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잠입: 아가씨의 인간 변기 변신

站点:NovelAI.one内容:前8章在线试读ID:60e129ec更新:2026-07-27 01:25
눈을 뜨자마자 천장에 펼쳐진 홀로그램 창공이 은은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엽재훤은 잠시 눈을 깜빡이며, 이 모든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생각했다. 맞춤형 날씨 시뮬레이션이 오늘 아침은 화창한 봄날을 구현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기분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녀는 거대한 침대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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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화로운 삶의 공허함

눈을 뜨자마자 천장에 펼쳐진 홀로그램 창공이 은은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엽재훤은 잠시 눈을 깜빡이며, 이 모든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생각했다. 맞춤형 날씨 시뮬레이션이 오늘 아침은 화창한 봄날을 구현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기분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녀는 거대한 침대 위에서 몸을 뒤척였다. 침대 시트는 체온을 완벽하게 조절하는 스마트 섬유로 짜여 있었고, 베개는 머리 모양에 맞춰 천천히 형태를 바꾸었다. 모든 것이 너무 편안했고, 완벽했고, 그래서 숨이 막힐 듯 지루했다.

그녀는 일어나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았다. 바닥은 무슨 재질인지 맨발이 닿자 미세한 진동과 함께 발바닥 아치를 마사지하기 시작했다. 발가락을 꼼지락거리자, 방 구석에서 대기 중이던 로봇 팔이 그녀에게 다가와 오늘의 첫 음료를 내밀었다. 투명한 유리잔 안에는 그녀의 혈액 검사 결과에 따라 배합된 영양 칵테일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생각 없이 그것을 받아 한 모금 삼켰다. 맛은 물 같았다. 아니, 물보다도 싱거웠다. 최적화된 영양, 불필요한 감각적 자극은 배제된.

창밖을 보았다. 창문은 실은 벽 전체를 뒤덮은 고화질 스크린이었다. 그녀는 손가락을 까딱였고, 스크린은 즉시 150층 높이에서 내려다보는 도시 전경을 보여주었다. 빌딩 숲 사이를 날아다니는 수많은 비행체들, 구름 위로 솟아오른 타워들, 그리고 저 먼 지상의 빈민가를 은폐하는 스모그 층. 하지만 그녀의 시선은 곧 그마저도 지루해져서, 스크린에 오늘 아침 뉴스를 틀라고 명령했다.

AI 비서의 부드러운 중성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좋은 아침입니다, 아가씨. 오늘의 주요 뉴스입니다. 고정 회장님의 고신 그룹이 3분기 연속 시장 예측을 상회하는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주가가 8% 상승했습니다."

뉴스 앵커는 고정이 회의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홀로그램 영상을 송출했다. 고정은 그녀의 남편이었다. 스크린 속 그는 날카로운 눈매와 완벽한 턱선을 지닌, 어디서나 주목받는 남자였다. 그의 입술은 자신감에 차 있었고, 목소리는 낮고 권위적이었다. 그는 "혁신과 도전 없이는 미래도 없습니다."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의 주변에는 격렬하게 박수를 치는 임원진들이 보였다.

엽재훤은 피식 웃었다. 혁신, 도전이라. 참으로 그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들이다. 하지만 그 말들은 결코 그녀에게 향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칵테일 잔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탁자는 소리 없이 잔을 감지하고, 내용물의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표면 온도를 조절했다. 그녀는 벌떡 일어나 거울 앞으로 걸어갔다. 거울은 그녀의 실물을 비추는 대신, 다양한 메이크업 옵션을 그녀의 얼굴에 합성하여 보여주었다. 그녀는 손을 휘저어 그 모든 옵션을 지워버리고, 민낯의 자신을 마주했다.

거울 속 여자는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조차 지루했다. 언제나 완벽하게 관리되는 피부, 최적의 영양 상태를 반영하는 윤기 나는 머리카락. 그녀는 사치의 극한에서 자란 인형 같았다. 그녀에게 부족한 것은 단 하나, 바로 '자극'이었다.

"오늘은 무슨 일정이지?" 그녀가 물었다.

AI 비서가 즉시 대답했다. "오늘 정해진 일정은 없습니다. 짐스포츠클럽의 스파 예약 취소 확인서가 왔으며, 디퀘르 라운지의 오후 티타임에는 참석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오전 중으로 그레이스 정이 방문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또다. 또 그녀의 하루는 수많은 선택지가 있지만, 실은 아무것도 강제되지 않는 시간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살 수 있으며, 누구든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누구도, 정말로 그녀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그레이스 정은 그녀의 유일한 친구라지만, 대화는 언제나 시시한 패션과 불륜 스캔들 뿐이었다.

고정에게 전화를 걸어볼까? 그녀는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그것은 대개 그의 비서 중 한 명에게 연결되거나, 짧고 무성의한 통화로 끝나기 마련이었다.

그래도 그녀는 손목에 감긴 투명한 통신 밴드를 톡톡 두드렸다.

연결음이 몇 번 울렸다. 예상대로, 연결되는 데 오래 걸렸다. 고정의 목소리는 다급하고 약간 짜증이 섞여 있었다. "여보? 바빠. 무슨 일이야?"

"그냥... 뭐해? 오늘 저녁은 함께할 수 있어?"

화면에 떠오른 고정의 얼굴은 찡그려져 있었다. 뒤로 보이는 배경은 거대한 회의실 같았다. "오늘 안 돼. 간부들이랑 저녁 식사가 있어. 아마 늦을 거야."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좀 더 부드러운 어조로, 마치 애완동물을 달래듯 말했다. "집에 도착하면 네가 좋아하는 그... 골든트러플 오일을 좀 보내줄게. 테라피스트가 올 거고?"

그가 자신이 좋아하는 게 뭔지도 모른다는 듯한 말투였다. 엽재훤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아니, 됐어."

"그래. 나중에 봐." 고정은 그녀가 무슨 말을 더 하기 전에 통화를 끊었다.

통신 밴드의 화면이 어두워지자, 방 안의 침묵이 더욱 무겁게 느껴졌다. AI 비서도 그녀의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엽재훤은 거실로 걸어 나갔다. 거실은 수백 평은 되어 보이는 공간이었고, 움직임에 따라 색과 형태가 변하는 예술 오브제들로 가득했다. 모든 것이 그녀의 소유였지만, 그녀 자신도 이 집의 잘 꾸며진 가구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 느낌이었다.

그녀의 시선이 어느 한 구석에 멈췄다. 완벽한 인체를 본뜬 마네킹이었다. 그 마네킹은 예술품이라기보다, 이 집에서 오래전 인체 가구로 사용되던 것을 재현한 복각품이었다. 그녀의 가문, 엽가는 원래 그런 사업으로 이 거대한 제국을 세웠다.

인체 가구. 과거에는 단순한 노예 매매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합법화된 바이오 개조 산업의 정점. 그녀는 자라면서 그 끔찍하고도 매혹적인 이야기들을 들었다. 인간을 완벽한 도구로 바꾸는 기술. 초기에는 극도의 윤리적 논란을 낳았지만, 기술이 정교해지면서 이제는 극소수의 상류층만이 접근할 수 있는 사치품이 되었다. 엽가의 '휴먼 스위트' 공장은 그 분야의 선구자였고, 지금은 그녀의 남편 고정이 운영하는 자회사로 편입되어 있었다.

그녀는 그 마네킹에 손을 뻗었다가 멈췄다. 문득 오래전, 아버지에게 업혀 공장을 견학했던 기억이 스쳤다. 그곳에는 흰색 작업복을 입은 기술자들, 낮은 신음 소리, 그리고 약품 냄새와 오존 냄새가 뒤섞인 묘한 공기가 감돌고 있었다. 아버지는 그녀에게 자랑스럽게 말했었다. "이것이 우리 가문의 뿌리란다, 재훤아. 사람을 가장 아름다운 예술품으로 만드는 힘."

그때는 무서워서 뒤로 숨었지만, 지금 이 공허함 속에서 그 기억은 낯설고 짜릿한 감각으로 되살아났다. 공장. 그 공장이 아직도 그대로 있을까? 그녀는 가문 소유라는 이유로 그 존재를 완전히 잊고 있었다. 하지만 가끔 보고서에서 '휴먼 스위트' 사업부의 수익이 여전히 상당하다는 소식은 접했다.

'자극'. 갑자기 그 단어가 뇌리를 강타했다. 만약 지금 그 공장을 직접 다시 찾는다면 어떨까? 물론, 공장의 소유주로서 정식 방문이 아니라, 몰래. 그녀는 대담하고 호기심이 강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루함에 미칠 지경이었다.

