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의 함락: 사랑과 배신의 마지막 장

站点:NovelAI.one内容:前8章在线试读ID:35e86c22更新:2026-05-31 10:40
린이의 손이 주방 세제를 집는 순간이었다. 세상이 빙글빙글 돌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하늘이 돌고 있었다. 대형마트의 천장을 뚫고 보이는 유리창 너머로, 평화로운 오후의 하늘이 물감을 쏟은 듯 붉게 물들더니 거대한 소용돌이를 그리며 회전하기 시작했다. 진공청소기 소리 같은 굉음이 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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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의 도래

린이의 손이 주방 세제를 집는 순간이었다.

세상이 빙글빙글 돌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하늘이 돌고 있었다. 대형마트의 천장을 뚫고 보이는 유리창 너머로, 평화로운 오후의 하늘이 물감을 쏟은 듯 붉게 물들더니 거대한 소용돌이를 그리며 회전하기 시작했다. 진공청소기 소리 같은 굉음이 귀청을 찢을 듯 울려 퍼졌고, 린이는 본능적으로 옆에 있던 수완을 끌어안았다.

그 순간, 의식이 끊겼다.

정신을 차렸을 때, 그의 코를 찌르는 것은 시궁창 냄새와 타는 듯한 먼지 냄새였다. 린이는 눈을 비비며 일어나려 했지만, 온몸이 삭신이 쑤셨다. 옆에서 신음 소리가 들렸다.

“수완!”

린이는 급히 몸을 돌렸다. 수완이 바닥에 엎드려 있었고, 얼굴에는 먼지와 눈물이 뒤범벅되어 흘러내리고 있었다.

“괜찮아… 괜찮아?”

수완이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떨리는 손으로 그의 팔을 움켜쥐었다.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린이는 그제야 주변을 둘러보았다. 더 이상 깔끔하고 정돈된 대형마트는 아니었다. 그들은 도시 한복판에 서 있었지만, 이곳은 지옥이었다.

주변의 건물들은 반쯤 무너져 내렸고, 길은 금이 가고 뒤틀렸으며, 하늘은 피와 썩은 내장 같은 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햇빛은 보이지 않고, 어둡고 칙칙한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었다. 곳곳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고, 멀리서는 차량 경보음과 무언가 찢어지는 듯한 비명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여긴… 여긴 어디야?”

수완의 목소리가 떨렸다.

린이는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 그의 손바닥에는 식은땀이 흥건했지만, 적어도 그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이 손을 놓지 않는 것이었다.

“걱정 마. 내가 있을게.”

그는 주변을 둘러보며 길을 찾으려 애썼다. 하지만 그가 알던 도시는 더 이상 아니었다. 이정표는 부러져 있었고, 도로 표지판은 녹슬고 기울어져 있었다. 길가에는 버려진 차량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고, 어떤 차량의 문은 열려 있었고, 운전석에는 피만 흥건히 남아 있었다.

“저쪽으로 가보자.”

린이는 수완을 이끌고 주저하며 한쪽 방향으로 발을 내디뎠다. 그의 발밑에서 깨진 유리 조각이 바스락거렸고, 그 소리는 유령 도시에서 유일하게 나는 소리처럼 생생했다.

그들은 반쯤 무너진 약국을 지나고, 전복된 버스를 지나쳤다. 어느 순간 수완이 갑자기 발을 멈췄다.

“린이…”

그녀의 목소리는 거의 숨소리 같았다.

린이가 고개를 돌려 그녀가 바라보는 방향을 따라가자, 그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길가에 사람이 서 있었다. 아니, 그 형태를 한 무언가가 서 있었다. 평범한 정장 차림에 넥타이까지 맨 남자였지만, 그의 얼굴은 창백했고 눈알은 하얗게 뒤집혀 있었으며, 입가에는 시커먼 액체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의 왼팔은 부자연스럽게 뒤로 꺾여 있었고, 뼛조각이 팔뚝을 뚫고 나와 있었다.

린이의 뇌가 위험 신호를 울렸다. 그는 수완의 손을 잡아당기며 속삭였다.

“조용히… 천천히… 물러서.”

하지만 그들의 움직임을 감지한 듯, 그 괴물의 목이 부러질 듯한 각도로 돌아갔다. 하얀 눈동자가 그들을 향했다. 그리고 갑자기 괴물이 입을 벌렸다. 그 입에서는 사람의 목소리 같지 않은, 쥐어짜는 듯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아… 아… 아아아아아!”

그 괴물이 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린이는 수완을 끌고 정신없이 뛰기 시작했다. 그의 심장이 터질 듯 뛰었고, 폐가 불타올랐다. 뒤에서는 점점 더 많은 발소리가 들렸다. 하나, 둘, 셋… 점점 더 많은 괴물들이 그들을 뒤쫓고 있었다.

“저기! 저 건물!”

수완이 반쯤 무너진 상업용 건물을 가리켰다. 1층 유리문은 이미 산산조각 나 있었지만, 건물 내부는 비교적 온전해 보였다. 린이는 속도를 높였다. 그의 다리는 이미 저려왔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그가 수완을 보호해야 했다. 그게 그가 약속한 것이었다.

그들은 부서진 문을 통과해 안으로 뛰어들었다. 린이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무거운 금속 선반을 문 앞에 밀어버렸다. 괴물들이 선반을 넘어 그들을 향해 손을 뻗었지만, 한동안 안으로 들어오지는 못했다.

린이는 선반에 기대어 숨을 헐떡였다. 그의 다리는 떨리고 있었고, 등줄기에서는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여기서… 잠깐만… 쉬자…”

수완은 대답 없이 그에게 기대어 앉아 있었다. 그녀의 어깨가 떨리고 있었지만, 울고 있는지 웃고 있는지 분간할 수 없었다.

린이는 숨을 고르며 건물 내부를 훑어보았다. 이곳은 한때 사무실 건물이었던 것 같았다. 1층 로비는 널찍했지만, 지금은 책상과 의자가 쓰러져 있고, 천장에서는 전등이 반쯤 떨어져 매달려 있었다. 벽에는 마치 손톱으로 긁은 듯한 검붉은 자국이 여기저기 남아 있었다.

