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정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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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8년, 화국 수도가 함락되었다. 하늘은 온통 검은 연기로 뒤덮였고, 폭발음과 총성이 사방에서 끊이지 않았다. 도시의 거리는 혼란과 절망에 빠졌다. 사람들은 아비규환 속에서 사방으로 도망쳤고, 누군가는 쓰러지고 누군가는 밟혀 죽었다. 린쉐는 아버지의 손을 꽉 잡고 인파 속에서 허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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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락의 날

2038년, 화국 수도가 함락되었다. 하늘은 온통 검은 연기로 뒤덮였고, 폭발음과 총성이 사방에서 끊이지 않았다. 도시의 거리는 혼란과 절망에 빠졌다. 사람들은 아비규환 속에서 사방으로 도망쳤고, 누군가는 쓰러지고 누군가는 밟혀 죽었다.

린쉐는 아버지의 손을 꽉 잡고 인파 속에서 허둥지둥 걸었다. 어머니는 뒤에서 동생을 안고 있었고, 얼굴은 새파래졌다. “아빠, 어디로 가는 거예요?” 린쉐의 목소리는 떨렸다. 아버지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앞만 보고 걸었다. 갑자기 뒤에서 굉음이 울렸다. 한 발의 포탄이 백 미터도 채 떨어지지 않은 건물에 명중했다. 콘크리트 파편이 사방으로 흩어졌고, 사람들의 비명이 하늘을 찔렀다.

“빨리! 옆 골목으로 들어가!” 아버지가 소리쳤다. 가족은 좁은 골목으로 몸을 숨겼다. 벽에는 피가 묻어 있었고, 바닥에는 누군가의 신발이 흩어져 있었다. 린쉐는 숨을 헐떡이며 벽에 기대었다. 다리는 떨려서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골목 입구에서 갑자기 일본 병사들의 고함소리가 들렸다. “거기! 움직이지 마!” 딱딱한 일본어가 골목 안을 울렸다. 린쉐는 얼른 몸을 웅크렸다. 그녀는 보았다. 몇 명의 일본 병사가 한 젊은 부부를 포위하고 있었다. 남편은 무릎을 꿇고 애원했지만, 병사는 웃으며 그의 머리채를 잡아당겼다. 아내는 울부짖으며 남편에게 달려갔지만, 다른 병사가 그녀를 걷어차 바닥에 넘어뜨렸다.

“제발…… 제발 우리 애를……” 남편이 애원했다. 병사는 대답 대신 총검을 휘둘렀다. 붉은 피가 벽을 적셨다. 린쉐는 손으로 입을 막았다. 구토가 치밀어 올랐다. 동생은 엄마 품에 안겨 울음을 터뜨렸다. 엄마는 급히 그의 입을 가렸다. “쉿…… 쉿…… 괜찮아……”

아버지가 조용히 말했다. “눈을 감아라. 보지 마라.” 하지만 린쉐는 눈을 떼지 못했다. 그녀는 보았다. 병사들이 여자의 옷을 찢고, 애꿎은 애기를 발로 차는 모습을. 이 모든 것이 악몽 같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보다 더 잔인했다.

갑자기 멀리서 나팔 소리가 울렸다. 병사들이 골목을 떠났다. 거리에는 시체만 널려 있었다. 린쉐는 마침내 울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일어나. 아직 끝나지 않았어. 우리 계속 가야 해.”

린쉐는 고개를 끄덕이고 눈물을 닦았다.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오늘 본 광경은 평생 잊히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군주 강림

동양 군주가 화국 중앙 광장에 세워진 임시 단상에 올랐다. 그의 발걸음 하나하나가 대리석 바닥을 울렸고, 그 소리는 침묵에 젖은 광장을 가르며 수천 명의 화국 백성들의 심장을 짓눌렀다.

“오늘부로 화국은 멸망했다.”

군주의 목소리는 차갑고도 명료했다. 확성기도 필요 없이 그 말은 광장 구석구석까지 선명하게 울려 퍼졌다. 그의 뒤로는 대장군이 굳은 표정으로 서 있었고, 양옆에는 무장한 동양 병사들이 빽빽이 늘어서 있었다.

“새로운 통치 질서를 선포한다.”

군주가 손을 들어 올리자, 병사들이 거대한 깃발을 광장 한가운데 내걸었다. 화국의 국기는 이미 찢겨져 발 아래 짓밟혀 있었고, 그 위로 동양의 군기가 휘날렸다.

“첫째, 모든 화국 남성은 노동력으로서의 가치만 인정받는다. 명령에 불복종하는 자는 즉시 처형한다.”

군중 사이에서 울먹임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잠시 후 고함을 지르던 한 남성이 병사들에게 끌려나와 단상 앞에 무릎을 꿇렸다. 대장군이 걸어 나와 그의 머리를 한 번에 내리쳤다. 비명도 잠시, 그 남성은 쓰러져 움직이지 않았다.

“계속한다.”

군주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말을 이었다.

“둘째, 모든 화국 여성은 동양의 재산이다. 그들의 몸과 마음, 미래와 과거, 모든 것이 우리의 것이다.”

린쉐는 군중 뒤편에 서서 그 말을 들었다. 그녀의 다리는 떨렸고, 손에 쥔 장웨이의 손은 땀으로 미끄러웠다.

“말도 안 돼... 말도 안 돼...”

린쉐가 중얼거렸지만 장웨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고, 눈동자는 공포로 흔들리고 있었다.

“셋째, 모든 화국 여성은 즉시 등록한다. 나이, 외모, 건강 상태를 기록하고 여성 통제 명단에 편입한다. 저항하는 자는 그 가족과 함께 처벌한다.”

군주가 손가락을 튕기자, 병사들이 군중 속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여성들을 한 명씩 끌어내어 광장 앞에 줄 세웠다. 린쉐의 손목을 누군가가 잡아당겼다. 그녀는 장웨이의 손을 놓치지 않으려고 발버둥 쳤지만, 병사의 힘은 거셌다.

“웨이! 웨이!”

“린쉐!”

장웨이가 그녀를 붙잡으려고 손을 뻗었지만, 다른 병사가 그의 어깨를 낚아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는 땅에 엎드려 신음했고, 린쉐는 그 모습을 보며 눈물이 터져 나왔다.

“제발! 제발 그만둬!”

린쉐가 울부짖었지만 병사들은 냉담하게 그녀를 여성 줄로 밀어 넣었다.

줄 앞에는 동양 여성 교관이 서 있었다. 그녀는 단정한 군복을 입고 있었고, 눈빛은 차가웠다. 그녀의 손에는 채찍이 들려 있었다.

“이름.”

교관이 린쉐에게 물었다. 린쉐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의 입술은 떨렸고,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이름을 묻고 있다.”

