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과 피

站点:NovelAI.one内容:前8章在线试读ID:240104e6更新:2026-07-06 18:45
10장 처형장은 언니가 죽었던 바로 그 정원이었다. 그날의 벚나무는 이미 말라 있었다. 겨울 동안 눈과 얼음에 시달린 가지들은 앙상하게 허공을 찔렀고, 껍질은 군데군데 벗겨져 나간 채 회색빛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봄이 왔건만 그 나무는 꽃 한 송이 피우지 않았다. 주인공은 백무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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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장

10장

처형장은 언니가 죽었던 바로 그 정원이었다. 그날의 벚나무는 이미 말라 있었다. 겨울 동안 눈과 얼음에 시달린 가지들은 앙상하게 허공을 찔렀고, 껍질은 군데군데 벗겨져 나간 채 회색빛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봄이 왔건만 그 나무는 꽃 한 송이 피우지 않았다.

주인공은 백무구를 입었다. 눈처럼 새하얀 면모가 머리를 감쌌고, 허리에는 흰색 매듭띠가 단단히 묶여 있었다. 발에는 흰 다비를 신고 게다를 밟았다. 모든 것이 새하얗다. 마치 그녀 자신이 이미 죽은 자가 된 듯했다.

정원 주변에는 수십 명의 장교들이 엄숙하게 서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 단지 그저 바라볼 뿐. 그녀가 걸어가는 발걸음 하나하나가 돗자리 위에 희미한 소리를 남겼다.

그녀는 돗자리 위에 무릎을 꿇었다. 차가운 품검이 손에 쥐어졌다. 칼날은 햇살을 받아 반짝였지만, 그 빛은 따뜻함이 없었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칼등을 더듬었다. 매끄럽고 차갑고, 그리고 날카로웠다.

칼끝이 아랫배에 닿았다. 그 순간, 강렬한 두려움이 그녀를 덮쳤다. 처음으로 눈물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그녀의 손이 떨렸다. 복부가 본능적으로 움츠러들었다. 숨이 막혀왔다.

"나는 할 수 있어."

그녀는 중얼거렸다. 그러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언니가 그랬듯이. 일곱 명의 여인들이 그랬듯이. 그들 모두 이 고통을 견뎌냈다. 그녀도 견뎌야 했다.

이를 악물었다. 칼날을 힘껏 찔러 넣었다. 살이 찢어지는 소리가 뼛속까지 울려 퍼졌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극심한 고통이 즉시 폭발했다. 그녀의 입에서 짧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 몸이 거의 쓰러질 뻔했다. 그러나 그녀는 버텼다.

그리고 그 순간,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파괴적인 고통 속에서, 그녀는 언니와 일곱 명의 여인들이 느꼈던 기이한 따뜻한 기운을 느꼈다. 갈라진 자궁과 창자에서 그 온기가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고통은 급속히 변질되었다. 하늘을 뒤덮는 쾌감이 그녀를 완전히 녹여 버렸다.

그녀의 시야는 분홍빛으로 물들었다. 자신이 백무구와 함께 피어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벚꽃이 흩날리는 정원. 언니가 그 속에서 미소 짓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도 미소 지었다.

마지막 힘을 짜내 아랫배를 아래로 갈랐다. 순간, 20년 가까이 가꾸어 온 창자와 자궁이 끊어졌다. 따뜻한 피와 내장이 흘러나왔다. 그녀는 뒤로 드러누웠다. 피와 내장이 흰 비단 위에 급속히 번져나갔다.

임종 직전, 그녀는 언니가 벚꽃 속에서 자신에게 미소 짓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그녀의 입가에도 언니와 같은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이 긴 제사는 마침내 그녀 자신에 의해 완성된 것이다.

정원은 조용했다. 장교들은 아무 말 없이 서 있었다. 말라 버린 벚나무 위로 바람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그녀의 눈은 영원히 감겼다.

1장

1장

사쿠라는 일곱 살이었다.

마당 가득 벚꽃이 흩날리던 날이었다. 꽃잎은 눈송이처럼 바람에 실려 와 흰 비단 위에 내려앉았다. 언니 유키코는 그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화려한 후리소데 기모노는 봄빛 아래 선홍색으로 타올랐고, 금실로 수놓은 띠가 햇살을 받아 반짝였다.

"사쿠라, 보아라."

어머니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사쿠라는 손바닥에 땀이 맺히는 것을 느꼈다. 언니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그 손에 쥐어진 품검의 칼자루는 작고 섬세했지만, 언니의 손보다 더 작았다. 언니는 열여섯이었다. 가문이 저지른 전쟁의 과실. 그 책임을 지고 오늘 이 자리에서 생을 마감해야 했다.