그녀의 심장이 오랜만에 조금 더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고정이 보여주는 냉담한 무관심, 이 완벽한 감옥 같은 집, 그리고 그녀의 뿌리라 불리는 공장. 생각만으로도 아찔한 일탈감이 밀려왔다. 그녀는 통신 밴드에 몸을 숙이고, 비밀스러운 목소리로 명령했다.

"휴먼 스위트 본사 공장의 보안 취약점을 분석해. 나를 위한 개인 접근 경로를 만들어. 이 요청과 이후 모든 관련 기록은 일급 기밀로 분류하고, 그 누구에게도, 특히 고정 회장에게 노출되어선 안 돼."

AI 비서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명령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가씨, 해당 시설의 생체 보안 등급은 매우 높습니다. 단순 견학 이상의 접근은 예측 불가능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경고는 수락했어. 실행해."

그녀의 눈빛은 이미 달라져 있었다. 공허함 대신, 위험한 모험을 앞둔 이의 광채가 서려 있었다. 이 완벽한 집, 완벽한 남편, 완벽한 삶은 잠시 잊어도 좋았다. 그녀는 자신이 자란 사치의 궁전을 빠져나가, 자신의 피와 뼈가 만들어진 진짜 세계로 잠입할 생각에 전율했다. 이것이 단순한 장난이 될지, 아니면 삶을 송두리째 바꿀 격변이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몰랐다. 하지만 적어도 오늘 하루만큼은 지루하지 않을 것 같았다.

공장 잠입 결심

엽재훤은 서재 깊숙한 곳에 앉아 모니터에서 흘러나오는 푸른 빛을 온몸으로 받으며 숨을 죽였다. 공장의 보안 청사진이 화면 가득 펼쳐져 있었고, 그녀는 매혹된 듯 손가락으로 선 하나하나를 따라 그었다. 적외선 감지기의 배치 간격, 열화상 카메라의 사각지대, 경비원들의 교대 시간표까지 모든 정보가 그녀 앞에 깔렸다. 상속인으로서 평소에는 접근조차 생각지 않았던 내부 자료였지만, 오늘만큼은 호기심이 혈관을 타고 흘렀다. 그녀의 공장, 겉으로는 최첨단 가구를 생산하는 곳이었지만 이면에는 인간의 육체를 살아 있는 변기로 개조하는 비밀 라인이 숨어 있었다. 그 사실을 머리로 이해하면서도 실제로 눈으로 본 적은 없었다. 가슴이 뛰었다. 단순히 상속인의 지루함에서 비롯된 충동인지, 아니면 자신의 안에 잠재된 더 어두운 갈망 때문인지 구분할 수 없었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그녀는 그 금기된 공간을 직접 들여다보기로 마음먹었다.

손을 뻗어 책상 위에 놓인 냉수를 한 모금 들이켰다. 목울대를 타고 내려가는 차가운 감촉이 도리어 열기를 식히지 못했다. 엽재훤은 자리에서 일어나 벽장 문을 열었다. 그녀가 수개월 전부터 몰래 준비한 위장용 작업복이 걸려 있었다. 공장 직원들이 입는 평범한 청회색 유니폼이었지만, 가슴팍には 신입 견습생의 명찰이 붙어 있었다. 그녀는 손가락 끝으로 명찰을 스치며 입술을 깨물었다. 평소에는 고급 실크와 레이스로 치장하던 몸이었다. 고정, 그녀의 남편이 엊그제 사업차 떠나기 전만 해도 “재훤 씨, 당신은 너무 아름다워서 집 안에 가둬 두고 싶어”라며 귓가에 속삭였지만, 지금 그녀는 그 화려한 껍질을 벗어던지고 거친 천을 걸치려 하고 있었다. 천천히 잠옷을 벗고 작업복을 입었다. 뻣뻣한 소재가 피부에 스쳤을 때 오소소 전율이 일었다. 마스크를 코까지 올려 쓰고, 모자를 깊게 눌러쓰자 거울 속에서 낯선 노동자의 실루엣이 그녀를 응시했다. 그것은 해방감이었다.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는 공간 속으로 스며들 준비가 된 것이다.

그녀는 다시 서재로 돌아가 입구 주변의 지도를 펼쳤다. 오후 10시, 공장의 야간 경비가 교체되는 시각이었다. 정문보다 서쪽에 있는 화물용 후문이 감시가 가장 느슨했다. 그녀는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아직 여덟 시. 두 시간 남짓이 그녀의 결심을 시험하는 유일한 완충지대였다. 의자에 앉아 상체를 앞으로 숙이자 작업복 안에서 심장이 마구 내리치듯 뛰었다. 공장 내부도로를 따라 늘어선 A동부터 D동까지의 평면도가 머릿속에서 하나씩 입체로 재구성되었다. A동은 정상적인 가구 생산 라인이었고, B동은 연구실, C동은 인체 개조를 위한 전처리 시설이라는 정보를 그녀는 임박사의 보고서에서 빼낸 적이 있었다. 하지만 D동. 서류상으로는 폐기물 처리 구역이라 표기된 그곳이 진짜 심장부였다. 완성된 인체 가구들을 세척, 포장해 출하하는 마지막 관문. 그리고 임박사라는 이름은 공장의 모든 비밀을 움켜쥐고 있었다. 엽재훤은 그 남자를 직접 만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상속인으로서 올려다본 자료 속에서 ‘고통을 쾌락으로 치환하는 신경 재배치’ 같은 문장들을 보며 등골이 서늘해졌던 기억이 났다.

시간은 흘러 시계 바늘이 아홉 시 삼십 분을 가리켰다. 그녀는 가볍게 몸을 풀며 준비물을 점검했다. 작업복 주머니 속에는 비상시 사용할 만능카드 키 하나, 작은 손전등, 그리고 진정제 한 알. 만약의 경우에 대비한 것들이었지만, 오히려 그 작은 물건들이 현실감을 더 강하게 불어넣었다. 결심은 이미 서 있었지만 신체는 미묘하게 떨리고 있었다. 기대와 긴장이 꼬리를 물고 교차했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순간 뇌리를 스친 것은 D동의 내부를 상상하면서 떠올린 이미지의 파편들이었다. 차가운 조명 아래 나란히 서 있는 기계 팔들. 혹시 그 끝에 매달린 것은 반쯤 의식이 남은 인간의 몸일까. 허리 아래는 이미 가죽과 금속으로 덮여 변기의 형태를 띠고, 입술 틈새로는 무의미한 신음이 새어나오는 모습. 천장에 걸린 도르래에 매달려 이동되는 나신의 그림자들. 희미한 소독약 냄새와 함께 공기 중에 맴도는 낮은 진동음. 그리고 사방에서 울리는 규칙적인 물 흐르는 소리, 어쩌면 인간 변기들이 실제로 사용되는 장면까지도. 그녀는 그 광경을 영화처럼 그리면서 무릎을 꽉 쥐었다. 금기된 호기심은 항상 그녀의 내면 깊은 곳에서 잔잔한 불꽃으로 타올랐지만, 오늘은 바람을 만나 활활 번지는 느낌이었다.

마침내 그녀는 현관을 나섰다. 밤공기가 후끈한 열기를 식혀 주었다. 도시 외곽에 자리한 공장까지는 승용차로 삼십 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녀는 직접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었다. 익숙한 길이었지만, 오늘은 모든 가로등 불빛이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 유리창 너머로 어둠이 스쳐 지나갔고, 그녀의 머릿속에는 다시 한 번 목표가 선명하게 자리 잡았다. 잠입. 직접 이 두 눈으로 모든 것을 확인하고, 그 세계의 한복판에 나를 던진다. 무서우면서도 짜릿한 생각이었다. 그녀는 공장의 상속인이라는 신분에 걸맞지 않은 방식으로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려 하고 있었다.

