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황 타락록

站点:NovelAI.one内容:前8章在线试读ID:320fcb8d更新:2026-06-14 09:30
봉청요는 신황전의 가장 높은 층계에 서 있었다. 발아래로 펼쳐진 만계의 산하가 어렴풋이 안개 속에 잠겨 있었다. 그녀는 두 팔을 벽에 기대고 이마를 차가운 옥석에 밀착시킨 채 오랜 시간 동안 그 자세를 유지했다. 시녀들은 감히 다가오지 못하고 멀찍이서 엎드려 숨소리조차 죽였다. “물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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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의 고독

봉청요는 신황전의 가장 높은 층계에 서 있었다. 발아래로 펼쳐진 만계의 산하가 어렴풋이 안개 속에 잠겨 있었다. 그녀는 두 팔을 벽에 기대고 이마를 차가운 옥석에 밀착시킨 채 오랜 시간 동안 그 자세를 유지했다. 시녀들은 감히 다가오지 못하고 멀찍이서 엎드려 숨소리조차 죽였다.

“물러나라.”

그녀의 목소리는 깊은 우물에서 울려 퍼지는 메아리처럼 텅 비어 있었다. 시녀들이 쥐 죽은 듯 사라지자, 홀에는 그녀 혼자 남았다.

천 년. 정확히 말하면 천삼백 년이었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진정한 상대와 맞서 싸운 지.

그때는 아직 젊고 혈기 왕성했으며, 칼자루를 쥔 손이 떨릴 정도로 흥분했었다. 상대의 피가 얼굴에 튀었고, 그 따뜻함과 짠내가 그녀를 살아있게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녀의 손은 더 이상 칼을 들지 않았다. 단 한 번의 눈빛, 한 번의 손짓으로도 천하가 진동했다. 적들은 그녀의 그림자조차 보기도 전에 무릎을 꿇었다.

재미없어.

그녀는 천천히 몸을 돌려 대전 중앙의 용좌를 바라보았다. 황금빛 보좌는 찬란하게 빛나지만 그녀의 눈에는 무덤처럼 싸늘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걸어가 앉았다. 등받이에 기대자 온몸의 뼈마디가 나른해지는 듯했다. 이 자리는 그녀가 가장 오래 머문 곳이지만, 동시에 가장 갇혀 있다고 느끼는 곳이기도 했다. 그녀는 손을 들어 허공을 움켜쥐었다. 주먹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게 무적이라는 거야?”

그녀는 낮고 쓴웃음을 지었다. 무적은 두려움이 아닌, 두려움이 사라진 공허함이었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고, 더 이상 바랄 것도 없는 상태. 그녀는 모든 것을 가졌지만, 그 모든 것이 그녀를 질리게 만들었다.

그날 밤, 그녀는 시녀도 호위도 데리지 않고 홀로 신황전을 나섰다. 공중을 날아 수천 리를 넘어 동영의 국경 안으로 들어섰다. 그녀는 신분을 숨기고 평범한 무사 차림을 했다. 오래된 검은색 두루마기에 얼굴을 반쯤 가린 삿갓을 썼다.

동영의 수도는 밤에도 여전히 번화했다. 붉은 등불과 푸른 술집이 늘어서 있고, 곳곳에서 술 취한 객들의 웃음소리와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봉청요는 인파 속을 걸으며 어깨를 스치는 행인들을 느꼈다. 그녀와 부딪힌 사람들은 그녀의 기척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 마치 그녀가 유령인 것처럼.

그녀는 좁은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점점 어두워지고 인적도 드물어졌다. 발밑의 돌길에는 이끼가 끼어 있고, 벽에는 켜지지 않은 등이 걸려 있었다.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저만치를 바라보았다.

골목 끝에 간판 하나가 걸려 있었다.

간판은 낡고 삐뚤어져 있었으며, 그 위에는 가느다란 실크처럼 보이는 무언가와 함께 쇠사슬이 뒤엉킨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그림 아래에는 네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패자의 관.’

봉청요의 눈동자가 살짝 움직였다.

패자. 이 두 글자는 그녀에게 너무나 생소했다. 그녀는 태어나서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왜 이 간판 앞에 서 있는 걸까? 그녀는 자신에게 물었다. 대답은 없었다. 그저 가슴 한복판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리며, 마치 오래도록 잠들어 있던 짐승이 막 깨어나려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손을 들어 문을 밀었다.

문은 삐걱거리며 열렸고, 안에서는 희미한 등불과 함께 달콤한 향기가 풍겨 나왔다. 그 향기는 마치 어떤 꽃과도 같았고, 또 어떤 약초와도 같았다. 그녀가 발을 들여놓자, 뒤에서 문이 저절로 닫혔다. 주위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바깥 세상의 소리가 완전히 차단된 듯했다.