유키코가 천천히 칼을 빼 들었다. 칼날이 햇빛에 번뜩였다. 사쿠라는 숨을 삼켰다. 언니의 무릎 아래, 흰 비단 위로 물기가 번지기 시작했다. 두려움이었다. 오줌을 지린 것이다. 기모노 자락이 어두운 색으로 젖어 들었다.

"유키코, 정신을 차려라."

아버지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언니의 어깨가 움찔 떨렸다. 그러고는 사무라이의 딸로서 마지막 자존심을 거두어 들이듯 고개를 곧게 세웠다. 눈물이 흘러내렸지만, 닦지 않았다. 식은땀이 이마를 타고 볼까지 흘러내렸다.

칼끝이 기모노의 겨드랑이 아래를 찢고 들어갔다. 비단이 찢어지는 소리가 사쿠라의 귀에 선명하게 박혔다. 찢어지는 소리, 그리고 이내 흘러나오는 핏물. 선혈이 흰 비단 위로 퍼져 나가며 자지러지는 듯한 소리를 냈다. 언니의 몸이 활처럼 휘어졌다. 입술 사이로 신음이 새어 나왔다.

"아, 으..."

사쿠라는 그 소리를 잊을 수 없었다. 고통과 두려움,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오르는 무언가. 언니의 배 속에서 내장이 꿈틀거리는 것이 얇은 비단 위로 선명하게 드러났다. 창자가 비집고 나오려는 듯 경련을 일으켰다. 유키코는 두 손으로 칼자루를 움켜쥐고 비틀었다. 더 깊이, 더 넓게.

눈물과 식은땀, 침이 뒤섞여 턱을 타고 흘러내렸다.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다. 그러나 사쿠라는 보았다. 그 고통의 한가운데서 언니의 표정이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팽팽하게 당겨졌던 입가가 풀리고, 눈동자의 초점이 흐려지면서도 그 속에 이상한 빛이 스며들었다.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다.

그러나 분명했다. 유키코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아프고, 무섭고, 죽어 가면서도 그녀는 미소 짓고 있었다. 마치 오랫동안 닫혀 있던 문이 열리는 순간, 그 너머에서 금지된 따뜻함이 몰려오는 듯한 표정이었다.

"아름다워..."

언니가 중얼거렸다. 핏물이 벚꽃잎을 적셔 검게 물들였다. 비단 위로 피가 계속 퍼져 나갔다. 언니의 몸이 천천히 앞으로 쓰러졌다. 마지막 숨을 내쉬며 그녀의 눈이 감겼다. 얼굴에는 평화가 깃들어 있었다. 고통과 황홀함이 뒤섞인, 형용할 수 없는 표정이었다.

사쿠라는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

아랫배에서 이상한 저릿함이 꿈틀거렸다. 처음 느껴보는 감각이었다. 무언가가 배 속에서 꿈틀거리며 깨어나는 듯했다. 사쿠라는 자신도 모르게 두 손으로 아랫배를 감쌌다. 그 감촉은 따뜻했고, 동시에 무언가에 갈망하는 듯했다.

그날 이후로 사쿠라는 변했다.

언니가 입었던 선홍색 후리소데 기모노, 흰 비단, 금실 띠, 그리고 품검. 그 모든 것이 그녀의 뇌리에 깊이 각인되었다. 무엇보다도 언니가 마지막에 지었던 그 표정. 고통의 절정에서 피어난 황홀함. 그것이 사쿠라를 사로잡았다.

자라면서 그녀는 기모노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특히 할복할 때 입는 격식 있는 예복을 찾아다녔다. 여성의 할복은 남자와 달랐다. 가슴이 아닌 배를 가르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때 얼굴에 떠오르는 고통과 쾌락의 경계. 사쿠라는 그것에 집착했다.

이십 년이 흘렀다.

사쿠라는 지금 일본 육군 정보부 장교였다. 뛰어난 두뇌와 냉철한 판단력으로 여러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왔다. 그러나 그녀를 아는 자들은 그녀의 기이한 복장에 대해 수군거렸다. 그녀는 언제나 분홍색 후리소데 기모노를 입고 있었다. 흰색 띠를 매고, 게다와 다비 신발을 신었다. 허리에는 항상 품검을 숨기고 있었다. 군복을 입어야 할 자리에서도 그녀는 기모노를 고집했다.

"사쿠라 대위, 당신은 군인입니다. 제복을 입으시오."

상관이 몇 번이나 지적했지만, 그녀는 고개를 숙여 사과할 뿐 고치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명령을 완벽히 수행했다. 그 능력 때문에 그녀의 기벽을 눈감아 주는 수밖에 없었다.

어느 늦봄 저녁이었다.

사쿠라는 자신의 방에 앉아 품검을 닦고 있었다. 칼날에 비친 자신의 눈동자가 어둡게 빛났다. 창밖으로 벚꽃이 다시 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 손에 든 품검을 살며시 만지며 아랫배에 힘을 주었다.

그 감각이 돌아왔다.

