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년, 아니 그보다 더 오랜 세월이 흘렀다. 용우는 마왕의 자리에 앉아 있었다. 왕좌는 차갑고 단단했지만, 그의 엉덩이에 닿는 감촉조차 무뎌진 지 오래였다.
그는 수많은 전쟁을 치렀다. 칼날이 살을 베고 피가 튀는 순간, 적장의 목이 땅에 구르던 그 짜릿함도 이제는 먼 기억 속에서조차 희미해졌다. 정복의 쾌감은 처음 몇 백 년만 가는 법이었다. 그 후로는 모든 것이 반복되었다. 똑같은 적, 똑같은 승리, 똑같은 조공.
여색 또한 그러했다. 궁정을 가득 메운 후궁들, 그중에는 인간도 있었고 수인도 있었고, 심지어 정령도 있었다. 그들의 아름다움은 분명했지만, 용우의 눈에는 모두 같은 얼굴로 보였다. 살결의 촉감, 신음소리의 높낮이, 허리를 흔드는 리듬. 모든 것이 예측 가능했고, 그래서 지루했다.
"폐하, 오늘 밤은 어떤 여인을 부르시겠습니까?"
내시가 고개를 숙여 묻자, 용우는 손을 내저었다.
"됐다."
"하오나 폐하께서는 근래 한 달간 아무도 들이지 않으셨습니다..."
"됐다고 했다."
말투에 힘이 실리자 내시는 더 이상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용우는 깊게 한숨을 내쉬며 일어섰다. 궁전은 거대했지만, 그에게는 좁은 감옥 같았다.
그날 밤, 용우는 무심결에 성의 외곽을 거닐었다. 어둠이 내려앉은 숲길, 달빛조차 희미한 그곳에서 그는 발걸음을 멈췄다. 바람이 나뭇잎을 스치는 소리, 그리고 그 너머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숨소리.
무언가에 이끌린 듯, 그는 소리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수풀을 헤치자 작은 공터가 나타났고, 그곳에서 두 수컷 수인이 몸을 겹치고 있었다.
첫 순간, 용우는 무심히 지나치려 했다. 수인들끼리의 교합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그의 발은 움직이지 않았다.
한쪽 수인이 상대의 뒤를 밀어 올렸다. 그때 상대방의 허리가 떨리며 목에서 낮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 그 신음소리는 단순한 고통이나 쾌락이 아니었다.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면서도, 동시에 그것에 압도당하는 듯한 애절한 울림이었다.
용우의 가슴 한구석이 움찔했다.
그는 깨달았다. 수천 년 동안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던 자신의 하체가 반응하고 있다는 것을. 그것은 생리적인 현상 그 이상이었다. 피부가 따가워지고, 심장이 평소보다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흥..."
자신도 모르게 흘러나온 낮은 웃음. 오랜만에 느껴보는 이 감정에 그는 당황하면서도 기이한 쾌감을 느꼈다.
수인들은 여전히 서로를 탐닉하고 있었다. 위에 있던 수인이 아래 수인의 목덜미를 깨물자, 상대는 몸을 부르르 떨며 더욱 격렬하게 엉덩이를 흔들었다. 그 모습은 아름답기보다는 야수적이었고, 그래서 더욱 자극적이었다.
용우는 혀끝으로 입술을 핥았다. 오랜만에 갈증이 났다. 갈증의 대상이 무엇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무언가가 그를 다시 움직이게 만들었다.
그는 조용히 발걸음을 돌렸다. 그날 밤, 마왕의 침실에는 불이 밤새 꺼지지 않았다.
용우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눈앞에는 아까 본 그 장면이 생생하게 재생되었다. 특히 아랫도리를 밀어 올리던 수인의 손가락, 그 마디마디에 힘줄이 도드라지던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다.
"수인... 그것들도 나름대로 쓸모가 있군."
중얼거리며 그는 피식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에는 오랜만에 느껴보는 생동감이 섞여 있었다.
다음 날, 용우는 궁정 내 수인 관리관을 불러 명령을 내렸다.
"가장 건장한 수컷 수인을 열 명 골라라. 오늘 밤 내 전각으로 들여보내라."
관리관은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즉시 고개를 숙여 명령에 따랐다.
"폐하께서는 예전에는 수인을 멀리하셨는데..."
"입이 많군. 명령을 따르기나 해라."
그 말에 관리관은 더 이상 묻지 않고 물러났다. 용우는 왕좌에 깊숙이 몸을 기대며, 이제 막 시작된 새로운 욕망의 끝이 어디일지 궁금해했다.
길고 지루했던 세월, 그 끝에 드디어 찾아온 변곡점. 마왕 용우는 그것을 놓칠 생각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