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락한 순백

站点:NovelAI.one内容:前8章在线试读ID:3a3b81d4更新:2026-06-11 02:54
# 타락한 순백 ## 제1장 순백의 캠퍼스 가을 햇살이 캠퍼스의 은행나무 길을 따라 쏟아지고 있었다. 진몽요는 가방을 한쪽 어깨에 메고 걸음을 재촉했다. 노란 은행잎이 바람에 흩날려 그녀의 긴 생머리에 몇 장 붙었다. “몽요야!”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불렀다. 돌아보니 이밍이 커피 두
原创 剧情 爽文 架空 热门
타락한 순백 提供 前8章在线试读,可直接在线阅读。你也可以前往“最新小说”“热门小说”“发现小说”继续浏览站内内容。
当前页面收录可公开展示内容,以下为前 8 章试读:

순백의 캠퍼스

# 타락한 순백

## 제1장 순백의 캠퍼스

가을 햇살이 캠퍼스의 은행나무 길을 따라 쏟아지고 있었다. 진몽요는 가방을 한쪽 어깨에 메고 걸음을 재촉했다. 노란 은행잎이 바람에 흩날려 그녀의 긴 생머리에 몇 장 붙었다.

“몽요야!”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불렀다. 돌아보니 이밍이 커피 두 잔을 들고 달려오고 있었다.

“또 도서관이지? 아침도 안 먹었잖아.”

이밍은 다정하게 웃으며 커피 한 잔을 내밀었다. 진몽요는 고마운 듯 받아 들고는 살짝 미소 지었다.

“고마워, 밍아. 너 없었으면 나 아침마다 굶었을 거야.”

“그러게 말이야. 너 공부만 하면 밥 생각도 안 하나 봐.”

둘은 나란히 도서관으로 걸어갔다. 캠퍼스 곳곳에는 신입생 환영회 현수막이 걸려 있었고, 동아리 홍보 부스에서 시끌벅적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갑자기 앞에서 담배 연기가 풀풀 날렸다. 선배들로 보이는 몇 명의 학생이 화단 옆에 둘러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진몽요는 얼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담배 냄새는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것 중 하나였다. 그것은 그녀에게 술 냄새와 함께 아버지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저 선배들, 또 흡연장도 아닌 데서 피우네.”

이밍이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니야?”

“에이, 몽요야. 괜히 참견했다가 괜한 일 생겨. 저 선배들 우리 과 선배들이야. 알지? 저기 가운데 있는 사람이 김민우 선배. 작년에 학생회에서도 문제 일으켰던 사람이야.”

진몽요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원칙을 중요하게 여겼다.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이밍의 걱정 가득한 얼굴을 보자 그냥 지나치기로 했다.

도서관 3층 열람실. 둘은 창가 자리를 잡았다. 진몽요는 가방에서 노트북과 교재를 꺼내고, 이밍은 커피를 홀짝이며 앉았다.

“이번 중간고사, 경제학 원론이 제일 걱정이야.”

“나도. 교수님 시험 스타일이 까다로우셔서 말이지.”

이밍이 교재를 펼치며 투덜거렸다. 진몽요는 고개를 숙여 필기를 시작했다. 그녀의 펜은 종이 위를 부지런히 움직였다. 깔끔하고 예쁜 글씨체로 정리된 노트는 그녀의 성실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이밍이 고개를 들어 시계를 봤다.

“아, 다음 수업 시간 다 됐네. 나 먼저 갈게.”

“응, 그래. 나도 이 부분만 더 보고 갈게.”

이밍이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을 챙겼다.

“몽요야, 너무 무리하지 마. 점심 꼭 챙겨 먹어야 해!”

“알았어, 잔소리꾼아.”

이밍이 웃으며 손을 흔들고 사라졌다. 진몽요는 다시 노트에 집중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점심을 먹으러 나가야 했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기 때문이다.

도서관을 나와 학생 식당으로 향하는 길. 갑자기 화장실 쪽에서 소란이 들렸다.

“야, 이게 무슨 짓이야?”

“제발 그만둬 주세요...!”

울먹이는 목소리와 함께 쿵 하는 소리가 났다. 진몽요는 발걸음을 멈췄다. 주위를 둘러봤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듯 보였다. 그녀는 망설이다가 화장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문을 열자 충격적인 장면이 펼쳐졌다. 세 명의 선배로 보이는 여학생이 한 신입생을 둘러싸고 있었다. 신입생은 얼굴이 새파래져서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야, 너 말 잘 듣는 법을 배워야 해. 선배 말이 곧 법이야. 알겠어?”

선두에 선 여학생이 신입생의 머리채를 잡아당겼다. 진몽요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거기, 그만두세요!”

진몽요의 목소리가 화장실 안에 울려 퍼졌다. 세 선배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뭐야, 너 누군데?”

여학생이 눈을 가늘게 뜨며 쏘아봤다.

“이런 행동은 잘못됐어요. 신고할 거예요.”

“하, 신고? 누구한테? 교수님한테?”

또 다른 선배가 비웃었다. 첫 번째 선배가 신입생의 머리를 놓고 천천히 진몽요에게 다가왔다.

“너, 우리가 누군지 알아? 나는 사회학과 3학년 박지혜야. 너 신입생이지?”

“신입생이든 아니든 잘못된 건 잘못된 거예요.”

진몽요는 떨리는 목소리를 억누르며 당당하게 말했다. 박지혜는 코웃음을 쳤다.

“잘못? 우리가 잘못했다고? 재수 없는 신입생 좀 봐. 선배한테 예의도 없나?”

박지혜가 진몽요의 어깨를 밀쳤다. 진몽요는 뒤로 몇 걸음 물러서다가 벽에 부딪혔다.

“다시 한 번만 더 참견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게 해줄게. 알았어?”

