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락심연: 포노의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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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 총단의 밀실은 어둠과 침묵으로 가득했다. 백야련은 긴 소매를 휘날리며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그의 눈빛은 허공을 응시하는 듯했지만, 귀는 방 안의 모든 움직임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일부러 서랍을 반쯤 열어두고, 그 안에 놓인 편지 뭉치를 살짝 드러냈다. 종이의 가장자리가 살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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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책

마교 총단의 밀실은 어둠과 침묵으로 가득했다. 백야련은 긴 소매를 휘날리며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그의 눈빛은 허공을 응시하는 듯했지만, 귀는 방 안의 모든 움직임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일부러 서랍을 반쯤 열어두고, 그 안에 놓인 편지 뭉치를 살짝 드러냈다. 종이의 가장자리가 살짝 말려 올라간 것이 눈에 띄었다. 그는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차갑고도 쓸쓸했다.

“들어오너라.”

그의 목소리는 나지막했지만, 문 밖에 서 있던 유여상의 귀에는 또렷이 들렸다. 유여상은 걸음을 옮겨 방 안으로 들어섰다. 그녀의 눈빛은 흔들렸지만, 억지로 평온을 유지했다. 그녀는 촛불을 켜려는 듯 손을 내밀었지만, 그 순간 시선이 책상 위로 향했다. 반쯤 열린 서랍 속에서 뭉쳐진 편지들이 보였다. 그녀의 손이 떨렸다.

“교주님, 불을 밝힐까요?”

“아니다. 그냥 두어라.”

백야련은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 그의 등 뒤로 하얀 옷자락이 흩날렸다. 유여상은 재빨리 서랍을 열고 편지를 꺼냈다. 글씨는 능설미의 필체였다. 내용은 짧았다: ‘그를 무너뜨릴 때가 왔다.’ 유여상의 심장이 요동쳤다. 그녀는 편지를 주머니에 넣고 서랍을 닫았다. 백야련은 여전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알았다. 그녀가 그 편지를 가져갔다는 것을. 그러나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며칠 후, 유여상은 은밀히 능설미, 화무월, 엽한상을 만났다. 장소는 마교 외곽의 폐사였다. 깨진 기와 사이로 달빛이 스며들었고, 네 여인의 그림자가 벽 위에 길게 드리워졌다.

“그가 편지를 발견하게 했다. 일부러 그런 것 같아.”

유여상이 조용히 말했다. 능설미는 칼자루를 꽉 쥐며 눈을 가늘게 떴다.

“그 교활한 놈. 함정을 알아차렸을지도 몰라.”

“아니.”

화무월이 입을 열었다. 그녀의 손에는 작은 약병이 들려 있었다. “그는 이미 넘어졌어. 내가 그의 음식에 최면약을 타기 시작한 지 벌써 보름째야. 그는 점점 무감각해지고 있어. 마치… 기다리는 것처럼.”

“무슨 뜻이야?”

엽한상이 차갑게 물었다. 그녀의 손가락은 철채찍 위를 스치고 있었다.

“그는 우리가 그를 속박하기를 바라는 거야. 아마도 그것이 그의 욕망이야. 비뚤어진 욕망.”

잠시 침묵이 흘렀다. 네 여인은 서로의 눈빛을 교환했다. 마침내 유여상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계획대로 하자. 지하 감옥으로 유인해. 거기서 끝장을 보자.”

밤이 깊어지자 백야련은 홀로 중정에 서 있었다. 달빛이 그의 얼굴을 비췄다. 그는 한 손을 들어 허공을 움켜쥐었다.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알았다. 곧 무언가가 그를 붙잡을 것이라고. 그 순간, 유여상이 다급한 발걸음으로 나타났다.

“교주님! 큰일 났습니다! 능설미가 지하 감옥에 숨겨진 반역자의 문서를 발견했습니다!”

백야련은 천천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비웃음이 스쳤다. 그러나 그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길을 안내하라.”

유여상이 앞서 걸었다. 그녀의 등 뒤로 백야련이 따라왔다. 계단을 내려갈수록 공기는 차가워졌고 어둠은 짙어졌다. 마침내 지하 감옥의 철문 앞에 도착했다. 유여상이 손을 내밀어 문을 열었다. 쇠사슬이 덜커덕 소리를 냈다.

그 순간, 능설미, 화무월, 엽한상이 그림자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의 손에는 칼과 채찍, 그리고 약병이 들려 있었다. 유여상은 뒤로 물러서며 백야련의 팔을 붙잡았다.

“이제 끝났다.”

백야련은 웃었다. 그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감금당하는 것, 속박당하는 것, 파멸당하는 것을 기다렸다는 듯 그의 얼굴에는 평화로운 미소가 떠올랐다.

“드디어. 나는 오래 기다렸다.”

그의 말이 떨어지자 철문이 굉음을 내며 닫혔다. 어둠이 그를 삼켰다. 그러나 그의 눈은 빛나고 있었다. 속박이 그에게 찾아온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 속박 속에서 자유를 찾을 것이다. 그가 원하는 유일한 자유를.

첫 속박의 고통

석회암 벽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동굴 안을 메아리쳤다. 어둠 속에서 네 개의 횃불이 타오르며 불안정한 그림자를 춤추게 했다.

백야련은 팔을 벌린 채 돌기둥에 매달려 있었다. 그의 눈은 반쯤 감겼고,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옆구리에서 흘러내린 핏자국이 허연 피부를 타고 바닥에 떨어졌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능설미의 목소리가 동굴 안에서 차갑게 울렸다. 그녀는 손에 든 쇠사슬을 힘껏 당겼다. 백야련의 왼쪽 어깨에서 뼈가 어긋나는 둔탁한 소리가 났다.

그는 숨을 삼켰다. 그러나 그 고통 속에서도 그의 눈동자는 빛나고 있었다.

유여상이 앞으로 나섰다. 그녀의 손가락은 창백할 정도로 하얗게 쥐어진 채 무언가를 움켜쥐고 있었다. 그것은 젖은 소가죽 밧줄이었다. 물기를 머금은 가죽은 광택을 내며 바닥에 질질 끌렸다.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지?"

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지만, 그 속에 담긴 독기는 선명했다. 백야련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두 눈을 감았다.