배 속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렸다. 갈망이었다. 오래전 그날, 언니의 모습을 목격한 이후로 멈추지 않는 갈망. 사쿠라는 눈을 감았다. 언니의 얼굴이 떠올랐다. 고통에 찢기면서도 황홀했던 그 표정. 그때 느꼈던 저릿함이 다시 몸을 타고 흘렀다.

"아름다워..."

사쿠라는 입술 사이로 중얼거렸다. 그 말은 언니의 마지막 말이었다.

그녀는 다시 눈을 떴다. 그리고 결심했다. 이제는 제물이 필요했다. 자신의 갈망을 먹여 살릴 아름다운 그릇. 언니처럼 고통과 황홀함의 경계에서 아름답게 부서질 존재.

사쿠라는 기모노의 주름을 정리했다. 흰색 띠를 다시 매고, 품검을 허리에 꽂았다. 거울 속의 자신이 바라보았다. 분홍색 기모노를 입은 여자. 장교가 아니라, 언니의 환생처럼 보였다.

그녀는 방을 나섰다.

군율과 규율의 바깥으로, 그녀만의 사냥터로. 제물이 될 아름다운 그릇을 찾아서. 배 속의 꿈틀거림이 점점 더 거세졌다. 사쿠라는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었다. 그 미소는 언니의 마지막 순간의 표정을 닮아 있었다.

2장

심문실은 좁고 습했다. 벽에는 누군가의 손톱자국이 여기저기 남아 있었고, 바닥은 거친 시멘트였다. 단 하나의 백열전구가 천장에서 매달려 흔들리며 누런 빛을 뿌리고 있었다.

미사키는 방 한가운데 있는 나무 의자에 앉아 있었다. 진한 파란색 세일러복이 전등 불빛 아래에서 어두운 빛을 반사했고, 흰색 삼각건은 비스듬히 기울어져 오른쪽 귀를 반쯤 덮고 있었다. 그녀의 손가락은 치마자락을 꽉 움켜쥐고 하얗게 질려 있었고, 짧은 치마 아래로 드러난 흰 실크 양말을 신은 두 다리가 제멋대로 떨리고 있었다.

"제발... 제발 아버지는 아무것도 몰라요..."

그녀의 목소리는 울먹임에 떨렸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려 턱에 맺혔다가 세일러복 칼라 위로 뚝뚝 떨어졌다.

나는 그녀 앞에 서서 두 손을 깍지 끼고 그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조작된 편지, 위조된 필적—그 모든 것이 내 손에서 나왔다. 미사키의 아버지가 반전 연설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너야말로 알아야 해, 미사키. 네 아버지의 죄는 네가 속죄해야 한다는 것을."

내 목소리는 평온했다. 마치 날씨를 말하는 것처럼.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눈동자가 흔들렸다. 축축하게 젖은 속눈썹이 전등 불빛에 반짝였다.

"아니에요... 제발... 뭐든지 할게요..."

"그래."

나는 발밑의 흰 천을 가리켰다. 이미 바닥에 펼쳐져 있었다. 깨끗했다. 아직 얼룩 하나 묻지 않은 천이었다.

"무릎 꿇어."

미사키는 천천히 의자에서 일어났다. 다리가 후들거려 거의 쓰러질 뻔했지만 간신히 중심을 잡았다. 그녀는 천 위에 무릎을 꿇었다. 흰 실크 양말이 거친 천 위에 닿았다. 무릎뼈가 시멘트 바닥에 닿는 느낌이 그녀의 얼굴을 더욱 창백하게 만들었다.

"옷깃을 풀어."

그녀의 손이 떨리며 세일러복의 리본을 풀었다. 단추가 하나둘 풀렸다. 그 아래 드러난 것은 창백한 복부였다. 갈비뼈가 앏게 드러나고 배꼽이 움푹 들어간 자리까지 선명했다.

나는 허리춤에서 단도를 꺼냈다. 손잡이는 검은 칠이 되어 있었고 칼날은 형광등 불빛에 차갑게 빛났다.

"네 아버지의 죄. 네가 직접 씻어내야 한다."

그녀는 칼을 바라보며 눈을 크게 떴다.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목에서 신음만 흘러나왔다.

나는 칼을 그녀의 손에 쥐어주었다. 그 손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해."

그녀는 칼을 움켜쥐고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마침내 그녀는 두 손으로 칼자루를 잡고 칼끝을 자신의 아랫배에 겨누었다.

"아버지... 미안해요..."

그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았다.

그리고 그녀는 힘을 주었다.

칼끝이 피부를 뚫고 들어가는 순간, 그녀의 입에서 새끼 고양이 같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아아악—!"

복부 근육이 본능적으로 수축하며 칼날을 밀어내려 애썼다. 하지만 그녀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칼이 점점 깊이 들어가고, 선혈이 칼자루를 따라 흘러내려 주름치마를 붉게 물들였다.

