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황 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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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고, 승리의 함성이 하늘을 찢었다. 신황 여제는 백마에 올라타고 붉은 망토를 휘날리며 개선문을 지나 성도로 들어섰다. 백성들은 길 양옆에 가득 메워 무릎을 꿇고 엎드려 절하며, 어떤 이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여제 만세, 여제 만세!”를 외쳤다. 여제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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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의 연회

수많은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고, 승리의 함성이 하늘을 찢었다. 신황 여제는 백마에 올라타고 붉은 망토를 휘날리며 개선문을 지나 성도로 들어섰다. 백성들은 길 양옆에 가득 메워 무릎을 꿇고 엎드려 절하며, 어떤 이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여제 만세, 여제 만세!”를 외쳤다.

여제의 얼굴에는 오만한 미소가 어렸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황성 꼭대기를 바라보았다. 저 높은 용좌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동양을 멸망시키는 그 날, 그녀는 이미 이 순간을 수없이 상상해 왔다. 그녀의 말발굽 아래 짓밟힌 나라, 그녀의 손아귀에 갇힌 여왕, 모든 것이 그녀의 위대함을 증명했다.

환호를 받으며 말에서 내린 여제는 군중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녀의 눈에는 승리의 기쁨과 함께 한 줄기 어두운 그림자가 스쳤다. 그녀는 돌아서서 황성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연회는 태화전에서 열렸다. 수백 개의 붉은 등불이 대전을 밝게 비추고, 긴 탁자 위에는 산해진미가 가득했다. 문무백관이 두 줄로 늘어서서 각자의 자리에 앉아, 모두 술잔을 들고 여제를 향해 경의를 표했다. 여제는 용좌에 높이 앉아 은으로 만든 술잔을 들어 한 번에 들이켰다. 술기운에 그녀의 뺨이 약간 붉어졌지만, 눈빛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신이 여제 폐하께 축하드리나이다. 이번 동토 정벌, 천위를 떨쳐, 적국의 항복을 받아, 진정 전무후무한 공적이옵니다!” 재상이 일어나 절하며 술잔을 들었다.

여제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손짓으로 그를 일어나게 했다. “경들의 말이 지나치오. 이번 승리는 장사들이 피흘려 얻어낸 것이니, 모두 마음껏 드시오!”

취기가 연회장에 퍼지고, 긴장이 풀린 장수들은 이야기꽃을 피웠다. 어떤 이는 전쟁터에서의 영용한 자태를 자랑하고, 어떤 이는 동양 여왕의 아름다움을 수군거렸다. 여제는 그 말을 듣고 눈빛이 스산해졌지만, 아무 말 없이 술잔을 든 채였다.

술이 세 순배 돌자, 어느 젊은 장수가 술에 취해 일어나 여제에게 절하며 말했다. “폐하, 신이 감히 청하옵나이다. 이번에 포로로 잡힌 동양 여왕은 과연 어떤 모습이온지? 듣자하니 절세의 미녀라 하니, 오늘 연회에 불러 한번 구경하는 게 어떠하시온지?”

장내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모든 관료가 여제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술잔을 내려놓고 천천히 손가락으로 용좌 팔걸이를 두드렸다. “그자가 무슨 자격으로 이 연회에 참석한단 말이오? 포로는 곧 포로일 뿐, 아직 재판을 기다리고 있소.”

그 말에 장수는 얼굴이 창백해졌지만, 더 이상 감히 말을 꺼내지 못했다. 여제는 일어나 소매를 휘두르며 말했다. “오늘 즐거움은 여기까지. 모두 물러가 쉬시오.”

백관은 황급히 일어나 절하고 물러갔다. 대전이 텅 비자, 여제만이 홀로 용좌에 남아 은잔의 마지막 술을 응시했다. 그녀의 눈에는 복잡한 빛이 스쳤다. 동양 여왕…… 그 이름조차도 그녀의 마음에 한 줄기 파문을 일으켰다.

그녀는 일어나 호위를 물리치고 홀로 편전으로 향했다. 복도는 고요했고, 발소리만 메아리쳤다. 편전 문 앞에는 두 명의 근위병이 서 있었다. 여제가 도착하자 그들은 무릎을 꿇었다. 여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직접 무거운 문을 열었다.

