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호는 방 안에 틀어박혀 있었다. 어둠이 짙게 깔린 방 안에서 그는 무릎을 껴안고 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손가락은 무의미하게 벽에 무언가를 그렸다. 그는 자신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도 몰랐다. 그저 가만히 있을 때면 몸이 떨리고, 누군가와 마주치면 심장이 터질 듯 뛰었다. 그는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웠다. 그 시선 속에 담긴 판단이, 무시가, 아니면 동정이, 그 모든 것이 그를 짓눌렀다.
어머니는 방 문 앞에 서서 손을 비볐다. "호야, 아침 먹자."
대답이 없었다.
"호야, 엄마가 죽 끓였어. 네가 좋아하는 전복죽이야."
잠시 후, 문이 조금 열렸다. 임호가 고개만 내밀었다. 얼굴은 창백했고 눈 밑은 검게 물들어 있었다. 그는 어머니의 손에 들린 그릇을 받아 들며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어머니는 그 모습을 보며 심장이 무너지는 듯했다. 아들은 열일곱 살이 넘었지만, 세상과 단절된 채 하루하루를 겨우 버티고 있었다. 학교는 오래전에 그만두었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면 숨을 쉴 수가 없다고 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소심함이려니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은 심해졌다. 이제는 집 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아버지 임부는 회사에서 반차를 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현관문을 열며 아내와 눈을 마주쳤다. 그 눈빛에는 이미 지친 기색이 가득했다.
"오늘도 안 나왔어?"
"응. 죽은 먹었어. 근데 말을 하질 않아."
임부는 한숨을 쉬며 거실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는 몇 달째 병원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의원, 심지어 동네 신경정신과까지. 모든 병원에서 비슷한 말만 들었다. '사회공포증', '심한 대인기피증', '약물 치료와 상담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약을 먹어도 나아지지 않았고, 상담은 더욱 거부했다. 의사가 말을 걸기만 해도 임호는 몸을 웅크리며 떨기만 했다.
며칠 뒤, 임부는 마지막 희망을 걸고 한 대학병원 전문의를 찾아갔다. 의사는 임호의 상태를 듣고 고개를 저었다.
"환자의 증상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입니다. 일반적인 약물 치료나 상담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더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정신과 입원 치료를 권장합니다."
"입원이라면, 얼마나 오래요?"
"최소 몇 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 걸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환자가 입원 자체를 거부할 가능성이 높아요. 병원에 오는 것조차 힘들어한다면, 강제 입원은 더 어렵습니다."
임부는 무릎을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할 수 있는 모든 치료를 다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는 좌절감에 병원 로비 벤치에 주저앉았다. 그때, 옆에서 신문을 읽던 노인이 말을 걸어왔다.
"아이고, 무슨 일 있어요? 얼굴이 안 좋아 보이네."
임부는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아들이 아파서요. 치료를 해도 나아지질 않아서."
노인은 잠시 생각하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서 동네 한 번 건너면, 좀 특별한 의원이 있어요. 일반 병원에서는 안 하는 치료를 한다고 들었어요. 약도 안 쓰고, 수술도 안 하고, 사람 마음을 다루는 기술이라나 뭐라나. 하지만 좀... 말이 많아요. 불법이라고도 하고."
임부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는 바로 그곳을 찾아가기로 마음먹었다. 이미 모든 게 무너져 내리는 판에, 무슨 법이고 규칙이고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아들이 정상으로 돌아온다면,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었다.
그날 밤, 임부는 아내에게 그 의원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내는 망설였다.
"불법이라면서요? 위험하지 않을까요?"
"위험해도 해봐야지. 지금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잖아. 호야가 점점 더 깊이 가라앉고 있어. 우리가 뭔가 해야 해."
아내는 울먹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이미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들의 고통을 지켜보는 것보다 더한 고통은 없었다.
다음 날, 임부는 그 불법 의원을 찾아갔다. 낡은 건물 2층에 위치한 간판 없는 작은 문이었다. 그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문을 두드렸다. 문이 열리고, 흰 가운을 입은 중년의 남자가 나타났다. 그의 눈빛은 날카롭고 차가웠다.
"어떤 일로 오셨습니까?"
"아들을 치료해 주실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방법이 뭔지는 몰라도, 뭐든지 해야 합니다."
의사는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며 안으로 그를 안내했다. 그곳은 평범한 진료실처럼 보였지만, 분위기가 묘하게 달랐다. 벽에는 이상한 문양이 그려져 있었고, 공기는 뭔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저희 치료법은 일반 의학과는 다릅니다. 환자가 깊은 최면 상태에 들어가도록 유도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믿음을 심어주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치료를 위해선 부모님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부모님이 먼저 치료에 협조해야 합니다."
임부는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의사의 눈빛이 더욱 깊어졌다. 그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럼 내일부터 시작합시다. 먼저 아드님을 데려오십시오. 설득하셔야 합니다. 아드님이 오지 않으면 치료는 불가능합니다."
임부는 집으로 돌아와 아들의 방문 앞에 섰다. 그는 몸을 굽혀 부드럽게 말했다.
"호야, 아빠가 너를 도와줄 병원을 찾았어. 거긴 특별한 치료를 한대. 너를 아프게 하는 것도 없고, 사람도 별로 없어. 한 번만 가보자. 아빠가 옆에 있을게."
방 안에서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하지만 몇 분 후, 문이 열렸다. 임호가 눈물을 흘리며 서 있었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 나도 나아지고 싶어. 나도... 사람들 앞에 당당하게 서고 싶어. 근데 나는 겁이 너무 나. 나아질 수 있을까?"
임부는 아들을 꼭 안아주며 말했다. "반드시 나아질 거야. 아빠가 어떻게 해서든 도와줄게."
그날 밤, 임부와 임모는 아들이 잠든 후에도 깨어 있었다. 그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아무 말 없이 어둠을 바라보았다. 내일부터 시작될 치료가 두렵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아들이 다시 웃을 수 있다는 희망이 더 컸다.
그렇게 그들의 절망적인 병원 찾기 여정은 끝나고, 새로운 시작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들은 아직 알지 못했다. 그 치료가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지,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들의 모든 것이 변해갈지도 모른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