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의 수인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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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 아니 그보다 더 오랜 세월이 흘렀다. 용우는 마왕의 자리에 앉아 있었다. 왕좌는 차갑고 단단했지만, 그의 엉덩이에 닿는 감촉조차 무뎌진 지 오래였다. 그는 수많은 전쟁을 치렀다. 칼날이 살을 베고 피가 튀는 순간, 적장의 목이 땅에 구르던 그 짜릿함도 이제는 먼 기억 속에서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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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지루한 세월

천 년, 아니 그보다 더 오랜 세월이 흘렀다. 용우는 마왕의 자리에 앉아 있었다. 왕좌는 차갑고 단단했지만, 그의 엉덩이에 닿는 감촉조차 무뎌진 지 오래였다.

그는 수많은 전쟁을 치렀다. 칼날이 살을 베고 피가 튀는 순간, 적장의 목이 땅에 구르던 그 짜릿함도 이제는 먼 기억 속에서조차 희미해졌다. 정복의 쾌감은 처음 몇 백 년만 가는 법이었다. 그 후로는 모든 것이 반복되었다. 똑같은 적, 똑같은 승리, 똑같은 조공.

여색 또한 그러했다. 궁정을 가득 메운 후궁들, 그중에는 인간도 있었고 수인도 있었고, 심지어 정령도 있었다. 그들의 아름다움은 분명했지만, 용우의 눈에는 모두 같은 얼굴로 보였다. 살결의 촉감, 신음소리의 높낮이, 허리를 흔드는 리듬. 모든 것이 예측 가능했고, 그래서 지루했다.

"폐하, 오늘 밤은 어떤 여인을 부르시겠습니까?"

내시가 고개를 숙여 묻자, 용우는 손을 내저었다.

"됐다."

"하오나 폐하께서는 근래 한 달간 아무도 들이지 않으셨습니다..."

"됐다고 했다."

말투에 힘이 실리자 내시는 더 이상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용우는 깊게 한숨을 내쉬며 일어섰다. 궁전은 거대했지만, 그에게는 좁은 감옥 같았다.

그날 밤, 용우는 무심결에 성의 외곽을 거닐었다. 어둠이 내려앉은 숲길, 달빛조차 희미한 그곳에서 그는 발걸음을 멈췄다. 바람이 나뭇잎을 스치는 소리, 그리고 그 너머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숨소리.

무언가에 이끌린 듯, 그는 소리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수풀을 헤치자 작은 공터가 나타났고, 그곳에서 두 수컷 수인이 몸을 겹치고 있었다.

첫 순간, 용우는 무심히 지나치려 했다. 수인들끼리의 교합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그의 발은 움직이지 않았다.

한쪽 수인이 상대의 뒤를 밀어 올렸다. 그때 상대방의 허리가 떨리며 목에서 낮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 그 신음소리는 단순한 고통이나 쾌락이 아니었다.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면서도, 동시에 그것에 압도당하는 듯한 애절한 울림이었다.

용우의 가슴 한구석이 움찔했다.

그는 깨달았다. 수천 년 동안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던 자신의 하체가 반응하고 있다는 것을. 그것은 생리적인 현상 그 이상이었다. 피부가 따가워지고, 심장이 평소보다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흥..."

자신도 모르게 흘러나온 낮은 웃음. 오랜만에 느껴보는 이 감정에 그는 당황하면서도 기이한 쾌감을 느꼈다.

수인들은 여전히 서로를 탐닉하고 있었다. 위에 있던 수인이 아래 수인의 목덜미를 깨물자, 상대는 몸을 부르르 떨며 더욱 격렬하게 엉덩이를 흔들었다. 그 모습은 아름답기보다는 야수적이었고, 그래서 더욱 자극적이었다.

용우는 혀끝으로 입술을 핥았다. 오랜만에 갈증이 났다. 갈증의 대상이 무엇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무언가가 그를 다시 움직이게 만들었다.

그는 조용히 발걸음을 돌렸다. 그날 밤, 마왕의 침실에는 불이 밤새 꺼지지 않았다.

용우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눈앞에는 아까 본 그 장면이 생생하게 재생되었다. 특히 아랫도리를 밀어 올리던 수인의 손가락, 그 마디마디에 힘줄이 도드라지던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다.

"수인... 그것들도 나름대로 쓸모가 있군."