박지혜는 위협적인 눈빛으로 진몽요를 노려봤다. 그러고는 일행들을 데리고 화장실을 나갔다. 신입생이 울먹이며 일어났다.

“언니... 고마워요. 그런데 괜찮아요? 저 선배들 무서운 사람들이에요.”

“괜찮아. 너는 다친 데 없어?”

신입생은 고개를 저으며 눈물을 닦았다. 진몽요는 그녀를 일으켜 세워주고 어깨를 토닥였다.

“조심해. 앞으로 저 선배들 만나면 피하는 게 좋아.”

“네... 고마워요, 언니.”

신입생이 화장실을 나간 후, 진몽요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손이 약간 떨리고 있었다. 사실 그녀도 무서웠다. 하지만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저녁, 학생 기숙사.

진몽요는 책상 앞에 앉아 일기장을 펼쳤다. 오늘 있었던 일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녀는 펜을 들어 글을 써 내려갔다.

*10월 15일, 화요일.*

*오늘 캠퍼스에서 신입생 괴롭힘을 목격했다. 나는 나서서 제지했지만, 선배들의 위협은 무서웠다. 나는 잘한 걸까? 원칙을 지키는 게 맞는 걸까? 가끔은 이 세상이 너무 혼란스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나는 내 신념을 지킬 거다. 담배도, 술도, 그런 타락한 것들로부터 나를 지킬 거다. 그리고 언젠가는 이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싶다. 그것이 나의 꿈이다.*

진몽요는 일기를 덮고 창밖을 바라봤다. 캠퍼스의 밤하늘에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녀는 조용히 미소 지었다. 아직 희망은 있다고, 미래는 밝을 거라고 믿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 몰랐다.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어둠이 얼마나 깊고 질척한 것인지를. 그리고 그녀의 순백이 얼마나 쉽게 더럽혀질 수 있는 것인지를.

진몽요는 책상 서랍에서 하얀 리본을 꺼냈다. 그 리본은 그녀가 고등학교 졸업식 때 했던 것이었다. 그것은 그녀의 순수함과 희망의 상징이었다. 그녀는 리본을 손에 쥐고 조용히 속삭였다.

“나는 절대 변하지 않을 거야.”

그녀의 방에 부드러운 불빛이 비치고, 창문 너머로 달빛이 은은하게 스며들었다. 그러나 그 달빛은 그녀가 앞으로 맞이할 어둠을 전혀 비춰주지 못했다.

밤이 깊어갔다. 캠퍼스는 고요에 잠겼다. 진몽요는 잠들기 전 마지막으로 일기장을 한 번 더 열어보았다. 거기에는 그녀가 몇 달 전 썼던 글이 있었다.

*미래는 언제나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나는 그 희망을 붙잡고 살아갈 거다.*

그녀는 일기장을 덮고 불을 껐다. 어둠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그녀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아직은.

암류의 움직임

류미옥은 경찰서 민원실 의자를 딛고 일어섰다. 책상 위에 놓인 사건 기록은 아직도 생생한 피해자의 눈물이 묻어 있었다. 열일곱 살 여학생이 학교 옥상에서 집단 폭행을 당했다. 등에는 담배꽁초로 지진 흉터가 열 군데, 팔에는 주사 바늘 자국이 두 줄.

“이거 봐.”

동료 장강이 휴대폰 화면을 내밀었다. 피해자 SNS에 올라온 사진이었다. 사진 속에는 형형색색의 캡슐이 담긴 비닐봉지를 들고 환하게 웃는 또래 여학생들이 있었다. 해시태그는 #천국의열쇠.

“이 학교 폭력, 단순한 패싸움이 아니야.”

류미옥은 사진 속 캡슐을 확대했다. 알록달록한 색깔의 캡슐들은 마치 사탕처럼 보였지만, 그녀의 경찰 본능은 경고음을 울렸다. 서류를 챙겨 들고 나가려는 순간, 책상 위에 놓인 명함이 눈에 띄었다. 누군가 몰래 놓고 간 것이었다. 명함에는 ‘약속된 시간’이라는 문구와 함께 전화번호 하나가 적혀 있었다.

“장강 씨, 이거 언제 생겼어?”

“응? 몰랐는데.”

장강이 명함을 집어 들었다. 순간 그의 표정이 굳어졌다. 명함 뒷면에는 붉은 글씨로 ‘네 다음 타깃은 누구일까?’라고 쓰여 있었다.

경찰청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 류미옥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어두운 콘크리트 벽 사이로 자신의 발소리만 메아리쳤다. 갑자기 뒤에서 인기척이 났다. 돌아보려는 찰나, 누군가 그녀의 입을 막고 어두운 구석으로 끌어들였다.

“조용히.”

낮고 차가운 목소리였다. 류미옥은 팔꿈치로 상대의 명치를 가격했지만, 상대는 놀라운 힘으로 그녀의 움직임을 봉쇄했다. 주사기가 그녀의 팔목을 스쳤다. 순간 따끔한 통증과 함께 이상한 온기가 몸속으로 퍼져나갔다.

“너희가 찾는 그곳, 거길 건들면......”

목소리는 희미해져 갔다. 그녀의 눈앞이 아지랑이처럼 일렁였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혼자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주사기... 아니, 그녀는 손목을 확인했다. 아무 흔적도 없었다. 하지만 분명 느꼈다. 무언가가 체내로 스며드는 그 감촉을.

같은 시각, 시립대학교 도서관.

진몽요는 3층 열람실 창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책장에 손이 닿지 않아 의자 위에 올라섰다가,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찾는 책 있어요?”

돌아보니 스물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가 서 있었다. 단정한 셔츠에 가죽 서류가방, 온화한 미소. 평범해 보이는 대학원생 같은 인상이었다.

“아, 네, ‘현대 사회 윤리’를 찾고 있었는데...”

“2층 인문학 코너에 있을 거예요.”

