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면 게임: 사장님의 비밀 길들이기

站点:NovelAI.one内容:前8章在线试读ID:b34bff09更新:2026-07-06 19:50
임범은 사무실 책상 뒤편에 앉아 모니터를 응시했다. 화면에는 회사 내부망의 접속 기록이 실시간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그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천천히 스크롤을 내렸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업무 관련 사이트나 뉴스, 간단한 메신저 사용이 전부였다. 하지만 한 이름이 그의 시선을 멈추게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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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감시

임범은 사무실 책상 뒤편에 앉아 모니터를 응시했다. 화면에는 회사 내부망의 접속 기록이 실시간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그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천천히 스크롤을 내렸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업무 관련 사이트나 뉴스, 간단한 메신저 사용이 전부였다. 하지만 한 이름이 그의 시선을 멈추게 했다.

엽강.

그의 접속 기록은 다른 직원들과 확연히 달랐다. 최면술 관련 커뮤니티, 야설 사이트, 그리고 최면 세뇌에 관한 전문 블로그까지. 임범은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며 기록을 더 자세히 살폈다. 엽강은 같은 사이트를 하루에도 수차례 방문했고, 특히 '최면으로 상대를 지배하는 법'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반복해서 읽은 흔적이 선명했다.

"흥미롭군."

임범은 천천히 의자에 등을 기댔다. 그는 원래부터 사람의 심리를 꿰뚫는 데 탁월했다. 그리고 그 심리를 이용해 게임을 만드는 것도 그의 특기였다. 엽강은 평범했다. 너무 평범해서 오히려 눈에 띄는 직원이었다. 늘 구석에 처박혀 일하고, 점심시간에도 혼자 도시락을 먹으며 핸드폰만 들여다보는 그런 남자였다. 하지만 그 평범함 속에 숨겨진 욕망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임범은 마우스를 움직여 몇 가지 자료를 추가로 검색했다. 엽강이 즐겨 찾는 최면 사이트 중 하나는 아마추어들이 만든 가상 현실 게임을 제공하고 있었다. 사용자가 최면 스크립트를 입력하면 인공지능이 음성으로 변환해주는 시스템이었다. 임범은 그 사이트의 URL을 복사해 따로 저장했다.

그날 저녁, 임범은 평소보다 일찍 퇴근했다. 현관문을 열자 거실에서 은은한 향초 냄새가 풍겨왔다. 아내 서청이 거실 소파에 누워 핸드폰을 보고 있다가 그를 보며 반겼다.

"어? 벌써 퇴근했어요?"

"응. 재미있는 걸 발견해서."

임범은 넥타이를 풀며 소파에 앉았다. 서청이 궁금한 듯 몸을 일으켜 그의 무릎에 기대었다.

"무슨 재미있는 건데?"

"우리 회사에 재미있는 직원이 하나 있어. 엽강이라고 아는가?"

"엽강... 아, 그 조용하고 눈에 잘 안 띄는 직원? 저번에 회식 때 혼자 술만 마시던 그 사람?"

"맞아. 그런데 걔가 최면에 진짜 빠져 있더라. 회사 내부망으로 최면 사이트를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들어가더라고."

서청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녀는 남편이 이런 이야기를 꺼낼 때면 항상 무언가 재미있는 계획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뭘 하려는 거예요?"

"간단한 게임 하나 해보려고. 걔가 최면에 그렇게 관심이 많다면, 실제로 경험하게 해주는 거지. 물론 우리가 원하는 대로 말이야."

임범은 서청의 허리를 감싸며 조용히 속삭였다. 서청은 그의 말을 듣자 얼굴에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띠었다.

"그러니까... 제가 그 엽강 씨를 최면에 빠뜨려서 길들이라는 거예요?"

"정확해. 너는 내가 훈련시킨 대로 행동하면 돼. 걔가 이미 최면에 미쳐 있으니까, 적당한 트리거만 넣어주면 금방 걸려들 거야. 그리고 나중에는..."

"나중에는?"

임범은 서청의 귓가에 입을 가져갔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달콤했다.

"나중에는 네가 그를 통제하게 될 거야. 그리고 그 통제권은 결국 내 손에 있겠지. 재미있지 않아?"

서청은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길들여지는 쾌감을 사랑했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이 다른 사람을 길들이는 과정에서 느끼는 짜릿함도 놓칠 수 없었다. 특히 남편이 계획한 게임이라면 더욱 그랬다.

"좋아요. 그럼 계획을 알려주세요."

임범은 스마트폰을 꺼내 몇 가지 사이트를 보여주었다. 엽강이 주로 방문하는 최면 커뮤니티, 그리고 그가 가장 좋아하는 야설 목록까지.

"일단 접근은 자연스럽게 해야 해. 너는 새로운 직원 교육을 담당하고 있잖아? 그 핑계로 그와 대화할 기회를 만들어. 그리고 대화 중에 최면 이야기를 슬쩍 흘려보는 거야. 걔가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지켜보라고."

서청은 고개를 끄덕이며 내용을 꼼꼼히 숙지했다. 그녀의 눈에는 벌써부터 모험에 대한 기대감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럼 언제부터 시작할까요?"

"내일부터. 아침에 출근해서 그에게 먼저 말을 걸어. 간단한 업무 지시로 시작해서 자연스럽게 점심 식사 자리로 이끌어. 거기서 한 번 테스트해보자."

