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금의 죄수
## 제1장: 계모의 함정
스무 살 생일 파티.
그랜드볼룸 전체가 황금빛 조명 아래 반짝이고 있었다. 샹들리에에서 흘러내리는 빛은 마치 별빛처럼 춤추는 사람들의 어깨에 내려앉았다. 나는 하늘색 드레스를 입고 무대 중앙에 서 있었다. 저 아래 수백 명의 시선이 나를 향해 있었다.
“사랑하는 딸 완칭의 스무 번째 생일을 축하합니다!”
아버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의 눈가에는 자랑스러움이 어려 있었다. 쑤씨 그룹의 외동딸, 그게 내 정체성의 전부였다. 금지옥엽으로 자란 호문가의 아가씨. 나는 모든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완칭, 이 잔을 들어.”
계모 린뤄웨이가 다가왔다. 그녀의 손에는 우아하게 장식된 샴페인 잔이 들려 있었다. 그녀는 항상 그렇게 부드럽고 상냥했다. 모두가 그녀를 ‘자애로운 계모’라 불렀다. 아버지가 재혼한 지 3년, 그녀는 완벽한 가장을 연기해왔다.
“고마워요, 어머니.”
나는 웃으며 잔을 받아들었다. 기포가 반짝이는 황금색 액체가 내 목을 타고 넘어갔다. 조금 쓴맛이 났다. 하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파티의 흥분이 모든 감각을 마비시켰으니까.
“완칭, 오늘 너를 위해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단다.”
린뤄웨이의 목소리가 내 귀에 속삭였다. 그녀의 눈에 스치는 무언가. 나는 그때 그것을 읽지 못했다. 아니, 읽으려 하지 않았다.
“선물요?”
“그래. 아주 좋은 선물이야.”
그녀의 미소가 이상하게 길게 늘어졌다. 내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발밑이 붕 뜨는 느낌. 샹들리에의 불빛이 물결치듭 흔들렸다.
“완칭? 완칭!”
아버지의 목소리가 멀어졌다. 누군가 내 팔을 잡았다. 여러 명의 손이 내 몸을 지탱했다.
“아가씨가 좀 피로하신 모양이군요. 제가 모시겠습니다.”
린뤄웨이의 차분한 목소리가 마지막으로 들렸다. 그 후로 모든 것이 정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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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났을 때, 나는 좁은 방에 누워 있었다.
천장은 낮고 누렇다. 벽지는 벗겨져 있고, 창문은 작았다. 침대는 딱딱했고, 이불은 거칠었다. 내 방이 아니었다. 내 방은 50평짜리 스위트룸인데, 여기는 겨우 5평도 안 되어 보였다.
“여긴...?”
머리가 지끈거렸다. 몸이 무거웠다. 내가 입고 있던 드레스는 없었다. 대신 거친 면바지와 낡은 셔츠를 입고 있었다. 손목에는 보석 반지도, 목에는 진주 목걸이도 없었다.
“일어났군.”
문이 열리며 린뤄웨이가 들어왔다. 그녀는 내 다이아몬드 귀걸이를 하고 있었다. 내 생일 선물로 아버지가 준 귀걸이였다. 그녀의 손가락에는 내가 아끼던 에메랄드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그거... 내 거야!”
나는 벌떡 일어나려 했다. 하지만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약기운이 아직 가시지 않은 것이다.
“네 거? 무슨 말을 하는 거니, 아칭?”
린뤄웨이가 비웃었다. 그녀는 천천히 다가와 내 앞에 서 있었다. 그녀의 눈에는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냉기가 흐르고 있었다.
“아칭이라니? 난 소완칭이야! 난 쑤씨 그룹의 외동딸이라고!”
“아니야. 넌 그냥 아칭이야. 내 새 하녀.”
린뤄웨이가 서류 뭉치를 내 앞에 던졌다. 서류에는 ‘고용 계약서’라고 쓰여 있었다. 그 밑에는 내 이름 대신 ‘아칭’이라 적혀 있었다. 도장이 찍혀 있었다. 내 지문이 찍혀 있었다.
“이건... 내가 이런 적 없어!”
“어젯밤 네가 직접 쓴 거야. 기억 안 나? 아, 약 기운이 아직 덜 빠졌나 보구나.”
린뤄웨이가 웃었다. 그 웃음은 차갑고 낮았다. 그녀는 내 머리채를 잡아 올렸다.