남자가 다정하게 알려주었다. 진몽요는 고개 숙여 인사하고 책을 꽂으려는 순간, 남자가 생수 한 병을 내밀었다.

“더운데 목 마르시죠?”

“아, 감사합니다.”

진몽요는 잠시 망설였지만, 그의 부드러운 눈빛에 마음이 놓였다. 뚜껑을 열어 목을 축였다. 물은 약간 단맛이 났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운동 후에 마시는 이온음료 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했다.

남자는 그녀가 물을 마시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살짝 미소 지었다. 그리고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도서관 밖으로 사라졌다.

진몽요는 자리로 돌아와 책을 펼쳤지만, 머릿속이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눈앞의 글자가 춤을 추듯 일렁였다. 이상한 감각이 온몸을 타고 흘렀다. 마치 모든 것이 느려지고, 모든 감각이 예민해지는 듯한... 동시에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분노와 불안이 가슴속에서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도서관 창밖으로 노을이 지고 있었다. 저물어 가는 햇살이 유리창에 반사되어 붉게 물들었다. 그녀는 알지 못했다. 이 순간부터 그녀의 삶이 균열되기 시작한다는 것을. 내면에 잠들어 있던 어두운 욕망이 깨어나기 시작했다는 것을.

경찰서로 돌아온 류미옥은 사무실 불을 끄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이상한 초조함이 그녀를 사로잡았다. 담배를 찾고 있었다. 그녀는 평생 담배를 피운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담배 연기가 절실히 필요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그녀는 벽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고통이 오히려 쾌감처럼 느껴졌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눈동자는 예전 같지 않았다. 야수가 깨어난 듯한 광기가 서려 있었다.

장강이 커피를 들고 들어왔다.

“류 형사, 괜찮아요? 얼굴이 안 좋아 보이는데.”

“괜찮아.”

류미옥은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미소는 전과 달랐다. 입가에 비꼬는 듯한 선이 그려져 있었다.

“내일, 그 학교에 가자. 단서가 있을 거야.”

“알았어. 그런데 진짜 괜찮은 거 맞지?”

장강의 걱정 어린 시선을 피하며, 류미옥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허리춤에 찬 총이 무겁게 느껴졌다. 평소에는 그 무게가 안정감을 주었지만, 지금은 살벌하게 다가왔다. 그녀의 손이 불안정하게 떨렸다.

진몽요는 도서관을 나와 캠퍼스를 걸었다. 발걸음은 예전 같지 않았다. 더 격렬하게, 더 자유롭게 움직이고 싶었다. 주머니 속에서 손가락이 저절로 휴대폰을 꺼냈다. 그날 마주친 남자의 번호가 그녀의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었다.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온화했다.

“아까... 그 물, 뭐였어요?”

“좋은 거였어요.”

진몽요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웃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상했다. 그녀는 절대 이런 일에 웃지 않았다.

“또 만날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기다리고 있을게요.”

전화가 끊겼다. 진몽요는 핸드폰을 내려다보았다. 화면 속 자신의 얼굴에 문득 낯선 문신 하나 그려지는 상상을 했다. 그것이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기대되고 있었다.

어둠이 캠퍼스 전체를 뒤덮었다. 가로등 불빛이 그녀의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렸다. 그 그림자는 더 이상 순백의 형태가 아니었다. 이미 균열이 시작된 것이다.

다음 날, 류미옥과 장강은 그 여학교 정문 앞에 섰다.

“들어가기 전에 말인데.”

장강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어제, 너 본 게 맞아? 왠지 달라 보여서.”

“사람이 안 변한다고 생각해?”

류미옥이 반문했다. 날카로운 말투에 장강이 놀랐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지난밤, 그녀는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 대신 거울 앞에 앉아 자신을 응시하며 머리를 풀어헤치고 문신을 상상했다. 그리고 결정했다. 이제부터는 예전의 류미옥이 아니라고.

교문을 지나 복도로 들어서자, 소문이 무성했다. 어제 폭행당한 피해자의 친구들이 모여 수군거렸다.

“저 경찰이야.”

“하지만 진짜 원인을 찾을 수 있을까?”

“이 학교는 이미 망했어.”

류미옥은 대화를 무시하고 교장실로 향했다. 교장은 불편한 기색으로 그들을 맞았다.

“아... 경찰관님. 이번 사건은 일회성 싸움일 뿐입니다. 학생들이 좀 거칠었던 거죠.”

“그럼 이건 어떻게 설명하시겠습니까?”

류미옥이 피해자의 사진을 내밀었다. 교장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 순간, 창밖으로 누군가의 그림자가 스쳤다. 류미옥은 재빨리 창가로 다가갔다. 교문 쪽에서 검은 옷차림의 남녀가 서 있었다. 그들은 정확히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장강 씨!”

그녀가 소리쳤지만, 이미 그들은 사라진 뒤였다. 대신 바닥에 한 장의 메모가 떨어져 있었다. 주워 읽자.

‘그녀가 네 운명이다. 진몽요.’

류미옥은 그 이름을 외웠다. 알 수 없는 인연의 끈이 엉키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가락이 다시 떨리기 시작했다. 몸속에 주입된 무언가가 깨어나 그녀를 조종하려는 듯했다. 동시에, 전에는 없었던 어떤 감정이 피어올랐다. 파괴하고 싶은 충동, 규칙을 깨뜨리고 싶은 욕망.

사건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서로 다른 두 여자의 길이 교차할 운명의 고리가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약물의 화

진몽요는 손에 든 물컵을 들여다보았다. 맑고 투명한 액체, 아무런 이질감도 없었다. 목이 말랐다. 오후 내내 도서관에서 시험 공부를 하느라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했다. 그녀는 컵을 입술에 대고 단숨에 반을 마셨다.

