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깊었다. 운규산 정상의 달빛은 차갑게 빛나고, 산 아래 수많은 집들은 이미 고요히 잠들어 있었다. 의현은 자신의 침실에 홀로 서서, 창밖의 달그림자를 바라보며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었다. 그녀는 천천히 옷장을 열었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자수 옷가지들이 줄지어 걸려 있었지만, 손을 뻗어 한쪽 구석의 나무 판자를 살짝 누르자, 옷장 안쪽 벽이 조용히 열리며 좁고 어두운 통로가 드러났다.
의현은 숨을 고르며 그 통로로 들어갔다. 통로는 비좁고 구불구불했으며, 양쪽 벽은 차가운 석재로 되어 있어 발소리만이 좁은 공간에서 메아리쳤다. 몇 걸음 걷자 앞이 갑자기 탁 트였다. 후산(后山)의 밀실은 그녀가 몇 년 전에 몰래 조성한 곳으로, 두꺼운 벽과 문이 여러 겹으로 둘러싸여 어떤 소리도 새어 나가지 못하게 했다.
방 안은 어둡고 적막했다. 의현은 촛불을 켜고 희미한 불빛 아래에서 천천히 벽장으로 다가갔다. 벽장 문을 열자, 반들반들한 라텍스 옷들이 매끄러운 표면에 불빛을 반사하며 줄지어 걸려 있었다. 그녀는 손을 내밀어 그중 한 벌을 집어 들었다. 온몸을 감싸는 전신 타이즈로, 가느다란 검은색 라텍스가 촛불 아래에서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의현은 옷을 벗고 그 라텍스 타이즈를 입기 시작했다. 먼저 발부터, 천천히 종아리, 허벅지로 올라가며, 매끄러운 재질이 피부에 닿으면 차가운 감촉이 전해졌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자국을 펴고, 라텍스가 몸에 완벽히 밀착될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머리 부분을 뒤집어썼다. 얼굴을 감싸는 순간, 숨 쉬는 공기가 갑자기 얇아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코와 입은 라텍스에 단단히 감싸여 콧구멍 두 개만이 겨우 숨 쉴 수 있는 통로였다.
그녀는 거울 앞에 섰다. 거울 속의 자신은 온몸이 검은색 라텍스로 감싸여 있었고, 몸매의 곡선이 뚜렷이 드러나 있었다. 얼굴은 라텍스에 감싸여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눈동자는 비정상적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의현은 손을 들어 자신의 목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매끄러운 라텍스 감촉이 손끝에서 타고 올라와 전율 같은 쾌감을 전했다.
그녀는 벽장 구석으로 걸어가 쇠사슬을 꺼냈다. 두툼한 사슬은 차갑게 반짝였고, 끝에는 쇠고리가 달려 있었다. 의현은 먼저 한쪽 끝을 벽에 박힌 쇠고리에 연결한 다음, 다른 쪽 끝을 자신의 손목과 발목에 감았다. 가죽 끈으로 조이고, 무거운 사슬이 팔다리를 끌어당겼다. 그녀는 천천히 무릎을 꿇고, 사슬이 팽팽하게 당겨져 벽에 고정된 쇠고리까지 연결되도록 했다.
숨이 가쁘다. 라텍스가 코와 입을 압박했고, 매 호흡마다 저항과 씨름해야 했다. 의현은 눈을 감고 온몸의 감각에 집중했다, 라텍스가 피부를 조이는 압박감, 사슬이 손목을 짓누르는 무게, 숨 쉴 때마다 가슴이 들썩이는 제한감. 이런 통제된 느낌이 그녀를 점점 더 흥분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몸을 비틀며 사슬이 쇠고리에 부딪혀 쇳소리를 내게 했다.
바로 그때, 뒤에서 작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문주께서… 이게 무슨 놀이를 하시는 겁니까?"
의현의 몸이 순간 굳어졌다. 그녀는 고개를 돌리려 했지만, 라텍스와 사슬이 움직임을 제한해 겨우 목만 돌릴 수 있었다. 문가에 소근이 서 있었다. 시녀는 손에 등잔을 들고 있었고, 희미한 불빛이 그녀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그 표정은 놀라움과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 섞여 있었다.
"나가." 의현의 목소리는 라텍스에 갇혀 약간 탁하고 답답하게 들렸다.
소근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천천히 다가와, 등잔을 옆 탁자 위에 놓았다. 불빛이 더 가까이 다가오자, 의현이 쇠사슬에 묶인 모습이 더욱 선명해졌다. 라텍스가 몸을 감싸고, 사슬이 팔다리를 얽어매며 거칠고 금기시되는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있었다.
