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사의 죽음
# 제4장: 신앙의 균열
서고의 공기는 먼지와 낡은 양피지 냄새로 가득 차 있었다. 일리사는 손에 쥔 열쇠를 바라보며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 광명 의회의 봉인된 기록실, 그녀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공간이었다.
"그냥 잠깐만 확인하는 거야."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열쇠를 자물쇠에 꽂았다. 딸깍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어둠이 그녀를 맞이했고, 촛불 하나를 켜자 좁은 방 안에 수많은 문서함이 드러났다.
일리사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마리사의 이름이 적힌 문서함을 찾아내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녀의 손가락이 떨렸다. 마리사는 그녀가 어릴 적부터 동경하던 선배 마법소녀였다. 3년 전, 베일에 싸인 임무 중 전사했다고 통보받았다.
문서를 펼치자 공식적인 전사 보고서가 나왔다. "마법소녀 마리사, 제7구역 어둠의 정화 임무 중 전사. 영령이여 광명과 함께하길."
일리사는 눈썹을 찌푸렸다. 이 내용만으로는 이상한 점이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더 깊이 파고들기로 결심했다. 두 번째 서류철을 열자 표면 기록과는 다른 보고서가 나타났다.
"제7구역 정화 임무 보고서... 마리사를 포함한 5인의 마법소녀 투입. 임무 성공. 귀환 명령 대기 중... 대기 중... 대기 중..."
일리사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보고서는 마리사가 임무를 완수한 후에도 생존해 있었음을 암시했다. 그렇다면 그녀는 왜 전사했다고 발표되었는가?
광명이여...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
그녀는 재빨리 다른 문서들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이름, 이름, 또 이름. 모두 젊은 마법소녀들의 이름이었다. '전사'했다고 발표된 그들 대부분의 임무 보고서에는 생존을 암시하는 모순된 기록이 남아 있었다.
열두 개. 적어도 열두 명의 마법소녀가 최근 5년 사이에 의문의 죽음을 맞이했다.
"뭘 찾고 계신가요?"
일리사는 깜짝 놀라 뒤돌아섰다. 문가에 서 있는 그림자는 촛불에 희미하게 비쳤다. 그녀는 천야를 알아보는 데 몇 초가 걸렸다. 한때 광명 의회의 가장 순결한 검이었으나, 지금은 광명조차 두려워하는 타락자.
"천야... 어떻게 여길?"
초록빛 눈동자가 은은하게 빛났다. 천야는 천천히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의 발걸음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자격이 없는 자는 들어올 수 없는 곳이라고 생각했나?" 천야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나는 한때 이 기록실의 주인이었다. 지금은... 글쎄, 다른 방식으로 권한을 얻었을 뿐이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일리사는 경계하며 문서함을 닫았다.
"진실을 보여주려고." 천야는 로브 안에서 낡은 문서 한 장을 꺼냈다. "네가 지금 보고 있는 문서들보다 더 완전한 기록이다. 한번 봐라."
일리사는 망설였다. 그러나 그녀의 손은 이미 문서를 받아들고 있었다. 내용을 읽는 순간, 그녀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이건... 제물 의식의 계획서?"
"정확히 말하면 과거 30년간의 제물 기록이다." 천야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의회는 세계의 균형을 유지한다고 말하지만, 그 균형의 대가가 무엇인지 아느냐? 마법소녀의 생명이다. 가장 순수한 힘을 가진 자를 뽑아 제단에 바친다."
"거짓말!" 일리사는 문서를 바닥에 내던졌다. "광명 의회는 결코 그런 짓을 하지 않아요!"
"그렇다면 네 눈으로 확인해 봐라." 천야는 바닥에 흩어진 문서를 가리켰다. "네가 방금 본 기록들과 비교해 봐. 뭐가 다른지."
일리사는 떨리는 손으로 두 문서를 집어 들었다. 천야의 기록에는 전사한 마법소녀들의 마지막 위치가 상세히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 위치는 광명 의회 본부 지하 깊숙한 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건..."
"의회 지하에 있는 비밀 제단." 천야가 말을 이었다. "거기서 그들은 정기적으로 의식을 치른다. 보름달이 뜨는 날 밤마다."
"그만해요!" 일리사의 목소리가 깨졌다. "무슨 말을 하든 나는 믿지 않을 거예요. 당신은 타락자예요! 광명을 버린 배신자!"
천야는 조용히 웃었다. 그 웃음에는 동정과 연민이 섞여 있었다.
"나는 광명을 버리지 않았다. 광명이 나를 버린 거다." 그녀가 한 걸음 다가섰다. "나는 신앙이 무너지는 순간을 직접 경험했다. 그건 마치 모든 뼈가 부서지고, 심장이 찢기는 것과 같았다."
일리사는 뒤로 물러섰다. 벽에 등이 닿자 더 이상 갈 곳이 없었다. 천야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그녀는 말했다.
"당신이 뭘 원하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타락하지 않을 거예요."
"내가 널 타락시키려는 게 아니다." 천야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단지 진실을 알리고 싶을 뿐이다. 네가 선택하게 하기 위해. 계속해서 눈을 감고 의회의 제물이 될 것인지, 아니면 다른 길을 찾을 것인지."
"나는 의회를 믿어요."
"정말 그런가?" 천야의 시선이 냉철해졌다. "그렇다면 왜 여기 있는 거지? 왜 네 선배의 죽음에 의문을 품은 거냐?"
일리사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녀의 입술이 떨렸다.
"생각해 봐라. 그리고 네가 결정을 내릴 때면 내가 네 곁에 있을 거다." 천야는 자신의 방문을 정리하며 몸을 돌렸다. "다만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만 기억해라. 다음 보름달이 뜨기 전에."
