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락한 공주의 계약

站点:NovelAI.one内容:前8章在线试读ID:112032ac更新:2026-07-09 10:13
앨리샤 공주는 성의 복도를 홀로 거닐며 발끝으로 차가운 대리석 바닥을 밀었다. 햇살이 높은 창문을 통해 쏟아져 들어와 먼지가 반짝였지만, 그 광채조차도 그녀의 권태를 깨우지 못했다. 궁정의 무도회, 신하들의 아첨, 매일 반복되는 다과회와 약혼 이야기—이 모든 것이 그녀의 영혼을 무디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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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의 시작

앨리샤 공주는 성의 복도를 홀로 거닐며 발끝으로 차가운 대리석 바닥을 밀었다. 햇살이 높은 창문을 통해 쏟아져 들어와 먼지가 반짝였지만, 그 광채조차도 그녀의 권태를 깨우지 못했다. 궁정의 무도회, 신하들의 아첨, 매일 반복되는 다과회와 약혼 이야기—이 모든 것이 그녀의 영혼을 무디게 만들었다. 그녀는 손끝으로 벽에 걸린 태피스트리를 스치며 지나갔다. 수백 년 전 선조들이 싸운 전투 장면이었지만, 지금 그녀에게는 그저 색 바랜 천 조각에 불과했다.

"또 이 지루한 하루가 시작됐군."

그녀의 중얼거림은 텅 빈 복도에 메아리쳤다. 아무도 듣지 않았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발걸음은 성의 깊숙한 곳으로 향했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좁은 계단이 나타났고, 그녀는 호기심에 이끌려 아래로 내려갔다. 공기는 점점 차가워지고 습해졌으며, 벽에 걸린 횃불은 꺼져 가고 있었다. 지하실이었다. 먼지와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렀지만, 앨리샤는 오히려 낯선 이 공간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곳에는 오래된 책상과 썩어가는 나무 상자들이 쌓여 있었다. 그리고 한쪽 구석에, 눈에 띄게 낡은 양피지가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앨리샤는 그것을 집어 들었다. 표면에는 신비로운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아래에는 선명한 검은 글씨가 적혀 있었다.

"영혼 교환의 계약…… 서약자의 육체와 정체를 맞바꾼다……"

그녀의 눈이 커졌다. 무언가 오래된 마법 같은 이 계약서는 단순한 농담이 아니었다. 그것이 진짜인지, 아니면 누군가의 장난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녀의 가슴속에 오래도록 잠들어 있던 무언가가 꿈틀거렸다. 만약 이것이 진짜라면, 그녀는 이 지루한 삶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다른 누군가가 되어, 다른 삶을 살 수 있을까?

"재미있는 것을 찾았군요, 공주님."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앨리샤는 놀라 몸을 돌렸다. 어둠 속에서 마커스 백작이 우아하게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의 붉은 망토는 어둠 속에서도 선명했고, 그의 입가에는 음흉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백작님, 여기서 무슨 일이십니까?"

앨리샤는 계약서를 등 뒤로 숨겼지만, 마커스는 이미 모든 것을 꿰뚫어 본 듯했다.

"저는 오랫동안 이 순간을 기다려 왔습니다. 공주님, 당신이 이 방에 발을 들일 때를."

그가 손을 내밀었다. 손바닥 위에는 똑같은 계약서가 한 장 더 있었다.

"게임을 제안합니다. 당신이 이 계약에 서명하면, 당신의 모든 것이 바뀔 것입니다. 지루함은 사라지고, 새로운 삶이 열릴 것입니다. 하지만…… 각오는 하고 계십니까?"

앨리샤는 그의 눈을 응시했다. 그 속에서 위험과 유혹이 춤추고 있었다. 그녀는 자존심 강한 공주였다. 호기심과 오만함이 그녀를 이끌었다.

"각오라고요? 저는 공주입니다. 어떤 게임이든 이길 수 있습니다."

그녀는 계약서를 펼쳤다. 마커스가 건네준 깃펜을 받아 들고, 주저함 없이 그녀의 이름을 적어 내려갔다—앨리샤·모닝스타.

그 순간, 계약서는 눈부신 빛을 내뿜었다. 앨리샤의 몸이 떨렸다. 무언가 깊은 곳에서부터 빨려 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소리치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마커스는 그저 지켜보며 미소 지었다.

"게임이 시작됐습니다, 공주님. 아니, 이제 더 이상 공주님이 아니시군요."

빛이 사라지고, 앨리샤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녀의 손에 쥐어진 계약서는 사라져 있었고, 대신 손목에 이상한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그녀는 일어나려 했지만,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마커스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당신은 이제 단순한 계약자입니다. 곧 새로운 주인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앨리샤는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더 이상 고귀한 공주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두려움에 떨리는, 낯선 여자의 목소리였다. 그 순간 그녀는 깨달았다. 이 계약이 그녀의 타락의 시작임을. 그리고 그녀의 자존심은 이미 첫 발걸음에 무너지고 있었다.

지하실의 어둠이 그녀를 집어삼켰다. 멀리서 마커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고, 그 웃음은 성 전체를 감싸는 저주처럼 느껴졌다.

노예 시장에서의 만남

천 년 된 황실의 피를 이어받은 공주라는 자격으로, 앨리샤는 인간의 추함이 이토록 벌거벗겨진 적이 없었다.

그녀는 마커스 백작의 손에 이끌려 더럽고 악취가 진동하는 거리를 걸었다. 발밑의 진흙탕은 그녀의 비단 치마자락을 더럽혔지만, 그녀는 더 이상 그것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수많은 노예 상인들의 목소리가 귀청을 찢을 듯 울려 퍼졌고, 그들의 팔에는 쇠사슬에 묶인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그들의 눈에서는 생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공주는 깊이 숨을 들이쉬며, 이 모든 것이 악몽이기를 바랐다. 그러나 마커스 백작의 손가락이 그녀의 손목을 꽉 움켜쥐는 순간, 그녀는 현실을 직시해야 했다.