"아파... 아파... 죽을 것 같아..."

그녀는 울부짖으며 몸을 웅크렸다. 하지만 상처에서 퍼져 나오는 것은 순수한 고통만이 아니었다. 이상한 열기가 그 부위에서부터 사지로 번져 나가기 시작했다.

"어...?"

그녀의 눈에 당혹감이 스쳤다. 두려움이 조금씩 녹아내렸다. 몸이 가벼워지고, 마치 온화한 파도에 몸이 떠받쳐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자궁과 창자가 끊어지는 쥐어짜는 통증이 어느 순간 부드러운 해방감으로 변했다.

눈물 자국이 채 마르지 않은 얼굴에 그녀가 웃음을 터뜨렸다.

"이상해... 전혀 안 추워..."

그 말이 입술에서 떨어지자마자 그녀의 몸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분홍빛 거품이 입가에서 새어 나왔다. 그녀는 그대로 쓰러졌다. 눈은 뜬 채였지만, 그 안에 더 이상 두려움은 없었다.

나는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두 손을 포개어 그녀의 아랫배 위에 얹었다. 아직 따뜻했다. 피가 손가락 사이로 흘러나왔다.

나는 그녀가 할복하던 리듬에 맞춰 손에 힘을 주어 문지르기 시작했다. 분홍 기모노 너머로 손가락 마디가 깊이 파고들었다. 마치 그 칼이 지금 내 몸을 가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고통이 없었다. 두려움도.

단지 그 자리에는 이상한 평온함만이 감돌고 있었다.

미사키의 눈이 마지막으로 깜빡였다. 그리고 멈췄다.

나는 손을 멈추고 일어섰다. 손바닥에는 그녀의 피가 온통 묻어 있었다. 그것을 바라보며 나는 생각했다—이것이 내가 선택한 길이라고.

이것이 내가 믿는 것이라고.

3장

마유미는 무릎을 꿇고 앉아 두 손을 앞으로 모았다. 흰색 요가 바지가 도장의 차가운 마룻바닥에 닿아 축축한 기운이 전해져 왔다. 옷감은 얇고 신축성이 좋아 허리에서 엉덩이까지 이어지는 곡선을 그대로 드러냈고, 음부의 윤곽이 뚜렷이 비쳤다.

"군수품 도둑 마유미, 네 죄를 알겠느냐?"

주인공이 높은 단상에서 내려다보았다. 보라색 기모노 자락이 바닥에 질질 끌렸다. 마유미는 고개를 숙인 채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전에 거절했던 그 고위 관료의 얼굴이 떠올랐다. 집적을 뿌리친 대가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칼을 들어라."

도장 안의 모든 시선이 그녀에게 쏠렸다. 누군가가 그녀 앞에 짧은 칼을 던져 놓았다. 마유미는 떨리는 손으로 칼자루를 움켜쥐었다. 요가를 가르칠 때의 그 평온함은 어디로 갔는지, 손바닥에 땀이 배어 나왔다.

"요가 좌세로 처형하라. 네가 가장 잘하는 자세로 죽음을 맞이해라."

주인공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마유미는 심호흡을 했다. 명상에서 배운 대로 호흡에 집중하려 했지만, 가슴이 두근거려 숨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는 천천히 칼을 들어 배꼽 아래에 갖다 댔다. 날카로운 쇠붙이가 피부에 닿는 차가운 감각이 온몸을 스쳤다.

"시작해라."

주인공이 손짓했다. 마유미는 눈을 감았다. 손을 밀어 넣었다. 순간, 배에서부터 터져 나오는 극심한 통증이 그녀의 몸을 뒤로 젖혔다. 바지 허리 부분이 즉시 검붉게 물들었다. 그녀는 손톱을 마룻바닥에 박았다. 나무 바닥이 손톱 밑으로 파고들었지만, 그 아픔조차 배에서 오는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아파서 울고 싶었다. 하지만 의식이 흐려지기 시작하면서 명상 훈련이 이상하게 작용했다. 배가 갈라지는 화끈거림이 마치 깊은 후굴 자세에서 내장이 극도로 늘어나는 느낌과 비슷했다. 고통이 점점 변질되기 시작했다. 단전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솟아올랐다. 그것은 척추를 타고 올라가 후두부까지 치솟았다.

무언가 잘못되었다. 마유미는 그것이 쾌락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고통으로 정련된 기이한 쾌락이 온몸을 휘감았다. 그녀는 더 이상 몸부림치지 않았다. 대신 호흡을 조절하기 시작했다. 요가 수업에서 가르치던 대로, 깊고 길게 숨을 들이쉬고 천천히 내쉬었다.

죽어가는 경험을 최고의 체위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얼굴에 도취감이 떠올랐다. 요가 수행자가 삼매에 들어간 듯한 그 표정이었다. 입에서는 무의식적으로 범음이 흘러나왔다. "옴..." 소리가 도장 안에 울려 퍼졌다.

