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국의 수도 한성에는 노비 시장이 있었다. 해가 지기 시작하자 거리마다 붉은 빛이 감돌았고, 그 아래로 줄지어 선 노비들의 얼굴에는 아무 표정도 없었다. 이 나라에서는 노예 제도가 합법이었다. 빚을 갚지 못하거나, 죄를 짓거나, 혹은 단지 권력자의 눈에 거슬리기만 해도 사람은 물건이 될 수 있었다. 법전의 조항들은 선명하게 적혀 있었지만, 그 의미는 언제나 해석되기 나름이었다.
임상은 누추한 골목 안쪽에 서 있었다. 그의 앞에는 언니 임설이 있었다. 두 사람은 한때 이 도시에서 가장 부유한 집안의 따님들이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회사가 갑작스러운 부채와 조작된 소송에 휘말려 파산할 때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 후 3년, 그들은 좁은 방 하나를 빌려 살며, 임상은 밤낮없이 가죽을 다듬는 공장에서 일했고, 임설은 자수로 생계를 이었다. 그들의 삶은 비좁았지만, 적어도 자유는 있었다.
임설이 고개를 숙여 손에 든 수를 놓았다. 그녀의 손끝은 가늘고 희었고, 그 사이로 붉은 꽃잎이 하나씩 피어올랐다. 그녀는 말없이 웃으며, 마치 모든 어려움이 곧 지나갈 것이라 확신하는 듯했다. 임상은 그런 그녀를 보며 마음이 아팠다. 그는 언니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고 있었다. 그 아름다움은 이 도시의 어둠 속에서 마치 갓 피어난 연꽃과 같아서 사람들이 손을 뻗어 꺾고 싶게 만들었다.
며칠 전, 시장에서 장을 보던 임설이 우연히 한 무리의 귀족들과 마주쳤다. 그중 맨 앞에 선 남자는 검은 비단 두루마기를 입고 있었고, 눈빛은 마치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그는 임설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게 황침이었다. 황실에 가까운 권세가의 자제로서, 그는 어떤 법도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데 능숙했다. 그는 오만함과 잔인함으로 한성 전체에 이름을 떨쳤다. 그날, 그는 시장의 작은 어물전 앞에 서서 수놓는 여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곁에 있는 구씨 가문의 사내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 여자, 내가 원한다."
구씨 가문은 이 도시에서 가장 악명 높은 포악한 집단으로, 그들의 전문은 바로 강제로 데려가는 일이었다. 그들은 법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이 원하는 사람을 찾기만 하면, 빚이 있든 없든, 증거가 있든 없든 반드시 방법을 찾아냈다. 부채를 위조하거나, 증거를 조작하거나, 아예 문을 부수고 들어가 사람을 끌고 가기도 했다. 관청은 눈을 감았고, 이웃들은 입을 다물었다. 아무도 감히 참견하지 못했다.
임상은 이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골목 입구에서 몇 차례 낯선 그림자가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검은 옷을 입고 있었고, 눈빛은 마치 먹이를 찾는 늑대 같았다. 그의 심장이 조여들었고, 손가락이 저절로 주먹을 쥐었다. 그는 이미 자유를 위해 싸우던 그때의 임상이 아니었다. 반노예 조직의 지도자였을 때, 그는 거리의 노동자들을 이끌고 관청 앞에서 시위를 벌였고, 신문에 칼럼을 기고했으며, 의회 문 밖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그러나 조직의 자매들이 하나둘 잡혀가고, 언니가 위협당하는 모습을 보고 그는 자신의 이상이 이 땅에서는 죽음보다 더 허무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권력은 언제나 총부리와 은화의 손에 있었다. 그리고 그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다.
그날 밤, 달빛이 차갑게 빛났다. 임상은 작업장에서 늦게야 집에 돌아왔다. 그는 여느 때처럼 골목에 접어들었지만, 문 앞에서 멈춰 섰다. 대문은 활짝 열려 있었고, 마당에는 물동이가 굴러다니고 있었다. 그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는 집 안으로 뛰어들었다. 방 안에는 임설의 자수가방이 의자 위에 놓여 있었고, 바늘꽂이는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이불은 엉망이었고, 탁자 위의 찻잔이 깨져 있었다. 분명히 격렬한 몸부림의 흔적이었다. 그는 벽 쪽으로 달려갔고, 거기서 콧물과 피가 섞인 악취를 맡았다. 그 피는 아직 마르지 않았다.
