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옥 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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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국의 수도 한성에는 노비 시장이 있었다. 해가 지기 시작하자 거리마다 붉은 빛이 감돌았고, 그 아래로 줄지어 선 노비들의 얼굴에는 아무 표정도 없었다. 이 나라에서는 노예 제도가 합법이었다. 빚을 갚지 못하거나, 죄를 짓거나, 혹은 단지 권력자의 눈에 거슬리기만 해도 사람은 물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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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박의 나라

황제국의 수도 한성에는 노비 시장이 있었다. 해가 지기 시작하자 거리마다 붉은 빛이 감돌았고, 그 아래로 줄지어 선 노비들의 얼굴에는 아무 표정도 없었다. 이 나라에서는 노예 제도가 합법이었다. 빚을 갚지 못하거나, 죄를 짓거나, 혹은 단지 권력자의 눈에 거슬리기만 해도 사람은 물건이 될 수 있었다. 법전의 조항들은 선명하게 적혀 있었지만, 그 의미는 언제나 해석되기 나름이었다.

임상은 누추한 골목 안쪽에 서 있었다. 그의 앞에는 언니 임설이 있었다. 두 사람은 한때 이 도시에서 가장 부유한 집안의 따님들이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회사가 갑작스러운 부채와 조작된 소송에 휘말려 파산할 때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 후 3년, 그들은 좁은 방 하나를 빌려 살며, 임상은 밤낮없이 가죽을 다듬는 공장에서 일했고, 임설은 자수로 생계를 이었다. 그들의 삶은 비좁았지만, 적어도 자유는 있었다.

임설이 고개를 숙여 손에 든 수를 놓았다. 그녀의 손끝은 가늘고 희었고, 그 사이로 붉은 꽃잎이 하나씩 피어올랐다. 그녀는 말없이 웃으며, 마치 모든 어려움이 곧 지나갈 것이라 확신하는 듯했다. 임상은 그런 그녀를 보며 마음이 아팠다. 그는 언니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고 있었다. 그 아름다움은 이 도시의 어둠 속에서 마치 갓 피어난 연꽃과 같아서 사람들이 손을 뻗어 꺾고 싶게 만들었다.

며칠 전, 시장에서 장을 보던 임설이 우연히 한 무리의 귀족들과 마주쳤다. 그중 맨 앞에 선 남자는 검은 비단 두루마기를 입고 있었고, 눈빛은 마치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그는 임설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게 황침이었다. 황실에 가까운 권세가의 자제로서, 그는 어떤 법도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데 능숙했다. 그는 오만함과 잔인함으로 한성 전체에 이름을 떨쳤다. 그날, 그는 시장의 작은 어물전 앞에 서서 수놓는 여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곁에 있는 구씨 가문의 사내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 여자, 내가 원한다."

구씨 가문은 이 도시에서 가장 악명 높은 포악한 집단으로, 그들의 전문은 바로 강제로 데려가는 일이었다. 그들은 법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이 원하는 사람을 찾기만 하면, 빚이 있든 없든, 증거가 있든 없든 반드시 방법을 찾아냈다. 부채를 위조하거나, 증거를 조작하거나, 아예 문을 부수고 들어가 사람을 끌고 가기도 했다. 관청은 눈을 감았고, 이웃들은 입을 다물었다. 아무도 감히 참견하지 못했다.

임상은 이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골목 입구에서 몇 차례 낯선 그림자가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검은 옷을 입고 있었고, 눈빛은 마치 먹이를 찾는 늑대 같았다. 그의 심장이 조여들었고, 손가락이 저절로 주먹을 쥐었다. 그는 이미 자유를 위해 싸우던 그때의 임상이 아니었다. 반노예 조직의 지도자였을 때, 그는 거리의 노동자들을 이끌고 관청 앞에서 시위를 벌였고, 신문에 칼럼을 기고했으며, 의회 문 밖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그러나 조직의 자매들이 하나둘 잡혀가고, 언니가 위협당하는 모습을 보고 그는 자신의 이상이 이 땅에서는 죽음보다 더 허무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권력은 언제나 총부리와 은화의 손에 있었다. 그리고 그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다.

그날 밤, 달빛이 차갑게 빛났다. 임상은 작업장에서 늦게야 집에 돌아왔다. 그는 여느 때처럼 골목에 접어들었지만, 문 앞에서 멈춰 섰다. 대문은 활짝 열려 있었고, 마당에는 물동이가 굴러다니고 있었다. 그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는 집 안으로 뛰어들었다. 방 안에는 임설의 자수가방이 의자 위에 놓여 있었고, 바늘꽂이는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이불은 엉망이었고, 탁자 위의 찻잔이 깨져 있었다. 분명히 격렬한 몸부림의 흔적이었다. 그는 벽 쪽으로 달려갔고, 거기서 콧물과 피가 섞인 악취를 맡았다. 그 피는 아직 마르지 않았다.

그때 밖에서 굉음이 났다. 임상이 몸을 돌려 밖으로 뛰쳐나갔다. 좁은 골목길에서, 그는 세 명의 건장한 남자가 언니의 두 팔을 붙잡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들은 임설의 손을 등 뒤로 묶고, 그녀의 입에는 천을 틀어막았다. 임설의 눈은 공포와 눈물로 가득 차 있었고, 그녀는 몸부림쳤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녀의 옷깃은 찢겨져 있었고, 어깨에는 선명한 멍 자국이 있었다. 구씨 가문의 자객이다.

"언니!"

임상이 미친 듯이 달려갔다. 그러나 한 명의 사내가 몸을 돌려 그에게 주먹을 날렸다. 임상은 피했지만, 또 한 명이 발로 그의 무릎을 걷어찼다. 그는 균형을 잃고 땅에 쓰러졌다.

"임상!" 임설이 입에 막힌 천 사이로 비명을 질렀다. 그 목소리는 갈라지고 쉰 목소리였다.

그 남자 중 하나가 구부려 임상의 멱살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 그의 얼굴에는 흉터가 있었고, 입가에는 잔인한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 언니는 황 칠야의 집에 가서 며칠 놀아야 한다. 네가 운이 좋으면 다시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놔줘! 이건 납치야! 불법이라고!"

임상이 소리쳤다. 그러나 그 사내는 비웃기만 했다.

"불법? 네가 우리한테 법을 가르치려고?"

그가 손을 휘저었다. 다른 사내가 검은 천을 꺼내 임설의 머리를 덮어씌웠다. 임설의 전신이 떨렸고, 눈물이 천을 적셨다. 천 밖으로 희미한 울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 목소리는 너무나 약하고 가냘팠다. 한때 손수건에 수를 놓던 그 손가락은 이제 누군가에게 묶여서, 마치 짐승을 끌고 가듯이 마차 쪽으로 끌려갔다.

