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유적의 입구는 깊은 산골짜기 속에 숨겨져 있었다. 사방으로 뒤엉킨 덩굴과 이끼가 자욱한 석벽이 수천 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소염은 손에 든 검은 장검으로 앞을 가로막는 잡목을 베어내며, 발아래 돌부리에 걸려 비틀거렸다. 그의 눈동자에는 피로와 기대가 뒤섞인 빛이 번뜩였다.
이 유적은 대륙에서 전해 내려오는 전설 속의 장소였다. 무수한 강자들이 탐험을 시도했지만, 돌아온 자는 없었다. 그러나 소염에게 이는 곧 기회였다. 투기대륙에서 그는 수많은 역경을 뚫고 정상에 오른 주인공이었다. 그는 이 땅에 자신의 발자취를 남기지 못할 것이 없다고 믿었다.
유적의 입구는 어둡고 으슥한 석실이었다. 벽면에는 오래된 횃불이 걸려 있었지만 불꽃은 이미 꺼져 있었다. 소염은 호흡을 가다듬고 마나를 온몸에 두르며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갔다. 석실은 깊고 끝이 없었으며, 발밑에선 매번 돌부리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몇 걸음을 걷자 그는 갑자기 발이 허공에 뜨는 것을 느꼈다. 몸이 급격히 아래로 떨어졌다. 그가 재빨리 발을 굴러 주변 돌기둥을 잡았고, 거친 호흡과 함께 식은땀이 흘렀다.
"조심해야 해..."
그는 낮게 중얼거리며 다시 길을 찾기 시작했다. 몇 차례 굽이를 돌자 좁은 통로가 나타났다. 통로 양쪽에는 이상한 문양이 새겨진 석판이 늘어서 있었다. 소염은 손을 멈추고 자세히 살펴보았다. 문양은 마치 무언가를 묘사하는 듯했지만 마치 타오르는 불길처럼 선명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내밀어 그 문양을 스치듯 만졌다. 갑자기 석판이 살짝 진동했고, 그의 손끝에 미세한 열기가 스며들었다.
소염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는 재빨리 손을 거두었지만 이미 늦었다. 통로 끝에서 낮은 울림이 들려왔고, 곧이어 너른 지하 전당이 그의 앞에 펼쳐졌다.
전당은 놀라울 정도로 컸다. 높은 천장은 수십 장(丈) 높이로 우뚝 솟아 있었고, 중앙에는 높이가 한 사람 키만 한 돌제단이 세워져 있었다. 제단 위에는 검은 반지 하나가 반짝이고 있었다. 반지는 옥처럼 매끄러운 흑요석 재질로, 표면엔 가느다란 주홍색 선이 촘촘히 새겨져 있었고, 마치 살아있는 실처럼 꿈틀거리며 움직이는 듯했다.
소염은 조심스럽게 제단 앞으로 다가갔다. 손을 내밀어 반지를 집으려는 순간, 반지가 갑자기 섬광을 뿜어내며 그의 손가락을 휘감았다. 소염은 깜짝 놀라 반지를 떼어내려 했지만, 반지는 이미 검은 기운을 뿜어내며 그의 손바닥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 순간, 그의 머릿속에 수많은 파편 같은 기억이 쏟아져 들어왔다.
전승이었다.
거기엔 사력을 다루는 방법이 기록되어 있었다. 사도구를 통해 타인의 영혼 깊숙이 침투해 통제권을 얻고, 그 힘을 폭발적으로 강화시키는 비술이었다. 전승은 마치 수천 년을 거쳐 전해진 듯했지만, 그 내용은 놀라울 정도로 또렷했다. 소염은 거의 저항할 수 없이 그 지식의 홍수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떨기 시작했다.
‘이런 힘이라면... 이 대륙에서 나를 막을 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생각이 스치자마자, 그는 곧바로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런 사력은 너무나 사악했다. 타인의 의지를 억누르고 노예로 삼다니—이건 그의 본심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일이었다. 그는 정직하고 올바르게 살아왔고, 남을 제압하는 힘을 갈망한 적이 없었다.
그는 반지를 빼내려고 발버둥쳤지만, 반지는 이미 그의 손가락 깊숙이 박혀 움직이지 않았다. 소염은 한숨을 내쉬고 어쩔 수 없이 그대로 두기로 했다. 어쩌면 유적을 떠난 후에 방법을 찾을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가 전당을 나서려던 찰나, 전당 깊은 곳에서 구부정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 그림자는 실체가 없는 영혼체였다. 온몸이 반투명하게 흐릿했고, 눈구멍에선 파란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잔혼은 소염을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그의 목소리는 돌을 갈아내듯 거칠고 음산했다.
