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지고 이나즈마는 차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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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지고 이나즈마는 차갑다 제1장 벚꽃의 맹세 천수백목신상 앞에 라이덴 쇼군이 섰다. 검은 갑옷이 석양을 반사하며 차가운 광택을 뿜었다. 벚꽃 잎이 바람에 흩날려 그녀의 어깨에 닿았지만, 쇼군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이나즈마의 영원이 흔들리고 있다.” 그 목소리는 천둥처럼 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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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의 맹세

벚꽃이 지고 이나즈마는 차갑다

제1장 벚꽃의 맹세

천수백목신상 앞에 라이덴 쇼군이 섰다. 검은 갑옷이 석양을 반사하며 차가운 광택을 뿜었다. 벚꽃 잎이 바람에 흩날려 그녀의 어깨에 닿았지만, 쇼군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이나즈마의 영원이 흔들리고 있다.”

그 목소리는 천둥처럼 울려 퍼졌다. 앞에 늘어선 아홉 명의 여인들이 고개를 숙였다. 카미사토 아야카, 산고노미야 코코미, 쿠죠 사라, 사유, 요이미야, 쿠키 시노부, 키라라, 치오리. 각자의 사연을 가슴에 품은 그들 모두가 이 자리에 불려왔다.

“너희의 죄는 무겁다. 변화를 꿈꾸고, 영원을 거스르고, 이나즈마에 혼란을 불러왔다.”

쇼군의 손이 천둥의 칼자루를 스쳤다. 그 순간 하늘이 어두워지고 먼 곳에서 천둥소리가 울렸다.

“할복으로 속죄하라. 너희의 피로 영원을 다시 굳게 하라.”

여인들 사이에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그 침묵 속에서 요이미야가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쿠죠 사라는 주먹을 꽉 쥐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카미사토 아야카만이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마치 벚꽃이 지기 직전의 아름다움 같았다.

“명을 받들겠나이다.”

아야카의 목소리는 맑고 고요했다. 그녀가 먼저 무릎을 꿇었다. 그러자 다른 여인들도 하나둘 따라 무릎을 꿇었다. 코코미는 눈을 감았고, 키라라는 꼬리를 떨었지만, 아무도 쇼군을 거스르지 않았다.

쇼군은 그들을 내려다보았다. 그 눈동자에는 아무 감정도 없었다. 아니, 감정을 감추고 있었다. 그녀가 몸을 돌려 천수백목신상을 향해 걸어갔다. 벚꽃이 다시 바람에 흩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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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사토 아야카는 사봉행소에 홀로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찻잔 속에 뜨거운 김이 피어오르고, 그 너머로 정원의 벚꽃이 보였다. 꽃잎이 바람에 흩날려 연못 위에 떠내려갔다.

그녀는 찻잔을 입술에 대고 멈추었다. 여행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가 이나즈마에 처음 왔을 때, 갑자기 나타나 모든 것을 바꿔놓았던 그 날들. 그가 함께 춤추던 밤, 벚꽃이 흩날리던 그 순간.

아야카는 찻잔을 내려놓고 창가로 걸어갔다. 유리창에는 자신의 모습이 비쳤다. 창백한 얼굴, 단정히 묶은 머리, 그리고 눈동자 속에 숨겨진 슬픔.

“여행자여,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

그녀의 목소리는 방 안에 메아리쳤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벚꽃이 다시 한번 흩날릴 뿐이었다.

그녀는 서랍에서 작은 부채를 꺼냈다. 그것은 여행자가 선물한 것이었다. 부채를 펼치자 벚꽃 문양이 드러났다. 아야카는 그 문양을 손끝으로 더듬었다.

“이게 마지막이겠지요.”

그녀는 부채를 접어 가슴에 안았다. 카미사토 가문의 명예, 백로 공주의 책임, 모든 것이 그녀의 어깨에 얹혀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지키기 위해, 그녀는 기꺼이 몸을 바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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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죠 사라는 군영의 텐트 안에 앉아 붓을 들었다. 앞에는 하얀 종이가 펼쳐져 있었다. 그녀는 오랫동안 붓을 든 채 움직이지 않았다. 천장을 바라보며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아버님께.”

