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금의 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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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금의 죄수 ## 제1장: 계모의 함정 스무 살 생일 파티. 그랜드볼룸 전체가 황금빛 조명 아래 반짝이고 있었다. 샹들리에에서 흘러내리는 빛은 마치 별빛처럼 춤추는 사람들의 어깨에 내려앉았다. 나는 하늘색 드레스를 입고 무대 중앙에 서 있었다. 저 아래 수백 명의 시선이 나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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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모의 함정

# 천금의 죄수

## 제1장: 계모의 함정

스무 살 생일 파티.

그랜드볼룸 전체가 황금빛 조명 아래 반짝이고 있었다. 샹들리에에서 흘러내리는 빛은 마치 별빛처럼 춤추는 사람들의 어깨에 내려앉았다. 나는 하늘색 드레스를 입고 무대 중앙에 서 있었다. 저 아래 수백 명의 시선이 나를 향해 있었다.

“사랑하는 딸 완칭의 스무 번째 생일을 축하합니다!”

아버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의 눈가에는 자랑스러움이 어려 있었다. 쑤씨 그룹의 외동딸, 그게 내 정체성의 전부였다. 금지옥엽으로 자란 호문가의 아가씨. 나는 모든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완칭, 이 잔을 들어.”

계모 린뤄웨이가 다가왔다. 그녀의 손에는 우아하게 장식된 샴페인 잔이 들려 있었다. 그녀는 항상 그렇게 부드럽고 상냥했다. 모두가 그녀를 ‘자애로운 계모’라 불렀다. 아버지가 재혼한 지 3년, 그녀는 완벽한 가장을 연기해왔다.

“고마워요, 어머니.”

나는 웃으며 잔을 받아들었다. 기포가 반짝이는 황금색 액체가 내 목을 타고 넘어갔다. 조금 쓴맛이 났다. 하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파티의 흥분이 모든 감각을 마비시켰으니까.

“완칭, 오늘 너를 위해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단다.”

린뤄웨이의 목소리가 내 귀에 속삭였다. 그녀의 눈에 스치는 무언가. 나는 그때 그것을 읽지 못했다. 아니, 읽으려 하지 않았다.

“선물요?”

“그래. 아주 좋은 선물이야.”

그녀의 미소가 이상하게 길게 늘어졌다. 내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발밑이 붕 뜨는 느낌. 샹들리에의 불빛이 물결치듭 흔들렸다.

“완칭? 완칭!”

아버지의 목소리가 멀어졌다. 누군가 내 팔을 잡았다. 여러 명의 손이 내 몸을 지탱했다.

“아가씨가 좀 피로하신 모양이군요. 제가 모시겠습니다.”

린뤄웨이의 차분한 목소리가 마지막으로 들렸다. 그 후로 모든 것이 정적이었다.

---

깨어났을 때, 나는 좁은 방에 누워 있었다.

천장은 낮고 누렇다. 벽지는 벗겨져 있고, 창문은 작았다. 침대는 딱딱했고, 이불은 거칠었다. 내 방이 아니었다. 내 방은 50평짜리 스위트룸인데, 여기는 겨우 5평도 안 되어 보였다.

“여긴...?”

머리가 지끈거렸다. 몸이 무거웠다. 내가 입고 있던 드레스는 없었다. 대신 거친 면바지와 낡은 셔츠를 입고 있었다. 손목에는 보석 반지도, 목에는 진주 목걸이도 없었다.

“일어났군.”

문이 열리며 린뤄웨이가 들어왔다. 그녀는 내 다이아몬드 귀걸이를 하고 있었다. 내 생일 선물로 아버지가 준 귀걸이였다. 그녀의 손가락에는 내가 아끼던 에메랄드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그거... 내 거야!”

나는 벌떡 일어나려 했다. 하지만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약기운이 아직 가시지 않은 것이다.

“네 거? 무슨 말을 하는 거니, 아칭?”

린뤄웨이가 비웃었다. 그녀는 천천히 다가와 내 앞에 서 있었다. 그녀의 눈에는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냉기가 흐르고 있었다.

“아칭이라니? 난 소완칭이야! 난 쑤씨 그룹의 외동딸이라고!”

“아니야. 넌 그냥 아칭이야. 내 새 하녀.”

린뤄웨이가 서류 뭉치를 내 앞에 던졌다. 서류에는 ‘고용 계약서’라고 쓰여 있었다. 그 밑에는 내 이름 대신 ‘아칭’이라 적혀 있었다. 도장이 찍혀 있었다. 내 지문이 찍혀 있었다.

“이건... 내가 이런 적 없어!”

“어젯밤 네가 직접 쓴 거야. 기억 안 나? 아, 약 기운이 아직 덜 빠졌나 보구나.”

린뤄웨이가 웃었다. 그 웃음은 차갑고 낮았다. 그녀는 내 머리채를 잡아 올렸다.

“이제 잘 들어, 아칭. 넌 더 이상 쑤씨 가문의 아가씨가 아니야. 넌 내가 고용한 하녀일 뿐이지. 네 이름은 소완칭이 아니라 아칭이야. 네가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줄 알아야 해.”

“미친 짓이야! 아버지께 말할 거야! 아버지!”

내가 비명을 지르자, 린뤄웨이는 태연하게 핸드폰을 꺼내 영상을 틀었다. 화면 속에서 내가 취한 듯 비틀거리며 무언가를 써 내려가고 있었다. 그 옆에 린뤄웨이가 웃으며 지도하고 있었다.

