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러나 그 속에서 그녀는 다짐했다. 반드시 이곳에서 살아남아, 복수할 거라고. 아무도 그녀를 노예로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언젠가 증명할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