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륜산 정상, 만년의 눈이 녹지 않은 백옥 같은 봉우리 위에 여섯 명의 절세 미녀가 서로 마주보고 서 있었다. 바람이 그들의 옷자락을 스치자, 산 정상의 기운이 순간 얼어붙는 듯했다.
윤예상은 흰 사紗를 입고 손에는 현천령을 쥐고 있었다. 그녀의 눈빛은 마른 호수의 물처럼 고요했지만, 그 깊은 곳에서는 누구도 읽을 수 없는 복잡한 빛이 스쳤다. 그녀의 뒤에는 다섯 명의 여성 부하가 마치 쇠말뚝처럼 서 있었다. 그들의 눈빛은 모두 경계와 경외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살짝 돌려 주위를 둘러보며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었다.
“유여연, 너의 그 마녀들, 오늘은 제법 화려하게 차렸구나.”
유여연은 붉은 입술을 삐죽 내밀며 손가락으로 자신의 검은 장포 자락을 살며시 스쳤다. 그녀의 뒤에 선 다섯 명의 마녀는 각자 채찍과 밀랍 촛불을 들고 있었다. 촛불은 찬 바람 속에서도 꺼지지 않고 흔들흔들 타올랐다.
“윤예상, 네가 흰 옷을 입으니 마치 상복을 입은 것 같구나. 오늘 조교 대회에 참가하려는 거야, 아니면 제사를 지내려는 거야?”
그녀의 목소리는 섬세하면서도 날카로웠다. 마치 바늘처럼 윤예상의 귀를 찌르는 듯했다.
윤예상은 그녀의 말에 전혀 동요하지 않고, 손가락으로 현천령을 가볍게 퉁겼다. 맑은 소리가 산 정상에 울려 퍼졌다.
“제사? 좋아. 오늘은 누가 제물이 될지 한번 보자.”
봉명소는 한쪽에서 팔짱을 끼고 서서 무표정하게 이 광경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발에는 ‘봉우금루화’가 신겨져 있었는데, 금실로 수놓은 봉황 무늬가 해와 달의 빛을 반사하며 찬란하게 빛났다. 그녀의 뒤에 선 다섯 명의 여성 전사는 모두 키가 크고 건장했으며, 눈빛에는 위엄이 서려 있었다.
“말다툼 그만해. 시간이 늦었어. 소세계 입구가 이미 열렸다.”
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무거웠다. 마치 북소리처럼 사람의 가슴을 울렸다.
과연, 산 정상의 중앙 공간이 갑자기 뒤틀리기 시작했다. 공기가 마치 물결처럼 일렁이며 점점 회전하는 소용돌이로 변했다. 소용돌이 안에서는 알 수 없는 빛이 번쩍이며 신비한 기운을 뿜어냈다.
야유리는 그림자 속에 숨어 있었다. 그녀의 손가락 사이에는 은빛 침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녀의 눈빛은 마치 밤의 올빼미처럼 날카롭게 빛났다. 그녀의 뒤에 선 다섯 명의 여자 암살자는 모두 검은 옷을 입고 있었고, 마치 그림자처럼 그녀와 하나가 되어 움직였다.
“흥, 소세계라…… 좋아, 이번에는 또 누가 내 손에 떨어질지 한번 보자.”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바람에 실려 온 것처럼 희미하게 들렸다.
화농영은 한쪽에 서서 손에 든 가시 돋친 장미 한 송이를 살며시 쓰다듬고 있었다. 장미의 향기가 그녀의 손끝을 따라 퍼져 나갔다. 그녀의 뒤에 선 다섯 명의 선녀는 각자 꽃과 잎사귀를 들고 있었고, 마치 봄바람처럼 부드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 향기…… 이번 소세계에는 좋은 꽃이 많을 것 같아.”
그녀는 살며시 웃으며 눈빛이 마치 가을 물처럼 맑았다.
희무상은 가장자리에 서 있었다. 그녀의 주위를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고, 발밑에는 이미 한 겹의 얇은 얼음이 맺혀 있었다. 그녀의 뒤에 선 다섯 명의 얼음 궁녀는 모두 흰 옷을 입고 있었고, 마치 얼음 조각상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시끄러워. 어서 가자.”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빙산에서 내려오는 찬 기운처럼 차가웠다.