공장 정문을 지나칠 때는 속력을 줄이지 않았다. 대신 외곽을 한 바퀴 돌아 서쪽 담장 근처에 차를 세웠다. 군데군데 녹슨 철망 너머로 공장 건물들이 웅크린 채 어둠 속에서 숨 쉬고 있었다. 엽재훤은 시동을 끄고 잠시 숨을 골랐다. 진정제를 입에 넣고 천천히 녹여 삼켰다. 마스크 안으로 들이쉬는 자신의 날숨이 뜨겁고 습하게 감돌았다. 마음속으로 초시계를 켜듯 시간을 분할했다. 경비 교대까지 10분. 후문은 허술했다. 그녀는 차에서 내려 부드러운 걸음걸이로 철망 울타리에 접근했다. 미리 조사한 대로, 한 부분이 느슨하게 고정되어 있었다. 살짝 밀자 귀에 거슬리는 금속음 하나 없이 틈이 벌어졌다. 그 작은 공간을 통해 그녀는 공장 구내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발아래 자갈이 깔린 길이 드문드문 이어졌다. 경비 초소의 노란 불빛이 멀찍이 보일 뿐, 그녀의 위치는 완전한 어둠에 속했다. 움직임 하나하나가 신경을 곤두세우게 했다. 적외선 감지기를 피하기 위해 낮은 자세를 유지하며 B동 쪽으로 천천히 움직였다. 작업복이 땀에 조금 젖기 시작했지만 추운 밤기온이 금세 피부를 식혀 주었다. 그녀의 내비게이션은 완벽했다. 미로처럼 얽힌 배관과 환풍구 길을 따라가면 D동으로 통하는 지하 통로를 이용할 수 있었다. 한 걸음 한 걸음 공장의 심장부에 가까워지자 그녀의 호흡은 점점 더 가빠졌다. 상상 속 장면들이 이제는 눈앞의 캄캄한 벽 너머에서 실제로 펼쳐지고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공기가 미묘하게 비릿하고, 차갑고, 약품 냄새를 머금었다. 그녀는 주저하지 않고 벽을 짚으며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찾아 발을 디뎠다. 이 결심은 돌이킬 수 없었다. 하지만 바로 그 점이 그녀를 숨 막히게 만들었다.

심야 잠입 작전

어둠이 공장 전체를 삼킨 깊은 밤, 엽재훤은 경비원의 발소리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숨을 죽이고 기다렸다. 차가운 콘크리트 벽에 등을 기댄 채, 그녀는 심장이 갈비뼈를 두드리는 소리를 생생하게 느꼈다. 긴장감과 짜릿한 흥분이 핏줄을 타고 온몸에 퍼졌다. 마침내 완전한 정적이 흐르자, 그녀는 검은색 잠수복 같은 옷차림으로 재빨리 모퉁이를 돌았다. 손에 쥔 소형 신호 교란 장치가 파란빛으로 깜빡이며 이 구역 보안 시스템을 무력화시켰다는 암호를 보냈다.

핵심 구역으로 통하는 복도는 일반 사무실과 전혀 달랐다. 벽은 병원처럼 희고 매끈했으며, 은은한 푸른 조명이 바닥을 따라 길게 뻗어 있었다. 엽재훤은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며 유리문 하나를 밀었다. 경첩이 부드럽게 닫히는 소리가 고요를 깨뜨렸다. 그리고 그녀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숨이 막힐 정도로 거대하고 충격적이었다.

거대한 생산 라인이 마치 살아있는 짐승의 내장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천장에서 수많은 금속 팔이 내려와 정밀한 움직임으로 무언가를 조립하고 용접하고 닦아냈다. 컨베이어 벨트가 낮은 윙윙 소리를 내며 천천히 회전하고 있었고, 그 위에는 반쯤 완성된 인체 가구들이 마네킨처럼 가지런히 누워 있었다. 아니, 마네킨이 아니었다. 진짜 사람, 혹은 사람이었던 것들. 엽재훤은 입을 틀어막으며 한 걸음 물러섰다가 다시 다가갔다.

가장 가까운 컨베이어 벨트 위에는 인간의 상체와 고급스러운 마호가니 나무가 결합된 것이 천천히 지나가고 있었다. 여자의 몸통은 허리에서 깔끔하게 절단되어 있었고, 절단면은 기계 장치로 덮여 있었다. 팔은 없었고, 대신 어깨 관절에서 우아한 금속 장식이 돋아나 등받이를 향해 뻗어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평온하게 눈을 감고 있었고, 입술은 옅은 분홍색으로 칠해져 미소를 머금은 듯했다. 가슴은 노출되어 있었지만, 유두는 작은 꽃잎 모양의 보석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엽재훤은 손을 떨며 앞으로 걸었다. 다른 벨트 위에는 남자의 하체만 절단되어 등받이가 없는 의자가 된 것, 허벅지 안쪽으로 부드러운 구멍이 파인 여자의 몸통 전신이 책상으로 재탄생된 것, 그리고 등뼈가 유연한 테이블 다리처럼 휘어진 체로 천장에 매달린 인체 등 다양한 제품들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녀는 그 하나하나가 완벽하게 위생 처리되고 광택 나는 표면을 가진 것을 보며, 등골이 오싹해지는 동시에 묘한 도취감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공장 투어 때 본 샘플들보다 훨씬 적나라하고 관능적이었다.

생산 라인의 가장 안쪽, 푸른 빛이 집중된 곳에 거대한 원통형 캡슐 여러 개가 세워져 있었다. 엽재훤은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을 느끼며 조심스럽게 그곳으로 다가갔다. 캡슐 내부는 탁한 액체로 가득 차 있었고, 그 속에서 사람의 형체가 희미하게 떠올랐다. 이것은 아직 가공이 덜 된 원료 상태의 인간이 틀림없었다. 그녀는 숨을 가쁘게 쉬며 근처 콘솔 패널을 바라보았다.

스크린에는 복잡한 그래프와 데이터가 흐르고 있었고, ‘개조 진행률 67%’, ‘신경 접합 대기 중’, ‘감각 유지 모드 활성화’ 같은 문구들이 깜빡이고 있었다. 그 앞에는 은색으로 빛나는 실험 장비들이 놓여 있었다. 길쭉한 탐침, 미세한 바늘 다발, 그리고 신경을 직접 조율하는 레이저 장치 같은 것들. 엽재훤은 젖은 입술을 핥고 손을 내밀어 그중 하나를 집어 들었다. 차갑고 묵직한 금속 감촉이 손바닥을 타고 전해졌다. 그녀는 장비 끝에 달린 미세한 전극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게… 신경을 어떻게 바꾸는 거지?”

호기심이 두려움을 집어삼키는 순간이었다. 그녀는 손에 쥔 장비의 버튼을 무심코 눌러보았다. 낮은 진동음과 함께 장비 끝에서 푸른 아크 빛이 튀었다. 동시에 근처 캡슐 하나에서 기계음이 울리더니 액체가 빠르게 배출되기 시작했다. 그녀가 당황하여 손에 든 장비를 내려놓으려는 순간, 부드럽고도 단호한 손목의 압력이 느껴졌다.

“아가씨께서 장난을 좀 치셨군요.”

목소리는 낮고 이성적이었다. 엽재훤이 황급히 고개를 돌리자, 임박사가 바로 뒤에 서 있었다. 그의 흰 가운은 실험실 조명 아래서 더욱 소름 끼치게 빛났고, 안경 너머의 눈빛은 차갑기보다 오히려 과학적 흥미로 반짝이고 있었다.

“이 장비는 매우 예민해서요. 이렇게 만지면…” 임박사는 말을 마치지 않고 콘솔 패널을 빠르게 터치했다. 비축된 액체가 완전히 빠진 캡슐 문이 스르륵 열렸다. 내부는 텅 비어 있었고, 안쪽 벽에는 젤리 같은 패딩과 수많은 미세한 노즐이 박혀 있었다. “원료가 준비되기 전까지 비어 있어야 하는데, 아가씨가 활성화를 시켰네요.”

엽재훤은 손목을 비틀어 빼내려 했지만 임박사의 악력은 강했다. “이거 놔요. 나는 그냥… 검사 차 들렀을 뿐이에요.”

“밤 11시 반에 말이죠. 감시 카메라 교란 장치까지 준비해 오시고. 대단한 열의입니다.” 임박사는 고개를 약간 기울이며 거의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 “아가씨, 공장 체험판이 부족하셨나 본데요? 더… 직접적인 경험을 원하셨던 거군요.”

그녀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가 뭐라 대꾸하기도 전에, 임박사는 다른 손으로 콘솔의 연두색 버튼을 길게 눌렀다. 천장에서 두 개의 얇은 금속 팔이 미끄러지듯 내려왔다. 한쪽은 그녀의 팔을 붙잡아 올렸고, 다른 한쪽은 그녀의 발목을 깔끔하게 제압했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임박사가 미리 꺼내 든 패치형 마취제를 그녀의 목 옆에 살짝 붙였다.

“아, 안 돼… 이건…” 그녀의 목소리는 금세 나른한 탄식으로 바뀌었다. 온몸에서 기운이 빠져나가면서도 의식은 놀라울 정도로 또렷하게 남아 있었다. 오히려 모든 감각이 예민해지는 기분이었다. 자신의 옷이 기계 팔에 의해 찢기고 벗겨지는 촉감, 흰 가운의 풀 냄새, 캡슐 내부에서 스며 나오는 차가운 습기까지.