“네 아버지는 지금 해외 출장 중이시다. 그리고 네가 쓴 이 자필 각서... ‘사치와 방탕을 일삼아 가문의 명예를 실추시켰으므로, 자발적으로 가문을 떠나 하녀로 생활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 네가 깨어나면 이 각서가 효력을 발휘할 거야.”

“거짓말!”

나는 모든 힘을 다해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약에 취한 몸은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 순간, 따귀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짝!”

내 뺨이 화끈거렸다. 아주가 내 앞에 서 있었다. 그녀는 무표정하게 손을 내렸다. 뺨을 때린 것이 그녀였다.

“아가씨에게 무례하시면 안 됩니다, 아칭.”

아주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그녀는 린뤄웨이의 가장 충실한 개였다. 항상 침묵하지만, 명령을 따를 때는 주저함이 없었다.

“아... 아주...”

내 목소리가 떨렸다. 입 안에서 비릿한 맛이 났다. 나는 손으로 뺨을 감쌌다. 눈물이 핑 돌았다. 하지만 나는 울지 않으려고 참았다.

린뤄웨이가 내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그녀는 내 턱을 잡아 올리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네 상황을 이해했어? 넌 아무것도 아니야. 너의 모든 것은 이제 내 거야. 네 방, 네 옷, 네 보석, 네 지위... 모두 내 거야.”

그녀가 내 귀에 속삭였다.

“네가 나에게 잘 복종한다면, 아마도 하루 세 끼 정도는 챙겨줄지도 몰라. 하지만 반항한다면... 너도 알지? 이 세상에서 사람 하나쯤 사라지는 건 아무 일도 아니라는 걸.”

나는 그녀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내 눈에는 두려움만이 가득했다.

“알겠어? 아칭?”

린뤄웨이가 다시 물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내 목소리가 목 안에서 맴돌았다. ‘소완칭’이라는 이름을 부르던 나는 존재하지 않았다. 여기 있는 건 그저 아칭, 하녀 아칭뿐이었다.

“대답하지 않으면, 오늘 저녁은 굶는 거야.”

“...알겠습니다.”

겨우 내뱉은 말이었다. 그 말이 내 입을 떠나자, 무언가가 내 안에서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린뤄웨이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일어나서 아주에게 명령했다.

“아주, 오늘부터 아칭이 네 밑에서 일하게 될 거야. 그녀에게 하녀의 도리를 가르쳐 줘.”

“예, 부인.”

아주가 고개를 숙였다.

린뤄웨이는 방을 나가려다, 문 앞에서 멈췄다. 그녀는 뒤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아, 그리고 아칭. 오늘부터 하인 식당에서 밥을 먹어야 해. 주인 식당은 너 같은 하녀가 들어갈 곳이 아니니까.”

그녀의 발소리가 멀어져 갔다. 문이 잠겼다.

나는 좁은 방에 혼자 남겨졌다.

벽 너머로 복도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 내 생일 파티가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그 파티의 주인이 아니었다.

나는 거친 침대 위에 몸을 웅크렸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곧 울음을 삼켰다. 린뤄웨이가 말한 대로, 눈물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나는 손을 들었다. 거친 옷감이 내 피부를 찔렀다. 이 손으로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하고, 주인의 심부름을 해야 한다는 것. 그 생각만으로도 숨이 막혔다.

하지만 나는 살아야 했다.

언젠가는, 반드시, 이 굴욕을 되갚아 줄 것이다.

나는 손톱이 부러질 듯 주먹을 쥐었다. 그 고통만이 내가 아직 살아있다는 증거였다.

바깥에서는 여전히 축제가 계속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나는 그 축제의 일부가 아니었다. 나는 그림자 속으로 사라진 죄수였다.

천금의 몸값을 가진 죄수.

신분 바꾸기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무릎을 꿇고 걸레질을 하는 내 손이 시리도록 차가웠다. 하녀복은 얇고 거칠었고, 목덜미가 드러나 허전했다. 몇 시간 전만 해도 나는 비단 옷을 입고 차를 마시며 거문고 감상을 즐기던 호문가의 아가씨였다. 지금은 내 손에 쥐어진 것은 걸레와 더러운 물뿐이었다.

거실 쪽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린뤄웨이가 내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바로 그 비단 치마, 어머니가 남겨주신 유일한 선물이었다. 그녀는 소매를 살짝 걷어 올리며 우아하게 차를 따랐고, 손님들은 감탄하며 아첨을 늘어놓았다.

“린 부인, 정말 품위가 넘치시네요. 드레스도 우아하고요.”

“에이, 그냥 평범한 옷감일 뿐이에요. 너무 과찬 마세요.”

린뤄웨이가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나는 바닥을 닦는 걸레를 더 세게 힘줘 쥐었다. 그 드레스는 내 것인데, 그녀가 내게서 빼앗은 것인데.

손님 중 한 명이 내 쪽을 우연히 바라보았다. 그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린 부인, 저 하녀는 새로 온 사람인가요? 얼굴이 생소하네요.”

린뤄웨이가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그 눈빛에는 비웃음과 경멸이 섞여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말했다.

“네, 며칠 전 새로 들어온 하녀예요. 아직 서툴러서 손님들께 부끄러움을 끼치지 않을지 걱정이네요.”