붓 끝이 종이에 닿았다. 글자가 하나둘 쓰여갔다. 충성하는 딸로서, 장수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편지.

그녀는 붓을 내려놓고 텐구 가면을 집어 들었다. 가면은 오랜 세월 동안 그녀와 함께해왔다. 전장에서 그녀를 지켜주고, 쇼군에 대한 충성을 상징하던 바로 그 가면.

사라는 가면을 얼굴에 가져갔다. 차갑고 딱딱한 감촉이 피부에 닿았다. 그리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가면 위로 눈물방울이 떨어지고, 그것이 천천히 번져갔다.

“쇼군님, 저는 당신을 믿었습니다.”

그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충성과 의심 사이에서 갈등했다. 신앙은 그녀를 지탱해주었지만, 인간성은 그녀를 흔들었다.

사라는 가면을 내려놓고 편지를 계속 썼다. 마지막 줄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전장에서 죽음을 맞이하지 못한 것을 용서하소서.”

그녀는 붓을 내려놓고 눈물을 닦았다. 그리고 다시 텐구 가면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그녀의 운명을 상징하는 것 같았다.

---

요이미야는 불꽃 가게 앞에 서 있었다. 저녁 노을이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그녀는 주머니에서 마지막 폭죽을 꺼냈다. 그것은 그녀가 직접 만든 특별한 폭죽이었다. 이름은 ‘벚꽃의 꿈’.

그녀는 폭죽을 땅에 세우고 불을 붙였다. 심지가 타들어가며 불꽃이 일었다. 잠시 후, 폭죽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푸른빛과 붉은빛이 섞여 벚꽃 모양으로 터져 나갔다.

요이미야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불꽃이 그녀의 얼굴을 비추었다. 결연한 표정, 그리고 미소.

“예쁘다. 정말 예쁘다.”

그녀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단호했다. 불꽃이 점점 흩어지며 별처럼 반짝였다. 그리고 마지막 한 줄기 불꽃이 사라질 때, 요이미야는 눈을 감았다.

“이나즈마의 밤하늘, 마지막으로 이렇게 아름다웠구나.”

그녀는 가게로 돌아와 문을 닫았다. 벚꽃이 지고 있었다. 그녀의 인생처럼, 모든 것이 끝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후회하지 않았다. 마지막 순간까지 빛을 피우는 것이 그녀의 길이었다.

밤이 깊어가고, 이나즈마의 거리는 고요해졌다. 다만 바람만이 벚꽃을 흩날리며 울부짖었다.

백로의 춤

참혹한 아침이 밝았다. 하늘은 잿빛으로 물들었고, 벚꽃은 붉은 피를 닮은 꽃잎을 흩뿌리며 땅에 떨어졌다. 신성한 제단 위에는 아홉 명의 여인들이 화려한 기모노를 입고 서 있었다. 각자의 눈빛은 공허했고, 입술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들의 손에는 각기 다른 무기가 쥐어져 있었지만, 오늘은 그것이 생명을 앗아가는 도구가 아니라 스스로의 목숨을 바치는 제물이 될 것이었다.

카미사토 아야카가 가장 먼저 앞으로 나섰다. 그녀의 기모노는 순백의 눈과 같았고, 허리춤에는 붉은 실로 수놓은 띠가 감겨 있었다. 벚꽃잎이 그녀의 어깨에 내려앉자, 아야카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형 토마의 목소리가 귓가에 메아리쳤다. "아야카, 우리 가문의 명예를 지켜라. 네 몸으로 이 땅을 정화하라." 그의 말은 차갑고 단호했지만, 그 속에는 애틋한 연민이 숨어 있었다.