소용돌이가 점점 더 거세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마치 산 정상의 모든 빛을 빨아들이는 듯했다. 여섯 명의 미녀는 서로를 한 번 쳐다보았고, 각자의 눈빛에는 전쟁 의지와 자신감이 담겨 있었다.
“먼저 갈게.”
윤예상이 먼저 움직였다. 그녀가 발을 내딛자 흰 옷자락이 바람에 펄럭였다. 그녀의 뒤에 있는 다섯 명의 부하도 그림자처럼 따라 움직였다. 한순간, 그들은 소용돌이 속으로 사라졌다.
유여연은 그녀의 뒤를 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윤예상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며 입가에 음흉한 미소를 띠었다.
“재미있겠군.”
그녀가 손을 들어 신호를 보내자, 다섯 명의 마녀가 횃불을 높이 들고 그녀를 따라 뛰어들었다.
봉명소는 발끝으로 땅을 가볍게 차며 몸을 날렸다. 그녀의 ‘봉우금루화’는 공중에서 반짝이며 황금빛 궤적을 그렸다.
야유리는 그림자 속으로 사라졌다. 그녀의 부하들도 각자 흩어져 소용돌이 속으로 잠입했다.
화농영은 장미를 가슴 앞에 대고 살며시 속삭였다.
“가자, 우리도.”
그녀의 뒤에 있는 다섯 명의 선녀가 나란히 따라 움직였다.
희무상은 마지막으로 남았다. 그녀는 소용돌이를 응시하며 눈빛에 차가운 빛이 반짝였다.
“빙궁이 이미 준비됐다. 들어가자.”
그녀가 손을 휘두르자, 뒤에 있는 다섯 명의 얼음 궁녀도 따라 뛰어들었다.
소용돌이가 점점 사라지며 산 정상은 다시 고요해졌다.
윤예상은 눈을 떴다. 그녀의 주위는 대나무 숲이었다. 대나무는 높이 솟아 있고, 잎은 빽빽하게 자라 하늘을 가리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대나무 숲을 둘러보며 눈빛에 만족감을 띠었다.
“여기라…… 좋아.”
그녀의 다섯 명의 부하가 그녀 주위에 둘러섰다. 한 명이 앞으로 나서며 공손하게 말했다.
“성녀님, 여기는 대나무 숲이 우거져 있어 진법을 설치하기에 좋습니다.”
윤예상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에 든 현천령을 살며시 만졌다.
“현천미진을 설치하자. 이곳이 바로 그들이 오기를 기다리는 좋은 곳이다.”
그녀의 명령이 떨어지자 다섯 명의 부하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각자 위치를 잡고 손에 든 영부를 땅에 꽂았다. 잠시 후, 대나무 숲 안에 은은한 안개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안개 속에서는 알 수 없는 기운이 감돌았다.
윤예상은 손을 등 뒤로 하고, 눈빛을 멀리 대나무 숲 밖으로 향했다.
“누가 먼저 올까…….”
유여연은 용암 동굴에 섰다. 그녀의 주위는 붉은 용암이 졸졸 흐르며 뜨거운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그녀는 혀로 입술을 핥으며 눈에 흥미로운 빛을 반짝였다.
“용암 동굴이라…… 흥, 재미있군.”
그녀의 뒤에 있는 다섯 명의 마녀가 앞으로 나서며 공손하게 말했다.
“마녀님, 여기는 횃불을 켜기에 좋습니다. 온도가 적당해서……”
“당연히 알지.”
유여연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 그녀는 손을 휘둘러 신호를 보냈다.
“횃불을 켜라. 함정을 설치하자. 나는 누가 먼저 내 손에 떨어질지 보고 싶다.”
마녀들이 명령을 받들어 각자 횃불을 꺼내 켰다. 화염이 용암 동굴 안에서 춤을 추며 벽에 기괴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유여연은 동굴 입구에 서서 용암의 빛이 그녀의 얼굴을 붉게 물들이는 것을 바라보며 입가에 음흉한 미소를 띠었다.