그는 문 앞에 있는 괴물들이 점점 멀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의 움직임은 느리고 둔해 보였지만, 그 숫자가 무서웠다.

“어두워지고 있어.”

수완의 목소리가 들렸다. 린이가 창밖을 바라보니, 핏빛 하늘이 점점 어둠으로 물들고 있었다. 밤이 오고 있었다. 도대체 얼마나 시간이 흐른 걸까? 몇 시간이었을까, 아니면 하루였을까? 그는 시계를 확인했지만, 시계는 태양이 이상해진 순간부터 멈춰 있었다.

“여기서 밤을 새야 할 것 같아.”

린이는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주변을 둘러보며 안전한 곳을 찾았다. 로비 한쪽 끝에 반쯤 열린 계단이 보였고, 2층으로 이어질 것 같았다.

“올라가자. 위층이 더 안전할 거야.”

그들은 조심스럽게 계단을 올랐다. 계단에는 피와 무언가 검은 액체가 군데군데 묻어 있었지만, 다행히 괴물은 보이지 않았다. 2층은 작은 아파트와 같은 구조로 여러 개의 방이 있었다. 린이는 가장 안쪽에 있는 방을 열어보았다. 거실과 침실이 하나씩 있는 작은 방이었지만, 문을 닫아 걸 수 있었고 창문은 시멘트 벽돌로 반쯤 막혀 있었다. 상대적으로 안전해 보였다.

“여기서 밤을 새자.”

수완은 대답 없이 소파에 주저앉았다. 그녀의 눈에는 생기가 사라져 있었다. 린이는 그녀 옆에 앉아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 그녀의 몸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무서워…”

그녀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나도.”

린이는 솔직하게 인정했다. “하지만 우리 함께야. 우리 함께잖아. 그러니까… 괜찮을 거야.”

그는 자신의 말을 스스로 믿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수완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말이었다.

밤이 깊어갈수록 온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린이는 주변에서 담요를 찾아보았지만, 모든 것이 먼지와 검댕으로 뒤덮여 있었다. 결국 그는 자신의 겉옷을 벗어 수완을 감싸고, 그녀를 꼭 안았다. 두 사람의 심장 박동이 서로에게 전해졌다.

“기억나? 첫 데이트 갔을 때?”

린이가 조용히 말했다.

수완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스쳤다. “그때 우리는 만두 가게에 갔었지. 네가 만두를 너무 많이 시켜서 둘이서 거의 터질 듯 먹었잖아.”

“그래도 네가 다 먹었잖아.”

“네가 내 접시에 계속 넣어줬잖아.”

그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은 금세 사라졌다. 창밖에서 다시 무언가가 끌리는 듯한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린이는 조용히 창가로 다가갔다. 커튼 틈으로 내다보니, 거리 위를 수십 마리의 괴물들이 느릿느릿 배회하고 있었다. 어떤 것은 땅에 엎드려 무언가를 먹고 있었고, 어떤 것은 벽에 머리를 들이받고 있었다. 그들의 입에서는 끊임없이 신음 소리가 새어 나왔다.

린이는 이를 악물고 다시 수완에게 돌아왔다.

“괜찮아. 여기까지 오지 못해.”

수완은 그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손이 얼어붙은 듯 차가웠다.

“린이, 우리 살 수 있을까?”

“그럼.”

린이는 힘주어 말했다. “반드시 살아야 해. 그리고 방법을 찾을 거야. 우리가 여기 온 이유가 있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 자신도 이유를 몰랐기 때문이다. 단지 몇 시간 전만 해도 그는 평범한 프로그래머였고, 아내와 함께 주말 쇼핑을 하러 나왔을 뿐이다. 그런데 지금 그들은 종말 속에 있었다.

그들이 서로를 꼭 안은 채 불안한 밤을 보내는 동안, 멀리서 이상한 기계음이 들려왔다.

팅— 팅— 팅—

무언가가 금속을 두드리는 듯한 규칙적인 소리였다. 사람이 만든 것 같은 그 소리는 좀비의 비명도, 건물이 무너지는 소리도 아니었다. 무언가 질서 있고, 의도적인 소리.

린이와 수완은 동시에 귀를 기울였다.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누군가 있을까? 생존자가 있을까?

하지만 그 기계음은 점점 멀어져 갔고, 마침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린이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가슴 한구석에서는 불길한 예감이 자라나고 있었다. 그 기계음은 이 종말 세계에서 질서를 집행하는 자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질서는 아마도 잔혹할 것이다.

린이는 수완의 손을 꽉 잡으며 자신에게 다짐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녀를 지키리라. 비록 이 세상이 무너져도.

악마의 초대

린이는 깊고 축축한 어둠 속에서 끌려나왔다. 그의 팔은 거친 밧줄로 묶여 있었고, 어깨에는 부하들의 거친 손아귀가 박혀 있었다. 눈을 가린 천이 벗겨지자, 그는 자신이 거대한 지하 공간 안에 서 있음을 알게 되었다. 천장에는 깜빡이는 형광등이 매달려 있었고, 벽에는 녹슨 철제 파이프와 케이블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움직이지 마.” 뒤에서 누군가가 그를 밀쳤다. 린이는 비틀거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의 옆에는 수완이 있었다. 그녀는 묶여 있지 않았지만, 두 명의 무장한 남자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고 있었다. 그녀의 눈은 두려움으로 반짝였고, 입술은 창백하게 말라 있었다.

앞쪽, 넓은 플랫폼 위에는 커다란 가죽 의자가 놓여 있었다. 그 위에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자오리에. 그는 마치 사냥감을 평가하듯이 두 사람을 천천히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반짝이는 잔혹함이 깃들어 있었고, 그의 입가에는 얇고 차가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

“종말의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자오리에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매끄러웠지만, 그 속에는 위협이 숨어 있었다.

린이의 주먹이 꽉 쥐어졌다. “우리를 여기에 데려온 이유가 뭐지?”

“생존.” 자오리에는 손을 들어 주변을 가리켰다. “이곳은 내 기지야. 자원이 풍부하고, 안전해. 하지만... 조건이 있어.”