능설미가 또 한 번 쇠사슬을 당겼다. 이번에는 오른쪽 팔이었다. 관절이 빠지는 소리와 함께 백야련의 입에서 신음이 새어 나왔다. 그러나 그것은 고통의 신음이 아니었다. 그것은 만족의 한숨에 가까웠다.

"네 이놈!"

능설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녀는 다가가 백야련의 턱을 움켜잡았다. 그의 얼굴은 땀과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지만, 그 눈동자는 여전히 빛나고 있었다.

"아직도 그런 눈을 하고 있네."

화무월이 음흉한 웃음을 흘리며 다가왔다. 그녀의 손에는 작은 유리병이 들려 있었다. 안에는 탁한 액체가 흔들리고 있었다.

"이걸 조금만 바르면 그의 신경이 더욱 예민해질 거야. 모든 고통이 배가 되어 느껴지겠지."

"잠깐."

유여상이 그녀를 막았다. 그녀는 젖은 소가죽 밧줄을 들어 올렸다.

"먼저 이걸로 그의 의지를 꺾어야 한다."

그녀가 밧줄을 휘둘렀다. 가죽이 백야련의 가슴을 감싸며 조여들었다. 젖은 가죽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팽팽해졌다. 백야련의 살갗이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붉게 물들었다.

"더 조여라."

엽한상이 차갑게 말했다. 그녀는 손에 든 긴 바늘을 불꽃에 달구고 있었다. 쇠가 달아오르는 냄새가 동굴 안을 가득 채웠다.

유여상이 한 번 더 밧줄을 팽팽하게 당겼다. 가죽이 백야련의 피부를 파고들었다. 핏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아..."

백야련의 입술 사이로 낮은 음성이 새어 나왔다. 그것은 고통에 찬 비명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오랫동안 기다려온 순간을 맞이하는 듯한 안도감이 섞여 있었다.

능설미의 눈에 분노의 불꽃이 일었다. 그녀는 다가가 백야련의 머리카락을 움켜잡았다.

"네가 그렇게 좋아하는구나? 고통을? 그럼 더 가혹하게 해주마."

그녀는 손에 든 쇠사슬을 돌기둥에 연결된 고리에 걸었다. 그리고 힘껏 당겼다. 백야련의 사지가 강제로 벌어졌다. 그의 양팔과 양다리가 각기 다른 방향으로 당겨지며 관절이 더욱 심하게 꺾였다.

"이제 좀 더 제대로 묶어야겠지."

화무월이 다가와 백야련의 목에 가느다란 철사를 감았다. 철사는 그의 피부를 살짝 스치며 붉은 선을 그렸다.

"죽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조금만 움직여도 목이 베여 피가 흐르겠지."

백야련은 눈을 뜨고 그 철사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없었다. 오히려 그 속에는 기대감이 어려 있었다.

유여상이 젖은 소가죽 밧줄을 다시 집어 들었다. 이번에는 그의 다리였다. 무릎 아래부터 발목까지 그녀는 천천히, 정성스럽게 밧줄을 감았다. 마치 선물을 포장하듯이.

"당신은 내게 이렇게 해준 적이 없지."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것은 분노였는지, 슬픔이었는지, 아니면 그 이상의 무언가였는지 알 수 없었다.

"해줬잖아."

백야련의 목소리가 고통 속에서도 또렷하게 들렸다.

"더 가혹하게, 더 잔인하게. 그것이 네가 원한 것이 아니었느냐?"

유여상의 손이 멈췄다. 그녀는 백야련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피와 땀으로 범벅이 된 그 얼굴 위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네 이놈!"

엽한상이 다가와 달궈진 바늘을 백야련의 어깨에 찔러 넣었다. 살이 타는 냄새와 함께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는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대신 그는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마치 그 고통을 음미하듯이.

"더 해라."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분명했다.

"네가 원하는 대로, 더 해라."

능설미가 주먹을 쥐었다. 그녀의 손톱이 살을 파고들며 피가 흘렀다. 그러나 그녀는 아프지 않았다. 오히려 그 고통이 그녀를 더욱 격앙시켰다.

"네가 그렇게 원한다면."

그녀가 돌아서서 벽에 걸린 채찍을 집어 들었다. 그것은 여러 개의 가죽 끈이 달린 채찍으로, 끝에는 작은 쇠구슬이 달려 있었다.

"이걸로 네 피부를 벗겨주마."

채찍이 허공을 갈랐다. 그리고 백야련의 등에 닿았다. 살이 찢기는 소리와 함께 핏방울이 튀었다.

백야련의 몸이 경련을 일으켰다. 그러나 그의 입가에 번진 미소는 사라지지 않았다.

"좋아."

그가 중얼거렸다.

"훨씬 좋아."

화무월이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그녀는 그의 눈 속에서 무언가를 찾으려는 듯이 응시했다. 그러나 그곳에는 고통 너머의 만족감만이 있을 뿐이었다.

"미친 놈."

그녀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완전히 미쳐버렸군."

"아니."

유여상이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는 처음부터 이랬어. 우리는 그것을 몰랐을 뿐이다."

그녀는 젖은 소가죽 밧줄을 더욱 팽팽하게 당겼다. 이제 가죽은 백야련의 몸 곳곳을 감싸고 있었다. 그의 팔, 다리, 가슴, 허리. 움직일 수 있는 곳이 하나도 없었다.

"이제 더 이상은 움직일 수 없겠지."

엽한상이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 순간, 백야련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아직도 힘이 남아 있군."

능설미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것은 차갑고 냉소적인 웃음이었다.

"그럼 더 강하게 묶어주마."

그녀는 돌아서서 새로운 밧줄을 가져왔다. 이번에는 가시철사였다. 끝이 날카로운 철사가 서로 엉켜 있었다.

"이걸로 한 번 더 감아주지."

그녀가 철사를 풀어 백야련의 몸에 감았다. 날카로운 끝이 그의 피부를 찢으며 깊은 상처를 남겼다.

백야련의 입술 사이로 신음이 새어 나왔다. 그러나 그것은 분명히 고통의 신음이 아니었다.

"더."

그가 말했다.

"더 해줘."

능설미의 손이 멈췄다. 그녀는 백야련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더 이상 이전의 마교 교주는 없었다. 오직 고통에 굶주린 한 인간만이 있을 뿐이었다.

"네가 원하는 대로 되길 바란다."

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차가웠다.

"그러나 너는 결국 이 속박 속에서 네 의지를 잃을 것이다."