“어서 오십시오.”

여자의 목소리가 안쪽에서 들려왔다. 부드럽고 느릿느릿하며, 마치 비단이 살갗을 스치는 듯했다. 봉청요는 고개를 들어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어둠 속에서 한 여인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녀는 짙은 자주색 장포를 입고 있었고, 맨발이었으며, 발목에는 가느다란 은사슬이 감겨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등불 아래서 우아하고 온화해 보였지만, 눈빛은 무언가를 감추고 있는 듯 깊었다.

“처음 오셨군요.”

여인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 미소는 봉청요에게 어딘가 불편한 느낌을 주었다. 마치 자신이 이미 포위된 사냥감이 된 것처럼.

“이곳은 무엇을 하는 곳이오?”

봉청요가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냉담했다.

“이곳은… 패자들이 오는 곳입니다.”

여인이 대답했다. 그녀는 손을 내밀어 옆에 있는 나무 선반을 가리켰다. 선반에는 여러 가지 물건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실크, 쇠사슬, 가죽 채찍, 그리고 봉청요가 본 적 없는 온갖 기이한 도구들.

“스스로 패자가 되고 싶은 분, 혹은… 패배의 맛을 보고 싶은 분.”

여인의 말에 봉청요의 심장이 갑자기 세게 뛰었다. 그건 두려움이 아니었다. 오히려… 기대였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입가를 살짝 올렸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흥, 재미있군.”

그녀가 낮게 말했다. 여인은 그녀의 반응을 보며 더욱 깊이 미소 지었다.

“이름은 어떻게 부르시나요?”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그렇군요. 그럼… 편하게 부르실 이름을 하나 드리죠.”

여인이 다가와 봉청요의 귀에 속삭였다. 그녀의 입김이 귓가를 스치자, 봉청요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것은 경계심이 아니라, 오랜만에 느끼는 낯선 감각이었다.

“오늘부터 당신은 ‘무명’이에요.”

여인이 말했다. 그리고 그녀는 뒤로 물러서서 손을 들어 안쪽의 휘장을 가리켰다.

“안으로 들어가시겠어요?”

봉청요는 잠시 망설였다. 그녀는 이 자리에서 등을 돌리고, 신황전으로 돌아가 다시 무적의 여제로 군림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발은 이미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휘장을 지나자 더 좁은 방이 나타났다. 방 안에는 커다란 나무틀이 놓여 있었고, 그 위에는 흰색의 얇은 천이 펼쳐져 있었다. 천은 매끄럽고 광택이 났으며, 마치 어떤 신비로운 힘을 지닌 것처럼 보였다.

“이건…?”

“발실크예요.”

여인이 대답했다. 그녀는 손을 뻗어 그 천을 살며시 쓰다듬었다.

“가장 섬세한 누에고치에서 뽑아낸 명주실로 만든 거죠. 여기에 발을 대면, 어떤 감각이 느껴질지 궁금하지 않나요?”

봉청요는 그 천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어떤 욕망이 꿈틀거렸다. 그녀는 자신이 왜 여기까지 왔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녀가 이 천을 밟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첫 방문

봉청요는 어둑한 복도를 지나 무거운 나무문 앞에 섰다. 문 틈새로 흘러나오는 은은한 황금빛과 기이한 향이 그녀의 발길을 잡아당겼다. 평소라면 결코 발을 들이지 않았을 곳이었다. 만계를 통솔하는 여제로서 그녀에게 금지된 구역이란 없었지만, 이런 은밀한 장소는 그녀의 위엄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오늘은 달랐다. 허공에 가득 찬 공허함이 그녀를 여기로 밀어 넣었다. 싸움에 싸움을 거듭하며 얻은 무적의 지위는 이제 더 이상 즐거움을 주지 못했다. 적이 없으니 승리도 무의미했다. 그녀는 모른 척하며 손잡이를 돌렸다.

문이 열리자 방 안의 풍경이 드러났다. 널찍한 홀은 붉은 비단과 어두운 나무로 장식되어 있었고, 곳곳에 흩어진 촛불이 은은하게 반짝였다. 공기 중에는 알 수 없는 꽃향기가 감돌았는데, 달콤하면서도 머리를 멍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봉청요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지만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어서 오십시오, 신황 폐하."

부드럽고 맑은 목소리가 암전 같은 공간에 울려 퍼졌다. 봉청요는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을 찾았다. 어둠 속에서 한 여인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녀는 옅은 청색 장포를 입고 있었고, 얼굴에는 온화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 미소 아래에는 날카로운 칼날 같은 냉기가 숨어 있었다.