시원한 물이 목을 타고 넘어갔다. 조금 특이한 맛이었다. 약간 금속성 같은, 희미한 쓴맛. 하지만 그녀는 곧 생각을 접었다. 오래된 수도관 때문일 거라고. 요즘 이런 건 흔한 일이니까.

그런데 10분도 지나지 않아 이상한 기운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진몽요는 책상 위에 팔을 짚었다. 머리가 핑 돌았다. 시야가 흐릿해지고 주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기 시작했다. 어떻게 된 거지? 열이 나나? 아니면 너무 오래 앉아 있어서?

“괜찮아요?”

옆자리 여학생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진몽요는 대답하려 했지만 혀가 말을 듣지 않았다. 입술이 떨릴 뿐 제대로 된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얼굴이 새파래졌어요. 보건실에 데려가야겠어요.”

여학생이 그녀를 부축해 일으켰다. 다리에 힘이 풀렸다. 발걸음이 둔탁했다. 복도를 지나가는 동안 모든 것이 꿈속처럼 느껴졌다. 벽에 붙은 포스터,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 형광등 불빛 모두가 비현실적으로 일렁였다.

보건실 문이 열렸다. 하얀 침대, 차가운 공기, 의료용 소독약 냄새.

“저, 이 학생이 갑자기 어지럽다고……”

여학생이 간호사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진몽요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천장이 빙글빙글 돌았다. 구역질이 치밀어 올랐지만 참았다.

“혈압을 재볼게요.”

간호사가 그녀의 팔에 혈압계를 감았다. 하지만 그 순간, 간호사의 눈빛이 이상하게 변했다. 그녀는 뒤를 돌아보았다. 문가에 서 있던 의사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할게요. 쉬는 시간 가져요.”

간호사가 망설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사가 다가왔다. 그는 백색 가운을 입고 있었지만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 그는 진몽요의 팔을 집어 들었다.

“주사 한 방 맞으면 금방 나아질 거예요.”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속에 냉기가 있었다. 진몽요는 고개를 저으려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바늘끝이 피부를 뚫는 순간, 찌르는 듯한 통증이 팔을 타고 퍼졌다.

이상해. 이건 영양제 주사가 아니야.

하지만 그녀는 저항할 힘이 없었다. 의사가 주사를 뽑아내고 솜으로 주사 부위를 눌렀다.

“5분만 쉬고 있으면 돼요.”

의사가 돌아서서 나갔다. 진몽요의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의식이 사라지는 듯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진몽요는 눈을 떴다. 처음 든 생각은 이상했다. 모든 것이 선명해졌다. 소음이 더 선명하게 들리고, 냄새가 더 강하게 느껴졌다. 특히 냄새. 그녀는 평소에 담배 냄새를 싫어했다. 아버지가 담배를 피우면 항상 창문을 열어 놓으라고 소리쳤다. 그런데 지금, 복도에서 풍겨오는 희미한 담배 연기 냄새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끌렸다.

진몽요는 침대에 앉아 두 손을 바라보았다. 손끝이 약간 떨렸다. 마음 한편에 뭔가가 움트고 있었다. 평소에는 절대 하지 않을 생각들. 담배를 피워 보고 싶다. 왜 이렇게 갑자기 저항하고 싶은 걸까. 왜 지금까지 참아 왔던 걸까.

그녀는 깜짝 놀라 고개를 저었다. 무슨 생각이야. 나는 담배 안 피워. 절대 안 피울 거야.

하지만 입안에 맴도는 그 쓴맛과 금속성 향이 자꾸만 생각났다.

그날 밤, 진몽요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무언가가 그녀의 내면을 파고들고 있었다. 검은 액체가 심장을 타고 흐르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액체는 점점 더 커져 가고 있었다.

한편, 같은 시각.

류미옥은 어두운 골목을 걷고 있었다. 오늘 밤도 야근이었다. 최근 들어 약물 사건이 급증했다. 수상한 약물이 시중에 돌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경찰서 내에서도 비상이 걸렸다. 그녀는 평소처럼 현장 조사를 나왔다.

골목 끝에 인기척이 났다. 류미옥은 손을 권총 케이스에 가져갔다. 하지만 총을 꺼낼 필요는 없었다. 뒤에서 누군가가 빠르게 다가왔다.

“경찰이다. 움직이지 마.”

그녀가 외쳤다. 하지만 대답이 없었다. 발걸음이 빨라졌다. 류미옥은 몸을 돌리려 했다. 그 순간, 무엇인가가 그녀의 목을 후려쳤다. 정신이 아찔해졌다.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눈앞이 캄캄해졌다.

어떤 남자가 그녀 위에 올라탔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손에 든 주사기가 달빛에 반짝였다.

“미안하지만…… 명령이야.”

남자는 그녀의 팔에 주사기를 찔러 넣었다. 류미옥은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목이 잠겼다. 차가운 액체가 혈관을 타고 퍼져 나갔다.

그리고 모든 것이 멈췄다.

몇 분 후, 류미옥은 혼자 골목에 쓰러져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일어났다. 몸이 묘하게 가벼웠다. 뭐지? 이 느낌. 평소라면 분노와 공포가 몰려왔을 텐데. 지금은…… 오히려 모든 것이 우스웠다.

그녀는 피식 웃었다. 이건 뭐지. 경찰로서 당연히 추적해야 할 범죄자. 그런데 왜 이렇게 흥미로운 거지? 그 약물이 뭘까. 그걸 한 번 더 맞아 보고 싶다.

류미옥은 깜짝 놀랐다. 자신의 생각에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그 생각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선명해졌다. 그녀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다이얼을 누르려다 말았다. 신고할까? 아니, 그냥 두자. 어차피 내일 다시 조사하면 되니까.

그녀는 골목을 걸어 나왔다. 담배 냄새가 풍겼다. 옆에 있는 편의점 앞에서 한 남자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류미옥은 본능적으로 코를 찡그렸다. 평소라면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냄새가 기분 좋았다.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남자를 바라보았다.