방 안은 어두컴컴했고, 한 줄기 달빛만이 창틈으로 스며들었다. 동양 여왕은 구석에 묶여 있었다. 그녀의 비단옷은 찢어지고, 긴 머리는 흐트러졌지만, 고개를 숙이지 않고 두 눈을 들어 여제를 똑바로 응시했다. 그 눈빛은 마치 칼날 같았다.

여제는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가 멈춰 섰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맞닿았다. 여제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생각나는 것이 있느냐?”

동양 여왕은 피식 웃었다. “네 평범한 감옥이 생각난다.”

여제의 눈빛이 갑자기 차가워졌다. 그녀는 쪼그려 앉아 동양 여왕의 턱을 집어 올렸다. “무례하군. 지금 네 목숨은 내 손에 달렸다.”

“그래서 어쩌라고?” 동양 여왕의 목소리는 약했지만, 그 안에는 비꼼이 가득했다. “네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짐이 진 것은 전쟁에서뿐이다. 남은 것은, 너는 모른다.”

여제의 손가락이 살짝 떨렸다. 그녀는 일어나 돌아서서 말했다. “잘 지키거라. 이 몸이 언젠가는 직접 심문할 것이다.”

문이 다시 닫혔다. 어둠 속에서 동양 여왕은 억지로 일어나 벽에 기대어 앉아 낮은 목소리로 혼잣말을 했다. “차라리 기다려라. 네 차례가 온다.”

여제는 편전 밖에 서서 손바닥을 펴 보았다. 거기에는 동양 여왕의 턱에 닿았을 때의 온기가 아직 남아 있었다. 그녀는 주먹을 꽉 쥐고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첫 번째 심문

지하 감옥의 돌계단을 내려가며 여제는 옷자락을 질질 끌었다. 발 아래 돌 틈새로 새어 나오는 냉기가 치맛자락을 타고 올라와 종아리를 감쌌지만, 그녀는 오히려 입꼬리를 비죽 올렸다. 패자의 땅을 밟을 때마다 피부가 짜릿해지는 이 쾌감, 그것이야말로 정복자의 특권이었다.

철창 앞에 섰을 때, 안에서 풍겨오는 음산한 공기가 그녀의 콧속을 찔렀다. 어둠에 익숙해진 눈이 천천히 방 안을 더듬었다. 축축한 짚 더미 위에 한 여인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동양의 마지막 황후, 이름조차 잊힌 나라의 군주였다.

"고개를 들어라."

여제의 목소리는 감옥 벽에 부딪혀 메아리쳤다. 동양 여황은 천천히 얼굴을 들었다. 시든 연꽃 같은 자태였지만, 눈동자는 아직 꺼지지 않은 불씨처럼 반짝였다. 그 불씨가 여제를 향해 곧게 뻗었다.

"패자가 이기고, 승자가 심문하는 것이 도리다. 하지만 네놈은 패자의 비굴함을 보려고 직접 이 지하까지 내려왔구나."

동양 여황의 말투에는 공손함이 없었다. 여제의 미간이 좁혀졌다. 분노를 느꼈지만 그것은 표면적인 감정이었다. 더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렸다. 이 여자의 뻔뻔스러움, 그것이 어쩐지 자극적이었다.

여제가 철창 사이로 손을 넣어 동양 여황의 턱을 잡아 올렸다. 차갑고 매끄러운 피부, 그 위로 흐르는 미세한 떨림이 손끝에 전해졌다.

"네 목숨은 내 손에 달렸다. 내가 원한다면 이곳에서 네 조상의 뼈와 함께 썩어 가게 할 수도 있다."

동양 여황은 아무 말 없이 여제의 손을 노려보았다. 그러더니 갑자기 고개를 숙여 여제의 손등에 입술을 스쳤다. 차갑다 못해 뜨거운 촉감.

"그러시겠지요."

목소리가 갑자기 부드러워졌다. 여제는 손을 놓았다. 무언가 이상했다. 분노가 아닌, 어찌 된 영문인지 가슴속에서 불길한 열기가 치밀어 올랐다. 그 열기는 아랫배까지 내려가더니 은밀한 부위를 간질였다.

눈을 내리깔자 동양 여황의 발이 보였다. 맨발이었다. 7부 길이의 얇은 비단 바지 아래로 드러난 종아리, 그리고 반투명한 살색 스타킹에 감싸인 발등. 발가락이 살짝 움츠러들며 그녀의 긴장을 드러냈다. 발톱에는 희미하게 핏기가 돌았고, 스타킹의 아랫부분이 약간 얼룩져 있었다.