“이곳이 그대가 왕래해야 할 장소다, 내 사랑하는 공주님.” 백작의 목소리에는 조롱이 섞여 있었다.

앨리샤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더 이상 ‘공주’라는 칭호에 집착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남은 것은 오직 굴욕과 무력함뿐이었다.

노예 시장 한복판, 상인은 젊고 아름다운 여인을 높은 곳에 세워 놓고 군중에게 그녀의 가치를 자랑하고 있었다. 그 여인의 눈에는 두려움이 서려 있고, 손목은 가죽 끈으로 묶여 있었지만, 머리카락은 여전히 단정하게 빗어져 있었다.

“저 여자는 재능이 뛰어나오! 자수, 요리, 노래와 춤까지 못하는 것이 없소이다!” 상인의 목소리는 열정과 함께 높아졌다.

공주는 그 여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그 여인의 입가에 아주 미세하고 이상한 미소가 스쳤다.

그것은 마치... 승리를 확신하는 듯한 미소였다.

앨리샤는 그 미소를 잊을 수 없었다. 그녀는 곧바로 시선을 돌렸지만, 이미 그 눈빛은 그녀의 깊은 마음속을 꿰뚫고 있었다.

백작도 그 여인을 보았는지, 문득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저 여자의 이름은 무엇인가?”

“레나라고 부릅니다, 나리.”

“레나...” 백작은 그 이름을 음미하듯 중얼거렸다. “가격이 얼마지?”

“오백 골드입니다, 나리.”

백작은 주저함 없이 지갑에서 금화 한 줌을 꺼냈다. “천 골드를 줄 테니, 그 여자를 나에게 팔아라.”

군중이 술렁거렸다. 오백 골드라면 이미 고가였는데, 천 골드라면 더욱이 전대미문의 거래였다. 앨리샤는 충격에 휩싸여 백작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가 왜 한 여자 노예에게 이렇게 많은 돈을 썼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백작은 그녀의 의문을 알아차리고, 낮고 음흉한 웃음을 흘렸다. “내 사랑하는 공주님, 이 여자는 앞으로 그대의 새로운 시종이 될 것이다.”

“나의... 시종?” 앨리샤는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

“그렇다. 곧 그녀가 너를 시중들 것이다. 너는 그녀에게 복종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레나가 쇠사슬에서 풀려났다. 그녀는 천천히 계단을 내려와 공주 앞에 섰다. 그녀의 눈빛은 더 이상 두려움에 가득 차 있지 않았고, 대신 교활하고 빛나는 빛을 띠고 있었다.

“공주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레나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달콤했지만, 그 속에는 경계심을 불러일으키는 무언가가 숨겨져 있었다.

앨리샤는 침을 삼켰다. 그녀는 자신의 마음속 불안을 감출 수 없었다. 이 여자는 분명히 비굴한 노예처럼 보이지만, 그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교활함은 마치 무언가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만 같았다.

“네가... 내 시종이라니?” 공주는 겨우 말을 꺼냈다.

“그렇습니다, 공주님. 앞으로 제가 당신을 돌볼 것입니다.” 레나가 고개를 숙였지만, 그녀의 눈에는 드러나지 않은 조롱이 숨겨져 있었다.

앨리샤는 경멸스러운 마음에 몸을 돌렸다. 그녀는 이 노예를 믿지 않았지만, 지금의 그녀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녀는 이미 더 이상 고귀한 공주가 아니었고, 오직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나약한 여인에 불과했다.

백작은 그들의 모습을 보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이제 집으로 돌아가자. 우리에게는 아직 많은 일이 남아 있다.”

앨리샤는 고개를 끄덕이며,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속에는 의문이 가득했다. 그 미소는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레나는 단순한 노예가 분명한데, 왜 그녀에게서 이상한 위협을 느꼈을까?

이러한 의문은 그녀의 마음을 무겁게 눌렀다. 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그녀의 운명은 이미 마커스 백작의 손아귀에 놓여 있었고, 그녀는 오직 그가 지시하는 대로만 나아갈 수 있었다.

신분 교환 의식

백작의 밀실은 성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돌벽에는 기이한 문양이 새겨져 있고, 바닥에는 붉은 색료로 복잡한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촛불이 흔들리며 그림자를 일그러뜨렸다.

앨리샤는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녀의 손목은 가는 쇠사슬에 묶여 있었고, 레나는 바로 옆에 똑같은 자세로 앉아 있었다. 두 여자의 사이에는 마커스 백작이 서서 두꺼운 고서를 펼쳐 들고 있었다.

“오늘 밤, 너희는 서로의 운명을 바꾼다.”

백작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그는 고서의 낯선 글자를 한 줄씩 읽기 시작했다. 공기는 무거워지고, 촛불이 일제히 푸른빛으로 변했다.

앨리샤는 숨을 헐떡였다.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뒤틀리는 듯한 감각이 엄습했다. 그녀의 영혼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려는 것 같았다.

“그만둬! 이건 미친 짓이야!”

그녀가 울부짖었지만, 백작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 빠르게 주문을 읊조렸다. 레나는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았다.

순간, 앨리샤의 시야가 어두워졌다. 귀가 먹먹해지고, 모든 소리가 멀어졌다. 그녀는 자신의 몸이 땅에 쓰러지는 것을 느꼈다. 동시에, 다른 쪽에서 무언가가 솟아오르는 듯한 형체 없는 충격이 전해졌다.

그리고 모든 것이 멈췄다.

앨리샤는 눈을 떴다. 천장은 낮고, 벽은 거칠었다. 그녀는 딱딱한 돗자리 위에 누워 있었다. 냄새가 달랐다. 낡은 천과 곰팡이, 그리고 땀 냄새가 섞여 있었다.

그녀가 일어나려고 팔을 짚었다. 그 손이 낯설었다. 손가락은 가늘고, 손바닥은 굳은살이 박혀 거칠었다. 팔뚝에는 작은 흉터가 몇 개 있었다.

“이건...”

앨리샤는 자신의 몸을 더듬었다. 가슴은 더 작았고, 어깨는 좁았다. 머리카락을 만져보니 짧고 엉킨 머리칼이 손끝에 닿았다.

