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침한 지하 밀실에서 임연은 손에 든 수정 구슬을 응시했다. 구슬 속에서는 여섯 번째 비천한 혼인, 기질혼이 붉은 빛을 뿜으며 맥동하고 있었다. 그의 입가에 스며드는 차가운 미소는 방 안의 어둠보다 더 짙었다.
“요지, 이번에는 네 본질을 바꿔주마.”
요지는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이미 공허했지만, 여전히 남아 있던 고고함의 흔적이 번뜩였다. 하지만 그 흔적도 임연의 손가락이 그녀의 이마에 닿는 순간 산산조각 났다.
“주인님... 이게... 무엇입니까?”
목소리가 떨렸다. 두려움인지 기대인지, 그녀 자신도 분간할 수 없었다.
“기질혼이다. 너를 진정한 노예로 만들어줄 혼.”
임연의 목소리는 차갑고 날카로웠다. 그의 손끝에서 붉은 빛이 요지의 이마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 순간, 요지의 몸이 격렬하게 경련했다. 그녀의 전신에서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왔고, 방 안을 가득 채우는 독특한 향기가 번져 나갔다.
그 향기는 달콤하면서도 도발적이었다. 마치 봄철에 만개한 꽃들의 향기를 섞어 놓은 듯한, 남성의 본능을 자극하는 음란한 냄새. 요지는 자신의 몸에서 나는 이 냄새에 놀랐다. 하지만 놀라움은 곧 쾌감으로 변했다.
“아... 이게... 내 몸에서 나는 냄새인가요?”
그녀의 목소리는 이미 변해 있었다. 전보다 훨씬 나른하고, 관능적이며, 유혹적이었다.
임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제 너의 몸은 발정기를 맞은 암컷처럼 향기를 발산할 것이다. 이 향기를 맡은 모든 남성들이 너를 원하게 될 것이다.”
요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갑자기 수많은 남성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그들 모두가 자신을 갈망하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섭범, 섭설기, 임야, 그리고 알지 못하는 수많은 남성들...
“주인님... 저... 저는 이제...”
그녀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임연이 손을 내밀어 그녀의 뺨을 쓰다듬었다. 그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짜릿한 전기가 흘렀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일곱 번째 혼인, 지배혼을 받아라.”
이번에는 푸른 빛이 감돌았다. 임연의 손바닥에서 뿜어져 나온 푸른 기운이 요지의 정수리로 쏟아져 들어갔다. 그 순간, 요지의 몸이 더욱 심하게 경련했다. 그녀의 입에서는 신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크흑... 주인님... 이게... 이게 뭐죠?”
“지배욕이다. 네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마.”
임연의 목소리가 그녀의 뇌리를 파고들었다. 그와 동시에 요지의 가슴 속에서 거대한 공허가 느껴졌다. 그것은 채워지지 않는 갈증 같았다.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오직 주인의 지배만으로 채울 수 있는 그 무언가.
“주인님... 저를... 저를 지배해주세요...”
요지의 목소리는 애원하듯 떨렸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하지만 그 눈물은 슬픔 때문이 아니었다. 기쁨과 황홀감 때문이었다. 드디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 감격.
임연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했다. 이제 너는 완전히 내 것이다.”
요지는 고개를 들어 주인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더 이상 고고함이 없었다. 오직 숭배와 의존만이 가득 차 있었다.
“주인님... 저는... 저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합니까?”
“네 남편과 딸을 생각해보아라.”
임연의 말에 요지의 머릿속에 섭범과 섭설기의 얼굴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 얼굴들은 더 이상 그리움을 불러일으키지 않았다. 오히려 짜증과 혐오감이 밀려왔다.
“섭범... 그는... 그는 나를 지배할 자격이 없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냉소적이었다. “그는 약해빠진 남자에 불과합니다. 주인님 같은 분이 아니면...”
“그럼 네 딸 섭설기는?”
임연의 질문에 요지의 표정이 더욱 경멸적으로 변했다.
“섭설기... 그건고한 여자... 저는 그녀가 싫습니다. 그녀의 자존심, 그녀의 위엄... 모든 것이 역겹습니다.”
“너는 그녀를 버릴 수 있겠느냐?”
임연의 목소리가 유혹적이었다. 요지는 잠시 망설이는 듯했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
“버리겠습니다. 저는... 저는 주인님만 있으면 됩니다. 다른 모든 것은... 필요 없습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가득 차 있었다. 임연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좋다. 그럼 상상해보아라. 네가 섭범과 섭설기를 버리는 순간을.”