그때였다. 역한 시큼한 냄새가 바람을 타고 풍겨왔다. 발 냄새, 땀, 그리고 축축한 지하의 곰팡이 냄새가 섞인 그것이 여제의 콧속을 파고들었다. 본능적으로 코를 찡그렸지만, 동시에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그녀의 몸이 반응했다.

가슴이 뻐근해지고, 젖꼭지가 딱딱하게 굳었다. 심장이 거세게 뛰며 온몸에 열기를 퍼뜨렸다. 그리고 그 열기는 불과 몇 걸음 앞에 있는 패자의 맨발로 향했다. 왜 저 발일까, 저 시큼한 냄새일까. 여제는 이해할 수 없는 충동에 휩싸였다.

"네놈...!"

목소리가 갈라졌다. 여제는 말을 끝맺지 못하고 뒤로 물러섰다. 쇠창살이 그녀의 치마자락을 스치며 바스락거렸다.

동양 여황이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았다. 그 눈에는 승리자의 빛이 번뜩였다. 그녀가 천천히 무릎을 굽혀 앉은 자세를 바꾸었다. 발가락이 또 한 번 움츠러들었고, 그 사이로 스타킹 틈새가 더 드러났다. 여제의 시선이 저도 모르게 거기에 박혔다.

"폐하, 심문은 이쯤에서 마치시겠습니까?"

동양 여황의 목소리에 비아냥이 섞여 있었다. 여제는 입술을 깨물었다. 무언가를 부수고 싶은 충동과, 다른 무언가를 만지고 싶은 충동이 뒤섞여 그녀의 이성을 흔들었다.

돌아서서 걸음을 옮겼다. 계단을 오르며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았다. 저 여자는 지금 웃고 있었다. 확신에 찬, 모욕적인 미소. 여제는 주먹을 쥐었다. 심문은 내일 다시 하리라. 오늘은 몸이 좀 안 좋을 뿐이다. 그렇게 스스로를 달랬다.

하지만 돌계단 끝에서 다시 한 번 풍겨온 그 시큼한 냄새가, 그녀의 전율을 영원히 기억 속에 새겨놓았다.

이상한 떨림

여제는 침전으로 돌아왔다. 화려한 비단 이불과 금실로 수놓은 베개, 향로에서는 귀한 침향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모든 것이 익숙하고 안락했다. 그러나 그녀의 콧속에는 여전히 그 시큼한 냄새가 맴돌고 있었다. 지하 감옥의 눅눅한 돌 냄새, 쇠사슬의 녹 냄새, 그리고 그 여자의 몸에서 풍겨 나오는 짐승 같은 냄새.

여제는 이불을 걷어차고 벌떡 일어났다. 시녀들이 깜짝 놀라 다가왔지만, 그녀는 손짓으로 물러나게 했다. 혼자 있고 싶었다. 그러나 혼자가 되자 더욱 견딜 수 없었다. 눈을 감으면 그 광경이 떠오른다. 거친 포승에 묶인 가느다란 발목, 그 위로 드리운 짧은 살색 스타킹, 발가락 사이로 비치는 창백한 피부.

“흉측하군.”

그녀는 중얼거렸다. 하지만 혀끝은 그 말을 부정하고 있었다. 흉측하다고 느낄수록, 두 눈은 그 광경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두 번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머릿속은 그 형상으로 가득 차올랐다.

그날 밤, 여제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시침을 여러 번 돌려도 시간은 느리게 흘러갔다. 몸을 뒤척이다가 다시 엎드렸다. 이불 속은 뜨겁게 달아올랐고,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

“제기랄.”

욕설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 앞에 앉았다. 정무라도 보면 잡념이 사라질 것 같았다.

신하들이 올린 상소문을 한 장씩 넘겼다. 조세 징수, 변경 수비, 관료 파견… 모든 것이 평소와 같았다. 하지만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눈은 상소문 위를 헤매고 있었지만, 정신은 전혀 다른 곳에 가 있었다.

그 발. 그 여자의 발.

거친 밧줄에 묶여 붉게 패인 자국. 그 자국이 새하얀 피부 위에서 마치 상처처럼 선명했다. 그리고 그 발을 움켜쥐었을 때의 감촉. 차가우면서도 말랑한, 살아있는 감촉.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여제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수많은 칼을 쥐었고, 수많은 목숨을 끊어낸 손. 그 손이 어느 전리품 앞에서도 이렇게 떨린 적은 없었다. 무수한 재물과 여인들을 차지했지만, 한낱 발뒤꿈치 때문에 이토록 흔들린 적은 없었다.