임범은 서청의 턱을 살짝 들어 올리며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자 방 안에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기억해. 이 게임의 승자는 항상 나야. 너도 그 일부일 뿐이지만,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거야."

서청은 그의 손목을 잡고 자신의 볼에 문지르며 대답했다.

"물론이죠. 전 항상 당신의 게임을 즐기잖아요."

밤이 깊어갔다. 거실에는 여전히 향초 연기가 은은하게 감돌고 있었고, 두 사람은 게임의 세부 사항을 조금씩 다듬어갔다. 임범은 엽강의 심리를 완벽히 분석한 도표를 만들어 서청에게 설명했고, 서청은 그 도표를 바탕으로 접근 시나리오를 작성했다.

모든 준비가 끝났을 때, 시계는 새벽 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임범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서청의 이마에 가벼운 키스를 했다.

"내일이 기대되네."

"저도요. 이렇게 재미있는 게임은 오랜만이에요."

서청은 소파에 몸을 눕히며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이미 엽강이 최면에 걸려 자신의 명령에 따르는 모습이 그려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지켜보는 임범의 차가운 미소도 함께.

게임은 이미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게임의 첫 수는 바로 다음 날 아침에 놓일 예정이었다.

비서 지원

임범그룹의 본사 로비는 차가운 대리석 바닥과 반짝이는 유리벽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서청은 하늘색 셔츠에 검은색 치마정장을 입고 단정한 매듭을 한 머리칼을 정리하며 30층짜리 빌딩을 올려다보았다.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게임을 위해 철저히 준비해 왔다.

엘리베이터는 28층에서 멈췄다. 인사부 담당자가 그녀를 이끌어 사장실 앞까지 데려왔다. 나무 문에는 ‘임범 사장’이라는 작은 금속 명패가 붙어 있었다. 서청은 심장이 빨리 뛰는 것을 느꼈다. 평소 집에서 보는 그와 회사에서 보는 그는 분명 달랐다. 하지만 오늘은 달라야 한다. 그녀는 비서다. 충실하고 능력 있는 비서.

문 안에서 “들어오세요.”라는 단호한 목소리가 들렸다. 서청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넓은 사무실, 창문 너머로 도시의 전경이 펼쳐져 있었다. 임범은 책상 뒤에 앉아 서류를 검토하고 있었다. 그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냉철하고 사무적이었다.

“서청 씨, 지원서는 봤습니다. 학력과 경력이 뛰어나군요.”

“감사합니다, 사장님.”

그녀는 고개 숙여 정중히 인사했다. 임범은 일어나 그녀 앞으로 걸어왔다. 그는 키가 크고 어깨가 넓었다. 그의 손이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스쳤다.

“하지만 비서 일은 단순한 능력만으로는 안 됩니다. 신뢰가 가장 중요하죠.”

그의 목소리는 낮았다. 그 말 속에 다른 의미가 숨어 있었다. 서청은 살짝 미소 지었다.

“그 점은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사장님.”

임범이 고개를 끄덕였다. “면접은 통과했습니다. 내일부터 출근하세요.”

그가 다시 책상으로 돌아가 앉았다. 서청은 고개 숙여 인사한 뒤 문을 나섰다. 문이 닫히기 직전, 임범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게임은 곧 시작됩니다.”

그 말에 서청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오후 3시, 서청은 휴게실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회사 내부를 둘러보며 업무 공간에 익숙해질 참이었다. 갑자기 문이 열리며 한 남자가 들어왔다. 그는 평범한 외모에 약간 구부정한 어깨를 가졌다. 남자의 눈이 서청에게 고정되었다.

“아, 새로운 비서님이신가요?”

그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서청은 일어나서 가볍게 인사했다.

“네, 서청입니다. 방금 입사했습니다.”

“저는 엽강이라고 합니다. 같은 층에서 근무하고 있어요. 혹시 필요하신 거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그의 눈이 그녀의 얼굴에서 목선으로, 다시 허리로 내려갔다. 서청은 그 시선을 느꼈지만, 아무 일 없는 듯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감사합니다, 엽강 씨. 잘 부탁드립니다.”

그녀가 미소 지었다. 그 순간 엽강의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그는 이런 아름다운 여자를 본 적이 없었다. 그의 손가락이 무의식적으로 주머니 속의 펜을 만지작거렸다.

“아, 네.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그의 목소리가 약간 떨렸다. 서청은 커피를 버리고 인사한 뒤 휴게실을 나갔다. 그녀가 문을 닫자 엽강은 벽에 기대어 깊게 숨을 쉬었다. 그의 머릿속에 갑자기 어떤 생각이 스쳤다. 그 생각은 점점 커져 그를 사로잡았다. 저 여자를… 어떻게든 내 것으로 만들 수 없을까? 그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첫 번째 최면

임범은 팔짱을 끼고 소파에 느긋하게 앉아 있었다. 그의 시선은 서청을 향해 있었고,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스며 있었다.

“이쪽으로 와.”

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고 차분했다. 서청은 하이힐 소리를 죽이며 그의 앞에 섰다. 긴 치마 아래로 드러난 종아리가 살짝 떨렸다.

“오늘은 새로운 게임을 해볼까 해.”

임범이 손을 뻗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그의 손은 차갑고 단단했다. 서청은 숨을 죽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최면.”

그가 말했다.

“네가 진짜 최면에 걸린 것처럼 행동하는 거야. 내 명령에 따라 움직이고, 내가 시키는 대로 말해. 알겠어?”

