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은 숨을 헐떡이며 교실 문을 열었다. 복도에서 뛰어온 탓에 가쁜 숨이 가라앉지 않았다. 손에 쥔 가방끈을 꽉 쥐고, 두리번거리며 실내를 살폈다. 낯선 풍경이었다. 널찍한 방 한가운데에는 여러 개의 쿠션이 놓여 있었고, 벽에는 각종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거대한 흑백 사진이었다. 사진 속 인물은 당당한 자세로 허리를 곧게 펴고 서 있었다.
“어서 와!”
밝은 목소리가 교실을 가득 메웠다. 자선은 깜짝 놀라 뒤를 돌았다. 거기에는 백마유 스타킹을 신은 소녀가 서 있었다. 다섯 개의 손가락이 선명하게 드러난 그 스타킹은 마치 그녀의 자신감을 상징하는 듯했다. 소피가 활짝 웃으며 다가왔다.
“후타 클럽에 온 걸 환영해! 나는 회장 소피야.”
소피의 손을 마주 잡으려는 순간, 자선의 시선은 저절로 아래로 향했다. 소피의 가슴은 교복 위로 터질 듯 부풀어 있었고, 그 곡선은 상상을 초월했다. 자선은 얼굴이 붉어졌다. 자신의 평범한 몸매가 갑자기 초라하게 느껴졌다.
“고……고마워요.”
겨우 내뱉은 인사였다. 소피는 깔깔 웃으며 자선의 어깨를 툭 쳤다.
“긴장하지 마. 우리 모두 처음엔 그랬으니까. 자, 여기 앉아 봐.”
소피가 쿠션 위로 안내했다. 그때, 교실 구석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회장님, 오늘 신입이 왔나 보네요.”
긴 다리를 쭉 뻗은 채 벽에 기대어 있는 소녀가 있었다. 남구였다. 그녀는 차가운 눈빛으로 자선을 훑어보았다. 자선은 그 시선이 부담스러워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남구는 곧 입가를 살짝 올렸다.
“긴장 풀어. 여긴 다들 편하게 지내.”
그 말에 자선은 조금 안심했다. 옆에서는 소선이 다가와 자선의 손을 잡았다.
“나도 처음엔 떨렸어. 근데 지금은 완전 신났지! 같이 열심히 해 보자.”
소선의 밝은 미소에 자선도 따라 웃었다. 그러자 뒤에서 부드러운 음성이 흘러나왔다.
“너무 급하게 서두르진 마. 천천히 해도 괜찮아.”
몽요였다. 그녀는 온화한 표정으로 자선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하지만 그 눈동자 깊은 곳에는 알 수 없는 불꽃이 스치고 있었다. 자선은 그걸 눈치채지 못했다.
소피가 자선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자, 내가 먼저 우리 클럽의 힘을 보여줄게.”
그녀는 천천히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러자 소피의 몸이 마치 풍선처럼 팽창하기 시작했다. 가슴은 더욱 커지고, 팔과 다리는 더욱 굵어졌다. 교복이 찢어질 듯 위태로웠다. 자선은 눈을 크게 뜨고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어떤 것 같아?”
소피가 자랑스럽게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더욱 힘차게 울렸다. 자선은 말을 잃었다. 가슴 한쪽이 쿵쾅거렸다. 동경이었다. 저렇게 될 수 있다면, 나도 변할 수 있다면.
“……대단해요.”
겨우 내뱉은 말에 소피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네가 충분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나처럼 될 수 있어. 기대해도 좋아.”
자선은 고개를 끄덕이며 주먹을 꽉 쥐었다. 마음속 깊은 열등감이 불타오르는 듯했다. 언젠가는 저 빛나는 모습을 따라잡을 거야.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