몸이 점점 차가워졌다. 마유미는 마지막 힘을 짜내 몸을 웅크렸다. 아기 자세였다. 무릎을 가슴에 붙이고 이마를 바닥에 대었다. 요가 수업에서 쉴 때마다 하던 그 자세. 피가 바닥에 번져 나갔다. 그녀는 그대로 멈췄다. 더 이상 숨을 쉬지 않았다.

주인공은 관중석에 무릎을 꿇고 앉아 두 손으로 아랫배를 깊이 문질렀다. 기모노 띠가 구겨질 정도로 힘을 주었다. 눈동자에는 보라색 옷 위로 번져가는 검붉은 핏물이 비쳤다. 도장 안은 침묵에 잠겼다. 마유미의 흰색 요가 바지만이 피에 젖어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4장

시멘트 창고 안은 축축하고 냄새나는 공기로 가득했다. 희뿌연 햇빛이 높은 창문 틈새로 스며들어 바닥의 먼지와 기름 얼룩을 비추고 있었다. 에이미는 두 팔이 뒤로 묶인 채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녀의 파란색 데님 핫팬츠는 엉덩이를 단단히 감싸고 있었고, 길게 드러난 허벅지에는 땀방울이 맺혀 반짝였다. 핫팬츠 가장자리는 살을 억지로 누르며 붉은 자국을 남겼고, 그녀는 침을 뱉었다.

“이 개자식들아, 너희가 뭔데?”

그녀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창고 안에 울려 퍼졌다. 그녀의 눈은 불타는 듯했고, 팔목은 묶인 채로도 몸을 비틀며 저항했다. 주인공은 그녀 앞에 서서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기모노 소매 아래로 손가락이 살짝 떨렸지만, 그는 침착하게 말했다.

“너는 기밀을 팔았어. 그 대가를 치를 시간이야.”

“증거는? 닥쳐!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에이미의 영어가 터져 나왔다. “Fuck you! You think you can fucking kill me? I’m not your little doll!”

병사들이 다가갔다. 두 명의 병사가 그녀의 어깨를 움켜잡고 땅에 붙들어 눌렀다. 그녀의 손바닥은 열려 있었지만, 칼이 그 위에 놓였다. 칼날은 희미하게 빛났고, 피를 머금지 않은 금속 냄새가 났다. 에이미는 참지 못하고 몸을 웅크렸다.

“하지 마, 하지 마!”

그녀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데님은 두껍고 질겼다. 첫 칼을 내리꽂는 순간, 주인공의 손이 잠시 멈췄다. 그는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심장이 귀에서 울리는 것 같았다. 칼날이 천을 찢고 살을 파고들었다. 그 순간, 소리가 났다. 살이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에이미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것은 사람 같지 않은 소리였다.

“아아아아!”

그녀의 몸이 경직되었다. 아랫배 전체가 불타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고, 그녀는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지만, 그녀는 여전히 욕설을 내뱉으려 했다.

“You... bastard...”

고통이 촛불처럼 번져갔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따뜻한 피가 핫팬츠에 스며들기 시작하자, 다리가 점점 따뜻해지고 끈적해졌다. 그 감촉이 낯설지 않았다. 어느 순간, 에이미의 눈에 하와이의 파도가 스쳐 지나갔다. 푸른 바다, 따뜻한 모래, 바람에 흩어지는 그녀의 웃음. 그곳은 규칙이 없었다. 인종도 없었다. 단지 자유만 있었다.

그녀는 갑자기 몸의 긴장을 풀었다. 병사들이 놀라 손을 놓았다. 주인공은 눈을 가늘게 떴다. 에이미는 숨을 거칠게 쉬면서도 입가에 비꼬는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자신의 손아귀에 힘을 주어 칼을 더 깊이 넣었다. 피가 더욱 흘러넘쳤다.

“이게... 네가 원한 거야?”

그녀의 목소리는 쇳소리처럼 낮았다. “하지만 나는 이겼어. 너는 영원히... 이 순간을 잊지 못할 거야.”

그녀는 쥐어짜는 듯한 고통 속에서도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그녀의 눈에 평온이 깃들었다. 그녀는 몸을 맡겼다. 뜨거운 밀물 속으로 몸을 던지듯, 그녀는 모든 창자를 끊어냈다. 더 이상 저항하지 않았다. 그녀의 손이 풀렸고, 칼이 바닥에 떨어졌다. 입가에는 여전히 그 미소가 남아 있었다.

주인공은 서서 내려다보았다. 그의 손이 기모노 위로 올라갔다. 천 너머로 아랫배를 세게 문지르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게다 안에 발이 움츠러들었고, 발끝이 떨렸다. 그는 멍하니 바닥의 피 웅덩이를 바라보았다. 그 안에는 어떤 해방감이, 그리고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증오가 뒤섞여 있었다.