"안 돼! 놔줘!"

임상이 미친 듯이 몸부림쳤다. 그러나 그의 등은 땅에 바짝 붙어 있었고, 두 사람이 양쪽에서 그를 꼼짝 못 하게 눌러 버렸다. 그는 눈앞에서 검은 마차가 도착하는 것을 보았다. 그 마차는 번쩍이는 흑단으로 만들어졌고, 말 네 필이 끌고 있었다. 문이 열리자 익숙한 얼굴이 나타났다. 황칠이다. 그는 마차 안에 편안하게 앉아 있었고, 손에 차잔을 들고 있었다. 그는 아래에 있는 임상을 내려다보았다. 그 눈빛은 마치 개미를 바라보듯 냉담하고 무심했다.

황칠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임 씨, 우연이다. 네 언니를 좀 빌려 가야겠다. 우리 집에 노예가 좀 부족해서 말이야. 걱정 마라, 나는 잘 가르칠 줄 안다."

임상의 이빨이 깨질 듯이 악물렸다. 그는 마음속으로 외쳤다. 내가 죽여 버리겠다. 내가 너를 죽여 버리겠다. 그러나 그의 몸은 땅에 묶여 있었고, 두 팔은 비틀려 있었다. 그는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임설이 마차에 실렸다. 그녀의 머리 위의 검은 천이 바람에 나부꼈고, 그 아래로 젖은 눈동자가 스쳐 지나갔다. 그 눈에는 두려움과 절망이 가득했고, 임상을 바라보는 그 시선 속에는 미안함도 담겨 있었다. 마치 그녀가 말하는 듯했다. 동생아, 미안해, 언니가 너를 혼자 두고 간다.

마차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퀴가 돌면서 자갈길에서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임상은 마차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손톱이 땅에 박혔고, 그의 손에는 피가 흥건히 흘렀다. 마차 그림자는 마치 어둠 속에서 펼쳐진 끝없는 사슬처럼 점점 멀어져 갔다.

그는 땅에 엎드려 있었다. 달빛은 차갑고 적막했다. 그가 숨 쉴 때마다 폐가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 그는 자신의 이마가 땅에 닿는 것을 느꼈다. 한때 싸웠고, 한때 믿었던 그 모든 것, 모두 그 마차의 바퀴 밑에서 부서져 버렸다.

한성의 밤은 여전히 고요했다. 그리고 밤이 깊어질수록 노예의 울음소리는 더욱 선명하게 들렸다.

절망의 서명

임상은 새벽부터 움직이기 시작했다. 해가 뜨기도 전에 그는 이미 관청 문 앞에 서 있었다. 몇 시간째 기다린 끝에 간신히 담당 관리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관리는 서류를 잠깐 훑어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이 사건은 이미 최종 판결이 났소. 황가에서 직접 처리한 일이라 우리가 관여할 수 없소.”

임상의 손가락이 책상 가장자리를 꽉 움켜쥐었다. “법이 있지 않습니까? 증거가 부족하다면 재심을 청구할 수 있지 않습니까?”

“재심?” 관리는 비웃음을 지었다. “무슨 증거로 재심을 하겠소? 황침 대인이 하시는 일은 모두 법에 근거한 것이오. 당신 동생이 직접 돈을 빌려서 서명한 것이 명백하오. 만기일이 지났고, 노예법에 따라 채무 변제가 불가능한 자는 노예로 전환되는 것이 법에 명시되어 있소.”

“강제로 서명을 받은 겁니다!”

“강제로요?” 관리는 서류를 내려놓고 임상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증거가 있소? 목격자는 있소? 아니면, 당신이 황침 대인을 고소하겠다는 말이오?”

임상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의 손톱이 살 속으로 파고드는 것을 느꼈다. 이 도시의 모든 관청은 이미 황침의 손아귀에 들어와 있었다. 그는 관청을 나와 거리를 걸었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한편, 노예 섬의 감금실에서는 임설이 벽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그녀의 손목은 쇠줄에 묶여 있었고, 방 안에는 아무런 가구도 없었다. 문이 열리자 두 명의 구가 조직원이 들어와 그녀를 끌어냈다.

“서명할 시간이다.”

그들은 그녀를 탁자 앞에 앉혔다. 탁자 위에는 ‘자발적 노예 계약서’가 펼쳐져 있었다. 임설은 펜을 들려고 했지만 손가락이 떨려서 제대로 잡을 수 없었다.

“싫어요... 싫어요...”

조직원 중 하나가 그녀의 어깨를 움켜잡았다. “거절하면 더 아프게 할 거야.”

임설은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다른 조직원이 그녀의 손목을 잡아 책상 위에 대고, 작은 칼로 그녀의 손가락을 찔렀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손을 빼려 했지만, 그들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이건 아주 기본적인 훈련일 뿐이야. 나중에 더 심한 것도 견뎌야 할 거야.”

그들은 그녀를 끌고 감방으로 돌아갔다. 처음 몇 시간 동안은 그저 물만 주었다. 다음 날, 그들은 그녀를 감금실에 가둔 채 음식도 물도 주지 않았다. 그녀는 목이 타들어 가는 갈증과 끊임없는 배고픔에 시달렸다.

“서명하고 싶지 않으면 이렇게 계속 있어야 해.” 그들은 문 너머로 말했다.

임설은 목소리를 내려고 했지만 목에서 쌕쌕 소리만 났다. 그녀는 울고 싶었지만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결국, 이틀째 되는 날 밤, 그녀는 자신의 의지가 무너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서명할게요... 서명할게요...”

조직원은 그녀를 다시 탁자 앞에 앉혔다. 이번에는 펜이 그녀의 손에 쥐어졌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계약서에 이름을 적었다. 그녀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지만, 그들은 신경 쓰지 않았다.

임상은 오랜 친구 주명을 찾았다. 주명은 법률 고문으로, 몇 년 동안 임상과 함께 싸웠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의 사무실은 텅 비어 있었고, 책상에는 먼지가 쌓여 있었다.

“주명 씨는 어디 계십니까?” 임상이 건물 관리인에게 물었다.

관리인은 고개를 저었다. “주명 변호사는 며칠 전에 체포되었소. 증거 위조 혐의로 재판 중이오.”

임상은 충격을 받아 한 걸음 물러섰다. “증거 위조? 그건 말도 안 됩니다!”

“황침 대인이 직접 고소했소.” 관리인의 목소리는 낮았다. “누구도 감히 도울 수 없소. 주명 변호사도 아마 노예로 팔려갈 것이오.”

임상은 그 길로 감옥으로 향했다. 그는 주명과 면회를 신청했지만, 처음에는 거절당했다. 몇 시간을 기다린 끝에 간신히 면회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주명은 감방 안에 앉아 있었고, 그의 얼굴에는 멍이 들어 있었다.