중얼거리며 그는 피식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에는 오랜만에 느껴보는 생동감이 섞여 있었다.

다음 날, 용우는 궁정 내 수인 관리관을 불러 명령을 내렸다.

"가장 건장한 수컷 수인을 열 명 골라라. 오늘 밤 내 전각으로 들여보내라."

관리관은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즉시 고개를 숙여 명령에 따랐다.

"폐하께서는 예전에는 수인을 멀리하셨는데..."

"입이 많군. 명령을 따르기나 해라."

그 말에 관리관은 더 이상 묻지 않고 물러났다. 용우는 왕좌에 깊숙이 몸을 기대며, 이제 막 시작된 새로운 욕망의 끝이 어디일지 궁금해했다.

길고 지루했던 세월, 그 끝에 드디어 찾아온 변곡점. 마왕 용우는 그것을 놓칠 생각이 없었다.

은밀한 소환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마왕전, 용우는 옥좌에 깊숙이 몸을 기대고 있었다. 손끝으로 팔걸이를 톡톡 두드리며, 그의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스쳤다.

"수인 두목을 불러라."

목소리는 나지막했지만, 그 안에는 거스를 수 없는 위엄이 실려 있었다. 옆에 있던 시종이 허리를 굽히며 물러갔다. 잠시 후, 무거운 발소리가 복도 끝에서부터 들려왔다. 수인 두목이었다. 그의 눈에는 경계와 호기심이 뒤섞여 있었다.

"마왕님, 저를 부르셨습니까?"

"그래."

용우가 천천히 일어났다. 검은 망토가 바닥을 끌며 움직였다.

"네 부족 중에서 가장 강한 수컷들을 데려와라. 오늘 밤, 내가 직접 그들을 시험하겠다."

수인 두목의 눈빛이 스치듯 흔들렸다. 그는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였다.

"마왕님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밤이 깊어질 무렵, 다섯 명의 수컷 수인이 마왕전으로 끌려 들어왔다. 그들의 근육은 단단했고, 눈에는 야수가 가진 본능의 불꽃이 살아 있었다. 용우는 그들을 훑어보며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라. 너희가 오늘 밤 내 시험을 통과하면, 상으로 땅과 금을 내리리라."

수인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입가에는 거친 웃음이 번졌다. 마왕이 그들과 같은 짐승들과 싸우려 한다는 것이 우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용우가 그들을 방으로 데려가 문을 닫는 순간, 분위기가 달라졌다.

첫 번째 수인이 용우에게 달려들었다. 거대한 손이 그의 어깨를 움켜잡았다. 용우는 저항하지 않았다. 오히려 몸을 맡겼다. 수인은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거친 숨결을 내쉬며 그의 몸을 할퀴기 시작했다.

관계는 길게 이어졌다. 용우는 자신이 아래에 깔리는 자세에서 점점 더 큰 쾌락을 느꼈다. 수인의 거친 손길이 그의 피부를 스칠 때마다, 수백 년간 마비되어 있던 감각이 되살아났다. 허벅지 사이로 전해지는 뜨거운 압박에 그는 신음을 삼켰다.

그런데 두 번째, 세 번째 수인이 이어지면서 그의 욕망은 더 깊어졌다. 자신이 눕는 쪽이 아니라, 오히려 무릎을 꿇고 등을 내미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눈을 감으면, 어느 순간 자신이 당하는 쪽에 더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이 자꾸만 떠올랐다.

그가 좋아하는 것은 지배가 아니라, 굴복당하는 것이었다.

그 깨달음은 번개처럼 그의 가슴을 찔렀다. 용우는 갑자기 몸을 일으켰다. 눈앞에 있던 수인이 당황하며 물러났다.

"그만."

그의 목소리는 차갑게 떨어졌다. 방 안에 있던 모든 수인이 멈춰 섰다.

"나가라."

수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망설였다. 용우가 이를 갈며 소리쳤다.

"듣지 못했느냐! 모두 나가라! 다시는 이 방에 들어오지 마라!"

수인들은 허둥지둥 방을 빠져나갔다. 문이 닫히고 남은 것은 침묵뿐이었다. 용우는 무릎을 꿇은 채 숨을 고르며 방바닥을 응시했다.

그는 마왕이다. 어느 누구에게도 굴복한 적 없는 절대자다. 그런 자신이 오늘 밤, 하등한 수인들에게 몸을 내맡기고 더 깊은 쾌락을 갈망했다는 사실이 치욕스러웠다.