"동영의 지배자, 릉뢰인가."

"정확히 아셨습니다."

릉뢰는 우아하게 한쪽 무릎을 꿇고 인사했다. 그 움직임은 마치 바람에 흔들리는 버들가지처럼 자연스러웠다.

"이곳이 어떤 곳인지 아십니까, 폐하?"

"들었다. 패배를 체험하는 곳이라고."

봉청요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비꼼이 섞여 있었다. 그녀는 생각했다. 패배라니. 만계를 통틀어 누가 감히 그녀에게 패배를 안겨줄 수 있을까?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렸다. 바로 그런 이유로 그녀는 여기 서 있었다.

릉뢰는 부드럽게 웃으며 손을 내밀어 방 안쪽을 가리켰다.

"이곳은 단순한 체험관이 아닙니다. 폐하께서 진정으로 원하시는 것을 찾을 수 있는 장소입니다. 저희는... 특별한 방식을 제공합니다. 상대와 패배 방식을 직접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무슨 뜻이지?"

봉청요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그녀는 자신을 얕보는 말투를 용납하지 않았다. 그러나 릉뢰는 흔들림 없이 계속했다.

"폐하께서 직접 상대를 고르시고, 어떤 식으로 패배를 맞이하실지 결정하시는 겁니다. 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규칙에 따라 움직입니다. 폐하께서 원하시는 대로... 아니면 원하지 않으셨던 방식으로도요."

봉청요는 잠시 침묵했다. 공허함이 다시 밀려왔다. 그리고 그 공허함을 채울 무언가에 대한 갈망이 솟아올랐다.

"상대는 누구인가?"

"현재 저희가 모신 분들은 모두 만계의 강자들입니다. 고려의 여제 명주 폐하, 서방 신교의 여황 앨리시아 폐하... 그리고 저도 있습니다."

릉뢰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그 미소 속에는 자신감과 음모가 섞여 있었다.

"폐하께서 저를 상대로 선택하신다면, '발실크 패배'라는 방식을 제안해 드리고 싶습니다."

"발실크?"

봉청요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그녀는 그 단어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릉뢰는 설명을 덧붙이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조용히 기다렸다. 마치 봉청요가 스스로 결정을 내리길 기다리는 것처럼.

그리고 봉청요는 결정했다.

"좋다. 너를 상대로 하겠다. 그리고 '발실크 패배'라는 것을 내게 보여 줘라."

릉뢰의 눈빛이 깊은 어둠 속에서 빛났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우아하게 고개를 숙였다.

"명령대로, 신황 폐하."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공손했지만, 그 안에 숨겨진 승리의 기쁨을 봉청요는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발을 들인 이상 물러설 수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아직 알지 못했다.

방문이 천천히 닫혔다. 촛불이 흔들리며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흰 면 발주머니의 첫 굴욕

대전장의 먼지가 가라앉기 시작했다. 봉청요는 무릎을 꿇고 숨을 헐떡이며, 일부러 기운을 억제한 탓에 온몸의 경락이 욱신거렸다. 릉뢰의 유술이 허리에 감긴 순간, 그녀는 일부러 반 박자 늦게 반응했다. 앨리시아가 우아하게 손뼉을 쳤다.

"신황 폐하, 오늘은 몸이 좀 불편하신 모양이군요."

릉뢰가 천천히 걸어왔다. 비단 신발이 대리석 바닥에 닿아 가벼운 소리를 냈다. 그녀는 봉청요 앞에 멈춰 서서, 손가락으로 턱을 살짝 들어 올렸다.

"눈을 똑바로 뜨고 봐라."

봉청요는 이를 악물었다. 여제의 위엄이 뼛속 깊이 박혀 있었지만, 몸은 이미 복종의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릉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명주가 옆에서 낮고 음흉한 웃음을 흘렸다. "동영 여황께서 귀한 손님을 위해 무언가 특별한 준비를 하셨다지?"

릉뢰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천천히 신발을 벗기 시작했다. 흰 비단 장갑을 낀 손이 매끄러운 신발 뒤꿈치를 잡고, 천천히 벗어내자 가느다란 발등이 드러났다. 두 번째 신발이 벗겨지자, 흰 면 발주머니에 싸인 두 발이 완전히 드러났다. 면 소재가 발의 곡선을 따라 감싸며, 발가락 부분에 살짝 땀이 밴 자국이 보였다.

"냄새를 맡아라."

릉뢰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거역할 수 없는 위엄이 담겨 있었다. 그녀가 오른발을 들어 봉청요의 얼굴 바로 앞에 가져다 댔다. 흰 면 발주머니의 질감이 코끝에 닿을 듯 말 듯 했다. 봉청요의 어깨가 떨렸다.