그녀는 비명을 참았다. 이건 레나의 몸이었다. 노예의 몸이었다.

발소리가 들렸다. 앨리샤가 고개를 돌리자, 문틈으로 인기척이 다가왔다. 릴리스가 촛불을 든 채 서 있었다.

“일어났군요.”

릴리스의 목소리는 무덤덤했다. 하지만 그 눈에는 무언가 애처로운 빛이 스쳤다.

“릴리스... 나야. 앨리샤 공주야.”

앨리샤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릴리스는 잠시 침묵했다.

“...아세요? 지금 자신이 어떤 몸인지.”

“알아. 하지만 나는 여전히 나야. 레나의 몸 속에 갇혀 있을 뿐이야.”

릴리스는 고개를 저었다. “그 말은 아무 의미 없습니다. 백작님 앞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마세요. 더 큰 고통을 겪게 될 테니까.”

그녀는 물동이와 천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씻으세요. 오늘부터 당신은 하인입니다.”

앨리샤는 이를 악물었다. “난 공주야! 아버지는 분명히 나를 찾을 거야!”

“당신의 아버지는 이미 당신을 죽은 것으로 인정했습니다. 백작님이 보낸 서신을 보셨어야 하는데요.”

릴리스의 말은 칼처럼 날카로웠다. 앨리샤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순간, 밀실 쪽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레나의 웃음이 아니었다. 분명히 앨리샤의 목소리였다. 그러나 그 웃음은 앨리샤가 한 번도 내지 않았던, 짐승 같은 울림을 담고 있었다.

레나는 거울 앞에 서 있었다. 그녀의 얼굴, 아니, 앨리샤의 얼굴은 찬란히 빛나고 있었다. 금발은 매끄럽게 빗어 넘겨졌고, 눈동자는 호기심과 승리감으로 반짝였다.

“아름다워.”

레나는 자신의 손을 들어 올렸다. 하얗고 매끄러운 손이었다. 그녀는 손가락 하나하나를 움직이며 감탄했다.

“이게 진짜 공주의 몸이구나. 이 피부, 이 머리카락... 모든 것이 완벽해.”

그녀는 천천히 드레스의 깃을 열어젖혔다. 거울 속에 비친 가슴이 드러났다. 레나는 손가락으로 자국의 피부를 더듬었다.

“내가 이 몸을 가졌다. 앞으로는 내가 앨리샤 공주야. 너는... 너는 아무것도 아니야.”

레나는 거울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앨리샤의 얼굴에 어울리지 않았다. 너무 교활하고, 너무 냉소적이었다.

“이제부터는 네가 내 발아래 엎드려야 해.”

레나는 문을 열고 복도로 나갔다. 그녀는 당당하게 걷기 시작했다. 성의 모든 것이 이제 그녀의 것이었다.

앨리샤는 하인 방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레나의 낡은 옷을 입고, 거친 천에 몸을 감쌌다. 발에는 신발조차 없었다.

“안 돼. 나는 여기 있을 수 없어.”

그녀는 방을 뛰쳐나가려 했다. 그러나 복도 끝에서 마커스 백작이 나타났다.

“어디 가시나, 레나?”

백작은 조롱 섞인 미소를 지었다. 앨리샤는 발걸음을 멈췄다.

“당신이 한 짓을 후회하게 할 거야!”

그녀가 외쳤다. 백작은 빙글빙글 손가락을 돌렸다. 그러자 앨리샤의 몸이 갑자기 굳어졌다.

“끅...!”

그녀는 무릎을 꿇었다. 온몸이 마비된 듯 움직이지 않았다.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이 은목걸이, 보이나? 주문이 걸려 있어. 너의 모든 행동은 내가 통제한다.”

백작은 가까이 다가와 앨리샤의 턱을 집어 올렸다. “네 영혼이 어디에 있든, 이 몸이 하인 몸이든 상관없어. 너는 이제 내 노예야. 레나라는 이름의 노예야.”

앨리샤는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그 눈물조차 자신의 의지대로 멈출 수 없었다.

“처음부터 네가 공주로서 가진 모든 것은 허상이었어. 진짜 너는 이런 모습이었던 거야.”

백작은 손을 놓았다. “일어나, 하인. 네 주인이 기다리고 있어.”

앨리샤는 간신히 몸을 가누었다. 은목걸이가 자꾸만 그녀의 숨을 조이는 것 같았다.

그녀는 발걸음을 옮겼다. 발바닥은 차가운 돌바닥에 상처를 입었다. 앞에는 백작이, 뒤에는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성이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두 번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그녀는 레나였고, 레나는 그녀였다. 그 계약은 영원히 그들을 묶어 놓을 것이었다.

하녀의 치욕

동이 트기도 전이었다. 찬란한 새벽빛 대신, 차갑고 축축한 어둠이 앨리샤의 잠을 깨웠다. 허름한 하인용 방, 좁다란 침대 위에서 그녀는 몸을 일으켰다. 손끝이 떨렸다. 어제까지는 비단 시트 위에서 잠을 깼건만, 오늘은 거친 삼베 천이 살을 찔렀다.

문이 열리며 릴리스가 들어왔다. 늙은 하녀의 눈빛은 무심했지만, 앨리샤를 보자 잠시 머뭇거렸다.

“일어났군. 따라오게.”

릴리스의 말투는 짧았다. 앨리샤는 침대에서 내려와 맨발로 차가운 돌바닥을 밟았다. 발바닥을 파고드는 냉기가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그녀는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 어제만 해도 공주였던 그녀가, 오늘은 하녀 노릇을 하고 있다니.

“먼저 복도를 닦아라. 그리고 화장실. 거기까지다.”

릴리스가 걸레와 양동이를 내밀었다. 앨리샤는 그것을 받아들며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걸레는 꿰매진 헝겊이었고, 양동이에는 이미 더러운 물이 반쯤 차 있었다. 냄새가 코를 찔렀다.

“나는… 이런 일을 한 적이 없어요.”