그 여자는 무릎 꿇은 자세로 내내 그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비록 무릎은 꿇었지만, 눈에는 한 줌의 두려움도 없었다. 오히려 비웃음이 어린 눈빛이었다. 마치 이 모든 상황을 즐기기라도 하는 듯이.

여제는 상소문을 거칠게 덮었다. 손끝이 저릿저릿 떨렸다. 이 감정이 분노인지 욕망인지, 스스로도 분간이 서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두 번 다시 그 여자 앞에 서고 싶지 않다는 것. 동시에, 그 여자의 발을 다시 한 번 움켜쥐고 싶다는 것.

“아니야.”

그녀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자신은 제국의 황제다. 조정을 호령하고 천하를 손에 쥔 여제다. 그런 자신이 어찌 포로의 발에 매혹되겠는가.

동틀 무렵, 겨우 눈을 붙였다. 그러나 잠결에도 악몽이 그녀를 찾아왔다. 꿈속에서 그 여자는 쇠사슬을 끊고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와 속삭였다.

“폐하, 이 몸의 발이 그렇게 좋으신가요?”

여제는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깨어났다. 식은땀에 흠뻑 젖은 옷이 차갑게 달라붙었다.

아침이 밝았다. 평소대로 조회를 열고 정사를 논했다. 신하들 앞에서 여제는 언제나처럼 위엄을 갖추었다. 단호한 명령과 날카로운 판단으로 조정을 다스렸다. 아무도 그녀의 속마음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러나 조회가 끝나고 혼자 남겨지자, 그 생각이 다시 밀려왔다. 애써 무시하려 해도, 의식의 저편에서 그 여자의 모습이 떠오르며 그녀를 유혹했다.

“심문을… 다시 해야겠군.”

여제는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그녀의 목소리는 고요했지만 심장은 거세게 뛰고 있었다.

“오늘은 더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 저자의 교활한 혀를 뽑아내겠다.”

그것은 핑계였다. 그녀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심문을 빌미로 삼아 지하 감옥으로 가고 싶다는 것을. 그 여자의 앞에 다시 서고 싶다는 것을.

여제는 몸을 일으켰다. 하인들에게 감옥으로 갈 준비를 명령했다. 그녀의 발걸음은 빠르고 성급했다.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통제 불능 자체가 즐거웠다.

지하 감옥으로 이어지는 돌계단을 내려갈 때, 발밑에서 돌이 우는 소리가 났다. 축축한 공기가 얼굴을 스쳤다. 그 시큼한 냄새가 다시 코를 찔렀다.

여제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이상한 떨림이었다. 전율과 혐오, 그리고 짙은 호기심이 뒤섞인 떨림. 그녀는 그 감정에 몸을 맡기고, 어둠 속으로 발을 내디뎠다.

두 번째 심문

비단 바닥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동양 여황은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만, 그 눈동자 끝에는 냉철한 빛이 스치고 있었다. 신황 여제는 그녀 앞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손가락으로 책상 가장자리를 톡톡 두드렸다. 심문은 시작된 지 한참이 지났지만, 여제의 질문은 점점 산만해지기 시작했다.

"너는... 전날 밤의 태도가 무례했다고 생각하지 않느냐?"

동양 여황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 그녀는 천천히 다리를 움직여 치마 아래로 드러난 종아리를 앞으로 내밀었다. 살색 스타킹이 등불 아래에서 은은한 광택을 발했다. 여제의 시선은 그 순간 굳어버렸다. 그녀는 말을 이으려 했지만, 혀가 입천장에 붙은 듯 움직이지 않았다.

"대답하라."

목소리는 낮고 떨렸다. 동양 여황은 고개를 조금 들어 올리며 입가에 희미한 냉소를 띠었다. 그녀는 일부러 치맛자락을 더 걷어 올리듯 무릎을 살짝 구부렸다. 여제의 눈동자가 그 움직임을 따라갔다. 그 짧은 스타킹 너머로 보이는 허벅지의 곡선이 뇌리를 스쳤다.

"폐하께서는 왜 그렇게 저를 응시하십니까?"

동양 여황의 목소리는 부드러우면서도 날카로웠다. 여제는 화들짝 놀라 시선을 돌렸지만, 이미 늦었다. 그녀의 뺨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심문은 계속되어야 했지만, 머릿속은 온통 그 살색의 질감으로 가득 찼다.