"싫은가?" 릉뢰가 웃으며 다정한 척 물었다.

봉청요는 입술을 깨물었다. 여제로서의 자존심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동시에 알 수 없는 기대감이 심장을 간질였다.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코가 흰 면 발주머니에 살짝 닿았다. 따뜻한 체온과 은은한 땀 냄새가 섞인 독특한 향기가 코를 찔렀다.

"더 가까이."

릉뢰의 발이 조금 더 다가왔다. 이제 면 소재가 콧등을 완전히 덮었다. 봉청요가 숨을 들이쉬었다. 발 냄새와 세탁 비누 향이 뒤섞여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처음에는 역겨움이 밀려왔지만, 이상하게도 그 굴욕감이 가슴 한가운데를 뜨겁게 달궜다.

"좋아. 더 깊이 들이마셔."

명주가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했다. 봉청요가 순종했다. 숨을 깊이 들이쉴 때마다 그 특유의 향이 폐 깊숙이 스며들었다. 그녀의 입술이 떨렸다. 굴욕과 쾌락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앨리시아가 우아하게 걸어와 봉청요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신황 폐하도 결국 한낱 인간일 뿐이군요."

봉청요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계속 숨을 들이쉬고 내쉬었다. 흰 면 발주머니의 향이 점점 더 선명해졌다. 처음에는 달콤했다가 나중에는 매콤한,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완전히 중독되는 그 느낌. 그녀의 손가락이 무의식적으로 땅을 긁었다. 무릎이 떨렸다.

"오늘은 이쯤 하지."

릉뢰가 발을 거두었다. 봉청요의 코끝에 남은 온기가 아쉬웠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가녀린 한숨을 내쉬었다. 명주가 그것을 보았다. 그리고 음흉하게 웃었다.

"신황 폐하, 맛이 어떠셨습니까?"

봉청요는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녀가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을 때, 앨리시아가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다음에는 동영 여황 폐하의 흰 면 발주머니를 직접 핥아드리는 영광을 누리실 수도 있겠군요."

봉청요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거부해야 한다는 생각과 기대감이 동시에 뇌리를 스쳤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릉뢰가 신발을 신으며 말했다. "오늘은 여기까지다. 명주, 앨리시아, 우리 가자."

세 여황이 떠날 준비를 했다. 봉청요는 무릎을 꿇은 채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문이 닫히고, 대전장은 다시 고요해졌다. 그녀는 천천히 일어섰다. 다리에 힘이 풀려 비틀거렸다. 손으로 입을 가렸다. 아직도 코끝에 그 향기가 맴돌았다.

여제의 위엄은 이미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알 수 없는 충동에 휩싸여, 천천히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갔다. 그리고 핥았다.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뺨은 불타올랐다.

"내가... 미쳐가고 있나?"

혼잣말이 허공에 스러졌다. 그녀는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반신이 저릿했다. 이 이질적인 쾌감이 두렵기도 하고, 또 자꾸만 갈망되었다.

봉청요는 걸음을 옮겼다. 발걸음 하나하나가 무거웠다.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다음 번에 릉뢰가 다시 부르면, 아마 더 깊은 굴욕을 받아들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리고 그 생각에 그녀는 두려움과 함께 이상한 흥분을 느끼고 있었다.

발주머니 아래의 타락

체험관 안은 어둡고 축축했다. 희미한 불빛이 천장에 걸린 비단 천을 비추고 있었고, 벽면에는 정교한 그림자들이 드리워져 있었다. 봉청요는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고, 두 팔은 등 뒤로 결박되어 있었다. 실크 끈이 피부를 파고들며 따가운 통증을 주었다. 그녀는 숨을 고르려고 애썼지만, 가슴은 이미 거세게 뛰고 있었다.

릉뢰가 천천히 걸어왔다. 그녀의 손에는 하얀 면 발주머니가 들려 있었다. 발주머니는 부드럽게 흔들렸고, 표면에는 군데군데 눌린 자국과 약간의 땀 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녀는 우아한 미소를 지으며 발주머니를 봉청요의 얼굴 앞으로 가져갔다.

“신황 폐하, 이게 무슨 냄새인지 아십니까?”

봉청요는 고개를 돌리려 했지만, 릉뢰가 손을 뻗어 그녀의 턱을 잡았다. 그 손가락은 차갑고 힘이 들어 있었고, 봉청요는 얼굴을 돌릴 수 없었다. 릉뢰가 발주머니를 그녀의 코와 입에 대자, 시큼하고 짭짤한 땀 냄새가 확 밀려들었다. 봉청요는 본능적으로 숨을 참았지만, 릉뢰가 발주머니를 더 세게 밀어붙였다.