“혹시 담배 한 대 빌릴 수 있을까요?”

남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류미옥은 자신의 입에서 나온 말에 스스로도 놀랐다. 하지만 이미 말은 나갔다. 그녀는 담배를 받아 들었다. 처음 피우는 거라서 조심스럽게 입에 물었다. 불을 붙였다. 연기가 폐 속으로 들어갔다. 기침이 나왔다.

하지만 그 쓴맛과 뜨거운 느낌이…… 견딜 만했다. 오히려 중독적이었다.

류미옥은 담배를 끄고 휴대폰을 다시 꺼냈다. 경찰서에 전화를 걸었다.

“저 류미옥입니다. 현장에서 특이 사항 없었습니다. 철수하겠습니다.”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에는 아무런 떨림도 없었다.

그날 밤, 두 여자는 각자의 방에서 같은 생각을 했다. 언제부터 이렇게 변한 걸까.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이 변화가 두려운가? 아니면 기대되는가?

약물은 이미 그들의 몸속에서 조용히 퍼져 나가고 있었다. 마치 어두운 화학 반응처럼. 그들은 아직 몰랐다. 이 약물이 단순한 화학 물질이 아니라, 인간의 도덕과 자아를 무너뜨리는 독이라는 것을.

일주일 후, 진몽요는 도서관에서 또 한 번 물을 마셨다. 이번에는 특별한 느낌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달라져 있었다. 담배 냄새를 맡아도 코를 찡그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 냄새를 찾기 위해 복도에서 머뭇거리기도 했다.

그리고 류미옥. 그녀는 점점 더 자주 야근을 자청했다. 그리고 매일 밤, 같은 골목을 지나쳐 담배를 샀다. 그리고 그 약물에 대한 정보를 찾기 위해 어두운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몰랐다. 하지만 같은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그 어둠은 점점 더 짙어져 갔다.

첫 조짐

진몽요는 떨리는 손으로 이밍이 건네준 담배를 받아 들었다. 얇은 종이 사이로 담뱃잎이 살짝 보였다.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처음이지?” 이밍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응...” 진몽요는 라이터를 켰다. 불꽃이 담배 끝을 스치자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녀는 망설이며 담배를 입술에 댔다. 연기가 목 안으로 들어왔다. 거칠고 자극적인 맛이 혀끝을 찔렀다. 그녀는 살짝 헛기침을 했다.

“어때?” 이밍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좀 자극적이네.” 진몽요는 어색하게 웃었다. 원래라면 절대 하지 않을 행동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자극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뭔가를 깨뜨리는 듯한 쾌감이 스쳤다.

이밍은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옆에 서 있었다.

한편, 경찰서에서는 류미옥이 책상을 발로 차며 일어섰다. 서류가 바닥에 흩어졌다.

“이게 무슨 개소리야!” 그녀가 동료에게 소리쳤다. 평소의 차분한 그녀가 아니었다. 눈에는 날카로운 빛이 서려 있었다.

동료가 당황하며 물러섰다. “미안해, 내가 잘못 알았나 보네...”

“당연히 잘못 알았지! 기본적인 것도 제대로 확인 안 해?” 류미옥은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살을 파고들었다.

그때 반장이 다가왔다. “류미옥 순경, 사무실로 와.”

류미옥은 아무 말 없이 따라갔다. 반장은 문을 닫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요즘 네 행동이 이상해. 동료들에게 너무 강압적이야. 무슨 일 있어?”

“아무 일도 없습니다.” 류미옥은 냉랭하게 대답했다.

“그래? 그럼 좀 진정해. 너는 원래 침착한 경찰이었잖아.” 반장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류미옥은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속에서는 무언가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통제력을 잃고 싶은 욕망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저녁 무렵, 진몽요는 학교 근처 길을 걷고 있었다. 담배를 피운 후에도 그 자극이 가시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강렬해졌다. 그때, 맞은편에서 한 여성이 걸어왔다. 염색한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렸다. 바로 류미옥이었다.

두 사람은 동시에 걸음을 멈췄다. 눈이 마주쳤다. 류미옥의 눈에는 전에 없던 무언가가 있었다. 진몽요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서로를 살폈다. 상대방의 변화를 감지했다.

“또 보네.” 류미옥이 먼저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낮고 거칠었다.

“응.” 진몽요는 짧게 대답했다. 가슴속에서 알 수 없는 떨림이 일었다. 두 사람 사이에 미묘한 공명이 흐르는 듯했다. 그것은 위험한 것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그것을 거부할 수 없었다.

류미옥이 담배를 꺼냈다. “한 대 할래?”

진몽요는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손이 담배를 받아들었다. 태양이 지고 있었다. 어둠이 그들을 감싸기 시작했다.

검은 스타킹의 유혹

검은 스타킹이 허벅지를 감싸는 감촉이 익숙해졌다. 진몽요는 거울 앞에 서서 하이힐을 신은 발을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한 달 전만 해도 무슨 죄책감에 시달렸는지, 지금은 아무 느낌도 없다.

그녀는 바에 들어섰다. 담배 연기와 술 냄새가 뒤섞인 공기가 폐 속으로 파고들었다. 예전에는 코를 찌르는 역겨운 냄새였지만, 지금은 오히려 편안함을 준다. 조명이 어둡고 음악이 귀를 때렸다.

진몽요는 바닥에 내려와 춤을 추기 시작했다. 허리를 흔들고 팔을 들어 올리며 몸을 음악에 맡겼다. 검은 스타킹이 다리를 따라 반짝이고 하이힐이 쿵쿵 소리를 냈다. 남자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꽂혔다. 그녀는 그 시선을 즐겼다. 한때는 부끄럽고 무서웠지만, 이제는 힘이 느껴진다.