주먹을 쥐었다. 손톱이 살을 파고들었다.

"누구에게도... 알려져선 안 된다."

그의 목소리는 방 안에 메아리처럼 스쳤다. 이 비밀을 아는 자들은 모두 없애야 할까? 아니면, 이 욕망을 영원히 봉인해야 할까?

용우는 천천히 일어나 창문 너머로 어둠을 바라보았다. 마왕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그날 밤, 용우는 수인 두목을 다시 불렀다.

"네 부족의 수컷들은 모두 마왕전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라.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라."

수인 두목은 이유를 묻지 않았다. 다만, 용우의 눈빛 속에 깃든 위험한 빛을 감지하고 고개를 숙였다.

"명령대로 하겠습니다."

그가 물러나고, 용우는 옥좌에 앉아 깊은 숨을 내쉬었다.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그 뜨거운 기억이 꿈틀거렸지만, 그는 그것을 억누르기로 다짐했다.

"이것으로 끝이다."

하지만 그의 손끝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자기 개발

용우는 오랜만에 방 안에서 혼자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었다. 손에 쥔 것은 부드러운 실리콘 재질의 도구. 그는 한참 동안 그것을 바라보았다. 너무 오래 살아온 탓에 대부분의 쾌락은 이미 메마른 맛만 남겼다. 하지만 최근, 수인 부족에게 당한 그 이상한 감각만큼은 달랐다. 목덜미를 스치는 털, 거친 숨결, 그리고 그들의 체온.

그는 생각을 접었다.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윤활제를 손가락에 묻혀 천천히 몸을 풀었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은 감각에 긴장했지만, 조금씩 이완되자 손가락이 깊숙이 들어갔다. 그는 숨을 고르며 준비했다. 그런 다음, 그 도구를 조심스럽게 밀어 넣었다.

처음 닿는 순간, 전율이 온몸을 휘감았다. 뜨겁고 낯선 쾌감이 척추를 타고 올라왔다. 그는 눈을 질끈 감았다. 고통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어떤 압박감이 녹아내리며 퍼지는 느낌. 한 번, 두 번, 움직임을 반복할수록 그 감각은 선명해졌다.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는 신음 소리를 막을 수 없었다. 자신의 몸이 이렇게까지 반응할 줄은 몰랐다. 그는 그 쾌감에 취해 조금씩 속도를 높였다.

시간이 흘렀다. 마지막까지 깊이 밀어 넣고 천천히 빼내자, 온몸에 땀이 배어 있었다. 그는 헐떡이며 침대에 드러누웠다. 방 안의 공기는 후텁지근했다. 아직도 몸 구석구석이 울리고 있었다. 그 순간, 또렷이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바로 수인 두목이 건넨 그 말. "네 욕망이 더 커지면, 우리에게 와라."

그렇다. 이것은 시작일 뿐이다. 진짜 쾌락은 아직 저편에 있다. 그는 일어나 옷을 걸쳐 입었다. 손끝이 아직도 약간 떨리고 있었지만, 그의 눈은 이미 새로운 결의로 빛나고 있었다. 수인들의 마을. 생생한 감각이 기다리는 그곳으로 가기로 결심했다.

부족 첫 방문

용우가 수인 부족의 경계선을 넘는 순간, 공기는 찢어질 듯 팽팽해졌다. 숲 속 그늘에서 튀어나온 수인 전사들이 창을 겨누며 으르렁거렸지만, 그의 걸음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멈춰라! 인간이 여기까지 오다니, 목숨이 아깝지 않느냐?”

용우는 대답 대신 손을 살짝 휘저었다. 허공에 검은 베기가 스치더니, 가장 앞에 선 수인의 목이 땅바닥을 굴렀다. 피가 채 식기도 전에 두 번째, 세 번째 수인이 쓰러졌다. 그가 가볍게 손끝을 튕기자, 창을 든 자들의 팔이 잘려나가고 비명이 숲을 울렸다.

“이제야 조용하군.”

용우는 피 묻은 장화를 끌며 마을 중앙으로 걸어 들어갔다. 수인들은 웅크려 떨었고, 아이들은 어미의 치마폭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의 눈길이 닿는 곳마다 숨소리조차 죽었다.