문이 닫히고, 일리사는 홀로 남아 심장이 요동치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손에는 여전히 천야가 준 문서가 쥐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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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광명 의회 최상층 집무실.
성요는 창가에 서서 어둠이 드리운 도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뒤에서 보고를 마친 그림자가 사라졌다.
"일리사가 기록실에 침입했다고?"
"예, 성요님. 그리고 짧은 시간 동안 타락자 천야와 접촉한 정황이 있습니다."
성요의 손가락이 창틀을 가볍게 두드렸다. 그녀의 표정은 평온했지만, 내면은 파도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천야의 타락 이후, 그녀가 가장 두려워했던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감시를 강화해라. 그리고 일리사가 의회 건물을 벗어날 경우 즉시 보고하도록."
"명령을 받들겠습니다."
그림자가 사라지자 성요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자신의 책상 서랍을 열고 비밀 문서 한 장을 꺼냈다. 다음 제물 의식의 준비 계획서였다.
다음 보름달까지 이틀.
"유감이다, 일리사." 성요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네가 가진 순결의 빛은 의식에 완벽한 제물이다. 만약 네가 진실을 알게 된다면... 나는 네가 이해해 주길 바란다. 이것은 세계를 위한 선택이다."
그녀는 펜을 들어 문서에 서명했다.
"다음 의식 대상자: 마법소녀 일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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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비밀 의식장에서는 견습 사제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거대한 제단 위에는 다섯 개의 촛대가 놓여 있었고, 각각의 촛대에는 순결한 백색 양초가 꽂혀 있었다. 마법진은 이미 바닥에 새겨지기 시작했다.
한 사제가 성요에게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성요님, 의식 준비는 순조롭게 진행 중입니다. 다음 보름달까지 모든 준비를 마칠 수 있을 것입니다."
"좋다." 성요는 차가운 눈빛으로 제단을 바라보았다. "이번 의식이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우리는 다시 10년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성요님." 사제가 망설이며 말을 이었다. "일리사는 순수한 신앙을 가진 자입니다. 그녀가 제물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알게 되어서는 안 된다." 성요가 단호하게 말을 끊었다. "그리고 만약 알게 된다면, 우리는 그녀를 설득할 의무가 있다. 그녀의 희생이 얼마나 위대한 일인지 깨닫게 해야 한다."
사제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다만 그의 눈빛에는 찰나의 망설임이 스쳐 지나갔다.
성요는 그 망설임을 눈치챘다. 그녀는 사제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우리가 하는 일은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다. 그러나 때로는 소수를 희생해야 다수를 구할 수 있다. 이것은 우리가 광명에게 바치는 가장 고귀한 제물이다."
"예, 성요님."
성요는 제단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그녀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마음 한구석에서 어떤 목소리가 그녀를 향해 외치고 있었다. '네가 바로 그들을 죽이고 있는 거야.' 그러나 그녀는 그 목소리를 무시했다.
항상 그래왔듯이.
의식장을 나서려는 순간, 그녀의 눈에 어느 서류철이 띄었다. 표지에는 '천야의 타락 기록'이라고 적혀 있었다.
성요는 잠시 멈춰 서서 서류철을 바라보았다. 한때 그녀가 가장 아꼈던 제자. 가장 순수한 검이었던 자. 그녀는 천야가 타락하던 날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네가 왜 그 길을 선택했는지, 나는 이해할 수 없다." 성요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나는 내가 선택한 길을 끝까지 갈 것이다. 비록 그 길이 외롭고 고통스러울지라도."
그녀는 서류철을 제자리에 내려놓고 의식장을 떠났다. 그녀의 그림자는 긴 복도를 따라 길게 드리워졌고, 마치 그녀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모두 집어삼킬 듯 어둡게 펼쳐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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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사는 자신의 방에 돌아와 있었다. 그녀는 천야가 준 문서를 펼쳐 놓고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야, 이건 함정이야. 천야는 나를 타락시키려는 거야.
그러나 그녀의 내면 깊은 곳에서는 또 다른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네가 직접 본 기록들은 어쩔 거야? 마리사의 생존을 암시하는 임무 보고서는? 그리고 다른 마법소녀들의 모순된 기록은?
"광명이시여..." 일리사가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제게 지혜를 주소서. 진실을 분별할 수 있는 눈을 주소서."
그러나 그녀의 기도에 응답하는 것은 오직 침묵뿐이었다.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일리사는 급히 문서를 숨기고 문을 열었다. 문밖에는 그녀가 알지 못하는 사제가 서 있었다.
"일리사님, 성요님께서 곧바로 집무실로 오시라고 전하셨습니다. 중요한 일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일리사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무슨 일이신지 아세요?"
"저는 전달만 받았습니다." 사제가 고개를 숙였다. "곧바로 가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일리사는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그녀의 머릿속은 복잡한 생각들로 가득 차 있었다. 성요가 진실을 알게 된 것일까? 아니면 다른 일일까?
"알겠습니다. 곧 갈게요."
사제가 떠나자 일리사는 방 안을 돌아보았다. 그녀의 시선은 문서를 숨긴 서랍에 머물렀다. 그녀는 결심한 듯 문서를 꺼내 로브 안에 숨겼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진실을 알 거야.
그러나 그녀는 알지 못했다. 그녀가 방을 나서는 순간, 복도 끝에서 누군가가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녀의 선택이 이미 성요의 손에 의해 결정되었다는 것을.
신앙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균열은 점점 더 깊고 넓게 번져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