5장

5장

연습실의 공기는 차갑고 무거웠다. 거울 벽이 희미한 형광등 빛을 반사하며 공간을 두 배로 넓혀 보이게 했다. 야스코는 중앙에 서 있었다. 그녀의 흰색 하이컷 바디수트는 무대 조명 아래에서는 우아했지만, 이 살벌한 연습실에서는 불행한 백조처럼 보였다. 반투명한 천이 그녀의 피부에 달라붙어 근육의 미세한 떨림까지 드러냈다. 허벅지 양쪽의 트임은 허리까지 올라와 바디수트의 아랫단이 그녀의 음부 사이에 깊이 파고들어 축축한 자국을 남겼다.

"스파이 혐의로 체포한다."

지휘관의 목소리는 메아리쳤다. 야스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눈은 대신 피아노 옆에 앉은 주인공을 향했다. 주인공은 손가락으로 건반을 훑으며 불협화음을 냈다.

"무용수의 마지막 춤을 보여주겠다."

야스코가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고요한 호수처럼 평온했다.

칼이 그녀에게 건네졌다. 칼자루는 차가웠고, 칼날은 형광등 아래에서 섬뜩하게 반짝였다. 그녀는 칼을 쥐도록 강요받았다. 그녀의 손가락이 칼자루를 감쌌다. 그것은 우아한 춤 동작이었다. 그녀의 팔은 곡선을 그리며 칼을 자신의 배를 향해 이끌었다.

"아름답군."

주인공이 중얼거렸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경외심과 질투가 섞여 있었다.

칼끝이 찔러 들어갔다. 바디수트의 흰 천이 찢어지며 붉은 액체가 스며나왔다. 야스코의 긴장된 발끝이 바닥에 핏자국을 그었다. 그녀의 몸이 휘어졌다. 그것은 줄이 끊어진 백조의 마지막 포효였다.

"아아아악!"

야스코의 비명이 연습실을 가득 채웠다. 그것은 무용수의 자존심을 무너뜨리는 극심한 고통의 울부짖음이었다. 그녀는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거울 벽이 그녀의 고통을 반사하며 무한히 증폭시켰다.

주인공은 피아노 건반 위에 손을 얹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떨렸다. 그녀는 야스코를 바라보았다. 흰 바디수트 위로 선혈이 흘러내렸다. 그것은 요염한 붉은 연꽃 문양을 그려나갔다. 피가 천에 스며들어 꽃잎처럼 번져갔다.

"춤춰라."

주인공이 명령했다. 그녀의 눈에는 병적인 불꽃이 타올랐다.

야스코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의 눈은 초점을 잃어가고 있었지만, 그녀의 몸은 춤을 기억했다. 그녀는 마지막 힘을 짜내어 팔을 휘저었다. 발끝이 바닥을 찍었다. 복부의 상처가 그 동작에 따라 더 크게 벌어졌다. 피가 튀었다.

"하... 하..."

야스코의 숨결이 거칠어졌다. 그러나 그녀는 계속 움직였다. 고통이 신체의 극한 표현으로 가는 통로로 변했다. 그녀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었다. 그녀는 순수한 움직임 그 자체였다. 영혼이 복부의 갈라진 틈에서 우아하게 춤추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고통과 무대 위의 흥분이 하나가 되었다. 그것은 눈물이 날 정도로 아름다웠다.

야스코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것은 제물처럼 바치는 미소였다. 그녀는 빙글빙글 돌았다. 흰색 바디수트가 붉게 물들며 천이 바닥에 질질 끌렸다. 그녀의 몸이 갑자기 축 처졌다. 그녀는 쓰러졌다. 그녀의 몸이 바닥에 부딪히며 둔탁한 소리를 냈다. 피가 거울 벽에 튀었다. 붉은 물방울이 유리 위를 흘러내렸다.

주인공은 피아노 옆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손이 떨렸다. 그녀는 주먹을 쥐었다. 그 주먹을 아랫배에 세게 밀어 넣었다. 그녀는 마치 자궁을 으스러뜨리려는 듯이 문질렀다. 그녀의 눈은 병적인 불꽃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것은 질투와 열광과 경외의 혼합이었다.

"아름다웠어, 야스코."

주인공이 속삭였다. 그녀의 목소리는 떨렸다. 그녀는 계속해서 자신의 배를 문질렀다. 그녀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지만, 입가에는 미소가 번져 있었다.

거울 벽은 모든 것을 반사했다. 야스코의 시체는 무대 위의 백조처럼 누워 있었다. 흰색 바디수트는 완전히 붉게 물들었다. 피는 바닥에 웅덩이를 이루며 점점 더 넓어져 갔다.

