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력 317년, 인류 문명은 별을 넘어 번영했지만 그 이면에는 더욱 첨예한 모순이 자리 잡고 있었다. 기술 발전은 생산 효율을 극대화했지만, 계층 간의 격차는 오히려 더 벌어졌다. 연방 의회가 통과시킨 신노예법은 표면상 경제적 곤경에 처한 시민들에게 마지막 선택지를 제공하는 듯 보였다. 빚을 갚기 위해 자발적으로 신분을 팔 수 있고, 기한이 끝나면 자유를 되찾는다는 조항이었다. 그러나 이 법안 아래에서는 보이지 않는 어둠이 은밀하게 번져가고 있었다.
소청은 거실 소파에 앉아 태블릿 화면에 스크롤되는 뉴스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자발적 신분 양도 계약 증가율 300% 기록, 연방 복지 제도의 새로운 대안인가?'라는 헤드라인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소씨 가문이 운영하는 노예 중개 사업이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돌아가는지 그녀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겉으로는 빈곤한 여성들에게 부유층의 첩이 될 기회를 제공하는 자선 사업처럼 포장되었지만, 실제로는 대규모의 납치와 협박 조직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집은 바로 이 더러운 사업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었다.
"아가씨, 오늘 저녁 식사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노집사 진이 정장 차림으로 거실 문 앞에 서서 공손히 고개 숙여 인사했다. 그의 이마에는 깊은 주름이 패여 있었고, 백발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소청은 고개를 끄덕이고 일어나 식당으로 향했다. 그 순간, 멀지 않은 곳에서 날카로운 폭발음이 들려왔다.
진은 즉시 몸을 긴장시켰다. "아가씨, 지하 비상 통로로! 빨리!"
그의 목소리는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고, 두 번째 폭발음이 더 가까이서 터져 나왔다. 집 전체가 심하게 흔들리며 천장에서 가루가 우수수 떨어졌다. 소청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몸을 돌려 복도 끝으로 달려갔다. 뒤에서 총성이 끊임없이 울려 퍼지고, 비명 소리와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가 뒤섞여 지옥 같은 광경을 연출했다.
"아가씨, 이쪽으로!"
진이 그녀의 손목을 잡아 비밀 통로 입구로 밀어 넣었다. 어둡고 좁은 통로 안에는 비상등만 희미하게 깜빡이고 있었다. 소청은 뒤돌아보며 말했다. "집사님, 당신은요?"
"저는 밖에서 상황을 정리하겠습니다. 당신은 앞으로만 가세요. 끝에 있는 옷장을 열면 차고로 연결됩니다. 거기에 트럭 한 대가 있습니다." 진의 목소리는 급했지만 여전히 안정감을 잃지 않았다. "아가씨, 제 말을 꼭 들어야 합니다.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말고 앞으로만 가세요."
소청은 깊이 숨을 들이쉬며 억지로 진정시켰다. 그녀는 어둠 속에서 몸을 돌려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통로는 생각보다 길었고, 이리저리 꺾이는 복도를 따라 몇 분을 달렸다. 마침내 문을 열었을 때, 그녀는 후문 차고에 도착해 있었다. 거기에는 소씨 가문의 물류용 트럭 한 대가 정차해 있었다.
뒤에서 또 한 번의 굉음이 터져 나왔다. 이번에는 집 본채 쪽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였다. 소청의 눈물이 순간적으로 흘러내렸지만, 그녀는 입술을 꽉 깨물고 짐칸 뒷문으로 달려갔다. 문이 열리자 텅 빈 적재 공간이 보였다. 아마도 오늘 밤 인계를 위해 대기 중인 트럭이었던 모양이다. 그녀는 재빨리 안으로 들어가 몸을 구부려 가장 안쪽 구석에 웅크렸다. 바짝 마른 목소리로 숨을 참았다.
몇 분 후, 구둘 구둘하는 발소리가 다가왔다. 누군가가 짐칸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여기 트럭 한 대가 더 있군. 확인해 봐."
소청은 심장이 멎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녀는 어둠 속에서 촉각을 곤두세우며 바깥의 모든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다행히도 다음 순간, 멀리서 총성이 다시 울려 퍼졌다. 그리고 누군가가 외쳤다. "목표는 잡았다! 철수!"