"네가... 네가 감히..."

말끝이 흐려졌다. 동양 여황은 천천히 일어서려는 듯 몸을 비틀었다. 여제는 그 모습을 보며 무의식적으로 침을 삼켰다. 권력의 정점에 선 자가, 이제는 한낱 포로의 몸짓에 흔들리고 있었다. 동양 여황의 눈빛이 더욱 차가워졌다. 그녀는 승리를 확신했다.

시험과 반격

챕터 5: 시험과 반격

감금실의 어둠은 더욱 짙어졌다. 은은한 촛불이 벽에 드리운 그림자 사이로, 동양 여황의 얼굴은 평온하지만 눈동자 속에는 날카로운 빛이 숨어 있었다.

“폐하.”

목소리는 부드러우면서도 어딘가 음흉했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신황 여제를 응시했다.

“제게 알려드릴 비밀이 있습니다.”

신황 여제는 입가에 경멸을 머금었다. 그러나 궁금증을 감출 수는 없었다.

“감히 내게 비밀을 바치겠다고?”

“예, 폐하. 가까이 오십시오. 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게요.”

동양 여황은 무릎 꿇고 앉아 두 손을 앞에 모으고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은 완벽한 복종처럼 보였다. 신황 여제는 잠시 망설였지만, 승자로서의 자존심이 그녀를 앞으로 이끌었다.

그녀는 천천히 다가가 무릎을 꿇고 앉은 전 여왕 가까이 몸을 숙였다. 긴 치맛자락이 대리석 바닥에 스치며 부드러운 소리를 냈다.

“말해라.”

동양 여황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바로 그 순간, 그녀는 갑자기 오른쪽 다리를 들어 올렸다. 살색 스타킹에 감싸인 발이 여제의 코끝에 거의 닿을 듯이 다가왔다. 강한 시큼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신황 여제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렸지만, 피하지는 않았다.

“이게 무슨 짓이냐!”

목소리는 분노에 차 있었지만, 몸은 떨리고 있었다.

동양 여황은 천천히 발을 내리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폐하, 전 한때 이 세상의 주인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이렇게 무릎 꿇고 있습니다. 하지만 폐하, 당신도 언젠가는 제 자리가 어떤 것인지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예리한 날이 숨어 있었다.

“비밀이란 바로 이것입니다. 진정한 승리는 육체를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영혼을 무너뜨리는 것입니다.”

신황 여제는 이를 악물었다. 얼굴이 붉어지고 숨결이 거칠어졌다. 떨림은 더욱 심해졌지만, 그녀는 여전히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동양 여황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

“폐하, 이제 당신도 제 함정에 한 발짝 들어왔습니다.”

그 말에 신황 여제는 깨달았다. 그녀는 이미 이 전 여왕의 음모에 빠져버렸다는 것을. 그러나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은밀한 쾌감이 그녀의 가슴속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동양 여황은 고개를 숙이고 다시 겸손한 자세를 취했다.

“제가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 폐하께서 저의 존재를 영원히 잊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신황 여제는 깊이 숨을 들이켰다. 시큼한 냄새가 여전히 코에 남아 있었지만, 그녀는 더 이상 혐오스럽게 느끼지 않았다.

“좋다. 네가 바라는 대로 해주마.”

그녀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 안에는 이상한 열기가 깃들어 있었다.

숨겨진 갈망

신황 여제는 중전으로 돌아오는 내내 넋이 나간 듯했다. 시종들이 인사를 올려도 대답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그녀의 눈동자는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고, 손가락은 무언가를 더듬는 듯 가느다랗게 떨리고 있었다.

“모두 물러가거라.”

짧은 명령에 시종들이 일제히 퇴장했다. 문이 닫히고 난 후에야 여제는 비로소 숨을 쉴 수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벽장 앞으로 걸어가 문을 열었다. 그 안에는 전쟁에서 노획한 동양 여황의 개인 소지품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 널려 있었다. 비단 조각, 부러진 비녀, 그리고...

여제는 손을 뻗어 작은 상자를 열었다. 그 안에는 동양 여황이 자주 신었던 짧은 살색 스타킹 한 켤레가 들어 있었다. 보통 때 같으면 이런 천한 것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그것을 집어 들고, 손끝으로 촉감을 음미했다. 부드럽고 가느다란 실이 손가락 사이로 스쳐 지나갔다.