주인공은 일어섰다. 그녀의 다리는 떨렸다. 그녀는 천천히 야스코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무릎을 꿇었다. 그녀의 손이 야스코의 얼굴을 스쳤다. 차가웠다.

"너는 영원히 나의 것."

주인공이 속삭였다. 그녀의 손가락이 야스코의 눈꺼풀을 닫았다.

연습실에는 고요함만이 흘렀다. 피 냄새가 공기를 가득 채웠다. 거울 벽은 붉은 물방울을 반사하며 침묵의 관객이 되었다.

6장

신사의 깊숙한 곳, 주련이 감긴 결계 안은 신성한 공간이었다. 하얀 모래가 깔린 마당 위로 벚꽃잎이 흩날리고 있었지만, 그 아름다움은 이 자리의 무거운 분위기를 감출 수 없었다. 치하루는 결계의 중앙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녀의 몸을 감싼 것은 평소의 무녀복이 아니라, 흰색과 주홍색이 섞인 하이컷 바디수트 무녀복이었다. 옆구리부터 허벅지까지 완전히 드러난 디자인은 그녀의 순결한 육체를 적나라하게 노출시켰고, 가랑이 부분만 좁혀져 무녀복 아랫단이 깊이 파고들어 유혹적인 골짜기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신락령의 날카로운 단검이 들려 있었다.

“치하루여, 너는 신탁을 이용해 반전을 선동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신 앞에서 이 오명을 씻어야 한다.”

신사의 주인인 주인공이 배전의 그늘에 무릎을 꿇은 채 엄숙한 목소리로 선언했다. 치하루는 고개를 들어 주인공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지만, 그 속에는 단호함이 깃들어 있었다.

“저는 결코 신탁을 왜곡하지 않았습니다. 신께서 제게 내리신 말씀을 그대로 전했을 뿐입니다.”

“그럼 신 앞에서 증명하라. 네 순결함을.”

주인공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치하루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녀는 두 손으로 단검을 움켜쥐고, 날을 자신의 복부를 향해 겨누었다. 첫 칼이 들어갔다.

“아아아아악!”

처절한 비명이 신사의 정적을 찢었다. 치하루의 몸이 경련을 일으켰다. 흰색 바디수트 위로 선혈이 번져나갔다. 순결한 육체가 모독당하는 듯한 극심한 고통이 그녀를 휘감았다. 눈물이 흘러내려 그녀의 뺨을 타고 종이 장식에 떨어졌다. 하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단검을 더 깊이 밀어넣으며, 아래로 끌어내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창자가 빠져나오는 듯한 고통 속에서 강렬한 신비 체험이 그녀를 사로잡았다. 고통이 마치 무형의 신이 되어 복부의 갈라진 틈에서 몸속으로 파고들었다. 유황과 연꽃이 뒤섞인 듯한 독특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치하루는 울음을 멈추었다. 그녀의 동공이 확대되었다. 창백한 얼굴에 광적인 홍조가 떠올랐다.

“신이… 내려오셨다… 뱃속에…”

그녀의 떨리는 목소리가 결계 안에 울려 퍼졌다. 그녀는 단검을 아랫배 쪽으로 더 깊이 끌어당겼다. 선혈과 잘린 창자가 하이컷 트임을 따라 흘러내려 허벅지를 적셨다. 신역의 하얀 모래가 검붉은 피로 물들었다. 하지만 치하루의 표정은 고통에서 지복의 황홀경으로 바뀌었다. 그녀의 입가에 신비로운 미소가 번졌다.

“아… 신이시여… 이 몸을 받아주소서…”

그녀는 마치 신과 교합하는 듯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고통과 쾌락이 하나가 되어 그녀의 전신을 휘감았다. 몸속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리며 움직이는 듯했다. 그녀는 무릎 꿇은 자세를 유지한 채, 기이한 만족감 속에서 천천히 숨을 거두었다. 그녀의 눈은 하늘을 향해 뜨여 있었고, 입가에는 지복의 미소가 남아 있었다.

배전의 그늘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주인공은 열 손가락으로 미친 듯이 아랫배를 문지르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 있었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기모노 아래 그의 근육이 격렬히 떨렸다. 그는 치하루의 마지막 순간을 보면서 거의 기절할 지경이었다.

“왜… 왜 이런 일이…”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몸이 통제할 수 없이 반응하는 것을 느꼈다. 아랫배가 타오르는 듯한 열감이 그를 사로잡았다. 그는 이를 악물고 참으려 했지만, 그의 손가락은 멈출 수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결계 안에서 치하루의 시신은 여전히 무릎 꿇은 자세를 유지한 채, 그녀의 피가 하얀 모래를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벚꽃잎이 그 위에 흩날리며 내려앉았다. 신사의 공기는 무거운 침묵과 함께 신성한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7장

어둠이 내려앉은 밀실. 기름등잔 하나만이 희미하게 벽에 비친 그림자를 떨고 있었다.