“숨 쉬세요, 폐하. 이게 당신이 원하는 거 아니었습니까?”

봉청요의 눈이 커졌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발주머니는 얼굴에 착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땀 냄새는 점점 더 진해졌고, 그 속에서 묘한 쾌감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녀의 폐가 타는 듯했고, 결국 숨을 들이마시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순간, 땀 냄새가 그녀의 뇌리를 가득 채웠다. 어떤 경고음이 머릿속에서 울렸지만, 그 소리는 점점 약해졌다.

명주가 뒤에서 다가왔다. 그녀는 짧은 살색 스타킹을 신은 발을 땅에 질질 끌며 걸어왔고, 발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봉청요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겨 뒤로 젖혔고, 봉청요의 목이 길게 드러났다.

“이게 신황의 자세인가요? 발주머니 하나에 이렇게 무너지다니.”

명주의 목소리는 차가웠고, 손가락이 봉청요의 목을 스치며 식은땀을 닦아냈다. 봉청요는 떨었지만, 몸은 이미 반응하고 있었다. 그녀의 무릎이 바닥에 닿았고, 발가락이 긴장하며 구부러졌다.

앨리시아가 방 구석에서 천천히 걸어나왔다. 그녀의 살색 팬티스타킹은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고, 발뒤꿈치가 바닥을 가볍게 두드렸다. 그녀는 봉청요 앞에 멈춰 섰고, 높은 굽 신발이 봉청요의 시야에 들어왔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하지만 폐하께서 마음을 열 준비가 되셨다면, 언제든지 저희를 찾아오십시오.”

앨리시아가 몸을 굽혀 발주머니를 가볍게 벗겼다. 봉청요는 숨을 헐떡이며 공기를 들이켰지만, 입안에는 여전히 그 땀 냄새가 남아 있었다. 그녀는 얼굴이 붉어졌고,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그녀는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다시 바닥에 주저앉았다.

명주가 비웃음을 흘렸다. “다음에는 더 강한 걸로 준비하지.”

릉뢰가 손을 내밀어 봉청요의 손목을 풀어주었다. 결박이 풀리자, 봉청요는 마치 무언가를 잃은 듯한 공허함을 느꼈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숙였다. 부끄러움과 함께, 묘한 기대감이 마음속에서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녀가 체험관을 나설 때, 발소리는 무거웠다. 그러나 그녀의 눈동자 속에는 알 수 없는 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재방문

봉청요는 신황전의 용좌에 앉아 있었다. 하늘을 찌를 듯한 대들보와 찬란한 금빛 장식들이 그녀를 둘러싸고 있었지만, 그 모든 것이 어쩐지 낯설게만 느껴졌다. 손에는 어느 지방에서 올린 주문서가 들려 있었지만, 눈은 글자를 따라 움직이지 않았다. 머릿속에는 자꾸만 그곳이 떠올랐다. 어둡고 은밀한 골목 안, 희미한 등불이 비치는 그 작은 가게. 그리고 그곳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

“폐하, 오늘 아침 조회를……” 내시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아뢰었지만, 그녀는 손을 들어 막았다.

“오늘은 모두 물러나라.”

봉청요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냉철했지만, 그 안엔 어딘가 무심한 기운이 섞여 있었다. 내시는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물러났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 신황전 앞에는 끝없이 펼쳐진 구름이 발아래를 뒤덮고 있었다. 만계를 통솔하는 여제, 무적의 신황. 그 이름만으로도 만인이 떠는 존재. 하지만 그녀의 가슴 한구석은 항상 공허했다. 너무 오래, 너무 높은 곳에 홀로 서 있었기에.

어느 순간부터인가 그 공허함이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본 그 여자들. 발실크, 살색 스타킹, 그리고 그들의 발에 짓밟히는 굴욕감. 처음에는 역겨움과 분노가 치밀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기억은 이상하게도 자꾸만 뇌리를 맴돌았다. 고려 여제 명주의 날카로운 발끝. 서방 신교 여황 앨리시아의 우아한 동작. 그리고 동영 여황 릉뢰의 온화한 미소 뒤에 감춰진 냉혹함.

그 기억들은 마치 마약처럼 그녀를 유혹했다.

며칠이 지났다. 봉청요는 신황전에서 나오지 않고 정사에 집중하려 했지만, 손에 잡히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신하들이 보고하는 말들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밤이 되면 유난히도 그 생각이 더 선명해졌다. 베개에 얼굴을 묻고 발가락에 힘을 주며 떠오르는 기억을 억누르려 했지만, 몸은 그걸 원하고 있었다.