“이제 잘 들어, 아칭. 넌 더 이상 쑤씨 가문의 아가씨가 아니야. 넌 내가 고용한 하녀일 뿐이지. 네 이름은 소완칭이 아니라 아칭이야. 네가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줄 알아야 해.”
“미친 짓이야! 아버지께 말할 거야! 아버지!”
내가 비명을 지르자, 린뤄웨이는 태연하게 핸드폰을 꺼내 영상을 틀었다. 화면 속에서 내가 취한 듯 비틀거리며 무언가를 써 내려가고 있었다. 그 옆에 린뤄웨이가 웃으며 지도하고 있었다.
“네 아버지는 지금 해외 출장 중이시다. 그리고 네가 쓴 이 자필 각서... ‘사치와 방탕을 일삼아 가문의 명예를 실추시켰으므로, 자발적으로 가문을 떠나 하녀로 생활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 네가 깨어나면 이 각서가 효력을 발휘할 거야.”
“거짓말!”
나는 모든 힘을 다해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약에 취한 몸은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 순간, 따귀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짝!”
내 뺨이 화끈거렸다. 아주가 내 앞에 서 있었다. 그녀는 무표정하게 손을 내렸다. 뺨을 때린 것이 그녀였다.
“아가씨에게 무례하시면 안 됩니다, 아칭.”
아주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그녀는 린뤄웨이의 가장 충실한 개였다. 항상 침묵하지만, 명령을 따를 때는 주저함이 없었다.
“아... 아주...”
내 목소리가 떨렸다. 입 안에서 비릿한 맛이 났다. 나는 손으로 뺨을 감쌌다. 눈물이 핑 돌았다. 하지만 나는 울지 않으려고 참았다.
린뤄웨이가 내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그녀는 내 턱을 잡아 올리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네 상황을 이해했어? 넌 아무것도 아니야. 너의 모든 것은 이제 내 거야. 네 방, 네 옷, 네 보석, 네 지위... 모두 내 거야.”
그녀가 내 귀에 속삭였다.
“네가 나에게 잘 복종한다면, 아마도 하루 세 끼 정도는 챙겨줄지도 몰라. 하지만 반항한다면... 너도 알지? 이 세상에서 사람 하나쯤 사라지는 건 아무 일도 아니라는 걸.”
나는 그녀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내 눈에는 두려움만이 가득했다.
“알겠어? 아칭?”
린뤄웨이가 다시 물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내 목소리가 목 안에서 맴돌았다. ‘소완칭’이라는 이름을 부르던 나는 존재하지 않았다. 여기 있는 건 그저 아칭, 하녀 아칭뿐이었다.
“대답하지 않으면, 오늘 저녁은 굶는 거야.”
“...알겠습니다.”
겨우 내뱉은 말이었다. 그 말이 내 입을 떠나자, 무언가가 내 안에서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린뤄웨이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일어나서 아주에게 명령했다.
“아주, 오늘부터 아칭이 네 밑에서 일하게 될 거야. 그녀에게 하녀의 도리를 가르쳐 줘.”
“예, 부인.”
아주가 고개를 숙였다.
린뤄웨이는 방을 나가려다, 문 앞에서 멈췄다. 그녀는 뒤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아, 그리고 아칭. 오늘부터 하인 식당에서 밥을 먹어야 해. 주인 식당은 너 같은 하녀가 들어갈 곳이 아니니까.”
그녀의 발소리가 멀어져 갔다. 문이 잠겼다.
나는 좁은 방에 혼자 남겨졌다.
벽 너머로 복도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 내 생일 파티가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그 파티의 주인이 아니었다.
나는 거친 침대 위에 몸을 웅크렸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곧 울음을 삼켰다. 린뤄웨이가 말한 대로, 눈물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나는 손을 들었다. 거친 옷감이 내 피부를 찔렀다. 이 손으로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하고, 주인의 심부름을 해야 한다는 것. 그 생각만으로도 숨이 막혔다.
하지만 나는 살아야 했다.
언젠가는, 반드시, 이 굴욕을 되갚아 줄 것이다.
나는 손톱이 부러질 듯 주먹을 쥐었다. 그 고통만이 내가 아직 살아있다는 증거였다.
바깥에서는 여전히 축제가 계속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나는 그 축제의 일부가 아니었다. 나는 그림자 속으로 사라진 죄수였다.
천금의 몸값을 가진 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