서청의 눈이 반짝였다. 그녀는 입술을 한 번 깨물고는 대답했다.

“네.”

임범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의 손길은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했다. 그는 그녀의 귀 가까이 입을 대고 속삭였다.

“지금부터 나는 너를 최면에 빠뜨릴 거야. 내 목소리에 집중해. 다른 것은 아무것도 들리지 않아.”

서청은 눈을 감았다. 그녀의 호흡이 점점 고르게 변했다. 임범은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긴장을 풀어. 몸에 힘을 빼. 네 몸은 점점 가벼워지고 있어. 아무것도 생각하지 마. 오직 내 목소리만 들어.”

서청의 어깨가 축 처졌다. 그녀의 팔이 늘어지고, 얼굴의 긴장이 사라졌다. 진짜 최면에 걸린 사람처럼 보였다.

임범이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이제 눈을 떠.”

서청이 천천히 눈을 떴다. 그녀의 눈동자는 흐릿하고 초점이 없었다.

“네 이름을 말해 봐.”

“서청.”

그녀의 목소리는 기계적이었다.

“아니, 오늘부터 너의 이름은 달라. 너는 바로 ‘암캐 청아’야.”

서청의 입가가 살짝 떨렸다. 그녀는 곧바로 대답했다.

“네. 저는 암캐 청아입니다.”

임범이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의 눈에는 짐승을 길들이는 듯한 즐거움이 스며 있었다.

“청아, 지금부터 내 명령을 따라야 해. 명령을 따르면 상을 주고, 어기면 벌을 줄 거야. 알겠어?”

“알겠습니다.”

“좋아. 그럼 먼저 네 치마를 걷어 올려. 천천히, 내가 볼 수 있도록.”

서청이 두 손으로 치맛자락을 잡았다. 그녀의 움직임은 느리고 우아했다. 치마가 허벅지 위로 올라가자 하얀 피부가 드러났다. 그녀는 멈추지 않고 계속 올렸다. 거의 엉덩이까지 치마가 올라갔다.

임범은 침을 삼켰다.

“멈춰. 그 자세 그대로 있어.”

서청이 그대로 멈췄다. 그녀의 눈은 여전히 텅 빈 듯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임범이 그녀 주위를 천천히 걸었다. 그의 시선이 그녀의 몸을 따라 움직였다. 그는 그녀의 뒤에 서서 귀에 속삭였다.

“이제 돌아서서 책상에 엎드려.”

서청이 몸을 돌려 책상 쪽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책상 위에 두 팔을 짚고 상체를 숙였다. 엉덩이가 살짝 들렸다.

임범이 그녀의 곁에 다가와 손을 뻗어 그녀의 엉덩이를 한 번 톡 쳤다.

“참 잘했어, 청아. 상을 줄게.”

그가 그녀의 귀를 가볍게 핥았다. 서청의 몸이 움찔 떨렸다. 하지만 그녀는 곧바로 다시 긴장을 풀었다.

“자, 이제 일어나.”

서청이 일어섰다. 임범이 손을 들어 그녀의 볼을 감쌌다.

“네 눈을 보면 알 수 있어. 너는 진짜 즐기고 있어.”

서청은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봤다. 하지만 그녀의 눈동자 속에는 희미한 웃음이 숨어 있었다.

그때, 사무실 문 밖에서 작은 소음이 났다.

임범이 고개를 돌려 문 쪽을 바라봤다.

“누구야?”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잠시 기다렸지만 더 이상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별거 아니겠지.”

그는 다시 서청에게 집중했다.

문 밖, 복도 끝 벽에 기대어 서 있던 엽강은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있었고, 손에는 땀이 흥건히 묻어 있었다.

그는 분명히 들었다. 문틈 사이로 흘러나온 목소리. 낮고 부드러운 남자의 목소리가 속삭이는 듯한 그 말.

“암캐 청아.”

그 말이 그의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귀에 꽂힌 듯 선명하게.

그는 소리를 죽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발걸음도 거칠게 복도를 걸어 화장실로 향했다. 화장실 문을 닫고 거울을 바라보았다.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은 창백했다.

“최면… 최면이다.”

그의 입에서 절로 중얼거림이 흘러나왔다. 그는 두 손으로 세면대를 꽉 움켜쥐었다.

“저 말만 알면… 저 말만 알면 나도…”

그의 눈에 비정한 빛이 스쳤다. 손가락이 세면대 가장자리를 긁었다.

한참 동안 그렇게 서 있던 그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사무실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은 이미 완전히 다른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한편, 사무실로 돌아온 임범과 서청은 게임을 마무리했다. 서청은 정상적인 표정으로 돌아와 소파에 앉았다.

“재밌었어?”

임범이 물었다.

서청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네. 하지만 좀 부끄러웠어요.”

“그래도 네가 연기를 잘해줘서 다행이야. 다음에는 더 어려운 걸 시켜볼까?”

서청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그때 사무실 문이 열리고 엽강이 들어왔다. 그는 두 사람을 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사장님, 서청 씨, 회의 준비 다 됐습니다.”

임범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곧 갈게.”

엽강이 인사를 하고 나갔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한순간 서청을 향해 날카롭게 빛났다. 서청은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임범만이 그 순간을 포착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미소를 지었다.

뜻밖의 발견

엽강은 서류 뭉치를 가슴에 껴안고 사장실 문 앞에 섰다.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였지만, 왠지 모를 불안감이 손가락 끝을 떨리게 했다. 그는 숨을 깊이 들이쉬고 노크를 했다.