그날 밤, 용우는 가장 큰 오두막을 차지했다. 겁에 질린 수인 여성들이 그의 시중을 들었지만, 그는 차갑게 손짓해 물리쳤다. 대신 부족장을 불러들이라고 명령했다.

“네놈이 우두머리인가.”

용우는 불빛 아래 앉아 있는 거대한 형상을 올려다보았다. 다른 수인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체구. 어깨는 문짝만 했고, 드러난 팔뚝은 성인 남성의 허벅지 굵기였다. 털복숭이 가슴 위로 번뜩이는 상처 자국들이 카리스마를 더했다. 우두머리는 무릎을 꿇지 않고 서 있었지만, 눈동자는 불안하게 흔들렸다.

“네놈의 이름은?”

“…라칸입니다, 마왕님.”

“라칸, 네 부족은 이제 내 것이다. 너도 나의 것이다.”

용우가 일어나 라칸에게 다가갔다. 그의 키가 라칸의 턱밖에 닿지 않았음에도, 마왕의 기운에 압도된 라칸은 한 걸음 물러섰다. 용우는 손을 뻗어 라칸의 턱을 붙잡았다. 거친 수염이 그의 손바닥을 찔렀다.

“크지. 참 크군.”

그 말에는 칭찬과 위협이 섞여 있었다. 용우는 그 거대한 손목을 잡아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라칸이 저항하려 했지만, 몸이 마비된 듯 움직이지 않았다. 마왕의 마법이 그의 의지를 짓누르고 있었다.

“네가 내 첫 번째 수인이 되어라. 저항은 의미 없다는 걸 곧 깨닫게 될 것이다.”

용우가 라칸을 침상으로 밀쳤다. 나무 틀이 삐걱이며 무거운 몸을 받아냈다. 그리고 용우는 그의 위에 올라탔다. 라칸의 눈에는 분노와 두려움이 교차했지만, 이미 그의 몸은 마왕의 의지에 복종하기 시작했다.

“좋아… 이 근육, 이 체온. 인간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군.”

용우는 라칸의 가슴을 더듬으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오랜 세월 무료함에 지친 그에게 이 새로운 장난감은 충분한 흥미를 주었다. 밖에서는 부족민들이 절망에 찬 신음을 삼키며 밤이 깊어 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신분의 조용한 변화

용우가 처음으로 수인들의 시선에서 낯선 온기를 감지한 것은 어느 날 저녁이었다. 평소라면 그를 향해 떨며 고개를 숙이던 수인들이, 이제는 눈을 마주치며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폐하, 오늘 밤도 저희와 함께하시겠습니까?”

수인 두목이 말을 건넸다. 그 목소리에는 더 이상 두려움이 묻어 있지 않았다. 오히려 어떤 기대와 확신이 담겨 있었다.

용우는 대답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음 한구석에서는 분노가 끓어올랐다. 감히 감정의 노예가 된 마왕을 향해 이런 태도를 보이다니. 그러나 그 분노는 곧 무력감으로 변했다. 이미 그의 몸은 거절하는 법을 잊어버린 지 오래였다.

“좋다.”

그가 짧게 대답했다. 수인 두목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날 이후, 변화는 더욱 가속화되었다. 수인들은 더 이상 명령을 기다리지 않았다. 그들은 마치 용우의 몸에 새겨진 모든 약점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 대담하게 그를 다루기 시작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폐하.”

한 수인이 용우의 손목을 잡아당겼다. 옛날 같았으면 손목 하나를 잘라버렸을 터였다. 그러나 지금 용우는 그저 끌려갈 뿐이었다.

그의 마음속에서는 자존심과 욕망이 끊임없이 충돌했다. 천 년을 넘게 살아오며 모든 것을 초월했다고 생각했건만, 이제 와서 이런 수치를 겪다니. 그러나 동시에, 어딘가에서는 쾌락에 굴복하는 자신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폐하, 더 이상 무서워하지 마십시오.”

수인 두목이 용우의 뺨을 쓰다듬었다. 그 손길은 부드러웠지만, 동시에 단호했다. “우리는 이미 당신을 알고 있습니다. 당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알고 있습니다.”

용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감히...!”

“감히라니요, 폐하.”

수인 두목이 웃었다. 그 웃음에는 두려움 따위는 없었다. 오히려 자신감마저 느껴졌다.

“이미 당신은 우리의 것입니다. 당신의 몸이 말해주고 있지 않습니까?”

용우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의 몸은 이미 거부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그 손길을 갈망하고 있었다.

