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고, 승리의 함성이 하늘을 찢었다. 신황 여제는 백마에 올라타고 붉은 망토를 휘날리며 개선문을 지나 성도로 들어섰다. 백성들은 길 양옆에 가득 메워 무릎을 꿇고 엎드려 절하며, 어떤 이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여제 만세, 여제 만세!”를 외쳤다.
여제의 얼굴에는 오만한 미소가 어렸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황성 꼭대기를 바라보았다. 저 높은 용좌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동양을 멸망시키는 그 날, 그녀는 이미 이 순간을 수없이 상상해 왔다. 그녀의 말발굽 아래 짓밟힌 나라, 그녀의 손아귀에 갇힌 여왕, 모든 것이 그녀의 위대함을 증명했다.
환호를 받으며 말에서 내린 여제는 군중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녀의 눈에는 승리의 기쁨과 함께 한 줄기 어두운 그림자가 스쳤다. 그녀는 돌아서서 황성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연회는 태화전에서 열렸다. 수백 개의 붉은 등불이 대전을 밝게 비추고, 긴 탁자 위에는 산해진미가 가득했다. 문무백관이 두 줄로 늘어서서 각자의 자리에 앉아, 모두 술잔을 들고 여제를 향해 경의를 표했다. 여제는 용좌에 높이 앉아 은으로 만든 술잔을 들어 한 번에 들이켰다. 술기운에 그녀의 뺨이 약간 붉어졌지만, 눈빛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신이 여제 폐하께 축하드리나이다. 이번 동토 정벌, 천위를 떨쳐, 적국의 항복을 받아, 진정 전무후무한 공적이옵니다!” 재상이 일어나 절하며 술잔을 들었다.
여제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손짓으로 그를 일어나게 했다. “경들의 말이 지나치오. 이번 승리는 장사들이 피흘려 얻어낸 것이니, 모두 마음껏 드시오!”
취기가 연회장에 퍼지고, 긴장이 풀린 장수들은 이야기꽃을 피웠다. 어떤 이는 전쟁터에서의 영용한 자태를 자랑하고, 어떤 이는 동양 여왕의 아름다움을 수군거렸다. 여제는 그 말을 듣고 눈빛이 스산해졌지만, 아무 말 없이 술잔을 든 채였다.
술이 세 순배 돌자, 어느 젊은 장수가 술에 취해 일어나 여제에게 절하며 말했다. “폐하, 신이 감히 청하옵나이다. 이번에 포로로 잡힌 동양 여왕은 과연 어떤 모습이온지? 듣자하니 절세의 미녀라 하니, 오늘 연회에 불러 한번 구경하는 게 어떠하시온지?”
장내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모든 관료가 여제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술잔을 내려놓고 천천히 손가락으로 용좌 팔걸이를 두드렸다. “그자가 무슨 자격으로 이 연회에 참석한단 말이오? 포로는 곧 포로일 뿐, 아직 재판을 기다리고 있소.”
그 말에 장수는 얼굴이 창백해졌지만, 더 이상 감히 말을 꺼내지 못했다. 여제는 일어나 소매를 휘두르며 말했다. “오늘 즐거움은 여기까지. 모두 물러가 쉬시오.”
백관은 황급히 일어나 절하고 물러갔다. 대전이 텅 비자, 여제만이 홀로 용좌에 남아 은잔의 마지막 술을 응시했다. 그녀의 눈에는 복잡한 빛이 스쳤다. 동양 여왕…… 그 이름조차도 그녀의 마음에 한 줄기 파문을 일으켰다.
그녀는 일어나 호위를 물리치고 홀로 편전으로 향했다. 복도는 고요했고, 발소리만 메아리쳤다. 편전 문 앞에는 두 명의 근위병이 서 있었다. 여제가 도착하자 그들은 무릎을 꿇었다. 여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직접 무거운 문을 열었다.
방 안은 어두컴컴했고, 한 줄기 달빛만이 창틈으로 스며들었다. 동양 여왕은 구석에 묶여 있었다. 그녀의 비단옷은 찢어지고, 긴 머리는 흐트러졌지만, 고개를 숙이지 않고 두 눈을 들어 여제를 똑바로 응시했다. 그 눈빛은 마치 칼날 같았다.
여제는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가 멈춰 섰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맞닿았다. 여제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생각나는 것이 있느냐?”
동양 여왕은 피식 웃었다. “네 평범한 감옥이 생각난다.”
여제의 눈빛이 갑자기 차가워졌다. 그녀는 쪼그려 앉아 동양 여왕의 턱을 집어 올렸다. “무례하군. 지금 네 목숨은 내 손에 달렸다.”
“그래서 어쩌라고?” 동양 여왕의 목소리는 약했지만, 그 안에는 비꼼이 가득했다. “네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짐이 진 것은 전쟁에서뿐이다. 남은 것은, 너는 모른다.”
여제의 손가락이 살짝 떨렸다. 그녀는 일어나 돌아서서 말했다. “잘 지키거라. 이 몸이 언젠가는 직접 심문할 것이다.”
문이 다시 닫혔다. 어둠 속에서 동양 여왕은 억지로 일어나 벽에 기대어 앉아 낮은 목소리로 혼잣말을 했다. “차라리 기다려라. 네 차례가 온다.”
여제는 편전 밖에 서서 손바닥을 펴 보았다. 거기에는 동양 여왕의 턱에 닿았을 때의 온기가 아직 남아 있었다. 그녀는 주먹을 꽉 쥐고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