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청은 일등석 라운지의 푹신한 소파에 깊숙이 몸을 파묻고, 노트북 화면에 시선을 고정했다. 발에는 가느다란 끈이 발목을 감싸는 12센티미터 힐이 신겨져 있었고, 실크 블라우스는 단정한 그녀의 가슴을 감싸 안고 있었다. 검정색 스타킹은 길고 곧은 다리를 감싸며 매끄러운 광택을 은은하게 발산했다.
그녀는 마우스를 움직여 엑셀 표의 숫자를 훑었다. 인수합병 보고서였다. 그녀의 눈썹 사이에 주름이 살짝 패였다. 갑자기 배가 크게 흔들렸고, 탁자 위의 와인잔이 쓰러지며 붉은 액체가 쏟아져 하얀 식탁보를 적셨다.
고청은 인상을 찌푸리며 반사적으로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오후 3시 42분. 파도가 그렇게 거칠지는 않을 텐데. 그녀는 다시 화면으로 시선을 돌리려다, 온몸이 마치 누군가가 배 밑바닥을 주먹으로 세게 친 것처럼 요동치는 것을 느꼈다. 유리창 밖으로 수평선이 기울어지고,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찢어지며 거대한 검은 벽이 솟아올랐다.
해일이었다.
경적이 요란하게 울렸고, 라운지 안의 비명소리가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고청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 굳어 있었다. 차가운 물이 틈새를 따라 밀려들어와 그녀의 발등을 적셨다. 그녀는 일어서려 했지만, 배가 다시 한 번 거칠게 기울어졌고 그녀의 몸은 중심을 잃었다. 발뒤꿈치가 카펫 위를 급하게 스치고, 허리가 탁자 모서리에 세게 부딪혔다.
갑판이 무너져 내리는 굉음, 유리가 깨지는 날카로운 소리, 사람들의 절규가 섞여 하나의 소용돌이가 되었다. 고청의 시야는 흔들리고, 눈앞이 캄캄해지며 감각이 산산조각 났다. 찬물이 귀, 코, 입을 통해 밀려들어와 그녀의 온몸을 감쌌다. 그녀는 허우적거리며 발버둥쳤지만, 주변에는 아무것도 잡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구명조끼가 그녀의 몸을 위로 끌어올렸지만, 파도는 그녀의 다리를 감싸며 마치 천 개의 촉수가 그녀를 해저로 끌어내리는 듯했다.
숨이 막혔다. 고통이 가슴을 조였다.
그녀는 손을 허우적거리며 무언가 딱딱한 것을 건드렸다. 조각난 나무 조각이었다. 그녀는 죽음의 사람이 살아있는 풀을 움켜쥐듯 필사적으로 그것을 붙잡았다. 손바닥이 날카로운 모서리에 베였지만, 그녀는 상관하지 않았다. 파도가 그녀를 삼키고, 다시 솟구쳐 올랐다. 그녀는 고래에 쫓기는 작은 배처럼 거대한 물결에 이리저리 끌려다녔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몇 분인지, 몇 시간인지. 고청의 의식은 빠져나가고 돌아오길 반복했다. 그녀의 손가락은 마비되어 나무 조각을 꽉 움켜쥐는 것이 버거웠다. 발가락은 하이힐 안에서 얼어붙은 듯 굳어 움직일 수 없었다. 마침내, 한 차례의 거센 파도가 그녀를 하늘 높이 솟아오르게 한 후, 그녀의 몸은 모래 위에 처박혔다.
모래알이 그녀의 뺨을 스치고, 짠 바닷물이 상처를 찔렀다. 그녀는 숨을 헐떡이며 폐 속의 물을 기침으로 뱉어냈다.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앉았고, 시야는 흐릿했다. 멀리서 짙푸른 나무 그림자가 보였고, 이상한 새들의 울음소리가 귀를 찔렀다.
열기였다. 뜨거운 태양이 그녀의 젖은 옷을 말리고 있었다.
고청은 정신을 차리려고 애쓰며 팔을 짚고 몸을 일으켰다. 손바닥이 모래에 닿았고, 모래알이 상처에 박혔다. 그녀는 고개를 숙여 자신을 바라보았다. 블라우스 단추는 반쯤 떨어져 나갔고, 옷자락은 찢겨 배꼽이 드러났다. 치마는 허벅지 위까지 걷어 올려져 하얀 피부가 햇빛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다. 스타킹은 무릎과 발목이 찢어져 찢긴 구멍 사이로 붉은 상처가 드러났다. 굽은 하나가 부러져 있었지만, 신발은 여전히 발에 꽉 신겨져 있었고 끈이 발목을 조르고 있어 발목이 빨갛게 부어올랐다.
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쉬며 다리를 움직여 보았다. 무릎이 저리고 허벅지가 쑤셨다. 종아리 근육이 경련하며 마치 셀 수 없이 많은 바늘로 찌르는 듯했다. 그녀는 손을 뻗어 굽을 풀려 했지만, 손가락이 너무 뻣뻣해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그래서 그냥 포기하고 대신 해변을 둘러보았다. 눈에 보이는 것은 끝없이 펼쳐진 흰 모래와 그 위로 드리워진 거대한 열대 나무들뿐이었다. 낯선 식물의 덩굴이 바위를 타고 기어올랐고, 짙은 녹색 잎사귀가 햇빛을 가리고 있었다.
아무도 없었다. 구명정도, 사람도, 그녀 혼자뿐이었다.
고청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천천히 일어서려고 했지만, 무릎이 말을 듣지 않아 다시 모래 위에 주저앉았다. 그녀는 손으로 모래를 짚으며 버둥거리다가, 마침내 간신히 일어섰다. 발뒤꿈치가 불안정하게 모래를 밟았고, 부러진 굽 때문에 그녀의 자세는 비뚤어졌다. 그녀는 신발을 벗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발이 너무 아파서 감히 발목을 움직일 수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해변 끝에 작은 개울이 바다로 흘러들고 있었다. 민물이었다. 그녀는 한 걸음 한 걸음 물가로 다가갔다. 스타킹의 찢어진 구멍이 바람에 나부꼈고, 찢긴 실이 허벅지에 닿았다. 그녀는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물을 움켜 입으로 가져갔다. 물은 달콤했고, 목구멍을 적셨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숲 깊은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은 어둡고 정적이 흘렀다. 이상한 벌레 소리와 함께, 무언가 훨씬 더 크고 무거운 숨소리가 들렸다. 마치 땅속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지는 듯한 둔탁한 울림이었다.
고청의 등골이 오싹했다. 그녀는 무언가 잘못됐음을 직감했다. 이 섬은 평범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후퇴할 곳이 없었다. 주변은 끝없는 바다였고, 이곳에 가까운 육지는 없었다. 그녀는 다시 숨을 깊게 들이쉬며 아픈 다리를 이끌고 숲 속으로 걸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찢긴 스타킹 아래, 발목에 난 상처가 햇빛에 번들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