“임상... 미안하다...” 주명의 목소리는 쉰 목소리였다. “나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어. 하지만 황침은 이미 모든 증거를 조작했고, 법원은 그의 손아귀에 있어. 재심은 불가능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습니까?” 임상의 주먹이 탁자를 내리쳤다. “법은 모두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까?”

“법은 힘 있는 자를 위해 존재한다.” 주명이 씁쓸하게 웃었다. “그리고 여기서 힘은 황침이 쥐고 있어. 나는 이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나 자신도 곧 노예가 될 거야.”

임상은 주명의 손을 잡았다. “내가 당신을 구할 방법을 찾겠습니다.”

“나를 구하는 것은 무의미해.” 주명이 고개를 저었다. “네 언니를 구해라. 하지만 이미 늦었을지도 몰라... 나는 법원의 통지를 봤어. 임설은 이미 ‘자발적 노예 계약’에 서명했다고 하더라.”

임상의 온몸에서 힘이 빠졌다. 그는 벽에 기대어 쓰러졌다. 주명의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미 모든 것이 끝났다. 그는 마지막 희망마저 잃었다. 관청은 매수되었고, 법은 무너졌으며, 친구들은 희생되었다. 그리고 그의 언니는... 그를 구할 수 없었다.

그는 감옥을 나와 거리로 걸어나갔다. 하늘은 이미 어두워지고 있었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임상은 비를 맞으며 걷다가 결국 무릎을 꿇고 땅에 주저앉았다. 그의 얼굴에는 눈물과 빗물이 뒤섞여 흘러내렸다.

“언니... 미안해...”

그의 목소리는 비에 묻혀 사라졌다. 그리고 그 순간, 그는 결정을 내렸다. 그는 더 이상 싸우지 않기로 했다. 굴복하는 것이 유일한 선택이었다. 그는 일어나서 발걸음을 돌렸다. 그의 발걸음은 무거웠지만,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그는 황침의 저택으로 향했다.

별불이 처음 타오르다

임상은 깊은 밤, 낡은 방 안에 홀로 앉아 있었다. 촛불이 희미하게 깜빡이며 벽에 그의 그림자를 길게 드리웠다. 손가락 사이로 담배 연기가 피어올라 천장에 닿기 전에 흩어졌다. 그는 눈을 감고 언니 임설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렸다. 그 눈동자는 생기를 잃고 텅 비어 있었다. 마치 그녀 안에 있는 모든 것이 황침에게 빼앗긴 듯했다.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어.”

그는 담배를 비틀어 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결심이 그의 걸음걸이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다음 날 아침, 그는 수탕의 집을 찾았다. 수탕은 반노예 조직의 핵심 멤버였지만, 황침이 채무 함정을 이용해 그녀를 노예로 선고한 후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고 있었다. 그녀는 낡은 문을 열었고, 얼굴에는 지친 흔적이 역력했다.

“임상?”

“들어가도 될까?”

수탕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안으로 들였다. 방 안은 어수선했고, 구석에는 그녀의 아들이 조용히 놀고 있었다. 임상은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가 함께 싸웠던 때를 기억하나? 우리가 가진 것을 모두 잃었지만, 아직 포기할 시간은 아니야.”

수탕의 입가가 떨렸다. “잃었다고? 나는 모든 것을 잃었어. 내 아들은 매일 내가 돌아오지 않을까 두려워해. 나는…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어.”

“할 수 있어. 나와 함께 해. 우리는 다시 일어설 거야.”

그녀의 눈에 머뭇거림이 스쳤다. 하지만 임상의 말은 설득력이 있었다. 결국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오후, 임상은 진완을 찾았다. 진완은 한때 급진파 멤버였으나, 경미한 절도죄로 중형을 받아 노예로 전락한 후 정신이 완전히 무너졌다. 그는 감금실에 갇혀 있었고, 임상이 다가가자 희미하게 웃음을 지었다.

“너도 왔구나. 나를 풀어주려고?”

“아니. 너에게 함께 싸우자고 하려고.”

진완의 웃음이 더욱 쓰라려졌다. “싸워? 나는 이미 싸움을 잊었어. 그들이 나를 부수고, 다시 만들었어. 나는 이미 그들의 노예야.”

“아니야. 너는 아직 진완이야. 우리가 함께 했던 진완. 기억해, 우리가 가졌던 꿈을.”

진완의 눈에 잠시 불꽃이 스쳤다. 그것은 거의 사라질 뻔한 희망이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나도 함께 할게.”

며칠 후, 임상은 비밀리에 몇 명의 동지를 모았다. 그는 기자로서의 화술과 인맥을 이용해 낡은 창고를 임대하고 거기에 ‘여명’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첫 회의에서 그는 모든 사람 앞에 서서 말했다.

“우리는 더 이상 희생당하지 않을 거야. 우리는 우리의 목소리를 되찾고, 우리의 운명을 되찾을 거야. 여명은 우리의 새로운 시작이다.”

회의 후, 그들은 첫 번째 임무를 계획했다. 구가가 무고한 소녀들을 체포해 노예로 팔려는 정보를 입수한 것이다. 임상은 빠르게 계획을 세우고 팀을 이끌었다.

그날 밤, 그들은 조용히 행동에 나섰다. 임상은 정보원을 통해 구가의 수송 경로를 알아냈고, 팀은 어두운 골목에 숨어 기다렸다. 수탕은 망을 보고, 진완은 장애물을 설치했다. 임상은 직접 지휘하며 모든 것을 꼼꼼히 체크했다.

수송 차량이 다가오자, 임상은 손을 들어 신호를 보냈다. 진완이 빠르게 앞으로 달려가 차량 바퀴 아래에 쇠못을 던졌다. 차량이 급정거하며 불안정해졌고, 운전자가 내리려는 순간 수탕이 뒤에서 덮쳐 그를 제압했다. 임상은 재빨리 차량 문을 열고 그 안에 갇힌 소녀들을 풀어주었다. 그들은 겁에 질려 떨고 있었지만, 임상의 따뜻한 손길과 다정한 목소리에 조금씩 안정을 찾았다.

“이제 안전해. 우리와 함께 가자.”

그날 밤, 그들은 다섯 명의 소녀를 구출했다. 소식이 퍼지자 ‘여명’의 이름은 도시 전체에 울려 퍼졌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고, 조직은 빠르게 성장했다. 임상은 늘 앞장서서 지휘했고, 수탕과 진완도 점점 자신감을 되찾았다.

하지만 황침은 이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호화로운 저택의 서재에 앉아 차를 마시며 듣고 있었다. 부관이 조용히 보고했다.

“주인님, ‘여명’이라는 조직이 나타났습니다. 임상이 이끌고 있습니다.”

