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운음은 아침 일찍부터 사무실에 나와 있었다. 창밖으로는 서울의 스카이라인이 펼쳐져 있었고, 태양이 막 떠오르며 도시 전체를 금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그녀는 깔끔한 블레이저를 입고 책상 위에 놓인 서류들을 검토하며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오늘, 그녀의 회사가 일궈낸 기술이 전 세계에 공개될 날이었다.
"대표님,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기자회견은 오전 10시에 시작됩니다."
비서가 조심스럽게 보고했다. 심운음은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섰다. 그녀의 발걸음은 가볍고 당당했다. 몇 년간의 연구와 개발 끝에, 그녀의 팀은 세계 최초로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 배터리는 기존 제품보다 3배 더 오래 가고, 충전 시간은 절반으로 줄였으며, 폐기물도 현저히 줄였다. 환경 친화적이면서도 성능은 압도적이었다.
그녀는 회의실로 들어서며 마이크 앞에 섰다. 수많은 기자와 방송국 카메라가 그녀를 향했다. 그녀는 차분하게 기술의 개요와 장점을 설명했다.
"저희 ㈜대한기술은 이 제품을 국내 시장에는 생산 원가에 가까운 가격으로 공급할 것입니다. 모든 국민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말이죠."
회의실이 떠들썩해졌다. 한 기자가 손을 들었다.
"그렇다면 해외 시장에서는 어떻게 하실 계획입니까?"
심운음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이 질문을 기다리고 있었다.
"해외 시장에서는 국내 가격의 5배에 판매할 예정입니다. 우리 기술은 독보적이며, 필요한 국가들은 그 가치를 인정할 것입니다. 그 수익은 다시 연구 개발과 국내 복지에 투자됩니다."
회의실이 잠시 침묵에 잠겼다가, 곧이어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녀의 계획은 명확했다: 국내에서 국민의 삶을 개선하고, 해외에서 이익을 창출하는 것. 그것이 그녀가 생각하는 진정한 애국의 방식이었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그녀는 사무실로 돌아왔다. 휴대폰에 문자 메시지가 와 있었다. 남편 진명이었다.
"아내님, 오늘 기자회견 본방송 봤어요. 정말 자랑스러웠어요. 저녁에 외식할까요?"
심운음은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진명과 10년 동안 결혼 생활을 해왔다. 처음 회사를 창업할 때, 모두가 미쳤다고 했지만 진명은 항상 그녀의 곁을 지켰다. 그는 평범한 회사원이었지만, 그녀의 꿈을 누구보다도 믿어줬다. 그가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답장을 보냈다.
"좋아요. 오늘은 축하하는 날이니까. 사랑해요."
진명은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
"나도 사랑해요. 영원히."
심운음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다시 서류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해외 바이어들과의 미팅 일정이 잡혀 있었다. 그중에는 미국의 대형 전자회사인 글로벌테크의 부사장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와의 만남은 오늘 오후 2시에 예정되어 있었다.
오후가 되자, 심운음은 접견실로 향했다. 거기에는 이미 미국인 사업가가 앉아 있었다. 그는 50대 중반의 남성으로, 은회색의 머리를 단정하게 빗어 넘기고 값비싼 정장을 입고 있었다. 그가 일어서며 손을 내밀었다.
"안녕하십니까, 심 대표님. 저는 글로벌테크의 아시아 태평양 담당, 잭 존슨이라고 합니다."
심운음은 그의 손을 잡았다. 악수는 부드럽고 정중했다. 그녀는 그를 의자로 안내하며 자리에 앉았다.
"존슨 부사장님, 먼 길 오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저희 회사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잭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미소는 입가에만 머물러 있었고, 그의 눈동자는 깊고 차가웠다.
"대표님의 회사의 기술력은 정말 인상적입니다. 글로벌테크는 이번 기회에 한국 시장에 더 깊이 진출하고자 합니다. 특히, 대표님의 배터리 기술에 큰 관심이 있습니다."
그는 서류 가방에서 문서를 꺼내며 말을 이었다.
"글로벌테크는 최근 스마트폰과 전기차 시장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대표님의 배터리는 그야말로 혁신적이죠. 우리 회사가 독점 판권을 가질 수 있다면, 서로에게 큰 이익이 될 것입니다."
