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연의 둥지
## 제1장 화장실의 위기
밤하늘에 걸린 초승달은 희미한 빛을 뿌리며 폐건물의 검은 윤곽을 드러냈다. 한때 공장이었던 이 건물은 지금은 텅 빈 껍데기처럼 버려져 있었다. 바람이 없는데도 건물 내부에서는 무언가 숨 쉬는 듯한 미세한 진동이 감지되었다.
장하오가 손을 들어 신호를 보냈다. 그의 뒤를 따르던 여섯 명의 소대원이 순간적으로 움직임을 멈추고 각자의 위치를 점했다. 철문 앞에는 린쉐가 서 있었다. 그녀의 하얀 무복이 어둠 속에서도 희미하게 빛나는 듯했다.
"3층 화장실이다." 장하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정찰 결과, 이 녀석은 급수관을 통해 이동해. 주요 지류를 모두 차단했으니 오늘 안에 끝낸다."
린쉐는 고개를 끄덕이며 남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언제나처럼 확신과 결의가 가득했다. 그녀는 자신이 왜 갑자기 남편의 얼굴을 이렇게 오래 바라보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가슴 한구석이 조금씩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대장님, 린쉐 님, 준비 다 됐습니다." 부소대장 정수가 보고했다.
장하오가 린쉐에게 고개를 돌렸다. "네가 먼저 들어가 봉인을 준비해. 내가 뒤를 맡을게."
린쉐는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이고 철문 앞으로 걸어갔다. 그녀의 손끝에 청백색의 빛이 감돌았다. 문고리를 잡는 순간, 손바닥에 닿는 쇠의 차가운 감촉이 그녀의 등골을 타고 올랐다.
문이 열렸다.
화장실 내부는 뒤틀린 공간처럼 보였다. 타일은 벗겨져 나가고, 거울은 깨져 있었다. 하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닥 가운데 솟아오른 거대한 육체 덩어리였다. 인간의 팔과 다리가 뒤섞인 듯한 형상, 그 위로 맥박처럼 울퉁불퉁 움직이는 혈관들이 엉켜 있었다.
괴물 모체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 얼굴은 여러 인간의 얼굴이 녹아내린 듯 기괴했다. 입이 여러 개 있었고, 눈이 여기저기 박혀 있었다.
"또 왔군요, 인간들."
그 목소리는 여러 음색이 섞여 있었다. 여성, 남성, 노인, 아이의 목소리가 동시에 울려 퍼졌다.
"봉인하라." 장하오가 명령했다.
소대원들이 일제히 총기를 조준했다. 린쉐는 손을 모아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녀의 몸 주변으로 청백색의 기운이 소용돌이치며 퍼져 나갔다.
괴물이 웃음을 터뜨렸다. "무녀여, 너는 아직 모르는구나. 이미 네 몸속에..."
"닥쳐!" 린쉐가 외쳤다. 이상하게도 그 말이 자신의 귀에 울리는 순간, 배가 조금 당기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주문을 계속 외웠다.
전투가 시작되었다. 괴물의 촉수 같은 팔이 휘둘러지고, 소대원들의 총성이 울렸다. 장하오가 칼을 휘둘러 앞으로 돌진했다. 린쉐는 빠르게 손을 움직여 봉인을 완성했다.
"천지정기, 만귀봉인!"
청백색의 빛이 폭발하며 괴물을 감쌌다. 괴물의 비명이 건물 전체를 울렸다. 육체가 부서지고, 피가 튀었다. 하지만 죽기 직전, 괴물의 몸에서 무색무취의 가스 같은 무언가가 퍼져 나왔다.
린쉐는 그것을 알아차렸다. 그녀의 숨이 멈췄다. 그 기체는 아무 냄새도 없었고,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피부에 닿는 순간, 온몸이 전율했다.
괴물이 마지막 말을 남겼다. "너는... 이미 나의 일부다..."
육체가 재처럼 사라졌다.