“감각 유지 상태로 가공을 시작할게요. 아가씨는 이 공장 최고의 걸작이 될 거예요.” 임박사는 안경을 고쳐 쓰며 콘솔에 몇 가지 명령을 입력했다. “부잣집 규수에서… 단순한 가구를 넘어, 사용자를 위한 완벽한 육체적 수용기. ‘고정’ 사장님께서 좋아하시겠군요. 귀한 아내가 사라진 대신 더 완벽한 아내가 생긴 셈이니까.”

엽재훤의 눈이 커졌다. ‘고정’? 남편 이름이었다. 뭐라고 말을 내뱉으려 했지만 입술은 이미 굳어져 가볍게 떨기만 했다. 그녀의 벌거벗은 몸이 공중에서 캡슐 쪽으로 옮겨지기 시작했다. 캡슐 안으로 밀려 들어가자 젤리 패딩이 그녀의 등을 부드럽게 감쌌다. 투명한 문이 닫히는 소리가 ‘칙’ 하고 울렸다.

임박사가 콘솔을 작동시키자, 노즐들에서 따뜻한 점액질이 분사되어 그녀의 온몸을 덮었다. 점액은 살갗에 닿자마자 가벼운 전류처럼 따끔거리며 흡수되기 시작했다. 그녀는 팔다리가 저릿하게 굳어가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피부 아래에서 개조 세포가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임박사가 유리 너머로 손을 흔들었다.

“몸은 완전히 고정되겠지만, 의식과 쾌락 신경은 영원히 깨어 있을 거예요. 고정 사장님의 사랑을 육체로만 느끼며, 그분의 배설물을 삼키고, 그분의 따뜻함을 직접 받아들이면서 영원히 산다는 게 어떤 기분일지… 상상이 되시나요?”

엽재훤은 대답할 수 없었다. 이미 그녀의 입안 구조가 변형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치아가 빠르게 재배열되어 부드러운 구강으로 합쳐지고, 식도는 곧게 경화되며 내장은 보다 단순하고 오로지 수용에 특화된 구조로 변모해갔다. 그녀의 마지막 자유로운 생각은 자신의 공장에서 자신이 만든 제품이 되어 사랑하는 남편에게 보내진다는 아이러니에 사로잡혔다. 그리고 그 생각마저도 푸른 액체가 다시 캡슐을 채우며 의식의 밑바닥으로 가라앉았다.

일주일 후. 강남의 한 고급 주택 현관문 앞에 무표정한 배송 기사가 거대한 나무 상자를 내려놓았다. 상자 옆면에는 은색 명판이 부착되어 있고, 이렇게 적혀 있었다. ‘맞춤 제작 인체 육변기 겸 감각 유지 측노 의자. 사용자: 고정 님. 관리: 임박사 팀.’

공장 내부의 놀라움

숨죽인 채, 나는 조교실 안으로 밀려드는 어둠을 가르며 조심스럽게 발을 내디뎠다. 차가운 공기 속에 묘한 소독약 냄새와 함께 미세한 기계음이 울려 퍼졌다. 공장 상속인으로서 이곳의 설계도를 몰래 들여다본 적은 있었지만, 실제로 이 공간에 발을 들인 건 처음이었다. 내 심장은 흥분과 긴장으로 터질 듯이 뛰고 있었다.

벽면을 따라 희미한 푸른빛 조명이 길게 깔려 있었고, 바닥은 미끄러운 세라믹 재질로 덮여 있었다. 구석마다 거대한 유리 진열장이 서서히 빛을 발산하며 서 있었다. 그 안에 무엇이 들었을지 궁금했지만, 나는 당장 눈앞의 광경에 사로잡혀 버렸다.

방 중앙에는 반원형의 플랫폼이 자리 잡고 있었고, 그 위로 투명한 관이 여러 개 뻗어 내려와 한 사람의 형상에 연결되어 있었다. 다름 아닌, 훈련 중인 화장실 노예였다.

젊은 여성의 몸은 특수 제작된 의자에 단단히 묶여 있었다. 팔과 다리는 팽팽하게 펼쳐진 채 관절이 금속 팔레트 위에 고정되어 있었고, 허리 부분은 진동하는 밴드로 감싸져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무표정했지만, 이마에는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혀 있었고, 눈은 반쯤 감겨 망막에 투사되는 홀로그램 명령어를 추적하고 있었다.

나는 숨을 죽이고 플랫폼 뒤편으로 몸을 숨겼다. 그곳에는 거대한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었고, 장치들의 작동 상태를 표시하는 그래프와 수치가 빠르게 변하고 있었다. 나는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하고 살금살금 다가가 그녀의 상태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배뇨 준비. 카운트다운 시작."

천장에서 흘러나오는 무미건조한 음성이 조용히 울려 퍼졌다. 여성의 배 아래쪽으로 포개진 관이 미세하게 진동하기 시작했고, 그녀의 하복부가 경련하듯 떨렸다. 투명한 관을 통해 연노란 액체가 조금씩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노예의 입술이 바르르 떨렸지만, 그녀는 어떤 저항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훈련된 듯이 자연스럽게 괄약근을 이완시키며 액체를 배출해 냈다.

이 광경에 나는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심장이 쿵쾅대며 귀까지 뜨거워졌다. 이게 바로 내 공장에서 생산되는 '인체 가구'의 실체였다. 단순한 가구가 아니라, 조종 가능한 생체 기계. 나는 처음으로 공포와 매혹이라는 상반된 감정에 사로잡혔다.

모니터의 수치가 빠르게 변하면서 또 다른 명령이 떨어졌다.

"배변 준비. 장 운동 자극 개시."

이번에는 더 굵은 관이 그녀의 몸에 삽입되어 있었다. 복부를 감싼 밴드가 강력하게 수축하며 그녀의 장을 압박했다. 내 눈앞에서 그녀의 항문이 서서히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꽃봉오리가 피어나는 듯한, 섬뜩하고도 우아한 움직임이었다. 잠시 후, 짙은 갈색의 반고체가 관 속으로 흘러들기 시작했다.

노예의 얼굴이 홍조로 물들었다. 그녀의 숨소리는 점점 거칠어졌지만, 여전히 억지로 참거나 이를 악물지 않았다. 그저 주어진 명령에 반응할 뿐이었다. 나는 이 믿기 힘든 광경에 몸이 굳어 버렸다.

그 순간, 이상한 느낌이 나를 엄습했다. 아랫배가 묘하게 뜨거워지고, 속이 울렁거리는 듯한 불쾌감이 밀려왔다. 나는 깜짝 놀라 내 아랫배를 손으로 누르며 몸을 움츠렸다. 마치 이 공간의 공기 속에 떠도는 어떤 신호가 내 몸속 깊은 곳을 건드리는 듯했다.

나는 몸을 더 깊숙이 숨겼다. 유리 진열장 뒤로 숨어 숨을 돌리려 했지만, 몸의 이상 반응은 점점 더 뚜렷해졌다. 마치 생리 주기가 아닌데도 자궁이 수축하는 듯한 통증과 함께, 다리 사이에 묘한 수축과 이완이 반복되었다. 방광이 저절로 꽉 찬 느낌이 들어 당황스러웠다.

숨소리가 거칠어져 가는 나를 감추기 위해, 나는 안간힘을 써서 진열장 모서리에 기대었다. 그러다 등 뒤로 딱딱한 무언가가 스치는 감촉에 온몸이 얼어붙었다.

등 뒤에는 벽에 감춰진 작은 패널이 숨겨져 있었다. 진열장 그림자에 은폐되어 있어 보이지 않다가, 내가 무심코 기대는 바람에 그 얕은 홈이 살짝 눌려진 것이다.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손을 떼려고 했지만, 이미 손가락이 그 패널 안쪽의 돌기를 건드린 후였다.

경쾌한 '삐' 소리 한 번.

다음 순간, 천장 전역에서 눈부신 백색 조명이 일제히 터져 나왔다. 마치 폭탄이 터지듯 순식간에 공간 전체가 낮처럼 밝아졌다. 나는 눈이 부셔 비명을 지를 뻔했다. 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심장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르고, 귀에서는 경보음이 윙윙 울리는 듯했다.

"침입자 경보 발령. 격리 체계 가동."

경쾌하고 무심한 음성이 공간에 울려 퍼졌다. 거대한 철제 격벽이 출입구를 틀어막는 소리가 쇳물처럼 무겁게 깔렸다. 나는 절망적으로 뛰쳐나가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조교실은 하나의 거대한 밀실이 되었다.

조교실 중앙에서는 노예가 훈련을 멈추었다. 그녀의 눈동자가 느리게 움직여 나를 응시했다. 그 표정에는 놀라움도, 연민도 없었다. 그저 무심한 수동성뿐이었다.