"문주께서 저보고 나가라 하시는데, 지금 이 꼴을 하고 계시면서요?" 소근은 의현 앞에 무릎을 꿇고 손을 내밀어 라텍스로 감싸인 그녀의 뺨을 살짝 만졌다. "이게 뭐 하는 짓이십니까? 한밤중에 혼자 이 구석에 와서, 몸을 이렇게 묶고…"
의현은 소근의 손길에 온몸이 떨렸다. 그녀는 부정하고 싶었지만, 몸은 정직하게 반응했다. 매끄러운 라텍스 아래에서 피부가 간지러운 듯 타올랐다.
"네가 무슨 상관이야." 의현은 최대한 냉랭하게 말하려 했지만, 목소리는 이미 떨리고 있었다.
"상관없다고요?" 소근은 낮고 부드럽게 웃었다. 그 손은 의현의 뺨에서 목덜미로 천천히 미끄러져 내려갔다. "문주께서 저를 이렇게 대하시는데, 제가 상관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의현은 눈을 질끈 감았다. 소근의 손길은 마치 불길처럼 라텍스 표면을 타고 흘러, 닿는 곳마다 뜨거운 감각을 불러일으켰다. 그녀는 거부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몸은 이미 이 지배에 굴복하고 있었다.
"문주께서 원하시는 게 이런 것입니까?" 소근이 의현의 귀에 바짝 다가서며 속삭였다. 그녀의 손은 이미 의현의 손목을 묶은 사슬 끝까지 내려가 있었다. "다른 사람에게 묶여 지배당하는 것 말입니다."
의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있었지만, 몸은 반역하듯 떨림을 멈추지 않았다. 소근은 손가락으로 사슬을 살며시 만지며, 무거운 쇠사슬이 손가락 사이에서 덜그럭거리게 했다.
"말씀해 주십시오, 문주. 당신이 원하는 게 이런 것입니까?" 소근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속에는 명령과도 같은 강제력이 숨어 있었다.
의현은 마지막 방어선이 무너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목소리를 낮춰 거의 들리지 않게 말했다. "…그래."
소근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번졌다. 그녀는 갑자기 손에 힘을 주어 사슬을 팽팽하게 당겼다. 의현은 그 충격에 몸을 곧게 펴고, 저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좋아요." 소근이 일어서서 위에서 아래로 의현을 내려다보았다. "그럼 오늘 밤부터, 제가 문주께 진정한 복종이 무엇인지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그녀는 몸을 돌려 방 구석에 있는 채찍을 집어 들었다. 가느다란 가죽 채찍이 촛불 아래에서 광택을 냈다. 소근이 천천히 돌아서며 손에 든 채찍을 가볍게 흔들자, 날카로운 바람 소리가 났다.
"문주, 무릎을 펴고 똑바로 서 계세요."
의현은 몸을 떨며 천천히 무릎을 펴고 벽을 등지고 섰다. 라텍스가 온몸을 감싸고, 사슬이 팽팽하게 당겨져 그녀의 움직임을 제한했다. 소근은 그녀 앞에 서서 채찍으로 의현의 턱을 살짝 받쳐 올렸다.
"눈을 뜨세요. 나를 똑바로 보세요."
의현은 순종했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두려움과 기대가 뒤섞여 있었다. 소근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채찍을 휘둘렀다. 가죽이 라텍스에 닿으며 경쾌한 소리를 냈다. 의현은 숨을 삼키고 온몸이 긴장했다.
소근은 계속해서 채찍질했다. 한 번, 또 한 번, 가죽이 라텍스에 닿을 때마다 경쾌한 소리가 울렸고, 그 뒤에는 선명한 붉은 자국이 남았다. 의현은 아픔과 쾌락이 뒤섞인 감각에 몸을 떨었지만, 입에서는 신음이 새어 나왔다.
"문주, 참으세요." 소근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이제 시작일 뿐이니까."
의현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녀는 자신이 점점 더 깊이 빠져드는 것을 느꼈다. 이것이 바로 그녀가 갈망하던 것이었다. 지배당하고, 통제당하고, 굴욕감을 느끼는 것. 소근의 손에서, 그녀는 마침내 마음속 깊은 곳의 욕망을 찾아낸 듯했다.
밤은 점점 깊어갔고, 밀실 안에서는 채찍 소리와 숨소리만이 계속해서 울려 퍼졌다. 의현은 이미 완전히 굴복했고, 소근은 그녀의 지배자로서 점차 그녀의 신체와 영혼을 장악해 나갔다. 이 밤, 운규산 후산의 이 밀실 안에서, 두 여자 사이의 관계는 영원히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