목소리가 떨렸다. 릴리스는 그녀를 한 번 훑어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그래. 하지만 지금은 네가 할 일이다. 서두르게. 해 뜨기 전에 끝내야 하니.”

릴리스가 돌아서자, 앨리샤는 할 수 없이 걸레를 들고 복도로 나섰다. 긴 복도에는 촛불이 희미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그녀는 무릎을 꿇고 걸레질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서툴렀다. 걸레가 손에서 미끄러지고, 물이 바닥에 번졌다. 몇 분이 지나자 손목이 아파왔다. 무릎도 저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하인들이 지나가기 시작했다. 한 젊은 하녀가 그녀를 보고 비웃음을 터뜨렸다.

“어머, 공주님이 바닥을 닦고 계시네! 손이 곱던데, 그 손으로 이걸 하다니.”

다른 하인이 받아쳤다.

“조용히 해. 듣기만 해도 기분 나쁘다. 진짜 공주인 줄 아나?”

앨리샤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고개를 들자, 그들이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수군거렸다. 그녀는 참았다. 도움을 청해야 했다.

“잠깐만요. 이걸 어떻게 해야… 좀 가르쳐 주실 수 없나요?”

간청하는 목소리였다. 하지만 하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가르쳐 달라고? 나야말로 네게 배우고 싶다. 공주는 어떻게 밤을 보내는지.”

그녀가 다가가자 하인들은 뒤로 물러섰다. 마치 전염병이라도 옮길 듯이.

“가라, 여기 오지 마라. 신분이 바뀌었다고 해도, 너는 이제 우리랑 같지 않아. 네가 하녀인 게 아니야. 네가 하녀인 거야.”

눈빛이 차가웠다. 앨리샤는 입술을 깨물고 다시 걸레를 집었다. 아무도 그녀를 도와주지 않았다. 그녀는 혼자였다.

복도를 다 닦아내고 나서야 화장실로 향했다. 문을 열자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안에는 사용한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 있었다. 그녀는 숨을 참고 걸레를 닦기 시작했다. 토할 것 같은 구토감이 목울대를 타고 올라왔다.

“이게 대체 뭐야…”

혼잣말이 새어 나왔다.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그 순간,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뒤돌아보자, 우아한 드레스 자락이 보였다. 앨리샤는 숨을 멈췄다.

레나였다. 그녀는 공주 예복을 입고 있었고, 높은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 얼굴에는 잔혹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아이구, 여기서 이러고 있네. 내 노예가 되어서 기분이 어때?”

레나의 목소리는 달콤했지만, 그 속에 독이 숨어 있었다. 앨리샤는 걸레를 꽉 쥐며 고개를 숙였다. 대답하지 않자, 레나가 가까이 다가왔다.

“대답 안 해? 내가 말을 걸었는데, 무시하는 거야?”

“아니요, 그건…”

앨리샤의 목소리가 떨렸다. 레나는 그녀의 앞에 멈춰 섰다. 하이힐 굽이 돌바닥을 찍는 소리가 메아리쳤다.

“무릎 꿇어. 바닥을 닦아. 더 깨끗하게. 내 발 앞에 있는 이 부분은 너무 더러워.”

레나의 손가락이 바닥을 가리켰다. 앨리샤는 무릎을 꿇고 걸레질을 시작했다. 그러자 레나가 발을 내디뎠다. 하이힐 굽이 앨리샤의 손등을 세게 눌렀다.

“앗!”

비명이 터져 나왔다. 통증이 손목을 타고 올라왔다. 레나는 발을 떼지 않고 압박을 가했다.

“조용히 해. 고통스럽지? 그게 좋은 거야. 예전에 네가 나에게 했던 그대로야.”

레나의 눈이 반짝였다. 앨리샤는 이를 악물었다. 피부가 찢어질 듯 아팠지만, 그녀는 울음을 참았다. 하지만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뜨거운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려 바닥에 떨어졌다.

“울어? 공주님이 우시네. 참 불쌍해.”

레나는 발을 들어 올렸다. 앨리샤의 손등에는 하이힐 굽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레나는 돌아서며 말을 던졌다.

“계속해. 그리고 오늘 저녁에 내 침실에 와. 내가 더 가르쳐 줄 게 있으니까.”

레나의 웃음소리가 복도 끝까지 울려 퍼졌다. 앨리샤는 무릎을 꿇은 채 멍하니 바닥을 바라보았다. 손등이 아프게 울렸다. 눈물이 멎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영혼 깊은 곳에 남은 마지막 불꽃은 꺼지지 않았다. 굴욕 속에서도 작은 분노가 타올랐다. 그녀는 주먹을 쥐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반드시, 되찾을 것이다. 그녀의 자존심을, 그녀의 삶을. 하지만 지금은 그저 참아야 했다. 아픔을 삼키고, 다시 걸레를 집어 들었다. 바닥이 눈물로 미끄러웠다.

교실에서의 공개적 모욕

마커스 백작이 교실 문을 열어젖혔다. 그 안은 이미 귀족들로 가득했다. 반원형으로 배치된 의자마다 우아한 드레스와 정장 차림의 신사 숙녀들이 앉아 있었다. 그들은 무언가를 기대하는 눈빛으로 서로 속삭이고 있었다.

앨리샤는 하인들에게 끌려 들어가며 발바닥으로 차가운 대리석 바닥을 느꼈다. 그녀의 몸은 얇은 천 하나로 가려져 있었고, 팔은 하인들에게 붙잡힌 채 비틀거렸다.

“자, 모두들 주목해 주시기 바랍니다.”

백작의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웅성거림이 순식간에 멈추고 모든 시선이 강단 위로 쏠렸다.

“오늘 우리의 교육 시간에는 특별한 손님이 있습니다. 한때는 고귀했으나, 이제는 스스로의 위치를 배워야 할 분이죠.”

앨리샤의 심장이 요동쳤다. 그녀는 이미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감하고 있었다.

“그러니, 앨리샤. 네가 먼저 배워야 할 것은 복종의 자세다.”