그날 밤, 용우는 깊은 꿈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한때는 모든 생명체가 두려워하던 마왕의 모습. 그러나 이제는 그 모습이 흐릿해지고, 대신 육체의 노예가 된 자신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나는 누구인가...”

그는 중얼거렸다. 그러나 대답은 없었다. 단지 침묵만이 흘러갈 뿐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수인들의 태도는 더욱 대담해졌다. 그들은 더 이상 용우를 마왕으로 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를 어떤 도구처럼 다루며, 그가 쾌락에 빠질 때마다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폐하, 오늘은 어떤 기분이십니까?”

수인 두목이 그의 턱을 잡아 올리며 물었다. 용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눈동자는 텅 비어 있었고, 그 속에는 더 이상 저항의 불꽃이 타오르지 않았다.

“좋습니다. 그럼 오늘도 저희와 함께 즐기시지요.”

용우는 끌려갔다. 그의 발걸음은 무거웠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이미 모든 것을 체념한 듯한 평온함이 감돌고 있었다.

그는 깨달았다. 자신은 이미 더 이상 마왕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 그는 단지 수인들의 욕망을 채워주는 육체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모든 것이 편안해졌다.

“좋다... 무엇이든... 네들이 원하는 대로...”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자존심의 무덤 위에 세워진 항복의 깃발이었다.

수인 두목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광장의 일상

광장의 돌바닥은 용우의 피와 땀으로 미끄러웠다. 수족관의 물고기처럼 그는 그곳에 누워 햇빛이 눈을 찌르는 것조차 무시했다. 수인들이 그의 몸을 마음대로 끌고 가고, 밀치고, 올라탔다. 처음에는 거부감이 들었지만 이제는 모든 것이 무의미했다.

"일어나, 마왕님. 오늘은 네가 우리를 위해 춤춰야 할 날이야."

덥수룩한 털을 가진 늑대 수인이 그의 팔을 잡아당겼다. 용우는 아무 반응 없이 바라만 보았다. 그의 눈동자는 텅 빈 유리구슬 같았다. 늑대 수인은 어깨를 으쓱하며 그의 다리를 벌렸다. 주변의 다른 수인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오늘은 내가 먼저야."

"됐다, 순서대로 해."

용우는 그들의 손길을 느꼈다. 무감각했다. 마치 다른 사람의 몸인 것처럼. 그의 정신은 저 멀리, 그가 한때 통치하던 성의 높은 탑 위를 떠돌고 있었다. 그곳에서 그는 권력의 정점에 있었고, 모든 것이 그의 손안에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의 몸은 단지 도구일 뿐이었다.

광장 한쪽 구석에서 우두머리가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눈에는 교활한 빛이 반짝였다. 그는 손에 든 나무 조각을 만지작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마왕의 힘은 아직도 막강하다. 하지만 그의 정신은 이미 무너졌다. 이걸 이용하지 않으면 바보지."

우두머리는 다가가 용우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용우가 고개를 들었다.

"마왕님, 재미있는 걸 보여드릴까?"

용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우두머리는 미소를 지으며 그의 귀에 속삭였다.

"네 힘으로 저 멀리 있는 부족들을 정복하는 거야. 그러면 우리는 더 넓은 땅을 차지할 수 있어. 너는 계속해서 즐거움을 누릴 수 있고."

처음으로 용우의 눈에 약간의 관심이 스쳤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우두머리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는 손을 들어 광장의 수인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들은 모두 고개를 숙였다. 마왕은 이제 그들의 손아귀에 있었다.

목걸이의 속박

수장은 용우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손에는 은빛이 감도는 검은 목걸이가 들려 있었다. 목걸이의 표면에는 가느다란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중앙에는 붉은 보석이 박혀 있었다. 그 보석은 마치 살아있는 듯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이것이 네가 말한 목걸이냐?"

용우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무심했다. 그의 눈동자는 수장의 손에 쥐어진 목걸이를 스치듯 바라보았다. 수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이것은 단순한 장식품이 아니오. 내가 이 보석에 마력을 주입하면, 목걸이가 조여들어 네 목을 자를 것이오."

수장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속에는 경고의 기운이 서려 있었다. 용우는 그것을 느꼈으나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손을 내밀어 목걸이를 집어 들었다.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손바닥에 전해졌다.

"매일 교합을 유지할 수 있다면, 나는 이 목걸이를 착용하겠소."