“또…… 그곳으로 가고 싶어.”

어느 날 밤, 봉청요는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은밀히 궁성을 빠져나갔다. 하늘은 어둡고 별빛만이 희미하게 비쳤다. 이전에 왔던 그 골목을 지나, 다시 보게 된 그 가게. 목재로 만든 간판은 초라했지만 안에는 이미 기다리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오셨군요, 신황 폐하.”

동영 여황 릉뢰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문을 열어주었다. 그 따뜻한 환대 속에는 어쩐지 뭔가 음흉한 웃음이 섞여 있었다.

“오늘은 어떤 체험을 원하십니까?”

봉청요는 잠시 망설였다. 지난번 앨리시아와의 체험은 그녀의 자존심을 완전히 산산조각내 놓았다. 하지만 그 후유증이 오히려 더 큰 유혹이 되었다. 어떤 굴욕을 당해도 이제는 그것을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 오히려 그 굴욕이 필요했다.

“고려 여제 명주를…… 원한다.”

릉뢰의 눈빛이 반짝였다.

“아, 명주를 선택하셨군요. 그렇다면 ‘짧은 살색 스타킹 패배’ 모드가 적합하겠네요. 지난번의 기억을 바탕으로 더 깊은 체험을 원하신다면 말이죠.”

봉청요는 고개를 끄덕였다. 짧은 살색 스타킹. 첫 방문 때 명주가 신고 있던 그 얇고 매끄러운 스타킹이었다. 그 위로 드러난 맨 다리. 그녀의 발끝이 봉청요의 얼굴에 닿았을 때의 감촉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했다.

릉뢰가 손뼉을 치자,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고려 여제 명주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짧은 치마 아래로 살색 스타킹을 신고 있었고, 그 스타킹은 발목까지 이어져 가느다란 발가락 끝까지 완벽하게 감싸고 있었다. 얼굴에는 약간 비꼬는 듯한 미소가 떠올랐다.

“다시 만나니 영광이군요, 신황 폐하.”

명주의 목소리는 낮고 달콤했지만, 그 안에는 냉기가 서려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봉청요를 둘러보았다.

“오늘은 어떤 도전을 하실 생각이신가요?”

“네가 시키는 대로 하겠다.”

봉청요의 대답은 짧았다. 명주는 기뻐하며 가게 안쪽으로 그녀를 이끌었다.

방 한가운데에는 다시 한 번 부드러운 깔개가 깔려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작은 발판이 놓여 있었다. 명주는 신발을 벗고 살색 스타킹만을 신은 채로 발판 위에 올라섰다. 그녀의 발은 빛을 받아 은은하게 반짝였다.

“자, 먼저 경의를 표하십시오.”

명주가 명령했다. 봉청요는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이마가 명주의 발등에 닿았다. 얇은 스타킹 너머로 전해지는 체온이 얼굴에 와닿았다. 명주는 그 모습을 내려다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좋습니다. 이제 얼굴을 들어 보아라.”

봉청요가 고개를 들자, 명주의 오른발이 그녀의 뺨에 살짝 닿았다. 발가락이 볼을 스치며 내려왔다.

“이 스타킹, 아주 부드럽지요? 하지만 당신의 자존심은 그보다 더 부드러울 거야.”

명주는 발끝으로 봉청요의 턱을 받쳐 들었다. 그런 다음 힘을 주어 그녀의 얼굴을 바닥에 밀어 넣었다. 봉청요는 숨이 막혔다. 발바닥이 얼굴을 완전히 덮었다. 매끄러운 스타킹과 땀에 젖은 피부의 촉감이 그녀의 감각을 지배했다.

“이번에는 더 오래 견딜 수 있겠지요?”

명주의 말이 차갑게 떨어졌다. 그녀의 발이 얼굴 위를 천천히 움직이며 짓누르기 시작했다. 봉청요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하지만 그녀는 저항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압박 속에서 이상한 쾌감이 피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좋다…… 좀 더……”

그녀의 목소리가 흐릿하게 나왔다. 명주는 그 소리를 듣고 더 세게 눌렀다. 발가락 사이로 봉청요의 머리카락이 끼어들었다. 명주는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다.

“너는 이제 나의 것일 뿐이다. 신황의 이름은 필요 없다. 너는 그저 내 발밑에 짓밟히는 작은 벌레일 뿐이다.”