누군가가 다가와 엉덩이를 스쳤다. 진몽요는 고개를 돌려 그 남자를 보았다. 넥타이를 맨 중년 사업가였다. 그녀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손을 내밀자 그녀는 그 손을 잡고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

"예쁘시네요."

"고마워요."

그녀의 목소리는 예전 같지 않았다. 부드럽고 달콤했지만 그 안에 어떤 경계도 없었다.

---

류미옥은 경찰서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았다. 금발로 염색한 머리가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졌다. 그녀는 경찰복 상의 단추를 세 개나 풀고 속에 검은 레이스 브라를 드러냈다. 치마는 더 짧게 줄였다. 원래는 말도 안 되는 복장이었지만, 지금은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그녀는 나이트클럽에 도착했다. 신고가 들어온 마약 거래 현장이었다. 동료들은 뒤에서 대기하고 있었고, 류미옥은 먼저 들어가 정황을 파악하기로 했다.

그녀는 클럽 안으로 들어섰다. 조명이 번쩍이고 음악이 심장을 울렸다. 그녀는 용의자를 찾았다. 구석 테이블에 앉아 있는 남자, 가죽 자켓을 입고 손가락에 반지를 낀. 그녀는 천천히 걸어갔다. 엉덩이를 흔들며, 하이힐 소리를 리듬에 맞춰 냈다.

"저기요, 혼자예요?"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눈이 그녀의 몸을 훑었다. 그가 웃었다.

"경찰 아가씨가 무슨 일이야?"

"그냥 친해지고 싶어서."

류미옥은 그의 옆에 앉았다. 다리를 꼬고 그에게 몸을 기울였다. 그가 손을 내밀어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 그녀는 저항하지 않았다.

"그런데 여기서 뭐 하세요?"

"좀 편하게 놀고 있어."

"나도 편하게 놀고 싶어요."

그녀는 술을 한 잔 시켰다. 마시면서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권총이 허리에 닿았다. 그녀는 그것을 잊었다.

---

진몽요는 바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소주 한 병이 벌써 비었다. 그녀는 두 번째 병을 시켰다. 손가락에 담배를 끼고 연기를 뿜었다. 검은 매니큐어가 번지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옆에 앉았다. 금발 머리에 경찰복, 하지만 복장이 엉망이었다. 진몽요는 그녀를 알아보았다. 류미옥이었다. 두 사람은 예전에 한 번 만난 적이 있었다. 그때는 서로를 경계했지만 지금은 달랐다.

"야, 너 여기서 뭐 해?"

"술 마시지, 보면 모르냐?"

류미옥이 웃었다. 그 웃음에는 예전의 경직됨이 없었다. 그녀도 담배를 꺼내 물었다.

"나도 한 잔 하자."

진몽요는 술잔을 밀어주었다. 류미옥이 받아서 단숨에 비웠다. 두 사람은 눈을 마주치고 웃었다.

"요즘 왜 이렇게 변했냐?"

"너도 마찬가지잖아."

류미옥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녀는 손을 들어 바텐더를 불렀다.

"여기 소주 두 병 더."

술이 오고 두 사람은 계속 마셨다. 이야기가 점점 무거워졌다. 진몽요는 자신이 당한 일을 이야기했다. 그 주사기, 그 약물. 류미옥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서로의 타락을 확인하는 듯했다.

"이제는 괜찮아."

"그래, 괜찮아."

진몽요는 일어나서 다시 춤추러 갔다. 류미옥도 따라 나섰다. 두 사람은 바닥에서 함께 몸을 흔들었다. 음악이 점점 더 격렬해지고 조명이 그들의 몸을 비췄다. 검은 스타킹과 금발 머리가 섞였다. 남자들이 둘러싸고 손을 내밀었다.

진몽요는 손을 잡고 한 남자와 함께 춤을 추었다. 그의 손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엉덩이를 만졌다. 그녀는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가까이 붙었다.

류미옥은 다른 남자와 함께 있었다. 그가 귀에 대고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권총이 다시 생각났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밤이 깊어질수록 두 사람은 더 타락했다. 진몽요는 남자와 함께 클럽 뒷골목으로 나갔다. 류미옥도 뒤따라 나갔다. 거리에는 아무도 없었다. 담배 연기가 하늘로 올라갔다.

진몽요는 담배를 끄고 땅에 던졌다. 그녀의 눈에는 더 이상 순수함이 없었다. 타락이 그녀를 완전히 삼켰다. 류미옥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우리는 똑같다."

"그래, 똑같아."

두 사람은 함께 웃었다. 그 웃음은 밤공기 속으로 사라졌다.

문신 첫 경험

진몽요는 친구 영지의 손에 이끌려 타투숍 문 앞에 섰다.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간판 아래서 그녀의 손끝이 살짝 떨렸다. 예전 같으면 이런 곳은 상상도 못 했을 텐데, 지금은 가슴 한켠이 이상하게 설레고 있었다.

“몽아, 들어가자. 내가 아는 작가님 진짜 잘해. 아프지도 않고.” 영지가 팔짱을 끼며 재촉했다.

진몽요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담배 냄새와 소독약 냄새가 뒤섞인 공기가 코를 찔렀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문을 열었다.

좁은 가게 안에는 형형색색의 문신 도안들이 벽을 가득 메웠고, 한 남자가 기계를 들고 손님의 팔에 무언가를 그리고 있었다. 그 남자가 고개를 들어 그들을 보았다.

“어, 영지 왔네.” 그가 인사했다.

“작가님, 제 친구 소개시켜 주려고요. 여기 처음인데 예쁜 거 하나 해주세요.”

타투 작가는 진몽요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빙긋 웃었다. “첫 문신이야? 어떤 디자인 원해?”

진몽요는 잠시 망설였다. 그러다 문득 머릿속에 떠오른 것이 있었다. “장미… 쇄골에 장미를 새기고 싶어요.”

