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천음겁록
## 제1장: 어두운 거점의 계략
촛불이 희미하게 타오르는 지하 밀실. 습기 찬 공기 속에 묵은 피와 약초, 그리고 무언가 썩어가는 냄새가 뒤섞여 있었다.
린위안은 긴 책상 위에 펼쳐진 수많은 문서들 사이에 서 있었다. 그의 건장한 체격이 희미한 불빛 아래 그림자를 길게 드리웠다. 손가락이 천천히 문서 더미 위를 스치다가, 한 장의 초상화 위에서 멈추었다.
야오츠.
현묘종의 여종주. 천하제일 고수. 그리고... 그의 눈에 든 사냥감.
초상화 속 여인은 당당하게 앉아 있었고, 그 눈빛은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냉기를 발산하고 있었다. 허리까지 닿는 검은 장발, 오뚝한 이목구비, 그리고 그 눈동자 속에 숨겨진 무언가... 검고 맑은 복숭아꽃눈 아래 맺힌 눈물점이 더욱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린위안의 입가에 음흉한 미소가 번졌다.
"현묘종의 여종주... 천하제일 고수..."
그는 초상화 옆에 놓인 서류를 집어 들었다. 그 안에는 야오츠의 모든 것이 기록되어 있었다. 그녀의 수련 경로, 취약한 순간들, 심지어 그녀의 남편 예판이 폐관 중이라는 사실까지.
"완벽한 그릇이군."
그의 목소리는 낮고 차가웠으며, 밀실의 적막을 갈랐다. 그는 서류를 내려놓고 책상 서랍을 열었다. 그 안에는 수많은 물건들이 정리되어 있었다—야오츠의 옷 조각, 머리카락, 그리고 그녀가 사용했던 개인 물품들.
린위안은 천천히 머리카락 다발을 집어 손가락 사이로 비벼 보았다. 부드럽고 매끄러운 감촉이 그의 살갗을 스쳤다.
"냉염하여 범접할 수 없는 여종주...," 그가 중얼거렸다. "하지만 네가 품고 있는 그 열기를 나는 알고 있다. 모든 사람이 모르는 본질을... 나는 꿰뚫어 보았다."
그는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탁자 위에 펼쳐 놓았다. 그옆에 옷 조각을 가지런히 정렬하기 시작했다. 비단 조각은 희미하게 그녀의 체향을 머금고 있었다—맑고 청량하면서도 은은하게 감도는 향.
린위안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의 눈에 광기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이 향기를... 영원히 네 몸에 새겨주마."
그는 벽장에서 여러 가지 도구들을 꺼냈다. 자그마한 옥으로 만든 병, 정밀하게 새겨진 부적들, 그리고 은색 실로 수놓은 비단 조각들. 이 모든 것들이 정교하게 준비된 '혼을 빼내고 바꾸는 음란 주문'의 도구들이었다.
린위안은 탁자 위에 야오츠의 물품들을 배열했다. 머리카락, 옷 조각, 그리고 몇 장의 편지—그녀가 직접 쓴 필체가 남아 있는. 이 모든 것들이 그녀의 영혼과 연결될 매개체가 될 것이다.
그는 눈을 감고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낮고 육중한 음성이 공간을 울렸다. 어둠이 더욱 짙어지고, 촛불이 깜빡였다가 거의 꺼질 듯 흔들렸다. 밀실의 온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음란한 굴레가 네 영혼을 감싸리니..."
린위안의 손가락이 공중에 복잡한 무늬를 그렸다. 은은한 푸른 빛이 그의 손끝에서 흘러나와, 탁자 위의 물품들을 감쌌다. 머리카락이 바람 없이도 살짝 떨렸다.
"네 의지는 무너지고, 네 혼은 타락하리라."
그의 목소리가 점점 더 깊어졌다. 방 안의 그림자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벽에 드리운 그의 그림자가 거대하게 일그러져 흔들렸다.
