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청은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방 안에는 아무 소리도 없었다. 임봉은 샤워실에서 물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무심코 손목시계를 만지작거리다가, 옆 탁자 위에 놓인 남편의 휴대폰을 발견했다. 평소에는 건드리지 않던 것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왠지 모르게 손이 갔다.
화면을 열자, 비밀번호 입력창이 떴다. 그녀는 임봉의 생일을 넣어 보았다. 틀렸다. 그러자 그녀의 손가락이 잠시 멈칫했다. 혹시... 자신의 생일일까? 넣어 보았다. 열렸다.
소청의 숨이 가빠졌다. 그녀는 천천히 메시지 앱을 열었다. 대화 목록에는 낯선 이름이 하나 있었다. '진호'라는 이름이었다. 대화를 열자, 그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오늘은 어땠어? 몸이 좀 풀렸어?"
임봉의 답장이 있었다. "응. 네 덕분에."
"다음에 또 보자. 아내 눈치 안 보여?"
임봉의 답장이 더 있었다. "걱정 마. 걔는 아무것도 몰라."
소청의 손이 떨렸다. 그녀는 대화를 위로 스크롤했다. 더 많은 메시지가 있었다. 사진도 몇 장 있었다. 그녀는 얼굴이 창백해졌다. 심장이 마치 찢어지듯 아팠다. 그녀는 휴대폰을 내려놓으려 했지만, 손이 떨려서 제대로 놓지도 못했다.
샤워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그녀는 재빨리 휴대폰을 제자리에 놓았다. 임봉이 수건으로 머리를 닦으며 나왔다. 그는 소청의 얼굴을 보고 잠시 멈칫했다.
"왜 그래? 얼굴이 안 좋아 보이는데."
소청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임봉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눈빛에는 분노와 상처가 섞여 있었다.
"너... 나한테 무슨 말 할 거 없어?"
임봉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는 천천히 침대 옆에 앉았다. 그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무슨 말을...?"
"너 휴대폰. 내가 봤어."
침묵이 흘렀다. 임봉은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 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건... 그건 그냥..."
"그냥? 진호라는 남자랑 '몸이 풀렸다'는 게 그냥?"
임봉이 고개를 숙였다. 그의 손가락이 무릎 위를 불안하게 두드리고 있었다.
"소청아, 내가 설명할게. 하지만 제발... 제발 내 말을 들어줘."
소청은 일어나서 창가로 걸어갔다. 그녀는 밖을 바라보며 등을 보였다. 목소리가 차갑게 떨어졌다.
"말해."
임봉은 일어나서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내가... 너한테 부족한 점이 많다는 걸 알아. 하지만 이건... 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야."
"그럼 뭔데?"
임봉이 잠시 망설였다. 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러고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너를 위해서 한 거야."
소청이 돌아섰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나를 위해서? 다른 여자랑 바람을 피우는 게 나를 위해서?"
"여자가 아니야! 진호는..."
임봉이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는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진호는 남자야. 하지만... 그건 네가 생각하는 그런 관계가 아니야."
소청의 눈이 커졌다. 그녀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너... 설마... 동성애자야?"
"아니야! 아니라고!"
임봉이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에는 절망이 섞여 있었다. 그는 소청의 어깨를 잡았다.
"제발... 내 말을 끝까지 들어줘. 진호랑 나는... 그건 네가 보는 걸 즐기는 거야."
소청이 그의 손을 뿌리쳤다. 그녀의 얼굴에는 혐오감이 스쳤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정신이 이상해?"
임봉이 고개를 숙였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나는... 네가 다른 남자에게... 정복당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그걸 보면서 느끼는 고통과 기쁨이... 나를 미치게 만들어."
소청은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입술이 떨렸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방 안에는 침묵만이 흘렀다.
임봉이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나도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이 감정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어. 그래서 진호를 찾은 거야. 그는 이런 걸 잘 아는 사람이야. 그는... 나를 이해해줬어."
소청의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어딘가에서 낯선 호기심이 올라오는 것 같았다. 그녀는 그 호기심을 억누르려고 애썼다.
"너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 거야? 장난감?"
"아니야! 절대 아니야! 너를 사랑해. 하지만 이 욕망이... 너에게 말할 용기가 없었어."
임봉이 다시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의 손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 소청은 손을 빼려 했지만, 그의 손아귀가 강했다.
"제발... 떠나지 마. 나는 너 없이는 살 수 없어. 하지만 이 욕망도 내 인생의 일부야. 우리가 함께 이겨낼 수 있을 거야."
소청은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 안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그 진심이 더 무섭게 느껴졌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나를... 혼자 있게 해줘."
임봉이 손을 놓았다. 그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방을 나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소청은 혼자 남았다. 그녀는 침대에 주저앉았다. 머릿속에는 온갖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분노, 혐오, 배신감. 하지만 그 밑에는 무언가 낯선 감정이 숨어 있었다. 호기심? 아니면... 뭔가 더 깊은 것?
그녀는 휴대폰을 다시 집어 들었다. 진호의 메시지를 다시 읽었다. 그녀의 심장이 빨리 뛰었다. 그녀는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메시지를 입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보내기 버튼을 누르지 못했다. 손가락이 떨렸다.
그녀는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밖에서는 바람 소리만 흘러나왔다. 소청은 천장을 바라보았다. 이제 모든 것이 변할 것 같았다. 그녀는 그 변화가 두려웠다. 하지만 동시에 설레기도 했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깊은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