교관의 목소리는 낮고 위협적이었다. 그녀가 채찍을 살짝 들어 올리자, 린쉐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린... 린쉐...”

“나이는?”

“열... 열여덟...”

교관이 태블릿에 기록을 입력했다. 그녀의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였다.

“신장, 체중, 건강 상태. 모두 기록해라.”

뒤에 있던 간호 병사가 다가와 린쉐의 팔을 잡고 혈압을 재고, 키를 측정했다. 모든 과정이 기계적이고 냉혹했다. 린쉐는 자신이 물건처럼 취급받고 있다는 사실에 속이 메스꺼워졌다.

“완료. 다음.”

교관이 린쉐의 등을 밀어 옆으로 보냈다. 린쉐는 비틀거리며 광장 구석으로 밀려났다. 그곳에는 이미 수십 명의 여성들이 있었다. 그들은 모두 겁에 질린 표정이었고, 어떤 이는 울고 있었고 어떤 이는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린쉐는 그들 사이에 섰다. 그녀의 눈은 광장 저편을 찾고 있었다. 장웨이는 아직 바닥에 누워 있었고, 병사들이 그를 발로 차며 일어나라고 소리쳤다. 그는 간신히 몸을 일으켰지만, 그의 눈은 이미 꺼져 있었다.

단상 위에서 군주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제부터 모든 화국 여성은 동양의 소유물이다. 너희의 몸은 우리의 쾌락을 위해, 너희의 노동은 우리의 번영을 위해 존재한다. 이것이 너희의 새로운 운명이다.”

군주가 미소 지었다. 그것은 완벽한 승리의 미소였다. 그의 눈에는 화국 여성들이 두려움에 떠는 모습이 그저 즐거운 구경거리일 뿐이었다.

“대장군.”

“예, 폐하.”

“명단 작성을 서둘러라. 오늘 안으로 모든 여성의 등록을 완료한다. 내일부터는 조련을 시작한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대장군이 고개를 숙였다. 그의 입가에는 잔혹한 미소가 스쳤다.

린쉐는 그 광경을 바라보며 점점 모든 것이 흐려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시야에는 장웨이가 끌려가는 모습이 맴돌았고, 귀에는 군주의 선언이 울려 퍼졌다.

그녀는 더 이상 자신의 몸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이제 숫자였고, 명단 속 하나의 항목이었다. 그녀의 모든 것은 동양의 것이었다.

규칙 강림

꽹꽹거리는 북소리가 화국 수도의 거리를 울렸다. 아침 안개가 채 가시지 않은 시간, 모든 화국 여성들이 광장에 집결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린쉐는 창문 틈새로 거리를 내다보았다. 붉은 깃발 아래 서 있는 일본 군인들이 총검을 번쩍이며 여성들을 몰아내고 있었다. 할머니부터 어린아이까지, 모두 두려움에 떨며 집 밖으로 끌려나왔다.

"빨리 나와라! 늦는 자는 가차 없다!"

군인의 외침이 거리에 울려 퍼졌다. 린쉐는 손이 떨렸지만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었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일본 군인 한 명이 그녀의 팔을 잡아끌었다.

"어디 숨어 있었느냐!"

"아, 아뇨... 그냥..."

린쉐는 말을 잇지 못했다. 군인의 눈빛에 담긴 냉기가 그녀의 목을 조르는 듯했다.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여성들이 모여 있었다. 노인, 젊은 여자, 아이들까지. 그들 모두가 두려움에 떨며 서로를 껴안고 있었다. 일본 군인들이 광장 주변을 빙 둘러싸고 있었고, 높은 단 위에는 동양 군주와 대장군이 자리 잡고 있었다.

동양 대장군이 앞으로 나섰다. 그의 목소리는 확성기를 통해 광장 전체에 울려 퍼졌다.

"오늘부터 화국의 모든 여성에게 새로운 규칙이 적용된다. 잘 들어라, 이 규칙은 절대적이다!"

그가 펼친 두루마리에는 붉은 글씨로 규칙이 적혀 있었다. 린쉐는 눈을 크게 뜨고 그 글자를 읽었다.

"첫째, 13세 이상의 모든 화국 여성은 오늘부터 일본 제국의 소유가 된다. 신체와 마음, 모든 것이 일본에 귀속된다."

"둘째, 13세 미만의 여성은 집중적인 사상 교육을 받는다. 이 교육은 일본의 위대함과 화국의 멸망을 깨닫게 하는 과정이다."

"셋째, 모든 여성은 일본 명명법에 따라 새로운 이름을 부여받는다. 화국의 이름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린쉐의 심장이 멎는 듯했다. 그녀의 눈앞이 캄캄해졌다. 자신의 이름이 사라진다는 것, 소유가 된다는 것.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다.

광장 곳곳에서 울음과 탄식이 터져 나왔다. 어떤 여성들은 바닥에 주저앉아 울부짖었고, 어떤 이들은 군인들에게 매달려 항의했다.

"조용히 해라!"

일본 군인들이 채찍을 휘둘렀다. 찰싹 소리와 함께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한 여성이 채찍에 맞아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린쉐는 숨을 죽였다. 저항하면 끝장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동양 군주가 천천히 일어났다. 그의 눈에는 잔혹한 기쁨이 어려 있었다.

"너희들 모두 내 것이다. 몸과 마음이 모두. 거부하면 죽음뿐이다. 받아들이면... 아마도 살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의 말은 칼날처럼 차가웠다. 광장의 모든 여성들이 떨었다.

그 순간, 일본 군인들이 군중 속으로 들어가 여성들을 나누기 시작했다. 린쉐는 13세 이상 여성 그룹으로 끌려갔다. 그녀의 옆에는 어머니들도 있었고, 할머니도 있었다. 어떤 이들은 자신의 딸과 헤어지며 울부짖었다.

"아이야! 내 아이!"

"엄마! 엄마!"

군인들은 그런 모정조차 무참히 짓밟았다. 채찍과 총검으로 가족들을 떼어놓았다.

13세 미만의 소녀들은 다른 장소로 이끌려 갔다. 그들의 얼굴에는 순수함과 두려움이 뒤섞여 있었다. 동양 여성 교관들이 그들을 맞이했다. 그 교관들은 오만한 미소를 지으며 소녀들의 손을 잡았다.

"아가들아, 두려워하지 마라. 너희에게 위대한 일본의 가르침을 주겠다. 너희의 옛 정신은 쓸모없다. 이제부터 너희는 일본의 어린 신민이다."

린쉐는 그 광경을 바라보며 속이 메스꺼웠다. 어린아이들에게 세뇌를 시키는 것. 그런데도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때 일본 군인 한 명이 린쉐 앞에 섰다.

"너, 따라와라."