“아니에요, 아니에요. 부지런해 보이는데요.”

손님은 아무것도 모른 채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대화에 집중했다. 내 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하녀라고? 나는 호문가의 적통 외동딸이다! 나는 걸레를 내던지고 일어서서 외치려 했다.

“린뤄웨이, 너 이—”

그러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가 내 입을 세게 막았다. 아주였다. 그녀의 손은 거칠고 강하게 내 팔을 움켜쥐었다. 나는 발버둥 쳤지만, 그녀는 나를 거실 밖으로 끌고 갔다.

“조용히 하세요, 아가씨.”

아주의 목소리는 낮고 차가웠다. 그 말 속에는 경고가 담겨 있었고, 약간의 애처로움도 섞여 있었다. 나는 온몸의 힘을 다해 저항했지만, 그녀는 더 세게 나를 밀어내며 부엌 쪽 복도로 데려갔다.

“아직 모르는 게 많군요. 린 부인의 뜻을 거스르면 결말이 좋지 않을 겁니다.”

“네가 뭘 알아! 그건 내 드레스야, 내 집이야!”

내 목소리는 쉰 듯 터져 나왔다. 아주는 아무 대답 없이 나를 방에 밀어 넣고 문을 잠갔다. 어둠 속에서 나는 무릎을 끌어안고 울었다. 분노와 굴욕이 목을 조여 왔다.

밤이 깊었다. 방문이 열리고 린뤄웨이가 들어왔다. 그녀는 손에 문서 한 장을 들고 있었고, 눈에는 승리자의 오만함이 빛나고 있었다.

“소완칭, 아직도 네가 누군지 모르는 것 같구나.”

그녀는 문서를 내 앞에 내밀었다. 그것은 DNA 검사 보고서였다. 서류 위에는 소완칭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지만, 결론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본인과 린씨 가문의 혈연 관계는 확인되지 않음.”

나는 손가락이 떨렸다.

“이건 거짓말이야! 내가 진짜라는 건 너도 알고 있어!”

“알고 있지.”

린뤄웨이가 부드럽게 웃으며 내 귀에 속삭였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이제 네가 가짜야.”

그녀는 천천히 몸을 돌리며 내가 얼어붙은 듯 서 있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 문서가 공식 기록이야. 누가 물어봐도, 너는 호문가의 하녀일 뿐이야. 네가 소리치면 소리칠수록, 더 많은 사람이 너를 미친 하녀로 볼 거야.”

나는 몸이 떨려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문 앞에 서서 잠시 멈추었다.

“내일부터 거실에 들어오지 마. 손님들이 보면 보기 흉하니까.”

문이 닫히고 자물쇠 채워지는 소리가 났다. 나는 방바닥에 주저앉아 허둥대며 서류를 찢으려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이미 내가 잃은 것은 단순한 옷이나 신분이 아니었다. 나는 구멍 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이었고, 아무리 손을 뻗어도 위로 올라갈 수 없었다.

어둠 속에서 나는 다시 걸레를 집어 들었다. 그 거친 천이 손바닥을 스쳤다. 나는 깨달았다. 이제 진짜 싸움은 말이 아니라 침묵 속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클럽에서의 굴욕

린뤄웨이가 나를 끌고 간 곳은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고급 클럽이었다. 반짝이는 네온사인과 귀를 멍하게 하는 음악이 나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나는 그녀가 시키는 대로 얇은 천 조각 같은 야한 치마를 입었다. 다리가 훤히 드러나고 가슴은 꽉 조여 숨 쉬기조차 힘들었다.

“오늘은 내 친구들이랑 술자리가 있으니까, 네가 제대로 접대해야 한다.”

린뤄웨이는 냉랭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입가에 독기를 띤 미소를 지었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그녀는 내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내 손목을 잡아 VVIP 룸으로 이끌었다. 문이 열리자 담배 연기와 값비싼 향수 냄새가 코를 찔렀다. 널찍한 소파에는 중년의 남자들이 둘러앉아 있었고, 그들의 시선은 즉시 나에게 꽂혔다.

“어머, 이게 누구야? 르웨이, 네 딸이야?”

한 남자가 웃으며 물었다. 린뤄웨이는 능숙하게 웃음을 터뜨리며 대답했다.

“아니에요, 우리 집에서 맡아 키우는 아가씨예요. 오늘 기분 내라고 데려왔죠.”

“오, 그렇구나. 예쁘네, 예뻐.”

그 남자는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혀를 차더니 술잔을 내밀었다.

“자, 한 잔 따라 봐.”

나는 떨리는 손으로 술병을 들었다. 손끝이 시려왔다. 그 순간, 뒤에서 누군가가 내 엉덩이를 움켜잡았다. 놀란 나는 본능적으로 몸을 돌리며 손을 휘둘렀다. 손바닥이 무언가에 닿는 둔탁한 소리가 났다. 기름기 흐르는 얼굴의 중년 남자가 눈을 부릅뜨고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게 뭐 하는 짓이야!”

그가 소리치자 린뤄웨이가 벌떡 일어났다. 그녀의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졌다가 이내 새파래졌다.

“미안합니다, 오 회장님. 이 년이 분별력이 없어서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의 손바닥이 내 뺨을 때렸다. 따끔한 통증과 함께 귀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났다. 나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일어나, 빨리 사과해!”