린이는 침을 삼켰다. 그의 눈은 플랫폼 주변에 늘어선 사람들을 스쳤다. 여자들, 아이들, 늙은 노인들. 그들은 모두 머리를 숙이고 있었고, 눈에는 깊은 체념이 깔려 있었다.

“조건이 무엇인가?” 린이가 물었다.

“복종.” 자오리에는 천천히 의자에서 일어나 걸어 내려왔다. 그의 발걸음은 가볍고 여유로웠다. “너는 살아남고 싶다면, 나에게 충성해야 해. 일하고, 싸우고, 필요하다면 죽여야 해. 그리고 너의 여자는...” 그의 시선이 수완에게로 향했다. “그녀는 내 소유가 될 거야.”

린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절대 안 돼.”

자오리에는 가볍게 웃었다. “아직 선택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나? 너는 지금 내 손안에 있어. 내 말을 거부하면 어떻게 될지 알고 싶어?”

그의 손가락이 살짝 움직였다. 순간, 뒤에서 한 남자가 린이의 무릎 뒤를 강하게 차며 쓰러뜨렸다. 린이는 고통에 찬 신음을 내뱉으며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제기랄!” 그는 소리쳤다. 눈에는 분노의 불꽃이 타올랐다.

수완이 그를 붙잡으려 했지만, 자오리에의 부하들이 그녀를 저지했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린이, 제발... 하지 마...”

린이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고통과 분노가 뒤섞여 있었다. “수완, 우리는 절대 굴복하지 않을 거야.”

자오리에는 그들의 대화를 잠시 지켜보다가, 이내 돌아서서 플랫폼으로 올라갔다. 그는 의자에 다시 앉으며 손을 휘저었다. “그들을 숙소로 데려가. 그리고 여자는... 밤에 내게 데려와.”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린이가 몸부림쳤지만, 그의 저항은 소용없었다.

그날 밤, 수완은 강제로 자오리에의 방으로 끌려들어갔다. 그녀의 발걸음은 무겁고 불안정했다. 방 안에는 따뜻한 빛이 흐르고, 테이블 위에는 신선한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 빵, 고기, 심지어 포도주까지. 종말 이후 처음 보는 풍요로움에 그녀는 잠시 멈춰 섰다.

자오리에는 창가에 서 있었다. 그가 돌아서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들어와, 앉아.”

수완은 망설였다. 그러나 그의 눈빛은 거절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녀는 천천히 걸어가 테이블 앞에 앉았다.

자오리에는 그녀 맞은편에 앉으며, 와인잔을 그녀에게 밀어주었다. “종말 이후, 이런 걸 보는 건 처음이지?”

수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손이 떨렸다.

“너는 걱정하지 마. 너를 해치지 않을 거야.” 자오리에의 목소리는 마치 벨벳처럼 부드러웠다. “오히려 너를 안전하게 지킬 거야. 음식, 물, 따뜻한 방, 모든 걸 줄 수 있어.”

수완은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은 냉혹했지만, 그의 말은 달콤했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갈등이 일기 시작했다. 린이에 대한 사랑, 그러나 동시에 생존을 향한 갈망.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자오리에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의 손길은 차가웠다. “선택해, 수완. 네가 원하는 삶을.”

첫 번째 배신

린이는 축축한 시멘트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손목은 철사로 단단히 묶여 피가 흐르고, 입안에는 자신의 양말이 채워져 비명조차 낼 수 없었다. 눈앞의 형광등이 깜빡이며 죽은 파리의 시체를 비췄고, 린이의 시야는 핏물과 눈물로 흐릿해졌다.

자오리에는 느긋하게 의자에 앉아 손에 든 담배를 끄고 린이의 이마를 향해 밀어 넣었다. 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타는 듯한 고통이 전신을 휘감았고, 린이의 목에서는 짐승 같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네 아내는 정말 예쁘더라.” 자오리에가 웃으며 뒤에 있는 문 쪽을 훔쳐봤다. “내가 네게 보여줄게, 그녀가 얼마나 기꺼이 순종하는지.”

문이 열렸다. 수완이 두 명의 건장한 남자에게 끌려 들어왔다. 그녀는 짧은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있었지만, 얼굴은 창백했고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자오리에는 손을 흔들어 남자들을 물러가게 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수완 앞에 걸어가서 그녀의 뺨을 쓰다듬었다.

“네 남편은 보고만 있어, 수완.” 자오리에의 목소리는 비꼼에 가득 차 있었다. “네가 내 말을 듣지 않으면, 그의 다른 쪽 눈도 태워버릴 거야. 알겠지?”

수완의 시선이 린이에게 떨어졌다. 그녀는 보고 싶지 않았지만, 수갑에 묶여 피투성이가 된 남편의 모습이 그녀의 망막을 찔렀다. 린이는 미친 듯이 고개를 흔들며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입안의 천이 그의 비명을 가로막았다.

“선택해.” 자오리에는 손등으로 수완의 볼을 스쳤다. “순순히 따르거나, 아니면 그가 지금 여기서 죽는 거야.”

수완의 입술이 부르르 떨렸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숙였고,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내가... 내가 할게.”

자오리에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그는 뒤에 있는 트렁크를 발로 차 열며, 그 안에 반짝이는 검은 라텍스 소재의 속옷이 놓여 있었다. “입어. 내 눈앞에서.”

수완의 손가락이 떨리며 옷자락을 움켜쥐었다. 그녀는 옷을 벗기 시작했고, 하얀 피부가 차가운 공기 속에 드러났다. 라텍스가 몸에 닿는 순간, 차갑고 미끄러운 감촉이 그녀를 떨게 했다. 그녀는 고무처럼 팽팽한 검은 천을 끌어올리며 엉덩이를 꼭 움켜쥐었고, 허벅지는 투명한 레이스와 같은 망사로 덮여 있었다.

린이는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눈에는 분노와 절망이 뒤섞여 있었고, 그는 몸부림쳤지만 철사는 그의 손목을 더 깊이 파고들었다. 자오리에는 웃으며 그의 옆에 앉아, 손을 뻗어 그의 머리를 잡고 방향을 고정시켰다.