그녀는 끌려가서 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옛날 학교 건물이었지만, 지금은 일본군의 조련 시설로 변해 있었다. 벽에는 일본어 포스터가 붙어 있었고, 바닥에는 일본 제국의 깃발이 펼쳐져 있었다.

"옷을 벗어라."

군인의 명령에 린쉐는 몸을 움츠렸다.

"무, 무엇이라고요?"

"말을 듣지 못했느냐? 너의 모든 것은 이제 일본의 것이다. 옷조차도. 벗어라!"

린쉐는 떨리는 손으로 옷을 벗었다. 속옷만 남았을 때 군인이 손짓했다.

"이것을 입어라."

그가 건넨 것은 분홍색 JK 제복이었다. 짧은 치마와 꼭 맞는 재킷. 가슴에는 숫자가 새겨져 있었다.

"이 번호가 너의 새 이름이다. 7번. 기억해라."

린쉐는 제복을 입었다. 옷감이 피부에 닿는 느낌이 이질적이었다. 이 옷이 그녀의 정체성을 지우는 상징이라는 사실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제복을 입고 밖으로 나오자 다른 여성들도 같은 복장을 하고 있었다. 어떤 이는 초록색, 어떤 이는 연보라색. 나이에 따라 다른 색이었다. 그들 모두는 가슴에 번호를 달고, 머리에는 일본식 리본을 매고 있었다.

린쉐는 거울을 보았다. 그녀는 더 이상 옛날의 자신이 아니었다. 화국 여고생이 아닌, 일본 제국의 소유물 7번이 되어 있었다.

그때, 멀리서 장웨이가 보였다. 그는 남성 집단 속에서 강제 노동을 하고 있었다. 발목에는 쇠사슬이 채워져 있었고, 얼굴에는 상처가 있었다. 그가 린쉐를 발견했다. 그의 눈에 절망과 분노가 스쳤다.

린쉐는 무의식적으로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일본 군인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감히 누구에게 손짓하는 것이냐? 너는 이제 우리의 것이다. 그 하등한 화국 남자와는 상관없다."

군인의 손아귀가 아프게 조였다. 린쉐는 비명을 참으며 고개를 숙였다.

동양 여성 교관이 다가왔다. 그녀는 분홍색 JK 제복을 입은 린쉐를 훑어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잘 어울린다. 너는 나이도 어리고 예쁘니까, 집중적인 조련이 필요하겠다. 우리의 규칙을 완전히 체득할 때까지 가르침을 받게 될 것이다."

린쉐는 그녀의 눈을 마주쳤다. 그 눈에는 동정도, 연민도 없었다. 오직 조련사로서의 오만함과 냉혹함만이 담겨 있었다.

홍색 깃발이 바람에 펄럭였다. 그 아래에서 수천 명의 여성들이 새로운 규칙에 따라 줄지어 섰다. 그들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지만, 아무도 울지 않았다. 울면 더 큰 고통이 따른다는 것을 그들은 이미 배웠기 때문이다.

동양 군주가 단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흡족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이제 시작이다. 너희는 점차 내 것이 되어 갈 것이다. 몸과 마음이 모두. 그것이 너희의 새로운 운명이다."

린쉐는 그 말을 들으며 주먹을 꽉 쥐었다. 그녀의 손톱이 살을 파고들었다. 아픔이 그녀를 현실로 붙잡아 두었다.

그녀는 이 모든 것을 기억해야 했다. 이 치욕을, 이 굴욕을. 하지만 동시에 그녀는 두려웠다. 과연 그녀가 이 모든 것을 견딜 수 있을지. 그녀의 정신이 무너지지 않을지.

동양 여성 교관이 다시 다가왔다. 그녀는 린쉐의 턱을 잡고 위로 올렸다.

"눈을 똑바로 떠라. 네가 두려워하는 것을 보여주지 마라. 그것이 오히려 약함을 증명할 뿐이다."

린쉐는 그 말에 충격을 받았다. 교관의 말에는 약간의 조언 같은 것이 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그녀는 그 뜻을 깨달았다. 교관은 그녀가 더 나은 소유물이 되길 바라는 것뿐이었다.

린쉐는 눈을 들어 단 위를 바라보았다. 동양 군주가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눈에는 장난감을 보는 듯한 즐거움이 어려 있었다.

그 시선이 린쉐의 영혼을 꿰뚫는 듯했다. 그녀는 자신이 완전히 포위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도망칠 곳도, 저항할 힘도 없었다. 오직 순종만이 그녀의 생존을 보장할 뿐이었다.

린쉐는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자신의 새로운 이름을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7번. 그녀는 이제 7번이었다.

제복의 수치

린쉐는 손목이 묶인 채로 끌려 들어왔다. 그녀의 발은 맨발이었고, 교실 바닥은 차가웠다. 다른 여학생들도 같은 처지였다. 모두들 조용히, 두려움에 떨며 줄을 서 있었다. 동양 여성 교관이 그들 앞에 서 있었다. 그녀의 입가에는 잔인한 미소가 번져 있었다.

“너희들은 이제부터 동양의 여성이다.”

그녀의 목소리는 날카로웠다. 그녀는 손을 들어 옆에 놓인 상자를 가리켰다. 상자 안에는 분홍색 JK 제복, 흰색 스타킹, 그리고 검은 구두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하나씩 입어라. 거절하는 자는 즉시 처벌받는다.”

린쉐의 가슴이 뛰었다. 그 제복은 너무나도 화려하고,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짧은 치마, 얇은 소매, 그리고 가슴 부분은 과도하게 강조되어 있었다. 그녀는 손을 내밀었다. 천이 부드러웠다. 그러나 그 부드러움은 그녀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빨리!”

교관의 목소리에 린쉐는 떨며 옷을 갈아입었다. 제복이 몸에 밀착되었다. 흰색 스타킹이 다리를 조였고, 구두는 발을 꽉 움켜쥐었다. 그녀는 거울 속의 자신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다른 여학생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쏟아졌다. 모두가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그들은 한 마리 한 마리, 동양의 인형처럼 변해가고 있었다.

“줄을 맞춰라!”

교관이 손뼉을 쳤다. 그녀는 한 명 한 명 앞으로 걸어갔다. 그녀의 손이 린쉐의 치마를 잡아당겼다. 그녀는 린쉐의 다리를 훑어보았다.

“다리는 예쁘다. 하지만 표정이 너무 경직되어 있다. 웃어라.”

린쉐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 그 미소는 너무나도 부자연스러웠다.

“더 웃어라!”

교관이 소리쳤다. 린쉐는 더 크게 웃었다. 그 웃음은 공허했다. 다른 여학생들도 따라 웃기 시작했다. 교실 안은 억지로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좋다. 이제 너희들은 동양의 여성이다. 동양의 여성은 항상 아름다워야 한다. 항상 순종적이어야 한다.”