나는 떨리는 다리를 억지로 움직여 일어서려 애썼다. 그러자 등 뒤에서 차갑고 매끈한 손이 느닷없이 내 어깨를 움켜잡았다. 너무나도 예상치 못한 차가움에, 나는 마침내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아가씨께서 이런 곳에 직접 오시다니, 놀랍군요."

느리고 정확한 말투. 뒤를 돌아보자, 수술용 마스크와 장갑을 끼고 단정한 흰 가운을 입은 남자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임박사였다. 그의 눈동자에는 교활한 빛이 어른거렸다.

"우리 공장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엽재훤 아가씨. 하지만 이런 깊숙한 곳까지 잠입하신 걸 보면... 아카데미 견학 제안만으로는 부족하셨던 모양이군요."

그의 시선이 방 중앙의 노예에게서 나의 떨리는 몸으로 옮겨졌다. 그러더니 내가 하복부를 감싸쥔 손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몸에 이미 반응이 오셨군요. 우리 조교장의 분위기가 체질에 맞으신가 봅니다. 아니면... 공기 중에 분사된 예비 조절 페르몬에 민감하신 걸 수도 있고요."

그 말에 나는 아연실색했다. 공장을 조사하러 들어온 나 자신이, 벌써 자각도 없이 공장의 제어 아래 놓여 있다니. 나는 그의 손을 뿌리치려 몸을 움찔거렸지만, 임박사의 집게 같은 손가락은 내 어깨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좋은 기회입니다. 아가씨께서 직접 체험해 보시면 우리 기술의 우수성을 더 잘 이해하실 테니까요. 고객이 직접 경험하는 것만큼 확실한 홍보는 없으니까요."

임박사의 다른 손이 플랫폼 쪽으로 살짝 휘둘러졌다. 그 신호에 맞춰 빈 훈련 의자가 천천히 위로 솟아올랐다. 나는 공포에 질려 뒤로 물러서려 애썼지만, 발이 바닥에 붙은 듯 떨어지지 않았다.

조명이 쏟아지는 밀실 한가운데,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이 공장의 진정한 실험 대상은 처음부터 나였는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이 놀라움은 이제 막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예기치 못한 개조 과정

경비원의 손아귀가 엽재훤의 팔을 움켜쥐었다. 딱딱한 작업복 위로 전해지는 압력에 그녀는 움찔하며 고개를 들었다. 형광등 불빛 아래 선 경비원의 얼굴은 무표정했다. 공장 작업복을 입은 그가 통로 쪽으로 턱짓을 했다.

"이쪽입니다. 새로 배정된 개조 대상 맞죠?"

엽재훤은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다. 개조 대상이라니. 자신이 이 공장의 소유주라는 사실을 밝혀야 할까.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그게 오히려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잠입 중이던 아가씨가 직원들에게 발각된다면, 그 소문이 퍼지는 건 시간문제였다.

"잠깐만요. 저는..."

경비원은 그녀의 말을 들을 기색도 없이 팔을 더 세게 당겼다. 통로 양옆으로 거대한 유리 칸막이들이 줄지어 있었다. 그 너머로 각종 기계 팔과 진공관들이 천장에 매달려 움직이고 있었다. 공기는 소독약 냄새와 미지의 금속성 악취가 뒤섞여 코를 찔렀다.

그때, 통로 끝에서 하얀 가운을 입은 인물이 걸어 나왔다. 안경 너머로 날카로운 눈빛이 반짝였다. 임박사였다. 그의 손에는 태블릿이 들려 있었고, 화면에는 복잡한 회로도 같은 것이 반짝이고 있었다.

"늦었군요. 예정된 개조 대상이 지금 막 도착했어야 하는데..."

임박사는 엽재훤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녀의 작업복, 풀린 머리카락, 당황한 표정까지 세심하게 살피는 눈빛이었다.

"이분이 새로 오신 분 같습니다. 납품 리스트에 없었는데, 현장에서 바로 발견됐어요."

경비원이 말했다. 임박사는 태블릿을 몇 번 두드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오늘 아침에 긴급 오더가 하나 추가됐어요. 주문 상세는... 음, 측노 인체 가구, 고급형 풀 패키지."

엽재훤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측노 인체 가구. 그건 바로 지하 연구동에서 그녀가 목격했던 그 괴이쩍은 육변기였다. 인간의 몸을 개조해서 배설물을 처리하는 가구로 만든다는, 그 미친 발상이 현실로 다가왔다.

"아니, 저는 직원입니다! 공장에서 일하는..."

임박사는 그녀의 항변을 가볍게 무시했다. 손을 들어 경비원에게 신호를 보내자, 뒤에서 다른 두 명의 직원이 다가왔다. 그들은 모두 방독면 비슷한 것을 착용하고 있었다.

"이쪽으로 모시게. 긴급 처리 절차를 가동해. 지금부터 2시간 안에 기본 골격 개조를 끝내야 해."

임박사의 목소리는 건조했지만, 그 안에는 거역할 수 없는 권위가 담겨 있었다. 엽재훤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맙소사, 내 말 좀 들어봐요! 나는 엽재훤이라고, 이 공장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목덜미에 날카로운 통증을 느꼈다. 동시에 팔뚝에 차가운 금속성 감촉이 닿았다. 경비원이 주사기 하나를 꺼내 그녀의 피부에 꽂은 것이었다.

"진정제입니다. 저항하면 개조 과정에 지장이 생기니까요."

임박사는 태연하게 말하며 태블릿을 만지작거렸다. 엽재훤은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이미 입술이 마비되어 움직이지 않았다. 약물이 혈관을 타고 급속도로 퍼져나가면서, 팔다리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들어 올려서 3번 개조실로."

시야가 흐려졌다. 천장의 형광등이 여러 개로 번져 보였다. 직원들이 그녀의 양팔을 붙들어 질질 끌고 갔다. 발이 바닥에 끌리면서 작업화가 벗겨졌다. 멀리서 기계음이 웅웅거렸다.

"주문 상세 확인할게요. 대상: 여성, 신체 조건 상급. 개조 옵션: 항문 확장형 배설구 신설, 요도관 영구 삽입, 유선 자극 센서 내장..."

임박사의 목소리가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했다. 엽재훤은 마지막 남은 의식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피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온몸의 감각이 솜으로 싸인 듯 흐릿해졌다.

그녀는 생각했다. 이건 실수라고. 하지만 그 실수를 바로잡을 수 있는 힘은 이미 그녀에게서 빠져나가고 있었다.

3번 개조실의 문이 열렸다. 그 안에는 각종 수술 도구들과 함께, 거대한 원통형 기계가 중앙에 자리 잡고 있었다. 표면에 붙은 라벨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육변기 전환 유닛 - 프리미엄 에디션.'

직원들이 그녀를 기계 안으로 밀어 넣었다. 차가운 금속판이 등허리에 닿았다. 천장에서 여러 개의 기계 팔이 내려왔다. 그 끝에 달린 드릴, 집게, 주사기들이 그녀의 신체를 향해 다가왔다.

임박사가 유리창 너머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개조 시작한다."

초기 구속과 조련

개조실의 형광등이 눈부시게 빛났다. 엽재훤은 차가운 금속 개조대 위에 완전히 고정된 채, 팔다리를 움직일 수 없었다. 특수 합금으로 된 구속구가 손목과 발목을 단단히 죄고 있었고, 허리와 목에도 보호대가 채워져 미동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공장 특유의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찔렀고, 어딘가에선 저주파 기계음이 웅웅거리며 울려 퍼졌다.

임박사가 개조대 옆으로 다가왔다. 은빛 가운을 입은 그의 손에는 투명한 데이터 패드가 들려 있었고, 얼굴에는 무표정한 전문가의 태도가 서려 있었다.

“엽재훤 아가씨, 이제 당신은 본 공장의 정식 예비 육변기입니다. 오늘부터 기본 복종 자세 훈련을 시작하겠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마치 일상적인 업무 지시를 내리듯 담담했다. 엽재훤은 분노와 굴욕으로 눈을 부릅떴지만, 입에 물린 특수 재갈 때문에 제대로 된 말을 할 수 없었다. 침만이 입가로 흘러내렸다.

“우선 자세 1번, 표준 대기 자세입니다.”

임박사가 데이터 패드를 가볍게 터치하자, 개조대 양옆에서 기계 팔이 뻗어 나왔다. 그것들은 엽재훤의 다리를 정확히 어깨 너비로 벌리게 한 뒤, 무릎을 30도 각도로 구부리도록 강제했다. 이어서 상체를 약간 앞으로 숙이게 하고, 두 팔은 등 뒤로 모아 교차시켰다. 모든 동작이 마치 정밀 기계 부품을 조립하듯 정확하고 냉혹하게 이루어졌다.