심운음은 그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독점 판권이라면 막대한 로열티를 받을 수 있겠지만, 그것은 그녀의 철학과는 맞지 않았다. 그녀는 여러 회사와 경쟁을 통해 기술을 발전시키고 싶었다. 독점은 시장을 왜곡시키고 결국 소비자에게 해가 될 테니까.
"존슨 부사장님, 제안에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저희는 독점 계약보다는 여러 파트너사와의 공정한 협력을 선호합니다. 기술의 확산을 위해서 말이죠."
잭의 미소는 여전히 부드러웠지만, 그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움직였다.
"그렇군요. 대표님의 원칙을 존중합니다. 그렇다면 다른 형태의 협력은 어떨까요? 예를 들어, 공동 연구 개발이나 기술 이전 같은 것들 말입니다."
심운음은 잠시 생각했다. 기술 이전은 그녀가 꺼리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공동 연구 개발이라면 괜찮을지도 몰랐다. 그녀는 잭을 평가하며 말했다.
"공동 연구 개발은 고려해볼 만합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조건에 대해서는 저희 연구팀과의 논의가 필요합니다."
잭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충분히 이해합니다. 대표님께서 편하신 시간에 저희 팀과 미팅을 잡도록 하겠습니다."
그는 다시 서류 가방에서 작은 상자를 꺼냈다.
"이것은 저희 회사에서 준비한 작은 선물입니다. 한국의 전통 차와 함께 즐기시라고요."
심운음은 상자를 받아들였다. 포장은 고급스러웠지만, 그녀는 조심스러웠다. 해외 바이어들의 선물은 항상 주의해야 했다. 하지만 겉으로는 예의를 갖추며 감사를 표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저희 회사의 차와 함께 음미하겠습니다."
잭은 일어서며 악수를 청했다.
"대표님, 오늘 만나서 정말 반가웠습니다. 앞으로 좋은 협력 관계를 기대합니다."
심운음은 그의 악수를 받으며 말했다.
"저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잭이 떠난 후, 심운음은 사무실로 돌아와 상자를 열어보았다. 그 안에는 값비싼 녹차 세트와 함께, 작은 USB 메모리가 들어 있었다. 그녀는 USB를 살펴보았다. 메모리에는 아무런 라벨도 없었다. 그녀는 잠시 고민했지만, 일단 책상 서랍에 넣어두기로 했다. 나중에 보안팀에 확인시킬 생각이었다.
한편, 잭은 호텔로 돌아와 방에 들어섰다. 그는 정장 재킷을 벗어 침대에 던지고,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 있던 정중한 미소는 사라지고, 냉철한 표정이 드러났다.
그는 휴대폰을 꺼내 국제전화를 걸었다. 상대방은 익숙한 목소리로 받았다.
"보고한다. 목표물과의 첫 접촉은 성공적이었다. 그녀는 원칙이 강하고, 쉽게 넘어올 인물이 아니다. 하지만 내가 준 USB는 그녀의 컴퓨터에 조금씩 영향을 미치기 시작할 것이다."
전화기 너머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잘하고 있다. 하지만 기억해라, 우리의 계획은 단순한 기술 도용이 아니다. 우리는 그녀의 마음을 원한다. 그녀가 우리의 도구가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잭은 냉소적으로 웃었다.
"걱정 마라. 나는 여자들을 다루는 데 능숙하다. 특히, 강한 의지를 가진 여자일수록 더 흥미롭지. 그녀의 마음에 균열을 만들기 시작했다. 곧 그녀는 자신의 신념이 얼마나 허약한지 깨닫게 될 것이다."
그는 전화를 끊고, 창밖으로 서울의 야경을 바라보았다. 그의 입가에 잔혹한 미소가 스쳤다. 이 나라의 기술과 인재를 장악하는 것이 그의 임무였다. 하지만 그의 진짜 능력은 단순한 기업 스파이가 아니었다. 그는 인간의 마음을 조종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여성들을 흑인 우월주의 사상에 빠지게 만드는 것은 그의 전문 분야였다. 그는 이번 임무를 통해 한국의 핵심 기술뿐만 아니라, 그 기술을 개발한 여성 기업가의 마음까지도 장악할 계획이었다.