황침은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냉소를 지었다. “임상? 그 약한 놈이? 흥, 놔둬. 그들이 스스로 망하게 두면 된다. 결국 그들은 결국 내 발아래 무릎 꿇을 테니까.”

그는 잔을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너무 멀리 가면 안 되지. 가끔은 약간의 압박이 필요해. 그들에게 진정한 절망이 무엇인지 보여줘야 해.”

임상은 그 위협을 몰랐다. 그는 오직 자신의 임무에 집중했다. 어느 날, 그는 주명의 집을 찾았다. 주명은 그의 오랜 친구이자 법률 고문이었지만, 증거 위조 혐의로 노예 판결을 받고 사람들 속에 숨어 지내고 있었다. 그는 초라한 모습으로 문을 열었고, 임상을 보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임상? 너 여기 왜 왔어?”

“주명, 네 도움이 필요해. 우리는 제대로 된 법적 체계가 필요해. 네 지식이 우리를 더 멀리 이끌 수 있어.”

주명은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하지만 조심해야 해. 황침은 우리가 하는 모든 것을 알고 있어.”

임상은 그의 손을 굳게 잡았다. “걱정 마. 우리는 이번에는 질 생각 없어.”

그날 밤, 임상은 창고로 돌아와 무너져 내릴 듯한 의자에 앉았다. 수탕이 그에게 차를 건네며 물었다.

“이게 우리가 원하는 삶이야?”

임상은 차를 받아 한 모금 마셨다. 그 쓰라림이 그의 혀끝을 스쳤다. “아니. 하지만 이것이 유일한 길이야. 우리는 우리의 운명을 되찾을 거야. 반드시.”

그의 눈에는 단호함이 빛나고 있었다. 창고 밖, 별빛이 희미하게 비치고 있었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이미 불타오르는 불꽃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 별불은 이제 막 타오르기 시작했고, 곧 거대한 불길이 되어 모든 어둠을 집어삼킬 것이다.

맞대면 조교

어둠이 내려앉은 황씨 가문의 저택은 호화로운 등불로 환히 빛나고 있었다. 린솽은 거대한 대리석 계단 앞에 서서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황침이 보낸 초대장은 여전히 그의 손에서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네 언니를 만나고 싶지 않느냐? 오늘 밤 나의 사적인 연회에 참석하라."

그 말은 마치 독사의 혀처럼 그의 마음을 휘감았다. 린솽은 언니 린쉐가 끌려간 후 처음으로 그녀를 볼 기회라는 것을 알았다. 구가의 손에서 언니를 구하지 못한 지도 몇 달이 지났다. 그는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문이 열리자 향긋한 음식 냄새와 함께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린솽은 경호원들의 시선을 받으며 긴 복도를 따라 연회장으로 안내되었다. 그의 발걸음은 무거웠지만, 마음은 더욱 무거웠다.

황침은 긴 식탁의 주인석에 앉아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오만한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식탁 위에는 호화로운 요리들이 가득했지만, 린솽의 시선은 그곳에 머물지 않았다.

"어서 오게, 린솽. 자네를 기다리고 있었네."

황침의 목소리는 달콤했지만, 그 속에는 비꼬는 듯한 어조가 숨어 있었다. 그는 손가락으로 식탁 아래를 가리켰다.

"자네의 언니가 얼마나 잘 지내는지 보고 싶지 않은가?"

린솽의 눈이 식탁 아래로 향했다. 그의 심장이 멈추는 듯했다.

린쉐가 거기에 있었다. 알몸에 은색 목걸이를 차고, 네 발로 엎드려 있었다. 그녀의 입은 황침의 성기를 감싸고 있었고, 규칙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의 눈은 텅 비어 있었고, 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언니!"

린솽의 목에서 터져 나온 비명은 연회장을 울렸다. 그는 식탁을 향해 달려가려 했지만, 곧바로 경호원들에게 붙잡혔다. 두 명의 거구가 그의 팔을 꽉 움켜쥐었다.

"놔! 이 개자식들아! 놔라!"

린솽은 발버둥 쳤지만, 경호원들의 힘은 강했다. 그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황침은 느긋하게 와인잔을 들어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그의 시선은 냉랭했다.

"보아하니 자네는 언니가 얼마나 훌륭한 개 노예가 되었는지 모르는 모양이군. 자, 린쉐, 네 동생에게 인사를 해라."

린쉐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입가에는 침이 흘러내리고 있었지만,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혀로 핥아냈다. 그녀의 눈은 여전히 비어 있었다.

"주인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주인님의 개입니다."

그 목소리는 기계적이었다. 한때 따뜻하고 다정했던 언니의 목소리는 온데간데없었다.

린솽의 몸이 떨렸다. 그의 주먹은 경호원들의 손아귀에서도 꽉 쥐어졌다.

"이 미친놈아! 언니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황침은 천천히 일어나 린솽에게 다가갔다. 그의 발걸음은 우아했지만, 그 속에는 짐승 같은 위협이 숨어 있었다.

"내가 무슨 짓을 했다고? 나는 단지 그녀에게 올바른 자리를 가르쳐 주었을 뿐이다. 너희 자매는 모두 장난감일 뿐이다. 한때 그렇게 자랑스러워하던 반노예 운동의 지도자도, 이제는 내 발아래 엎드려 있지 않는가?"

그의 손가락이 린솽의 턱을 집어 올렸다. 린솽은 그의 눈을 노려보았다.

"너는..."

"나는 무엇? 나는 네가 가진 모든 것을 빼앗을 것이다. 네 언니, 네 동료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너 자신까지."

황침은 손을 놓고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그는 린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했어, 린쉐. 계속해."

린쉐는 다시 고개를 숙여 황침의 성기를 입으로 감쌌다. 그 움직임은 숙련되어 있었고, 마치 수없이 반복된 훈련의 결과였다.

린솽의 눈에서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그는 이를 악물었다. 그의 손톱은 살을 파고들어 피가 흘렀다.

"기억해라, 린솽. 네가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들은 모두 내 손안에 있다. 그리고 나는 그것들을 하나씩 부숴버릴 것이다."

황침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말은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린솽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의 마음은 산산조각났다. 한때 그렇게 강했던 언니가, 이제는 완전히 무너져 개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자신의 무능함 때문이었다.

경호원들은 그를 끌고 나갔다. 린솽은 저항하지 않았다. 그의 눈에는 오직 분노와 절망만이 가득 차 있었다. 그는 다시는 언니를 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몸이 떨렸다.

연회장의 문이 닫히고, 다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린솽은 어둠 속에 서서 주먹을 꽉 쥐었다. 그의 마음속에서는 한 가지 결심이 자라나고 있었다.