“들어오세요.”

임범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차분했다. 엽강이 문을 열자 방 안에는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사장은 책상 뒤에 앉아 있었고, 그의 아내 서청은 소파에 반쯤 기대어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자세가 이상했다. 머리는 약간 뒤로 젖혀져 있었고, 눈동자는 초점을 잃은 듯 흐릿했다. 블라우스 단추가 두 개쯤 풀려 있어 가느다란 쇄골이 드러나 있었다.

“사장님, 서류를 가져왔습니다.”

엽강은 서류를 책상 위에 내려놓으며 시선을 피했다. 하지만 그의 눈은 이미 그 광경을 기억해 버렸다. 서청의 입술은 살짝 벌어진 채였고, 그녀의 손은 무릎 위에 힘없이 놓여 있었다. 마치 잠든 듯한, 아니면 최면에 걸린 듯한 모습이었다.

임범이 재빨리 일어나 아내의 어깨를 감쌌다. 그의 표정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청아, 정신 차려. 손님이 왔어.”

그가 그녀의 귀에 속삭이듯 말했다. 그러자 서청의 몸이 가볍게 떨리더니 눈동자에 다시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녀는 깜빡이며 주변을 둘러보았고, 자신의 흐트러진 모습을 발견하자 얼굴이 붉어졌다.

“아, 죄송해요. 좀 피곤했나 봐요.”

서청은 단추를 여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지만, 엽강은 분명히 느꼈다. 그 순간, 그녀의 눈동자가 잠시 동안 완전히 비어 있었다는 것을. 마치 누군가가 그녀의 의식을 통제하고 있는 것처럼.

임범이 엽강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자연스러웠지만, 엽강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수고했어요. 서류는 확인해 볼게요. 나가도 좋습니다.”

엽강은 고개를 숙이고 방을 나왔다. 복도로 나서는 순간, 그의 심장이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그 장면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서청의 그 흐릿한 눈동자, 임범이 속삭인 그 말. ‘정신 차려’라는 평범한 말이었지만, 뭔가 다른 의미가 담겨 있었다.

그는 자리로 돌아와 컴퓨터 앞에 앉았다. 하지만 손은 키보드 위에서 멈춰 있었다. 그의 머릿속은 오직 한 생각으로 가득 찼다. 최면. 그것이 분명했다. 서청은 최면에 걸려 있었고, 임범이 그녀를 조종하고 있었다.

엽강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그는 주변을 살피며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후,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암캐 청아.”

그 말은 임범이 서청의 귀에 속삭인 것과 똑같은 어조였다. 엽강은 그 말을 마치 주문처럼 되뇌이며 눈을 감았다. 그의 상상 속에서 서청이 다시 한 번 그 흐릿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번에는 그가 그녀를 통제하는 쪽이었다.

“할 수 있어. 나도 할 수 있어.”

그는 손가락으로 책상을 가볍게 두드리며 중얼거렸다. 그의 눈에는 욕망과 집착이 뒤섞인 불길한 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비밀 시도

점심시간이 되자 사무실은 조용해졌다. 대부분의 직원들이 식당으로 내려갔고, 몇 명만이 자리에 남아 도시락을 먹고 있었다. 엽강은 손에 든 커피컵을 꽉 쥐고, 심장이 거칠게 뛰는 것을 느꼈다. 그는 주변을 살핀 후 서청의 자리로 다가갔다.

서청은 모니터 앞에 앉아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녀의 손가락은 키보드 위를 가볍게 움직이고 있었지만, 엽강이 다가오자 그녀의 시선이 살짝 흔들렸다. 엽강은 목을 가다듬고,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말을 꺼냈다.

“서 대리, 점심 드셨어요?”

서청이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 그녀의 눈에는 약간의 경계심이 섞여 있었지만, 이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네, 엽 대리님은요?”

“저도 먹었어요. 그런데…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엽강은 목소리를 낮췄다. 그의 손바닥에는 땀이 맺혀 있었다. 그는 어제 밤늦도록 연습한 문장을 떠올렸다. 심호흡을 한 번 하고, 그의 입술 사이로 그 문장이 흘러나왔다.

“지금 당신의 눈꺼풀은 점점 무거워지고 있습니다. 당신의 몸은 편안해지고, 당신의 의지는 내 목소리에 복종합니다.”

서청의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흐려졌다. 그녀의 손이 멈추고, 어깨의 긴장이 풀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멍하니 앞을 응시했고, 표정은 텅 빈 듯한 평온함으로 물들었다.

엽강의 심장이 요동쳤다. 그는 주위를 다시 한 번 살폈다. 아무도 그들을 주목하지 않았다. 그는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서청 씨, 지금 일어나서 창가 쪽으로 걸어가세요.”

서청이 기계처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움직임은 부드럽고 자연스러웠지만, 눈에는 초점이 없었다. 그녀는 엽강의 지시대로 창가로 걸어가 멈춰 섰다.

엽강은 숨을 삼켰다. 그것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었다. 진짜였다. 그는 다시 한 번 명령을 내렸다.

“오른손을 들어서 머리카락을 정리하세요.”

서청은 즉시 오른손을 들어 귀 뒤로 머리카락을 넘겼다. 그 동작은 우아했지만, 기계적이었다.

엽강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권력이 손에 쥐어지는 기분이었다. 그는 몇 초 동안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마지막 명령을 내렸다.