아야카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기모노 띠를 풀었고, 천천히 옷자락이 흘러내렸다. 눈처럼 하얀 피부가 드러나자, 바람이 그 살결을 스치며 소름을 돋게 했다. 그녀는 허리에 찬 와키자시를 꺼내 들었다. 칼날은 새하얀 빛을 반사하며 날카롭게 빛났다. 아야카는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눈물이 그녀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토마 님... 저는 해냈습니다. 가문을 지켰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그리고 그녀는 칼날을 자신의 아랫배에 겨누었다. 손이 더 심하게 떨렸지만, 그녀는 이를 악물고 힘을 주었다. 칼끝이 살갗에 닿자, 아야카는 신음 소리를 삼켰다.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천천히 칼을 옆으로 베었다. 날이 살을 가르며 들어갈 때마다, 하얀 무구가 붉게 물들었다. 창자들이 상처 밖으로 흘러나오자, 아야카는 참지 못하고 신음을 터뜨렸다. 그 신음은 고통과 동시에 어떤 해방감을 닮아 있었다. 그녀의 몸이 오르가즘처럼 떨리며 경련을 일으켰다. 눈물과 피가 섞여 땅에 떨어졌다.

주변의 여인들은 아무 말 없이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산고노미야 코코미는 두 손을 모아 기도하듯 가슴에 얹었고, 쿠죠 사라는 차가운 눈빛으로 아야카를 응시했다. 사유는 어린 얼굴에 두려움을 감추지 못했고, 요이미야는 주먹을 꽉 쥐고 입술을 깨물었다. 쿠키 시노부는 무표정하게 서 있었지만, 그녀의 손끝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키라라는 꼬리를 세우고 조용히 숨을 죽였고, 치오리는 눈을 질끈 감았다.

아야카는 마지막 힘을 짜내어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시선은 먼 곳을 응시했고,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안녕, 토마 님..." 그 말을 끝으로, 그녀의 몸이 앞으로 쓰러졌다. 피 웅덩이가 점점 커져 갔고, 벚꽃잎은 그 위에 흩뿌려졌다. 제단 위에는 침묵이 흘렀고, 바람만이 슬피 울부짖었다.

텐구의 상처

벚꽃잎이 핏물에 젖어 바닥에 흩어졌다. 천수각 앞 돌계단 위, 쿠죠 사라는 무릎을 꿇고 있었다. 갑옷이 벗겨져 찬란한 빛을 잃고 옆에 던져졌다. 그녀의 손은 떨리며 갑옷 끈을 풀었고, 속에 묶여 있던 풍만한 가슴이 촉촉한 속옷 위로 드러났다. 피와 땀이 섞여 피부를 타고 흘러내렸다. 그녀는 숨을 깊이 들이쉬며, 차가운 공기가 폐 속을 찔렀다.

“텐구의 상처는 영원히 아물지 않는다.”

그녀는 중얼거렸다. 목소리는 낮고 거칠었다. 눈을 감았다. 눈앞에 라이덴 쇼군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장엄하고 차가운 자태, 영원을 굳게 지키는 그분. 그분의 이름을 중얼거리며, 사라는 자신의 신앙을 되새겼다. “쇼군님... 저는 당신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칩니다.”

칼끝이 등 뒤에서 찔러 들어왔다. 차가운 쇳조각이 살을 가르며 들어왔다. 사라는 몸을 움츠렸지만 소리를 내지 않았다. 피가 벚꽃잎에 튀었다. 하얗고 연한 꽃잎이 순간 붉게 물들었다. 칼은 천천히 움직였다. 상처를 따라 위아래로, 마치 어떤 의식을 치르는 듯했다. 사라는 이를 악물었다.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더 깊이... 더...” 그녀는 속으로 외쳤다. 고통은 참을 수 없을 만큼 극심했다. 하지만 그 고통 속에서 이상한 쾌감이 피어올랐다. 마치 모든 죄가 씻겨 내려가는 듯한, 해방감. 그녀는 자신의 손을 상처에 대었다. 손가락이 피 속으로 들어갔다. 근육이 찢어지고, 내장이 미끄러졌다. 사라는 손을 더 깊이 집어넣었다. 내장을 꺼냈다. 따뜻하고 끈적한 살점이 손바닥에 닿았다. 그녀는 그 검붉은 덩어리를 들어 올렸다.

“이것이... 나의 충성이다.”