그는 다시는 무력하게 당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반드시 복수할 것이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암야 윤간

황천은 창고 밖에 서서 손목시계를 푹 빠지게 바라보았다. 어두운 밤하늘 아래, 버려진 공업 지구는 쥐 죽은 듯 고요했다. 멀리서 가끔 개 짖는 소리만 희미하게 들려왔다. 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번 작전은 완벽했다. 그 정보 출처가 가짜라는 것을 임상이 눈치챘을 때는 이미 늦었다.

"시작해."

그가 손을 까딱이자, 열 명이 넘는 조폭이 창고 안으로 우르르 들어갔다. 어둠 속에서 임상의 비명이 찢어져 나왔다. 그는 발버둥쳤지만, 이미 사지를 묶은 밧줄에 꽁꽁 묶여 있었다. 주먹과 발길질이 그의 몸에 무차별로 쏟아졌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둔탁하게 울렸다.

"임설이 어디 있는지 말해 봐!"

누군가가 그의 머리채를 잡아 바닥에 처박았다. 임상은 피를 토하며 말했다.

"너희가 한 말이 거짓말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황천이 천천히 걸어왔다. 그의 구두 바닥이 시멘트 바닥에 닿아 뚜렷한 발자국 소리를 냈다. 그는 임상의 턱을 잡고 위로 들어 올렸다.

"네 언니? 아주 잘 지내고 있어. 훈련도 잘 받았고, 지금쯤이면 내 침실에서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있을 거야. 작은 예쁜 개처럼."

임상의 눈에 증오가 스쳤다. 그러나 그 증오는 순식간에 공포와 절망으로 변했다. 조폭들이 그의 옷을 찢기 시작했다. 천 조각이 조각조각 창고 공중에 흩어졌다.

철제 프레임이 차갑게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손과 발이 쇠고랑에 채워지고, 몸이 활처럼 휘어졌다. 그의 입과 하체만 노출된 채, 마치 정육점에 걸린 돼지 사체 같았다.

"좋아, 첫 번째 순서."

황천이 손짓하자, 한 거한이 다가왔다. 그는 바지춤을 풀고 거침없이 임상의 입을 틀어막았다. 역한 맛이 목구멍으로 밀려들었다. 임상은 온몸을 비틀었지만 프레임은 움직이지 않았다. 저항할수록 공격은 더 거칠어졌다. 구역질이 치밀어 올랐지만, 숨 쉴 구멍조차 없었다. 뜨거운 액체가 식도를 타고 흘러내려 위를 찌르는 듯했다.

또 한 사람이 그의 뒤로 돌아갔다. 하체에 날카로운 통증이 전해졌다. 그는 허벅지 근육을 조였지만 준비되지 않은 그곳은 억지로 열렸다. 피가 허벅지 사이로 흘러내렸다. 두 사람이 번갈아 가며 날뛰었다. 그의 엉덩이에는 손바닥이 끊임없이 내리쳤다. 따갑게 화끈거리다가 이내 마비되었다.

임상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는 언니를 생각했다. 눈처럼 하얗게 웃던 그 얼굴을. 지금은 황천의 장난감이 되어 개처럼 무릎을 꿇고 있을 것이다. 자매를 구하려다 오히려 더 깊은 수렁에 빠졌다.

몇 차례 윤간이 끝난 후, 황천이 직접 다가왔다. 그는 임상의 머리카락을 잡고 억지로 고개를 들게 했다.

"이거 봐."

그가 휴대폰을 내밀었다. 화면 속에는 임설이 네 발로 기어 다니며 개처럼 밥그릇을 핥고 있었다. 목에는 개 목줄이 채워져 있었고, 주인에게 꼬리를 흔드는 개와 똑같았다.

임상이 울부짖었다. 목에서 피가 뒤섞인 신음이 터져 나왔다.

"내가 다 잘하고 있잖아. 네가 원하는 대로."

황천이 씨익 웃었다. 그는 바지춤을 다시 풀고 임상의 입에 다가갔다.

"자, 다음 코스."

임상은 더 이상 저항하지 않았다. 그의 눈빛이 완전히 사그라들었다. 온몸이 축 처지고, 저항하던 팔다리가 늘어져 버렸다. 그는 순종적으로 입을 벌렸다. 어떤 치욕이든 달게 받아들였다. 오직 언니만을 위해. 그가 받아야 할 고통이라면.

황천의 오줌이 그의 얼굴에 쏟아졌다. 임상은 눈을 질끈 감았다. 따뜻한 액체가 콧구멍을 타고 흘러 입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꿀꺽 삼켰다. 입가에 흘러내린 액체를 혀로 핥았다.

창고 안에서는 웃음과 음란한 소리만 가득했다. 어둠이 모든 죄악을 감쌌다. 피와 정액과 소변의 악취가 뒤섞여 썩은 늪처럼 사람을 숨 막히게 했다.

임상은 알았다. 그와 언니, 그리고 모든 전우들이 이미 천국으로 가는 길이 끊겼음을. 지옥의 문은 그들이 발을 들이기 전부터 활짝 열려 있었다.

명예 실추

황천의 저택 서재, 무거운 비단 커튼이 창문을 완전히 가렸다. 황침은 탁자 뒤에 느긋하게 기대어 손가락으로 나무 팔걸이를 가볍게 두드리며, 앞에 선 남자를 바라보았다. 남자는 허리를 굽혀 땀을 닦으며 긴장한 듯 미소를 지었다.

'황 대인, 기사는 이미 편집을 마쳤습니다. 사진은 아주 선명하고, 각도도 완벽합니다... 직접 확인해 보시겠습니까?'

황침은 손을 내저었다.

'상관없다. 네가 적절히 처리해라. 핵심은 이렇게 글을 쓰는 거다: 여성이 돈을 위해 몸을 팔고, 타락하고, 부끄러움을 모른다. 이해하겠나?'

'네, 네, 대인 말씀을 명심하겠습니다. 그런데... 원래 필름에 몇몇 장면이 있는데, 여성이 분명히 저항하고 울고 있어서...'

'그러면 자르면 되지 않겠나?' 황침의 눈빛이 갑자기 날카로워졌다. '그 모든 건 구가가 그녀를 제압할 때 생긴 일이다. 관건은 그 후, 그녀가 순순히 따랐고 심지어 즐기기까지 했다는 거다. 이걸 잘 활용해야 한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허리를 굽혀 물러나며, 등 뒤로 흘린 식은땀이 아직 식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임상이 자던 소파에서 일어나 어제 씻지 못한 얼굴을 문지르며 신문을 집으려고 할 때, 신문함 바닥이 텅 비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웃으며 혼잣말을 했다: '내가 이렇게 싫어졌나? 구독료도 안 내고...'

문 밖에서 갑자기 떠들썩한 소리가 났다. 낯선 목소리들이 그녀의 집 주소를 외치며, 발걸음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임상이 문을 열어보니, 한 무리의 취재 기자들이 카메라와 녹음기를 들고 작은 마당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들은 그녀를 보자마자 달려들었다.