백작이 그녀를 향해 손짓했다. 하인들이 앨리샤의 팔을 놓아주자 그녀는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무엇을 망설이는가? 상의를 벗고, 네 손과 무릎으로 땅을 기어라.”

침묵이 방 안을 감쌌다. 귀족들의 시선이 그녀를 찌르고 있었다. 앨리샤는 자신의 손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자존심이 소리쳤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이미 약해져 있었다.

“빨리.”

백작의 차가운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앨리샤는 천천히 손을 올려 얇은 천을 벗어 던졌다. 드러난 상반신에 귀족들의 시선이 쏟아졌다. 그녀는 무릎을 꿇고 손바닥을 바닥에 짚었다. 관절이 삐걱거렸다.

그렇게 그녀는 기어가기 시작했다. 강단을 향해, 관중들 앞으로. 무릎이 돌에 닿을 때마다 찌릿한 고통이 올라왔다. 누군가 낮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더 천천히. 더 낮게. 네 이마가 바닥에 닿도록.”

레나가 어디선가 나타났다. 그녀의 손에는 가느다란 교봉이 들려 있었다. 교봉은 검은색 가죽으로 감싸여 있었고 끝에 달린 작은 금속 장식이 빛났다.

“봐라. 네 전 주인이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레나가 교봉으로 앨리샤의 엉덩이를 툭 쳤다. 찰싹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앨리샤의 몸이 움찔했다.

“복종의 예절을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여러분.”

레나가 관객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웃었다. 그 웃음 속에는 이전에 앨리샤가 보았던 어떤 비굴함도 없었다. 오히려 그것은 승리자의 오만함이었다.

앨리샤는 계속 기어갔다. 강단 앞에 도착했을 때, 레나가 다시 교봉을 휘둘렀다. 이번에는 더 세게, 앨리샤의 엉덩이를 때렸다.

“아!”

앨리샤의 입에서 짧은 비명이 새어 나왔다.

“복종의 예절은 고통을 달게 받는 것이다. 네가 예전에 하인들을 대했던 것처럼 말이다.”

레나가 그녀의 귀에 속삭이듯 말했다. 그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속에 담긴 악의는 날카로웠다.

“더 많이 기어라. 관객들 앞에서 네가 어떤 존재인지 보여줘라.”

앨리샤는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녀의 시야가 흐려졌다. 땀이 이마를 타고 흘러내렸다. 군중 속에서 누군가가 조용히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저 등에 있는 문신... 저건...”

앨리샤의 등에는 한때 그녀가 공주였음을 증명하는 은빛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별과 달이 얽힌 문양은 그녀의 고귀한 혈통의 상징이었다.

백작이 눈을 가늘게 뜨며 그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는 천천히 계단을 내려와 그 남자 귀족 앞에 섰다.

“뭐라고 하셨습니까?”

“저 문신... 분명히 저는 예전에...”

“착각이십니다.”

백작이 단호하게 말을 끊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어떤 논쟁도 허용하지 않는 차가움이 담겨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노예 문신입니다. 제가 직접 새기게 한 것이죠. 모든 노예에게는 각자의 표식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귀족이 당황한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주변의 다른 귀족들도 시선을 돌렸다. 누구도 백작의 말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자, 계속하십시오.”

백작이 레나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레나가 다시 교봉을 들어 올렸다. 이번에는 앨리샤의 등, 바로 그 문신 위를 때렸다.

찰싹!

“아아!”

앨리샤의 비명이 더 크게 터져 나왔다. 등이 불타는 듯했다. 그 문신은 그녀의 자존심이자 정체성이었다. 그것을 매질당한다는 것은 그녀의 마지막 남은 영혼의 조각마저 짓밟히는 느낌이었다.

“이제 알겠나? 너는 아무것도 아니다. 단지 길들여야 할 짐승일 뿐.”

레나가 그녀의 머리카락을 붙잡아 위로 당겼다. 앨리샤의 얼굴이 하늘을 향해 들렸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지만, 그 눈물이 흘러내리지는 않았다.

“더 해주세요, 여러분이 지켜보는 앞에서 이 짐승이 제대로 길들여지는 모습을.”

레나가 웃으며 다시 교봉을 휘둘렀다. 타격이 연이어 앨리샤의 몸에 떨어졌다. 그녀의 비명은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터져 나왔다. 귀족들은 조용히 지켜보았고, 어떤 이들은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몇 분이 지나고 앨리샤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녀의 몸은 붉은 자국으로 얼룩져 있었고, 호흡은 거칠었다.

“오늘의 교육은 여기까지입니다.”

백작이 선언했다. 귀족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교실을 빠져나갔다. 어떤 이는 앨리샤를 한 번 훑어보고, 어떤 이는 아예 외면했다.

레나가 앨리샤 앞에 무릎을 꿇고 그녀의 턱을 집어 올렸다.

“처음 치고는 나쁘지 않았어. 하지만 앞으로도 이렇게 순종적일 거라는 기대는 하지 마. 나는 네가 더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싶으니까.”

앨리샤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의 입술은 바싹 말라 있었고, 목에서는 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문가에 서 있던 늙은 하녀 릴리스가 조용히 그 장면을 지켜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지만, 아무도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방을 나섰다.

교실 안에는 앨리샤와 레나, 그리고 마커스 백작만 남았다. 백작이 천천히 다가와 앨리샤의 등에 새겨진 문신을 손가락으로 쓸었다.

“은빛 별의 문신... 네가 공주였음을 증명하는 마지막 흔적이지. 하지만 이제 그것은 네가 얼마나 추락했는지를 보여주는 표식일 뿐이다.”

앨리샤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눈에서는 이내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눈물도, 그녀의 자존심도, 모든 것이 이미 무너져 내린 후였다.

인두의 자국

마커스 백작은 응접실의 안락한 의자에 느긋하게 기대어, 손가락으로 팔걸이를 가볍게 두드렸다. 그의 눈빛은 마치 재미있는 광경을 앞둔 듯 반짝이고 있었다.

“이제 결정을 내렸소, 공주.”