목소리가 떨렸다. 하지만 표정은 이상하게 평온했다. 고통은 이미 감각의 한계를 넘어, 어떤 신성한 경지로 변했다. 그녀는 힘껏 상처를 찢었다. 살점이 바스러지고 피가 분수처럼 쏟아졌다. 벚꽃잎이 피바다에 잠겼다. 사라는 입술을 깨물었다. 피가 터져 나와 턱을 타고 흘렀다. 그녀는 하늘을 향해 길게 울부짖었다. 소리는 텅 빈 천수각 사이로 울려 퍼졌다. 텐구 가면이 얼굴에서 떨어져 바닥에 부딪혔다. 산산이 조각났다. 검은 나무 조각이 핏물 속에 흩어졌다.

그녀의 몸이 경련을 일으켰다. 다리가 힘없이 풀렸다. 손에서 내장이 빠져나와 바닥에 떨어졌다. 사라는 앞으로 고꾸라졌다. 얼굴이 피 웅덩이에 닿았다. 그녀의 눈은 하늘을 향해 열려 있었다. 벚꽃잎이 계속 떨어졌다. 그 위로, 라이덴 쇼군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아무 말도 없었다. 다만 차가운 시선이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사라는 미소를 지으려 했지만, 입술이 움직이지 않았다. 눈물이 섞인 피가 뺨을 타고 흘렀다.

그녀는 마지막 숨을 내쉬었다. 하늘은 여전히 푸르렀다. 벚꽃은 계속 지고 있었다.

해지의 눈물

산고노미야 코코미는 푸른 무녀복의 치맛자락을 걷어올렸다. 단단하게 얼어붙은 표정 아래로, 그녀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해지도의 지혜자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그녀의 몸은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벚꽃이 지는 계절에, 나는 다시 태어나리라."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마치 기도문을 읊듯, 냉정하게. 하지만 그녀의 눈동자는 흔들리고 있었다. 그 눈동자 속에는 해지도의 백성들이 있었다. 비를 맞으며 농사를 짓는 농부, 물고기를 잡는 어부, 웃으며 뛰어노는 아이들. 그들의 얼굴이 하나둘 스쳐 지나갔다.

코코미는 칼을 들어 올렸다. 칼날은 차갑게 빛났고, 그 빛이 그녀의 얼굴을 비췄다. 잠시 멈춤. 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이 몸은 해지도의 제물이 되리라."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칼날이 그녀의 배를 갈랐다.

"크윽...!"

비명을 참으려 했지만, 그녀의 입술 사이로 신음이 새어 나왔다. 칼날이 살을 파고드는 감각은 상상 이상으로 잔혹했다. 뜨겁고, 아프고, 그리고 이상하게도 차가웠다. 그녀의 손이 칼자루를 놓지 않았다. 오히려 더 깊이 밀어 넣었다.

피가 분수처럼 솟아올랐다. 코코미의 푸른 무녀복이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다. 그녀의 무릎이 바닥에 닿았다. 그녀는 쓰러지지 않으려 애썼지만, 이미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하... 하아..."

그녀는 손가락을 상처 속으로 밀어 넣었다. 뜨거운 피가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렸다. 그녀의 손가락이 창자를 더듬었다. 부드럽고, 미끄럽고, 그리고 끈적했다. 그녀는 손가락을 움직여 창자를 끊었다. 그 순간, 그녀의 몸이 경련을 일으켰다.

"아악...!"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해지도의 백성들을 위해. 그들을 지키기 위해. 그녀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눈물이 그녀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 눈물은 피와 섞여, 그녀의 얼굴을 더욱 창백하게 만들었다.

그녀의 아랫도리가 젖기 시작했다. 뜨거운 액체가 그녀의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렸다. 그것은 단순한 피가 아니었다. 그녀의 몸이 마지막 저항을 포기하는 신호였다. 그녀의 얼굴에 홍조가 번졌다. 죽음이 다가오는 징조였다.

"코코미 님!"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그녀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녀의 입술이 떨렸다. 그녀는 기도문을 중얼거렸다. 그것은 해지도의 옛 노래였다. 어머니가 아이에게 불러주는 자장가.