그녀가 철사를 더욱 세게 당겼다. 피가 흘러 바닥에 떨어졌다. 백야련의 몸이 경련을 일으켰지만, 그의 미소는 사라지지 않았다.

유여상은 그 광경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녀는 백야련을 증오했지만, 동시에 그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싶어 했다. 그러나 그가 이렇게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그녀를 더욱 분노하게 만들었다.

"화무월."

그녀가 불렀다.

"약을 준비해라."

화무월이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유리병을 꺼냈다.

"마침내 제대로 된 재미를 볼 때가 온 것 같군."

그녀가 다가가 백야련의 입을 벌렸다. 탁한 액체가 그의 목구멍으로 흘러들어갔다.

그는 기침을 했다.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러나 그의 입가에는 여전히 미소가 있었다.

"좋아."

그가 속삭였다.

"훨씬 좋아."

동굴 안에서 그의 목소리는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 메아리는 점점 더 깊은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갔다.

독약과 최면

제3장: 독약과 최면

지하 감옥의 축축한 공기가 백야련의 코끝을 스쳤다. 쇠사슬에 묶인 그의 몸은 이미 여러 날의 고문으로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그 옅은 미소는 여전히 귀기에 가까웠다.

화무월이 은쟁반에 작은 약병을 들고 다가왔다. 그녀의 손끝은 우아하게 병마개를 열었고, 방 안에 은은한 꽃향기가 퍼졌다.

“교주님, 이게 뭔지 아십니까?” 그녀의 목소리는 꿀처럼 달콤했다.

백야련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는 여전히 맑았지만, 이미 지친 그림자가 깃들어 있었다. “무슨 약이냐?”

“미혼약입니다.” 화무월이 쪼그려 앉아 그의 얼굴을 마주했다. “옛날에 교주님이 저에게 가르쳐 주신 그 약이죠. 기억나십니까? 한 방울만 떨어뜨려도 사람의 의지가 무너지고, 환각과 현실을 분간하지 못하게 만드는.”

그녀의 손가락이 그의 턱을 받쳐 올렸다. 백야련은 저항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눈에 한 줄기 기대 섞인 빛이 스쳤다.

“한 번 먹어보시겠습니까?” 화무월이 물었다.

백야련이 입을 열었다. 그 순간, 그의 눈에 비친 것은 약이 아니라 오히려 해방이었다.

붉은 액체가 그의 목구멍으로 흘러들어갔다. 처음엔 쓰디쓴 맛이었지만, 곧 단맛으로 변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의 의식이 점점 흐려지기 시작했다.

“좋아요.” 화무월의 목소리가 아득히 멀게 들렸다. “이제 편안히 눈을 감으세요. 당신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도 됩니다. 오직 제 목소리만 들리면 됩니다.”

백야련의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그는 온몸의 힘을 빼고 그녀의 목소리에 몸을 맡겼다. 의식의 가장 깊은 곳에서 한 줄기 자각이 남아 있었지만, 그것도 곧 잠들어 가는 듯했다.

“당신은 더 이상 교주가 아닙니다.” 화무월의 목소리가 리드미컬하게 울렸다. “당신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오직 저희의 명령만 따라야 합니다.”

그녀의 손가락이 그의 이마를 스쳤다. 그 순간, 백야련의 몸이 가볍게 떨렸다. 그는 자신의 의지가 서서히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마치 모래성이 무너지듯, 그의 자존심과 자아가 하나둘 허물어져 갔다.

“이제 당신은 텅 빈 그릇입니다.” 화무월이 중얼거렸다. “저희가 원하는 대로 채워질 그릇.”

바로 그때, 능설미가 손에 가느다란 은침을 들고 다가왔다. 그녀의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

“시간이 됐군요.” 그녀가 말했다.

화무월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면을 강화할 시간입니다.”

능설미가 은침을 백야련의 젖꼭지에 가까이 가져갔다. 그는 아직 약의 영향으로 반혼수 상태였지만, 침이 살갗에 닿는 순간 몸이 경직되었다.

“비명을 지르는 것이 최면을 더 잘 받아들이게 합니다.” 화무월이 설명했다. “통증이 의식을 깨우고, 그 틈에 제 암시가 더 깊이 파고듭니다.”

바늘이 살을 뚫었다. 백야련의 몸이 경련을 일으키며 뒤로 젖혀졌다. 그의 입에서 터져 나온 비명은 지하 감옥의 벽을 울렸다.

“좋아요.” 화무월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그 통증을 느끼면서도 제 목소리를 기억하세요. 당신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오직 통증과 저의 명령만이 존재합니다.”

능설미는 두 번째 바늘을 그의 손톱 밑으로 밀어 넣었다. 더 날카로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 백야련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지만, 그의 입가에는 여전히 희미한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더 깊이.” 유여상이 구석에서 목소리를 냈다. 그녀의 눈에는 증오와 쾌락이 섞여 있었다. “그의 의지를 완전히 꺾어야 합니다.”

세 번째 바늘이 그의 다른 쪽 손톱 밑으로 들어갔다. 백야련의 몸이 경련을 일으키며 사슬을 덜컹거렸다. 그의 비명은 점점 가늘어져 흐느낌으로 변했다.

화무월은 그의 얼굴에 다가가 속삭였다. “당신은 이제 저희의 개입니다. 주인의 명령만 따르고, 주인의 말만 들을 것입니다. 당신의 과거는 없습니다. 오직 현재의 고통과 복종만이 있을 뿐.”

백야련의 눈동자가 흐려졌다. 그의 의식 속에서 어떤 벽이 무너지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정체성이 조각조각 부서져 가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동시에, 그 안에 이상한 안도감이 스며들었다.

“좋아요.” 화무월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제 두 번째 단계입니다.”

그녀가 손을 흔들자 능설미가 새로운 약병을 꺼냈다. 이번에는 붉은색이 아닌 검푸른 액체였다.

“이건 망우약입니다.” 화무월이 설명했다. “너무 많은 기억은 필요 없으니까요.”

백야련이 입을 벌리려 했지만, 그의 혀는 이미 말을 들을 수 없었다. 약이 그의 목으로 흘러들어갔다. 그리고 그의 의식은 점점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다.

마지막으로 그가 본 것은 화무월의 만족스러운 얼굴과 능설미의 무표정한 눈이었다. 그 위에 유여상의 비웃는 웃음소리가 메아리쳤다.