다음 날, 심운음은 사무실에서 연구팀과 회의를 하고 있었다. 그때 비서가 들어와 보고했다.
"대표님, 금일 오후에 글로벌테크의 기술팀이 방문한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심운음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회의실을 준비해 주세요. 그리고 보안팀에 어제 받은 USB를 분석해 달라고 전해 주세요."
비서가 나가자, 그녀는 회의에 집중했다. 하지만 무의식중에 그녀의 손은 책상 위에 놓인 어제의 상자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 안에 들어있던 USB가 꽤 신경 쓰였다. 그녀는 왠지 모르게 불안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점심 시간, 그녀는 남편 진명과 함께 회사 근처의 작은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진명은 그녀의 표정을 살피며 물었다.
"무슨 일 있어? 얼굴이 안 좋아 보여."
심운음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괜찮아. 그냥 새로운 파트너사와의 계약 때문에 좀 생각할 게 있어서."
진명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네가 하는 일은 항상 잘될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 그리고 내가 항상 네 곁에 있을게."
심운음은 그의 손을 꼭 잡았다. 그 온기가 그녀를 안정시켰다.
"고마워, 여보. 네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두 사람은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섰다. 태양이 따사롭게 내리쬐는 거리에서 잠시 걸었다.
오후 2시, 글로벌테크의 기술팀이 도착했다. 잭 존슨도 함께였다. 그는 오늘도 정중하고 부드러운 태도를 유지하며, 팀원들을 이끌고 회의실로 들어왔다.
"대표님, 오늘은 저희 기술팀이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제시해 드리려고 합니다."
잭은 팀원들을 소개하고, 각자의 전문 분야를 설명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눈에 띈 사람은 젊은 한국인 여성 연구원이었다. 그녀의 이름은 이지연이었는데, 글로벌테크의 연구소에서 박사 후 과정을 밟고 있다고 했다.
심운음은 그녀에게 관심이 갔다.
"지연 씨, 한국인인데 미국에서 연구 중이시군요. 어떤 분야를 전공하셨습니까?"
이지연은 약간 긴장한 듯 미소를 지었다.
"저는 인공지능과 신경과학의 융합 분야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간의 인지 과정을 모방한 AI 모델을 개발하는 데 관심이 있습니다."
심운음은 흥미롭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흥미로운 분야군요. 저희 연구소에서도 AI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함께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회의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글로벌테크 측은 공동 연구소 설립과 기술 인력 교류를 제안했고, 심운음은 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모든 것이 겉보기에는 완벽하게 진행되는 듯했다.
하지만 심운음은 알지 못했다. 잭 존슨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기술 협력이 아니었다. 그는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아, 그녀를 자신의 도구로 만들 계획이었다. 그의 눈에는 그녀의 강인함과 원칙주의가 오히려 매력적으로 보였다. 그런 여자일수록 무너뜨리는 재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회의가 끝난 후, 잭은 심운음에게 다가와 말했다.
"대표님, 오늘 회의 정말 유익했습니다. 저희가 준비한 기술 문서를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다음 주에 저희 미국 본사를 방문하실 의향은 없으십니까? 현장을 직접 보시면 더 좋은 협력 방안이 떠오를 수도 있습니다."
심운음은 잠시 망설였다. 미국 본사 방문은 예정에 없던 일이었다. 하지만 해외 기술 동향을 직접 살펴볼 기회이기도 했다.
"생각해 보겠습니다. 일정을 조정해 보도록 하죠."
잭은 미소를 지었다.
"기다리겠습니다. 대표님의 결정을."
그가 돌아선 후, 심운음은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와 깊은 숨을 내쉬었다. 왠지 모르게, 그와 대화할 때마다 머릿속이 약간 혼란스러워지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그것을 단순한 피로 때문이라고 생각하려 했다.
그날 밤, 집에서 심운음은 잠들기 전에 진명과 이야기했다.
"여보, 나 다음 주에 미국 출장을 가야 할 것 같아. 글로벌테크 본사 방문 요청이 왔어."