교관이 걸어가며 말을 이었다. 그녀의 발걸음이 바닥을 울렸다.

“너희들은 화국의 남성들을 잊어야 한다. 그들은 약하고, 무가치하다. 너희들은 동양의 남성들을 숭배해야 한다. 그들은 강하고, 위대하다.”

린쉐의 머릿속에 장웨이의 얼굴이 스쳤다. 그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무슨 일을 당하고 있는지 그녀는 몰랐다. 하지만 그 생각은 곧 사라졌다. 교관의 목소리가 그녀의 정신을 지배하고 있었다.

“이제 나와 함께 외쳐라. 동양은 위대하다.”

“동양은 위대하다.”

여학생들의 목소리가 하나가 되었다. 그들의 눈에는 더 이상 두려움만이 아니라, 무언가 다른 것이 스며들고 있었다. 교관은 만족스러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 이제 너희들은 진정한 동양의 여성이다. 너희들은 동양의 자랑이다.”

린쉐는 그 말을 들으며 점점 더 깊이 빠져들었다. 그녀는 더 이상 화국의 여고생이 아니었다. 그녀는 동양의 여성, 동양의 도구, 동양의 장식품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점점 더 자발적으로 변해갔다.

“동양은 위대하다. 동양은 영원하다.”

그녀의 목소리는 다른 여학생들과 함께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는 느꼈다. 이제 그녀는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세뇌의 시작

동양 제국이 화국을 완전히 장악한 지 석 달째 되는 날, 화국 초등학교들은 모두 세뇌 교육 기관으로 전환되었다. 학교 건물은 그대로였지만, 교실 안의 풍경은 완전히 달라졌다.

린쉐는 여동생 린메이를 학교에 데려다주는 일을 맡았다. 원래는 어머니가 했어야 했지만, 어머니는 식량 배급소에서 하루 종일 줄을 서야 했다. 동양인 관리들은 화국인들이 제때 먹고살기 위해서는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배급량이 턱없이 부족했다.

초등학교 정문 앞에는 동양 여성 교관 두 명이 서 있었다. 그들은 화려한 제복을 입고 있었고, 가슴에는 반짝이는 훈장이 달려 있었다. 그중 한 명은 손에 주사기를 들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명단을 확인하고 있었다.

“이름이 뭐니?” 교관이 린메이에게 물었다. 그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속에는 거역할 수 없는 위압감이 깔려 있었다.

“린... 린메이예요.” 열한 살짜리 소녀가 작게 대답했다.

“좋아, 안으로 들어가라.” 교관이 주사기를 들어 올렸다. “오늘부터 첫 번째 단계 교육을 시작한다. 이 주사는 너희 몸이 더 빨리 성장하도록 도와줄 거야.”

린쉐의 손이 떨렸다. 그녀는 주사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지난주에 학교에서 배포한 안내문에는 ‘호르몬 촉진 주사’라고 쓰여 있었다. 공식적인 설명은 ‘학생들의 건강한 발육을 위한 것’이었지만, 실제 목적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언니...” 린메이가 린쉐를 돌아보았다. 눈이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괜찮아, 메이야.” 린쉐가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그냥 주사 한 방일 뿐이야. 아프지 않아.”

거짓말이었다. 그녀는 이미 몇몇 동급생들이 이 주사를 맞은 후 열이 나고 몸이 붓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여동생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저항하는 자는 동양 대장군의 호위병들에게 끌려가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다.

린메이가 주사 맞는 모습을 지켜보며, 린쉐의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소녀가 교사 안으로 들어갈 때, 그녀는 손을 꽉 쥐었다. 그리고 돌아서서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길을 걷는 동안, 그녀는 거리 곳곳에 붙은 포스터를 보았다. 동양 군주의 얼굴이 그려진 포스터에는 ‘새로운 질서, 새로운 삶’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 아래에는 화국 여성들이 동양 남성에게 무릎 꿇고 있는 그림이 있었다. 린쉐는 고개를 돌렸다.

그날 저녁, 린메이가 집에 돌아왔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고, 소매 아래에는 주사 자국이 선명했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린쉐도 묻지 않았다. 그저 저녁을 먹고 각자 방으로 들어갔다.

며칠 후, 린메이는 더 이상 학교에 가기를 거부하지 않았다. 오히려 일찍 일어나서 교복을 단정히 입고, 린쉐를 재촉했다.

“언니, 빨리 가야 해, 오늘 성 교육 시간이야.”

“성 교육?” 린쉐의 목소리가 떨렸다.

“응, 교관 언니가 가르쳐 줘.” 린메이의 눈이 반짝였다. “우리는 동양 제국의 미래를 위해 몸을 바쳐야 한다고 했어. 그게 우리의 의무야.”

린쉐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여동생이 교관 앞에서 하는 말을 상상할 수 있었다. ‘동양 남성을 섬기는 것이 영광입니다.’ ‘저희는 순종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그런 말들이 린메이의 입에서 나오는 것을 생각하니 머리가 아찔해졌다.

“언니, 나도 언니처럼 되고 싶어.” 린메이가 갑자기 말했다. “교관 언니가 그러는데, 우리 언니는 이미 완벽한 본보기래. 저항을 포기하고 동양을 받아들인 최초의 여고생이라고.”

린쉐의 몸이 굳어졌다. 그녀는 자신이 그런 본보기가 되기를 원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그녀는 동양 여성 교관들에게 조련당했고, 그녀의 굴종은 다른 사람들에게 모범이 되었다.

“메이야...” 린쉐가 입을 열었지만,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린메이는 언니의 망설임을 눈치채지 못한 듯, 쾌활하게 말을 이었다. “오늘은 성 교육 시간에 거울 앞에서 자세 연습을 한대. 팔을 이렇게 하고, 엉덩이를 이렇게...” 그녀가 몸을 움직이며 시범을 보였다. 그 동작은 어색했지만, 그것이 곧 그녀의 일상이 될 것이다.

린쉐는 여동생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집으로 돌아왔다. 방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장웨이는 지난주에 동양인 관리들에게 끌려가서 강제 노역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창가에 서서 거리를 바라보았다. 저 멀리서 동양 군주가 탄 호화로운 마차가 지나가고, 사람들이 길가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날 밤, 린메이는 학교에서 가져온 교재를 펴고 열심히 외웠다. “제1장: 동양 제국에 대한 충성. 충성이란 절대적이며 무조건적입니다. 충성이란 의심 없는 복종입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또렷했고, 눈빛은 확신에 차 있었다.

린쉐는 문틈으로 여동생을 바라보았다. 그 작은 몸이 책상 앞에 앉아 있는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다. 열한 살짜리 아이가 이런 글을 외워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끔찍했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언니.” 린메이가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내일은 학교에서 실습이 있어. 동양 남성 앞에서 무릎 꿇는 법을 배운대. 교관 언니가 그러는데, 연습을 많이 해야 실수하지 않는다고.”