그 말은 봉청요의 영혼을 찔렀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의 가슴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꿈틀거렸다. 정복당하는 쾌감. 그 예리한 쾌감이 그녀의 몸을 휘감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봉청요는 정신이 혼미했다. 명주는 그녀를 여러 번 굴복시켰다. 얼굴을 밟고, 다리로 조이고, 발가락으로 후벼 팠다. 처음에는 분노가 치밀었지만, 이내 그것은 쾌락으로 바뀌었다. 마침내 봉청요는 완전히 넋이 나가 버렸다.

“다 됐다.”

명주가 마침내 발을 뗐다. 봉청요는 바닥에 널브러져 숨을 헐떡였다. 그녀의 얼굴은 붉게 물들었고, 눈동자는 흐릿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신황 폐하.”

릉뢰가 다가와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그녀의 눈에는 연민과 기쁨이 섞여 있었다.

“오늘 밤의 체험은 만족스러우셨습니까?”

봉청요는 대답 대신 이내 신황전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날 밤, 그녀는 다시는 전과 같지 않을 것임을 알았다. 그 굴욕과 쾌락의 나락은 이미 그녀를 온전히 집어삼키고 있었다. 그녀는 신황으로서의 자아를 조금씩 잃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길은 끝없이 계속될 것이다.

짧은 살색 스타킹의 날카로움

제6장: 짧은 살색 스타킹의 날카로움

고려 여제 명주의 발끝이 봉청요의 턱을 받쳐 올렸다. 차갑고 날카로운 시선이 신황 여제를 꿰뚫었다.

“눈을 들어라.”

명주의 목소리는 낮고 차가웠다. 봉청요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에는 아직도 남아있는 저항의 불꽃이 희미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명주는 그 불꽃마저도 꺼뜨리려는 듯 발끝에 힘을 주었다.

“네가 바로 만계를 통솔한다는 신황 여제냐?”

명주의 입가에 비웃음이 스쳤다. 그녀는 천천히 발을 내려 봉청요의 어깨를 밟았다. 살색 스타킹이 감싼 발바닥의 감촉이 봉청요의 피부에 전해졌다. 부드럽지만 단단한 압박이었다.

“대답해라.”

“그렇소.”

봉청요의 목소리는 떨리지 않으려 애쓰고 있었다. 그러나 명주의 발이 그녀의 목덜미를 짓누르자 숨이 막혀왔다.

“거만하군.”

명주는 발끝으로 봉청요의 턱을 다시 들어 올렸다. 이번에는 더 강한 힘이 실려 있었다. 봉청요의 이빨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이제부터 네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가르쳐 주마.”

명주는 천천히 발을 움직여 봉청요의 입술 위에 얹었다. 스타킹의 얇은 천 너머로 전해지는 체온과 약간의 땀 냄새가 봉청요의 코를 찔렀다.

“핥아라.”

봉청요의 눈이 커졌다. 그녀의 몸이 움찔하며 뒤로 물러나려 했다. 그러나 명주의 발이 재빨리 그녀의 머리를 고정시켰다.

“거절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명주의 목소리에는 위협과 경멸이 섞여 있었다. 그녀의 발가락이 봉청요의 입술을 벌리려는 듯 힘을 주었다.

“네가 신황이라고? 지금 네 모습을 봐라. 내 발아래서 떨고 있는 게 바로 신황 여제다.”

봉청요의 눈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그러나 왠지 모르게 그 굴욕감 속에서 이상한 전율이 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녀의 마음 한구석에서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복종해라. 그러면 조금은 덜 아프게 해주마.”

명주의 발이 봉청요의 뺨을 살짝 쓸었다. 그 부드러운 스타킹의 감촉이 봉청요의 피부에 닿았다. 봉청요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혀끝이 스타킹에 닿자 시큼하고 짠 맛이 퍼져나갔다.

“그래, 잘한다.”

명주의 목소리에 만족감이 스며들었다. 그녀는 발을 더 깊이 밀어 넣었다. 봉청요의 혀가 스타킹 위를 더듬으며 움직였다. 굴욕감과 함께 이상한 쾌감이 봉청요의 몸을 타고 흘렀다.

“네가 신황일 때는 이런 적이 없었겠지?”

명주의 비웃음이 천장에 울렸다. 봉청요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명주의 발에 자신의 혀를 바칠 수밖에 없었다.

“더 깊이.”

명주의 발가락이 봉청요의 입속으로 파고들었다. 스타킹이 찢어질 듯 팽팽해졌다. 봉청요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러나 그녀는 저항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굴욕감이 점점 익숙해지고 있었다.

“이제 알겠느냐? 네 자리가 어디인지.”

명주는 발을 빼내며 봉청요의 머리를 발바닥으로 밟았다. 봉청요의 얼굴이 바닥에 눌렸다. 차갑고 딱딱한 돌바닥의 감촉이 그녀의 뺨을 스쳤다.