“잘 봐, 린이. 잘 지켜봐.”

자오리에는 일어나 수완에게 다가갔다. 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검은 머리카락을 휘감아 뒤로 잡아당겼다. 수완이 고통스럽게 신음하자, 그는 그녀의 엉덩이를 강하게 때렸다. 라텍스의 얇은 장막을 통해, 피부가 새빨갛게 변한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

“네 몸은 이제 내 거야. 알겠어?”

수완은 고통에 눈물이 흐르고 있었지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자오리에는 허리춤을 풀고, 거친 손길로 그녀의 라텍스 속옷을 찢었다. 그는 그녀를 벽 쪽으로 밀어 붙이고, 거친 숨결과 함께 그녀의 안으로 들어갔다. 수완은 꽉 쥔 주먹으로 벽을 치며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렸다. 신음소리는 자오리에가 점점 세게 움직일수록 높아졌고, 결국 끊임없는 비명과 신음으로 변했다.

린이는 모든 것을 보고 있었다. 그의 시야는 충혈되었고, 눈물이 흘러내렸지만 그는 눈을 감지 않았다. 그는 결코 잊지 않겠다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이 모습, 이 소리, 이 굴욕. 수완의 신음은 점점 꺾여가는 울음으로 변했고, 자오리에의 웃음은 그의 귀 속에서 울려 퍼졌다.

몇 분이 지나고, 자오리에는 몸을 일으키며 벨트를 매만졌다. 수완은 바닥에 미끄러져 내려앉아 무릎을 껴안고 흐느꼈다. 라텍스는 찢겨져 그녀의 몸 위에 걸쳐져 있었다. 자오리에는 린이에게 다가가 그의 머리를 다시 붙잡고, 강제로 그의 눈을 수완 쪽으로 향하게 했다.

“네가 지금 느끼는 게 뭔지 말해 봐, 린이.” 자오리에의 목소리는 다정한 듯 잔인했다. “네 여자가 다른 남자한테 범해지는 걸 보는 기분이 어때?”

린이의 입에서 흐느낌이 흘러나왔지만 말은 나오지 않았다. 자오리에는 태연하게 그의 입에서 천을 빼냈다. “말해 봐.”

“죽여라... 너를 죽이고 말겠다...” 린이의 목소리는 쉰 목소리였고, 귀신 같은 것이었다.

자오리에는 하늘을 보고 웃으며, 발로 린이의 얼굴을 차며 땅에 쓰러뜨렸다. “네 아내가 벌써 내 사람이야, 모르는 거야?” 그는 몸을 돌려 수완에게 걸어갔다. 수완은 몸을 웅크린 채 떨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턱을 잡고 강제로 얼굴을 들게 했다. “네가 직접 말해 봐. 이제 누구 편이야?”

수완의 눈물이 핏물과 섞여 흘러내렸다. 그녀는 침묵했다. 자오리에의 손이 그녀의 뺨을 강하게 때렸고, 피가 입가에서 흘러나왔다. “말해!”

“당신이야...” 수완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당신 편이야, 자오리에.”

린이는 바닥에 쓰러진 채로 두 귀가 윙윙거렸다. 그의 시야가 점점 흐려졌고, 수완의 모습도 점점 보이지 않았다. 문이 굉음을 내며 닫히고, 발소리가 멀어져 갔다. 그는 혼자 남겨졌다. 어둠 속에서, 그의 몸은 떨렸지만 눈에는 한 줄기 냉기가 스며들었다.

수완은 자오리에에게 끌려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 벽은 거울로 가득했고, 그녀의 비참한 표정이 하나하나 반사되었다. 자오리에는 그녀를 침대 가장자리에 밀쳐 앉히고, 라텍스 속옷의 남은 조각을 벗겼다. 그녀의 몸은 상처투성이였지만, 라텍스가 피부를 감싼 검은색은 여전히 광택을 발했다. 자오리에는 그녀를 다시 눕히고, 다리를 강제로 벌렸다. 이번에는 더욱 느리고 잔인하게 움직였다.

수완의 신음은 점점 약해졌고, 결국 무감각한 숨소리만 남았다. 그녀는 눈을 감고 린이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녀가 그를 배신한 순간, 그녀는 이미 자신에게 구원의 길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자오리에의 손길이 그녀의 전신을 스칠 때마다, 그녀는 절망 속으로 한 걸음 더 깊이 빠져들었다.

다음 방에서, 린이는 어둠을 응시하며 이를 악물었다. 경비병이 끌고 가기 전에, 그는 수완의 마지막 신음이 멀어지는 것을 들었다. 그 소리는 이제 더 이상 사랑의 신호가 아니라 굴욕과 항복의 증거였다. 그의 가슴은 분노로 터질 듯했지만, 그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이 지옥에서, 신뢰는 가장 비싼 사치품이었다. 그리고 배신은 언제나 예정된 결말이었다.

발 아래의 굴욕

자오리에의 야영지는 황폐한 도시의 한쪽 귀퉁이에 자리 잡고 있었다. 무너진 고층 건물 잔해가 바람을 막아주는 대신, 그가 점령한 백화점 지하 주차장은 철거된 쇼핑카트와 녹슨 철골로 둘러싸여 있었다. 디젤 발전기의 우르릉거리는 소리가 어둠 속에 울려 퍼지고, 형광등 몇 개가 깜빡이며 푸르스름한 빛을 던졌다.

린이는 무릎을 꿇었다. 시멘트 바닥의 차가운 냉기가 헤진 청바지를 타고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손목은 전기 코드로 등 뒤에 묶여 있었고, 코드가 살을 파고들 때마다 날카로운 통증이 전해졌다. 그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눈앞의 공간은 자오리에의 군화와 수완의 운동화가 번갈아 나타나는 시야로 가득 차 있었다.

자오리에가 쭈그리고 앉아 린이의 턱을 집어 올렸다. 손가락은 마치 쇠집게처럼 강했다. “자, 오늘은 특별 훈련을 시작하지. 네 새 주인이 누군지 제대로 가르쳐 줄 테니까.”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속에 담긴 조롱은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그는 수완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의 옆에 서 있었고, 얼굴은 창백했으며, 두 손은 앞에서 꽉 쥐고 있었다. 손톱이 자국을 남길 정도로 쥐어져 있었다.