린뤄웨이가 내 머리채를 잡아끌며 소리쳤다. 나는 눈물을 참으며 간신히 말을 꺼냈다.

“죄… 죄송합니다.”

오 회장은 내가 무릎 꿇은 모습을 보며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

“괜찮아, 젊은 것들은 예민하니까. 자, 다시 한 잔 따라.”

나는 떨리는 손으로 다시 술잔을 들었다. 술이 잔에 넘칠 정도로 따라지자 오 회장이 내 손목을 잡고 술잔을 내 입에 가져다 댔다.

“마셔, 이게 네가 해야 할 일이야.”

쓰디쓴 술이 식도를 타고 넘어갔다. 나는 기침을 참으며 눈물을 삼켰다. 그날 밤, 나는 열여섯 잔의 술을 따라야 했다. 손님들이 하나둘씩 돌아가고, 마지막까지 남은 오 회장이 내 허리를 감싸 안았다.

“오늘 밤은 나랑 좀 놀자.”

그의 숨결이 귀에 닿자 몸이 움츠러들었다. 나는 간신히 몸을 빼내며 화장실로 도망쳤다.

화장실은 텅 비어 있었다. 차가운 세면대에 손을 짚고 거울 속의 내 모습을 바라보았다. 부어오른 왼쪽 뺨, 흐트러진 머리카락, 희미해진 화장. 그 눈빛은 더 이상 내가 알던 소완칭이 아니었다. 두려움과 절망이 뒤섞인, 길 잃은 동물의 눈빛이었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처음으로, 나는 이 굴욕 속에서 내가 완전히 무너지고 있음을 느꼈다. 계모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었다. 나는 죄수처럼 갇혀 있었다. 금지옥엽으로 자란 호문가의 아가씨는 이제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오직 린뤄웨이의 노예만이 남아 있었다.

나는 세면대 가장자리를 꽉 움켜쥐었다. 손톱이 살을 파고들었지만 아프지 않았다. 이미 마음이 더 아팠다. 화장실 문 너머로 발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급히 눈물을 닦고 거울 속의 나를 향해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살아남기 위한 미소였다.

개목줄과 기어가기

린뤄웨이가 우아하게 찻잔을 들어 올리며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었다. 그 미소는 마치 봄날의 꽃잎처럼 온화했지만, 눈빛 속에 스며든 차가움은 소완칭의 뼛속까지 얼게 만들었다.

"네가 아직도 자신이 누군지 모르는 것 같구나."

린뤄웨이가 손짓하자 아주가 조용히 다가왔다. 그녀의 손에는 가죽으로 만든 개목줄이 들려 있었다. 목줄 끝에는 쇠사슬이 달려 있어 돌바닥에 끌리며 차가운 소리를 냈다.

소완칭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서려 했지만, 이미 아주가 그녀의 뒤를 막고 있었다.

"무슨...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린뤄웨이가 찻잔을 내려놓으며 일어섰다. 그녀의 긴 치마자락이 바닥을 스치며 우아하게 움직였다.

"규칙을 가르쳐 주는 거야. 네가 이 집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아주가 소완칭의 손목을 잡았다. 소완칭이 발버둥 쳤지만, 아주의 힘은 생각보다 강했다. 개목줄이 그녀의 가느다란 목에 채워졌다. 가죽이 살갗에 닿는 순간, 소완칭의 온몸이 떨렸다.

"안 돼! 이러지 마!"

린뤄웨이가 소완칭의 머리카락을 붙잡아 위로 끌어올렸다. 그녀의 얼굴이 소완칭의 귀 가까이 다가왔다.

"개처럼 기어가. 마당을 한 바퀴 돌면 오늘은 그냥 넘어가 줄게."

소완칭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녀는 이를 악물며 고개를 저었다.

"싫어... 죽어도 싫어..."

린뤄웨이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그녀가 손을 내밀자, 아주가 불에 달궈진 인두를 건넸다. 인두 끝이 붉게 달아올라 열기가 주변을 감쌌다.

"죽고 싶다면, 내가 도와줄 수도 있어. 하지만 죽기 전에, 네 그 예쁜 가슴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표식을 남겨 줄게. 그래야 네가 누군지 잊지 않겠지."

린뤄웨이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속에 담긴 위협은 확실했다. 소완칭은 인두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를 느끼며 몸을 움츠렸다. 그녀는 린뤄웨이의 눈빛을 읽었다. 이 여자는 진심으로 그러려고 하고 있었다.

"...알겠어요."

소완칭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았다.

린뤄웨이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목줄에 연결된 쇠사슬을 잡아당겼다. 소완칭의 목이 조여지며 숨이 막혀 왔다.

"그럼 시작해."

소완칭이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돌바닥의 차가움이 무릎을 통해 전해졌다. 그녀는 두 손을 바닥에 짚고, 개처럼 네 발로 기기 시작했다. 돌길의 거친 표면이 그녀의 무릎을 찢었다. 천이 닳아 없어지고, 살갗이 벗겨지며 피가 흘렀다.

린뤄웨이가 뒤에서 따라오며 웃었다. 그 웃음소리는 마당에 울려 퍼졌다.

"더 빨리. 게으름 피우지 말고."

쇠사슬이 당겨지며 소완칭의 목이 뒤로 젖혀졌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이를 악물고 기어갔다. 무릎의 상처가 돌에 스칠 때마다 날카로운 고통이 전신을 휘감았다.