“앞으로 네가 할 일은 단 하나다. 우리의 발을 핥고, 우리의 명령에 복종하는 것.”

명주는 발을 들어 봉청요의 등을 밟으며 천천히 걸어갔다. 그녀의 발자국이 봉청요의 등 위에 새겨졌다.

“일어나라.”

봉청요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눈에는 더 이상 저항의 빛이 없었다. 대신 그 자리에는 공허함과 이상한 만족감이 자리잡고 있었다.

명주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짧은 살색 스타킹이 방의 희미한 불빛 아래서 은은하게 빛났다. 봉청요는 그 빛을 바라보며 자신의 타락이 시작되었음을 느꼈다.

발가락 사이의 존엄

명주의 가느다란 발가락이 봉청요의 입술 앞에 닿았다. 살색 스타킹 위로 은은하게 배어 나온 땀 냄새가 코를 찔렀다.

"핥아라."

명주의 목소리는 차갑고도 달콤했다. 봉청요는 무릎을 꿇은 채로 떨었다. 여제로서의 자존심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그보다 더 강한 어떤 것이 그녀를 움직였다. 입술이 살며시 열렸다.

혀끝이 명주의 엄지발가락에 닿았다. 짭짤한 땀의 맛이 혀끝에서 번졌다.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지만, 봉청요는 멈추지 않았다. 발가락 사이로 혀를 밀어 넣자, 거기에 갇혔던 땀과 먼지가 섞인 이물감이 전해졌다.

"더 깊게."

명주의 발가락이 봉청요의 입속으로 더 밀려 들어왔다. 구역질이 치밀어 올랐지만, 봉청요는 참아냈다. 침이 입가를 타고 흘러내렸다. 눈물과 침이 섞여 턱을 적셨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명주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신황 여제께서 이렇게 내 발가락을 핥다니. 재미있지 않으냐?"

봉청요는 대답할 수 없었다. 입안 가득 발가락이 들어차 있어서 말문이 막혔다. 대신 신음 섞인 소리만 흘러나왔다. 그 소리는 거부인지 수용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명주는 다른 발을 들어 봉청요의 젖은 뺨에 문질렀다. 땀과 눈물이 뒤섞여 반짝였다.

"네 놈의 존엄이란, 결국 이렇게 내 발가락 사이에 끼어서 스러지는 것뿐이었다."

봉청요의 어깨가 떨렸다. 하지만 그 떨림은 굴욕 때문만이 아니었다. 어딘지 모르게, 그녀는 이상한 해방감을 느끼고 있었다.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한 그 감각. 무적의 여제라는 무거운 짐이 조금씩 내려앉는 듯했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그 눈물 속에 섞인 것은 비통함뿐만이 아니었다.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 부서지는 소리를 들으며, 봉청요는 다시 혀를 움직였다. 명주의 발가락 사이사이를 더욱 정성스럽게 핥았다.

명주가 낮고 음흉한 웃음을 흘렸다.

"좋다. 이제야 네 놈이 제자리를 찾는구나."

여제의 균열

여제의 침전은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봉청요는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얼굴을 응시했다. 붉은 입술은 여전히 선명했지만, 눈동자 깊은 곳에서는 전과 다른 무언가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것은 의존, 아니 갈망의 빛이었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거울 속 자신의 뺨을 살며시 쓸며 생각했다. 이 얼굴이 정녕 천하를 호령하던 여제의 얼굴인가.

생각을 떨쳐내기 위해 그녀는 수련장으로 향했다. 검을 휘두르고, 기운을 모으며, 신형을 번개처럼 움직였다. 하지만 아무리 집중해도 발바닥에 남은 그 촉감이 떠오르며 숨을 가쁘게 했다. 부드러운 스타킹의 감촉, 거친 밧줄의 압박, 그리고 그들의 발바닥이 자신의 얼굴을 밟을 때의 묘한 전율. 봉청요는 검을 내던지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헐떡이는 숨결이 천천히 가라앉았다.

신하들은 여제의 침전 앞에서 서성였다. 그들은 여제의 눈빛이 전처럼 날카롭지 않고, 어딘가 부드러워지고 복종하는 기색이 섞였음을 눈치챘다. 하지만 감히 묻는 자는 없었다. 단지 조용히 고개 숙여 기다릴 뿐이었다.

봉청요는 다시 일어나 거울 앞으로 걸어갔다. 이번에는 두 손으로 거울을 짚으며 자신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 눈동자는 흔들리고 있었다.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나는… 여제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듯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발가락을 움켜쥐며 바닥에 찍었다. 그리하여 다시 한 번, 그 촉감이 기억 속에서 살아나 그녀의 정신을 잠식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