지하 감옥의 불빛이 꺼졌다. 그리고 백야련의 의식도 함께 꺼져 갔다.

수옥에 빠지다

수옥의 물은 뼛속까지 파고드는 차가움이었다. 백야련의 손목과 발목은 쇠사슬에 묶여 천장에 매달려 있었고, 무릎까지 잠긴 탁한 물속에 몸이 잠겨 있었다. 그의 하얀 도포는 이미 진흙으로 얼룩져 있고, 물에는 기괴한 냄새가 섞여 있었다. 무언가 살아있는 것이 그의 종아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처음에는 참을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느낌은 더욱 끔찍해졌다. 작고 부드러운 것들이 그의 피부를 기어가기 시작했다. 구더기였다. 어디선가 기어나온 구더기들이 물속에 떠다니며 그의 다리와 발에 달라붙었다. 한 마리가 허벅지 안쪽으로 기어들어가자 온몸이 소름 돋았다.

백야련은 이를 악물었다. 이런 모욕은 예전에도 겪었지만, 그때는 자신이 선택한 고통이었다. 지금은 달랐다. 그는 비틀거렸지만, 사슬이 그를 꽉 붙잡아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만들었다. 구더기들이 그의 샅으로 기어들어가고, 어떤 것은 배꼽 주변을 맴돌았다. 그는 몸을 비틀며 버둥거렸지만, 사슬이 피부를 찢어 피가 물에 섞였다.

"아직도 버티려고?"

엽한상의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울려 퍼졌다. 그녀는 수옥 입구에 서서 손에 반짝이는 쇠고리를 들고 있었다. 코걸이었다. 쇠사슬이 달린 그 고리는 코에 끼울 때마다 얼굴을 위로 잡아당겨 숨을 쉬기 어렵게 만드는 무기였다.

그녀는 천천히 다가왔다. 신발은 탁한 물을 밟으며 찰싹거리는 소리를 냈다.

"네놈의 그 오만한 얼굴을 한번 볼까."

엽한상의 차가운 손가락이 백야련의 턱을 움켜잡았다. 그는 고개를 돌리려 했지만, 힘이 빠져 저항할 수 없었다. 그녀는 쇠고리를 그의 코에 밀어 넣었다. 차가운 금속이 콧구멍 사이를 찢으며 들어갔다. 아픔보다는 모욕감이 더 컸다.

"이제부터 달라."

엽한상이 쇠사슬을 잡아당기자 백야련의 얼굴이 위로 치켜올라갔다. 목이 뒤로 젖혀지고, 콧구멍이 찢어질 듯 아팠다. 그는 입을 벌려 숨을 쉬려 했지만, 코로는 공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고개를 숙이려고 발버둥칠수록 사슬은 더 팽팽해졌다.

"천천히 익숙해져라. 너는 이제 사람이 아니다."

그녀의 손가락이 그의 뺨을 스치며 내려갔다. 백야련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질식과 고통, 그리고 모욕이 뒤섞여 그의 정신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는 시간 감각을 잃기 시작했다. 얼마나 오래 버틴 걸까? 몇 분인지, 몇 시간인지 알 수 없었다. 어둠 속에서 구더기들이 여전히 그의 몸을 기어다니고 있었다. 그는 그 생명체의 움직임을 느끼며 점점 무감각해졌다.

"나를 봐라."

엽한상의 목소리가 멀게 들렸다. 그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사슬이 그의 얼굴을 위로 당겼지만, 그의 시선은 흐릿해져만 갔다. 어느 순간, 자신이 어떤 처지에 있는지조차 깨달을 수 없었다. 과거의 교주가 아닌, 단지 물속에서 벌레와 함께 떠다니는 육체일 뿐이었다. 그는 중얼거렸다. 무슨 말인지 자신도 알 수 없었다.

엽한상이 그의 뺨을 한 대 때렸다. 따가운 통증이 그를 현실로 되돌렸지만, 곧 다시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 물이 그의 입으로 들어왔다. 쓰고 짠맛이 혀에 퍼졌다. 그는 기침을 하려 했지만, 사슬이 그의 얼굴을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이렇게 죽는 건가. 그는 생각했다. 아니, 죽지 못할 거야. 그들은 나를 죽이지 않을 거야. 그들은 나를 여기서 썩게 할 거야.

구더기 한 마리가 그의 귀 속으로 기어들어갔다. 그는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목이 막혀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 작은 움직임이 그의 고막을 간질이며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는 정신을 잃기 직전이었다.

엽한상이 웃었다. 그 웃음은 수옥 속에서 메아리쳤다.

"아직 시작일 뿐이야, 교주님."

소금과 바늘

수옥의 철창이 열리는 소리가 어둠을 가르며 메아리쳤다. 백야련은 차가운 돌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의 손목과 발목은 무거운 쇠사슬에 묶여 있었고, 피투성이가 된 흰 옷은 이미 누더기가 되어 살갗에 달라붙어 있었다.

"일어나."

엽한상의 목소리는 칼날처럼 차가웠다. 그녀는 채찍을 휘둘러 백야련의 옆구리를 후려쳤다. 채찍이 살갗을 스치며 피가 튀었다. 백야련은 신음하며 몸을 웅크렸지만, 곧 두 팔이 거칠게 끌려 일어섰다.

화무월과 능설미가 양쪽에서 그의 팔을 잡고 수옥 밖으로 끌어냈다. 유여상은 뒤에서 조용히 걸어오며, 손에 든 작은 소금 주머니를 만지작거렸다. 그녀의 눈빛에는 기대와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

"오늘은 네게 새로운 것을 가르쳐 주마." 능설미가 낮고 음침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남들에게 가르쳤던 고통을."

백야련의 발이 돌바닥에 끌리며 피로 얼룩진 자국을 남겼다. 그들은 그를 지하실로 끌고 갔다. 그곳에는 이미 여러 가지 형벌 도구가 준비되어 있었다. 긴 탁자 위에는 바늘과 칼, 그리고 고운 소금 가루가 담긴 그릇들이 놓여 있었다.

그를 탁자 위에 묶자, 엽한상이 칼을 집어 들었다. 그녀의 손길은 정교했다. 칼끝이 피부를 스치고, 얇은 살점이 벗겨졌다. 처음에는 어깨, 그리고 팔, 가슴, 허벅지까지. 상처는 깊지 않았지만 너무나 많았다. 피가 흐르기 시작했고, 백야련의 입에서는 참으려는 신음이 새어 나왔다.