"잠들어라, 내 아이야. 별이 빛나는 밤에..."

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그녀의 몸이 활처럼 휘었다. 고통과 쾌락이 뒤섞인 신음이 그녀의 입술 사이로 새어 나왔다.

"아... 아아..."

그녀의 눈동자가 흐려졌다. 해지도의 풍경이 그녀의 눈앞에 펼쳐졌다. 푸른 바다, 하얀 파도, 그리고 따뜻한 햇살. 그 모든 것이 그녀를 감쌌다.

"고맙다... 모두..."

그녀의 입술이 마지막 말을 속삭였다. 그리고 그녀의 몸이 바닥에 쓰러졌다. 그녀의 얼굴에는 홀가분한 미소가 번져 있었다. 고통은 사라지고, 평화만이 남았다. 그녀의 몸이 마지막으로 떨렸다. 그리고 오르가즘 속에서, 그녀는 숨을 거두었다.

피 웅덩이가 그녀의 몸을 감쌌다. 푸른 무녀복은 이제 완전히 붉게 물들었다. 해지도의 지혜자는, 그렇게 영원의 길에 몸을 던졌다.

그녀의 눈이 감겼다. 그녀의 입가에는 여전히 미소가 남아 있었다. 그 미소는, 해지도의 백성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선물이었다.

불꽃은 차갑다

여름 축제를 위한 짧은 기모노를 걸친 요이미야의 다리가 달빛 아래 드러났다. 그녀는 손에 쥔 폭죽 막대를 바라보며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었다. 불꽃이 터지는 순간, 그녀는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웃기 시작했다. 막대를 배에 찔러 넣으며 고통과 쾌락이 뒤섞인 비명이 터져 나왔다. 피가 흘러내려 기모노를 물들였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다른 손이 아래로 내려가 허벅지 사이를 더듬었다. 애액이 흘러내리며 피와 섞였다. 그녀는 허리를 비틀며 숨을 헐떡였다. 연속으로 오르가즘이 몰아치며 몸이 떨렸다. 눈앞이 흐려지고 귀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났다. 불꽃이 꺼지고 어둠이 찾아왔다.

요이미야는 꽃밭에 쓰러졌다. 입가에 미소를 띤 채 그녀의 눈에서 빛이 사라졌다. 차가운 바람이 지나가며 꽃잎을 흩뿌렸다.

닌자의 죽음

사유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가느다란 손가락이 쥔 단도는 차갑게 빛났고, 칼날에 비친 자신의 눈동자는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얇은 닌자 복장만을 걸친 채, 배꼽이 드러나도록 옷을 걷어 올렸다. 복부의 매끈한 피부가 찬 공기에 닿아 소름이 돋았다.

“할 수 있어, 사유. 넌 닌자야.”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그녀는 단도를 들어 올렸다. 칼끝이 복부 중앙을 겨누었다. 호흡을 가다듬고,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힘껏 찔러 넣었다.

“크아아아악!”

비명이 터져 나왔다. 칼날이 살을 가르고 들어가는 감각, 뜨거운 피가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촉감. 사유는 바닥을 뒹굴며 고통을 견뎌냈다.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되어 흘렀다. 하지만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임무… 임무를 위해…”

그녀는 손을 뻗어 자신의 상처 속으로 밀어 넣었다. 손가락이 미끄러운 장기를 더듬었다. 뜨겁고 끈적한 내장이 손가락 사이를 감돌았다. 사유는 신음하며 천천히 그것을 끌어냈다. 창자가 길게 늘어져 손바닥 위에 놓였다.

“하… 하아…”

숨이 가빴다. 그러나 갑자기, 예상치 못한 전율이 그녀의 몸을 스쳤다. 고통 속에서도 무언가 뜨거운 파도가 밀려왔다. 그녀의 몸이 경련하듯 떨렸고, 입술 사이로 가느다란 신음이 새어 나왔다. 어이없는 쾌락이 그녀를 덮쳤다.

“이게… 뭐야…?”