“좋아. 여기 누워봐.”

그녀가 의자에 등을 기대자 작가는 소독약을 묻힌 천으로 그녀의 쇄골 부위를 닦았다. 차가운 감촉에 그녀의 몸이 움찔했다.

“처음이라 좀 아플 거야. 긴장 풀고.”

기계가 윙윙거리는 소리와 함께 바늘이 살갗을 파고들었다. 진몽요는 눈을 질끈 감았다. 따가운 통증이 전해졌지만, 이상하게도 그 아픔이 그녀를 더 선명하게 깨어 있게 만들었다. 한참 후, 작가가 거울을 건네며 말했다.

“다 됐어.”

거울 속에서 붉은 장미 한 송이가 쇄골 위에 피어 있었다. 진몽요는 손가락 끝으로 살며시 만져보았다. 만질 수 없는 아픔과 함께 무언가가 그녀 안에서 조용히 무너져 내리는 듯했다.

그 순간, 그녀의 눈앞에 이밍의 얼굴이 스쳤다. 그가 “너 왜 그러는 거야?”라며 걱정하던 표정이 떠올랐고, 그 생각에 그녀는 목덜미가 간질간질해졌다. 담배, 술, 그리고 이제 문신까지. 이밍이 알면 분명 화낼 거야.

“이뻐? 몽아?” 영지가 다가와 물었다.

“응, 맘에 들어.” 진몽요가 씁쓸하게 웃었다.

같은 시각, 다른 타투숍에서 류미옥이 상의를 벗고 엎드려 있었다. 그녀의 등은 아직 맨살이었지만, 곧 거대한 봉황 한 마리가 날개를 펼칠 예정이었다.

“선배님, 진짜 할 거예요?” 타투 작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응, 해.” 류미옥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바늘이 등 위를 따라 길게 그어 내려갔다. 그녀는 이가 악물고 통증을 견뎠다. 차가운 땀이 이마를 타고 흘렀지만, 그녀는 울지 않았다. 대신 그 아픔을 음미하듯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몇 시간 후, 작업이 끝났다. 그녀가 일어나 거울을 보자 등 전체를 덮은 화려한 봉황이 눈에 들어왔다. 검은 선과 붉은 색이 뒤섞여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귀도 뚫어주세요.” 그녀가 건넨 말에 작가가 놀랐다.

“귀? 피어싱이요?”

“네.”

그녀는 의자에 앉아 총을 쏘듯 찌르는 소리를 들으며 귀에 구멍이 뚫리는 순간을 견뎠다. 아팠다. 하지만 그 아픔이 그녀를 더 자유롭게 만드는 듯했다. 정직한 경찰로서의 삶은 이미 그녀에게서 사라졌다.

류미옥이 피어싱을 한 귀를 만지작거리며 거울 속 자신을 응시했다. 그제야 그녀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완벽해.”

며칠 후, 진몽요는 학교 근처 카페에서 이밍과 마주 앉았다. 그의 표정은 어두웠다. 그는 그녀의 목선을 흘낏 보며 말을 꺼냈다.

“몽아, 너… 목에 뭐 새겼어?”

진몽요는 손으로 쇄골을 가렸지만 이미 늦었다. “응, 문신.”

“왜… 왜 그런 걸 한 거야?” 이밍의 목소리가 떨렸다.

“내 몸인데 내 맘대로 못 해?” 진몽요가 차갑게 대꾸했다.

“너 예전엔 문신이라면 싫어했잖아! 왜 변한 거야? 요즘 너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야? 담배도 피우고, 술도 마시고…” 이밍이 손을 내저었다.

“변한 게 아니라 진짜 나를 찾은 거야.” 진몽요가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몽아, 제발 정신 차려. 이건 네가 아니야. 무슨 약에라도 취한 거 아니야?”

“약? 나 괜찮아. 오히려 깨어 있어. 너처럼 껍데기 속에 갇혀 살지 않아.”

이밍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는 그녀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진몽요는 뿌리쳤다.

“나 더 이상 예전의 나 아니야. 너도 그걸 받아들여야 해.”

“몽아, 제발…”

“그만.” 진몽요가 일어나며 찬 음료를 집어 들었다. “우리 끝이야, 이밍. 너 같은 착한 사람한테 나는 어울리지 않아.”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카페 문을 나섰다. 밖은 이미 어두워지고 있었다. 그녀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연기 속에서 그녀의 눈빛은 텅 빈 채 허공을 응시했다.

그날 밤, 진몽요는 자신의 아파트 욕실 거울 앞에 섰다. 쇄골의 장미 문신이 거울 속에서 붉게 빛났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살며시 만지며 중얼거렸다.

“이제 돌아갈 수 없어… 돌아가고 싶지도 않아.”

그녀는 옆에 놓인 소주병을 집어 들었다. 처음엔 쓰고 텁텁했지만, 이제는 익숙해졌다. 그녀는 병째로 들이켜며 씁쓸하게 웃었다. 착하고 예쁘던 대학생 진몽요는 이미 사라졌다. 이제 남은 것은 텅 빈 껍데기뿐이었다.

피어싱의 고통

진몽요는 피어싱 가게의 의자에 등을 기댔다. 은색 바늘이 혀를 찌를 때 그녀는 비명 대신 낮은 신음을 흘렸다. 피가 입안에서 번지며 쇠 맛이 혀끝을 스쳤다. 전문가가 금속 링을 조심스럽게 끼우자 그녀는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더 아프게 해줘.” 그녀가 중얼거렸다. 목소리는 피 때문에 약간 쉰 듯했다.

두 번째 구멍은 배꼽 위였다. 바늘이 살갗을 뚫고 들어갈 때 그녀는 전율을 느꼈다. 고통이 아니라 쾌감이었다. 이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감각. 은색 링이 배꼽을 감싸며 반짝였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링을 만지며 또다시 미소를 지었다. “더 가져와.”