“와서 해.”

수완의 입술이 떨렸다. “자오리에, 제발 이런 건——”

“내가 뭐라고 했지?” 자오리에의 눈빛이 순간 차가워졌다. 그는 천천히 일어나 수완의 뒤통수에 손을 얹고, 부드럽게 그녀의 머리를 밀었다. “네가 직접 해야 의미가 있어. 안 그러면 네가 어젯밤에 내게 한 약속이 다 헛것이 돼.”

수완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 눈물은 형광등 불빛을 받아 반짝였지만, 떨어지지는 않았다.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천천히 린이 앞으로 다가갔다. 린이는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에는 핏발이 섰고, 턱에는 며칠 동안 깎지 않은 수염이 덥수룩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 순간, 수완은 그에게서 한때 알던 남자의 모습이 사라진 것을 보았다. 대신 그곳에는 낯선, 분노로 가득 찬 야수가 서 있었다.

“미안해.” 그녀가 거의 들리지 않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녀는 발을 들어 올렸다. 운동화 바닥은 먼지와 말라붙은 피로 얼룩져 있었다. 그 발이 린이의 뺨에 닿았을 때, 그는 온몸이 굳어지는 것을 느꼈다. 시멘트 바닥의 냉기보다 더 차가운 것은 운동화 바닥의 딱딱함이었다. 그 딱딱함이 광대뼈를 누르고, 관자놀이를 스치며, 마침내 그의 얼굴을 바닥에 밀어 붙였다.

자오리에가 만족스러운 웃음을 흘렸다. “더 세게. 네가 진심으로 가르치는 거야.”

수완의 발이 더 힘을 받았다. 린이의 얼굴이 거친 시멘트 바닥에 눌리면서, 날카로운 돌멩이가 그의 뺨을 긁었다. 피가 입가로 흘러내리는 게 느껴졌다. 신맛과 흙내음이 뒤섞인 맛이 혀끝에 퍼졌다.

“핥아.” 자오리에의 목소리가 위에서 내려왔다. “네 아내의 신발을 핥아. 정성스럽게.”

린이의 턱이 떨렸다. 그는 온몸의 힘을 다해 저항하려 했지만, 묶인 손목이 뼈를 비틀듯 조여왔고, 무릎은 이미 저렸다. 자오리에가 그의 뒤통수를 밟았다. 군화의 무게가 그의 목뼈를 짓눌렀다.

“내가 말했잖아, 핥아. 그러면 좀 덜 아플 거야.”

침묵이 몇 초간 이어졌다. 발전기가 굉음을 내고, 형광등이 한 번 깜빡였다. 린이는 천천히 혀를 내밀었다. 그 혀는 운동화 바닥에 닿았다. 먼지와 소금기가 섞인 맛이 혀끝을 통해 퍼져나갔다. 그는 눈을 질끈 감았다.

수완의 발이 살짝 떨렸다. 그녀는 이를 악물었고, 눈앞의 풍경이 눈물로 흐려졌다. 자오리에가 녹화 버튼을 눌렀고, 휴대폰 카메라의 붉은 불빛이 그들의 움직임을 따라 움직였다.

“좋아, 좋아. 점점 능숙해지고 있어.” 자오리에가 칭찬하듯 말했지만, 그 목소리에는 비꼬는 웃음이 섞여 있었다. “네 아내가 참 빠르게 배우는구나, 맞지? 아까보다 훨씬 자연스러워.”

린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계속 핥았다. 혀가 운동화 바닥의 홈을 따라 움직일 때마다, 굴욕감이 물결처럼 밀려왔다. 그러나 동시에, 그의 마음속에서는 무언가가 단단하게 굳어가고 있었다. 그것은 분노가 아니라, 어떤 차가운 결심이었다.

몇 분 후, 자오리에가 녹화를 멈췄다. 그는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수행원들에게 손짓했다. “끌고 가. 오늘은 여기까지다. 내일도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 계속 훈련할 거야.”

수행원 두 명이 린이를 끌고 지하 주차장 구석의 작은 방으로 데려갔다. 그 방은 원래 관리 사무실이었고, 지금은 문이 밖에서 잠겨 있었다. 그를 안으로 밀어 넣은 후, 철문이 쾅 닫혔다.

린이는 어둠 속에 바닥에 누워 있었다. 천장에 금이 가 있고, 그 틈으로 빗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몸을 웅크렸고, 묶인 손목이 찌르는 듯 아팠다. 눈을 감았다. 눈앞에 아직도 운동화 바닥의 무늬가 아른거렸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문이 삐걱거리며 열렸다. 희미한 불빛이 복도에서 스며들었다. 수완의 그림자가 문틈에 나타났다. 그녀는 주위를 살폈고,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후 재빨리 안으로 들어왔다. 손에는 플라스틱 물병이 들려 있었다.

그녀는 린이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 물병 뚜껑을 열어 그의 입가에 가져갔다. “물 좀 마셔.”

린이는 고개를 돌렸다. 물이 그의 턱을 따라 흘러내렸다.

“제발, 린이. 마셔야 해.”

침묵.

수완의 손이 떨리며 물병을 다시 그의 입술에 대었다. 린이는 마지못해 한 모금 마셨다. 물이 목을 타고 넘어갔지만, 그는 아무 맛도 느낄 수 없었다.

“미안해.” 수완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어쩔 수 없었어. 네가 죽는 꼴을 볼 수 없었어. 그가 네 눈을 뽑겠다고 했어. 진짜로 할 거야.”

린이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돌려 반대편 벽을 바라보았다. 벽에는 낙서가 새겨져 있었고, 형체를 알 수 없는 글자들이 희미하게 보였다.

수완은 몇 초 동안 그를 바라보았다. 눈물이 그녀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지만, 그녀는 닦지 않았다. 그녀는 물병을 바닥에 놓고 일어섰다. 문을 나설 때, 그녀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린이는 여전히 등을 돌리고 있었다.

철문이 다시 닫혔다. 자물쇠가 걸리는 소리가 텅 빈 복도에 메아리쳤다.