그녀는 어지러움을 느꼈다. 핏물이 바닥에 번지고, 시야가 흐려졌다. 힘이 빠진 그녀는 웅크려 태아 자세로 몸을 말았다. 무릎을 가슴까지 끌어올리고, 두 손은 여전히 자신의 내장을 붙잡은 채였다.

눈을 뜨니 천장이 보였다. 하지만 그 천장도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숨이 얕아지고, 심장 소리가 귀에 울렸다. 사유는 미소 지었다.

“이제… 끝인가 보다…”

속삭임이 핏물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녀의 눈동자가 천천히 초점을 잃었다. 마지막 숨결이 희미하게 새어 나오고, 작은 손이 바닥에 늘어졌다. 핏물은 조용히 그녀를 감쌌다.

사유는 죽었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평온함이 어려 있었다. 닌자로서의 사명을 다한, 그녀만의 방식이었다.

아라타키의 비가

도깨비 가면의 눈구멍으로 새어 나오는 달빛이 차갑다. 쿠키 시노부는 텐트 천을 찢는 듯한 비 소리를 들으며 아라타키파의 은신처 한가운데에 섰다. 가죽 옷이 몸에 달라붙어 젖은 피부를 드러냈다. 그녀의 손에는 단도가 쥐어져 있었다. 칼날에 비친 자신의 눈이 가면 너머로 번뜩였다.

"이것이 마지막이다."

그녀는 중얼거렸다. 목소리는 가면 안에서 울려 퍼져 낯설게 들렸다. 아라타키 이토가 떠난 지 사흘. 그가 남긴 유언은 단순했다. "시노부, 너라면 할 수 있어." 하지만 그가 알지 못했다. 그녀가 이미 오래전에 선택한 길을.

시노부는 무릎을 꿇었다. 바닥에 깔린 짚이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그녀는 단도를 허리춤에 올리고, 가죽 옷의 끈을 풀었다. 옷이 벗겨지며 창백한 복부가 드러났다. 흉터가 몇 개 있었다. 이전 전투에서 남은 것들. 그 위로 손가락이 더듬거리며 지나갔다.

"아라타키파는 영원하다."

그녀는 속삭였다. 그리고 단도를 움켜쥐었다.

첫 번째 베임은 깊었다. 칼날이 살을 가르는 소리가 텐트 안에 울렸다. 피가 솟구쳐 가죽 옷을 적셨다. 시노부는 숨을 들이켰다. 고통이 번개처럼 척추를 타고 올라갔다. 하지만 그녀는 웃었다. 처음에는 낮게, 흐느끼는 듯이. 점점 커져서 미친 듯이.

"하하하하하!"

웃음소리가 비를 뚫고 퍼져 나갔다. 그녀는 단도를 상처 속으로 밀어 넣었다. 칼끝이 내장에 닿는 감촉이 생생했다. 그녀는 칼을 휘저었다. 피가 튀어 얼굴의 가면을 적셨다. 내장이 미끄러지며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시노부는 그것을 손으로 움켜쥐었다. 따뜻하고 끈적한 촉감이 손바닥을 채웠다.

"더... 더..."

그녀는 할복하면서 자위하기 시작했다. 한 손으로 상처를 벌리고, 다른 손으로 피에 젖은 자신의 몸을 더듬었다. 고통과 쾌락이 뒤섞여 뇌리를 마비시켰다. 그녀의 숨결이 거칠어졌다.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아... 아라타키... 이토..."

그녀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오르가즘이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그 순간, 그녀는 전력을 다해 외쳤다.

"아라타키파! 만세!"

목소리가 찢어졌다. 가슴에서 터져 나오는 비명이었다. 그녀의 몸이 경련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피가 흘러 텐트 바닥을 붉게 물들였다. 비 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시노부의 손이 가면을 벗기려는 듯 움직였다. 하지만 힘이 빠져 손이 떨어졌다. 가면이 스르르 벗겨져 옆으로 굴렀다.

그 아래 드러난 얼굴은 평온했다. 눈을 감은 채,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피가 흐르는 상처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아라타키파의 구호를 마지막 숨으로 삼았다.

