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사 대전이 끝난 후, 어둠의 신은 완전히 소멸했다. 그의 마지막 비명이 우주를 울리고, 그가 남긴 어둠의 기운은 산산이 흩어져 바람에 사라졌다. 신들은 하나둘 선계로 돌아갔고, 인간계와 선계를 잇는 거대한 문은 굳게 닫혔다. 더 이상 신이 내려와 인간을 돕지도, 인간이 신에게 기도해도 닿지 않는 시대가 시작되었다. 인간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야 했고, 신들은 그들을 바라보며 조용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두 존재는 남았다. 용와와 봉와. 한때는 빛의 신와로서 하늘과 땅을 수호했으나, 전쟁의 끝에서 그들은 스스로 신력의 일부를 잘라내어 인간의 몸에 녹아들었다. 그들은 인간을 사랑했고, 인간과 함께 살아가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그들은 번화한 도시도, 신성한 사원도 피했다. 대신 작은 마을 하나를 택했다. 산자락에 자리 잡은 그곳은 이름조차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곳이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충분했다.
용와는 마을의 경비를 맡았다. 그는 날마다 마을을 둘러싼 숲길을 순찰하고, 밤늦게까지 성문을 지켰다. 마물의 위협은 거의 사라졌지만, 가끔씩 나타나는 야수를 막는 데 그의 힘은 여전히 유효했다. 그는 굳은 표정으로 칼을 차고 다녔지만, 마을 사람들에게는 부드러운 미소를 보여주었다. 농부들이 "용와 님, 오늘도 수고하십니다" 하고 인사하면,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히 일하시오"라고 답했다.
봉와는 교육을 맡았다. 마을 한가운데 있는 작은 초가집이 학교였다. 그녀는 아이들에게 글자를 가르치고, 하늘의 별 이름을 알려주고, 땅에서 자라는 풀과 꽃의 쓰임을 가르쳤다. 아이들은 그녀의 아름다움에 반해 매일 그녀 곁에 붙어 다녔다. 그녀가 웃으면 아이들도 덩달아 웃었고, 그녀가 조용히 책을 읽으면 아이들도 조용히 따라 했다. 어른들도 그녀를 존경했다. 그녀는 언제나 온화하고 지혜로웠다.
오랜 세월이 흘렀다. 인간 세계는 번영했다. 마을은 점차 커졌고, 논밭은 풍요로워졌으며, 아이들은 자라서 각자의 길을 찾아 떠나기도 했다. 용와는 더욱 잘생기고 늠름해졌다. 그의 어깨는 넓어졌고, 그의 눈빛은 더욱 깊어졌다. 그는 여전히 마을을 지키며 순찰을 돌았지만, 가끔은 멀리 산 너머를 바라보며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했다.
봉와는 키가 더 자라 우아한 숙녀가 되었다. 그녀의 긴 머리는 검은 비단처럼 흘러내렸고, 그녀의 손길은 부드럽고 정확했다. 그녀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 여전히 열중했지만, 그녀의 마음속에는 한 사람이 자리 잡고 있었다. 용와였다.
그녀는 그를 몰래 바라보았다. 그가 순찰을 마치고 돌아올 때, 그가 마을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그가 칼을 닦으며 햇빛 아래 앉아 있을 때. 그녀는 그의 모든 움직임을 기억하려는 듯 눈을 떼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 마음을 억눌렀다. 그들은 신와였다. 비록 인간이 되었지만, 그들은 태초부터 함께해 온 동료였다. 그 사이에 사사로운 감정이 끼어드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는 웃음을 지으며 "용와 님, 오늘도 수고하셨어요"라고만 말했다.
용와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자신의 마음을 알면서도 말하지 않았다. 그는 강직한 성격이었고,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서툴러 했다. 봉와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모습을 보며 그는 가슴 한편이 따뜻해짐을 느꼈지만, 그저 그녀를 지키는 것으로 만족하려 했다. 그는 밤이면 혼자 마당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며, 과거 신와였던 시절을 떠올렸다. 그러다 곧 고개를 저었다. 이미 지난 일이었다.
어느 날 밤, 마을이 깊은 잠에 빠졌을 때, 하늘에서 이상한 빛이 번쩍였다. 그것은 별똥별처럼 보였지만, 훨씬 더 느리게, 그리고 더 무겁게 떨어졌다. 달빛도 없는 어둠 속에서, 그 빛은 검은 기운을 감싸 안은 투명한 구체였다. 그것은 마을 근처 숲속 땅속 깊이 박혔다. 소리는 거의 없었다. 땅이 약간 울렸을 뿐, 잠든 사람들은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러나 용와는 눈을 떴다. 그는 잠에서 깨어나 창밖을 바라보았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칼을 집어 들고 조용히 문을 열었다. 바람이 차갑게 불었다. 그리고 강한 마력의 파동이 그의 감각을 찔렀다. 그것은 인간 세계의 것이 아니었다. 더 깊고, 더 음험한 힘이었다.
봉와도 잠에서 깨어났다. 그녀는 몸을 떨며 창가로 다가갔다. 그녀도 느꼈다. 그 힘은 낯설면서도 어딘가 익숙했다. 그것은 과거 어둠의 신이 남긴 잔재와 같았다. 그러나 더 정제되고, 더 강력하게 융합된 무언가였다. 그녀는 용와의 집 쪽을 바라보았다. 그도 이미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숲속에서, 깊이 박힌 투명한 운석은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 안에는 검은 기운이 뱀처럼 꿈틀거렸다. 이계의 마력과 잔존한 어둠의 힘이 그 안에서 결합하여, 새로운 형태의 에너지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운석은 아직 조용했다. 하지만 그 힘은 서서히 흘러나와 땅을 타고, 공기를 타고, 마을을 향해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용와는 숲 가장자리에 도착했다. 그는 칼을 뽑아들고 조심스럽게 발을 내디뎠다. 땅속에서 올라오는 마력이 그의 발바닥을 간지럽혔다. 앞으로 나아갈수록 그 힘은 더 강해졌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어둠을 응시했다. 저 깊은 곳에, 운석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알지 못했다. 그 운석이 앞으로 이 마을에, 그리고 그와 봉와의 운명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를. 그가 지키려 했던 평온한 일상이, 머지않아 산산이 부서질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