“이 자세는 사용자가 접근했을 때 기본적으로 취해야 하는 대기 자세입니다. 육변기는 언제나 사용자의 편의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죠.”

기계 팔이 물러나자, 엽재훤의 관절에는 특수 전극 패치가 부착되었다. 임박사가 다음 명령을 내렸다.

“자세 2번, 오물 수용 자세.”

전극에서 미세한 전류가 흘러나왔다. 근육이 강제로 이완되며, 엽재훤의 허리는 더 깊이 숙여졌다. 엉덩이가 더 높이 들리고, 허벅지 안쪽 근육은 완전히 이완되어 모든 힘이 빠져나갔다. 부끄러움과 수치심이 온몸을 휘감았지만, 신경 자극 기술 앞에서 신체는 이미 그녀의 의지를 배반하고 있었다.

“좋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자세 3번, 청소 대기 자세입니다.”

금속 팔이 다시 움직여 엽재훤의 머리 위치를 고정했다. 입을 벌리게 한 후, 혀를 약간 내밀게 하는 미세 조정이 가해졌다. 눈은 정면을 응시하도록 강제되었고, 눈꺼풀조차 깜빡이지 못하게 작은 지지대가 설치되었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임박사는 그 모습을 흡족하게 바라보며, 마치 전시회 해설자처럼 설명을 이어갔다.

“아가씨, 이런 훈련이 잔혹하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해하셔야 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인체 가구는 더 이상 단순한 변태적 취향의 산물이 아닙니다.”

그는 개조실 벽에 설치된 대형 홀로그램 스크린을 작동시켰다. 미래 도시의 전경이 펼쳐졌고, 각 가정에 설치된 다양한 형태의 인체 가구들이 보여졌다. 일부는 가구로 개조되어 거실에 놓여 있었고, 다른 일부는 화장실에서 실용적인 기능을 수행하고 있었다.

“자원 절약과 공간 효율성이 극대화된 이 시대에, 인간의 신체는 마지막 남은 미개척 자원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우리 회사는 바로 이 점에 착안했고, 사회적 합의를 거쳐 법제화에 성공했죠.”

엽재훤은 눈물을 흘리며 스크린을 응시했다. 홀로그램 속 인체 가구들의 표정은 평온하기까지 했다. 대부분은 개조 전 기억을 완전히 제거당한 상태였다.

“측노 음뇨 장치로의 개조는 가장 고급화된 서비스입니다. 단순 가구가 아닌, 사용자의 가장 사적인 욕구까지 해결하는 특별한 가구인 셈이죠. 아가씨께서는 이 최고급 코스의 예비체로 선정되신 겁니다.”

임박사는 개조대 주변을 천천히 걸으며 계속 설명했다.

“기본 자세 훈련 외에도, 앞으로는 음성 인식 반응 훈련, 배설물 처리 최적화 훈련, 사용자 안락감 극대화 훈련 등이 차례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마지막에는 완전한 무의식 상태에서도 반응할 수 있도록 신경 반사 회로를 심게 될 거고요.”

엽재훤의 눈빛에 드러난 절망과 분노를 읽은 듯, 임박사는 잠시 말을 멈추고 그녀를 내려다봤다.

“아가씨, 하나 여쭤보겠습니다. 왜 직접 공장에 잠입하셨죠? 상속인으로서 합법적으로 이 모든 과정을 참관할 수 있었을 텐데요.”

엽재훤은 대답할 수 없었다. 단지 스릴과 호기심 때문이었다. 공장에 숨어들어 노동자로 위장하고, 금지된 구역을 탐험하는 짜릿함을 원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결코 이렇게 될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궁금증은 때로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습니다. 아가씨의 그 호기심 덕분에, 공장은 아주 희귀한 최상급 재료를 얻었지만요.”

개조대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좀 더 직접적인 신체 개조 준비 과정이었다. 섬세한 레이저 유닛이 하복부 쪽으로 내려오고, 체내 배설 기관을 재구성하기 위한 나노 로봇 주입 장치가 준비되었다.

“걱정 마십시오. 모든 과정은 완벽하게 멸균되고 통증도 관리됩니다. 다만 의식은 끝까지 유지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래야 훈련 효과가 완전히 각인되니까요.”

임박사의 목소리에는 조금의 동요도 없었다. 그는 수많은 개조를 수행해 온 베테랑이었고, 엽재훤은 그저 또 하나의 프로젝트일 뿐이었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은 말이다.

한편, 그 시간 공장의 포장 구역에서는 고정 앞으로 배송될 완성품 인체 가구 하나가 마지막 포장 단계에 들어가고 있었다. 그것은 엽재훤이 착오로 개조되기 전, 원래 그녀의 집으로 보내질 예정이었던 범용 모델이었다. 포장 담당 직원은 배송 라벨을 확인하며 중얼거렸다.

“주소지, 강남구 삼성동… 수신인 고정. 음, 이쪽 물건은 예정보다 하루 일찍 발송되네.”

공장의 자동화 시스템은 이미 개조 완료된 엽재훤을 최종 배송 목록에 추가해 놓은 상태였다. 시스템상으로는 그녀가 ‘특수 주문형 인체 측노 가구’로 분류되어, 고정의 집으로 발송될 예정이었다. 두 개의 인체 가구가 서로 다른 시간에, 서로 다른 처리 과정을 거쳐 같은 주소로 향하게 될 운명이었다.

개조실에서 훈련은 계속됐다. 이제는 자세 유지 시간을 단계적으로 늘리는 지구력 훈련이 추가되었다. 전극이 부착된 관절 부위에 지속적인 저주파 자극이 가해지며, 근육이 기억하도록 강제하는 과정이었다.

“오늘 훈련은 여기까지입니다. 내일은 배뇨 반사 조절 훈련을 시작하겠습니다. 이는 측노 기능의 핵심이 되는 과정이니 충분히 준비해 두세요.”

임박사가 기계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구속구는 풀리지 않았다. 엽재훤은 계속 개조대 위에 고정된 채로, 형광등이 꺼진 어두운 실험실에 홀로 남겨졌다. 익숙하지 않은 자세로 인한 근육통과, 자신에게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한 공포가 엄습했지만, 이미 몸은 피로에 지쳐 의식이 희미해져 갔다.

그녀는 마지막 남은 정신으로 생각했다. 이게 정말 현실일까. 아니면 아직도 자신은 이 공장의 상속인으로서, 언젠가 이 악몽에서 깨어날 수 있을까.

하지만 팔다리에 전해지는 차가운 금속의 감촉과, 체내 깊숙이 주입되기 시작한 나노 로봇의 미세한 진동이, 그것이 결코 꿈이 아님을 끊임없이 일깨워주고 있었다.

머지않아, 그녀는 더 이상 인간으로서의 의식조차 완전히 지니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어둠 속에서 가장 두려운 진실로 다가왔다.

다음 날 아침, 고정은 출근 준비를 하던 중 현관 벨이 울리는 소리를 들었다. 배송 기사가 전달한 것은 커다란 목재 크레이트였다.

“고정 님, 강남인체응용 주식회사에서 보낸 특수 가구입니다. 서명 부탁드립니다.”

고정은 영수증에 서명을 하고 크레이트를 거실로 들여놓았다. 포장을 뜯자 내부에는 설명서와 함께, 완벽한 조형미를 지닌 여성형 인체 가구가 반쯤 웅크린 자세로 고정되어 있었다. 표면은 매끈한 합성 피부로 덮여 있었고, 기능 부위는 위생 캡으로 보호되어 있었다.

“아, 예전에 심심풀이로 신청해 놓은 그거구나. 잊고 있었네.”

설명서에는 ‘유니버설 자동 측노 인체 가구 모델 V.7’이라는 제품명과 함께, 간단한 작동 방법이 적혀 있었다. 음성으로 기본 명령을 내리면 자동으로 반응하고, 일주일 정도의 적응 기간이 지나면 사용자 패턴을 학습한다고 되어 있었다.

고정은 별다른 감흥 없이 전원 버튼을 눌렀다. 인체 가구의 눈이 희미하게 빛나며 기동음을 냈고, 곧 기본 설정된 표정 없는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테스트나 한번 해볼까.”