진명은 약간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너무 급한 거 아니야?"
"괜찮아. 중요한 기회니까. 그리고 며칠만 다녀올게."
진명은 그녀를 꼭 안아주었다.
"조심해야 해. 항상 네가 먼저야."
심운음은 그의 품에 안겨 눈을 감았다.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큰 위험에 빠져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며칠 후, 심운음은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그녀의 비행기는 2시간 후에 출발할 예정이었다. 그녀는 라운지에서 커피를 마시며 문서를 검토하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심 대표님, 우연이군요."
고개를 들자, 잭 존슨이 그녀 앞에 서 있었다. 그는 오늘도 정장을 말끔히 차려입고, 다정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존슨 부사장님, 같은 비행기이신가요?"
"네, 본사로 돌아가는 길입니다. 함께 가게 되어 영광이군요."
심운음은 약간 불편했지만, 예의상 미소를 지었다. 그들이 같은 비행기를 타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잭은 일부러 그녀의 일정을 알아내어 같은 비행기를 예약한 것이었다.
비행기 안에서, 그들은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잭은 기내에서도 계속 대화를 시도했다.
"대표님, 한국의 차 문화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습니다. 다음에 함께 찻집에 가실 수 있을까요?"
심운음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시간이 된다면 좋죠."
잭은 그녀의 반응을 살폈다. 그녀는 아직 경계를 풀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그에게 오히려 도전이었다. 그는 그녀의 마음을 열기 위해 어떤 방법을 써야 할지 이미 계획하고 있었다.
비행기가 미국에 도착했을 때, 심운음은 이미 약간의 피로를 느꼈다. 그녀는 호텔에 체크인하고 곧바로 샤워를 했다.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남편 진명이었다.
"여보, 잘 도착했어?"
"응, 도착했어. 피곤하지만 괜찮아."
"밥은 먹었어?"
"아직. 곧 방에서 시켜 먹으려고."
"혼자 있는 거 아니지? 조심해야 해."
심운음은 웃으며 말했다.
"걱정 마. 나는 강하니까."
그녀는 전화를 끊고 방 안을 둘러보았다. 호텔 방은 고급스러웠지만, 그녀는 왠지 불안했다. 그녀는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려 했지만,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글로벌테크의 본사로 향했다. 거대한 유리 건물이 그녀를 맞이했다. 로비에는 첨단 기술을 자랑하는 전시물들이 늘어서 있었다. 잭 존슨이 그녀를 맞이하며 안내했다.
"대표님, 저희 회사의 시설을 직접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는 그녀를 연구소, 생산 라인, 그리고 최신 제품 전시관으로 안내했다. 모든 것이 인상적이었지만, 심운음은 여전히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점심 시간, 잭은 그녀를 고급 레스토랑으로 데려갔다. 그들은 식사하면서 기술과 비즈니스에 대해 이야기했다. 하지만 대화의 흐름은 점점 그녀의 개인적인 신념과 철학으로 옮겨갔다.
"대표님, 저는 당신의 애국심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더 넓은 시야를 가질 필요도 있습니다. 세계는 점점 더 연결되고 있고, 국경은 의미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심운음은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국경이 의미를 잃는다고 해도, 내가 태어나고 자란 나라에 대한 애정은 변하지 않습니다. 저는 제 기술이 제 나라와 민족을 위해 사용되길 바랍니다."
잭은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물론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자신의 신념이 오히려 발전을 가로막을 수도 있습니다. 개방적인 사고가 필요합니다."
그의 말은 그녀에게 불쾌감을 주지는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그녀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주제를 돌렸다.
"다른 이야기를 합시다. 존슨 부사장님은 어떻게 이 업계에 들어오셨습니까?"
잭은 잠시 당황했지만, 곧 침착하게 대답했다.
"저는 원래 심리학을 전공했습니다. 하지만 기술과 인간의 마음을 연결하는 데 관심이 많아 이 업계로 뛰어들었습니다."
심운음은 그의 전공에 약간 놀랐다.
"심리학을 전공하셨군요. 그렇다면 사람의 마음을 잘 이해하시겠네요."
잭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습니다. 저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탁월합니다. 특히, 강한 의지를 가진 사람들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합니다."