앨리샤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지만, 고개는 들고 그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그녀의 손목은 거친 밧줄로 묶여 피부에 자국이 남아 있었다.

“무슨 결정이죠?”

“당신은 여전히 한때 공주였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소. 하지만 그 기억은 곧 영원히 당신의 살에 새겨질 거요.”

레나가 백작의 뒤에서 조용히 미소 지었다. 그녀의 손에는 이미 준비된 작은 철제 도구가 들려 있었다.

“가축에게는 낙인이 필요하지요. 특히 길들여지지 않은 암소 말이오.”

앨리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당신... 내게 낙인을 찍겠다는 겁니까?”

“물론이오. ‘R’ 자. 레나에게서 따온 표지요. 당신은 이제 그녀의 소유이니, 그녀의 이름을 새기는 것이 마땅하지 않겠소?”

레나가 한 걸음 다가섰다. “마음에 드네요. 내가 직접 하겠어요.”

앨리샤는 몸을 움츠렸지만 하인들이 그녀의 어깨를 잡아 움직임을 막았다. “이럴 수는 없어요! 나는... 나는 고귀한 핏줄이에요!”

“고귀함? 이제 당신의 핏줄은 내 인두 아래에서 타오를 거예요.”

백작이 손짓하자, 두 명의 하인이 앨리샤를 끌고 일어섰다. 그녀는 발버둥쳤지만 소용없었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서 점점 차가워지는 공기와 축축한 냄새가 그녀의 얼굴을 감쌌다. 지하 감옥이었다.

철제 틀이 방 한가운데 서 있었다. 마치 거대한 쇠우리 같았다. 앨리샤가 그 틀 안으로 밀려들어가자, 하인들이 그녀의 손목과 발목을 쇠고리에 고정시켰다. 그녀는 움직일 수 없었다. 틀은 그녀의 가슴이 완전히 드러나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릴리스가 구석에 서서 인두를 달구고 있었다. 숯불 위에서 쇠막대가 천천히 빨갛게 변해갔다. 그녀의 손은 약간 떨리고 있었지만, 얼굴에서는 아무런 감정도 읽을 수 없었다.

“릴리스, 다 되었느냐?” 레나가 물었다.

“네, 아가씨. 충분히 뜨거워졌습니다.”

레나가 다가가 인두를 살펴보았다. 끝부분에는 선명한 ‘R’ 자가 새겨져 있었다. 그녀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완벽하군.”

앨리샤는 눈을 질끈 감았다. 심장이 너무 세게 뛰어 숨쉬기가 어려웠다. 땀이 이마를 타고 흘러내렸다.

“제발... 제발 하지 마세요. 무슨 일이든 하겠어요. 무엇이든...”

“무엇이든? 그 말, 나중에 후회할 거야.”

레나가 인두를 집어 들었다. 열기가 공기를 일렁이게 했다. 그녀가 앨리샤의 왼쪽 가슴에 인두를 가까이 가져갔다.

앨리샤는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빼려 했지만 틀이 그녀를 붙잡았다. “안 돼!”

“참아. 금방 끝날 테니까.”

레나가 힘껏 인두를 밀어 넣었다.

쉬이이잉—

살이 타는 소리가 귀를 찔렀다. 동시에 지옥 같은 고통이 앨리샤의 가슴에서 폭발했다. 그녀는 입을 벌려 비명을 질렀지만, 소리는 목구멍에서 찢어져 나왔다. 온몸이 경련하듯 떨렸다. 눈물이 빗물처럼 흘러내렸다. 연기와 타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레나가 인두를 천천히 떼어냈다. 그 자리에는 검붉은 ‘R’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가장자리는 물집이 잡히고, 중심은 까맣게 그을렸다.

“참 잘 새겨졌어.” 레나가 중얼거렸다.

앨리샤의 시야가 흐려졌다. 고통이 그녀를 집어삼켰다. 목소리가 멀어지고, 빛이 사라졌다. 그녀는 의식을 잃었다.

깨어났을 때, 그녀는 딱딱하고 차가운 바닥에 누워 있었다. 주변은 어두웠다. 천장은 낮고, 벽은 축축했다. 철창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개 우리였다.

그녀는 벌떡 일어나려 했지만, 왼쪽 가슴에서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그녀를 덮쳤다. 손을 대자 붕대가 감겨 있었다. 하지만 그 아래의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다.

“깨어났군요.” 릴리스의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들렸다.

앨리샤는 고개를 돌렸다. 릴리스가 우리 밖에 서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노파의 눈에는 동정과 연민이 스쳐 지나갔다.

“여긴... 여긴 어디야?”

“개의 우리입니다. 백작님의 사냥개들을 키우는 곳이지요. 앞으로 당신은 여기서 지내게 됩니다.”

앨리샤는 철창을 붙잡았다. 손이 떨렸다. “나를... 여기에 가둘 셈이야?”

“레나 아가씨의 명령입니다. 당신이 제대로 길들여질 때까지, 이곳이 당신의 방입니다.”

“길들여진다고? 나는... 나는 인간이야! 개가 아니라고!”

릴리스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고는 조용히 말했다. “그 말, 아가씨 앞에서는 하지 마십시오. 더 나쁜 일을 당하게 될 테니까.”

그녀가 돌아서서 걸어갔다. 등불이 흔들리며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그리고 문이 닫히면서 모든 것이 어둠에 잠겼다.

앨리샤는 철창에 기대어 주저앉았다. 가슴의 낙인이 쿡쿡 쑤셨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눈물이 다시 흘러내렸다.

더 이상 공주도, 인간도 아니었다. 그녀는 단지 ‘R’ 자가 새겨진 가축이었다.

유방 관통 의식

성의 지하 대예배당은 본래 신성한 공간이었지만, 오늘 밤은 전혀 다른 분위기로 가득 찼다. 벽면에 걸린 횃불이 어둠 속에서 꺼질 듯 타오르며, 공간을 붉게 물들였다. 한 줄로 늘어선 귀족들이 반원형으로 둘러앉아 있고, 그들의 눈에는 기대와 호기심이 빛났다. 마커스 백작은 가장 앞줄 중앙에 앉아, 손에 든 와인잔을 천천히 흔들었다. 그의 입가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신사숙녀 여러분, 오늘 밤 우리는 새로운 예술의 탄생을 목격할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신체의 변형이 아니라, 한 영혼의 재탄생입니다.”