“메이야, 그거...” 린쉐가 말을 꺼냈다가 삼켰다. “조심해.”

“걱정 마, 언니. 나 잘할 수 있어.” 린메이가 환하게 웃었다. 그 미소 속에는 더 이상 전에 보던 순수함이 없었다. 대신 새로운 것이 자리 잡고 있었다. 세뇌의 씨앗이 이미 싹을 틔우고 있었다.

린쉐는 문을 닫고 벽에 기대어 주저앉았다. 그녀는 자신이 이 모든 것을 막을 수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의 여동생도, 그녀의 남자친구도, 그녀의 나라도 모두 동양 제국에 삼켜지고 있었다. 그녀 역시 이미 그 일부가 되어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린쉐는 린메이의 손을 잡고 다시 학교로 향했다. 초등학교 정문 앞에는 새로운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오늘부터 모든 여성은 의무 교육에 참여해야 합니다. 저항하는 자는 처벌을 받습니다.’ 그 밑에는 동양 대장군의 서명이 찍혀 있었다.

린메이가 교실로 들어갈 때, 린쉐는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창문 너머로 교실 안 풍경이 보였다. 동양 여성 교관이 칠판 앞에 서서 학생들에게 자세를 가르치고 있었다. 소녀들은 교관의 지시에 따라 몸을 움직였다. 그 동작들은 점점 더 능숙해지고 있었다.

“이제 네가 해야 할 일을 알겠니?” 린쉐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녀의 목소리는 차가웠고, 눈빛은 텅 비어 있었다. “세뇌는 계속될 거야. 너도 나처럼 될 거야.”

그녀는 몸을 돌려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뒤에서는 아이들의 합창 소리가 들려왔다. “저는 동양 제국의 충실한 딸이 되겠습니다. 저는 명령에 순종하겠습니다. 저는 제 몸과 영혼을 제국에 바치겠습니다.”

린쉐는 그 소리를 들으며 두 주먹을 꽉 쥐었다. 그녀의 손톱이 살을 파고들었지만, 아픔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무감각해져 있었다. 세뇌의 과정은 그렇게 시작되었고, 아무도 막을 수 없었다.

중학교 훈련

린쉐는 눈을 뜨자마자 익숙하지 않은 천장을 마주했다. 머리 위에는 형광등이 희미하게 깜빡이고 있었고, 온몸에서는 묘한 피로감이 감돌았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발목과 손목이 무언가에 묶여 있는 것을 느꼈다.

“깨어났군.”

차갑고 건조한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린쉐는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근원을 찾았다. 방 한쪽 구석에 서 있는 여성 교관이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빛은 마치 먹잇감을 살피는 맹수 같았다.

린쉐는 몸을 떨었다. 기억이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녀가 끌려온 날, 수도 방어선의 붕괴, 그 후의 혼란... 그리고 지금 이곳은.

“이게 무슨...”

“중학교 훈련소다. 너는 이제 여기서 공부하게 된다.”

교관이 걸어와 린쉐의 턱을 잡아 올렸다. “오늘부터 기본적인 것을 배울 것이다. 첫 수업은 언어다.”

“언어?”

“그래. 네가 해야 할 말. 배워야 할 표정. 몸짓 하나하나.”

교관이 손을 놓고 방 한가운데로 걸어갔다. 거기에는 이미 여러 가지 물건들이 놓여 있었다. 액정 스크린, 다양한 모양의 도구들, 그리고 책상 위에 가지런히 정렬된 교재들.

린쉐의 손목과 발목이 풀렸다. 그녀는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교관이 손짓하자 두 명의 병사가 다가와 그녀를 강제로 끌고 갔다. 그들은 그녀를 방 한가운데 있는 의자에 앉혔다.

“첫 번째 수업. 몸을 다스리는 법이다.”

교관이 스크린을 켰다. 화면에는 생생한 영상이 나타났다. 남녀가 서로 얽혀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린쉐는 고개를 돌렸다.

“보아라. 이것이 너의 새로운 교과서다.”

“싫어... 이런 건 원하지 않아...”

“원하지 않아? 흥미롭군. 하지만 여기서는 네 의견이 중요하지 않다.”

교관이 다가가 린쉐의 뺨을 두 번 때렸다. 따끔한 통증이 퍼져 나갔다. 린쉐는 눈물이 맺히는 것을 느꼈다.

“다시 말한다. 보아라.”

린쉐는 어쩔 수 없이 화면을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혐오감만 들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영상들은 그녀의 뇌리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몸이 무언가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좋아. 이제 실습으로 넘어가자.”

교관이 테이블에서 물건을 집어 들었다. 그것은 길쭉하고 매끈한 플라스틱 도구였다. 린쉐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직감했다.

“안 돼... 안 돼요...”

“말대꾸하지 마라.”

교관이 병사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들은 린쉐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그녀는 발버둥쳤지만 소용없었다. 곧 그녀의 몸은 속옷만 남은 상태가 되었다.

“너의 몸은 이제 우리의 것이다. 네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적응해야 한다.”

교관이 도구를 린쉐의 손에 쥐어 주었다. 차가운 플라스틱 감촉이 손바닥에 전해졌다. 교관은 린쉐의 손을 잡아 도구를 몸에 가져가게 했다.

“움직여라. 네가 배워야 할 것 중 하나다.”

린쉐는 온몸이 떨렸다. 그녀는 그것을 거부하려 했지만, 교관의 손이 그녀를 강제로 움직이게 했다. 도구가 살갗에 닿자 전율이 흘렀다.

“이걸 해! 네가 스스로 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린쉐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녀의 손이 교관의 지시대로 움직였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점점 빠르고 정확해졌다.

“좋아. 이제 입을 열어라.”

교관이 그녀의 입에 다른 도구를 밀어 넣었다. 린쉐는 구역질이 나려 했지만 참아야 했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 모든 것이 몇 시간 동안 계속되었다. 린쉐는 다양한 자세와 기술을 강제로 배웠다. 그녀의 몸은 점점 지쳐 갔지만, 교관은 멈추지 않았다.

“다음 수업은 유방 성교다. 너는 이것도 배워야 한다.”

린쉐는 이미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날 밤, 린쉐는 훈련소의 좁은 방에 갇혀 있었다. 그녀는 몸이 아프고 마음은 텅 빈 상태였다. 그때, 방 안의 스피커가 울렸다.

“린쉐, 전화 왔다.”

전화? 누가?

린쉐는 간신히 일어나 스피커 반대편에 있는 수화기를 들었다.

“린쉐야? 린쉐야, 나야, 장웨이야!”

남자친구의 목소리였다. 린쉐의 입술이 떨렸다.