'임상 씨, 언니의 매춘 행위를 알고 계셨습니까?'

'당신의 반노예 조직이 이런 도덕적 타락을 조장한 것입니까?'

'임설 씨가 자발적으로 몸을 팔았다는 증거가 있습니다. 임상 씨, 입장을 밝혀 주십시오!'

임상은 머리가 멍해지는 듯했다. 그녀는 몇 걸음 뒤로 물러서며 벽을 짚었다. '무슨 소리야? 내 언니가... 내 언니가 어떻게 그럴 수 있겠어?'

한 기자가 신문을 그녀의 앞에 내밀었다. 1면 전체가 선명한 사진이었다. 사진 속 임설은 반쯤 벗은 채 비단 침대 위에 엎드려 있었고, 그녀의 옆에는 낯선 남자들이 서 있었다. 아래에는 클릭 수를 부르는 듯한 굵은 제목: '여성의 쾌락 추구, 돈을 위해 몸을 파는 것인가, 아니면 자유인가?'

임상의 손가락이 신문을 꽉 쥐어 종이가 찢겼다. '이건 거짓말이야! 내 언니는 납치됐어, 분명히 납치됐다고! 그녀는...'

'그런데 사진 속 그녀는 매우 편안해 보입니다,' 한 기자가 끼어들었다. '증언에 따르면, 그녀는 여러 고객과 오랫동안 접촉했으며, 매번 돈을 받고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이걸 납치라고 할 수 있습니까?'

다른 기자가 대들었다: '게다가 우리는 여러 내부 고발자의 말을 입수했습니다. 당신의 반노예 조직은 표면상 노예 해방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이런 성 산업을 비호하고 있다는 겁니다.'

'말도 안 돼!' 임상이 소리쳤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고 야유 소리에 묻혀 버렸다.

이때, 멀지 않은 길목에서 차 한 대가 급정거했다. 차에서 내린 사람은 주명이었다. 그는 휘날리는 외투를 입고 인파를 헤치며 임상 앞에 섰다.

'기자 여러분, 여러분의 행동은 이미 사생활 침해에 해당됩니다. 당사자가 명확히 입장을 밝히기 전에, 추측성 보도를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주명이 손을 들어 기자들의 카메라 렌즈를 가리자 번쩍이는 불빛 사이로 그의 얼굴이 근엄해 보였다. 그러나 그 순간, 뒤에서 한 기자가 큰 소리로 물었다: '주 변호사님, 당신도 혹시 이 사건에 연루된 건 아닙니까? 전에 임설 씨를 위해 변호한 적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주명의 손이 살짝 멈췄다. 그는 대답하지 않고 임상의 손목을 잡아당겨 집으로 데려가며, 사람들이 틈을 타 들어오지 못하게 문을 꽉 닫았다.

문을 닫고 나서야 임상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신문을 탁자 위에 내던졌다. '그들이 어떻게... 어떻게 이런 악독한 일을 할 수 있지? 분명히 언니는 구가가 잡아간 거야, 내가 직접 봤다고! 저 사진들은... 저 사진들은 분명히 폭행당하는 장면이야!'

주명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기자들은 아직도 떠나지 않았고, 어떤 이들은 카메라를 들어 마당 안을 촬영하고 있었다. '황침이 돈을 썼어. 그는 야오저우 신문사를 장악하고 있고, 이번에는 적어도 다섯 개의 주요 신문사가 동시에 이 소문을 퍼뜨렸어. 게다가...' 주명이 핸드폰을 꺼내 뉴스 페이지를 넘겼다. '벌써 인터넷에서 핫이슈가 됐어. 많은 네티즌들이 임설을 비난하고 있고, 반노예 조직도 욕을 먹고 있어.'

임상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녀는 핸드폰을 받아 들여, 댓글 영역이 끊임없이 올라오는 악플들을 보았다. '매춘을 하면서도 반노예라고? 부끄러운 줄 알아라', '이런 단체는 당연히 없어져야 한다', '사진 보니 꽤 즐기는 것 같던데, 몸을 파는 걸 자랑으로 여기나 보다'...

그녀의 손가락이 점점 더 세게 핸드폰을 쥐어 화면에 금이 갔다.

'다들 모르는 거야...' 그녀의 목소리가 거의 질식할 듯했다. '언니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아무도 몰라... 저들은 그저 재미를 보려는 거야, 그녀를 더 깊이 빠뜨리려는 거야...'

그때,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 임상은 액정에 떠오른 발신자 이름을 보고 몸이 긴장했다: 소당.

'여보세요?' 임상의 목소리가 떨렸다.

'림상, 기사 봤어?' 소당의 목소리가 낮고 무거웠다.

'봤어. 이건 모두 거짓말이야, 분명히 황침이 한 짓이야!'

'나도 알아.' 소당이 잠시 멈추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이 우리에게 매우 불리해. 방금 진완이가 전화했어, 그가 일하는 공장의 동료들 모두가 그를 '매춘부의 동료'라고 부르며 조롱한다더라. 그리고...' 그의 목소리가 더욱 낮아졌다. '반노예 조직에서도 벌써 연락이 왔어, 편을 가르라고 하더라. 그들은 린쉐가 단체의 명성을 떨어뜨렸다고 생각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임상의 심장이 조여들었다. '너희들도 나를 버리려는 거야?'

소당이 말을 잇지 못했다. 전화기 저편에서 깊은 한숨 소리만 들렸다. '임상, 이해해 줘... 지금 우리가 버티고 있는 것 자체가 이미 위험해. 만약 계속 이 일에 휘말리면, 조직 전체가 위험해질 거야...'

'그래서 내가 언니를 포기하라는 거야?' 임상이 갑자기 소리쳤다. '그녀는 지금 황침 손에 있어, 아직도 고통받고 있어! 그런데 너희는 이제 와서 나에게 그녀와 관계를 끊으라고?'

소당은 침묵했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미안해, 임상. 나도 어쩔 수 없어.' 그러자 전화가 끊겼다.

임상은 핸드폰을 떨어뜨렸고, 화면이 산산조각나 바닥에 흩어졌다. 그녀는 소파에 주저앉아 얼굴을 두 손으로 감쌌다.

주명은 조용히 그녀 곁에 앉아 손을 내밀어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아직 희망은 있어. 법원에 증거를 제출하면...'

'희망이 뭐가 있어?' 임상이 고개를 들어 두 눈이 붉게 충혈되었다. '네가 변호를 맡았어도 소용없었잖아? 저 사람은 모든 법적 수단을 다 써서 언니를 지옥에 가둬 놨어! 이제 명예까지 실추시켰어, 모두가 그녀를 창녀로 생각해, 아무도... 아무도 진실을 보려 하지 않아...'