"아직 시작도 안 했어." 유여상이 다가와 소금 주머니를 열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하얀 소금 가루를 집어 상처 위에 뿌렸다. 소금이 살갗에 닿자, 백야련의 몸이 경련을 일으켰다. 그는 입술을 깨물며 비명을 참았지만, 소금이 깊은 상처 속으로 스며들며 그를 찢어 놓았다.

"참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엽한상이 비웃으며 소금을 한 줌 더 움켜쥐고 그의 가슴 전체에 문질렀다. 백야련의 몸이 활처럼 휘어지고, 그의 입에서 억눌린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하지 마... 제발..."

"제발?" 능설미가 바늘통을 들며 다가왔다. "네가 사람들에게 했던 말을 기억해. 네가 제발이라고 외칠 때, 그들은 어떻게 했지?"

바늘이 그의 어깨 관절에 박혔다. 찌르는 순간, 백야련의 비명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통증이 그의 온몸을 휘감았다. 능설미는 천천히 바늘을 돌리며, 관절 사이사이를 찔러 댔다. 팔꿈치, 손목, 무릎, 발목. 바늘 하나하나가 그의 근육과 인대를 꿰뚫었다.

"너는 이제 네가 누군지 알아야 해." 화무월이 그의 얼굴 앞에 쪼그리고 앉아 속삭였다. "한때 교주였던 너는 이제 우리의 장난감일 뿐이야."

백야련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그의 손가락이 경직되고, 다리는 더 이상 힘을 주지 못했다. 피가 탁자 아래로 흘러내려 바닥에 고였다. 그는 핏물을 들이마시며 숨을 헐떡였다.

유여상이 그의 얼굴을 붙잡아 강제로 쳐다보게 했다. "너는 나를 버렸어. 나를 이용하고, 협박하고, 모욕했어. 이제는 네 차례야, 백야련."

그녀의 손이 그의 머리카락을 움켜잡고 탁자에 부딪쳤다. 머리에서 피가 흘러 그의 눈을 덮었다. 눈물과 피가 섞여 그의 시야를 붉게 물들였다.

능설미는 계속해서 바늘을 밀어 넣었다. 그의 팔뚝, 종아리, 허리. 바늘이 근육을 파고들 때마다 그는 비명을 질렀다. 그의 목소리는 점점 쉬어 갔고, 결국 울음과 신음만이 섞여 나왔다.

"이제 알겠어? 네가 얼마나 약한 존재인지." 엽한상이 그의 얼굴을 발로 밟았다. "너는 아무것도 아니야. 우리가 만들어 준 바로 그 노예일 뿐이야."

백야련의 눈에서 눈물이 끝없이 흘러내렸다. 그의 몸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떨리기 시작했다. 의지가 무너져 내리는 소리가 그의 내면에서 울렸다. 그는 더 이상 저항하지 않았다. 그저 운명에 몸을 맡길 뿐이었다.

화무월이 그의 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너는 우리 거야. 영원히."

백야련의 눈이 감겼다. 그의 입가에서 작은 신음이 새어 나왔지만, 더 이상 말은 없었다. 모든 고통이 그를 집어삼켰다.

손톱의 형벌

무쇠 집게가 불 위에서 달궈지며 푸른 불꽃을 내뿜었다. 유여상은 그 도구를 집어 들며 손끝으로 차가운 금속의 온도를 느꼈다. 그녀의 눈빛은 마치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백야련, 이제 시작이다."

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다. 백야련은 거꾸로 매달린 쇠사슬에 묶여 있었다. 그의 손목은 가죽 끈으로 팔걸이에 고정되었고, 손가락은 하나하나 펼쳐져 있었다. 그는 숨을 거칠게 쉬며 눈을 감았다. 얼굴에는 지난 며칠간의 고문으로 인한 상처가 선명했다.

유여상이 그의 엄지손가락을 붙잡았다. 집게가 손톱 밑으로 파고들었다. 차가운 금속이 살에 닿는 순간, 백야련의 몸이 움찔했다. 그는 입술을 깨물며 소리를 참으려 했지만, 유여상이 힘을 주어 집게를 비틀자 손톱이 살에서 분리되는 소리가 둔탁하게 울렸다.

"아아아아!"

비명이 지하 감옥에 울려 퍼졌다. 피가 손가락 끝에서 뚝뚝 떨어져 바닥에 검붉은 얼룩을 만들었다. 유여상은 그 손톱을 집게로 집어 백야련의 눈앞에 들어 보였다. 핏방울이 손톱 끝에 매달려 흔들렸다.

"보아라. 네가 한때 그렇게 자랑하던 그 손이다. 이제 이 손가락은 아무것도 움켜쥘 수 없다."

능설미가 뒤에서 조용히 지켜보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아무 감정도 없었다. 다만 눈동자 속에 어두운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그녀는 과거 백야련에게 당했던 굴욕을 떠올렸다. 그날의 기억이 핏물처럼 그녀의 가슴을 적셨다.

화무월이 다가와 상처에 무언가를 발랐다. 액체는 맑고 걸쭉했으며, 상처에 닿자마자 하얀 연기를 내뿜었다. 백야련의 몸이 경련을 일으켰다. 처음에는 뜨거운 불꽃이 살을 태우는 듯한 통증이었지만, 곧 이상한 감각이 퍼져 나갔다. 고통이 점점 무뎌지고 대신 무언가 중독적인 쾌감이 스며들었다.

"이게 뭐야..."

백야련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화무월은 빙글빙글 웃으며 그의 귀에 속삭였다.

"특별히 만든 약이야. 너는 곧 이 고통을 갈망하게 될 거야. 고통이 없으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안 돼... 안 돼..."

백야련이 머리를 흔들었다. 하지만 그의 몸은 이미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통증이 사라지자 그는 이상한 안도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 안도감 뒤에는 더 강한 통증이 찾아올 것이라는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었다.

유여상이 두 번째 손톱을 집었다. 이번에는 약지였다. 집게가 살을 파고들자 백야련은 다시 비명을 질렀다. 피가 더욱 많은 양으로 흘러내렸다.

"제발... 멈춰..."

