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완아는 마차 안에서 깊은 숨을 들이쉬며 저택의 정문을 바라보았다. 거대한 철문 위에는 백작 가문의 문장이 새겨져 있었고, 양옆으로 늘어선 정원은 마치 꿈결 같은 풍경을 펼쳐 보였다. 그녀의 손가락은 무의식적으로 치마자락을 꽉 쥐었다. 이곳이 바로 앞으로 그녀가 머물게 될 장소였다.
"림 아가씨, 도착하셨습니다."
마부가 예의 바르게 그녀를 내려주었다. 림완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문 앞에 섰다.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초인종을 눌렀다.
잠시 후, 문이 열리며 한 중년 여성이 나타났다. 그녀는 엄격한 표정에 단정한 메이드복을 입고 있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림완아라고 합니다. 오늘부터 이곳에서 시중드는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중년 여성은 림완아를 훑어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오세요. 백작님과 부인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림완아는 그녀를 따라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넓은 현관은 대리석 바닥이 반짝였고, 화려한 샹들리에가 은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며 속으로 감탄했다. 정말 호화로운 곳이었다.
응접실로 안내된 림완아는 조백작과 조부인을 마주했다. 조백작은 중년의 신사로 온화한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그 눈빛에는 날카로운 기운이 숨겨져 있었다. 조부인은 우아한 드레스를 입고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며 냉담한 시선을 보냈다.
"당신이 림완아인가?"
조부인이 물었다.
"네, 부인."
"우리 집 메이드가 되기로 한 이유가 뭐지?"
림완아는 잠시 망설이다가 솔직하게 대답했다.
"귀족 저택의 메이드 생활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특히 시중드는 일에 관심이 많아서요."
조부인은 가볍게 웃었다. 그 웃음에는 비꼬는 듯한 느낌이 섞여 있었다.
"재미있는 아가씨로군. 그럼, 먼저 복장부터 바꾸도록 해."
조부인이 손을 가볍게 흔들자, 중년 여성이 림완아를 안내했다. 그녀는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여러 벌의 메이드복이 걸려 있었다. 하지만 림완아가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치마는 무릎 위로 짧았고, 상의는 가슴이 깊게 파여 있었다. 게다가 앞치마는 얇은 레이스로 장식되어 있었다.
"이게... 메이드복인가요?"
림완아가 놀라서 묻자, 중년 여성이 냉담하게 대답했다.
"여긴 특별한 저택이야. 네가 선택한 일이지. 입어."
림완아는 망설이다가 옷을 받아 들었다. 손끝이 약간 떨렸지만, 그녀는 결심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얇은 천이 피부에 닿자 몸서리가 쳐졌다.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은 평소와는 너무나 달랐다. 짧은 치마 아래로 허벅지가 훤히 드러났고, 깊게 파인 상의는 가슴골이 선명하게 보였다.
방 밖으로 나오자 조부인이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잘 어울리는군. 이제 기본 예절을 가르쳐 주겠다. 너를 담당할 메이드 소미를 부르겠다."
잠시 후, 한 젊은 여성이 들어왔다. 그녀는 림완아와 비슷한 복장을 하고 있었지만, 더욱 능숙한 태도를 보였다.
"소미라고 해. 앞으로 네 트레이너야. 먼저 인사하는 법부터 가르쳐 줄게."
소미는 림완아를 응접실 중앙으로 데려갔다. 조백작과 조부인이 여전히 소파에 앉아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무릎을 꿇어. 그리고 상체를 숙여. 머리는 바닥에 닿을 듯이 낮춰."
림완아는 시키는 대로 무릎을 꿇었다. 차가운 대리석 바닥이 피부에 닿았다. 그녀는 상체를 숙이며 이마를 거의 바닥에 대려고 했다.
"더 낮게. 너의 존경을 보여주는 거야."
소미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림완아는 더욱 몸을 낮췄다. 치마가 올라가며 엉덩이가 거의 드러날 지경이었다. 그녀는 얼굴이 붉어졌지만, 참았다.
"좋아. 이제 백작님과 부인께 인사드려."
림완아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백작님, 부인, 오늘부터 시중들게 되어 영광입니다."
조백작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훌륭하군. 자, 일어나도 좋다."
림완아가 일어서자, 소미가 그녀의 옆에 서서 설명을 계속했다.
"이제부터 너의 임무는 아침에 백작님과 부인의 기상을 돕는 거야. 옷을 갈아입히고, 세면을 돕고, 아침 식사 준비를 해.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언제나 공손한 태도를 유지하는 거야. 만약 실수하면, 벌이 기다리고 있어."
벌이라는 말에 림완아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조부인이 일어서며 말했다.
"오늘은 여기까지다. 내일 아침부터 제대로 훈련을 시작하겠다. 소미, 그녀를 숙소로 안내해라."
"네, 부인."
소미는 림완아를 데리고 좁은 복도를 따라 걸어갔다. 그녀의 방은 작았지만, 깔끔했다. 하지만 창문은 없었고, 침대는 간신히 누울 수 있을 정도였다.
"여기가 네 방이야. 내일 아침 5시에 일어나. 준비할 시간이 많지 않아."
소미가 차갑게 말하고 문을 닫았다.
림완아는 침대에 앉아 깊은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손을 들어 짧은 치맛자락을 만지며 중얼거렸다.
"이게 내가 선택한 길이야. 후회하지 않아."
그녀는 눈을 감고 내일을 준비했다. 하지만 그 마음 한구석에는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스며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