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샤오레이는 아침 일찍 호텔 로비에 도착했다. 형광등 불빛 아래 반짝이는 대리석 바닥, 깔끔하게 정리된 프런트 데스크, 손님들의 발걸음 소리. 그녀는 익숙하게 컴퓨터를 켜고 로그인하며 하루 업무를 준비했다. 오늘은 평소보다 조금 일찍 출근했는데, 남편 한보가 아침밥을 챙겨주며 “오늘도 힘내요, 여보”라고 다정하게 말해줬기 때문이다. 그 말에 리샤오레이는 미소를 지었지만, 속으로는 왠지 모를 불안감이 스쳤다.
오전 9시, 총지배인 자오잉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어김없이 정장을 말끔히 차려입고, 손에는 서류 가방을 들고 프런트 앞에 섰다. “리 매니저님, 오늘도 좋은 아침입니다.”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눈빛은 날카로웠다. 리샤오레이는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안녕하세요, 총지배인님”이라고 짧게 답했다.
자오잉신은 프런트 데스크에 기대어 그녀를 가까이서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은 그녀의 얼굴에서 아래로 천천히 내려갔다. “오늘 스타킹 참 예쁘시네요. 검은색이 잘 어울리세요.” 그는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리샤오레이는 얼굴이 붉어지며 손님 응대에 집중하려 했다. “감사합니다, 총지배인님. 다른 볼일 있으신가요?”
“별거 아니에요, 그냥 프런트 운영 상태 좀 확인하려고요. 오후에 시간 되시면 제 사무실로 좀 와주세요. 중요한 이야기가 있어서요.” 자오잉신은 미소를 지으며 말하고는 돌아서서 사무실 쪽으로 걸어갔다. 리샤오레이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가슴이 두근거렸다. 무슨 이야기일까? 단순한 업무 지시일까, 아니면…… 그녀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오후 3시, 리샤오레이는 자오잉신의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안에서 들리는 차분한 목소리. 그녀는 문을 열고 들어가 가벼운 인사를 했다. 자오잉신은 책상 뒤에 앉아 그녀를 가리키며 “편히 앉으세요”라고 말했다. 그녀가 의자에 앉자 그는 일어나 책상 앞으로 걸어와 그녀 옆에 섰다.
“리 매니저님, 요즘 피곤해 보이시는데…… 무슨 일 있으세요?” 그는 손을 내밀어 그녀의 어깨를 살짝 만졌다. 리샤오레이는 몸을 움츠리며 “아뇨, 괜찮습니다. 그냥 업무가 조금 많아서요.”라고 대답했다. 자오잉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혈압 좀 봐드릴게요. 스트레스가 많으면 건강에 안 좋으니까요.” 그는 손가락으로 그녀의 맥박을 느끼며 천천히 말했다. 리샤오레이는 손을 빼려 했지만, 그의 손아귀가 생각보다 강했다.
“자, 이거 드세요. 기운 내라고 제가 특별히 준비한 영양제예요.” 자오잉신은 주머니에서 작은 약병을 꺼내 알약 하나를 그녀의 손에 쥐어주었다. 리샤오레이는 망설였다. “이게 무슨 약인가요?” “걱정 마세요, 몸에 좋은 약이에요. 저를 믿으세요.” 그의 눈빛은 부드러우면서도 강압적이었다. 그녀는 결국 약을 받아 물과 함께 삼켰다. 약이 목을 타고 넘어가는 느낌이 이상했다. 곧이어 온몸에 열기가 퍼지고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자오잉신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이제 좀 낫죠?”라고 물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서려 했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휘청거렸다. 자오잉신은 재빨리 그녀를 부축하며 “조심하세요, 리 매니저님”이라며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 그의 손이 스타킹 위로 스치며 허벅지까지 내려갔다. 리샤오레이는 몸을 떨며 그를 밀쳐내려 했지만, 손이 떨려서 제대로 힘을 주지 못했다. “괜찮아요, 좀 쉬다 가세요.” 자오잉신은 그녀를 사무실 소파에 앉히고 물 한 잔을 건넸다. 그녀는 물을 마시며 숨을 고르려 했다. 하지만 몸속에서 퍼지는 이상한 감각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왜 이렇게 몸이 뜨거워지고, 왜 이 상황이 싫지 않은 걸까?
저녁 7시, 리샤오레이는 집에 도착했다. 한보가 주방에서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 “여보, 왔어? 오늘 좀 늦었네?” 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며 그녀를 맞았다. 리샤오레이는 신발을 벗고 거실로 들어가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응, 오늘 업무가 좀 많았어.” 그녀는 피곤한 표정을 지었지만, 속으로는 낮의 일이 계속 떠올랐다.
한보는 부엌에서 나와 그녀 옆에 앉았다. “많이 힘들었나 보네? 내가 등 좀 주물러 줄까?” 그는 다정하게 그녀의 어깨를 마사지했다. 리샤오레이는 그의 손길에 몸을 맡기며 눈을 감았다. “고마워, 여보. 네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그녀는 진심으로 말했지만, 목소리에는 약간의 떨림이 섞여 있었다.
“오늘 뭐 먹고 싶어? 네가 좋아하는 김치찌개 끓였어.” 한보는 일어나 부엌으로 가며 말했다. 리샤오레이는 미소를 지으며 “고마워, 여보. 네가 해준 음식이 제일 맛있어”라고 대답했다.
저녁 식사 시간, 두 사람은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즐겼다. 한보는 그녀에게 직장 동료 이야기, 주말에 어디 갈지 등을 물었다. 리샤오레이는 가능한 밝게 대답했지만, 자오잉신의 얼굴이 자꾸 떠올라 집중하기 어려웠다. 식사 후 한보는 설거지를 하고, 그녀는 거실에서 TV를 보며 쉬었다.
“여보, 오늘 좀 일찍 자자. 네가 피곤해 보여서.” 한보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리샤오레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품에 안겼다. 침대에 누워 그의 품에 안긴 그녀는 안정감을 느꼈다. 하지만 눈을 감으면 자오잉신의 미소와 손길이 떠올랐다. 그녀는 자신의 마음이 혼란스러워졌다. 분명히 한보를 사랑하는데, 왜 오늘의 경험이 이렇게 강하게 남아 있는 걸까?
한보는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잘 자, 여보. 사랑해”라고 속삭였다. 리샤오레이는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나도 사랑해, 여보”라고 답했다. 하지만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그녀의 마음속에는 또 다른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내가 정말 그를 사랑하는 걸까, 아니면 낮의 그 느낌이 진짜인 걸까?
밤이 깊어가고, 한보는 곧 잠에 빠져들었다. 리샤오레이는 그의 품에서 조심스럽게 빠져나와 창가로 걸어갔다. 달빛이 방 안을 은은하게 비추었다. 그녀는 창밖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내일 또 자오잉신을 만나야 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리고 그 설렘은 두려움과 기대가 뒤섞인 이상한 감정이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손으로 배를 만지며 생각했다. 이 안에는 한보의 아이가 자라고 있는데, 나는 왜 이렇게 변해 가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