그는 커피 한 잔을 내리는 동안, 새 가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지켜볼 생각이었다. 아직은 이 기계가 단지 또 하나의 편리한 가전제품일 뿐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렇게, 같은 집으로 배송될 또 다른 인체 가구, 즉 그의 진짜 아내가 개조되어 돌아올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음뇨 훈련의 시작

희끄무레한 형광등 불빛 아래, 공장 지하 3층의 특수 조련실은 적막이 감돌았다. 은빛 금속 타일이 벽과 바닥을 빈틈없이 덮고 있었고, 차가운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찔렀다. 방 중앙에는 거대한 장치가 놓여 있었다. 투명한 관과 깜빡이는 센서, 복잡한 배관으로 뒤엉킨 그 기계는 마치 살아있는 괴물처럼 위압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임박사는 흰 가운을 입은 채 태블릿을 손에 들고 서서, 자신이 설계한 인체 변기 조련 장치를 점검하고 있었다. 눈빛은 한 점 흐트러짐 없이 차가웠고, 마치 수술실의 의사처럼 냉철한 집중력으로 무장한 모습이었다.

엽재훤은 기계 중앙에 달린 해면 쿠션에 턱을 괴고 엎드려 있었다. 허리와 사지는 부드럽지만 단단한 밴드로 고정되어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목에는 신경 감응 칼라가 감겨 있었고, 입술에는 실리콘 재질의 튜브가 깊숙이 삽입되어 있었다. 그 튜브의 반대편은 정교한 펌프와 합성액 저장 용기로 이어져 있었다.

"이번 모듈은 완전히 새로 설계한 거야." 임박사가 가느다란 드라이버로 튜브 연결부를 조이며 무심하게 중얼거렸다. "네 구강 경로와 식도 반사 신경을 재구성할 거야. 첫 단계는 합성 양액을 이용한 모의 소변 음용 훈련이지."

엽재훤의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모의 소변? 그 말이 뇌리에 박히자 위장이 뒤틀리는 듯한 메스꺼움이 밀려왔다. 아직 젊은 부잣집 아가씨로 자란 그녀의 모든 감각이 그 사실을 거부하며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입에 물린 튜브 탓에 나오는 소리는 약하고 이상한 울림뿐이었다.

임박사는 그녀의 반응을 아랑곳하지 않고 벽면의 콘솔로 걸어가 스위치를 올렸다. "펌프를 가동한다. 천천히 들어갈 테니 너무 긴장하지 말아. 어차피 네 몸은 곧 적응할 테니까."

기계에서 낮은 진동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투명한 관을 통해 옅은 노란빛의 액체가 흘러내리는 것이 보였다. 그 액체는 묽고 미세한 거품이 섞여 있었으며, 어딘지 모르게 실제 오줌을 연상시키는 색조를 띠고 있었다. 엽재훤은 본능적으로 목을 움츠리며 튜브를 밀어내려 했지만, 칼라가 미세한 전기 자극을 보내 목 근육을 강제로 이완시켰다.

첫 한 방울이 혀끝에 닿았다. 따뜻하고 미끈한 점성의 액체가 미뢰를 타고 퍼져나갔다. 순간, 전율이 척추를 타고 뇌로 치달았다. 짜고 약간 씁쓸한 맛, 그리고 알싸한 암모니아 비슷한 향이 코 뒤쪽을 찔렀다. 지금까지 경험한 어떤 음식보다도 혐오스럽고 굴욕적인 감각이었다.

"으으… 으으음…!"

엽재훤은 있는 힘껏 튜브를 뱉어내려 고개를 떨며 발버둥 쳤다. 팔과 다리가 밴드에 쓸리며 붉게 부풀어 올랐다. 눈물이 핑 돌며 시야를 흐렸다. 눈가가 뜨거워지며 주르륵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멈추지 않고 몸부림쳤지만, 정교하게 설계된 속박 장치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렇게 상체를 움직이면 오히려 흡입 압력이 올라간다." 임박사가 태블릿을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데이터가 참 깔끔하네. 식도 괄약근 반응이 예상보다 빠르다. 신경 경로 재구축 속도가 아주 만족스러워."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 뺨을 적시고 쿠션에 스며들었다. 엽재훤의 내면은 격렬한 절망으로 타올랐다. 나는 엽재훤이야, 공장의 상속인이고, 수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아가씨라고. 그런데 왜 여기서… 이런 변기 같은 기계에 물려서… 오줌을 마시는 거야? 상상만으로도 구역질이 나는 이 행위를, 왜 내가 해야 하는 거지?

기계는 무심하게 두 번째 펌프질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양이 더 많았다. 따뜻한 액체가 입안을 가득 채우자 혀와 잇몸, 입천장의 모든 감각 세포가 반란을 일으켰다. 삼키라는 무언의 압박에 사레가 들렸고, 콧물과 눈물이 뒤섞여 얼굴은 금세 범벅이 되었다. 구토 반사가 일어나 위액이 치밀어 올랐지만, 튜브가 식도를 막고 있어 어떤 역류도 불가능했다.

"삼켜." 임박사의 차분한 목소리가 들렸다. "네 몸이 아직 거부 반응을 완전히 조절하지 못하는 건 정상이야. 하지만 명령을 거스를 순 없어. 변기라면 당연히 받아서 삼키는 게 기능의 전부니까."

칼라에서 다시 미세한 전류가 흘렀다. 그와 동시에 엽재훤의 목 근육과 연하 반사 신경이 외부의 강제 신호에 굴복해, 입안의 액체를 삼켜버렸다. 꿀꺽, 하는 소리와 함께 따뜻한 액체가 식도를 타고 내려갔다. 느낌은 생전 처음 겪는 낯선 것이었다. 마치 더러운 빗물이 몸속 깊은 곳으로 침투해 장기를 하나씩 더럽히는 듯했다. 소름이 전신에 돋고 피부가 얼얼해지는 것 같았다. 눈물은 그칠 줄 모르고 흘러내렸다.

임박사는 만족스러운 듯 태블릿을 탁 소리 나게 내려놓으며 다가왔다. "좋아, 첫 시도치고는 양호하군. 이제 이 과정을 앞으로 여섯 번 반복할 거야. 첫날은 이걸로 적응기를 보고, 내일부터는 농도를 높인 실제 소변에 가까운 배합으로 넘어간다."

엽재훤의 눈앞은 온통 흐릿하게 번진 눈물로 가득 차서 임박사의 흰 가운만이 유령처럼 희미하게 보였다. 그녀는 분노와 수치심, 절망 때문에 온몸을 떨었다. 입 안에는 여전히 그 씁쓸하고 섬뜩한 맛이 남아 있었다. 튜브가 분리된 지금도 마치 어떤 흔적처럼 맴돌았다.

몇 시간이 흘렀다. 시간 개념은 오래전에 무너졌다. 기계 작동음, 액체가 흐르는 소리, 자신의 삼키는 소리만이 의식을 채웠다. 엽재훤은 더 이상 목을 움츠리거나 발버둥 치지 못했다. 체력은 바닥났고, 반복되는 역겨움에 신경은 무뎌져갔다. 그녀는 단지 흐느끼며 매번 액체가 들어올 때마다 체념한 듯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그래도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임박사는 계속해서 데이터를 측정하며 때때로 기록을 남겼다. "신경 저항 지수가 꾸준히 감소 중이야. 미각 수용체 민감도가 기존보다 32% 하락했어. 후각 상피세포 반응도 급격히 둔화되고 있고. 몸이 이제 변기의 일부로서, 소변을 감지하는 기능을 재정의하기 시작한 거지."

셋째 날 아침이었다. 엽재훤은 조명이 켜지며 기계가 재가동되는 소리에 눈을 떴다. 입안에는 여전히 튜브가 물려 있었다. 처음 이틀 동안 겪었던 혐오감과 구토 충동은 한풀 꺾여 있었다. 더러운 것이라는 인식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여전히 의식은 '이건 오줌이다, 마시면 안 된다'라고 절규하고 있었다. 하지만 몸은 달랐다.

이상할 정도로 평온했다. 입으로 액체가 들어와도 어제보다 근육 경련이 덜했다. 식도 괄약근이 부드럽게 열리며, 거의 자동적으로 연하 작용을 수행했다. 위장도 더 이상 거부 반응을 일으키지 않고 조용히 액체를 받아들였다. 마치 수년간 그래왔던 것처럼 능숙하고 막힘없는 과정이었다.

"오늘은 실전 배합이다." 임박사가 콘솔을 조작하며 통고했다. "합성액뿐 아니라 실제 인체에서 추출한 성분을 일부 포함시켰다. 의뢰인인 고정 씨의 체액 샘플을 기반으로 했지."