“이제 당신의 자리로 돌아가서 앉으세요. 그리고 나는 당신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는 사실을 기억할 것입니다. 당신은 평소처럼 행동할 것입니다.”

서청이 다시 걸어가 의자에 앉았다. 그녀의 눈은 다시 초점을 찾고, 몇 초 후 그녀는 고개를 흔들며 엽강을 바라봤다.

“엽 대리님, 아직 거기 계셨어요? 무슨 일이에요?”

그녀의 목소리는 평온했고, 표정은 자연스러웠다.

엽강은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아, 아니에요. 그냥 지나가다 인사한 거예요. 점심 맛있게 드세요.”

그는 돌아서서 자신의 자리로 걸어갔다. 등 뒤에서 서청의 시선이 그를 쫓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의 귀에는 여전히 자신의 목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마법 같았다.

그러나 그는 알지 못했다. 서청이 그의 등이 완전히 사라진 후, 입가에 아주 미세한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었다는 것을. 그녀의 손가락은 조용히 책상 밑으로 내려가, 휴대폰의 녹음 중지 버튼을 눌렀다.

사무실 길들이기

점심시간이 끝나고 사무실은 다시 조용해졌다. 엽강은 자리에서 일어나 커피를 타는 척하며 서청의 책상 옆을 지나갔다. 그의 손에는 작은 펜던트가 달린 열쇠고리가 흔들리고 있었다.

“서청 씨, 오늘 컨디션이 좀 안 좋아 보이네요.”

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고 부드러웠다. 서청은 고개를 들며 그를 보았고, 그의 눈에 반짝이는 빛을 보며 입가에 살짝 미소를 지었다.

“네, 좀 피곤해서요.”

엽강은 고개를 끄덕이며 펜던트를 천천히 흔들었다. 그 동작은 마치 시계추처럼 규칙적이었다.

“눈이 피로할 때는 이 초점을 따라가면 좋아요. 한번 해보세요. 깊게 숨 쉬고, 천천히 따라와요.”

서청의 시선이 무의식적으로 펜던트를 따라 움직였다. 그녀의 눈꺼풀이 조금씩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엽강의 목소리는 점점 더 깊고 나지막해졌다.

“네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지고 있어요. 숨이 깊고 편안해져요. 주변의 모든 소리가 멀어져요. 오직 내 목소리만 들려요. 그렇죠?”

서청의 몸이 살짝 긴장을 풀었다. 그녀의 눈이 반쯤 감겼다.

“네...”

“좋아요. 이제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어요. 네 몸은 완전히 편안하고, 네 마음은 내 말에 열려 있어요. 알겠죠?”

“알겠어요...”

엽강의 입가에 승리감 어린 미소가 번졌다. 그는 주변을 살짝 둘러보았다. 사무실은 한산했고, 몇몇 직원들은 자리에서 졸고 있었다. 아무도 그들을 주목하지 않았다.

“서청 씨, 나가서 잠깐 산책할래요?”

서청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움직임은 마치 꿈속을 걷는 듯 부드러웠다. 엽강은 그녀의 손목을 잡아 복도 끝으로 이끌었다. 거기에는 작은 회의실이 있었다. 문을 열고 그녀를 안으로 밀어 넣었다.

회의실 안은 어둡고 조용했다. 엽강이 불을 켜지 않고 대신 블라인드를 내렸다. 희미한 빛만이 틈새로 스며들었다.

“여기서 좀 쉬어요. 하지만 네 몸은 여전히 내 말을 들어야 해요. 알겠죠?”

“네...”

엽강은 그녀의 앞에 서서 손을 내밀어 그녀의 턱을 살짝 들어 올렸다. 서청의 눈은 여전히 반쯤 감겨 있었지만, 그 속에는 또렷한 의식이 숨어 있었다. 그러나 엽강은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오늘은 검은색 스타킹을 신고, 굽이 높은 하이힐을 신을 거예요. 집에 가서 바로 갈아신고, 내일 아침에도 그걸 신고 출근해요. 알겠죠?”

“알겠어요... 검은 스타킹... 하이힐...”

“좋아요. 그걸 신으면 내가 시킨 대로 한 거예요. 그걸 보면 난 네가 내 말을 잘 듣고 있다는 걸 알게 돼요.”

엽강의 목소리에는 만족감이 배어 있었다. 그는 손을 놓고 한 걸음 물러서며 손가락을 퉁겼다.

“이제 깨어나요. 세어 볼게요. 하나, 둘, 셋. 눈을 뜨세요.”

서청의 눈이 천천히 떠졌다.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며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어? 여기가 어디죠? 내가 왜 여기 있지?”

“점심 먹고 좀 졸리셨나 봐요. 여기서 잠깐 쉬고 계셨어요.”

엽강은 태연하게 말하며 문 쪽으로 걸어갔다.

“자, 나가서 일이나 계속하죠.”

서청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따라 회의실을 나왔다. 그녀의 발걸음은 여전히 약간 둔했지만, 엽강은 그것이 최면의 여파라고 생각했다.

그가 자리로 돌아왔을 때, 사장실의 문이 살짝 열려 있는 것을 보았다. 임범이 서 있지 않고, 그 대신 모니터 화면이 그를 향해 있었다. 화면 속에는 엽강이 서청을 회의실로 이끄는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 있었다. 엽강은 잠시 얼어붙었지만, 이내 아무 일 없다는 듯 자리에 앉았다.

