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전(凌霄殿)에 울려 퍼지는 만세 소리가 천지를 진동시켰다. 소능상은 용좌 위에 우아하게 앉아 금관 아래의 눈빛은 태산처럼 무거웠다. 백관이 엎드려 조배하는 가운데 그녀의 손가락이 용좌 팔걸이를 가볍게 두드렸다.
“짐이 직접 동영으로 가서 천년 동맹을 체결하리라.”
이 한마디에 전당이 술렁였다. 좌승상이 황급히 나서서 간했다.
“폐하, 동영은 머나먼 변방이고 길은 험난합니다. 어찌 폐하께서 직접 몸을 움직이시옵니까?”
소능상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스쳤다. 그 미소 아래에는 아무도 헤아리지 못할 깊은 뜻이 숨어 있었다.
“삼계의 평화, 짐이 어찌 등한히 하리오.”
그 말은 당당하고 이치에 맞았다. 신하들은 더 이상 간하지 못하고 오직 명을 받들 뿐이었다.
조회가 끝나고 소능상은 능소전을 나와 깊은 궁중으로 향했다. 신하들이 보지 못하는 그 순간, 그녀의 눈빛은 반짝이고 자세는 조금 느슨해졌다. 시종이 모두 물러난 침전 안, 그녀는 천천히 무거운 조복을 벗었다.
비단이 나부끼고 금관이 떨어져 구르는 소리가 났다. 거울 속에 비친 그녀는 이미 냉엄한 제왕이 아니라, 살짝 붉어진 뺨과 약간 거칠어진 숨결을 가진 여인이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쇄골을 더듬어 미세한 금속 촉감을 찾아내자, 입가에 기대 섞인 미소가 번졌다.
조복 아래에는 정교한 벨트가 몸을 감싸고 있었다. 검은 가죽과 금실이 뒤섞여 피부를 감싸고 은은한 광택이 흘렀다. 옷깃 안쪽에는 작은 고리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그 벨트의 조임이 가져다주는 압박감을 즐겼다.
시녀가 조용히 다가와 읍하고 아뢰었다.
"폐하, 동영에서 밀서가 도착했습니다."
소능상은 손을 내저으며 시녀가 가까이 오게 했다. 시녀가 낮은 목소리로 전했다.
"동영 여폐께서 폐하를 위해 특별한 의식을 준비하셨사옵니다."
그 말에 소능상의 눈에 한 줄기 기대가 스쳤다. 그 기대는 깊은 못의 그늘진 곳에서 솟아오른 물거품 같아, 금방이라도 터질 듯 은은하게 떨렸다.
"특별 의식이라..."
그녀는 그 네 글자를 음미하며 마치 희귀한 진미를 음미하는 듯했다. 손가락이 벨트 위의 고리를 스치며 인상을 남겼다.
"물러나라."
시녀가 고개 숙여 물러나고 침전 안은 다시 고적해졌다. 소능상은 거울 앞에 서서 조복 반쯤 벗은 모습을 바라보았다. 거울 속 여인의 눈에는 기대와 초조함이 섞여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벨트 위의 매듭을 풀며 착착 풀리는 소리에 희열을 느꼈다.
조복이 완전히 벗겨져 발치에 흘러내렸다. 그녀는 비단 깔린 침상 위에 서서 팔을 벌려 은은한 달빛 아래 숨겨진 모든 것을 드러냈다. 피부에는 미세한 줄무늬가 여러 개 있었는데, 어떤 것은 오래된 흉터였고 어떤 것은 조금 전에 남은 자국이었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그 자국들을 더듬으며 눈을 감았다.
동영, 여폐, 의식.
이 생각들이 그녀의 마음속에서 교차하며 알 수 없는 쾌감을 불러일으켰다. 권력의 정점에 선 자로서, 그녀는 이 굴욕이 가져다주는 쾌감에 더욱 중독되어 있었다. 마치 깊은 골짜기에 몸을 던지는 것처럼, 추락의 순간이 가장 중독성 있었다.
그녀는 침상에 걸터앉아 벨트 위의 작은 도구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어떤 것은 은은한 광택을 내는 금속 막대였고, 어떤 것은 정교하게 수놓인 비단 끈이었다. 그녀는 그것을 집어 들어 가볍게 만지작거리며 익숙한 듯 사용법을 더듬었다.
달빛이 처마 끝에 비스듬히 비치고 밤은 깊어갔다. 소능상은 침상에 누워 동영 여폐의 초상화를 떠올렸다. 그 온화하고 고고한 표정 아래 어떤 잔혹함이 숨겨져 있을까. 그리고 그 공주는 어머니를 닮아 교만하고 독한 성격으로, 모녀가 함께 무슨 놀라운 일을 꾸밀지.
그녀의 입가에 한 줄기 비스듬한 미소가 번졌다.
기다려라, 곧 만나게 될 것이다.
어둠 속에서 그녀의 눈은 마치 별빛처럼 반짝이며 앞으로 다가올 모든 것을 고대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