용우의 말에 수장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그는 용우의 욕망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너무 오래 살아 모든 것에 흥미를 잃은 마왕이, 우연히 발견한 쾌락에 집착하게 된 것. 그것은 수장에게 완벽한 기회였다.

"물론이오. 네가 원하는 만큼, 매일 새 수인을 준비하겠소."

수장은 손을 내밀어 목걸이를 받아 들었다. 그리고 용우의 목에 조심스럽게 채웠다. 목걸이가 목에 닿는 순간, 용우는 착 감기는 듯한 압박감을 느꼈다. 그것은 생명이 타인의 손에 놓였음을 실감케 하는 무게였다.

"이제부터 네 목숨은 내 손에 달렸소."

수장의 손가락이 목걸이의 보석 위를 스쳤다. 그러자 보석이 붉게 빛나며 목걸이가 살짝 조여들었다. 용우는 숨이 막히는 듯한 느낌에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알겠소."

그것이 전부였다. 용우는 자신의 생명을 수장에게 맡겼다. 수백 년을 살아온 마왕이, 이제는 한 수인의 손에 죽음을 맡긴 것이다.

그 후로도 용우의 일상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매일 아침이면 수장이 새로운 수인을 데려왔다. 때로는 여우 귀를 가진 아름다운 여인이었고, 때로는 늑대의 꼬리를 가진 강인한 남자였다. 용우는 그들과 교합하며 쾌락에 빠졌다. 그러나 이전과 다른 점이 있었다. 이제는 수장이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방 안은 어둠에 잠겨 있었고, 촛불 하나만이 희미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용우는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그의 위에는 붉은 털을 가진 수인이 올라타 있었다. 수인의 손은 용우의 가슴을 더듬었고, 혀는 그의 목덜미를 핥았다. 용우는 쾌락에 눈을 감았다.

그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수장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침대 옆에 서서 두 사람의 움직임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그의 손에는 목걸이의 마력을 조종하는 작은 수정 구슬이 들려 있었다.

"계속해라."

수장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용우는 눈을 뜨지 않고도 그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다. 목걸이가 목에 감겨 있는 것만으로도, 그는 자신이 완전히 통제당하고 있음을 알았다.

용우 위에 있던 수인이 몸을 굽혀 그의 입술에 키스했다. 용우는 그 키스를 받아들이며, 동시에 목걸이가 조금씩 조여드는 것을 느꼈다. 수장이 수정 구슬을 만지작거리며 힘을 조절하고 있었다.

"더 깊게."

수장의 명령이 떨어졌다. 그러자 수인의 움직임이 더 거칠어졌다. 용우는 숨을 헐떡이며 쾌락에 몸을 맡겼다. 목걸이가 조여들 때마다, 그는 죽음의 그림자를 느꼈다. 그러나 그것이 오히려 쾌락을 더 선명하게 만들어 주었다.

시간이 흘러 수인이 방을 떠난 후, 용우는 침대 위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수장은 여전히 방 안에 남아 있었다. 그는 침대 옆 의자에 앉아 수정 구슬을 손에 쥐고 있었다.

"오늘도 만족스러웠소?"

수장의 물음에 용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내일도 같은 방식으로 하겠소."

수장은 일어나 문 쪽으로 걸어갔다. 문고리를 잡은 순간, 그는 잠시 멈춰 섰다.

"용우. 네가 이 목걸이를 벗고 싶다면, 언제든지 말해라. 단, 그 선택은 네 목숨을 잃는 것과 같을 것이다."

수장의 말은 경고이자 협박이었다. 용우는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고개를 돌려 수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괜찮소. 나는 이대로 만족하오."

수장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그는 문을 열고 방 밖으로 사라졌다. 방 안에는 다시 어둠과 침묵만이 남았다.

용우는 손을 들어 목걸이를 만져 보았다.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손끝에 전해졌다. 그는 그것을 꽉 쥐었다. 자신의 생명이 타인의 손에 놓여 있다는 사실, 그것은 두려움이면서 동시에 이상한 안도감을 주었다. 너무 오래 살아 모든 것에 무감각해진 그에게, 죽음의 위협은 오히려 삶을 실감나게 해 주는 유일한 자극이었다.

그는 눈을 감고 다음 날을 기다렸다. 또 다른 수인이 올 것이고, 또 다른 쾌락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언젠가는 자신의 죽음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그는 이미 받아들이고 있었다.

