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사 대전이 끝난 후, 어둠의 신은 완전히 소멸했다. 여와와 복희 등 상위 신들은 신계로 돌아갔고, 인간계와 신계를 잇던 통로는 영원히 봉쇄되었다. 남겨진 것은 오직 동방의 신동들뿐이었다. 봉와와 용와는 신력의 대부분을 스스로 봉인하고 평범한 마을에 섞여 살기로 했다.
그들은 인간의 삶을 배우고 적응했다. 봉와는 마을의 작은 서당에서 아이들에게 글자를 가르쳤고, 용와는 사냥꾼으로 가장하여 정기적으로 대지를 순찰하며 남아있는 어둠의 기운을 정화했다. 그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다.
인간 세계는 놀랍도록 번영했다. 전쟁의 상처는 아물었고, 마을은 커지고, 아이들은 자라서 아이를 낳았다. 봉와와 용와도 변했다. 그들의 마음은 점점 인간에 가까워졌고, 외모도 청년의 모습으로 굳어졌다. 봉와는 어느덧 우아하고 아름다운 숙녀로 거듭났다. 긴 흑발은 허리까지 흘러내렸고, 맑은 눈동자는 지혜와 온기를 담고 있었다. 그녀는 용와에게 은근한 연심을 품고 있었다. 오랜 세월을 함께한 동료, 그 이상의 감정이었다. 그러나 신분의 차이와 신으로서의 자존심이 그 감정을 마음속 깊이 가두게 했다.
용와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봉와의 미소에 가슴이 뛰고, 그녀의 손길에 얼굴이 붉어졌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했다. 신와로서의 사명, 그리고 그녀를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그의 마음을 얽매었다.
어느 날, 한밤중이었다. 갑자기 하늘이 찢어지는 듯한 굉음이 울렸다. 검은 안개가 감싼 투명한 운석이 마을 근처 땅속으로 처박혔다. 운석은 이계의 마력과 잔존한 어둠의 힘이 융합된 것이었다. 그것은 땅속에서 꿈틀거리며 수많은 보라색 촉수와 가시를 뻗어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주변은 하늘을 뒤덮는 흑기의 마굴로 변했다.
용와는 그날 정기 순찰을 나가고 없었다. 봉와는 서당에서 늦게까지 책을 정리하다가 이변을 감지했다. 그녀의 신와로서의 감각이 마굴의 움직임을 날카롭게 포착했다. 용와가 없으니 그녀가 나서야 했다. 봉와는 망설임 없이 서당을 나서 마굴을 향해 달려갔다.
마굴은 마을에서 멀지 않은 숲속에 있었다. 봉와가 도착했을 때, 이미 주변은 보라색 안개로 뒤덮여 있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안개 속을 걸어갔다. 땅이 축축하게 젖었고, 발밑에서 이상한 움직임이 느껴졌다.
갑자기 땅이 갈라졌다. 수많은 촉수가 땅속에서 솟아올라 봉와를 휘감았다. 그녀는 놀라서 몸을 빼내려 했지만 촉수의 힘은 예상외로 강했다. 가시가 그녀의 몸을 찔렀다. 날카로운 고통과 함께 어둠의 독액이 그녀의 혈관을 타고 흘러들었다.
"이게...!"
봉와의 몸이 마비되기 시작했다. 그녀의 신력이 독액에 맞서 싸웠지만, 이계의 마력은 그녀가 알고 있던 어떤 힘과도 달랐다. 점점 의식이 흐려졌다. 그녀는 마굴 깊은 곳으로 끌려 들어갔다. 마지막 순간, 그녀는 용와의 얼굴을 떠올렸다.
용와가 순찰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마을은 이미 혼란에 빠져 있었다. 마굴의 기운이 마을 가장자리까지 퍼져나가고 있었다. 그는 봉와의 기운을 찾았다. 서당에 그녀는 없었다. 마굴 근처에서 그녀의 흔적이 감지되었다. 용와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봉와!"
그는 온 힘을 다해 마굴로 달려갔다. 그러나 마굴 입구는 이미 단단히 봉쇄되어 있었다. 보라색 독기가 그를 막아섰다. 그는 광명의 힘을 폭발시켜 독기를 뚫으려 했지만, 마굴의 힘은 그의 신력과 동등하게 싸웠다.
그사이 마굴 깊은 곳에서 봉와의 변화가 시작되었다. 달걀형의 투명한 결정체 안에서 그녀의 몸이 빛나기 시작했다. 이계 운석의 힘이 그녀를 개조하고 있었다. 그녀의 다리가 녹아내리듯 융합되기 시작했다. 살과 뼈가 재구성되었다. 두꺼운 황금색 비늘이 그녀의 하반신을 감싸기 시작했다. 비늘 하나하나가 황금빛으로 반짝였고, 그 위로 하얀 무늬가 나타났다. 그녀의 다리는 사라졌다. 대신 길고 힘찬 황금색 비단뱀 꼬리가 그 자리를 대체했다.
