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아금은 통장 잔고를 확인하며 깊은 숨을 내쉬었다. 첫 수입이 들어온 지 일주일 만에 그녀는 서울 외곽의 조용한 주택가에 있는 단독주택을 계약했다. 넓은 거실에 마당이 딸린 집이었다. 부동산 중개인이 집을 소개할 때 "가족이 살기 좋은 곳"이라고 말했지만, 임아금의 머릿속에는 전혀 다른 그림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사 짐을 푸는 것보다 더 먼저 한 일은 지하실 개조 공사였다. 그녀는 직접 설계도를 그렸다. 밤마다 아이패드에 선을 긋고, 치수를 재고, 재료 목록을 작성했다. 진효우는 방 안에 틀어박혀 공부하는 척했지만, 문틈 사이로 들려오는 어머니의 전화 통화 내용에 귀를 기울였다.
"네, 스테인리스 스틸 프레임으로 해주세요. 하중은 최소 200킬로그램 이상... 아니요, 일반 가구점이 아니라 특수 제작입니다."
진효우는 입술을 깨물었다. 어머니가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가슴 한편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일주일 후, 지하실 개조 공사가 끝났다. 임아금은 아들에게 "구경해보지 않겠니?"라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진효우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발걸음은 무거웠다. 지하실로 내려가는 계단을 하나씩 밟을 때마다 심장이 더 크게 뛰었다.
문이 열렸다. 형광등이 번쩍 켜지며 공간 전체가 드러났다.
진효우는 숨을 삼켰다.
방 한가운데에는 커다란 목마가 서 있었다. 검은색 광택이 나는 목재로 만들어진 그것은 말 그대로의 목마가 아니라, 여자가 올라타서 다리를 벌린 채 앉아야 하는 구조였다. 등받이는 없었고, 대신 손목과 발목을 묶을 수 있는 가죽 끈이 네 군데에 달려 있었다. 안장 부분은 약간 튀어나와 있었고, 표면에는 미세한 돌기들이 박혀 있었다.
"이건 직접 디자인한 거야." 임아금이 말했다.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앉는 높이를 조절할 수 있고, 안장 각도도 30도까지 기울일 수 있어."
진효우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옆쪽으로 옮겨갔다.
거기에는 호랑이 의자가 있었다. 등받이가 호랑이의 입 모양으로 조각되어 있었고, 앉는 부분은 호랑이의 혀를 형상화한 것 같았다. 의자 양쪽에는 팔걸이 대신 쇠사슬이 늘어져 있었고, 발받침에는 발목 고정 장치가 달려 있었다. 전체적으로 위압감을 주는 디자인이었지만, 동시에 어떤 은밀한 유혹을 품고 있는 것 같았다.
"호랑이 의자는... 음, 거꾸로 앉을 수도 있어." 임아금이 덧붙였다. "등받이에 기대서 팔을 위로 묶으면 더 효과적일 거야."
진효우는 어머니의 목소리에서 낯선 떨림을 감지했다. 그것은 부끄러움과 자부심이 섞인 이상한 어조였다.
방 구석에는 커다란 물탱크가 설치되어 있었다. 투명한 아크릴로 만들어진 그것은 사람 한 명이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크기였다. 탱크 내부에는 손잡이와 발판이 여러 개 달려 있었고, 위쪽에는 사슬이 매달려 있는 고리가 있었다.
"수중 조련을 위한 공간이야. 물의 저항을 이용하면 더 다양한 훈련이 가능해." 임아금이 설명했다. "온도 조절도 가능하고, 물을 채우는 속도도 조절할 수 있어. 천천히 차오르는 물 속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는 것도 재미있을 거야."
진효우는 침을 삼켰다. 그의 뺨이 붉어졌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전동 승강 장치였다. 방 천장에 설치된 그것은 마치 공장의 크레인처럼 보였다. 리모컨으로 작동되는 모터가 체인을 감고 풀면서 사람을 들어 올리거나 내릴 수 있었다. 임아금이 리모컨을 집어 들고 시범을 보였다.
"이건 다양한 포지션을 취할 수 있게 해줘. 서 있는 자세, 엎드린 자세, 매달린 자세... 모든 각도에서 접근이 가능해."
모터가 윙윙거리는 소리를 내며 체인이 움직였다. 진효우는 그 소리를 들으며 상상했다. 누군가가 그 체인에 묶여 천장에 매달려 있는 모습을. 그 누군가가 어머니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는 갑자기 숨이 막혔다.