요지의 눈동자가 공허해졌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생생한 장면들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그녀가 섭범에게 등을 돌리는 모습. 섭범이 절망에 찬 표정으로 그녀를 부르지만, 그녀는 돌아보지 않는다. 섭설기가 눈물을 흘리며 어머니를 부르지만, 그녀는 냉담하게 외면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임야... 그녀의 애인이었던 젊은이가 무너지는 모습.
그 장면들을 상상할수록 요지의 가슴속에서는 짜릿한 쾌감이 치밀어 올랐다.
“아... 아... 주인님... 이게 무슨...”
그녀는 숨을 헐떡이며 자신의 몸을 움켜쥐었다. 자신이 지금 느끼는 감정이 쾌락인지, 고통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것이 강렬하다는 것.
“네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제 알겠느냐?”
임연의 목소리가 그녀를 감쌌다. 요지는 주인의 손을 붙잡으며 대답했다.
“네... 저는... 저는 주인님께 완전히 지배당하고 싶습니다. 다른 모든 것을 버리더라도... 주인님만 있으면 됩니다.”
그 말을 내뱉는 순간, 요지의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깨지는 듯했다. 그것은 그녀가 마지막으로 붙잡고 있던, 인간으로서의 자존심이었다. 하지만 그 자존심이 사라진 자리에는 더 큰 것이 채워졌다. 임연에 대한 숭배, 그분의 지배를 갈망하는 욕망.
“주인님... 저를... 저를 가르쳐주세요. 어떻게 하면 주인님을 더 잘 섬길 수 있는지...”
요지는 엎드려 절하며 간청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더 이상 과거의 흔적이 없었다. 오직 복종과 헌신만이 남아 있었다.
임연이 그녀의 턱을 들어 올렸다. 그의 눈동자는 차갑고 계산적이었다.
“그래, 가르쳐주마. 하지만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 너는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다. 가족, 명예, 자존심... 모든 것을.”
“기꺼이 치르겠습니다.”
요지의 대답은 주저함이 없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눈물로 반짝이고 있었지만, 그 눈물은 기쁨의 눈물이었다.
임연이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 순간, 요지의 몸속에서 두 개의 비천한 혼인이 하나로 합쳐지는 것을 느꼈다. 기질혼과 지배혼이 서로 얽히며 그녀의 영혼을 완전히 재구성했다.
“이제 너는 새로운 요지다. 기질과 지배에 완전히 복종하는 노예 변기 요지.”
임연의 선언에 요지는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아름다웠지만, 동시에 섬뜩했다. 인간의 감정이 모두 사라진, 오직 노예의 본능만이 남은 미소였다.
“주인님... 저는 영원히 주인님의 것입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달콤하고 부드러웠다. 하지만 그 속에는 위험한 음기가 감돌고 있었다.
임연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의 손끝에서 다시 붉은 빛이 스며들었고, 요지의 몸에서 더욱 진한 향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 향기는 방 안을 가득 채웠고, 밀실의 작은 틈새로도 새어 나갔다. 위층에서는 섭범과 섭설기가 아직도 이 모든 것을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곧 그들도 이 향기를 맡게 될 것이고, 그들의 운명도 결정될 것이다.
요지는 주인의 품에 안기며 눈을 감았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이제 오직 하나의 생각만이 맴돌고 있었다.
주인님... 주인님만이 나의 신이다.
그녀는 자신의 남편과 딸을 생각했지만, 더 이상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들은 이제 그녀에게 있어서 장애물에 불과했다. 주인님께 바칠 제물일 뿐.
“주인님... 곧 모두를 주인님께 바치겠습니다.”
요지의 목소리는 음란하고 도발적이었다. 그녀의 몸에서는 끊임없이 발정 향기가 흘러나왔고, 그 향기는 그녀가 완전히 타락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임연은 그녀의 뺨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그래, 기다리고 있겠다. 네가 얼마나 훌륭한 노예가 될지 지켜보겠다.”
요지가 고개를 들어 주인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신앙심이 가득 차 있었다. 그녀에게 있어서 임연은 더 이상 단순한 주인이 아니었다. 그녀의 신, 그녀의 전부였다.
“주인님... 사랑합니다.”
그 말을 내뱉는 순간, 그녀의 몸에서 뜨거운 기운이 솟구쳤다. 기질혼과 지배혼이 동시에 반응하며 그녀의 영혼을 더욱 깊이 지배했다. 그녀는 더 이상 인간 요지가 아니었다. 오직 임연의 노예 변기로 다시 태어난 존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