"하하, 참 귀엽네. 이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야겠어."

린뤄웨이가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셔터 소리와 함께 번쩍이는 불빛이 소완칭의 눈을 찔렀다. 그녀는 얼굴을 돌렸지만 린뤄웨이가 손으로 소완칭의 턱을 잡아 강제로 카메라를 향하게 했다.

"똑바로 봐. 이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게."

소완칭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 눈물이 돌바닥에 떨어져 흩어졌다. 그녀는 자신의 처지가 얼마나 비참한지 뼈저리게 느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한 줄기 불씨가 남아 있었다. 언젠가 이 굴욕을 갚아 주리라는 어두운 결심이 그녀의 가슴 속에서 천천히 자라나고 있었다.

마당을 한 바퀴 도는 데는 꼬박 30분이 걸렸다. 소완칭의 무릎은 피투성이가 되었고, 손바닥도 돌에 긁혀 피가 흐르고 있었다. 린뤄웨이가 마지막 사진을 찍고 만족스럽게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오늘은 여기까지야. 앞으로 매일 이렇게 규칙을 배우게 될 거야."

린뤄웨이가 몸을 돌려 방으로 들어갔다. 아주가 조용히 다가와 소완칭의 목줄을 풀어 주었다. 그녀의 손길에는 이상할 정도로 조심스러운 기색이 있었다. 소완칭은 그 손길을 느끼며 고개를 들었다. 아주의 표정은 여전히 무표정했지만, 그 눈동자에는 희미하게 연민이 스쳐 지나갔다.

"..."

소완칭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땅에 엎드린 채로, 자신의 피가 돌바닥에 번져 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마음속에서는 무언가가 영원히 부서져 버렸다. 그리고 그 부서진 조각들 사이에서, 어두운 결의가 자라나고 있었다.

다시는 당하지 않으리라. 그날이 오면...

유두 피어싱

방 안은 어스름한 촛불만이 희미하게 깜박이고 있었다. 린뤄웨이는 침대 곁에 우아하게 서서 내게서 흘러나오는 공포의 냄새를 음미하며,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이제 너는 내 소유야, 암캐.” 그녀가 내게 속삭였다. “그걸 증명할 표식이 필요해.”

나는 벌거벗은 채 침대 위에 묶여 있었다. 손목과 발목을 묶은 가죽 끈이 살갗을 파고들었고, 아무리 발버둥쳐도 빠져나갈 수 없었다. 내 가슴은 떨리고 있었다. 린뤄웨이가 손에 든 피어싱 기구를 흔들며 낮고 음흉한 웃음을 흘렸다.

“먼저 목걸이를 채워야지. 이건 네가 내 개라는 표시야.” 그녀는 금속 광택이 나는 검은색 목걸이를 내 목에 채웠다. 차가운 금속이 내 피부에 닿자 나는 몸을 움츠렸다. 그녀는 만족스럽게 목걸이를 잠갔다.

“이제, 유두 피어싱을 할 시간이야.” 그녀가 고개를 돌려 침묵을 지키던 아주에게 신호를 보냈다.

아주가 다가왔다. 그녀의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손은 살짝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소독약을 적신 면봉으로 내 가슴을 부드럽게 닦았다. 찬 알코올이 내 피부를 적시자 나는 몸을 떨었다.

“제발... 제발 그러지 마...” 내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린뤄웨이는 내 말을 무시하고, 피어싱 기구를 집었다. 그것은 바늘과 작은 은색 고리가 달린 도구였다. 그녀가 내게 다가가며 속삭였다.

“움직이지 마. 움직이면 더 아프니까.”

그녀의 손가락이 내 유두를 집었다. 차가운 금속이 내 피부에 닿았다. 나는 숨을 멈추고 눈을 질끈 감았다.

고통이 폭발했다.

날카로운 바늘이 내 살을 뚫고 지나갔다. 나는 비명을 지르며 몸을 웅크리려 했지만, 끈이 나를 붙잡았다. 모든 근육이 긴장하고, 내 몸은 경련을 일으켰다. 눈앞이 하얗게 변했다. 나는 거의 기절할 뻔했다.

린뤄웨이는 그 광경을 즐겁게 바라보았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은색 고리를 내 유두에 끼웠다. 피가 떨어졌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한쪽 끝났다. 이제 다른 쪽.” 그녀가 무심하게 말했다.

나는 숨을 헐떡이며 거의 말을 잇지 못했다. “그만... 제발...”

아주가 소독약으로 두 번째 상처를 닦았다. 그녀의 손길은 이전보다 더 섬세해졌다. 아마도 내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는 것일까? 하지만 그것은 거의 차이가 없었다.

린뤄웨이가 다시 피어싱 기구를 들었다.

고통이 다시 왔다. 이번에는 더 견디기 힘들었다. 나는 이를 악물었지만, 비명은 목구멍을 뚫고 나왔다. 내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고, 이불을 적셨다.

린뤄웨이는 마지막으로 두 개의 은색 고리를 확인했다. 그녀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름다운 장식이야.” 그녀가 내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제 너는 완벽하게 내 소유야. 이 반지들은 네가 영원히 내 것임을 증명할 거야.”

그녀는 일어나 방을 나갔다. 아주는 마지막으로 나를 슬쩍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뭔가가 스쳤다. 아마도 연민? 하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린뤄웨이를 따라 방을 떠났다.