고통이 그녀를 휘감았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귀가 뾰족해지고, 눈동자가 세로로 변하며 황금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얼굴은 더욱 매혹적으로 변했고, 입술은 보라색으로 물들었다. 가슴은 커지고 풍만해졌으며, 배에는 음란한 뱀 모양의 문신이 나타났다. 문신은 그녀의 하반신을 타고 꼬리 끝까지 이어졌다.
"아... 안 돼..."
그녀의 봉원이 오염되었다. 순수하던 광명의 기운이 어둠의 마력에 물들었다. 이제 그녀는 남성의 정액을 먹고 살아야 하는 존재가 되었다. 몸속 깊은 곳에서 알 수 없는 갈망이 치밀어 올랐다. 그녀는 더 이상 예전의 봉와가 아니었다.
결정체가 깨지고, 봉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자신의 몸을 바라보았다. 다리 대신 뻗어 있는 황금색 뱀 꼬리. 그녀는 공포와 혼란에 휩싸였다. 그러나 동시에 이상한 쾌감이 몸속을 타고 흘렀다. 그녀의 새로운 몸은 놀랍도록 민감했다. 꼬리 끝의 비늘 하나하나가 바람의 움직임을 감지했다.
"나는... 이제..."
그녀는 자신이 라미아가 되었음을 깨달았다. 봉원이 마원으로 오염되면서 그녀는 타락의 길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마굴 밖에서 용와는 필사적으로 봉쇄를 뚫으려 애쓰고 있었다. 그때 마굴이 일순간 약해졌다. 봉와가 변형을 마친 순간, 마굴의 힘이 일시적으로 불안정해진 것이다. 용와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마굴 안으로 뛰어들었다.
어둠 속에서 그는 봉와를 발견했다. 그러나 그녀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아름다운 얼굴은 그대로였지만, 하체는 황금색 뱀 꼬리로 변해 있었다. 그녀는 맨몸에 검은 천 조각만 걸친 채, 나른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와... 와?"
용와는 충격에 말을 잇지 못했다. 봉와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용와... 나를 봐. 나는 이제 인간도 신도 아니야."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마굴의 힘이 나를 개조했어. 내 다리는 없어졌고, 대신 이 꼬리가 생겼어. 그리고 내 안의 힘은 오염되었어."
봉와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녀의 눈동자에는 깊은 슬픔과 혼란이 어려 있었다. 용와는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는 그녀의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가 두려워한 것은 그녀를 잃는 것뿐이었다.
"봉와, 나는 네가 어떤 모습이든 상관없어. 너는 여전히 너야."
"하지만 나는 더 이상 예전처럼 살 수 없어. 나는... 나는 정액을 먹고 살아야 해. 타락한 존재가 된 거야."
봉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용와는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녀의 비늘은 차갑고 매끄러웠다. 그는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그럼 내가 도와줄게. 나는 네 곁에 있을 거야. 영원히."
그의 말에 봉와의 가슴이 뜨거워졌다. 그녀는 오랜 세월 억눌러왔던 감정이 폭발하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용와의 목을 끌어안고 그의 입술에 키스했다. 입술이 닿는 순간, 그녀의 몸이 전율했다. 그녀의 새로운 몸은 그의 향기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용와... 사랑해. 오래전부터 널 사랑했어."
"나도야, 봉와. 너를 지키고 싶었어. 항상."
그들의 입술이 다시 맞닿았다. 이번에는 더 깊고 열정적으로. 봉와의 꼬리가 용와의 다리를 감싸기 시작했다. 그녀의 몸이 그의 몸에 밀착되었다. 마굴 안에서, 그들은 모든 것을 잊고 서로에게 빠져들었다.
용와는 그녀의 발목을 잡았다. 봉와는 놀랐지만, 그의 손길에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그녀의 발가락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 발톱은 황금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네 발은 여전히 아름다워."
그의 발 페티시가 드러났다. 봉와는 부끄러워하면서도 그의 손길에 쾌감을 느꼈다. 그녀의 꼬리가 그의 허벅지를 타고 올라갔다. 그녀는 그의 귀에 속삭였다.
"나랑 같이 타락할래? 이 세계를 다시 만들자. 전쟁이 없는 세상을."
용와는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가 함께라면 어디든 갈게."
그의 대답에 봉와의 눈에 위험한 빛이 번쩍였다. 그녀는 더 이상 순수한 신와가 아니었다. 그녀는 마화된 라미아였고, 이제 자신의 욕망을 억누를 필요가 없었다.
그녀는 용와의 몸을 꼬리로 감싸며 바닥에 눕혔다. 그 위에 올라탄 그녀는 그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매혹적이면서도 위험했다.
"나의 용와... 이제 나의 것이 되어라."
그녀가 그의 몸 위로 몸을 숙였다. 마굴의 어둠이 그들을 감쌌고, 그 안에서 두 존재의 타락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