사장실 안, 임범은 의자에 등을 기대고 두 팔을 가슴에 포갠 채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는 모니터를 통해 엽강이 서청의 책상 옆을 지나가는 순간부터 모든 것을 지켜봤다. 그리고 회의실에서의 장면이 끝난 후, 그는 마우스를 움직여 다른 카메라 화면으로 전환했다.

그곳에는 서청이 책상에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무언가를 적는 척하고 있었지만, 임범은 그녀의 입가에 살짝 번지는 미소를 놓치지 않았다.

그 미소를 보며 임범도 따라서 웃었다. “재미있어지고 있군.” 그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퇴근 시간이 되자, 서청은 다른 직원들과 함께 사무실을 나섰다. 그녀는 엽강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지만, 그 인사에는 어떤 특별한 의미도 담겨 있지 않았다. 엽강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내일을 기대하는 표정을 지었다.

저녁, 집에 돌아온 서청은 옷장을 열었다. 그 안에는 다양한 색깔의 스타킹과 구두들이 정리되어 있었다.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검은색 스타킹과 굽이 10센티미터는 되어 보이는 하이힐을 꺼냈다. 거울 앞에서 그것들을 신으며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다리는 더 길어 보이고, 몸매는 더욱 섹시해 보였다.

임범이 침실 문에 기대어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눈에는 욕망과 만족이 섞여 있었다.

“오늘은 왜 그걸 신었어?”

서청이 그를 돌아보며 교활한 미소를 지었다. “엽강 씨가 시켰거든요.”

“그래? 그리고 넌 그 말을 들었어?”

“당연하지. 나쁜 여자 역할을 하는 중이잖아. 네가 원하지 않았어?”

임범이 다가와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 “물론 원했지. 하지만 네가 그 앞에서 연기하는 모습을 보니까 더 흥분되더라.”

서청이 그의 가슴에 기대며 속삭였다. “나도 그 게임이 재미있어. 특히 네가 지켜보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모르는 척해야 하는 그 긴장감.”

임범이 그녀의 귀에 입을 맞추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일도 그걸 신고 가. 그리고 그가 무슨 말을 하든 다 들어줘. 하지만 잊지 마, 네 진짜 주인은 누군지.”

서청이 고개를 들어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대답했다. “물론이지. 언제나 너뿐이야.”

그들의 입술이 겹쳐졌고, 방 안에는 두 사람의 숨소리만이 어렴풋이 들려왔다.

최면 매뉴얼

엽강은 오후 일과가 끝난 후에도 사무실에 남았다. 다른 직원들이 퇴근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는 일부러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서청의 책상이 눈에 밟혔다. 평소에는 가까이 갈 용기가 없었지만, 오늘은 왠지 모르게 발걸음이 그쪽으로 향했다.

책상 위는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서청의 향수 냄새가 은은하게 남아 있었다. 엽강은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손을 뻗어 서랍을 열어보려 했다. 잠겨 있었다. 실망감에 어깨를 늘어뜨리려는 순간, 눈에 뭔가가 들어왔다. 책상 아래쪽, 키보드 트레이 위에 얇은 수첩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는 재빨리 주위를 둘러보고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후 수첩을 집어 들었다. 표지에는 '최면 매뉴얼'이라고 적혀 있었다. 손끝이 떨렸다. 마치 금광을 발견한 광부처럼 그는 자리로 돌아와 수첩을 펼쳤다.

페이지마다 상세한 필기로 가득 차 있었다. 최면의 기본 원리, 유도 방법, 심화 기술까지. 특히 주의를 끈 부분은 '피험자와의 신뢰 관계 구축'이라는 장이었다. "피험자가 편안함을 느끼게 하라. 목소리는 낮고 부드럽게 유지하라. 눈을 마주치되 너무 오래 쳐다보지 마라. 상대방의 호흡에 맞춰 말을 천천히 내뱉어라."

엽강은 그 문구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었다. 입술이 저절로 움직이며 따라 읽었다. "낮고 부드럽게... 눈을 마주치되..." 그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았다.

다음 페이지에는 더 구체적인 스크립트가 나와 있었다. "당신은 점점 졸음이 몰려옵니다. 눈꺼풀이 무거워집니다. 제 목소리만 들립니다." 엽강은 그 문장을 소리 내어 연습해 보았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몇 번 반복하자 점점 능숙해졌다.

그의 손가락은 페이지 끝으로 미끄러졌다. 거기에는 '주의사항'이라고 굵은 글씨로 쓰여 있었다. "피험자의 동의 없이 최면을 걸지 마십시오. 윤리적 한계를 지키십시오. 최면 후 암시는 상대방의 의지를 완전히 무시하지 않도록 조절하십시오."

엽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의 눈빛은 이상하게 반짝였다. 이윽고 그는 수첩을 품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퇴근하는 길에 엘리베이터 앞에 섰을 때,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엽 씨, 아직 안 갔어요?"

임범이었다. 엽강은 깜짝 놀라며 돌아섰다. "네, 네... 사장님. 정리할 게 좀 있어서요."

임범은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평소와 다름없었지만, 엽강은 왠지 그 눈빛에 뭔가 숨겨진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 "오늘 좀 피곤해 보이네요. 일찍 쉬세요."

"네, 감사합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직전, 엽강은 문틈 너머로 임범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시선은 차가웠다. 그리고 무엇인가를 기대하는 듯했다.