"젊은이, 네가 그 반지를 집었구나."
소염은 경계하며 손을 들어 검을 움켜쥐었다.
"그대는 누구인가?"
"나는 수천 년 전, 이 유적에 봉인된 강자였다. 한때... 사력에 반감을 샀지."
잔혼의 목소리에는 깊은 쓸쓸함이 배어 있었다. 그는 빙글빙글 소염 주위를 맴돌며 그의 손가락에 낀 검은 반지를 응시했다.
"그 반지는 마음의 먹이다. 사력은 겉보기엔 달콤하지만, 그 속에는 무서운 독이 있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자의 심지(心志)를 조금씩 갉아먹고 결국엔 이성을 완전히 삼켜버린다. 나는 한때 그 힘에 미쳐 세상을 통제하려 했고, 결국 이 유적에 갇혀 영원히 빠져나오지 못했다."
소염의 얼굴색이 어두워졌다.
"그런데 왜 이 유적에 전승을 남겨둔 것인가? 모두를 타락시키려는 것인가?"
"전승은 내 의지가 아니었다. 반지가 스스로 봉인을 깨트린 것이다. 아마도 천명인가 보다... 이 힘은 결국 세상에 나오게 되어 있다. 하지만 너는, 너 스스로 조심해야 한다. 마음이 흔들리면 사력이 너를 지배할 것이다."
잔혼의 말은 비수처럼 날카로웠지만, 소염은 그것을 가볍게 웃어 넘겼다.
"나는 수많은 역경을 겪어왔다. 그까짓 힘쯤이야 능히 다스릴 수 있다."
"오만함이 바로 타락의 시작이다."
잔혼이 고개를 저으며, 몸이 점점 흐려지기 시작했다.
"내 말을 기억하라, 젊은이. 네가 사력을 쓸 때마다, 그것은 네 영혼을 한 조각씩 갉아먹을 것이다. 언젠가 네가 되돌아보면, 너는 이미 예전의 네가 아닐 것이다."
말을 마치자 잔혼은 공기 중으로 흩어져 사라졌다. 전당은 다시 적막에 잠겼다.
소염은 잠시 제자리에 멈춰 서서 깊이 생각에 잠겼다. 그는 잔혼의 경고를 마음에 새겼지만, 동시에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은 욕망을 부정할 수 없었다. 사력의 전승은 무한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만약 선(善)을 위해 쓴다면 어쩌면 이 대륙에 더 큰 평화를 가져올 수도 있지 않을까?
그는 몸을 돌려 전당을 나섰다. 발걸음은 무거웠지만 확고했다.
유적 밖으로 나오자, 찬바람이 불어왔다. 소염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주먹을 쥐었다. 그 순간, 검은 반지가 은은하게 빛나며, 그의 손가락에 살며시 마찰했다. 그것은 마치 무언가를 확인하려는 듯, 주인을 인정하는 신호였다.
소염은 무심코 반지를 바라보았다. 손가락 끝에서 퍼지는 미열이 그의 팔을 따라 천천히 올라와 흉부에서 작게 울렸다. 그는 생각을 멈추려 했지만, 그 열기는 그의 의식을 타고 점점 짙어져 갔다.
‘이 힘... 나는 결코 그 경고대로 타락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이렇게 다짐했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이미 잘 알 수 없는 변화가 일고 있었다. 반지는 울림을 멈추지 않았고, 그의 성격도 반지와 함께 조금씩 어두운 방향으로 기울어가고 있었다.
소염은 유적을 떠나 하산의 길을 따라 내려갔다. 머지않아 깊은 산속에선 새가 지저귀고, 먼 곳에선 마을이 점점이 보였다. 하지만 그는 전과 같지 않았다. 눈빛에는 더욱 깊고 알 수 없는 빛이 감돌고 있었고, 입가에는 희미하고 알 수 없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날 밤, 그는 여관방에 홀로 앉아 반지를 빼내려고 갖은 방법을 동원했지만 소용없었다. 반지는 마치 그의 손가락과 한몸이 된 듯, 어떤 힘으로도 그 결합을 깨트릴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지쳐서 소매를 걷어 올렸다. 손목에는 이미 가느다란 검은 선이 생겨났고, 그것은 조금씩 위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그 순간 그는 깨달았다.
사력은 이미 깨어났고, 저항할 수 없는 기세로 그의 삶 속으로 스며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