나는 홀로 어둠 속에 남겨졌다. 유두의 고통은 가시지 않았고, 두 개의 은색 고리는 내 가슴에서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내 몸은 이제 그녀가 남긴 흔적을 지니고 있었다. 내가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흔적을.

나는 고개를 돌려 벽을 바라보았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그 눈물 뒤에는 냉랭한 결심이 자라고 있었다. 이 굴욕을 절대 잊지 않으리라. 언젠가는 반드시 도망쳐서, 그녀가 나에게 한 모든 일을 되갚아주리라.

하지만 지금은... 지금은 그저 고통을 견딜 수밖에 없었다.

인두 형벌

# 천금의 죄수

## 제6장: 인두 형벌

찻잎이 바닥에 흩어졌다. 내 손은 아직도 떨리고 있었다.

린뤄웨이는 자신의 비단 치마를 내려다보았다. 그곳에 진한 녹색의 물감이 번지고 있었다. 공기 속에 우롱차 향기가 퍼져 나갔다.

나는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 "죄송합니다, 어머님. 제가 정말 조심하지 못했습니다."

내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알고 있었다. 이것은 단순한 실수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린뤄웨이는 천천히 일어났다. 그녀의 얼굴에는 여전히 미소가 걸려 있었다. 하지만 그 미소는 차가웠다.

"소완칭."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너는 내가 너를 가르치려고 얼마나 애쓰는지 아느냐?"

"네, 어머님."

"그런데 너는?" 그녀가 내 앞으로 걸어왔다. 구두코가 내 무릎 바로 앞에 멈췄다. "너는 계속 실수만 한다.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냐?"

나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아닙니다, 어머님. 정말 조심하지 못했습니다."

린뤄웨이가 웃었다. 그 웃음은 마치 유리를 긁는 소리 같았다.

"아주."

문가에 서 있던 아주가 고개를 숙였다. "네, 부인."

"인두를 달구어라."

내 심장이 멎는 듯했다.

"아니, 어머님. 제발..."

린뤄웨이는 내 말을 무시했다. 그녀는 천천히 방 안을 거닐었다. 창문 너머로 정원의 벚꽃이 보였다. 봄날의 햇살이 방 안에 들어와 있었다. 그 모든 것이 마치 조롱처럼 느껴졌다.

아주가 곧 돌아왔다. 그녀의 손에는 쇠막대가 들려 있었다. 그 끝이 숯불 위에서 붉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열기가 공기를 일렁이게 만들었다.

린뤄웨이가 내 앞에 멈춰 섰다. 그녀는 내 턱을 집어 올렸다. 그녀의 눈에는 어떤 감정도 없었다.

"벗어라."

나는 눈을 크게 떴다. "뭐라고..."

"내 말을 못 들었느냐?" 그녀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 "네 오른쪽 가슴을 드러내라."

"어머님, 제발..."

"네가 벗지 않으면, 내가 직접 벗기겠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저고리의 끈을 풀었다. 천이 한 겹 한 겹 벗겨졌다. 차가운 공기가 드러난 피부에 닿았다. 가슴이 떨렸다. 하지만 그것은 추위 때문만은 아니었다.

린뤄웨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아주가 인두를 들고 다가왔다. 그녀의 얼굴은 무표정했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눈가에 살짝 스치는 망설임을 보았다. 그것은 곧 사라졌다.

"아주야, 바르게 해라." 린뤄웨이가 명령했다. "한 획도 흐트러지지 않게."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살을 파고들었다.

인두가 피부에 닿았다.

"아악!"

내 비명이 방 안을 가득 메웠다. 고통은 상상 이상이었다. 불이 살 속으로 파고드는 것 같았다. 지지직 하는 소리가 내 귀에 울렸다. 타는 냄새가 내 코를 찔렀다. 그 냄새는 내 살을 태우는 냄새였다.

나는 쓰러지려고 했다. 하지만 아주가 내 어깨를 붙잡았다. 그녀의 손은 예상외로 강했다.

"참아라." 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다른 사람이 들을 수 없게.

린뤄웨이가 웃었다. 그 웃음소리가 내 고통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었다.

"하나, 둘, 셋..."

그녀가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내 가슴 위에서 인두가 움직였다. 한 획, 또 한 획. 나는 어떤 획이 새겨지는지 알 수 있었다. '노' 자였다. 노예의 노.

"다섯, 여섯..."

눈물이 내 볼을 타고 흘렀다. 하지만 나는 소리를 죽였다. 나는 그녀에게 내 고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그것이 내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일곱, 여덟..."

드디어 인두가 내 피부에서 떨어졌다. 아주가 물러났다.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가슴이 불타고 있었다. 숨 쉬는 것조차 고통스러웠다.

린뤄웨이가 내 앞에 쪼그려 앉았다. 그녀의 손가락이 내 얼굴에 닿았다. 눈물을 닦아주는 척했다.

"소완칭아."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마약 속삭이듯. "이제 네 몸에 영원한 표식이 새겨졌다. 앞으로 네가 아무리 높은 곳에 오르려 해도, 네가 누구라고 생각해도, 이 표식은 네가 누구인지 가르쳐 줄 것이다."

그녀가 일어섰다. 치맛자락을 툭툭 털었다.

"너는 영원히 노예다. 내 것이지."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빨을 악물었다. 피 맛이 입 안에 퍼졌다.