류미옥은 옆방에 있었다. 그녀는 셔츠를 벗고 가슴을 드러냈다. 피어싱 전문가가 마킹펜으로 위치를 표시했다. 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쉬며 눈을 감았다. 바늘이 가슴 살을 관통할 때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고통이었지만 동시에 무언가 끊어지는 느낌이었다. 예전의 그 규칙에 묶인 여경찰이 사라지는 기분.

금속 링이 피어싱된 자리에 끼워졌다. 류미옥은 거울을 바라보며 두 개의 링이 번쩍이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링을 살짝 잡아당겼다. 살이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왔지만 그녀는 웃음을 터뜨렸다. “자유롭다.”

그녀는 진몽요 쪽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둘 다 새로 얻은 상처를 자랑스러워했다.

가게 구석에는 조직원 두 명이 서 있었다. 한 명은 손에 작은 노트를 들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진몽요 혀 피어싱 완료, 배꼽 피어싱 완료. 류미옥 가슴 피어싱 완료, 두 개.” 기록원이 중얼거렸다. “타락 진도 70%.”

“좋아.” 다른 조직원이 대답했다. “보스가 만족하실 거야.”

진몽요가 그들의 말을 듣고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며 담배를 꺼내 물었다. 성냥을 긋고 깊게 빨아들였다. 연기가 입안에서 링을 스치며 나왔다. “뭐 보고 있어?” 그녀가 물었다.

조직원은 미소를 지었다. “널 보고 있어.” 그가 대답했다. “네 타락이 아름다워.”

진몽요는 웃으며 담배 연기를 그의 얼굴에 내뿜었다. “그럼 계속 봐.”

류미옥이 다가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이제 우리는 진짜야.” 그녀가 말했다. “더 이상 가짜는 없어.”

진몽요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두 사람은 금속 링이 반짝이는 손을 마주잡았다. 그들의 눈에는 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조직원들은 계속 기록을 썼다.

“피어싱 완료. 다음 단계 준비.” 기록원이 속삭였다. “문신과 약물 주사.”

진몽요는 그 말을 듣고 심장이 뛰었다. 두려움이 아니라 기대였다. 그녀는 혀로 링을 굴리며 맛을 보았다. 피와 담배와 자유의 맛.

“더 줘.” 그녀가 말했다.

검은 스타킹의 밤

진몽요는 검은 스타킹이 감싼 다리를 교차하며 클럽의 어두운 구석에 기대어 섰다. 짧은 치마 아래로 드러난 허벅지가 네온사인 번쩍임에 따라 은은하게 빛났다. 손가락 사이에 낀 담배에서 연기가 피어올랐고, 그녀는 천천히 연기를 내뿜으며 눈앞의 남자들을 훑었다.

"처음 보는데?" 한 남자가 다가와 어깨에 손을 얹었다.

진몽요는 입가에 싱긋 웃음을 띠며 대답했다. "오늘 처음이야. 재미있는 사람 찾고 있어."

남자는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나랑 재미 좀 볼래?"

"왜 안 돼?" 그녀는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 그의 품에 몸을 맡겼다.

춤추는 인파 속에서 다른 남자들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진몽요는 한 남자의 넥타이를 잡아당기며 그의 귀에 속삭였다. "여기선 너무 답답해. 다른 데 갈래?"

그녀는 손목시계를 보았다. 새벽 2시. 아직 시간은 충분했다.

류미옥은 지하 파티장 입구에서 잠시 멈춰 섰다. 같은 검은 스타킹, 같은 짧은 치마. 하지만 그녀의 다리는 더 굵고 단단했다. 과거의 그녀라면 이런 장소에 발을 들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미옥 씨, 여기야!" 낯선 남자가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걸어갔다. 음악이 귀청을 찢을 듯 울렸고, 베이스가 가슴을 울렸다. 남자가 그녀의 손을 잡아 춤추는 인파 속으로 끌어들였다.

"춤출 줄 알아?" 남자가 물었다.

"아니, 하지만 배우면 되지." 류미옥은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남자가 그녀의 허리를 잡았다. "잘하는데?"

"원래 못하는 게 뭐 있나." 그녀는 그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비웃었다.

몇 곡이 지나자 두 사람은 파티장 구석으로 물러났다. 류미옥은 벽에 기대어 담배에 불을 붙였다. 남자가 그녀의 손에서 담배를 빼앗아 한 모금 빨았다.

"이쁘다." 남자가 중얼거렸다.

"고마워." 그녀는 시니컬하게 웃었다.

그때, 진몽요가 구석에 나타났다. 그녀의 검은 스타킹은 이미 몇 군데 찢어져 있었고, 립스틱도 번져 있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몽요야." 류미옥이 담배 연기 사이로 말했다.

"미옥 언니." 진몽요가 비틀거리며 다가왔다. "재미있니?"

"당연하지. 처음 느껴보는 자유야." 류미옥이 담배를 그녀에게 건넸다.

진몽요는 담배를 받아 깊이 들이마셨다. "나도 그래. 원래는 이런 게 싫었는데, 이제 보니 그게 다 가식이었어."

두 사람은 서로의 변화된 모습을 바라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웃음은 점점 커져서 주변 사람들이 돌아볼 정도였다.

"우리, 진짜로 미쳐볼까?" 진몽요가 속삭였다.

류미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완전히 방종하는 거야. 더 이상 원래의 우리로 돌아가지 말자."

그녀는 손에 든 술잔을 단숨에 비웠다. 진몽요도 따라 마셨다.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진몽요가 물었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류미옥이 대답했다.

두 사람은 손을 잡고 다시 춤추는 인파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검은 스타킹이 감싼 네 개의 다리가 어둠 속에서 번쩍였다. 주변의 남성들이 그들을 향해 다가왔다.

이 밤은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