린위안은 병 속에서 붉은 가루를 꺼내 탁자 위에 뿌렸다. 가루가 허공에 흩어져 별처럼 반짝이다가, 그녀의 머리카락과 옷 조각 위에 내려앉았다.
"현묘종의 여종주여...," 그가 속삭였다. "네가 지니고 있는 그 고고함이 얼마나 오래갈지 두고 보자. 네가 지키는 그 정절이 얼마나 단단할지 시험해보리라."
그는 부적 한 장을 집어 불꽃 위에 태웠다. 부적이 타오르며 푸르스름한 연기를 피워 올렸다. 연기가 야오츠의 머리카락을 감싸 돌았다.
"지금부터... 내 주문이 네 영혼에 스며들기 시작한다.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린위안의 눈이 붉게 빛났다. 그는 탁자 위에 놓인 야오츠의 편지를 집어 들었다. 거기에는 그녀의 단정한 필체로 적힌 글이 있었다—종무에 관한 내용과, 남편에 대한 근심. 그는 그 편지를 입술에 가져다 대고 속삭였다.
"너의 모든 걱정, 모든 근심... 곧 하나의 갈망으로 바뀔 것이다. 네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들이, 너를 가장 깊은 수렁으로 이끌 것이다."
그는 편지를 탁자 위에 내려놓고, 다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더 길고, 더 복잡한 주문이었다. 그의 목소리가 밀실 전체를 울렸고, 벽이 조금씩 진동했다.
촛불이 갑자기 꺼졌다가 다시 켜졌다. 그 순간, 탁자 위의 머리카락과 옷 조각들이 금빛으로 빛나다가 사라졌다. 부적의 재가 바람 없이도 허공을 맴돌다가, 그녀의 물품 위에 고르게 내려앉았다.
린위안은 깊은 숨을 내쉬었다. 그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이 주문은 천하에 몇 안 되는 자만이 쓸 수 있는 고급 주문이었다. 영혼을 직접 건드리는, 가장 위험하고 가장 강력한.
"좋아... 첫 단계는 끝났다."
그는 탁자 위의 물품들을 조심스럽게 정리했다. 그의 손길은 마치 가장 소중한 보물을 다루듯 부드러웠다. 그녀의 머리카락 한 올, 옷 조각 한 조각이 모두 전략적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린위안은 일어서서 방 한쪽에 놓인 거울 앞으로 걸어갔다. 거울 속에는 자신의 모습이 비쳤다—건장한 체격에 날카로운 눈빛, 그리고 입가에 걸린 냉소적인 미소.
"야오츠... 너는 모를 것이다. 네가 곧 무엇이 될지를."
그는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며 말했다.
"현묘종의 여종주가 아니라... 내 손바닥 위에서 춤추는 단순한 노예가 될 것을."
그의 손가락이 거울 표면을 스쳤다. 거울이 일렁이며, 그 속에 야오츠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아직은 고귀하고 냉엄한, 범접할 수 없는 여종주의 모습.
"하지만 머지않아... 그 눈동자에 열정이 타오르리라. 그 입술에서 신음이 흘러나오리라. 그 몸이... 나를 위해 타오르리라."
린위안은 거울에서 시선을 떼고, 방 중앙에 놓인 의자로 걸어갔다. 앉으며 그는 다시 한번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의 계획은 순조로웠다. 수집한 정보, 정교하게 설계된 주문, 그리고 완벽한 타이밍. 모든 것이 그의 손안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밀실의 촛불이 다시 조용히 타오르기 시작했다. 어둠이 물러가고, 희미한 빛이 방을 채웠다. 린위안은 책상 서랍에서 또 다른 문서를 꺼냈다. 그곳에는 예설기—야오츠의 딸이자 봉황 제국의 여제—에 관한 정보가 적혀 있었다.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는 법," 그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어미의 주문이 완성되면... 딸도 자연스럽게 따라오리라."
그가 문서를 넘기며 또 다른 계획을 머릿속에 그리기 시작했다. 그의 눈빛이 더욱 깊고 어두워졌다.
어두운 거점의 계략은 첫 걸음을 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