그가 애원했다. 하지만 유여상은 멈추지 않았다. 그녀의 손이 더욱 빠르게 움직였다.

"네가 그때 내게 했던 말을 기억해? '약자는 약자의 운명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제 네가 약자다. 이 운명을 받아들여라."

엽한상이 다가와 그의 얼굴을 붙잡았다. 그녀의 손에는 가느다란 칼이 들려 있었다. 칼날이 그의 뺨을 스치며 얇은 상처를 냈다. 피가 흘러내려 그의 하얀 피부를 붉게 물들였다.

"너의 그 아름다운 얼굴도 결국 상처투성이가 될 거야. 마치 네가 우리의 마음을 상처투성이로 만든 것처럼."

그녀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칼날이 다시 그의 눈가로 향했다. 백야련이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엽한상은 칼을 멈추고 대신 그의 손목으로 내려갔다.

한 시간이 지났다. 백야련의 손가락 열 개 모두에서 손톱이 사라졌다. 그의 손은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바닥에 떨어진 손톱들이 마치 작은 조개껍질처럼 흩어져 있었다. 화무월은 다시 약을 발랐다. 이번에는 더욱 강한 성분이 섞여 있었다. 백야련의 몸이 떨리며 약을 받아들였다.

"이제 너는 이 고통 없이는 살 수 없어. 매일 이 약을 발라야 해. 네가 고통을 거부하면, 더 큰 고통이 너를 기다리고 있어."

화무월이 그의 귀에 속삭였다. 그녀의 손이 그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마치 애완동물을 다루듯 부드럽게.

백야련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의 의지는 점점 무너지고 있었다.

"제발... 죽여줘..."

그가 중얼거렸다. 유여상이 그의 얼굴을 붙잡고 강제로 눈을 뜨게 했다.

"죽음은 너무 쉬운 형벌이야. 너는 살아서 이 모든 것을 겪어야 해. 우리의 복수가 끝날 때까지."

그녀가 손을 놓았다. 백야련의 고개가 축 처졌다. 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피 흐르는 손가락이 바닥을 긁으며 희미한 선을 그리고 있었다.

여협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능설미의 눈에는 잠시 연민이 스쳤지만 곧 사라졌다. 그녀는 자신을 굴욕당하게 한 자에게 연민을 느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내일은 그의 발톱을 뽑자."

엽한상이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저녁 식사 메뉴를 정하는 듯 평온했다.

화무월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리고 내일은 새로운 약을 줄게. 그의 몸이 더 이상 저항하지 못하게 할 약이야."

유여상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백야련이 점점 무너지는 모습을 지켜보며 복수의 맛이 이렇게 씁쓸할 줄 몰랐다. 하지만 그녀는 멈출 수 없었다. 이제 이것은 그녀의 숙제였다. 끝을 봐야 하는 일이었다.

백야련은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점점 의식을 잃어갔다. 그의 마지막 생각은 '고통'과 '약'이라는 단어였다. 그는 이미 그 약에 중독되어 가고 있었다. 앞으로의 날들이 더욱 끔찍할 것임을 그는 알았다.

지하 감옥에 다시 어둠이 내려앉았다. 촛불만이 희미하게 타오르며 백야련의 피 묻은 손을 비추고 있었다. 그 손가락들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았다. 마치 뿌리 뽑힌 나무처럼 초라했다.

유여상이 문을 닫으며 마지막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복수의 불꽃이 여전히 타오르고 있었지만, 그 불꽃 속에는 무언가 다른 감정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두려움? 질투? 아니면 연민? 그녀는 스스로에게 그 질문을 던졌지만, 대답을 찾을 수 없었다.

호르몬 개조

# 제7장: 호르몬 개조

지하 감옥은 축축하고 차가운 공기로 가득했다. 백야련은 쇠사슬에 묶인 채 벽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그의 눈에는 더 이상 과거의 빛이 없었다. 며칠간의 고문과 굴욕이 그의 영혼을 갉아먹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엽한상이 단호한 걸음으로 들어왔다. 그녀의 손에는 가느다란 주사기가 들려 있었다. 유리관 속에 담긴 연보라색 액체가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오늘은 새로운 것을 가져왔어."

엽한상의 목소리는 냉랭했다. 그녀는 백야련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뭐... 뭘 할 셈이냐?"

백야련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것은 두려움의 떨림이었다.

"너에게 선물을 줄 거야. 아주 특별한 선물."

그녀는 주사기의 바늘을 확인했다. 액체가 미세하게 튀어 나왔다. 백야련의 눈이 두려움으로 커졌다.

"안 돼! 그만둬!"

그가 몸부림쳤지만 쇠사슬이 그의 움직임을 가로막았다. 엽한상은 그의 옷깃을 젖혀 왼쪽 가슴 부위를 드러냈다. 창백한 피부 위로 바늘끝이 닿았다.

"아프지 않아. 곧 알게 될 거야."

그녀가 조심스럽게 바늘을 찔러 넣었다. 백야련의 몸이 경직되었다. 연보라색 액체가 천천히 그의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이것은 호르몬 개조제야. 곧 네 몸이 어떻게 변하는지 보여줄게."

주사기가 빈 채로 빠져나왔다. 엽한상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조금만 기다려. 몇 시간 안에 효과가 나타날 거야."

그녀가 방을 나갔다. 백야련은 홀로 남겨져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느꼈다. 처음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듯했다. 하지만 점차 가슴 부위에 뜨거운 열기가 퍼지기 시작했다.

"무슨... 무슨 일이지?"

그는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보았다. 아직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다. 그러나 그 열기는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마치 불이 붙은 것처럼 타올랐다.

시간이 흘렀다.

그의 가슴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미세하게, 그다음에는 눈에 띄게. 살이 부드럽게 팽창하고 조직이 자라났다. 그는 참을 수 없는 통증과 함께 이상한 감각을 느꼈다.

"이런... 이런 일이..."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자신의 몸을 바라보았다. 그의 가슴은 점점 더 커져 여성의 가슴처럼 변해가고 있었다. 피부는 팽팽하게 당겨졌고, 유두는 부풀어 올랐다.

"아니야... 아니야..."

그는 고개를 저었다. 눈물이 그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문이 다시 열렸다. 이번에는 능설미가 들어왔다. 그녀의 손에는 큰 거울이 들려 있었다.

"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시간이야."