린뤄웨이가 아주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데리고 나가라. 그리고 상처를 치료해 주어라. 죽으면 안 되니까."

아주가 내 팔을 잡아 일으켰다. 나는 비틀거리며 걸었다. 가슴의 통증이 온몸으로 퍼졌다. 발걸음마다 불길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았다.

문턱을 넘기 직전,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린뤄웨이가 창가에 서 있었다. 햇살이 그녀의 실루엣을 아름답게 비추고 있었다. 그녀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 미소를 나는 절대 잊지 않으리라.

아주가 나를 방으로 데려갔다. 그녀는 조용히 상처를 씻기 시작했다. 찬물이 닿을 때마다 나는 숨을 들이켰다. 그녀의 손길은 예상보다 부드러웠다.

그녀가 약을 바르기 시작했다. 상처에 연고가 스며들었다. 시원한 느낌이 조금은 고통을 덜어주었다.

"아주아." 내 목소리는 쉰 듯 나왔다.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이런 일을 하면서 즐거우신가?" 나는 중얼거렸다. 사실 대답을 기대하지 않았다.

아주가 잠시 멈췄다. 그리고 천천히 내 상처를 붕대로 감았다.

"아가씨는 앞으로 더 조심하셔야 합니다."

그게 그녀의 전부였다. 그녀는 붕대를 단단히 묶고 일어났다. 방문 밖으로 걸어나가기 전에 잠시 머뭇거렸다.

"살아남고 싶다면... 조용히 하십시오."

문이 닫혔다. 나는 홀로 방 안에 남았다.

나는 천천히 손을 올려 가슴 위의 붕대를 만졌다. 그 아래, 내 피부 위에 새겨진 글자가 느껴졌다. 그 고통이 아직도 생생했다.

린뤄웨이는 내 몸에 표식을 새겼다. 하지만 그녀가 모르는 것이 있었다. 그녀가 내 가슴에 새긴 형벌은 내 몸을 굴복시킨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창문 틈새로 바람이 불어 들어왔다. 붕대 위로 찬기가 스며들었다. 나는 눈을 감았다. 귀에 아직 그 지지직 하는 소리가 울렸다.

하지만 나는 살아 있다. 그리고 이 고통을 절대 잊지 않으리라.

나중에, 언젠가... 그날이 오면.

사무실에서의 굴욕

린뤄웨이는 내 손목을 잡아끌며 쑤씨 그룹 사무실로 들어섰다. 고급스러운 나무 책상과 가죽 의자, 그리고 벽에 걸린 거대한 회사 로고가 내 눈에 들어왔다. 나는 한때 이곳의 주인이었다. 아버지의 사무실, 내가 어렸을 때 뛰놀던 곳.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낯설고 차갑게 느껴졌다.

"무릎 꿇어."

린뤄웨이의 목소리는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했다. 그녀는 내 어깨를 밀어 책상 아래로 몰아넣었다. 차가운 대리석 바닥이 무릎뼈를 찌르고, 나는 본능적으로 움찔했다. 그녀는 구두를 내 코앞에 들이밀었다.

"닦아. 깨끗이."

나는 손을 떨며 그녀의 구두를 잡았다. 가죽 표면에 묻은 먼지가 손끝에 느껴졌다. 옷자락으로 닦기 시작했지만, 손가락이 말을 듣지 않았다. 린뤄웨이는 내 머리카락을 붙잡고 강제로 고개를 숙였다.

"더 힘줘. 네가 예전에 하인들을 대하던 그 방식대로."

눈물이 핑 돌았지만, 나는 참았다. 그녀가 원하는 건 내 굴욕이었다. 나는 더 세게 문지르며 구두코에 광택이 나도록 닦았다.

그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사장님, 보고드릴 내용이 있습니다."

남자의 목소리였다. 이사 중 한 명이었다. 나는 책상 아래로 몸을 웅크렸다. 심장이 터질 듯 뛰었다. 린뤄웨이가 내 등을 발로 살짝 밀며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들어오세요."

린뤄웨이가 내 목소리로 말했다. 정확히 같은 톤, 같은 억양이었다. 몇 달 동안 그녀는 내 말투를 완벽히 따라 하는 법을 익혔다.

이사가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그가 내 바로 위, 책상 앞에 섰다. 나는 숨을 죽였다.

"이번 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15% 상승했습니다. 특히 해외 지점에서..."

이사가 숫자를 읊기 시작했다. 린뤄웨이는 중간중간 "네, 계속하세요"라며 내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녀는 심지어 내가 회의 때 쓰는 손짓까지 흉내 내고 있었다.

나는 책상 아래에서 손톱이 살을 파고드는 걸 느꼈다. 내 삶이, 내 목소리가, 내 모든 것이 조금씩 그녀에게로 넘어가고 있었다. 이 사람들은 모른다. 지금 사장 자리에 앉은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수고하셨습니다. 다음 주 이사회에서 최종 보고해 주세요."

린뤄웨이가 말했다. 이사가 고개 숙여 인사하고 나가는 소리가 났다. 문이 닫히자 그녀의 발이 내 손등을 밟았다.

"아프..."

나는 비명을 삼켰다. 그녀의 구두 굽이 뼈 사이를 파고들었다.

"들었어? 네 자리는 이제 내 거야. 목소리도, 회사도, 모든 게."