그녀는 일어나 무거운 발걸음으로 서재로 향했다. 탁자 위에는 어제 쓰다 만 구호 포스터가 놓여 있었다: '노예제 폐지', '인간 존엄 수호'. 그 글자들은 지금 그녀를 비웃는 것만 같았다.

임상이 포스터를 찢어 산산조각내고 쓰레기통에 집어넣었다.

그때, 밖에서 다시 떠들썩한 소리가 났다. 어떤 기자가 큰 소리로 말했다: '림쌍 씨, 방금 신문사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당신의 칼럼니스트 직위를 해임한다고 합니다. 거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임상이 얼어붙어 문가에 멈춰 섰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두 어깨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주명이 다가와 그녀의 손을 잡았다. '내가 변호사로...'

'됐어.' 임상이 그를 끊었다. 목소리가 갑자기 낯설게 차가워졌다. '녀석은 이제 출근할 시간이야. 어서 가야 해.'

그녀는 몸을 돌려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마당을 가로질러 걸어가며, 뒤에서 터지는 셔터 소리와 야유를 외면했다. 길가에 있는 이웃들이 그녀를 보고 수군거렸다. 한 노파가 고개를 저으며 혀를 찼다: '평소에 착한 척하더니, 언니가 그런 더러운 짓을 하다니.'

임상은 멈칫했지만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녀는 계속 걸었고, 뺨을 타고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지만 얼른 닦아내며 아무 일도 없었던 척했다.

분열과 와해

황침의 서재는 어두웠다.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가로등 불빛이 그의 얼굴을 반쯤 비췄다. 그는 탁자 위에 놓인 서류들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며 입가에 잔인한 미소를 띠었다.

“소당. 반노예 조직의 핵심 멤버.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어렵게 자랐지.”

그의 앞에 선 비서가 고개를 숙였다.

“네, 소당은 최근 어머니의 병원비 때문에 빚을 많이 졌습니다. 고리대금업자에게 손을 벌린 상태입니다.”

“좋아. 그 고리대금업자가 우리 사람이야?”

“아직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희가 중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황침은 의자에 깊숙이 기대었다. 그의 눈이 어둠 속에서 반짝였다.

“계약서를 준비해. 소당이 서명하게 만들어. 금액은 적당히, 나중에 두 배로 불릴 수 있을 만큼만.”

비서가 고개를 끄덕이고 방을 나갔다. 황침은 혼자 남아 와인잔을 들어 올렸다. 어둑한 방 안, 붉은 액체가 흔들렸다.

며칠 후, 소당은 병원 복도에 서 있었다. 어머니의 병실 문 앞에서 망설이다가 결국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친구들에게 연락해도 소용없었다. 모두 가난했다. 은행은 대출을 거절했다. 그때, 한 남자가 다가왔다.

“소당 씨? 저는 대부업체에서 왔습니다. 당신 사정을 들었습니다.”

소당은 경계하며 물러섰다. “관심 없어요.”

“어머니 수술비, 얼마나 필요하십니까? 우리는 조건이 좋습니다. 당장 급한 돈이 필요하시다면...”

남자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소당은 주먹을 쥐었다 폈다. 임상이 도와주겠다고 했지만, 그마저도 시간이 필요했다.

“이자가 얼마죠?”

“합리적입니다. 나중에 상환하기 어려우시면 연장도 가능하고요.”

소당은 계약서를 받아 들었다. 글자가 많았지만, 그에게 선택지는 없었다. 그는 서명했다.

그날 밤, 임상이 전화를 걸어왔다.

“소당아, 돈 걱정하지 마. 내가 어떻게든 구할게.”

“...늦었어, 임상. 나 이미 서명했어.”

전화 너머로 임상의 침묵이 길어졌다. “누구한테?”

“모르는 업체야. 괜찮아, 내가 갚을 수 있어.”

임상은 무언가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그는 그날 밤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한 달 후, 소당의 집에 법원 서류가 도착했다. 빚이 두 배로 늘어 있었다. 계약서에 숨겨진 조항이 발동된 것이다. 소당은 항소하려 했지만, 법원은 기각했다.

“피고 소당, 채무 불이행으로 인해 노예로 빚을 갚으라는 판결을 내립니다.”

법정에서 판사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소당은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휘청였다. 그의 눈앞이 캄캄해졌다. 임상이 법정 뒷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주명이 그의 팔을 붙잡았다.

“안 돼, 임상. 여기서 더 나쁜 일이 생길 거야.”

“소당을 어떻게 두고 볼 수 있겠어!”

“네가 개입하면 더 큰 화를 부를 뿐이야. 황침이 노리고 있어.”

임상은 주명의 손을 뿌리치고 법정 밖으로 나갔다. 그는 은행으로 달려갔다. 자신의 계좌에 있는 돈을 인출하려 했지만, 직원이 고개를 저었다.

“죄송합니다, 임상 씨. 당신의 계좌가 동결되었습니다. 사유는 알 수 없습니다.”

“무슨 소리야? 내 돈이 왜 동결돼?”

“저희도 모릅니다. 법원의 명령입니다.”

임상은 주먹으로 은행 카운터를 내리쳤다. 직원들이 그를 경계했다. 그는 은행을 나와 길가에 주저앉았다. 손가락이 떨렸다. 휴대폰을 꺼내 여러 번 전화를 걸었지만, 모두 연결되지 않았다.

며칠 후, 구가 조직이 소당의 집으로 찾아왔다. 소당은 저항했지만, 곧 제압당했다. 그가 끌려가는 동안 길가에서 임상이 나타났다.

“소당! 내가 꼭 구할게!”

소당은 뒤돌아 임상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눈물과 분노가 섞여 있었다.

“난 너를 믿지 말았어야 했어!”

소당의 목소리는 거리 위에 메아리쳤다. 임상은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그의 다리가 땅에 박힌 듯 움직이지 않았다. 구가 조직원들이 소당을 차량에 밀어 넣었다. 문이 닫히고, 차가 떠났다.

그날 밤, 임상은 자신의 방에 혼자 앉아 있었다. 벽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소당의 목소리가 귀에 맴돌았다.

“난 너를 믿지 말았어야 했어.”

그는 소파에 몸을 웅크렸다. 주먹을 꽉 쥐었지만, 힘이 빠졌다. 주명이 전화를 걸어왔다.

“임상, 괜찮아?”

“...모르겠어.”

“우리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 아직 끝난 게 아니야.”

임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전화를 끊었다. 방 안은 어두웠고, 가로등 불빛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어깨가 떨렸다.

다음 날, 황침의 사무실에서 소당은 무릎을 꿇고 있었다. 황침은 그 앞에 서서 내려다보았다.

“임상의 친구였지? 참 안타깝군. 너 같은 사람이 왜 그런 무리에 끌려들었을까.”