“윤예상, 너는 나를 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마.”
봉명소는 초원에 섰다. 그녀의 주위는 끝없이 펼쳐진 풀밭이었고, 바람이 불 때마다 풀잎이 물결처럼 일렁였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며 눈에 만족감을 띠었다.
“여기라…… 좋아.”
그녀가 두 손을 모아 입가에 대고 휘파람을 불자, 하늘 너머에서 백마 한 마리가 달려왔다. 그 말은 몸이 눈처럼 희고, 갈기는 바람에 휘날렸다.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신마 같았다. 봉명소는 몸을 날려 말에 올라탔다. 그녀의 발끝이 말의 배를 살짝 차자, 말은 곧바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따라와! 지형을 정찰하자!”
그녀의 뒤에 있는 다섯 명의 여성 전사도 각자 말에 올라타 그녀를 따라 질주했다.
야유리는 폐허 속에 섰다. 그녀의 주위는 무너진 성벽과 부서진 기둥뿐이었다. 곳곳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그녀는 손가락 사이에 낀 은침을 살며시 만지며 눈빛에 차가운 빛이 반짝였다.
“여기라…… 숨기 좋군.”
그녀가 손을 휘둘러 신호를 보내자, 뒤에 있는 다섯 명의 암살자가 즉시 흩어졌다. 각자 그림자 속에 숨어들었다.
야유리는 몸을 날려 높은 탑 꼭대기로 올라갔다. 그녀는 높은 곳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전체 폐허를 한눈에 담았다. 그녀의 눈은 마치 독사처럼 예리하게 빛났다.
“와라. 나는 이미 오래 기다렸다.”
화농영은 꽃바다 속에 섰다. 그녀의 주위는 온갖 종류의 꽃들이 만발했고, 형형색색의 꽃잎이 바람에 흩날리며 사람을 취하게 만드는 향기를 풍겼다. 그녀는 손에 든 가시 돋친 장미를 살며시 만지며 눈에 부드러운 빛이 스쳤다.
“여기라…… 아름답구나.”
그녀의 뒤에 있는 다섯 명의 선녀가 앞으로 나서며 공손하게 말했다.
“선녀님, 여기는 백화향진을 설치하기에 좋습니다. 꽃향기가 감각을 혼란시키기에 충분합니다.”
화농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에 든 장미를 땅에 살며시 꽂았다.
“시작하자. 이 꽃밭이 바로 그들이 영원히 기억할 조련장이 될 것이다.”
그녀의 명령이 떨어지자 다섯 명의 선녀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각자 손에 든 꽃과 잎사귀를 땅에 뿌렸다. 잠시 후, 꽃밭 안에 더욱 짙은 향기가 퍼져 나갔다. 그 향기에는 알 수 없는 기운이 섞여 사람을 어지럽게 했다.
희무상은 얼음 호수 위에 섰다. 그녀의 발밑은 두꺼운 얼음으로 덮여 있었고, 차가운 기운이 공기 중에 스며들어 사람의 뼛속까지 파고드는 듯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얼음 호수를 둘러보며 눈에 냉담한 빛이 반짝였다.
“여기라…… 적당하군.”
그녀가 두 손을 모아 가슴 앞에 대고 입으로 주문을 외우자, 얼음 호수 위에 갑자기 얼음 결정이 맺히기 시작했다. 그 얼음 결정은 빠르게 자라나 점점 웅장한 얼음 궁전으로 변했다.
그녀의 뒤에 있는 다섯 명의 얼음 궁녀가 앞으로 나서며 공손하게 말했다.
“궁주님, 얼음 궁전이 이미 세워졌습니다. 사냥감을 기다리기만 하면 됩니다.”
희무상은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감았다.
“기다리자. 그들은 곧 올 것이다.”
여섯 명의 미녀, 여섯 개의 지역, 여섯 개의 진법.
소세계 안에는 위기가 도사리고 있었다. 어떤 시험과 어떤 고통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이 싸움, 이미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