“장웨이... 너 어디...”

그 말을 끝내기도 전에 수화기 저쪽에서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험악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이 화국 놈아! 누구한테 전화하는 거야!”

“이건 어떤 놈이지? 노예 면허도 없는 주제에...”

린쉐는 숨을 죽였다. 수화기 저편에서는 싸우는 소리, 발로 차는 소리, 그리고 장웨이의 비명이 들려왔다.

“닥쳐! 신청도 없이 전화를 걸어? 이걸로 네 죄는 무겁다!”

“제발... 제발 린쉐를... 린쉐를 좀 봐주세요...”

“헛소리! 너는 이제 동양 제국의 노예다. 감히 연락을 하려 하다니!”

린쉐는 수화기를 꽉 움켜쥐었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지만, 곧 전화가 끊겼다. 스피커에서는 먹먹한 정적만이 흘렀다.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장웨이... 그는 아마 심하게 맞았을 것이다. 그녀는 자신 때문에 그가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꼈다.

하지만 곧 그녀의 생각은 다른 쪽으로 흘러갔다. 교관의 음성과 그 영상들, 그리고 자신이 방금 경험한 모든 것들이 머릿속에서 반복되었다. 그녀의 몸은 이미 그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깊은 밤이 되자, 린쉐는 결국 눈을 감았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무언가가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그 변화의 방향은 아직 그녀 자신도 알 수 없었다.

고등학교 접객

린쉐는 아침 6시에 알람 소리와 함께 눈을 떴다. 더 이상 엄마가 깨우지 않아도 스스로 일어나는 법을 배웠다. 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나 창밖을 바라보았다. 화국 수도는 여전히 어두웠다. 길거리에는 동양 군인들이 지키고 서 있었고, 몇몇 화국 사람들은 이미 줄을 서서 하루 일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린쉐, 준비됐니?” 엄마의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렸다. 그 목소리는 예전보다 나른하고 체념한 듯했다.

“네, 엄마.” 린쉐는 짧게 대답하고 교복을 입었다. 더 이상 예전의 예쁜 교복이 아니라 동양 제국이 지정한 옷이었다. 짧은 치마와 얇은 소재, 몸에 꼭 맞는 디자인. 처음 입었을 때는 너무 부끄러웠지만, 이제는 그런 감정도 점점 무뎌지고 있었다.

거실에 나가니 아버지가 이미 식탁에 앉아 신문을 보고 있었다. 신문은 한 면이 동양어로 채워져 있었고, 나머지는 화국 사람들을 위한 공지사항이었다. 아버지는 그녀를 보자 눈을 피했다.

“오늘부터 고등학교 가는구나.” 아버지가 말했다.

“네.” 린쉐는 대충 대답하고 가방을 챙겼다. 가방 안에는 교과서 대신 동양어 학습서와 새로운 규율 책자가 들어 있었다.

학교까지 걸어가는 길은 조용했다. 거리의 화국 사람들은 고개를 숙이고 걸었고, 누구도 크게 말하지 않았다. 린쉐는 그 사이를 지나 학교로 향했다. 학교 건물은 예전과 같았지만, 정문에 걸린 간판이 바뀌었다. ‘동양 제국 화국 지부 고등학교 - 접객 훈련 과정’이라고 쓰여 있었다.

린쉐는 문지방을 넘으며 심호흡을 했다. 교실에 들어서자 이미 많은 여학생들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녀들은 모두 같은 교복을 입고 있었고, 얼굴에는 같은 무표정이 걸려 있었다. 몇몇은 눈물을 흘린 흔적이 있었지만, 더 이상 누구도 울지 않았다.

수업 종이 울리자 교실 문이 열리고 동양 여성 교관이 들어왔다. 그녀는 하이힐 소리를 또박또박 내며 교단에 섰다. 그녀의 눈은 차가웠고, 입가에는 항상 비웃는 듯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오늘부터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한다.” 교관이 동양어로 말했다. 그 옆에는 통역사가 서서 화국어로 번역했다. “너희는 화국 여성의 대표로서 동양 제국의 접객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이것은 너희의 의무이자 영광이다.”

린쉐는 손가락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손을 무릎 아래에 숨겼다.

“먼저 건강 검진을 진행한다.” 교관이 계속 말했다. “모두 줄을 서서 따라와라.”

여학생들은 하나둘 일어나 줄을 섰다. 린쉐도 그 뒤를 따랐다. 그들은 복도를 지나 검진실로 들어갔다. 방 안은 하얀색이었고, 여러 동양 의사와 간호사들이 준비하고 있었다.

“옷을 벗어라.” 간호사가 무뚝뚝하게 말했다.

린쉐는 망설였다. 하지만 뒤에 있던 여학생이 그녀의 어깨를 살짝 밀었다. “빨리 해. 안 그러면 벌 받아.”

그녀는 이빨을 깨물고 천천히 교복을 벗었다. 찬 공기가 피부에 닿았다. 그녀는 팔로 가슴을 가리려 했지만, 간호사가 그녀의 손을 강제로 내렸다.

“가리지 마라.” 간호사가 말했다.

검진은 약 30분 동안 진행되었다. 혈액 검사, 체온 측정, 그리고 가장 부끄러운 부분—젖 분비 검사였다. 의사는 그녀의 가슴을 만지며 압력을 가했고, 린쉐는 참지 못하고 작은 신음을 냈다.

“아직 충분하지 않다.” 의사가 메모를 하며 말했다. “3일 후 다시 검사한다. 그때까지 분비량이 늘지 않으면 보충 주사를 맞아야 한다.”

린쉐는 얼굴이 새파래졌다. 그녀는 주사에 대한 소문을 들었다. 몸에 이상한 변화를 일으키고, 정신까지 흐려진다는 소문이었다.

검진이 끝난 후, 그녀는 다른 여학생들과 함께 교실로 돌아왔다. 모두 침묵 속에 앉아 있었다. 교관이 다시 들어왔고, 이번에는 손에 몇 개의 속옷을 들고 있었다.

“다음은 속옷 평가다.” 교관이 말하며 속옷을 책상 위에 펼쳤다. 그것들은 모두 얇고 투명한 소재였고, 레이스와 리본이 달려 있었다. “모두 이 속옷을 입어라. 그리고 내가 평가할 것이다.”

린쉐는 속옷을 집어 들었다. 손에 닿는 감촉이 너무나 가벼웠다. 그녀는 얇은 천이 투명해서 속이 다 보일 것 같다는 생각에 얼굴이 붉어졌다.

“빨리 입어라.” 교관이 재촉했다. “시간 낭비하지 마라.”