소당은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에는 증오가 가득했다. 황침은 웃으며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하지만 이제 너는 내 것이다. 임상은 널 구하지 못해.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알겠나?”

황침의 손이 소당의 뺨을 쓰다듬었다. 소당은 몸을 떨었다. 그는 주먹을 쥐었지만, 사슬이 그를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임상은 같은 시각, 자신의 방에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주명이 문자를 보냈다.

“내일 모임이 있어. 와 줬으면 좋겠어.”

임상은 문자를 보고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는 다시 소파에 몸을 웅크렸다. 그의 눈동자는 텅 비어 있었다. 조직이 분열되고, 모두가 흩어져 갔다. 그는 아무것도 막을 수 없었다.

함정 경범죄

진완은 그날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었다. 지갑이 거의 바닥난 상태였지만, 그래도 반노예 조직의 일원으로서 매일 도망자들을 돕느라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매장 한쪽 장식대 위에 반짝이는 작은 반지가 눈에 띄었다. 값싼 모조 보석이 박힌 싸구려 장난감 같았다. 진완은 주변을 살폈다.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그는 손가락으로 반지를 스치다가 무심코 주머니에 넣었다. 열 걸음도 채 걸어가기 전에 경비원 두 명이 그를 막아섰다.

"그만, 손님. 가방을 검사하겠습니다."

진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이건... 이건 실수였어요. 그냥 장난감 반지 하나에 불과합니다."

경비원은 그의 주머니에서 반지를 꺼내 들었다. 그러자 갑자기 매장 안에서 정장 차림의 남자가 걸어나왔다. 그는 품에서 돋보기를 꺼내 반지를 살펴보더니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이건 19세기 귀족 가문의 유물이군요. 시장 가치로 따지면 최소 2천만 원은 넘습니다."

진완의 눈이 커졌다. "말도 안 돼! 그냥 싸구려 장신구잖아!"

"법정에서 판사님께 직접 말씀드리시죠."

며칠 후 법정. 진완은 수갑이 채워진 손으로 피고석에 서 있었다. 판사가 문서를 훑어보며 말했다.

"피고 진완, 당신은 상습 절도 전과가 세 차례 있습니다. 이번에는 시가 2천만 원 상당의 귀중품을 절도했습니다. 관련법에 따라 귀중품 절도 상습범에게는 특별법이 적용됩니다."

진완의 변호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판사님, 이 반지의 감정가는 조작되었습니다. 제 의뢰인은 단지..."

"묵묵!" 판사의 목소리가 법정을 울렸다. "감정인은 법원이 선정한 전문가입니다. 이의는 기각한다."

판사가 망치를 내리쳤다. "피고 진완, 절도죄와 상습범 가중처벌을 적용하여 노예 형벌 10년을 선고한다. 즉시 집행."

법정이 웅성거렸다. 진완의 무릎이 힘을 잃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의 눈앞이 캄캄해졌다.

임상이 주명의 사무실을 찾아갔을 때, 주명은 책상 위에 널브러진 서류들을 바라보며 담배를 끄고 있었다.

"주명, 진완이 붙잡혔어. 겨우 반지 하나 때문에 10년 노예라니, 말도 안 돼!"

주명은 깊게 한숨을 쉬었다. "임상, 너도 알고 있을 거야. 그게 무슨 반지인지."

"그래서 네가 변호해 줘야 해! 너는 법률 고문이잖아."

주명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법? 임상아, 그 법은 이미 죽었어. 황침이 법원 전체를 장악하고 있어. 나는 네 언니를 구하려다가 내가 어떤 꼴이 될 뻔했는지 알고 있을 거야."

임상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럼 진완은..."

"진완은 이미 끝났어." 주명이 차갑게 말을 잘랐다.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 아니, 우리 모두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임상은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살을 파고들었다. "그럼 포기하라는 거야?"

"현실을 직시하라는 거야." 주명이 서랍에서 편지 한 통을 꺼내 임상에게 밀어줬다. "어제 구가 조직에서 보낸 거야. 네 이름도 리스트에 올라 있다고."

사무실 정적이 흘렀다. 임상의 어깨가 축 처졌다.

노예 감옥의 지하실. 진완은 철창 안에서 웅크리고 있었다. 사흘 동안 물만 마시고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그리고 네 번째 날, 철창 문이 열렸다.

"진완, 나와라. 주인님께서 너를 찾으신다."

황침이 지하실 입구에 서 있었다. 그의 뒤로 두 명의 무장 호위가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다. 황침이 빈정거리는 미소를 지었다.

"어떠냐, 반노예 운동의 용사여? 이제 네 몸값이 얼마인지 알겠느냐?"

진완은 바닥에 엎드렸다. 그의 눈에는 희미하게 저항의 빛이 남아 있었다. 황침이 손가락을 까딱였다.

"여기서 규칙을 가르쳐 줘야겠군. 관청에서 네 몸값을 내가 매수해 놓았다. 이제 너는 내 소유물이다."

황침이 다가와 진완의 턱을 움켜쥐었다. "좋아, 눈빛에 아직 야생의 기운이 남아 있군. 하지만 걱정 마라. 곧 부드러워질 것이다."

며칠 후, 진완은 황침의 저택 별채로 옮겨졌다. 목에는 쇠고리가 채워졌고, 팔다리에는 훈련용 족쇄가 달렸다. 황침이 직접 채찍을 들고 그의 옆에 섰다.

"첫 번째 수업이다. 너는 더 이상 사람이 아니다. 너는 개다. 말해 봐라, 너는 무엇이냐?"

진완이 입술을 깨물었다. 채찍이 공기를 갈랐다. 등 위에 선명한 핏줄기가 생겼다.

"나는... 나는 개입니다." 목소리가 떨렸다.

"더 크게!"

"나는 개입니다!"

황침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참 잘했어. 이제 네 보상을 주마."

그가 손을 내밀자 호위가 작은 상자를 건넸다. 그 안에는 진완이 훔쳤던 바로 그 모조 반지가 들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진짜 보석으로 교체되어 빛나고 있었다.

"이 반지는 네가 노예가 된 첫날을 기념하는 선물이다." 황침이 반지를 진완의 발 앞에 던졌다. "먹어라. 네가 그토록 원했던 귀중품이 아니냐?"

진완은 떨리는 손으로 반지를 집어 들었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지만, 결국 그는 반지를 입에 넣었다. 금속의 차가운 맛이 혀 위에 퍼졌다.

황침이 큰 소리로 웃었다. 그의 웃음소리는 별채 안을 메아리쳤다. 그날 밤, 진완은 황침의 침실로 불려갔다. 그는 더 이상 저항하지 않았다. 다만 조용히 눈을 감고, 자신이 한때 믿었던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