사방 정복

용우는 수장의 뒤를 따라 걸었다. 발걸음마다 흙먼지가 일었고, 그의 눈에는 지루함이 깔려 있었다. 수장은 앞서서 걸으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변을 살폈다. 그의 꼬리는 긴장한 채로 서 있었다.

“저쪽 부족이 우리 영토를 넘본 지 오래되었소.”

수장의 목소리는 낮고 무거웠다. 용우는 대꾸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 이미 수백 년을 살아오면서 수많은 전쟁을 겪었다. 이제는 새로운 전투마저도 무료하기 짝이 없었다.

그들이 첫 번째 부족의 경계에 도착했을 때, 수인들은 이미 대기하고 있었다. 털북숭이 손에 창을 든 수인들이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수장은 팔을 들어 신호를 보냈다.

“죽여라. 단, 지도자는 남겨라.”

용우는 어깨를 으쓱했다. 손을 들어 올리자 검은 기운이 손가락 사이에서 피어올랐다. 그 기운은 순식간에 부풀어 올라 창처럼 뻗어 나갔다. 첫 번째 수인의 가슴을 꿰뚫는 순간, 비명이 터져 나왔다.

전투는 일방적이었다.

용우가 움직일 때마다 수인들이 쓰러졌다. 그의 발끝에서 땅이 갈라지고, 손끝에서 번개가 튀었다. 수인들은 도망치려 했지만, 용우의 그림자가 그들을 놓아주지 않았다. 한 수인이 무릎을 꿇고 항복을 외쳤지만, 용우는 이미 그의 목을 비틀고 있었다.

수장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다음 부족으로 간다.”

용우는 피 묻은 손을 바지에 닦으며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에는 아무것도 비치지 않았다. 허무함만이 가득했다.

다음 부족, 그 다음 부족.

이틀 만에 세 개의 부족이 정복되었다. 세 번째 부족의 족장은 용우의 앞에 엎드려 목숨을 구걸했다. 용우는 그를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저렇게 살고 싶어하는 존재들이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네 목숨은 네 부족의 충성으로 대신한다.”

수장이 대신 말했다. 족장은 머리를 조아리며 감사를 표했다. 용우는 그 광경을 무심히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다 됐나?”

“아직. 동쪽에 큰 부족이 하나 남았소.”

수장의 눈빛에 야망이 스쳤다. 용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아직 끝나지 않았다.

동쪽 부족은 저항했다. 그들은 용우가 이전에 본 어떤 부족보다도 완강했다. 수장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끝까지 싸웠다. 용우는 그들의 용기에 잠시 감탄했지만, 이내 무심하게 그들을 쓸어버렸다.

마지막 부족의 족장이 쓰러졌을 때, 해가 지고 있었다. 석양이 핏빛으로 대지를 물들였다. 수장은 높은 바위 위에 올라서서 자신의 부족을 바라보았다.

“오늘부터 이 모든 땅은 우리의 것이다!”

수인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그들의 함성은 산과 들을 울렸다. 용우는 그 광경을 무표정하게 바라보았다. 정복은 완료되었다. 수장의 목적은 이루어졌다.

그날 밤, 수장은 축하 연회를 준비하라고 명령했다. 부족 곳곳에서 불이 켜지고, 고기가 구워지는 냄새가 풍겼다. 수인들은 춤을 추며 승리를 기뻐했다. 용우는 연회장 한쪽에 앉아 술잔을 기울였다.

수장이 그에게 다가왔다. 그의 목에는 화려한 목걸이가 반짝이고 있었다.

“고맙소, 용우. 당신 덕분에 우리 부족은 최강이 되었소.”

용우는 술잔을 비우며 대꾸했다.

“별것도 아닌 것을.”

“아니오. 당신은 우리의 영웅이오. 내일, 더 큰 축제를 열겠소.”

수장의 미소는 따뜻했지만, 그의 눈빛은 차가웠다. 용우는 그것을 느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이미 오래전에 모든 것에 무감각해졌으니까.

연회는 밤늦도록 이어졌다. 불길이 타오르고, 수인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용우는 일어나 천천히 자리를 떴다. 아무도 그의 퇴장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들이 총총히 박혀 있었다. 수백 년을 살면서 본 똑같은 별들.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지루해.”

그의 중얼거림은 바람에 흩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