“이걸 씻어 가져오너라.”

여제는 무표정으로 명령했다. 시종이 스타킹을 받아 물러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깨끗이 세탁된 스타킹이 쟁반에 담겨 돌아왔다. 여제는 그것을 받아 들고 코에 가져갔다.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다.

비누 향만이 희미하게 감돌 뿐, 그녀가 기억하는 그 날 것의, 짐승 같은 냄새는 온데간데없었다. 여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녀는 스타킹을 바닥에 내던지고 발로 짓밟았다.

“무슨 짓을 한 것이냐!”

“폐, 폐하... 깨끗이 빨라고 하셔서...”

시종이 떨며 대답했다. 여제는 이를 악물었다. 자신은 분명 그 냄새를 원했는데, 왜 깨끗하라고 명령했는지. 그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모순이었다.

“나가라.”

시종이 황급히 물러나고, 여제는 다시 스타킹을 주워 들었다. 이젠 아무런 의미도 없는 천 조각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것을 놓지 못했다. 오히려 더 세게 쥐었다.

그날 밤, 여제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눈을 감으면 동양 여황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교활한 눈빛, 얇게 비웃는 입술, 그리고 자신을 향해 차올린 맨발. 그 발이 자신의 손목을 짓누르던 감각이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이럴 리가 없어... 나는 신황 여제야. 천하를 정복한 자야...”

혼잣말을 중얼거렸지만,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자신의 몸이 그날의 감각을 기억하고 있었다. 굴욕감과 함께 몰래 스며든 쾌감. 그것을 부정하려 할수록 더 선명해졌다.

여제는 일어나서 동양 여황의 소지품이 든 상자 앞에 섰다. 그 안에는 스타킹 말고도 여러 가지 물건이 있었다. 낡은 비단 치마, 머리핀, 그리고... 작은 부적 하나. 여제는 그 부적을 집어 들었다. 거기에는 알 수 없는 글이 적혀 있었다.

“네가 나에게 무슨 짓을 한 거냐...?”

여제는 부적을 움켜쥐었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것은 마법도, 주술도 아니라는 것을. 자신의 내면 어딘가에 도사리고 있던 어두운 갈망이, 동양 여황에 의해 깨어난 것뿐이라는 것을.

그날 이후, 여제는 밤마다 동양 여황이 갇혀 있는 옥으로 향했다. 감시병들을 물리고, 혼자서 감방 문 앞에 서서 안을 응시했다. 동양 여황은 감금되어 있었지만, 그 위엄은 조금도 꺾이지 않았다.

“또 왔느냐, 정복자여.”

그녀가 비웃었다. 여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서 있었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왜 여기에 왔는지조차 명확하지 않았다. 다만, 그녀의 존재 자체가 자신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네 눈에 갈망이 보인다.”

동양 여황이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 목소리는 여제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닥쳐라.”

여제는 겨우 말을 뱉어냈다. 그러나 발걸음은 감방 쪽으로 한 발짝 다가서고 있었다. 동양 여황은 일어나서 쇠창살 사이로 손을 내밀었다. 그 손가락이 여제의 볼을 스쳤다.

“네가 원하는 것을... 내가 가르쳐 주마.”

여제는 손을 뿌리치려 했으나,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그녀는 그 손길에 몸을 맡긴 채,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는 깨달았다.

자신은 이미 타락의 길에 들어섰다는 것을.

세 번째 심문

여제는 호위병들에게 손짓 한 번으로 명령했다. "동황을 내 개인실로 데려와라. 그리고 모두 물러가라."

호위병들이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지만, 여제의 냉랭한 눈빛에 감히 반문하지 못했다. 그저 고개 숙여 명령에 따를 뿐이었다. 동황 여황은 쇠사슬에 묶인 채 끌려왔다. 그녀의 발목에는 무거운 족쇄가 채워져 있었고, 발에는 신발조차 없었다. 맨발이었다. 거친 돌바닥을 걸어온 탓에 발바닥은 상처투성이였고, 군데군데 검게 때가 꼈다.

"나가라." 여제가 다시 한 번 말했다. 이번에는 목소리에 더욱 강한 위압감이 실려 있었다.