방 벽면에는 여러 개의 선반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 위에는 다양한 도구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가죽 채찍, 깃털 막대, 바이브레이터, 다양한 크기의 딜도, 항문 플러그, 클리토리스 클램프, 유방 고정 장치, 수갑, 발목 족쇄, 입마개, 안대, 귀마개... 진효우가 인터넷에서만 봤던 물건들이 실제로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이건 전문 업체에서 주문했어." 임아금이 말했다. "위생적으로 완벽하게 관리할 수 있고, 모든 재질은 인체에 무해한 실리콘과 의료용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어졌어."
진효우는 선반 앞으로 걸어갔다. 손을 뻗어 가죽 채찍을 집어 들었다. 부드럽지만 탄력 있는 촉감이 손바닥에 전해졌다. 그는 채찍을 손목에 살짝 대보았다. 차가운 금속 부분이 피부에 닿았다.
"효우야."
어머니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진효우는 몸을 돌렸다. 임아금은 방 한가운데 서 있었다. 그녀는 오늘은 단정한 니트 원피스를 입고 있었지만, 진효우는 그 옷 아래에 무엇이 숨겨져 있을지 상상하기 시작했다.
"이 방은... 너와 나만의 공간이야." 임아금이 말했다. 목소리가 약간 떨렸다. "네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어. 나는... 나는 네가 조련하는 법을 배우는 걸 도와줄게."
진효우는 채찍을 내려놓았다. 대신 그는 벽에 걸린 거울 앞으로 걸어갔다. 그 거울은 방 전체를 비출 수 있을 정도로 컸다. 그는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았다. 18살의 소년, 아직 어린 티가 가시지 않은 얼굴, 하지만 눈빛은 낯설게 반짝이고 있었다.
"엄마."
그가 불렀다. 목소리는 예상외로 차분했다.
"여기 바닥에 무릎 꿇어 봐."
임아금의 몸이 움찔했다. 그녀는 잠시 망설였지만, 이내 천천히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니트 원단이 차가운 바닥에 닿는 소리가 났다. 그녀는 고개를 숙였고, 긴 머리가 앞으로 흘러내렸다.
진효우는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어머니가 자신 앞에 무릎을 꿇고 있다. 그것은 상상 이상으로 강력한 쾌감을 주었다. 그의 가슴 속에서 무언가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분노도, 슬픔도 아닌, 순수한 지배욕이었다.
"일어나." 그가 말했다.
임아금이 일어났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지만, 동시에 미소도 띠고 있었다. 그 모순된 표정이 진효우의 마음을 더욱 흔들었다.
"이 방, 정말 마음에 들어." 진효우가 말했다. "고마워, 엄마."
임아금은 아들의 손을 잡았다. 그 손은 따뜻하고 부드러웠지만, 진효우는 그 손이 곧 자신의 손목을 묶을 가죽 끈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내일부터 시작할까?" 임아금이 물었다.
진효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다시 한 번 방 안을 둘러보았다. 목마, 호랑이 의자, 물탱크, 전동 승강 장치, 그리고 수많은 도구들. 이 모든 것이 이제 그들의 것이었다. 그들의 비밀, 그들의 세상.
"내일부터." 그가 중얼거렸다.
그날 밤, 진효우는 잠들지 못했다. 머릿속에는 끊임없이 상상이 펼쳐졌다. 어머니가 목마에 올라타 있는 모습, 호랑이 의자에 묶여 있는 모습, 물탱크 안에서 헤어나는 모습, 천장에 매달려 있는 모습... 그리고 그 모든 상황에서 자신이 리모컨을 쥐고 있는 모습.
그는 이불 속에서 발버둥 쳤다. 부끄러움과 쾌감이 뒤섞인 감정이 몸을 휘감았다. 동시에 죄책감도 느꼈다. 이건 잘못된 거야. 하지만 그 생각은 곧 또 다른 상상에 묻혀버렸다.
다음 날 아침, 임아금은 평소처럼 아침을 준비했다. 식탁에는 간단한 토스트와 계란 프라이, 그리고 커피가 놓여 있었다. 진효우는 자리에 앉아 조용히 식사를 시작했다. 둘 사이에는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오늘 오후에... 지하실에 내려갈래?" 임아금이 먼저 입을 열었다.
진효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심장이 다시 빨리 뛰기 시작했다.
"내가 준비할게." 임아금이 덧붙였다. "네가 원하는 방식으로."
진효우는 포크를 내려놓았다. 그는 어머니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엄마는 두렵지 않아?"
임아금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두렵지만... 더 궁금해." 그녀가 말했다. "네가 나를 어떻게 조련할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가 어떻게 변할지."
진효우는 다시 포크를 집어 들었다. 하지만 식욕은 이미 사라진 후였다. 그는 오후를 기다리며 시계의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를 세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