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즈메리는 기숙사 방 안을 서성이고 있었다. 창밖으로는 테라스의 별빛이 은은하게 흘러들고, 방 안에는 침묵만이 감돌았다. 그녀의 손가락은 자꾸만 허리에 찬 통신기를 만지작거렸다. 분명히 시에게 보낼 메시지를 입력하려다 지우길 수없이 반복했다.
"로즈메리, 너는 로드아일랜드 정예 요원이야. 용기를 내."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그녀는 심호흡을 했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작고 귀여운 고양이 소녀, 은백색 머리카락이 어깨까지 늘어져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귀를 살짝 만졌다. 긴장하면 귀가 파르르 떨리는 버릇은 여전했다.
"좋아. 오늘 밤, 꼭 말할 거야."
로즈메리는 문을 열고 복도로 나섰다. 발걸음은 가볍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은 더 무거웠다. 시는 항상 다정했다. 그녀가 기억을 잃은 후 처음으로 따뜻함을 느끼게 해준 존재. 그 다정함 뒤에 무엇이 있는지 알면서도, 로즈메리는 그 품을 벗어날 수 없었다.
시의 방 앞에 도착했을 때, 로즈메리의 손은 잠시 멈췄다. 문을 두드리기 전, 그녀는 눈을 감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가볍게 노크했다.
"들어와."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하지만 그 속에는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힘이 숨어 있었다. 로즈메리는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섰다.
시는 창가에 서 있었다. 그녀의 모습은 언제나 그랬듯 아름다웠다. 긴 흑발이 달빛에 반짝였고, 고양이 귀는 살짝 기울여져 로즈메리의 기척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가 천천히 돌아서며 미소 지었다.
"로즈메리. 무슨 일이지?"
"시, 저……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로즈메리의 목소리는 떨렸다. 하지만 그녀는 물러서지 않았다. 시가 살짝 눈을 가늘게 떴다. 그 눈동자 속에는 깊은 호기심과 약간의 즐거움이 스치고 있었다.
"말해 봐."
로즈메리는 한 걸음 다가섰다. 그리고 다시 한 걸음. 결국 그녀는 시의 바로 앞에 섰다. 두 사람의 거리는 손을 뻗으면 닿을 정도였다.
"시…… 저, 당신을 사랑해요."
그 말을 꺼내자 로즈메리의 뺨이 확 붉어졌다. 그녀는 시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두려움과 기대가 섞인 눈빛이었다.
시는 한동안 침묵했다. 그 시간이 로즈메리에게는 영원처럼 느껴졌다. 그러다 시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도 너를 사랑해, 로즈메리."
그 말과 함께 시의 손이 로즈메리의 은백색 머리카락 위로 올라갔다. 부드럽게 쓰다듬는 손길. 그 온기에 로즈메리의 귀가 파르르 떨렸다. 시는 그 모습을 보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네가 원하는 건 그걸로 끝이 아니지?"
시의 눈빛이 깊어졌다. 그 눈동자는 로즈메리의 영혼까지 꿰뚫어 보는 듯했다. 로즈메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 시에게 처음으로 바치고 싶어요. 제 모든 것을."
로즈메리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확고했다. 시는 잠시 그녀를 응시하다가 부드럽게 웃었다.
"좋아. 그럼 나랑 함께 오너라."
시는 로즈메리의 손을 잡았다. 그 손길은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았다. 마치 모든 것을 감싸 안는 온기였다. 로즈메리는 그 손에 이끌려 방을 나섰다.
두 사람은 복도를 따라 걸었다. 주변은 조용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잠들었을 시간이었다. 시는 로즈메리를 자신의 개인 공간으로 데려갔다. 그곳은 로즈메리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방이었다. 넓고 어두웠지만, 벽에는 별빛처럼 반짝이는 패턴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여기는……"
"내가 진짜로 머무는 곳이야."
시가 로즈메리를 방 중앙으로 이끌었다. 커다란 침대가 눈에 들어왔다. 부드러운 천으로 덮인 침대는 마치 구름처럼 보였다. 로즈메리의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시가 먼저 침대에 앉았다. 그녀가 손을 내밀어 로즈메리를 불렀다.
"이리 와."
로즈메리는 천천히 다가가 시의 옆에 앉았다. 두 사람의 몸이 닿을 듯 말 듯한 거리. 긴장감이 로즈메리의 온몸을 감쌌다. 그녀는 손가락을 꽉 쥐었다.
시가 그 손을 살며시 풀어주었다. 그리고 로즈메리의 손바닥 위에 자신의 손을 얹었다.
"긴장하지 마. 네가 원한다면 언제든 멈출 수 있어."
그 말에 로즈메리는 고개를 저었다.
"멈추지 않을 거예요. 저는…… 시에게 모든 걸 주고 싶어요."
그 말을 들은 시의 눈빛이 더욱 깊어졌다. 그녀가 로즈메리의 뺨을 어루만졌다.
"좋아. 그럼 천천히…… 시작해 볼까."
시가 로즈메리를 침대 위로 눕혔다. 부드러운 매트리스가 로즈메리의 몸을 감쌌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긴장으로 숨이 가빴다. 하지만 시의 손길이 그녀의 목덜미에 닿자, 그 긴장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시는 로즈메리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그리고 아주 가볍게 키스했다. 그 부드러운 감촉에 로즈메리의 몸이 살짝 떨렸다. 시가 키스를 이어갔다. 목덜미에서 어깨로, 어깨에서 쇄골로.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로즈메리의 손이 시의 등을 감쌌다. 그녀는 시의 체온을 느꼈다. 그것이 너무나 따뜻해서, 자신이 완전히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시……"
로즈메리의 목소리는 작게 떨렸다. 시가 고개를 들어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무서워?"
"아니요…… 기뻐요."
로즈메리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 눈물은 두려움이 아니라, 감격과 신뢰의 눈물이었다. 시는 그 눈물을 입술로 닦아주었다.
"내 작은 고양이."
시의 목소리는 속삭임처럼 낮았다. 그 속에는 무한한 애정과, 그 너머의 깊은 소유욕이 숨어 있었다. 로즈메리는 그 모든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녀는 주저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소유욕이 그녀를 더욱 안전하게 감싸주는 것 같았다.
밤은 깊어갔다. 별빛이 방 안으로 쏟아져 내리고, 두 사람은 그 빛 속에서 하나가 되어갔다. 로즈메리는 시의 품에 안겨 처음으로 완전한 자신을 내어주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는 알게 되었다. 자신이 잃어버린 모든 것이 이 품 안에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