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자마자 천장에 펼쳐진 홀로그램 창공이 은은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엽재훤은 잠시 눈을 깜빡이며, 이 모든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생각했다. 맞춤형 날씨 시뮬레이션이 오늘 아침은 화창한 봄날을 구현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기분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녀는 거대한 침대 위에서 몸을 뒤척였다. 침대 시트는 체온을 완벽하게 조절하는 스마트 섬유로 짜여 있었고, 베개는 머리 모양에 맞춰 천천히 형태를 바꾸었다. 모든 것이 너무 편안했고, 완벽했고, 그래서 숨이 막힐 듯 지루했다.
그녀는 일어나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았다. 바닥은 무슨 재질인지 맨발이 닿자 미세한 진동과 함께 발바닥 아치를 마사지하기 시작했다. 발가락을 꼼지락거리자, 방 구석에서 대기 중이던 로봇 팔이 그녀에게 다가와 오늘의 첫 음료를 내밀었다. 투명한 유리잔 안에는 그녀의 혈액 검사 결과에 따라 배합된 영양 칵테일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생각 없이 그것을 받아 한 모금 삼켰다. 맛은 물 같았다. 아니, 물보다도 싱거웠다. 최적화된 영양, 불필요한 감각적 자극은 배제된.
창밖을 보았다. 창문은 실은 벽 전체를 뒤덮은 고화질 스크린이었다. 그녀는 손가락을 까딱였고, 스크린은 즉시 150층 높이에서 내려다보는 도시 전경을 보여주었다. 빌딩 숲 사이를 날아다니는 수많은 비행체들, 구름 위로 솟아오른 타워들, 그리고 저 먼 지상의 빈민가를 은폐하는 스모그 층. 하지만 그녀의 시선은 곧 그마저도 지루해져서, 스크린에 오늘 아침 뉴스를 틀라고 명령했다.
AI 비서의 부드러운 중성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좋은 아침입니다, 아가씨. 오늘의 주요 뉴스입니다. 고정 회장님의 고신 그룹이 3분기 연속 시장 예측을 상회하는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주가가 8% 상승했습니다."
뉴스 앵커는 고정이 회의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홀로그램 영상을 송출했다. 고정은 그녀의 남편이었다. 스크린 속 그는 날카로운 눈매와 완벽한 턱선을 지닌, 어디서나 주목받는 남자였다. 그의 입술은 자신감에 차 있었고, 목소리는 낮고 권위적이었다. 그는 "혁신과 도전 없이는 미래도 없습니다."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의 주변에는 격렬하게 박수를 치는 임원진들이 보였다.
엽재훤은 피식 웃었다. 혁신, 도전이라. 참으로 그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들이다. 하지만 그 말들은 결코 그녀에게 향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칵테일 잔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탁자는 소리 없이 잔을 감지하고, 내용물의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표면 온도를 조절했다. 그녀는 벌떡 일어나 거울 앞으로 걸어갔다. 거울은 그녀의 실물을 비추는 대신, 다양한 메이크업 옵션을 그녀의 얼굴에 합성하여 보여주었다. 그녀는 손을 휘저어 그 모든 옵션을 지워버리고, 민낯의 자신을 마주했다.
거울 속 여자는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조차 지루했다. 언제나 완벽하게 관리되는 피부, 최적의 영양 상태를 반영하는 윤기 나는 머리카락. 그녀는 사치의 극한에서 자란 인형 같았다. 그녀에게 부족한 것은 단 하나, 바로 '자극'이었다.
"오늘은 무슨 일정이지?" 그녀가 물었다.
AI 비서가 즉시 대답했다. "오늘 정해진 일정은 없습니다. 짐스포츠클럽의 스파 예약 취소 확인서가 왔으며, 디퀘르 라운지의 오후 티타임에는 참석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오전 중으로 그레이스 정이 방문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또다. 또 그녀의 하루는 수많은 선택지가 있지만, 실은 아무것도 강제되지 않는 시간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살 수 있으며, 누구든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누구도, 정말로 그녀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그레이스 정은 그녀의 유일한 친구라지만, 대화는 언제나 시시한 패션과 불륜 스캔들 뿐이었다.
고정에게 전화를 걸어볼까? 그녀는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그것은 대개 그의 비서 중 한 명에게 연결되거나, 짧고 무성의한 통화로 끝나기 마련이었다.
그래도 그녀는 손목에 감긴 투명한 통신 밴드를 톡톡 두드렸다.
연결음이 몇 번 울렸다. 예상대로, 연결되는 데 오래 걸렸다. 고정의 목소리는 다급하고 약간 짜증이 섞여 있었다. "여보? 바빠. 무슨 일이야?"
"그냥... 뭐해? 오늘 저녁은 함께할 수 있어?"