린뤄웨이가 책상 위로 몸을 기대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그림자가 나를 덮쳤다.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도, 그가 돌아가신 지금도, 넌 아무것도 아니었어. 내가 모든 걸 가져갈 거야. 너를 완전히 대체할 때까지 꼼짝 못 하고 내 발아래 있을 운명이야."

그녀가 발에 힘을 더했다. 손가락이 으스러지는 듯한 고통이 전율처럼 팔을 타고 올라왔다.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피 맛이 혀끝에 스며들었다.

아주가 조용히 문가에 서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의 표정은 무표정했지만, 눈동자 속에 뭔가 스치는 게 있었다. 동정일까, 아니면 연민의 그림자일까. 하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린뤄웨이가 마침내 발을 떼며 일어섰다.

"일어나. 아직 할 일이 많아."

나는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손등에 선명하게 남은 구두 굽 자국이 붉게 부어올라 있었다. 그 고통이 나를 현실로 붙잡아 두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는 살아 있다. 그리고 언젠가는, 반드시, 이 굴욕을 되갚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고개를 숙이고 그녀를 따라 사무실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복도의 형광등이 내 눈을 찔렀다.

잘못된 희망

정원 한구석, 자란 잡초 사이에 웅크리고 앉아 나는 낯익은 꽃 향기를 맡으며, 한때 내 것이었던 공기를 마시고 있었다. 조금 떨어진 연못가에는 낯선 남자가 서 있었다. 그는 새파란 장삼을 입고 있었고, 얼굴은 온화했지만 눈빛에는 어쩔 수 없는 피로가 서려 있었다.

그가 나를 보았다. 처음에는 스쳐 지나가는 하인인 줄 알았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하려다가 내 옷차림을 보고는 눈에 동정의 빛이 스쳤다. 나는 이미 낡은 무명옷을 입고 있었고, 손은 거칠어져 있었다. 그가 다가와서 말했다.

"너는 여기서 새로 온 하인이냐? 어째서 푸른 꽃밭에서 풀을 뽑고 있지?"

내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이 남자는 내가 누군지 모른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것이 기회일지도 몰랐다. 나는 숨을 깊이 들이쉬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도와주세요. 저는 여기 하인이 아닙니다. 저는 소완칭입니다. 이 집의 진짜 아가씨입니다."

그의 눈이 커졌다.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이맛살을 찌푸리며 나를 위아래로 살폈다. 당연했다. 머리는 헝클어져 있고, 얼굴은 창백했으며, 옷은 누더기인 처지가 어떻게 한때 영화를 누리던 규수가 되겠는가.

"네가... 소가의 아가씨라고?" 그의 말투에는 의심이 가득했다. "거짓말이 아니겠지."

"제발 저를 믿어주세요." 나는 재빨리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주가 아직 보이지 않았다. "저는 계모에게 속아서 여기에 갇혀 있었습니다. 저는 소완칭입니다, 정말로..."

"무슨 소란인가?"

차갑고 이지적인 목소리가 꽃밭 너머에서 들려왔다. 내 온몸이 순간 얼어붙었다. 린뤄웨이였다. 그녀는 웃음을 머금고 천천히 걸어오며, 우아한 비단 치마자락을 스치며 나를 향해 다가왔다. 아주가 그녀 뒤에 말없이 따라왔다.

"이 늙은 하인이 또 정신병을 부리고 있군요." 린뤄웨이가 말했다.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내 귀에는 마치 칼날 같았다. "전에 머리를 다친 후로 자주 헛소리를 하곤 했어요. 자신이 집안의 아가씨라고, 진짜 주인이라고 하면서요. 저는 불쌍해서 그냥 두고 있었는데, 이제는 손님이 오셨는데도 예의도 없이 행동하네요."

그녀는 남자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죄송합니다. 이 사람이 불쌍한 하녀라서... 주인님께서도 부디 너그럽게 용서해주십시오."

나는 이를 악물었다. 아니야, 너야말로 거짓말쟁이야! 하지만 목이 메어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린뤄웨이의 웃는 얼굴, 그 부드러운 가면 속에 숨겨진 조소, 그것이 나를 숨 막히게 했다.

남자의 표정이 바뀌었다. 그는 나를 바라보았다. 동정은 이미 사라지고, 대신 실망과 불쾌함이 번지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참으로 안타깝구나. 마음이 병든 이를 집에 두고 일을 시키다니."

그가 몸을 돌려 가려 했다. 나는 미친 듯이 손을 내밀어 그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아니에요, 제 말을 믿어주세요! 제가 진짜 소완칭이에요! 저는 이 년에게 잡혀있는 거예요!"

"이봐, 정신 차려!" 남자가 팔을 휘둘러 내 손을 떼어냈다. 그의 눈에는 혐오와 연민이 서려 있었다. "이 여자, 상태가 심각하군요."

린뤄웨이가 다가와 내 어깨를 부드럽게 감쌌다. 마치 내가 진짜 정신병자인 것처럼.

"펑청이 불쌍해서 그래요, 가 정신을 좀 차리게 하거라."

아주가 다가왔다.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무표정했지만, 손이 내 팔을 잡을 때 힘이 무겁게 느껴졌다. 그녀가 나를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손님, 길 조심히 가십시오." 린뤄웨이가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인사했다. 나는 아주에게 끌려 꽃밭 안으로 사라지면서, 뒤에서 전해지는 낮고 냉소적인 웃음소리를 들었다.

희망이라고는 없었다. 완전히, 산산조각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