백작의 목소리는 대예배당 안에 울려 퍼졌다. 귀족들은 술렁거리며 서로 속삭였다. 그들의 시선은 모두 예배당 중앙에 놓인 대리석 수술대에 고정되어 있었다.

앨리샤는 수술대에 묶여 있었다. 그녀의 손목과 발목은 두꺼운 가죽 끈으로 단단히 고정되었고, 쇠사슬이 대리석 표면에 연결되어 움직임을 완전히 억압했다. 차가운 돌기가 그녀의 등을 통해 뼛속까지 파고들었다. 그녀의 눈은 천장을 응시하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그저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속삭임과 비웃음이 귓가에 맴돌았다.

“옷을 벗겨라.”

백작의 명령이 떨어졌다. 릴리스가 앞으로 나와, 떨리는 손으로 앨리샤의 드레스 끈을 풀었다. 천이 미끄러지며 어깨를 드러냈다. 찬 공기가 그녀의 피부에 닿자, 앨리샤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하지만 그 움직임은 사슬에 묶여 더욱 고통스러울 뿐이었다. 드레스는 완전히 벗겨졌고, 그녀의 상반신은 아무런 보호 없이 귀족들의 시선에 노출되었다.

“아름답군요. 정말 아름다워요.”

레나가 수술대 옆에 다가왔다. 그녀는 새로 얻은 비단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머리에는 은제 왕관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작은 쇠고리와 가느다란 금속 바늘이 들려 있었다. 바늘 끝은 횃불 빛에 반사되어 차갑게 빛났다.

“레나... 제발... 하지 마...”

앨리샤의 목소리는 떨렸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하지만 레나는 그 모습을 보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쉿, 울지 마. 이건 예술이야. 너는 아름다워질 거야.”

레나가 손을 뻗어 앨리샤의 왼쪽 가슴을 움켜잡았다. 그 손길은 부드러웠지만, 그 속에는 단호함이 숨어 있었다. 금속 바늘이 피부에 닿았다. 앨리샤는 숨을 멈추었다. 차가운 금속이 살을 뚫고 들어왔다. 그 순간,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그녀의 몸 전체를 휘감았다.

“아악!”

앨리샤의 비명이 대예배당 안에 울려 퍼졌다. 그녀의 몸은 경련하듯 떨렸고, 사슬이 쇠사슬 소리를 내며 덜컹거렸다. 피가 흘러 대리석 위에 떨어졌다. 하지만 레나는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금속 고리를 유방에 삽입했다. 고리는 살을 관통하여 피부 위로 솟아올랐다.

“하나 끝. 이제 오른쪽.”

레나의 목소리는 마치 자장가처럼 부드러웠다. 두 번째 바늘이 다가왔다. 앨리샤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지만, 이미 그녀의 몸은 사슬에 묶여 꼼짝할 수 없었다. 두 번째 고통이 그녀를 덮쳤다. 이번에는 더 깊이, 더 오래 지속되었다. 앨리샤는 입술을 깨물며 신음을 삼켰다. 피가 그녀의 입가에 흘러내렸다.

“멋져요. 정말 멋진 작품이야.”

레나는 두 개의 금속 고리에 각각 작은 은제 방울을 매달았다. 방울이 부딪히며 맑고 투명한 소리를 냈다. 그 소리는 앨리샤의 몸이 떨릴 때마다 울렸다. 귀족들 사이에서 박수와 탄성이 터져 나왔다.

“자, 이제 움직여 봐. 방울 소리를 들려줘.”

레나가 앨리샤의 가슴을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렸다. 방울이 다시 한 번 울렸다. 그 소리는 마치 조롱하듯 맑고 고왔다.

앨리샤는 눈을 감았다. 그녀의 몸은 고통으로 떨고 있었지만, 그 이상으로 창피함이 그녀를 짓누르고 있었다. 귀족들의 시선, 그들의 속삭임, 그리고 무엇보다 레나의 만족스러운 미소가 그녀의 자존심을 산산조각냈다.

“제발... 그만둬... 주세요...”

앨리샤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그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았다. 하지만 백작의 귀에는 선명하게 들어왔다. 그는 와인잔을 내려놓고 천천히 일어섰다. 그의 손에는 가느다란 채찍이 들려 있었다.

“뭐라고? 더 크게 말해 봐.”

백작이 수술대 앞으로 다가왔다. 그의 그림자가 앨리샤를 덮었다. 앨리샤는 눈을 떠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공포와 애원이 섞여 있었다.

“제... 제발... 더 이상은... 못 견디겠어요...”

“견디지 못한다고?”

백작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그는 채찍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것이 앨리샤의 가슴을 강타했다. 채찍이 금속 고리를 스치며 피부를 찢었다. 앨리샤는 비명을 질렀다. 그 고통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격렬했다. 방울이 요란하게 울렸다.

“닥쳐.”

백작이 두 번째 채찍을 휘둘렀다. 이번에는 그녀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앨리샤는 숨을 헐떡이며 더 이상 소리를 내지 못했다. 그녀의 몸은 말 그대로 찢어지는 듯했다.

“기억해. 너는 더 이상 공주가 아니야. 너는 그냥 내 전시품일 뿐이야.”

백작이 채찍을 거두며 자리로 돌아갔다. 레나는 그 모습을 보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앨리샤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속삭였다.

“괜찮아. 이제 곧 끝날 거야. 그러면 너는 정말 아름다운 작품이 될 거야.”

앨리샤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그저 눈을 감고, 방울 소리가 울릴 때마다 몸이 떨리는 것을 느낄 뿐이었다. 그 속에서 그녀의 영혼은 점점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 어둠 속에서도, 아주 작은 불꽃이 아직 꺼지지 않고 타오르고 있었다. 그 불꽃은 언젠가 이 모든 것을 끝낼 수 있다는 희망이었다. 아니, 그것은 복수에 대한 갈망이었다.