엽강은 아파트에 도착하자마자 수첩을 다시 꺼내 들었다. 불을 켜지 않은 채 거실 소파에 앉아, 가로등 불빛에 의지해 내용을 훑었다. 매뉴얼은 상당히 체계적이었다. 심리학 서적에서 본 적 없는 독특한 접근 방식이었다. 마치 누군가가 수년간 연구하고 수정해 만든 것처럼 완성도가 높았다.

'이 정도면... 누구든 조종할 수 있을 거야.'

그는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머릿속에 서청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녀의 미소, 그녀의 목소리, 그녀의 움직임. 그리고 임범의 시선. 왜 그가 이 매뉴얼을 그렇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에 두었을까? 의도적인 것일까? 아니면 실수?

엽강은 고민했다. 하지만 이미 손에 넣은 매뉴얼을 놓을 생각은 없었다. 그는 다음 날, 사무실에서 처음으로 연습해 보기로 결심했다. 대상은 가장 약해 보이는 인턴 사원으로 정했다.

그날 밤, 엽강은 수첩을 품에 안고 잠들었다. 그의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다음 날 아침, 그는 평소보다 일찍 출근해 자신의 자리에서 매뉴얼을 다시 훑었다. 그리고 점심시간에 인턴 사원에게 다가갔다.

"저기... 혹시 도움 좀 받을 수 있을까요? 제가 최면에 대해 좀 공부하고 있는데, 간단한 실험을 도와줄 사람이 필요해서요."

인턴 사원은 잠시 망설였지만, 엽강의 진지한 표정에 고개를 끄덕였다. 엽강은 그를 회의실로 데려갔다. 조명을 어둡게 하고 커튼을 쳤다. 인턴 사원이 의자에 앉자, 엽강은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자, 편안하게 숨을 쉬어요. 눈을 감아요. 내 목소리에 집중하세요..."

그는 매뉴얼에 적힌 대로 천천히 말했다. 처음에는 떨렸지만, 점점 확신이 생겼다. 인턴 사원의 호흡이 규칙적으로 변했다. 얼굴 근육이 이완되었다. 마치 진짜로 최면 상태에 빠진 것 같았다.

엽강은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성공했다. 이 매뉴얼은 진짜였다.

그날 오후, 서청이 사무실에 들어왔을 때 엽강은 그녀를 보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서청이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엽강은 재빨리 시선을 돌렸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미 다음 단계를 계획하고 있었다.

임범의 의도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제 그는 무기를 손에 넣었다. 승리는 시간문제였다.

임범 최면

엽강은 손에 쥔 매뉴얼을 몇 번이고 곱씹었다. 사무실 불빛 아래에서 종이 가장자리가 닳아 보일 정도였다. 그는 심호흡을 하며 임범의 집무실 문 앞에 섰다. 노크 소리가 작게 울렸다.

"들어와."

임범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차분하고 안정적이었다. 엽강은 문을 열고 들어가며 애써 표정을 무심하게 유지했다. 임범은 책상 뒤에 앉아 서류를 보다가 고개를 들었다.

"무슨 일이야, 엽강 씨?"

"사장님, 잠시 시간 좀 내주실 수 있습니까?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임범이 살짝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래, 앉아."

엽강은 맞은편 의자에 앉으며 손에 쥔 매뉴얼을 무릎 위에 내려놓았다. 그는 최대한 자연스러운 목소리를 내려고 애썼다.

"사장님, 스트레스 관리에 도움이 되는 방법을 하나 알게 됐습니다. 간단한 호흡과 집중 훈련인데, 한번 해보시면 어떨까 싶어서요."

임범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스쳤다. "흥, 네가 그런 걸? 재미있네. 어디 한번 해 보지."

엽강은 마음속으로 안도했다. 그는 매뉴얼에 적힌 대로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자, 사장님. 편안한 자세로 앉으시고, 눈을 감아보세요. 깊게 숨을 들이쉬고, 천천히 내쉬면서 몸의 긴장을 풀어보십시오."

임범은 순순히 눈을 감았다. 그의 숨소리가 고르게 변하기 시작했다. 엽강은 떨리는 손을 진정시키며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제 목소리에 집중하세요. 지금부터 하나를 셀 때마다 당신은 점점 더 깊은 이완 상태로 빠져들 것입니다. 하나... 당신의 발가락이 따뜻해지고 무거워집니다. 둘... 종아리로 그 느낌이 퍼져 올라갑니다..."

임범의 얼굴에서 긴장이 풀리는 것이 눈에 보였다. 어깨가 축 처지고, 턱이 살짝 벌어졌다. 엽강은 점점 자신감을 얻었다.

"셋... 허리와 복부가 편안해집니다. 넷... 가슴과 어깨의 모든 긴장이 사라집니다. 다섯... 마지막으로 목과 얼굴 근육이 완전히 이완됩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엽강은 임범의 반응을 살폈다. 임범의 호흡은 깊고 규칙적이었다.

"사장님, 지금 기분이 어떠십니까?"

임범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한 옥타브 낮고 나른하게 들렸다. "아주 편안해... 마치 깊은 잠에 빠진 것 같아."

엽강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성공했다. 그는 매뉴얼의 다음 부분을 떠올리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이제 제 말이 아주 중요합니다. 당신은 제 목소리만 들을 수 있습니다. 다른 모든 소리는 배경으로 사라집니다. 제가 하는 말을 당신의 깊은 의식이 그대로 받아들일 것입니다."

"알겠어..." 임범의 대답은 거의 중얼거림에 가까웠다.