비가 그치기 시작했다. 텐트 밖에서 달빛이 새어 들어와 시노부의 얼굴을 비췄다. 그 위로 흐르는 피가 벚꽃잎처럼 반짝였다.

네코마타의 환영

밤공기가 차갑게 가라앉은 폐신사(廢神社)의 마당. 돌 틈 사이로 돋아난 잡초가 달빛에 흔들리고, 부서진 등롱 아래로 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키라라는 처음엔 고양이의 모습이었다. 가냘픈 어깨와 납작한 귀, 그리고 반짝이는 녹안이 유일하게 생명의 기척을 발산했다. 그녀는 마치 주인을 기다리는 집고양이처럼 단정히 앞발을 모은 채 앉아 있었다.

갑자기 그녀의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가냘픈 골격이 서서히 인간의 형태로 변하고, 검은 털이 사라지면서 창백한 피부가 드러났다. 하지만 변환은 완벽하지 않았다. 겨우 걸친 기모노가 어깨에서 미끄러져 내려 젖가슴 한쪽이 그대로 노출되었다. 고양이 귀는 여전히 머리 위에 솟아 있고, 길고 유연한 꼬리가 허리를 감싸며 살랑거렸다. 그녀는 일어서며 허벅지에 찬 단도를 뽑았다. 칼날이 달빛을 받아 푸르게 빛났다.

키라라는 느릿느릿 혀를 내밀어 칼날을 핥았다. 날카로운 쇠맛과 함께 혀끝이 베어 피가 맺혔다. 그녀는 그 맛을 음미하듯 눈을 감았다 뜨며, 고양이 같은 동공이 황홀하게 빛났다.

“아프다… 좋다…”

혼잣말이 허공에 스치듯 사라졌다. 그녀는 천천히 단도를 배꼽 아래에 가져갔다. 손끝이 떨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 움직임은 마치 오랜 연습을 거듭한 의례처럼 정확했다. 칼끝이 피부에 닿았다. 차가운 금속이 살을 가르는 순간, 키라라의 입가에서 짧은 숨소리가 터져 나왔다.

“크윽…”

피가 뚝뚝 떨어지며 기모노의 자락을 적셨다. 하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칼날을 더 깊이 밀어 넣으며,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린 붉은 액체를 핥았다. 고통과 쾌락이 뒤섞인 표정이 그녀의 얼굴을 감쌌다. 고양이 귀가 파르르 떨리고, 꼬리가 자신도 모르게 상처 부위를 감싸려 애썼다.

“이게… 내가 찾던 것…”

키라라는 손을 상처 속으로 밀어 넣었다. 따뜻하고 끈적한 감촉이 손가락을 스쳤다. 그녀는 천천히 내장을 꺼내기 시작했다. 가느다란 창자가 손바닥에 감기며 미끄러졌다. 그녀는 그것을 빛에 비추어 보며 중얼거렸다.

“살아 있다… 아직 따뜻해…”

고양이 꼬리가 본능적으로 상처를 휘감았다. 부드러운 털이 피에 젖어 검게 변했지만, 꼬리는 여전히 상처를 문지르며 달래듯 움직였다. 키라라는 그 감촉에 착각한 듯, 고양이 울음소리 같은 절정의 신음을 길게 냈다.

“냐아아아… 으응…”

울음처럼, 울부짖음처럼. 그 소리는 신사의 폐허 사이로 퍼져 나가 어둠 속에 삼켜졌다. 그녀의 눈동자가 초점을 잃고 흐릿해졌다. 마지막 힘을 다해 키라라는 상처에서 손을 빼내고, 그 피 묻은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쌌다.

달빛 아래, 그녀의 몸이 서서히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마치 벚꽃잎이 바람에 흩어지듯, 살점이 조각조각 떨어져 나가 꽃잎으로 변했다. 키라라는 마지막 미소를 짓고, 그 자리에 핏자국과 몇 가닥의 검은 고양이 털만 남겼다. 바람이 불자 털들은 날아가고, 피는 땅속으로 스며들었다. 폐신사는 다시 고요 속으로 잠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