하이힐의 수치

대리석 바닥의 차가움이 무릎뼈를 파고들었다. 앨리샤는 눈을 감았다. 뜨거운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려 턱에 맺혔다. 그녀의 앞, 높은 의자 위에 레나가 앉아 있었다. 한때 그녀의 시녀이던 여자가, 이제는 주인이 되어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더 가까이.”

레나의 목소리는 달콤했지만 그 속에는 날카로운 칼날이 숨어 있었다. 앨리샤는 무릎으로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갔다. 치마 자락이 바닥에 끌리며 쓸리는 소리가 났다. 대청마루 여기저기서 귀족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들은 와인잔을 기울이며 이 광경을 즐기고 있었다.

“공주님, 제 신발 끈이 좀 불편하네요. 풀어주시겠어요?”

레나가 오른발을 살짝 들어 올렸다. 하이힐의 가는 굽이 촛불 빛에 반짝였다. 앨리샤의 손이 떨렸다. 그녀는 천천히 손을 내밀어 레나의 발목을 잡았다. 가죽 끈은 단단하게 묶여 있었다. 그녀는 손가락을 움직여 매듭을 풀기 시작했다.

“더 빨리.”

레나의 발이 앨리샤의 손을 밀어냈다. 하이힐이 앨리샤의 손등을 스치며 지나갔다. 앨리샤는 이를 악물었다. 매듭이 풀렸다. 신발이 살짝 벗겨졌다. 그 순간, 레나가 발을 휙 내저었다. 하이힐이 앨리샤의 손에서 벗어나 바닥에 떨어졌다.

“이런, 떨어뜨렸네요.”

레나가 가볍게 웃었다. 그러고는 왼발의 신발을 벗어 앨리샤의 앞에 던졌다.

“이것도 해요.”

앨리샤는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손이 바닥에 떨어진 신발을 집었다. 레나의 맨발이 그녀의 시야에 들어왔다. 발가락 사이에 작은 굳은살이 보였다. 한때 시녀의 발이었지만, 이제는 주인의 발이었다.

“자, 이제...”

레나가 의자에서 일어나 앨리샤 앞에 섰다. 그녀는 앨리샤의 손에서 신발을 빼앗아 자신의 발에 신었다. 그리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하이힐의 굽으로 앨리샤의 무릎 사이를 밀어 올렸다.

“다리를 벌려요.”

앨리샤의 몸이 굳어졌다.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레나의 눈이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그 뒤로 마커스 백작이 소파에 기대어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입가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

“듣지 않을 거야?”

레나의 발이 더 세게 밀려 들어왔다. 앨리샤는 신음과 함께 다리를 벌렸다. 치마가 걷히며 허벅지가 드러났다. 귀족들의 야유가 터져 나왔다. 누군가 휘파람을 불었다.

“좋아요. 이제 그대로 있어요.”

레나가 몸을 낮추었다. 그녀의 손이 하이힐을 잡았다. 천천히 신발을 벗었다. 그리고 그 가는 굽을 앨리샤의 치마 속으로 밀어 넣었다.

“아, 제발...”

앨리샤의 몸이 움츠러들었다. 차갑고 단단한 금속이 허벅지 안쪽을 스치며 위로 올라갔다. 레나의 손이 굽을 잡고 더 깊이 밀어 넣었다. 앨리샤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조용히 해.”

갑자기 마커스 백작의 손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그녀의 머리가 뒤로 젖혀졌다. 백작의 다른 손이 그녀의 이마를 눌러 바닥에 닿게 했다.

“그려지는 중이야. 움직이면 그림이 망가져.”

앨리샤의 시야가 흐려졌다. 그녀는 옆을 보았다. 화가가 서 있었다. 붓과 캔버스, 그리고 그 위에 그려지는 그녀의 모습. 무릎 꿇은 여자, 그녀의 치마 속으로 밀어 넣어진 하이힐, 그리고 그 위에 서 있는 레나.

“완벽해.”

레나가 발을 굴렸다. 굽이 더 깊이 들어갔다. 앨리샤의 몸이 경련했다. 하체가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퍼져 나갔다. 그녀는 비명을 참으려 애썼지만, 목에서 낮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

“더 깊이.”

백작의 목소리가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그의 손이 그녀의 머리를 더 세게 눌렀다. 앨리샤의 이마가 대리석에 닿았다. 차가움이 그녀의 열기를 빼앗아 갔다.

“그래, 그게 좋아.”

레나가 발을 빼냈다. 굽이 살을 긁으며 나왔다. 핏방울이 대리석 위에 떨어졌다. 레나는 그 피를 발가락으로 찍어 입술에 발랐다.

“공주님의 피는 달콤하네요.”

귀족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누군가 박수를 쳤다. 화가가 붓을 놓고 고개를 숙였다.

“작품이 완성되었습니다, 백작님.”

백작이 앨리샤의 머리를 놓아주었다. 그녀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숨이 가빴다. 온몸이 떨렸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어둠 속에서도 그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내일은 또 다른 작품을 그리자꾸나.”

백작의 목소리가 천장에 울려 퍼졌다. 앨리샤는 손톱이 바닥에 긁히는 소리를 들었다. 그녀의 손톱이 부러져 있었다.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녀는 그 고통마저도 감각을 잃어가고 있었다.

레나가 그녀의 옆에 앉았다. 그녀의 손이 앨리샤의 뺨을 쓰다듬었다.

“쉬어요, 공주님. 내일은 더 재미있는 일을 준비했어요.”

앨리샤는 입을 열려고 했지만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녀의 목에서 신음만이 흘러나왔다. 레나가 웃으며 일어났다. 그녀의 발소리가 멀어져 갔다. 대청마루는 점점 조용해졌다. 마지막으로 한 줄기 빛이 앨리샤의 얼굴을 비추고, 문이 닫히며 어둠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