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린야는 계산기와 통장 앞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형광등 불빛이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드러냈다. 숫자들이 눈앞에서 흔들렸다. 대학교 등록금, 기숙사비, 교재비, 생활비... 그녀는 다시 한 번 계산기를 두드렸다. 손가락이 떨렸다. 통장 잔고는 턱없이 부족했다. 샤오지에의 꿈이었던 명문대는 그녀에게 너무 무거운 짐이었다.
그녀는 한숨을 쉬며 계산기를 내려놓았다. 방은 조용했다. 벽시계만이 똑딱거리며 시간을 알리고 있었다. 린야는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 밤거리는 텅 비어 있었다. 가로등 불빛이 축축한 아스팔트 위에 희미하게 번져 있었다.
젊은 시절의 기억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전남편의 주먹, 그의 발길질, 그의 욕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두 팔로 몸을 감쌌다. 그 남자는 그녀를 인형처럼 다뤘다. 그녀의 몸을, 그녀의 의지를, 그녀의 모든 것을 마음대로 조종했다. 그 기억은 아직도 그녀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되지... 안 돼..." 그녀는 자신에게 속삭였다. 하지만 냉장고 문에 붙은 등록금 안내문이 눈에 들어왔다. 빨간 글씨가 그녀의 눈을 찔렀다. 이자를 더해도 내년 2월까지는 마련해야 할 돈. 그녀의 월급으로는 절대 불가능했다.
린야는 컴퓨터를 켰다. 인터넷 창에서 그녀는 우연히 하나의 광고를 보았다. 'SM 영상 모델 모집. 높은 페이. 개인 정보 보호.' 그녀의 손이 멈췄다. 광고 속에는 채찍과 가죽 의상, 그리고 굴복하는 여성의 이미지가 담겨 있었다. 그녀의 심장이 빨리 뛰었다. 수치심이 뺨을 붉게 물들였다. 그러나 동시에 묘한 기대감이 가슴 속을 꿈틀거렸다.
그녀는 몇 번이나 광고를 닫으려고 했다. 하지만 손가락이 떨리면서도 마우스를 움직였다. 다시 읽었다. 'M 여성 역할. 경험 불필요. 교육 가능.' 그녀는 깨물었던 아랫입술을 놓았다. 피 맛이 났다.
"샤오지에를 위해서야..." 그녀가 작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 말은 스스로도 믿기지 않았다.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건 바로 내면 깊숙이 숨겨진, 그동안 억눌러왔던 그 무언가였다. 전남편에게 당한 학대가 오히려 그녀를 뒤틀리게 했는지도 몰랐다.
린야는 몇 초간 망설이다가 지원 버튼을 클릭했다. 화면에 '지원 완료' 메시지가 떴다. 그녀는 컴퓨터를 끄고 침대에 누웠다. 천장을 바라보며 눈을 감았다. 그러나 잠은 오지 않았다. 머릿속에는 각종 상상이 스쳐 지나갔다.
며칠 후, 면접 날이 왔다. 린야는 벽장을 열었다. 오래된 상자 속에서 한 켤레의 검은 스타킹을 꺼냈다. 그건 전남편이 사준 것이었다. 한 번도 신지 않았던 물건이었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부드러운 천을 만졌다. 떨리는 마음으로 한쪽 다리를 집어넣었다. 천이 살에 닿는 감촉이 이상했다. 그녀는 차례차례 스타킹을 올렸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다리가 길어 보였다. 그녀는 굽이 높은 검은색 하이힐을 신었다. 거울 앞에 서서 뒤돌아보며 자신의 뒷모습을 살폈다.
면접 장소는 도시 외곽의 한 오래된 건물이었다. 린야는 택시를 타고 그곳으로 향했다.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풍경이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는 손에 땀을 쥐고 있었다. 마음속이 복잡했다. 수치심과 기대감, 두려움과 설렘이 뒤섞였다.
택시가 건물 앞에 멈췄다. 그녀는 깊은 숨을 들이쉬고 차에서 내렸다. 하이힐 소리가 조용한 거리에 울렸다. 그녀는 건물로 걸어 들어갔다. 계단을 올라가며 스스로에게 말했다.
"이건... 선택이 아니야. 어쩔 수 없는 거야."
하지만 그녀의 몸은 이미 기대에 떨고 있었다. 그녀는 문을 열고 어두운 복도 속으로 사라졌다.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오직 그녀의 발자국 소리만이 메아리처럼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