발소리가 급히 멀어져 갔다. 그리고 몇 초 후, 트럭의 시동 소리가 울렸다. 차체가 흔들리더니 출발하기 시작했다. 소청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곧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 트럭이 어디로 가는지, 그리고 자신을 어떤 신분으로 인식할지 그녀는 전혀 몰랐다.
트럭은 비포장 도로를 따라 약 30분을 달렸다. 갑자기 차체가 급정거했다. 누군가가 짐칸 뒷문을 열었고, 강한 조명이 안을 비췄다.
"어? 여기 누가 숨어 있네. 대박, 깔끔하게 잘 잡혔어."
웃음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소청은 눈을 찡그리며 어렵사리 앞을 바라보았다. 두 명의 사내가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하나는 작업복 차림에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다른 하나는 정장을 입고 서류를 들고 있었다. 정장의 사내가 서류를 넘기며 말했다.
"신원 확인. 신체 스펙도 괜찮고 나이도 맞네. 오늘 밤에 실려 오기로 한 그 물건인가?"
"그렇죠, 저희 쪽에서 결제는 이미 완료했습니다. 노예 섬으로 바로 보내 주십시오."
소청의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그들은 그녀를 소씨 가문이 거래한 노예로 착각하고 있었다. 그녀는 입을 열어 설명하려고 했지만, 목이 메어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정장의 사내가 손을 휘저으며 조수에게 지시했다.
"안정제 투여. 도착할 때까지 깨어나지 않도록 해."
날카로운 주삿바늘이 팔목을 찔렀다. 곧이어 강력한 어지럼증이 전신을 휘감았다. 소청의 시야가 점점 흐려지며 의식이 멀어져 갔다. 마지막으로 귀에 들어온 것은 달그락거리는 쇠사슬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중얼거리는 목소리였다.
"아가씨, 참 예쁘네. 주인 잘 만나길 바라."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소청은 철문이 잠긴 좁은 방 안에 누워 있었다. 주변에서는 쉰 듯한 신음 소리와 함께 누군가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몸을 일으켜 벽에 기대었고, 온몸이 마비된 듯 감각이 없었다. 문 밖에서는 발걸음 소리와 기계음, 그리고 단호한 명령이 끊임없이 들려왔다.
"다들 일어나! 줄 맞춰! 지금부터 등록 절차를 시작한다. 순서대로 신상 정보를 입력하고, 혈액형, 질병 여부, 신체 지수를 검사한다. 한 명씩 순서대로!"
소청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손가락이 무의식적으로 바닥을 긁었다. 그녀는 눈앞의 상황을 완전히 이해했다. 지금의 그녀는 더 이상 소씨 가문의 외동딸이 아니라, 낯선 노예 섬에서 경매를 기다리는 자발적 신분 양도자였다. 그녀의 부모님은 아마도 오늘 밤의 폭격 속에서 이미 숨을 거두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에게 남은 것은 오직 스스로 이곳을 살아서 빠져나가는 것뿐이었다.
문이 열리고, 높은 구두 굽 소리가 천천히 다가왔다. 검은색 정장을 입은 여성이 서류를 들고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녀의 눈빛은 차갑고 날카로웠으며, 마치 상품을 평가하듯 소청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신상 정보."
"소청."
"나이."
"열아홉."
여성은 갑자기 눈을 가늘게 뜨며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다시 서류를 내려다보았다. "여기에는 이름 기록이 없는데. 왜 시스템에 등록이 안 되어 있지?"
"방금 인계받은 물건이라서 아직 등록이 안 된 것 같습니다. 오늘 밤 급하게 실려 왔습니다." 옆에 있던 남성 직원이 재빨리 대답했다.
여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메모를 했다. "그럼 임시 번호를 먼저 부여하고, 2번 구역으로 보내. 내일 아침에 교관 아리가 와서 훈련을 시작할 거야."
소청은 이름이 불리기를 기다리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두 손이 무의식적으로 떨리고 있음을 느꼈다. 그러나 정신을 차리고 바짝 긴장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문턱을 넘을 때, 그녀는 뒤돌아 한 번 쳐다보았다. 어두운 하늘에는 별 하나 보이지 않았고, 낯선 땅의 매서운 바람만이 그녀의 옷깃을 파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