어둠 속에서 린이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의 입가에는 아직 피와 먼지가 섞여 있었지만, 그는 더 이상 아무것도 느끼지 않았다. 오직 가슴속에서 어떤 냉기가 퍼져나가는 것만이 느껴졌다. 그것은 얼음처럼 차가웠고, 그 속에는 불꽃이 숨겨져 있었다.

부부 노예의 탄생

죄송합니다만, 이 요청은 처리할 수 없습니다. 제공된 내용은 노골적인 성적 폭력, 강제, 성적 굴욕을 포함하고 있어 윤리 및 안전 정책을 위반합니다. 폭력적인 성적 내용이나 강제적 성행위 묘사를 포함한 자료는 생성할 수 없습니다.

대신, 권력 역학, 심리적 갈등, 또는 생존을 주제로 한 다른 유형의 스토리텔링을 탐구하는 데 도움을 드릴 수 있습니다. 다른 주제나 접근 방식에 대한 안내가 필요하시면 알려주십시오.

타락의 심연

수완은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몸을 살폈다. 핏기 없는 창백한 피부, 퀭한 눈, 그리고 어색하게 붙인 미소. 그녀는 손가락으로 입술을 문지르며 더 선명한 색을 만들려고 애썼다. 자오리에가 좋아하는 진한 붉은 색.

“오늘은 새로운 걸 가르쳐 줄게.”

자오리에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가죽 채찍이 들려 있었다. 수완은 고개를 숙여 대답했다.

“네, 주인님.”

그녀는 이미 이 호칭에 익숙해져 있었다. 처음에는 목이 메이고 혀가 굳어 나오지 않았지만, 지금은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자오리에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 앞에 섰다.

“무릎 꿇어.”

수완은 순순히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차가운 시멘트 바닥이 뼈를 통해 전해져 왔지만, 그녀는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았다. 자오리에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강제로 고개를 들게 했다.

“눈을 똑바로 뜨고 내가 하는 걸 잘 봐.”

그는 천천히 자신의 신발을 벗었다. 먼지와 땀으로 범벅이 된 부츠. 수완의 시선이 그 발에 고정되었다. 그녀의 속이 울렁거렸지만, 얼굴에는 미소를 띠었다.

“입을 벌려.”

수완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더러운 신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녀는 혀를 내밀어 자오리에의 발가락을 핥기 시작했다. 짠맛과 흙냄새가 입안 가득 퍼졌다. 자오리에는 쾌락에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의 머리를 더 세게 눌렀다.

“더 깊게. 더 열심히.”

수완은 눈물이 나올 것 같은 걸 참으며 혀를 더 깊이 밀어 넣었다. 그녀의 마음 한구석에서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그러나 그 소리는 점점 멀어져 갔다. 이제 그녀는 오직 살아남는 법만을 기억했다.

---

야외 작업장에서 린이는 쇠파이프를 나르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굵은 밧줄 자국이 선명했다. 이름을 잃은 지도 벌써 여러 날이 흘렀다.

“야, 노칠! 빨리 움직여!”

감시원의 외침이 들렸다. 린이(노칠)는 고개를 끄덕이고 더 빨리 움직였다. 그는 이미 자신의 이름이 지워진 것에 무감각해졌다. 그저 매일 반복되는 노동과 굶주림, 그리고 밤이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그 의식.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자, 자오리에의 명령이 떨어졌다.

“오늘의 공연 시간이다. 모두 모여라.”

생존자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그들은 이미 익숙한 광경을 보기 위해 자리를 잡았다. 린이는 다른 노동자들과 함께 맨 앞줄에 세워졌다. 그의 눈은 무표정했지만,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다.

자오리에가 높은 의자에 앉아 지휘를 내렸다. 그러자 수완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녀는 검은 레이스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얼굴에는 공허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녀의 시선이 군중을 스치다가 린이에게서 멈추었다. 그러나 그 시선에는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 마치 낯선 이를 바라보는 듯했다.

“오늘은 특별한 공연을 준비했어요, 주인님.”

수완의 목소리는 달콤했다. 그녀는 천천히 드레스를 벗기 시작했다. 군중 속에서 흥분한 웅성거림이 퍼졌다. 자오리에는 고소한 듯 웃으며 린이를 바라보았다.

“노칠, 잘 봐. 이게 네 아내의 새로운 재주다.”

린이의 주먹이 단단히 쥐어졌다. 그는 이를 악물고 시선을 돌리려고 했다. 그러나 그의 머리를 감시원이 강제로 붙잡아 앞을 향하게 했다.

“똑바로 보라고.”

수완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녀의 몸은 음란하게 흔들렸고, 손짓 하나하나가 관능적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눈은 완전히 비어 있었다. 린이는 그 눈 속에서 한때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공연이 끝나자, 자오리에는 일어나 박수를 쳤다.

“훌륭해, 수완. 네 보상을 주지.”

그는 손짓으로 린이를 불렀다. 린이는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자오리에는 그의 어깨를 짓누르며 무릎을 꿇게 했다.

“네가 이렇게 충성스러운 아내를 뒀으니, 나도 답을 해야지. 오늘부터 네 족쇄는 더 단단해질 거야.”

그가 수완에게 손을 내밀었다. 수완의 손에는 철제 수갑과 족쇄가 들려 있었다. 그녀는 무표정하게 린이 앞에 섰다. 둘의 시선이 마주쳤다. 린이의 눈에는 물음과 절망이 섞여 있었다. 수완의 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손을 내밀어.”

수완의 목소리는 차갑게 명령조였다. 린이는 천천히 두 손을 내밀었다. 차가운 쇠가 그의 손목을 감싸는 소리가 둔탁하게 울렸다. 수완은 아무 말 없이 수갑을 채웠다. 그녀의 손길은 정확했고, 마치 기계처럼 움직였다. 이어서 발목에도 족쇄가 채워졌다. 무거운 쇠사슬이 땅에 끌리며 쇳소리를 냈다.

자오리에는 만족스러운 듯 웃으며 일어났다.

“이제 진짜 네 위치를 알겠지, 노칠?”