그때 밖에서 굉음이 났다. 임상이 몸을 돌려 밖으로 뛰쳐나갔다. 좁은 골목길에서, 그는 세 명의 건장한 남자가 언니의 두 팔을 붙잡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들은 임설의 손을 등 뒤로 묶고, 그녀의 입에는 천을 틀어막았다. 임설의 눈은 공포와 눈물로 가득 차 있었고, 그녀는 몸부림쳤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녀의 옷깃은 찢겨져 있었고, 어깨에는 선명한 멍 자국이 있었다. 구씨 가문의 자객이다.
"언니!"
임상이 미친 듯이 달려갔다. 그러나 한 명의 사내가 몸을 돌려 그에게 주먹을 날렸다. 임상은 피했지만, 또 한 명이 발로 그의 무릎을 걷어찼다. 그는 균형을 잃고 땅에 쓰러졌다.
"임상!" 임설이 입에 막힌 천 사이로 비명을 질렀다. 그 목소리는 갈라지고 쉰 목소리였다.
그 남자 중 하나가 구부려 임상의 멱살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 그의 얼굴에는 흉터가 있었고, 입가에는 잔인한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 언니는 황 칠야의 집에 가서 며칠 놀아야 한다. 네가 운이 좋으면 다시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놔줘! 이건 납치야! 불법이라고!"
임상이 소리쳤다. 그러나 그 사내는 비웃기만 했다.
"불법? 네가 우리한테 법을 가르치려고?"
그가 손을 휘저었다. 다른 사내가 검은 천을 꺼내 임설의 머리를 덮어씌웠다. 임설의 전신이 떨렸고, 눈물이 천을 적셨다. 천 밖으로 희미한 울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 목소리는 너무나 약하고 가냘팠다. 한때 손수건에 수를 놓던 그 손가락은 이제 누군가에게 묶여서, 마치 짐승을 끌고 가듯이 마차 쪽으로 끌려갔다.
"안 돼! 놔줘!"
임상이 미친 듯이 몸부림쳤다. 그러나 그의 등은 땅에 바짝 붙어 있었고, 두 사람이 양쪽에서 그를 꼼짝 못 하게 눌러 버렸다. 그는 눈앞에서 검은 마차가 도착하는 것을 보았다. 그 마차는 번쩍이는 흑단으로 만들어졌고, 말 네 필이 끌고 있었다. 문이 열리자 익숙한 얼굴이 나타났다. 황칠이다. 그는 마차 안에 편안하게 앉아 있었고, 손에 차잔을 들고 있었다. 그는 아래에 있는 임상을 내려다보았다. 그 눈빛은 마치 개미를 바라보듯 냉담하고 무심했다.
황칠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임 씨, 우연이다. 네 언니를 좀 빌려 가야겠다. 우리 집에 노예가 좀 부족해서 말이야. 걱정 마라, 나는 잘 가르칠 줄 안다."
임상의 이빨이 깨질 듯이 악물렸다. 그는 마음속으로 외쳤다. 내가 죽여 버리겠다. 내가 너를 죽여 버리겠다. 그러나 그의 몸은 땅에 묶여 있었고, 두 팔은 비틀려 있었다. 그는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임설이 마차에 실렸다. 그녀의 머리 위의 검은 천이 바람에 나부꼈고, 그 아래로 젖은 눈동자가 스쳐 지나갔다. 그 눈에는 두려움과 절망이 가득했고, 임상을 바라보는 그 시선 속에는 미안함도 담겨 있었다. 마치 그녀가 말하는 듯했다. 동생아, 미안해, 언니가 너를 혼자 두고 간다.
마차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퀴가 돌면서 자갈길에서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임상은 마차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손톱이 땅에 박혔고, 그의 손에는 피가 흥건히 흘렀다. 마차 그림자는 마치 어둠 속에서 펼쳐진 끝없는 사슬처럼 점점 멀어져 갔다.
그는 땅에 엎드려 있었다. 달빛은 차갑고 적막했다. 그가 숨 쉴 때마다 폐가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 그는 자신의 이마가 땅에 닿는 것을 느꼈다. 한때 싸웠고, 한때 믿었던 그 모든 것, 모두 그 마차의 바퀴 밑에서 부서져 버렸다.
한성의 밤은 여전히 고요했다. 그리고 밤이 깊어질수록 노예의 울음소리는 더욱 선명하게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