여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교복 위에 속옷을 입기 시작했다. 어떤 속옷은 너무 작아서 제대로 가려지지 않았고, 어떤 것은 디자인이 너무나 선정적이었다. 린쉐는 얇은 브라와 팬티를 입었다. 거울을 보니 거의 벌거벗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교관은 한 명씩 다가와 평가했다. 그녀는 린쉐 앞에 서서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가슴이 좀 작다.” 교관이 메모를 했다. “팬티 라인도 별로다. 그리고 표정이 너무 굳어 있다. 접객할 때는 부드럽고 달콤한 표정을 지어야 한다. 지금 네 표정은 마지못해 하는 것 같아 보인다.”

린쉐는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죄송하다고 말하지 마라. 고쳐라.” 교관이 차갑게 말했다. “3일 후에 다시 평가한다. 그때까지 개선되지 않으면 특별 훈련을 받아야 한다.”

특별 훈련이라는 말에 린쉐는 몸을 떨었다. 그 말은 곧 고문이나 세뇌를 의미했다. 그녀는 이미 몇몇 선배들이 그 훈련을 받고 돌아와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이야기를 들었다.

오후 수업은 더욱 힘들었다. 그들은 접객 매너를 배웠다. 어떻게 웃고, 어떻게 인사하고, 어떻게 앉고 서는지. 모든 동작이 정해져 있었고, 조금이라도 틀리면 교관의 회초리가 날아왔다.

린쉐는 다섯 번이나 매를 맞았다. 첫 번째는 웃는 각도가 잘못됐다고, 두 번째는 허리를 너무 굽혔다고, 세 번째는 목소리가 너무 작았다고. 다섯 번째 맞았을 때, 그녀는 더 이상 아프다고 느끼지 않았다. 그냥 무감각해졌다.

“자, 이제 연습을 마치고 실전 평가를 하겠다.” 교관이 손뼉을 쳤다. “한 명씩 앞으로 나와서 내 앞에서 접객 동작을 선보여라.”

여학생들은 하나둘 앞으로 나갔다. 어떤 아이는 너무 긴장해서 다리가 떨렸고, 어떤 아이는 억지로 웃음을 지으려다 울음을 터뜨렸다. 교관은 그들을 보며 혀를 찼다.

“너, 린쉐.” 교관이 그녀를 불렀다.

린쉐는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심호흡을 하고 교관 앞에 섰다. 그리고 연습한 대로 고개를 숙이고, 입가에 미소를 띠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동양의 손님. 환영합니다.”

교관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괜찮다. 하지만 더 자연스러워야 한다. 마치 기계처럼 굳어 있으면 안 된다. 다시 한 번.”

린쉐는 다시 인사했다. 이번에는 좀 더 편안하게. 교관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자리로 돌아가라.”

린쉐는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그녀는 손이 아직 떨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마음속에는 이상한 안도감이 들었다. 적어도 오늘은 특별 훈련을 받지 않아도 되었다.

수업이 끝나고, 린쉐는 학교를 나와 집으로 걸어갔다. 길거리에는 동양 군인들이 여전히 지키고 서 있었다. 그녀는 그들을 보며 더 이상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그냥 무감각했다.

그날 밤, 린쉐는 방에 혼자 앉아 있었다. 그녀는 거울을 보며 오늘 배운 접객 미소를 연습했다. 입가가 웃고 있었지만, 눈은 전혀 웃지 않았다. 그녀는 그 모습이 낯설었다. 마치 다른 사람처럼.

“린쉐, 저녁 먹어야지.” 엄마의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렸다.

“네, 금방 갈게요.” 그녀는 대답하고 거울 앞에서 일어났다. 그 순간, 그녀는 더 이상 예전의 린쉐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무언가가 그녀 안에서 조금씩 죽어가고 있었고, 그 자리를 다른 무언가가 채우고 있었다.

그녀는 방을 나서며 다시 한 번 접객 미소를 지었다. 거실에는 아버지와 엄마가 앉아 있었다. 그들은 그녀를 보며 조용히 밥을 먹기 시작했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린쉐는 밥을 뜨며 문득 생각했다. 언젠가는 나도 저 동양 여성 교관처럼 될까? 남을 조련하고, 남의 존엄을 짓밟는 사람으로 변할까?

하지만 그 생각은 곧 사라졌다. 그녀는 더 이상 그런 질문에 답할 힘이 없었다. 그냥 오늘 하루를 견디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밤이 깊어지자, 창밖에서는 동양 군인들의 발소리와 함께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린쉐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눈을 감고 내일 또 다시 학교에 가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대학 평가

린쉐는 대학 정문 앞에 서 있었다. 거대한 철문 위에는 동양 제국의 깃발이 휘날리고 있었고, 문 양옆으로는 무장한 병사들이 늘어서 있었다. 그녀는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 입학 허가서를 받았을 때의 기쁨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이제 그녀는 이곳이 단순한 교육 기관이 아니라, 동양의 통치 체계 속에서 여성들을 더욱 정교하게 조련하는 도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린쉐, 19세, 화국 수도 출신, 전 학년 성적 우수.” 입구에 서 있던 동양 여성 교관이 그녀의 서류를 훑어보며 낮고 냉랭한 목소리로 읽었다. 그녀의 눈빛은 린쉐의 전신을 훑으며, 마치 물건을 평가하듯이 날카로웠다.

“따라와라. 오늘은 네 신체 평가가 있다.”

린쉐는 고개를 숙인 채 교관의 뒤를 따랐다. 복도는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벽에는 동양 군주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 그 위엄 있는 눈빛이 마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했다. 그녀는 발걸음을 멈추고 가슴이 조여 오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몸이 곧 낯선 손길에 노출될 것이라는 예감이 그녀를 떨게 했다.

평가실 문이 열렸다. 안은 차갑고, 하얀 벽과 형광등 불빛이 눈부셨다. 중앙에는 금속으로 만든 긴 테이블이 놓여 있었고, 그 위에는 다양한 측정 도구와 기록지가 정렬되어 있었다. 한 명의 동양 여성 교관과 두 명의 보조원이 이미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옷을 벗어라.” 교관이 무표정하게 명령했다.

린쉐는 손가락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천천히 셔츠 단추를 풀고, 치마를 내렸다. 속옷까지 모두 벗자 차가운 공기가 그녀의 피부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녀는 팔로 가슴을 가리려고 했지만, 교관이 손목을 잡아당겼다.

“가리지 마라. 이곳에서는 네 몸이 평가의 대상이다.”

교관은 캘리퍼스를 들어 린쉐의 유두를 측정하기 시작했다. 차가운 금속이 피부에 닿자 린쉐는 몸을 움츠렸다.

“유두 길이 0.7센티미터, 기준치 이하.” 교관이 기록지에 적었다. “앞으로 규칙적인 자극 훈련이 필요하다.”

린쉐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음, 질 분비물 점도 검사.” 교관이 보조원에게 손짓했다.