엽강은 침을 삼켰다. "지금부터 제가 '깨어나'라고 말하기 전까지, 당신은 이 상태에 있습니다. 제 명령을 따르게 될 것입니다. 이해하셨습니까?"

"이해했습니다."

엽강은 잠시 망설였다. 이제 본격적인 명령을 내릴 차례였다. 그는 매뉴얼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을 떠올렸다.

"사장님, 당신의 아내인 서청 씨에 대해 생각해보십시오. 당신은 그녀를 완전히 통제하고 길들이고 싶은 욕망이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임범의 표정에 미세한 변화가 일었다. 입술이 살짝 떨렸다가 다시 굳어졌다. "그래... 청아... 내 거야. 내가 통제해야 해."

"좋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당신은 그 욕망에 더욱 충실해질 것입니다. 당신이 깨어난 후, 나는 당신에게 '서청 씨를 지금 당장 길들여야 한다'고 말할 것입니다. 그러면 당신은 그 명령을 자신의 의지로 받아들이고, 즉시 행동으로 옮길 것입니다."

임범의 이마에 가느다란 땀이 맺혔다. "알겠어... 명령을 따르겠다."

엽강은 미소를 참았다. "좋아요. 이제 내가 셋을 세면 당신은 깨어납니다. 하나... 두... 셋. 깨어나십시오."

임범의 눈이 천천히 떠졌다. 그는 잠시 멍한 표정으로 엽강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이상하네... 잠깐 졸았나?"

엽강은 재빨리 말을 덧붙였다. "사장님, 아까 말씀드린 방법인데요. 효과가 있을 것 같지 않습니까?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서청 씨를 지금 당장 길들여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임범의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흔들렸다. 그는 무표정하게 엽강을 응시하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맞는 말이야. 청아를 길들여야지. 그게 내 역할이야."

엽강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이렇게 쉽게 통할 줄이야. 그는 흥분을 감추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지금 당장 하시겠습니까?"

임범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움직임은 평소와 다름없이 안정적이었지만, 눈빛은 이상할 정도로 공허했다.

"그래. 청아를 불러라. 내가 직접 가르쳐야겠다."

엽강은 서청의 사무실로 달려갔다. 서청은 책상 앞에서 노트북을 보고 있다가 그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엽강 씨? 무슨 일이에요?"

"사장님께서 부르십니다. 지금 당장 집무실로 오시라고 하셨어요."

서청은 이상하다는 듯 눈썹을 찌푸렸지만, 곧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집무실로 들어서자 임범이 소파에 앉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청아, 이리 와."

서청이 다가가자 임범이 그의 손목을 잡아 소파로 끌어당겼다. 그는 서청의 턱을 살며시 집어 올리며 눈을 마주쳤다.

"오늘부터 내가 제대로 길들여 줄게. 너는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돼."

서청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그는 임범의 눈을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범 씨... 오늘 왜 이렇게..."

"조용히 해."

임범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그는 손을 들어 서청의 뺨을 살며시 쓰다듬었다.

"네가 진정 내 아내라는 걸 이제부터 확실히 알게 해 줄게. 모든 걸 내가 결정한다. 알겠어?"

서청은 숨을 깊게 들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어요."

엽강은 문가에 서서 이 광경을 지켜보며 가슴 속에서 울컥하는 쾌감을 느꼈다. 자신의 명령이 이렇게 완벽하게 먹혀들다니. 그는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임범은 서청을 일으켜 세우고 그의 손을 잡아 벽 쪽으로 데려갔다. 그는 서청의 양손을 벽에 붙이고 귀에 속삭였다.

"지금부터 내가 말하는 대로 해. 만약 거역하면... 벌을 줄 거야."

서청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는 임범을 바라보며 목소리를 떨었다.

"범 씨... 당신 오늘 이상해요. 무슨 일이 있어요?"

"이상하지 않아. 처음으로 제대로 된 남편이 되는 거야."

임범이 서청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엽강은 숨을 죽이고 지켜봤다. 이게 바로 자신이 원하던 장면이었다. 권력이 손에 쥐어지는 그 순간.

그러나 엽강이 눈치채지 못한 것이 있었다. 임범의 눈가에 번뜩이는 날카로운 빛이었다. 최면에 걸린 사람처럼 보였지만, 그의 손길은 지나치게 정확하고 절제되어 있었다. 마치 모든 걸 계산한 듯 움직이는 손놀림.

서청도 그것을 느꼈다. 그는 임범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속삭였다.

"범 씨... 혹시 연기하는 거야?"

임범이 아주 작게,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웃었다. "쉿. 우리 손님이 보고 있어."

그 순간, 엽강의 등 뒤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그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 임범이 이미 서청에게서 떨어져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의 표정은 평온했고, 눈빛은 예리했다.

"엽강 씨, 수고했어. 이제 퇴근해도 좋아."

엽강은 어리둥절했다. "네? 그런데 아까..."

"아까?" 임범이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아까 내가 무슨 말을 했더라? 별거 아니야. 그냥 아내랑 잠깐 장난친 거뿐이야. 자, 이제 그만 가 봐."

엽강은 뭔가 꼬인 느낌이 들었지만, 더 이상 머물 이유를 찾지 못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집무실을 나왔다. 문이 닫히는 순간, 그는 다시 한 번 뒤를 돌아봤다.

임범이 서청의 손을 잡으며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 미소 속에는 엽강이 절대 이해할 수 없는 깊은 게임의 즐거움이 숨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