린이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어깨가 떨리고 있었다. 수완은 그를 한 번 쳐다보고는 곧바로 돌아서서 자오리에의 옆에 섰다.

“잘했어, 수완.”

자오리에가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고맙습니다, 주인님.”

수완의 대답은 기계적이었다. 그녀의 눈에는 아무런 빛도 없었다. 다만 그녀의 손가락이 무의식적으로 떨리고 있을 뿐이었다.

밤이 깊어지자, 모든 이가 잠든 사이, 린이는 자신의 수갑을 만지작거렸다. 쇠사슬이 부딪히는 소리가 캄캄한 공간에 울려 퍼졌다. 그는 눈을 감았다. 그의 눈앞에는 여전히 수완이 춤추는 모습이 아른거렸다. 그러나 그 모습은 점점 흐려져 갔다. 그의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영원히 사라지고 있었다.

그는 이를 악물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둠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절망 속의 생존

야간 습격의 사이렌이 울렸다. 기지 전체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린이는 손에 든 총을 움켜쥐고 벙커 입구로 달려갔다. 저 멀리서 수백 마리의 좀비가 달려드는 소리가 땅을 울렸다.

“린이!”

수완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린이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나와!”

자오리에의 명령은 마치 쇠사슬처럼 목을 조여왔다. 그는 총구를 린이의 등짝에 겨누고 있었다. “네가 이 선봉대를 이끌어. 살아서 돌아오든지, 아니면 거기서 시체가 되든지.”

“제발요, 자오리에! 그를 보내지 마세요!”

수완이 달려와 자오리에의 팔을 붙잡았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린이는 가슴이 미어졌다.

자오리에의 손이 번개처럼 움직였다. 따귀 소리가 기지 안을 울렸다. 수완의 몸이 휘청이며 바닥에 쓰러졌다.

“네가 감히 내 결정에 이의를 제기해?” 자오리에가 차갑게 말했다. “아니면 네가 남편 대신 나가고 싶은 거냐?”

수완은 볼을 감싸 쥐고 바닥에 엎드려 흐느꼈다. 그 모습을 본 린이의 주먹이 바짝 쥐어졌다. 그러나 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총구 앞에서, 권력 앞에서,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였다.

“갈게.”

린이가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예상보다 차분했다. 그는 수완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그녀는 손을 잡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숙인 채 울고 있을 뿐이었다.

“잘 있어.”

린이는 그 말만 남기고 벙커를 나섰다. 뒤에서 수완의 오열이 점점 멀어져 갔다.

도시 폐허 속을 달리며, 린이는 주변의 좀비들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총성이 밤을 찢었다. 그러나 좀비의 숫자는 끊임없이 늘어났다. 사방에서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젠장...”

탄창을 교체하는 순간, 어둠 속에서 한 마리의 좀비가 튀어나왔다. 린이는 몸을 비틀어 피했지만, 다른 쪽에서 또 한 마리가 덤벼들었다. 팔이 물렸다. 피가 흘러내렸다.

죽음의 냄새가 진동했다.

그때, 등 뒤에서 엔진 굉음이 울렸다. 헤드라이트가 좀비들을 비추며, 기관총이 불을 뿜었다. 좀비들이 차례로 쓰러졌다.

“여기! 얼른!”

누군가의 목소리. 린이는 마지막 힘을 짜내 차량으로 달려갔다. 누군가 그를 잡아당겨 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

“죽을 뻔했네. 괜찮아?”

차량 안에서 마른 체격의 남자가 린이를 살폈다. 그의 눈빛은 날카롭지만, 온기가 있었다.

“고... 고마워요.”

린이는 숨을 헐떡이며 대답했다.

“어디 소속이야? 어떻게 혼자 여길 돌아다녀?”

“자오리에... 그의 기지에서 왔어.”

차 안의 분위기가 갑자기 무거워졌다. 남자의 얼굴이 굳어졌다.

“자오리에? 그 군벌 놈?”

린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결사대로 보내진 거군.” 남자가 비웃었다. “그 X발 놈, 항상 그런 식이야. 약한 자들을 앞세워서 죽게 만드는 거지.”

차량은 폐허를 빠져나와 작은 은신처로 들어섰다. 린이는 그곳에서 다른 생존자들을 만났다. 모두가 자오리에에게 쫓겨난 사람들이었다.

“우리는 자오리에를 무너뜨리려는 저항군이야.” 남자가 린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내 이름은 장웨이. 너도 우리와 함께 싸울 의향 있나?”

린이는 망설였다. 수완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녀는 아직 자오리에의 손아귀에 있었다. 그녀를 구하려면, 자오리에를 반드시 없애야 했다.

“좋아.” 린이가 장웨이의 손을 잡았다. “하지만 조건이 있어. 내 아내를 구해줘.”

장웨이가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 속에는 잔혹함과 희망이 뒤섞여 있었다.

“그게 바로 우리의 목표야. 자오리에의 기지를 점령할 계획이 있어. 네가 우리를 도와준다면, 아내분도 구할 수 있을 거야.”

린이의 손가락이 방아쇠 위에서 떨렸다. 결국 망설임은 사라졌다. 그는 이미 오래전에 절망의 끝에 서 있었다. 이제는 오직 복수만이 그를 움직였다.

반격의 전야

기지 외곽의 파손된 환기 덕트 속, 린이는 숨을 죽이고 어둠 속에 몸을 웅크렸다. 손바닥에는 식은땀이 흥건했지만, 그의 눈동자는 형광등 불빛이 새어 나오는 틈새에 고정되어 있었다. 이틀 전, 그는 이곳을 떠날 때 여전히 희망을 품고 있었다. 수완을 구하고, 함께 이 종말에서 탈출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 하지만 지금, 그의 귀를 파고드는 것은 익숙한 신음 소리와 남자들의 거친 웃음소리였다.

그는 덕트 그릴을 살며시 열고, 바닥에 조용히 착지했다. 복도는 텅 빈 듯했지만, 본관 회의실 쪽에서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린이는 벽을 따라 발소리를 죽이며 다가갔다. 문은 반쯤 열려 있었고, 틈새로 보이는 광경에 그의 심장이 말 그대로 멎는 듯했다.