화면에 떠오른 고정의 얼굴은 찡그려져 있었다. 뒤로 보이는 배경은 거대한 회의실 같았다. "오늘 안 돼. 간부들이랑 저녁 식사가 있어. 아마 늦을 거야."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좀 더 부드러운 어조로, 마치 애완동물을 달래듯 말했다. "집에 도착하면 네가 좋아하는 그... 골든트러플 오일을 좀 보내줄게. 테라피스트가 올 거고?"
그가 자신이 좋아하는 게 뭔지도 모른다는 듯한 말투였다. 엽재훤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아니, 됐어."
"그래. 나중에 봐." 고정은 그녀가 무슨 말을 더 하기 전에 통화를 끊었다.
통신 밴드의 화면이 어두워지자, 방 안의 침묵이 더욱 무겁게 느껴졌다. AI 비서도 그녀의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엽재훤은 거실로 걸어 나갔다. 거실은 수백 평은 되어 보이는 공간이었고, 움직임에 따라 색과 형태가 변하는 예술 오브제들로 가득했다. 모든 것이 그녀의 소유였지만, 그녀 자신도 이 집의 잘 꾸며진 가구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 느낌이었다.
그녀의 시선이 어느 한 구석에 멈췄다. 완벽한 인체를 본뜬 마네킹이었다. 그 마네킹은 예술품이라기보다, 이 집에서 오래전 인체 가구로 사용되던 것을 재현한 복각품이었다. 그녀의 가문, 엽가는 원래 그런 사업으로 이 거대한 제국을 세웠다.
인체 가구. 과거에는 단순한 노예 매매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합법화된 바이오 개조 산업의 정점. 그녀는 자라면서 그 끔찍하고도 매혹적인 이야기들을 들었다. 인간을 완벽한 도구로 바꾸는 기술. 초기에는 극도의 윤리적 논란을 낳았지만, 기술이 정교해지면서 이제는 극소수의 상류층만이 접근할 수 있는 사치품이 되었다. 엽가의 '휴먼 스위트' 공장은 그 분야의 선구자였고, 지금은 그녀의 남편 고정이 운영하는 자회사로 편입되어 있었다.
그녀는 그 마네킹에 손을 뻗었다가 멈췄다. 문득 오래전, 아버지에게 업혀 공장을 견학했던 기억이 스쳤다. 그곳에는 흰색 작업복을 입은 기술자들, 낮은 신음 소리, 그리고 약품 냄새와 오존 냄새가 뒤섞인 묘한 공기가 감돌고 있었다. 아버지는 그녀에게 자랑스럽게 말했었다. "이것이 우리 가문의 뿌리란다, 재훤아. 사람을 가장 아름다운 예술품으로 만드는 힘."
그때는 무서워서 뒤로 숨었지만, 지금 이 공허함 속에서 그 기억은 낯설고 짜릿한 감각으로 되살아났다. 공장. 그 공장이 아직도 그대로 있을까? 그녀는 가문 소유라는 이유로 그 존재를 완전히 잊고 있었다. 하지만 가끔 보고서에서 '휴먼 스위트' 사업부의 수익이 여전히 상당하다는 소식은 접했다.
'자극'. 갑자기 그 단어가 뇌리를 강타했다. 만약 지금 그 공장을 직접 다시 찾는다면 어떨까? 물론, 공장의 소유주로서 정식 방문이 아니라, 몰래. 그녀는 대담하고 호기심이 강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루함에 미칠 지경이었다.
그녀의 심장이 오랜만에 조금 더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고정이 보여주는 냉담한 무관심, 이 완벽한 감옥 같은 집, 그리고 그녀의 뿌리라 불리는 공장. 생각만으로도 아찔한 일탈감이 밀려왔다. 그녀는 통신 밴드에 몸을 숙이고, 비밀스러운 목소리로 명령했다.
"휴먼 스위트 본사 공장의 보안 취약점을 분석해. 나를 위한 개인 접근 경로를 만들어. 이 요청과 이후 모든 관련 기록은 일급 기밀로 분류하고, 그 누구에게도, 특히 고정 회장에게 노출되어선 안 돼."
AI 비서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명령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가씨, 해당 시설의 생체 보안 등급은 매우 높습니다. 단순 견학 이상의 접근은 예측 불가능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경고는 수락했어. 실행해."
그녀의 눈빛은 이미 달라져 있었다. 공허함 대신, 위험한 모험을 앞둔 이의 광채가 서려 있었다. 이 완벽한 집, 완벽한 남편, 완벽한 삶은 잠시 잊어도 좋았다. 그녀는 자신이 자란 사치의 궁전을 빠져나가, 자신의 피와 뼈가 만들어진 진짜 세계로 잠입할 생각에 전율했다. 이것이 단순한 장난이 될지, 아니면 삶을 송두리째 바꿀 격변이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몰랐다. 하지만 적어도 오늘 하루만큼은 지루하지 않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