그의 말에 심운음은 왠지 모르게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을 무시하려 했다.
식사가 끝난 후, 그녀는 호텔로 돌아왔다. 방에 혼자 있자, 그녀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녀는 잭 존슨의 말들이 계속 떠올랐다. 그의 말은 논리적이었고, 설득력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신념을 의심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잠이 들기 직전, 그녀는 이상한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그녀는 어두운 방 안에 갇혀 있었고, 누군가가 그녀의 귀에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너의 신념은 약해. 너의 의지는 깨질 수 있어."
그녀는 깜짝 놀라 잠에서 깼다.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그녀는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이건 단지 악몽일 뿐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알지 못했다. 잭 존슨은 이미 그녀의 마음에 세뇌의 씨앗을 심기 시작했다는 것을. 그의 계획은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다음 날, 글로벌테크의 정식 미팅이 있었다. 회의실에는 여러 명의 임원들이 참석했다. 잭은 PPT를 통해 공동 연구 개발의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했다. 심운음은 집중해서 듣고,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모든 질문에 대해 잭은 명확하고 논리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회의가 끝난 후, 잭은 심운음에게 다가와 말했다.
"대표님, 오늘 저녁에 저희 사장님이 공식 만찬을 준비했습니다. 꼭 참석해 주시기 바랍니다."
심운음은 일정을 확인했다. 특별한 약속이 없었기에 수락했다.
"알겠습니다. 참석하겠습니다."
저녁 만찬은 고급 호텔의 연회장에서 열렸다. 글로벌테크의 사장은 백인 남성이었고, 매우 정중하게 그녀를 맞이했다. 만찬 내내 다양한 사람들이 그녀에게 다가와 대화를 나누었다. 그녀는 자신이 중요한 인물로 대우받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녀는 눈치채지 못했다. 그녀가 마시는 와인에 무언가가 섞여 있었다는 것을. 잭 존슨은 그녀가 약간 취한 틈을 타서 대화를 이끌었다.
"대표님, 당신은 정말 대단한 분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 조언을 드리자면, 때로는 고집을 버리는 것도 필요합니다."
심운음은 약간 어지러움을 느끼며 대답했다.
"고집이 아니라 원칙입니다."
잭은 미소를 지었다.
"원칙과 고집은 종종 같은 것입니다. 당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세요. 당신의 기술이 세계를 바꿀 수 있습니다. 국경을 넘어서 모든 인류를 위해."
그의 말이 그녀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그녀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왠지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만찬이 끝난 후, 그녀는 호텔 방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머리가 무겁고, 생각이 잘 정리되지 않았다. 그녀는 휴대폰을 들어 진명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지만, 손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그날 밤, 그녀는 다시 꿈을 꾸었다. 이번에는 꿈속에서 그녀가 연단 위에 서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무언가를 말하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때, 잭 존슨이 그녀 앞에 나타나 손을 내밀었다.
"나를 따라와. 네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보여주겠다."
그녀는 그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그들은 어두운 복도를 걸어갔다. 복도 끝에는 빛이 보였고, 그녀는 그 빛을 향해 걸어갔다.
다음 날 아침, 그녀는 깨어났을 때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녀는 물을 마시며 어젯밤의 기억을 더듬었다. 하지만 선명하게 기억나는 것은 없었다. 단지, 잭 존슨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그녀의 머릿속을 맴돌 뿐이었다.
그녀는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오늘은 글로벌테크의 연구소를 방문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그녀는 호텔 로비로 내려갔고, 잭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대표님. 숙면을 취하셨나요?"
심운음은 무표정하게 대답했다.
"네, 괜찮았습니다."
잭은 그녀의 어깨에 살짝 손을 얹으며 말했다.
"오늘은 정말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될 겁니다. 저희 연구소는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그녀는 그의 손길에 약간의 전율을 느꼈다. 그것은 불쾌한 느낌이 아니었다. 오히려 어떤 안도감 같은 것이었다. 그녀는 스스로에게 이건 그냥 비즈니스일 뿐이라고 되뇌었다.