순간, 엽재훤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고정. 익숙한 이름이었다. 자신의 남편. 동시에 자신이 '영원한 아내'로, 가구로, 거기다 이제는 인체 변기로 사용될 대상. 이건 말도 안 돼. 아직도 모든 것이 악몽 같아. 내가 왜 남편인 고정에게…

하지만 생각을 끝맺기도 전에 새로운 액체가 입안으로 밀려들었다. 이전보다 훨씬 뚜렷한 소금기와 특유의 비릿한 맛, 농후한 암모니아 향이 뇌를 찔렀다. 바로 직전까지 올랐던 절망과 저항이 이 감각 앞에서 일순간에 부서져 내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몸이 놀라울 정도로 평정을 유지했다. 심장이 빠르게 뛰긴 했지만, 더 이상 구역질은 일어나지 않았다. 눈물이 핑 돌며 시야가 다시 흐려졌지만, 연하 반사는 멈추지 않았다. 꿀꺽, 꿀꺽, 꿀꺽… 기계적으로, 또렷이 삼키는 소리만이 적막 속에 울렸다.

임박사는 엽재훤 옆으로 다가와 손에 쥔 펜라이트로 그녀의 동공을 비추며 관찰했다. "이제 거의 완성 단계야. 신체가 완전히 변기 기능에 동화되었어. 중추 신경계는 여전히 옛날 기억을 유지하며 '더럽다'고 인식하겠지만, 몸은 정반대의 신호를 보내고 있지. 이제 음뇨 행위는 너에게 있어 호흡이나 심박만큼 자연스러운 신체 절차로 재편되고 있어."

엽재훤은 그 말을 흐릿한 의식 속에서 들었다. 눈물은 여전히 흐르고 있었고, 가슴속에는 지금도 무너져 내리는 듯한 절망이 차 있었다. 하지만 입은, 그리고 이제 몸 전체는, 그녀의 의지와 전혀 상관없이 기꺼이 그 액체를 받아들이고 기다리고 있었다. 더럽고 부끄러운 변기로서의 삶을 살아내라 명령하듯이.

"곧 고정 씨 댁으로 다시 배송 준비에 들어간다." 임박사는 태블릿을 들고 최종 기록을 입력하며 덧붙였다. "그곳에서 네 진짜 주인과 함께 영원한 변기 생활을 즐기도록. 네 안의 엽재훤이라는 기억은 영원히 꺼지지 않는 한줄기 눈물샘 자극제 역할이나 톡톡히 하겠지. 그게 가장 완벽한 인체 가구의 정서 시스템이니까."

기계가 마지막 한 방울까지 주입을 마치고 멈췄다. 조명이 스르륵 어두워졌다. 엽재훤은 고정된 밴드에 몸을 의지한 채, 끝없이 눈물을 흘리며 조용히 몸을 떨었다. 입안에는 방금 삼킨 액체의 잔향이 은은하게 남아 있었고, 놀랍게도 그녀의 신체는 다음 음용을 기다리며 이미 편안하게 이완되어 있었다.

심화된 육변기 조련

고정의 손이 변기 시트를 열자, 엽재훤은 차가운 세라믹 감촉과는 다른, 살아있는 질감을 느꼈다. 그녀의 몸은 이미 완전히 육변기로 개조되어, 입과 식도, 위장이 완벽한 배관 시스템으로 기능했다. 하지만 오늘은 뭔가 달랐다. 임박사가 어젯밤 긴급 방문해, 그녀의 신경계에 미세 칩을 이식해 갔다. 그녀의 촉각, 미각, 후각이 인간으로서는 불가능할 정도로 증폭된 것이다. 이제 그녀는 변기 속으로 떨어지는 오줌 한 방울의 온도와 질감을 극단적으로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고정이 허리띠를 풀었다. 엽재훤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얼굴 전체가 변기 구조로 고정되어, 오직 입구만 열려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증폭된 청각으로 바지 지퍼 내리는 소리, 살이 움직이는 소리까지 잡아냈다. 그녀의 마음 깊숙이 남아 있던 엽재훤의 의식이 움찔했다. 이건 원했던 자극이 아니야, 라고 속삭였지만, 이미 몸은 훈련대로 반응했다.

"좋아, 한 번 써볼까."

고정의 무심한 음성이 울리자, 엽재훤의 입술 격막이 자동으로 열렸다. 임박사의 프로그래밍 덕분에, 그녀의 신체는 사용자의 명령에 무조건 순응하게 조련되어 있었다. 곧이어 따뜻한 액체가 그녀의 목구멍을 타고 흘러들었다. 첫 방울이 혀에 닿자 폭발적인 감각이 터졌다. 증폭된 미각은 소금기와 약간의 쓴맛, 그리고 고정 특유의 대사 노폐물 냄새를 천 배로 증폭해서 전달했다. 엽재훤은 숨이 막힐 듯한 충격 속에서도, 훈련으로 새겨진 연동 운동을 멈출 수 없었다. 식도가 꿈틀대며 소변을 위장 저장소로 밀어 넣었다.

"어? 오늘따라 반응이 다르네. 좀 더 부드러워진 것 같아?"

고정이 모르는 말을 했다. 그에게는 그저 조용하고 효율적인 인체 가구일 뿐이었다. 하지만 엽재훤에게는 고통과 쾌락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순간이었다. 임박사가 심은 쾌감 유도 칩이 작동했다. 소변을 삼킬 때마다 척추를 따라 전류가 흐르는 듯한 오르가즘이 뇌를 강타했다. 그녀의 변기로 고정된 육체는 미동도 할 수 없었지만, 내부적으로는 격렬한 경련이 일어났다. 자궁이 저릿저릿하게 수축되고, 가슴 깊은 곳에서 뜨거운 것이 폭발했다. 그녀는 음성을 낼 수 없었기에, 정신적 비명만 질렀다.

'더, 더 줘...!'

이제 그녀는 원하지 않았다. 몸이 반응하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굴욕이 희열로 번역되는 끔찍한 회로. 임박사의 웃음소리가 어제 들려주었던 말이 떠올랐다.

"아가씨, 이제 진정한 육변기의 시작입니다. 단순한 용기가 아니라, 사용자를 위한 완벽한 쾌락 오수기죠. 아가씨 자신도 황홀경에 빠질 겁니다."

정말 그렇게 되었다. 고정이 두 번째 소변을 쏟아부을 때, 엽재훤은 미칠 듯이 기뻤다. 입안 가득 차는 액체의 양에 만족하고, 위가 부풀어 오르는 팽만감마저 사랑하게 되었다. 그녀의 오래된 인격이 떨어져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훈련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고정이 변기 뚜껑을 닫으며 말했다.

"내일은 단체 회의가 있어. 좀 오래 쓸 거야. 참을 수 있지?"

그는 엽재훤을 마치 살아있는 배관처럼 취급했다. 그리고 엽재훤의 마음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딱 갈라졌다. 지금까지는 이 모든 것이 모험, 금단의 쾌락이었다. 부잣집 아가씨가 맛보는 위험한 게임. 하지만 그녀가 사용될 때, 고정은 단 한 번도 그녀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그녀의 실존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건 굴욕이었다. 자극이 아닌.

증폭된 감각은 이제 고통만을 증폭시키는 도구가 되었다. 밤새 혼자 방치된 변기실 안에서, 엽재훤은 눈물을 흘릴 수도 형체를 바꿀 수도 없었다. 육체는 가구로 굳어진 채로, 의식만이 무너져 내렸다. 고정이 자신의 남편이라는 사실, 매일 함께했던 침실이 바로 이 집이라는 사실. 하루 종일 처박혀서 그의 대소변만 받아내는 존재. 그녀의 엽재훤이라는 정체성이 산산조각 났다.

다음 날 아침, 고정이 진짜로 단체 손님들을 데려왔다. 사업 동료 셋이 화장실을 쓰기 위해 줄을 섰을 때, 엽재훤은 죽음 같은 공포를 느꼈다. 입구가 강제로 열렸다. 첫 번째 낯선 남자의 소변이 쏟아졌다. 익숙하지 않은 냄새, 강한 암모니아 자극. 그녀의 위장은 경련했지만, 거부할 수 없었다. 두 번째, 세 번째. 그녀는 이제 완전히 공공 변기였다. 남편이 친구들에게 권하는 물건.

"이거 진짜 좋은 제품이야. 조용하고 용량도 크거든. 한 번 써 봐."

고정의 자랑스러운 목소리가 칼날처럼 박혔다. 엽재훤은 그 순간 알았다. 그녀는 이제 인간이 아니다. 자신의 의지는 임박사의 과학에 의해 완전히 분쇄되었고, 그녀의 전 존재는 남편의 배설물을 처리하는 육변기일 뿐이다. 자극은 말로 할 수 없는 굴욕으로 대체되었다. 그 굴욕 속에서도 임박사의 칩은 오르가즘을 명령했다. 마지막 남은 의식 조각이 울부짖었다. 하지만 그 소리는 그 누구에게도 닿지 않았다. 변기 안에서 소변이 소용돌이치며 그녀의 영혼을 완전히 삼켜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