"끝났다." 장하오가 칼을 내리며 말했다. "수고했어, 린쉐."
린쉐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눈앞의 공간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갑자기 엄청난 압박감이 방광을 조였다.
*오줌이 마려워...*
그 충동은 너무 갑작스러웠다. 불과 몇 초 전만 해도 전혀 느끼지 못했던 것이 이제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다. 그녀는 다리를 모았다.
"린쉐?" 장하오가 다가왔다. "얼굴이 창백해. 괜찮아?"
"괜...찮아."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냥... 좀 쉬어야겠어."
정수가 말했다. "대장님, 전투가 끝났으니 철수 준비를 하죠. 린쉐 님도 많이 지치셨을 겁니다."
장하오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아내를 바라보았다. 그는 손을 내밀어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린쉐는 그의 손길에 몸이 움찔했다. 그것은 두려움과 동시에 무언가 다른 감정이었다.
"먼저 나가." 그녀가 말했다. "나도 곧 따라갈게."
"같이 가자."
"아니야. 잠시만... 혼자 있고 싶어."
장하오는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하지만 너무 오래 있지 마."
그가 소대원들을 이끌고 화장실을 떠났다. 발소리가 멀어져 갔다.
린쉐는 혼자 남겨졌다. 그녀는 깨진 거울 앞에 섰다. 거울 속의 자신은 낯설었다. 눈동자 깊은 곳에서 붉은 빛이 스치는 듯했다.
*참아야 해...*
하지만 방광의 압박감은 점점 더 심해졌다. 그녀의 무릎이 떨렸다. 화장실 문이 열려 있었고, 저 너머에는 텅 빈 복도가 펼쳐져 있었다. 그녀는 문을 닫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괴물의 기체가 아직도 그녀의 몸속을 맴도는 듯했다. 그녀는 허벅지를 꽉 쥐었다.
*이건... 이건 내가 아니야.*
하지만 그녀의 몸은 이미 그녀의 통제를 벗어나고 있었다. 배가 조이는 듯한 고통이 왔다 갔다 했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숨을 죽였다.
멀지 않은 곳에서 장하오의 목소리가 들렸다. "린쉐, 아직 안 나와?"
"곧... 갈게..."
그녀의 목소리는 겨우 들릴 정도로 작았다. 그녀는 일어서려고 했지만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무언가가 그녀를 아래로 끌어당기고 있었다.
*이 괴물... 죽으면서 나에게 무언가를 남겼다.*
그녀는 바닥에 손을 짚었다. 차가운 타일이 피부에 닿았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의 몸이 스스로 움직였다. 온몸이 긴장했다 이완되는 것을 느꼈다.
*안 돼...*
하지만 이미 늦었다. 뜨거운 액체가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렸다. 그녀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방광을 비우고 있었다. 그 충격과 동시에 그녀의 몸은 쾌락에 떨었다.
*무슨... 이게 무슨...*
그녀는 숨을 헐떡이며 눈을 감았다. 바닥에 흐르는 따뜻한 액체의 소리가 생생하게 들렸다. 그 순간, 그녀는 깨달았다.
이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었다.
괴물의 기체가 그녀의 몸속에서 무언가를 깨웠다. 그리고 그 무언가는 조금씩 자라나고 있었다.
"린쉐!"
장하오가 문간에 나타났다. 그는 바닥에 앉아 있는 아내와 그녀 주변의 물기둥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네가... 설마..."
"괜찮아." 린쉐가 미소를 지으려고 애썼다. "그냥... 너무 긴장했나 봐."
하지만 그녀의 눈동자는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그 안에는 두려움과 다른 무언가가 섞여 있었다. 장하오는 그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단지 아내가 지쳐 있다고 생각했다.
"집에 가자."
그가 그녀를 부축해 일으켰다. 린쉐는 그의 품에 안겨 걸었다. 그녀의 속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렸다.
그리고 그녀는 알 수 없는 기대감에 사로잡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