그녀가 거울을 백야련 앞에 세웠다. 그는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았다. 예전의 날렵하고 강인했던 몸은 사라졌다. 대신에 풍만하게 부풀어 오른 가슴을 가진 모습이 서 있었다.

"아... 아아아아!"

그의 비명이 지하 감옥을 울렸다. 그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거울 속의 모습은 더 이상 그가 아니었다. 누군지 모를 여성의 형상이었다.

"이건... 이건 꿈이야... 악몽이야..."

그는 정신이 붕괴되기 시작했다. 그의 시야가 흐려졌고,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무너져 내렸다.

능설미가 차갑게 웃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 기다려봐, 더 많은 변화가 있을 거야."

그녀가 방을 나갔다. 백야련은 홀로 남아 거울 속의 자신을 응시했다. 그는 손을 들어 자신의 가슴을 만져보았다. 부드럽고 뜨거운 감촉이 그의 손바닥에 닿았다.

"이건... 진짜야..."

그의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며칠 후, 그의 가슴은 완전히 여성의 형태를 갖추었다. 풍만하고 탐스럽게 자라난 가슴은 그의 몸에 어울리지 않게 컸다.

그날, 세 명의 여협이 함께 감옥에 들어왔다. 능설미, 화무월, 엽한상이었다. 그들의 손에는 여성용 옷가지들이 들려 있었다.

"오늘은 네게 어울리는 옷을 입혀줄게."

화무월이 껄껄 웃었다. 그녀는 붉은색 비단 원피스를 펼쳐 보였다. 깊게 파인 브이넥에 가느다란 끈이 달려 있었다.

"이 옷을 입어봐."

백야련이 고개를 저었다.

"싫어... 나는 남자야... 남자 옷을 입을 거야..."

엽한상이 그의 뺨을 때렸다. 따갑게 울리는 소리가 방 안에 퍼졌다.

"이제 너는 여자야. 네 몸이 말해주고 있어."

그녀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세 사람이 그에게 다가가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그의 저항은 소용없었다. 힘에 눌려 결국 그들은 붉은 원피스를 그의 몸에 입혔다. 원피스는 그의 새롭게 자란 가슴을 감싸 안았고, 깊게 파인 브이넥이 그의 풍만한 가슴을 드러냈다.

"거울을 봐."

능설미가 거울을 그의 앞에 다시 세웠다.

거울 속에는 붉은 원피스를 입은 여성의 모습이 서 있었다. 풍만한 가슴, 가느다란 끈, 드러난 어깨와 팔. 더 이상 그가 아니었다.

"아... 아아..."

그는 자신의 모습에 충격을 받아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정신은 완전히 붕괴되어 가고 있었다.

"예뻐. 아주 예뻐."

화무월이 그의 턱을 잡고 얼굴을 들어 올렸다.

"이제부터 너는 여자야. 우리의 여자 노예야."

그녀의 말이 그의 심장을 찔렀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는 더 이상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엽한상이 그의 긴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 머리도 여자답게 꾸며야겠어. 화장도 해야 하고. 진정한 여자로 다시 태어나는 거야."

백야련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의 입가에 흐르는 눈물만이 그가 아직 살아있다는 증거였다.

능설미가 그의 손을 잡아 일으켰다.

"자, 일어나. 네 새로운 삶이 시작될 거야."

그는 저항할 힘도 없이 일어섰다. 붉은 원피스가 그의 몸을 감쌌고, 풍만한 가슴이 그 옷 위로 드러나 있었다. 그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그는 더 이상 남자가 아니었다. 더 이상 자신이 아니었다.

그가 방을 나가려는 순간, 문간에 서 있던 유여상과 마주쳤다. 그녀는 그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눈에는 연민과 증오가 뒤섞여 있었다.

백야련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 마지막 희망의 불꽃이 스쳤다.

"여상아... 나를 도와줘..."

그의 목소리는 가냘팠다.

하지만 유여상은 고개를 저었다.

"이게 네가 받아야 할 벌이야."

그녀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그녀가 그의 뺨을 때렸다. 따갑게 울리는 소리가 다시 한 번 방 안에 퍼졌다.

백야련의 눈에서 희망의 불꽃이 사라졌다. 그의 눈은 텅 비었고, 더 이상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가자."

능설미가 그의 팔을 잡아끌었다. 그는 저항 없이 끌려갔다. 그의 발걸음은 허수아비처럼 휘청거렸다.

지하 감옥의 복도를 지나, 계단을 올라, 그가 한때 교주로서 걸었던 복도를 지나갔다. 모든 것이 낯설었다. 모든 것이 적대적이었다. 그는 더 이상 이곳의 주인이 아니었다. 그는 단지 조롱당하고 모욕당하는 노예에 불과했다.

그가 대청에 도착했을 때, 수많은 무림인들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에는 경멸과 조롱이 가득했다.

"저게 그 유명한 마교 교주?"

"여자 옷을 입고 있네. 완전히 망가졌군."

"예전의 위세는 어디 갔지?"

웃음소리가 대청을 가득 채웠다.

백야련은 고개를 숙였다. 그의 뺨을 타고 눈물이 끝없이 흘러내렸다. 그의 어깨가 떨렸다.

능설미가 그의 턱을 들어 올렸다.

"사람들을 똑바로 봐. 네가 누군지 보여줘."

백야련은 억지로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앞에 수많은 얼굴들이 보였다. 비웃음, 경멸, 연민. 모든 감정이 섞여 있었다.

그는 자신이 완전히 무너져 내리는 것을 느꼈다. 그의 남성으로서의 자존심, 그의 교주로서의 위엄, 그의 모든 것이 사라졌다. 그 자리에는 단지 여자 옷을 입고 눈물 흘리는 초라한 존재만이 남아 있었다.

"자, 이제 네가 누군지 말해봐."

화무월이 그의 귀에 속삭였다.

그의 입술이 떨렸다.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말해."

엽한상이 그의 팔을 꼬집었다.

백야련은 고통에 얼굴을 찌푸렸다. 그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나는... 나는..."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나는 여자입니다. 당신들의 노예입니다."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그의 영혼이 산산조각나는 듯했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무림인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굴욕은 완벽했다.

"좋아. 잘 했어."

화무월이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기억해야 해."

백야련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 서 있었다. 그의 가슴이 무겁게 떨렸다. 더 이상 그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저 여자 옷을 입고 눈물 흘리는 폐인에 불과했다.