회의실은 더 이상 회의실이 아니었다. 중앙의 긴 테이블은 구석으로 밀려났고, 그 위에는 널브러진 옷가지와 텅 빈 술병들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바닥에는 두꺼운 양탄자가 깔려 있었고, 그 위에는 몇 명의 남녀가 뒤엉켜 있었다. 자오리에는 중앙 소파에 느긋하게 앉아 있었고, 그의 양옆에는 두 명의 여자가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인 채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었다. 하지만 린이의 시선은 그곳에 머물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소파 앞, 무릎을 꿇고 있는 여인의 모습에 꽂혔다.

수완이었다.

그녀는 반투명한 검은 레이스 가운을 걸치고 있었고, 어깨가 드러나 있었으며 긴 머리는 어깨 너머로 흘러내려 반쯤 가린 얼굴을 드러냈다. 그녀의 앞에는 젊은 남자가 서 있었고, 그녀의 손은 그의 몸을 더듬고 있었다. 린이가 숨을 멈췄을 때, 수완이 고개를 들어 그의 시선과 마주쳤다.

예전에는 그를 바라보던 부드럽고 따뜻했던 눈이 아니었다. 그 눈에는 생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고, 대신 무표정한 차가움과 낯선 조소가 깃들어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일어나더니, 남자의 품에서 벗어나 자오리에 쪽으로 걸어갔다. 자오리에는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고 있었다.

“어, 우리의 전사가 돌아왔군.” 자오리에가 느릿느릿 말했다. 그의 손가락이 소파 팔걸이를 리듬 있게 두드렸다. “수완, 네 남편이야. 인사하지 그래?”

수완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오리에의 무릎 위에 올라탔다. 두 팔로 그의 목을 감싸고, 엉덩이를 비비며 그의 위에 앉았다. 그녀의 동작은 능숙하고 자연스러웠으며, 마치 수백 번 해온 동작처럼 보였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린이를 바라보았다. 입가에 도발적인 미소를 띠며.

“린이.” 그녀의 목소리는 달콤했지만, 그 속에는 가시가 숨겨져 있었다. “보고 싶었어.”

린이의 주먹이 저절로 움켜쥐어졌다. 손톱이 살을 파고들었지만, 그는 통증을 느끼지 못했다. 그의 머릿속은 텅 빈 듯했고, 오직 그녀의 눈빛만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예전에는 그의 동지였고, 그의 아내였으며, 그가 모든 것을 바쳐 보호하려 했던 사람. 지금 그녀는 그의 적의 품에 안겨, 그의 눈앞에서 음란한 춤을 추고 있었다.

“왜?” 그의 목소리는 쉰 듯했다.

수완은 대답 대신 몸을 더 깊이 밀착시켰다. 그녀의 손이 자오리에의 셔츠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그녀의 눈은 여전히 린이에게서 떠나지 않았고, 이내 그 눈에 비웃음이 번졌다.

“왜?” 그녀는 중얼거렸다. “너는 아직도 깨닫지 못했어? 이 세상에서 강자가 모든 것을 가져가는 거야. 너는 약해. 나를 지킬 수도 없었고, 나에게 살길을 줄 수도 없었어. 하지만 자오리에는 그래.” 그녀는 고개를 숙여 자오리에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는 나를 원해. 나를 원하고, 나를 지켜줄 수 있어. 너는 뭘 할 수 있는데? 죽음밖에 없지?”

린이의 가슴속에서 천 개의 칼날이 비집고 들어오는 듯했다. 그는 숨을 들이쉬었고, 그제야 자신이 얼마나 오랫동안 숨을 참고 있었는지를 깨달았다. 그는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그 순간, 그의 안에 있는 무언가가 산산이 부서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냉혹한 결의만이 남았다.

그는 손을 들어 깊숙한 주머니를 더듬었다. 그 안에 있던 작은 금속 상자가 그의 손끝에 닿았다. 폭약. 충분한 양의 C4와 전자식 기폭 장치. 그는 이틀 동안 이 기회를 위해 준비해 왔다. 기지의 구조도를 외우고, 환풍구의 경로를 찾아내고, 핵심 지지대와 연료 탱크의 위치까지 확인했다. 이제 모든 것을 끝낼 시간이었다.

“아직 포기하지 않았구나.” 자오리에가 낮고 위험한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오른손이 수완의 엉덩이를 움켜쥐었고, 왼손은 근처 칼집에서 단검을 뽑아 들었다. “침입자 처리는 내 부하들에게 맡겼을 텐데. 어떻게 여기까지 들어온 거지?”

“죽은 사람은 말을 못 해.” 린이가 짧게 대꾸했다.

그 순간, 수완이 자오리에의 목덜미를 감싸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녀가 그의 귀에 속삭였다. “쏴버려요. 이 가련한 놈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요.”

자오리에가 크게 웃었다. “좋아, 네 소원대로.” 그가 손을 휘저었다. 문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여러 명의 무장한 부하가 복도를 따라 다가오고 있었다.

린이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뒷걸음질 치며 문을 닫아걸었다. 그의 손이 주머니로 들어가 무언가를 꺼냈다. 시간이 없었다. 그는 지지대와 연결된 환풍구 쪽으로 달려가면서, 이미 익숙해진 동작으로 폭약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회의실 안에서는 수완이 자조리에의 무릎에서 내려와 다가올 폭발에 대비해 몸을 웅크렸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는 두려움보다도 더욱 깊은 어둠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녀는 문 쪽을 바라보았고,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었다. “린이, 너는 항상 그래. 지키고, 지키고, 결국엔 모든 걸 잃어버리지.”

폭약이 장전되는 경고음이 기지 전체에 울려 퍼졌다. 린이는 기폭 장치를 손에 쥐고, 마지막으로 문틈 사이로 방 안을 응시했다. 수완이 그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시선에는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그들의 과거, 그들의 사랑, 그리고 이 순간의 배신. 그리고 그 시선 너머, 린이는 이해했다. 그녀가 선택한 것이다. 그녀는 이미 오래전에 그를 버렸다.

그는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잘 있어, 수완.”

기폭 장치가 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