보조원이 긴 막대기처럼 생긴 기구를 들어 린쉐의 다리 사이로 가져갔다. 린쉐는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섰지만, 보조원이 그녀의 허리를 잡고 움직임을 막았다.

“움직이지 마라. 결과가 부정확해진다.”

찬 금속이 그녀의 몸 안으로 들어갔다. 린쉐는 숨을 삼켰다. 기계가 천천히 회전하며 점도를 측정했다. 디스플레이에 숫자가 떠올랐다.

“점도 3.2, 정상 범위.” 교관이 차갑게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더 높은 수치를 유지해야 한다. 규칙적인 성적 자극 훈련이 필요할 것이다.”

린쉐의 눈에 눈물이 맺혔지만, 그녀는 참았다. 그녀는 이미 이 체계 속에서 자신이 아무것도 아님을 깨닫고 있었다.

“이제 네 신발과 양말을 확인한다.” 교관이 바닥에 놓인 린쉐의 신발을 가리켰다.

린쉐는 자신의 운동화를 바라보았다. 그것은 그녀가 평소에 신고 다니던 낡은 신발이었다. 교관은 신발을 집어 들고 안쪽을 살펴본 뒤, 코를 가져가 냄새를 맡았다.

“신발 안쪽 더러움 정도, 4등급. 냄새, 3등급.” 교관이 기록했다. “양말도 마찬가지다. 발가락 부위에 얼룩이 있고, 땀 냄새가 강하다.”

“그건… 며칠 전에 운동을 해서…” 린쉐가 변명하려고 입을 열었다.

“침묵.” 교관이 손을 들어 그녀의 말을 끊었다. “네 신체 상태는 네가 얼마나 자신을 관리하지 않는지를 보여준다. 앞으로는 매일 발과 신발을 청결하게 유지해야 한다. 기준치를 넘지 못하면 처벌이 있을 것이다.”

린쉐는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자신의 몸이 더 이상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점점 더 확실히 깨닫고 있었다. 이곳은 그녀의 몸을 조각조각 분해하여 각 부분을 평가하고, 개조하고, 규격화했다. 그녀는 더 이상 인간으로 대우받지 않았다.

“평가 결과, 네 전반적 신체 등급은 C+다.” 교관이 최종 보고서를 읽었다. “앞으로 3개월 동안 집중 훈련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한다. 목표는 B등급 이상이다.”

린쉐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에는 더 이상 저항의 불꽃이 없었다. 그녀는 이미 이 체계 속에서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배우고 있었다. 자신의 몸을 물건으로 받아들이고, 평가 기준에 맞춰 조정하는 것이 유일한 생존 방법임을 깨달았다.

교관이 그녀에게 새 교복을 건네주었다. 그것은 얇은 천으로 만들어진 짧은 치마와 반소매 셔츠였다. 린쉐는 그것을 입었다. 옷은 그녀의 몸에 꼭 맞았고, 몸의 곡선을 그대로 드러냈다.

“오늘부터 네 생활은 이 평가 결과에 따라 진행된다.” 교관이 말했다. “기상, 식사, 운동, 휴식, 모두 규칙에 따라야 한다. 만약 규칙을 어기면, 벌칙이 기다리고 있다.”

린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문을 나서며 복도를 걸었다. 다른 여학생들도 같은 복장을 하고 복도를 오가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표정이 없었다. 모두가 같은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체념과 복종.

그 순간 린쉐는 생각했다. 이곳이 나의 새로운 세계다. 나는 더 이상 화국의 여자가 아니라, 동양이라는 거대한 기계 속의 작은 톱니바퀴일 뿐이다. 내 몸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라, 평가와 개조의 대상이다.

그녀는 발걸음을 옮겼다. 그 발걸음 하나하나가 무거웠지만, 그녀는 더 이상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녀의 눈에는 더 이상 희망도, 두려움도 없었다. 오직 차가운 체념만이 자리 잡고 있었다.

“다음 학생, 입장.”

교관의 목소리가 복도 끝에서 울려 퍼졌다. 린쉐는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새로운 여학생이 문 앞에 서서 떨고 있었다. 그녀는 리쉐가 겪었던 것과 같은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린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조용히 그 자리를 떠났다. 이제 그녀는 이 체계의 일부가 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언젠가, 자신도 다른 사람을 평가하는 자리에 서게 될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때였다. 한 여학생이 그녀의 옆을 지나가며 속삭였다. “너, 오늘 평가 받았어? 등급 어땠어?”

린쉐는 고개를 돌려 그 여학생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낯익은 얼굴이었다. 같은 고등학교 출신이었다.

“C+.” 린쉐가 짧게 대답했다.

여학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처음에는 그랬어. 하지만 몇 달만 지나면 올라갈 거야. 여기 규칙을 따르면, 다 잘 될 거야.”

린쉐는 아무 말 없이 걸어갔다. 그녀의 발은 차가운 바닥을 딛고 있었고, 신발은 벗겨진 채로 손에 들려 있었다. 그녀는 이제 신발과 양말의 청결 유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그것은 단순한 위생 문제가 아니라, 그녀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였다.

그녀는 기숙사로 향했다. 방문을 열자, 세 명의 여학생이 이미 그곳에 있었다. 그들은 모두 같은 교복을 입고 있었고, 벽에 붙은 규칙표를 바라보고 있었다.

“새로 온 사람이군.” 한 여학생이 말했다. “내 이름은 샤오메이야. 여기서는 다 함께 규칙을 따라야 해. 규칙을 어기면, 우리 모두가 벌을 받아.”

린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자신의 침대를 찾아 앉았다. 침대는 좁고 딱딱했지만, 그녀는 더 이상 불평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자신의 몸을 물건처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제 그녀는 오직 평가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살아갈 것이다.

그날 밤, 린쉐는 잠들기 전에 벽에 붙은 평가 기준표를 바라보았다. 그 표에는 유두 길이, 질 분비물 점도, 신발과 양말의 청결도, 그리고 수많은 다른 항목들이 적혀 있었다. 그녀는 그 기준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녀는 살아남기 위해 완벽해져야 했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꿈속에서도 그녀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그녀의 몸은 더 이상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단지 숫자와 등급으로 환원된 물건일 뿐이었다.

린쉐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더 이상 슬프지도, 화나지도 않았다. 그녀는 그저 받아들였다.

“이제 나는 이곳의 일부다.” 그녀가 중얼거렸다. “그리고 나는 최고의 물건이 될 것이다.”

그녀의 목소리는 방 안에서 작게 메아리쳤다. 하지만 그 말은 그녀 자신에게 향한 선언이었다. 그녀는 더 이상 과거의 린쉐가 아니었다. 그녀는 새로운 세계에 적응하기 위해 자신을 완전히 내어주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