호위병들이 서둘러 방을 나가고 문이 굳게 닫혔다. 방 안에는 두 명의 여자만 남았다. 정복자와 패배자. 그러나 그 경계는 어느새 흐트러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동황 여황은 조용히 서 있었다. 비록 몸은 초라했지만, 그 눈동자는 여전히 날카로웠다. 그녀는 여제의 시선을 따라갔다. 여제의 시선은 자신의 발에 고정되어 있었다. 발가락이 살짝 움찔거렸다. 며칠째 씻지 못한 탓에 발에서는 시큼한 냄새가 풍겼다. 짧은 살색 스타킹은 여러 날 갈아 신지 못해 군데군데 때가 끼고, 특히 발가락 부분은 진한 갈색으로 변색되어 있었다. 냄새는 강력했다. 방 안을 서서히 채워갔다.

"무엇을 보시나요?" 동황 여황이 먼저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다. "승리자께서는 패배자의 이 더러운 발뿐인 것에 그렇게 관심을 가지시나?"

여제는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얼굴이 붉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분노인지, 부끄러움인지, 혹은 다른 어떤 감정인지.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네가 무슨 말을 하는 거냐?"

"아니요, 아무 말도 아니었습니다." 동황 여황이 살짝 웃었다. 그 웃음에는 비꼼이 섞여 있었다. "다만, 여제 폐하의 눈빛이 참으로... 진지하셨기에."

여제는 벽 쪽으로 걸어가 등을 돌렸다. 심장이 거칠게 뛰고 있었다.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자신도 알 수 없었다. 눈앞에 있는 이 여자는 단지 포로일 뿐인데, 왜 그녀의 발에서 눈을 뗄 수 없었던 것일까? 더럽고, 냄새나고, 천한 그 부분이 오히려 자신을 끌어당겼다.

"다가오시오." 여제가 낮은 목소리로 명령했다. 그러나 그 목소리에는 전과 같은 위엄이 없었다. 오히려 간절함이 섞여 있었다.

동황 여황은 족쇄 소리를 내며 천천히 다가갔다. 그녀가 걸을 때마다 발바닥이 땅에 닿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그리고 그 시큼한 냄새가 더욱 짙어졌다. 여제의 코를 찔렀다. 그 냄새는 혐오스러웠지만, 동시에 무엇인가를 자극했다. 무언가 금지된 욕망이 꿈틀거렸다.

"무릎 꿇어라." 여제가 다시 명령했다. 이번에는 목소리가 약간 떨리고 있었다.

동황 여황이 순순히 무릎을 꿇었다. 그녀의 얼굴은 여제의 무릎 높이에 와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고개를 들지 않고, 오히려 발을 내려다보았다. 스타킹이 찢어진 곳으로 창백한 피부가 드러나 있었다. 발가락 사이에 낀 때가 선명했다.

"폐하께서는 왜 저를 이곳에 데려오셨습니까?" 동황 여황이 물었다. 천천히, 그러나 날카롭게. "과연 심문 때문이십니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으십니까?"

여제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손을 뻗어 동황 여황의 턱을 잡아 억지로 고개를 들게 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동황 여황의 눈에는 두려움이 없었다. 오히려 호기심과 어떤 확신이 담겨 있었다.

"네가 감히..." 여제가 말을 꺼냈지만, 계속하지 못했다.

동황 여황이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었다. "감히 무엇이라고 하시겠습니까? 제 발에 눈을 떼지 못하시는 여제 폐하께서, 저를 어떻게 하시렵니까?"

여제의 손이 떨렸다. 그녀는 동황 여황의 턱을 놓고, 한 걸음 물러섰다. 그러나 시선은 다시 아래로 향했다. 그 발에, 그 더러운 스타킹에, 그 시큼한 냄새에.

"벗어라." 여제가 말했다. 목소리는 거의 속삭임이었다.

"무엇을 말입니까?"

"그 스타킹을 벗어라."

동황 여황이 천천히 손을 내려 스타킹을 벗기 시작했다. 손가락이 스타킹 가장자리를 걸쳐 잡아당겼다. 스타킹이 발꿈치를 지나 발가락까지 벗겨질 때, 찢어졌던 부분이 찢어져 더 큰 구멍이 났다. 완전히 벗겨진 발은 창백했지만, 곳곳에 상처와 굳은살이 있었다. 발가락 사이는 군데군데 검었고, 땀과 때가 섞여 끈적거렸다. 냄새는 더욱 강해졌다. 방 전체를 가득 채울 듯했다.