암캐 조련

화무월의 손가락이 백야련의 관자놀이에 닿았다. 차갑고 가느다란 촉감이 뼈를 뚫고 들어와 뇌수를 휘젓는 듯했다. 그는 이미 여러 날 동안 약물 속에 잠겨 있었고, 의식은 물안개처럼 흐릿했다. 눈앞의 여인들이 하나둘씩 흐늘흐늘한 형체로 번져갔다.

"들어라."

화무월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속에는 쇳소리가 섞여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두 점의 불빛처럼 백야련의 황홀한 시선을 사로잡았다.

"너는 암캐다."

백야련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목구멍에서는 신음소리만 새어 나왔다.

"반복해라."

그녀의 손가락이 그의 이마를 살짝 누르자, 백야련의 온몸이 마치 전기에 감전된 듯 파르르 떨렸다. 그는 숨을 헐떡이며 거의 본능적으로 중얼거렸다.

"나는... 암캐다..."

"더 크게."

"나는 암캐다!"

그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눈가가 붉게 충혈되었고,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그러나 화무월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유여상과 눈을 마주쳤다. 유여상은 기둥 옆에 서서 팔짱을 끼고 있었고, 표정은 무덤덤했지만 눈빛은 날카로웠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

화무월이 주머니에서 작은 유리병을 꺼냈다. 병 속에는 옅은 보랏빛 액체가 담겨 있었고, 흔들릴 때마다 이상한 빛을 반짝였다. 그녀는 병마개를 열자, 달콤하면서도 코를 찌르는 냄새가 번졌다. 능설미가 찡그리며 한 걸음 물러섰다.

"그게 뭐야?"

"개의 본성을 깨우는 약이지."

화무월이 대답하며 백야련의 턱을 움켜잡았다. 그의 입을 벌려 병 속의 액체를 전부 목구멍에 부었다. 백야련이 격렬하게 헛구역질을 했지만, 액체는 이미 목구멍으로 넘어가 배 속에서 뜨거운 불덩이처럼 타올랐다.

그의 몸이 웅크리기 시작했다. 뼈마디가 우두두덕 소리를 내더니, 온몸의 근육이 마치 보이지 않는 손에 뒤틀리는 듯했다. 그는 네 발을 땅에 짚고 숨을 거칠게 내쉬었다. 이마에는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목줄을 채워."

엽한상이 다가와 손에 든 검은 가죽 목줄을 그의 목에 걸었다. 가죽은 차갑고, 안쪽에는 촘촘한 쇠못이 박혀 있어 살갗을 살짝 찔렀다. 백야련이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려 했지만, 엽한상이 그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며 강제로 숙였다.

"코걸이도 필요해."

화무월이 손을 내밀자, 유여상이 조용히 동그란 쇠고리를 건넸다. 쇠고리에는 작은 방울이 달려 있어 움직일 때마다 찰랑찰랑 소리가 났다. 화무월은 백야련의 콧구멍을 집어 그 구멍을 통해 쇠고리를 꿰었다. 백야련이 고통에 비명을 질렀지만, 소리는 목구멍에서 이상한 신음으로 변했다.

"기어."

엽한상이 그의 등을 발로 차며 명령했다. 백야련의 몸이 앞으로 고꾸라졌지만, 그는 순종적으로 네 발로 기어가기 시작했다. 무릎과 팔꿈치가 차가운 돌바닥에 닿을 때마다 날카로운 고통이 전해졌다. 그러나 약물이 그의 신경을 마비시켜 그 고통이 점점 쾌감으로 변해갔다.

그의 꼬리뼈가 저릿저릿했다. 거기에는 개의 꼬리가 돋아난 것 같았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엉덩이를 흔들었고, 목에 걸린 방울이 경쾌한 소리를 냈다.

유여상이 그의 앞에 멈춰 섰다. 그녀는 손에 가느다란 채찍을 들고 있었고, 채찍 끝이 땅에 닿아 가느다란 선을 그었다.

"와라."

백야련이 엎드려 그녀의 발치로 기어갔다. 그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눈에는 더 이상 이전의 오만함은 찾을 수 없었고, 오직 노예의 비굴한 경외심만이 가득했다. 그의 혀가 입 밖으로 축 처져 침을 흘렸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손."

유여상이 명령하자, 백야련이 두 앞발을 들어 공중에 들었다. 그는 개가 훈련받은 것처럼 앉아서 꼬리를 흔들었다. 뒤에 있는 능설미가 혐오스러운 듯 고개를 저었지만, 눈빛은 은근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화무월이 웃으며 고개를 숙여 그의 귀에 속삭였다.

"이제 네가 누군지 말해 봐."

백야련이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 입술이 떨리더니 드디어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나는... 암캐다."

"누구의 암캐지?"

"주인님들의 암캐다..."

그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그 속에는 완전한 복종이 담겨 있었다. 유여상이 채찍으로 그의 볼을 살짝 두드렸다. 그는 곧바로 혀를 내밀어 채찍 끝을 핥기 시작했다. 침이 가죽에 흥건히 묻어 반짝였다.

엽한상이 돌아서서 방 구석에 있는 철제 우리를 열었다. 우리는 비좁아서 겨우 사람 한 명이 웅크릴 공간밖에 없었고, 바닥은 짚으로 깔려 있었다.

"들어가."

백야련이 우리를 향해 기어갔다. 우리 입구에서 그는 잠시 멈추었다. 무언가 생각난 듯 고개를 돌려 주변의 여인들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화무월이 손가락을 튕기자, 그의 눈빛은 다시 흐려졌다. 그는 우리 속으로 몸을 웅크리고 들어가, 개처럼 몸을 둥글게 말았다.

화무월이 우리 문을 잠갔다. 쇠창살이 부딪히는 소리가 방 안에서 울려 퍼졌다. 유여상이 우리 앞에 쪼그리고 앉아 안에 있는 백야련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감겨 있었지만, 입가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즐거운가?"

유여상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백야련이 눈을 떴다. 그 순간, 그의 눈빛 속에 한 줄기 정신이 스치는 듯했지만, 약물에 곧 잠겨 버렸다. 그는 혀를 내밀어 우리 쇠창살을 핥으며 중얼거렸다.

"즐거워... 주인님..."

능설미가 몸을 돌려 등을 보이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미친놈."

그러나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손톱이 살을 파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