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설민은 공명의 손목을 잡아끌며 고급 중식당의 황금빛 문을 열었다. 붉은 비단으로 덮인 테이블에는 이미 네 명의 남자가 둘러앉아 있었다.
“미안합니다, 늦었습니다.”
공명이 허리를 굽히며 인사했다. 이설민은 고개를 들어 천천히 자리들을 훑어보았다. 심의, 정파, 팽호, 형립국. 그녀는 눈꺼풀을 살짝 내리깔며 자리에 앉았다.
심의가 조용히 술잔을 들어 건배를 청했다. “이 사모님이 오셨으니 한잔 들죠.”
이설민은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며 잔을 받아 들었다. 그 순간 정파의 눈빛이 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스치듯 지나갔다. 잘생긴 얼굴, 입가에 걸린 얄팍한 미소. 그녀는 술잔에 닿은 입술 사이로 정파의 그 손이 자신의 등을 타고 내려가는 상상을 했다.
팽호는 반대쪽에서 나무토막처럼 앉아 있었다. 넓은 어깨, 굵은 목. 그는 가끔 그녀에게 눈길을 주었다가 바로 시선을 돌렸다. 이설민은 그가 자신을 보호할 것처럼 굴면서도 그의 거친 손이 자신을 찢을 것 같은 상상에 몸을 떨었다.
형립국이 있었다. 압도적인 존재감. 그는 식사 내내 거의 말하지 않았다. 다만 가끔 입맛을 다시며 그녀를 향해 굵은 눈썹을 까닥였다. 이설민은 그의 눈이 자신의 다리를 따라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그가 자신을 아무 데나 붙잡고 밀어 넣는 모습을 상상하자 속이 뜨거워졌다.
심의는 옆자리에서 맥주를 따라주며 능숙한 손놀림으로 살짝 그녀의 손등을 스쳤다. “이 사모님, 술 좀 더 드실래요?” 그의 중년의 손에는 부드러운 열기가 있었다. 그는 자기 앞에 앉은 여자를 차분히 기다리며 사냥하는 스타일이었다. 이설민은 그가 자신을 조용히 감금할 것 같은 상상에 숨이 가빠졌다.
식사가 진행될수록 그녀의 생각은 더욱 음란해졌다. 숟가락을 입에 넣을 때마다 자신의 몸 구석구석이 남자들의 손길에 촉촉히 젖는 환상이 밀려왔다. 테이블 아래에서 그녀는 공명의 다리를 살짝 걷어찼다. 공명은 깜짝 놀라 그녀를 쳐다보았지만 아무 말도 못 하고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정파가 조용히 말했다. “이 사모님은 영리하신 분 같습니다. 우리 같은 사람들을 만나는 게 즐거우신가요?”
이설민은 천천히 술잔을 내려놓았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정파를 똑바로 응시하며 눈썹을 살짝 올렸다. “즐겁지 않으면 왜 왔겠어요?”
그 대답은 식탁을 순간적으로 침묵에 빠뜨렸다. 형립국이 낮고 굵은 웃음을 터뜨렸다. 팽호는 얼굴을 굳게 한 채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이설민은 다시 술잔을 들어 입술을 적셨다. 그녀의 혀끝이 잔 가장자리를 살짝 핥았다. 그 모습은 우연처럼 보였지만 순간 정파의 눈에 불이 붙었다. 심의는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며 식탁 아래에 놓인 자신의 손가락을 천천히 비비고 있었다.
공명은 머리를 조아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아내가 점차 타락해 가는 모습을 보며 저음의 숨을 삼켰다. 이설민은 그 모습을 보고 짜릿한 쾌감을 느꼈다.
“자, 이제 건배를 하죠.”
이설민이 먼저 술잔을 들었다. 그녀의 눈빛은 다섯 남자를 하나하나 짚으며 마치 자신을 바칠 제물을 고르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