연구소는 정말 인상적이었다. 최신 장비들과 연구원들이 열정적으로 일하고 있었다. 잭은 그녀를 한 연구실로 안내했다. 거기에는 커다란 스크린과 여러 대의 컴퓨터가 있었다.
"이곳은 저희의 차세대 AI 연구실입니다. 여기서 개발 중인 기술은 인간의 마음을 읽고 조종할 수 있습니다."
심운음은 놀라서 물었다.
"마음을 읽는다고요?"
잭은 미소를 지었다.
"네, 정확히 말하면 뇌파를 분석하여 감정과 생각을 파악하는 기술입니다.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그녀는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복잡한 그래프와 수치들이 흘러가고 있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잭은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인류의 진정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해집니다. 더 이상 오해나 갈등은 없을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게 되는 거죠."
심운음은 그의 말에 깊이 빠져들었다. 그녀는 이 기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동시에, 무언가 잘못된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때, 잭이 그녀의 어깨에 다시 손을 얹었다.
"대표님, 당신도 이 기술에 동참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재능과 이 기술이 결합된다면, 세상은 완전히 달라질 것입니다."
그의 목소리는 달콤하고 부드러웠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생각해 보겠습니다."
연구소 방문이 끝난 후, 그녀는 호텔로 돌아왔다. 그녀는 방 안에서 혼자 생각에 잠겼다. 잭 존슨의 제안은 달콤했지만, 그녀는 자신의 원칙을 저버릴 수 없었다. 그녀는 진명에게 전화를 걸어 모든 이야기를 했다.
진명은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여보, 네 판단을 믿어. 하지만 조심해야 해. 그 사람에게 뭔가 수상한 점이 느껴져."
심운음은 그의 말에 동의했다.
"나도 그래. 하지만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우리 기술이 세계로 나갈 수 있는 좋은 기회야."
"그래, 하지만 너무 깊이 빠지지 마. 항상 네 자신을 지켜."
그녀는 전화를 끊고 깊은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속에는 이미 잭 존슨이 심은 씨앗이 조금씩 자라나고 있었다.
다음 날, 그녀는 글로벌테크와의 추가 미팅을 위해 다시 본사로 향했다. 이번에는 법률팀과 함께 세부 계약 조건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회의실에 들어서자, 잭 존슨이 그녀를 반겼다.
"대표님, 오늘은 중요한 결정을 내리실 날입니다."
심운음은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결정은 신중하게 내리겠습니다."
회의는 몇 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조건들은 대부분 합리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계약서의 한 조항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그 조항은 글로벌테크가 그녀의 회사 기술에 대한 접근 권한을 광범위하게 가질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조항은 수정이 필요합니다. 저희 기술에 대한 접근 권한은 제한적이어야 합니다."
잭은 그녀의 반응을 살펴보며 말했다.
"그 조항은 상호 협력을 위한 것입니다. 하지만 대표님의 의견을 존중하여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그가 너무 쉽게 수락하는 태도에 심운음은 오히려 더 의심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회의가 끝난 후, 그녀는 법률팀의 의견을 듣고 최종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그녀가 회의실을 나서려는 순간, 잭이 그녀를 불렀다.
"대표님, 오늘 저녁에 다시 한 번 이야기할 기회를 가질 수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몇 가지 중요한 사항을 논의하고 싶습니다."
심운음은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수락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시간은 길지 않게 부탁드립니다."
저녁, 그들은 호텔의 라운지에서 만났다. 잭은 그녀에게 한 잔의 와인을 권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와인을 받아 마셨다. 이번에는 아무런 이상한 맛이 없었다.
"대표님, 당신은 정말 특별한 사람입니다. 저는 당신의 비전과 능력에 깊이 감명받았습니다."
심운음은 그의 말을 조용히 들었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당신이 너무 자신의 신념에 갇혀 있다는 것입니다. 세상은 더 넓고, 더 다양한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녀는 그의 말에 반박하려 했지만, 그의 목소리는 너무나 부드럽고 설득력이 있었다.
"저는 당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습니다. 당신은 단순한 기업가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고 싶어 합니다. 맞죠?"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당신의 신념이 오히려 그 목표를 방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때로는 더 큰 것을 위해 작은 것을 희생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의 말은 그녀의 마음을 깊이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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