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야세 하루카는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깨어났다. 머리 위로 펼쳐진 하늘은 익숙한 회색빛이 아닌, 선명한 군청색이었다. 몸을 일으키려고 팔을 짚자 손바닥에 닿는 것은 차갑고 축축한 흙. 온몸이 욱신거렸다.
눈을 내리깔자 자신의 차림새가 보였다. 가슴을 간신히 가리는 분홍색 초미니 기모노. 허벅지가 훤히 드러나는 짧은 옷자락. 발에는 나무 게타가 신겨져 있었다. 그리고 하체에는 흰색 바디수트가 밀착되어 있었는데, 그 옷이 음부 사이로 깊게 파여 들어가 있어 걸을 때마다 살갗을 자극할 것이 분명했다.
"뭐야, 이게..."
하루카는 혼란스러웠다. 분명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살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런 낯선 곳에 떨어져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전장 같았다. 시체는 없었지만, 풀밭 곳곳에 검은 피 자국이 선명했다.
멀리서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하루카는 조심스럽게 소리 나는 쪽으로 다가갔다. 수풀 사이로 보이는 것은 여무사들의 전투였다. 그들은 각각 일본도와 비슷한 검을 들고 있었고, 몸에는 하루카처럼 짧은 기모노나 바디수트만 걸치고 있었다.
한 여무사가 적의 검에 복부를 찔렸다. 하루카는 비명을 지르려고 입을 벌렸다. 그러나 이내 그녀는 충격에 빠졌다. 복부에 칼이 박힌 여무사가 비명 대신 신음성을 내뱉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고통의 신음이 아니라, 분명히 쾌감에 젖은 목소리였다.
"아... 거기야... 좋아..."
여무사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그녀는 칼을 뽑아내자 복부 상처에서 붉은 액체가 흘러나왔지만,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혀를 핥았다. 그리고는 마치 황홀경에 빠진 듯 몸을 떨었다.
하루카는 자기도 모르게 뒤로 물러섰다. 이 무슨 미친 세계인가. 칼에 찔려 죽어가면서 쾌감을 느끼다니.
"꽤 볼만한 광경이지?"
갑자기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하루카는 놀라 뒤돌아보았다. 거기에는 키가 크고 늘씬한 여무사가 서 있었다. 그녀는 검은 긴 머리를 뒤로 묶었고, 날카로운 눈매를 가졌다. 옷차림은 다른 무사들과 비슷했지만, 그녀에게서는 전투의 베테랑임을 알 수 있는 분위기가 풍겼다.
"너, 초보자지? 여기 온 지 얼마 안 된 것 같군."
하루카는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였다.
"나는 유키노라고 해. 너 이름은?"
"아... 아야세 하루카입니다."
"하루카. 좋은 이름이군." 유키노는 싱긋 웃었다. "너 지금 본 것에 충격받았지?"
"...네. 왜 저렇게... 죽어가면서도..."
"이 세계에서는 복부와 배꼽이 특별한 의미를 가져. 특히 여성 전사들에게는 더욱 그렇지." 유키노는 하루카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일단 나랑 함께 가자. 여기서 더 있다간 위험해."
하루카는 유키노의 손에 이끌려 걸음을 옮겼다. 걸을 때마다 바디수트가 음부를 자극했다. 그것이 신경 쓰였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신경 쓸 상황이 아니었다.
캠프는 전장에서 조금 떨어진 숲속에 있었다. 몇 개의 천막이 쳐져 있었고, 여무사들이 쉬고 있었다. 그들 중 일부는 상처를 치료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또 하루카를 놀라게 했다. 복부에 붕대를 감는 여무사가 붕대가 피부에 닿을 때마다 희미하게 신음하는 것이었다.
"여기 앉아." 유키노가 천막 안으로 안내했다.
천막 안에는 간단한 침구와 탁자가 있었다. 유키노는 물 한 그릇을 하루카에게 건넸다.
"이 세계의 기본 법칙을 설명해 주지. 우선, 이 세계의 여성 전사들은 자궁에 에너지를 저장해. 그 에너지는 전투력과 직결되지. 그리고 그 에너지는 복부와 배꼽의 자극에 반응해."
"자궁... 에너지요?"
"그래. 우리는 이 배꼽으로 호흡을 하고, 기를 모아. 그래서 전투 중에 복부에 상처를 입으면 그 자극이 에너지를 폭발시키는 거야. 그것이 극도의 쾌감으로 이어지지."
하루카는 자신의 배를 내려다보았다. 분홍색 기모노 아래로 보이는 배꼽이 낯설게 느껴졌다.
"여기서는 전투 그 자체가 성적 행위와 연결되어 있어. 검을 휘두르고,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리는 모든 것이 쾌감을 불러일으켜. 그리고..."
유키노가 하루카의 턱을 가볍게 집어 올렸다.
"너도 곧 알게 될 거야. 이 세계의 진정한 법칙을."
그때 천막 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젊은 여무사가 들어왔다. 그녀는 밝은 갈색 머리를 단발로 자르고 있었고, 눈빛이 활발했다.
"유키노, 새로 온 아이구나?"
"응. 미사키, 이 아이는 하루카야. 아직 적응이 안 된 상태지."
미사키가 하루카를 훑어보며 빙긋 웃었다.
"그래? 그럼 내가 좀 가르쳐 줄까?" 미사키는 하루카의 손을 잡았다. "일단 일어나 봐. 기본적인 자세부터 배워야지."
하루카는 어쩔 수 없이 일어섰다. 미사키는 그녀의 몸을 바로 세우고, 자세를 교정하기 위해 손으로 하루카의 배를 만졌다. 그 순간 하루카의 몸에 전율이 흘렀다. 아랫배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리는 느낌이었다.
"어때? 느껴져?" 미사키가 장난스럽게 물었다.
"뭐... 뭔가 이상한 느낌이..."
"그게 자궁 에너지야. 아직 깨어나지 않은 상태지만, 조금씩 자극하면 강해질 거야."
하루카는 혼란스러웠다. 이 세계의 법칙이 너무 낯설었고, 동시에 자신의 몸이 반응하는 것이 두려웠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했다. 이것이 현실이니까.
천막 밖에서 또 한 명의 여무사가 다가왔다. 그녀는 다른 무사들과는 달리 위엄 있는 분위기를 풍겼다. 검을 허리에 차고, 걸음걸이에 당당함이 묻어났다.
"유키노, 새로 온 자가 있다고 들었다."
"네, 치나츠 대장." 유키노가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치나츠는 하루카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날카로우면서도 자비로움이 담겨 있었다.
"너는 아직 이 세계에 적응하지 못한 것 같군. 하지만 시간이 해결해 줄 거야. 우리 모두가 그랬으니까."
하루카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오늘은 쉬어라. 내일부터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할 테니."
치나츠가 돌아서서 걸어갔다.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하루카는 생각했다. 이 세계에서 나는 어떻게 변할까. 그리고 그 변한 나를 나는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해가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하늘은 붉게 물들었고, 전장의 냄새가 바람에 실려 왔다. 하루카는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배꼽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이것이 이세계의 충격이었다.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더 큰 충격을 위한 서막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