카에데는 무릎을 꿇었다. 팔은 뒤로 묶였고, 검은색 타이트한 닌자복이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 촘촘한 그물 원단이 피부에 달라붙어 움직일 때마다 마찰음을 냈다. 특히 하체는 천이 음부 사이로 깊숙이 파고들어, 그곳이 선명하게 드러나도록 죄고 있었다.

"네 규칙은 알고 있다."

주인공의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울렸다. 낮고 차가운 음색.

카에데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천천히 한 손을 풀었다. 포박은 이미 의도적으로 느슨하게 매져 있었다. 닌자의 죽음은 적 앞에서 이루어져야 했다. 그것이 규칙이었다.

그녀의 손이 인도(忍刀)를 집어 들었다. 칼날이 등잔불에 반짝였다.

카에데는 인상을 찌푸리지 않았다. 다만 심호흡을 한 번, 깊게 내쉬었다. 그리고 칼을 자신의 배를 향해 밀어 넣었다.

날이 살을 가르는 소리는 아주 작았다. 그녀는 비명을 참았다. 닌자 훈련은 그런 법이었다. 그러나 둔하고 울먹이는 신음이 목구멍에서 흘러나왔다. 배가 갈라지면서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물 눈 사이로 가느다란 핏방울이 맺혀 한 방울, 두 방울 바닥에 떨어졌다.

고통은 이성을 찢어발겼다. 얼굴이 창백해지고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눈빛이 흔들렸다.

그 순간, 그녀는 내면의 비술을 떠올렸다. 통전법(痛轉法). 고통의 신경 신호를 쾌락으로 전환시키는 금지된 기술.

카에데는 눈을 감았다. 숨을 고르며 체내의 기를 끌어올렸다. 복부의 칼날 감각이 신경을 타고 뇌로 전달되었다. 그러나 그 전달 경로를 그녀가 의도적으로 비틀었다. 고통이 변하기 시작했다. 무언가 뜨거운 것이 배 밑에서부터 올라왔다. 아픔이 점점 다른 감각으로 대체되었다.

몸이 통제할 수 없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손을 떼고 수인(手印)을 맺기 시작했다.

임(臨).

배를 찌르는 고통이 물결처럼 밀려왔다. 그러나 그것은 더 이상 고통만이 아니었다. 어떤 울림이 몸속을 울렸다. 카에데의 입술 사이로 짧은 숨결이 새어 나왔다.

병(兵).

칼날이 장기를 스치는 감각. 그것이 쾌감의 파도로 변하여 허리를 타고 흘러내렸다. 그녀는 무릎을 벌렸다. 은밀한 부위가 천에 더 깊이 파고들었다.

투(鬪).

고통과 쾌락의 경계가 흐려졌다. 숨이 가빠졌다. 가슴이 격하게 오르내렸다.

자(者).

카에데의 눈에 결연함이 사라지고 몽롱한 안개가 깔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가락이 떨리면서 다음 수인을 맺었다.

개(皆).

하체가 저절로 수축했다. 칼날이 천천히 배 속에서 움직이는 듯한 환각. 그러나 그것은 더 이상 참기 어려운 고통이 아니라 참기 어려운 쾌락이었다.

진(陣).

목에서 가느다란 비명 같은 신음이 터져 나왔다.

열(列).

몸이 아치형으로 휘어졌다.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흐르고 닌자복이 피와 땀으로 흠뻑 젖었다.

재(在).

주변의 모든 것이 사라졌다. 오직 몸속에서 터져 오르는 감각뿐이었다.

전(前).

마지막 수인. 그녀의 열 손가락이 교차되어 보병인(寶甁印)을 맺었다.

그 순간.

복부 깊은 곳에서 뜨거운 폭발이 일어났다. 고통과 쾌락이 하나가 되어 몸을 휩쓸었다. 그녀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음탁한 신음을 길게 내뱉었다. 몸이 격렬하게 경직되고 떨렸다. 기이한 절정이 그녀를 집어삼켰다.

그리고 그대로 고개가 떨어졌다.

숨이 멈췄다.

밀실에 다시 침묵이 내려앉았다. 등잔불이 흔들리며 그림자를 어지럽게 만들었다.

주인공은 단면 거울 앞에 서 있었다. 반대편의 시체를 바라보며, 그는 한 손으로 자신의 배를 꽉 움켜쥐고 문질렀다. 다른 손은 군도를 땅에 짚고 있었다. 기모노 띠가 풀려 흐트러졌고, 그의 입에서는 뜨거운 한숨이 흘러나왔다.

"젠장..."

낮고 쉰 목소리가 조용히 울렸다.

그는 문지르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 눈빛은 여전히 그 거울 너머의 죽은 여닌자를 향해 있었다. 피와 쾌락이 뒤섞인 그 최후의 광경이 그의 망막에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