여제는 숨을 참았다. 그러나 그 냄새는 이미 코 속으로 파고들었다. 역겨움과 함께 이상한 쾌감이 엉켜 있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동황 여황 앞에 무릎을 꿇었다. 두 사람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여제의 눈앞에 그 발이 있었다.

"폐하..." 동황 여황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것이 당신이 원하는 것입니까?"

여제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그 발을 응시했다. 손을 뻗어 만지고 싶다는 충동을 간신히 억누르며. 그러나 그 충동은 점점 강해졌다. 마치 심연이 그녀를 부르는 듯했다.

"네가 이긴 줄 알았다." 동황 여황이 속삭였다. "그러나 지금 누가 진짜 승자인지, 누가 진짜 패자인지 알 수 없구나."

여제는 고개를 들었다.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분노와 수치심, 그리고 무언가 알 수 없는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닥쳐라." 그녀가 말했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더 이상 위엄이 없었다. 오직 갈망만이 남아 있었다.

무너진 방어선

발을 내밀어라.

동양 여황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속에는 날카로운 칼날이 숨어 있었다. 방 안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신황 여제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온몸이 굳어졌다. 무엇을 원하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동안 수많은 전장을 누비며 수많은 왕국의 왕좌를 발로 차 넘어뜨렸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녀의 발이 땅에 닿지 않는 것 같았다.

“네가 이겼다고? 그렇게 생각하느냐?”

동양 여황은 천천히 일어나며 말을 이었다. 그녀의 눈빛은 타오르는 불길 같았다. 망국의 군주로서의 비애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상대를 짓누르는 듯했다. 신황 여제는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서려 했지만, 발이 땅에 붙은 듯 움직이지 않았다.

“네가 나를 이겼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네가 승리한 게 아니다. 나는 네가 패배한 것이다.”

동양 여황이 소매를 휘날리며 다가왔다. 그녀의 발은 맨발이었다. 신황 여제가 그 발을 보자 갑자기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거칠게 호흡이 흐트러졌다. 동양 여황은 신황 여제 앞에 멈춰 섰다. 두 여자의 시선이 마주쳤다. 동양 여황의 눈에는 승리자의 자신감이, 신황 여제의 눈에는 공포와 혼란이 섞여 있었다.

“발을 내밀어라.”

동양 여황이 다시 명령했다. 이번에는 더욱 단호했다. 신황 여제는 손끝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마음속으로는 거부하고 싶었다. 이런 굴욕을 견딜 수 없었다. 그러나 몸은 그 명령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무릎이 천천히 구부러졌다. 그녀는 반항하려 했지만, 근육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어느새 그녀는 무릎을 꿇고 있었다. 동양 여황이 발을 내밀었다. 그 발은 하얗고 가냘프지만, 발가락 사이에는 흙과 땀이 섞인 자국이 있었다. 신황 여제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 발에 고정되었다. 시큼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녀는 숨을 참으려 했지만, 폐가 저절로 확장되었다.

“냄새를 맡아라.”

동양 여황의 목소리는 이제 속삭임처럼 부드러웠다. 그 속에는 은밀한 조롱이 숨어 있었다. 신황 여제는 고개를 저으려 했지만, 목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의 코가 천천히 발가락 쪽으로 다가갔다. 마음속에서는 이 모든 것이 꿈이길 바랐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 그녀의 콧구멍이 발가락 사이에 닿았다.

심호흡.

그 순간, 시큼한 냄새가 폭발적으로 뇌리를 관통했다. 독약처럼 혀끝에 달라붙었다. 향기가 아니라 악취였다. 땀과 먼지가 섞여 발효된 듯한 그 냄새는 신황 여제의 영혼 깊은 곳까지 파고들었다. 그녀의 눈앞이 아른거렸다. 모든 방어선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그녀는 그 냄새에 취한 듯 현기증을 느꼈다. 동시에, 그녀의 몸에서 알 수 없는 쾌감이 솟구쳤다. 부끄러움과 혐오감이 뒤섞여 그녀의 의식을 잠식했다.

그녀는 그 자리에서 축 늘어졌다. 무릎이 바닥에 닿았다. 동양 여황은 그 모습을 내려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차갑고도 아름다웠다.

“이제야 네가 진정한 의미에서 패배했구나.”

신황 여제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녀의 영혼은 이미 깊은 수렁에 빠져 있었다. 그 시큼한 냄새는 그녀의 마지막 자존심을 부수고, 그녀를 완전히 노예로 만들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